나를 아프게 하는 것이 나를 강하게 만든다
알렉상드르 졸리앙 지음, 성귀수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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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무엇이든 악착같이 긁어모으려고 애쓰는 탓에 삶이 진정으로 베푸는 것을 거머쥐지 못 합니다. 걸인이 아닌 걸인, 장애인이 아닌 장애인, 삶이 아닌 삶, 벗어던짐이 아닌 벗어던짐 - 그래서 내가 이를 벗어던짐이라 이릅니다만 - 바로 거기에 길이 있습니다.!"- 98쪽


남들이 갖고 있는 것은 당연히 가져야 하고, 남들이 갖지 않고 있는 것을 가짐으로 해서 존재를 과시하는 시대. 새롭게 등장하는 SNS는 사진과 텍스트로 스스로를 노출하는데 아무런 주저함이 없게 만든다. 남들도 하는데, 너는 왜 못하냐고 몬다. 눈과 귀글 막고 살 수 없는 세상. 우리는 그 시간 속에서 점점 말은 줄고 이미지와 텍스트로 싸움을 걸고 붙는다. 


이전보다 먹을 게 많아지고, 삶의 환경도 달라졌는데, 우리 삶의 질은 어떤가. 더 행복하고 더 즐겁고 더 기쁜가. 아니면 그 반대인가. 


가지지 못한 것을 채움으로 해서 만족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다. 수많은 광고는 오늘도 우리를 소비의 광장으로 끌고 간다. 사거나 말거나. 


오늘 우리 시대를 둘러싼 광고의 메시지는 어떤가. 


더 멋진 몸매, 더 멋진 차, 그리고 집을 소유하라, 그러면 당신은 더 유명해질 것이고, 자부심을 느낄 것이다.'


알렉상드로 졸리앙. 그는 태어날 때 남과 다른 몸으로 태어났다. 세상의 눈은 그를 바르게 보지 않았다. 자신할 수 있는가, 우리의 눈과 그의 몸이 마주했을 때? 그렇게 그는 3살부터 17년간을 요양 시설에서 보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결코 자신의 삶에 무너지지 않았다. 무너져야 할 것이 없었다. 그리고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다. 그 깨달음의 순간, 그리고 그는 책을 쓰고 자신의 삶을 기록했다. 이 책이 바로 그 삶의 기록 중 하나다. 


"남의 지적을 결코 불쾌하게 여기지 않고, 작금의 현실을 전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겸허라는 사실에 저는 만족합니다. 저는 어제의 제가 아니고, 내일의 저 또한 아닐 것입니다. 저는 지금 여기 있는 그대로의 저 자신일 때 겸허합니다. 그렇게 겸허히 존재한다는 것은 곧 전적으로 충만하게, 환희에 넘쳐 존재함을 의미합니다."-64쪽.


남들이 다 가지려고 몸부림칠 때 그는 자신의 마음에 가득 찬 불편한 것들을 내려놓으려 더 애썼다. 마음의 평정을 얻고 그는 우리 인간 삶을 들여다봤다.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그는 한 걸음 한 걸음 걷는다. 


"내려놓는 삶의 태도란 어쩌면 자신의 나약함을 더 이상 물리쳐야 할 적으로 여기지 않는 자세를 말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상처를 거북하게 여기지 않고 오히려 기꺼이 끌어안는 자세 말이죠. 친구여, 인내하라! 저에게 기도란 바로 그런 것입니다."-39쪽


철학가로서, 종교인으로서 살아가는 삶 속에서 그가 얻은 지혜들을 담은 문장들에 메마른 사회를 한 줄 한 줄 적신다. 


감사하는 마음, 

겸허한 마음, 

상대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 

있는 대로 받아들이는 마음, 

지금 누릴 수 있는 즐거운 마음,

거짓과 위선으로 둘러싸인 나를 벗어버리는 마음, 

집착을 버리는 마음,


오늘을 사는 우리가, 내가 가져야 할 마음들이다. 그리고 그냥 행복해라, 질문은 그만 던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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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위화 지음, 백원담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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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접한 이 책은 덮을 때까지 그냥 둘 수 없었다. 한 노인의 이야기가 어디로 갈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장편이라고 하지만 심정적으로는 단편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인생무상이라는 한자어로 정리를 하면 너무 쉽게 책을 읽은 것인가 싶다. 그렇게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지금의 느낌으로는 그런 단어가 튀어나온다. 


우리 모두는 인생이라는 무대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살고 죽고 한다. 과정은 어떠했든지 살아가면서 우리는 뭔가에 만족하지 않은 채로 배고픔과 빈곤 앞에 놓인다. 그러한 것들을 딛고 살아가는 노인, 푸구이.  


한 가족의 인생을 통해서 위화는 자신이 말하고 싶은 것들, 삶의 고통과 격정을 푸구이를 통해서 깔아 놓았다. 한 가족이 해체되고 다시 완성되었다고 해체는 과정은 중국의 그러한 변화의 시기, 주도권이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서 사람들의 운명이 어떻게 갈라지고 해체되는 가를 보여준다. 


소용돌이 속에서도 죽을 고비를 넘긴 푸구이. 그가 제일 먼저 죽을 줄 알았지만 그는 제일 끝까지 살아남아 함께 한 가족들의 죽음을 챙겼다. 


이야기 속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인생,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을 던져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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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의 지의 최전선
이어령.정형모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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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왜 우리는 변화를 이루지 못하는 걸까. 


도전 정신은 어느 나라보다 강해서 안 되는 것들을 되게 만들었다. 한강의 기적도 만들고, 88 서울 올림픽도 치러냈고 2002년 월드컵 신화도 쓰지 않았나. 


그런데 그런 선진 도약을 일구어냈던 우리,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건가.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만들기는 1등이었던 시대를 벗어나니 이제 고민에 빠져 있다. 이미 인터넷을 시작으로 콘텐츠와 소프트웨어 시대로 들어섰지만 그 안에 들어갈 이야기, 콘셉트, 아이디어를 풍성하게 담지 못한 것인가? 


새로운 것을 꺼내는 데는 왜 다른 사람들에게 뒤지는 걸까. 조상들이 물려준 훌륭한 지식과 경험을 왜 우리는 제대로 꺼내 쓰지는 못하는 걸까. 오히려 우리보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우리의 것에서 멋을 찾고 지혜를 찾는 걸까. 우리는 왜.


없는 것을 가져다 하는 거시 아니라. 이미 우리에게는 우리가 앞으로 먹고 살아갈 것들을 갖고 있다. 그러나 찾지 못하고 발견하려고 애쓰지 않았다. 왜? 우리는 우리 안에 갇혀 살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세상의 움직임, 특히 정보가 어떻게 흐르고 있는지를 우리는 어느샌가 놓치고 말았다.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 표지 일부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 이 책을 읽으면서 먼저 떠오른 생각이다. 잊어버리기 전에 먼저 써 본다. 


이어령 교수는 젊은이들 못지않은 열정과 그가 이룩해 온 지식의 창고를 활용하여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혹은 기억하지 못하는 저 서랍 끝에 있는 것까지 끌어와서 내밀어 놓았다. 그가 풀어낸 이야기들을 함께 들어보자. 


이 교수는 이 책에서 1900년대의 변화를 이끈 사람과 사물, 과거의 것을 불러와 새것과 결합시키는 방법을 찾고, 서양의 것과 동양의 것, 그리고 우리의 것을 갖고 새로운 길을 만들어 보여주었다. 


이 교수가 그간 생애를 통해서 보여주었던 것, 그가 걸어온 발자취 속에서 우리는 그가 시도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가를 새삼 이 책을 통해서 느꼈다. 


이 책은 중앙일보 <중앙선데이>의 정형모 기자(에디터)가 이어령 교수와 함께 떠난 지식의 여행기이다. 이 책은 '만리장성과 로마 가도'를 통한 동서양의 차이, '컨테이너와 해병대', '거시기와 머시기' 등 27개의 소주제로 구성되었으며 그 안에서 우리 삶에 영향을 끊임없이 미치고 있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펼쳐가며 '지의 최전선'으로 이끈다. 


우리가 걸어온,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걸어갈 길에 우리가 가져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를 두 사람이 함께 주고받은 대화는 편하게 읽히지만 대화의 내용은 결고 가볍지 않다. 


이 책을 읽어나가면서 우리는 지금, 어디에 서 있는 건지도 모르고 경쟁이라는 사회에서 살면서 급하기만 했지 길을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꼴이었다는 생각을 벗어날 수 없었다. 


중앙선데이 홈페이지 화면. 지난 2014년 2월부터 2015년 2월까지 중앙선데이를 통해 정형모 기자와 이어령 교수가 나눈 대화가 소개되었고, 그들이 나눈 대화는 다시 책으로 재구성, 출간되었다. 신문 지면에서는 프롤로그를 포함 22회의 연재기사가 소개되었으며, 이번에 나온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에서는 모두 27회로 다시 새롭게 만들어졌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세상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세상, 바로 디지로그 세상이다.


이어령 교수, 그가 예언한 세상이 아닌가. 


그가 오래전에 자신의 책을 통해서 예견한 세상은 정신은 없고, 껍데기만 허울 좋은 그런 세상이 아니다. 스토리가 있고, 생각이 담겨 있는 세상이었다. 


이 번에 그는 다시 한 번 우리의 태도를 자극한다. 남들이 만들어 가는 미래를 바라보고만 있을 것이 아니라 그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는 지식을 탐구하는 삶을 추구하라는 것, 그가 이 책을 통해서 일깨워주고자 하는 바 아닌가.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 지도 상의 일본과 중국, 그리고 대한민국의 위치를 놓고 다투는 이어령과 정형모의 대화는 함께 그러한 시간에 있는 듯한 느낌을 전해 준다. 이 교수가 끊임없이 정 기자를 끌고 다는 형상이다. 


혼란스럽기도 하고 어지럽기도 한 대화, 그러나 하나 둘 그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자리를 잡아갈 때,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명확하게 다가온다. 우리나라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사는 동안 이미 다른 나라들은 지정학적 위치를 통해서 보이지 않는 총성을 계속 쏘아 올리고 있지 않았나. 때로는 무력을 동원하기도 하고.


강연 중인 이어령 교수. <지성에서 영성으로>, <생명이 자본이다>, <젊음의 탄생>, <디지로그> 등 수많은 책을 저술한 그는 지금도 그의 서재에서 '일곱 마리 고양이'와 함께 검색과 사색으로 지의 최전선을 누비고 있다. (출처 : 유튜브 화면 캡처)


"그렇다. 동서 냉전 때 전쟁은 어디서 일어났는가. 유일하게 한국에서 진행되었다. 왜 하필 한반도일까. 극동과 극서 두 나라의 섬을 이어주는 유일한 곳이기 대문이다. 반도를 복원하지 않으면 이 세계의 움직임은 대륙화와 해양화의 끝없는 양극화 전쟁을 일으킬 뿐이라는 거다. 중대한 짐이 한반도의 어깨에 올려져 있다."

-71쪽 중에서


역사의 변화를 이끈 사람과 나라들을 통해서 우리 시대 앞에 놓인 변화를 이끌어갈 사람들은 누구인가 짚어보는 두 사람의 대화는 흥미롭다. 이 책의 공저자인 정형모 기자도 그러했지만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하게 생각하고 느낌이 오는 것은 결국 우리나라의 통일을 통해서 뭔가 새로운 변화의 기운이 우리에게서 시작되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다.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 표지 일부. 표지 카피에서 말해주 듯 이 책은 동서양의 지리적인 환경과 한반도의 위치 등을 다시 한 번 들여다봐야 함을 강조한다.


어느 특정 지역, 특정 국가만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자기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회는 함께 누려야 한다. 그럴 때 더 큰 기회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한국으로 밀려오는 기회, 우리는 어떻게 누리고 풀어갈 수 있을까. 


말과 글 그 하찮은 몇 마디의 구절 속 엄청난 전쟁


"아시아란 말, 3000년 전 점토판에 찍혔던 단 세 글자 아수, 그 문자의 화석 속에 오늘 우리가 싸워야 할지의 최전선이 전개되고 있어. 그런데 진격의 나팔 소리도 없고 승리의 깃발도 없지. 함성을 지르고 공격해오는 적병도 보이지 않아. 조용하고 조용하다. 다만 우리의 가슴속, 머릿속에서 뜨겁게 소용돌이치는 소리 없는 전쟁이 벌어지지. 남들은 육해공군의 군대가 있는 곳만을 전쟁터로 알지만 우리는 말과 글과 그 하찮은 몇 마디의 구절 속에서 엄청난 전쟁이 펼쳐지고 있음을 아는 거야."

-128쪽 중에서


급속하게 발전하는 현대사회, 그리고 그 속에서 누리는 문화들을 우리는 이제 멈추어 한 번 돌아봐야 한다. 왜, 우리가 가는 길이 바른 길인지를 따져 물어봐야 하기 때문이다. 다시 앞으로 한 걸음 더 멀리 가면 된다. 늦더라도 그게 옳다. 디지로그 세상은 바로 그런 세상이다. 


검색 만이 정답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사색이 있기 때문이다. 생각하고 살자는 것이다. 검색은 하루를 살 수 있게 돕지만 사색은 평생을 살 수 있는 길을 주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가 누리는 디지털 세상은 바로 우리 현실의 삶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디지털 세상만이 전부는 아니다. 어떻게 이 둘을 엮을 수 있는가를 고민하면 거기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두 사람이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세상의 변화를 주도했던 인물들, 과학자와 개발자들 그들의 삶을 추적하여 그들이 이룩한 성과는 무엇이었으면 어떤 변화의 원인이 되었는가를 짚어본다. 정말 끝이 없다. 그래도 숨은 쉬어야 한다. 


"둘숨과 날숨밖에 모르는 서구 사상을 좇아가다 보면 숨이 막히고 만다. 들숨과 날숨 사이의 멈추는 순간, 지식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들숨이 날숨으로 바뀌고 날숨이 들숨으로 변할 수 있다. 정치를 숨 쉬게 하라. 이념을 숨 쉬게 하라. 모든 사고와 경쟁을 숨 쉬게 하라"

-262쪽 중에서 



비상구 픽토그램. EXIT, 비상구 등 한글과 영문, 한자 등이 사라졌다.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에 등장하는 비상구 이야기('24-비상구와 안전문'). 사실 개인적으로도 비상구나 화장실 사인물의 비교를 해보려고 사진도 찍고 관심을 갖기는 했는데 '관계'를 맺지는 못했다. 이렇게 이 책에서 이 교수님의 지적 탐구 결과물 만큼 깊이 있게 이야기를 나는 할 수 없다. 그리고, '비상구'하는 한자는 왜 사라진 걸까. 


이렇게 두 사람의 여행은 계속되고 결국 우리가 멈춰 바라봐야 할 것은 우리의 생명, 우리의 삶이라는 점에 도달한다. 우리의 문화, 그리고 인간의 삶을 향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독자들에게 다시 묻는다. 


이 책의 끝에 도달해서 보니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놓고 싸우는 일은 우습게 느껴진다. 좌나 우나. 어디에서 바라보는가에 따라서 다른 것인데도 우리는 그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음양은 싸움이 아니라 다툼이 아니라 조화가 아닌가. 창조가 아닌가. 


마케팅 관련 책들에서 주로 꺼내는 이야기 중 하나는 게임의 룰을 바꾸라는 것이 있다. 혹자는 카테고리를 변경하라는 것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제품의 범주를 경쟁 제품 속으로 두지 말고 다른 것으로 포지션을 하여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강점을 다르게 보여주는 것이다. 수많은 경쟁자들이 있는 곳에서 싸울 때 승산이 없다. 그러나 자신이 갖고 있는 강점 하나를 갖고 다른 곳에서 우위를 점한다면 그 게임은 누가 이길 수 있겠는가. 


우리나라가 갖고 있는 강점은 무엇인가, 우리가 지금까지 축적해온 것들은 무엇이 있는가를 따져보자. 그리고 지금 변화의 바람이 우리에게는 오고 있는 지금, 우리는 무엇을 갖고 거기에 뛰어들 수 있을지 말이다. 


밀려오는 변화의 흐름 속에서 기회를 잡아야지, 날려버리지 말자. 


스물일곱 개의  이야기보따리는 복잡한 느낌도 들지만 그만큼 세상이 다양하게 돌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도 이 두 사람의 대화는 결국 하나의 길로 모아진다. 바로 '지의 최전선'으로 가라는 것이다. 


디지털의 시작, 그리고 3D 프린팅 기술이 선보이는 현재 상황 속에서 우리는 보고 서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현장에 적용해보는 노력부터 하자고 말한다. 하이퍼텍스트의 시대, 창조의 예술의 시대, 지의 최전선으로 가자. 조금 더 위험한 곳으로. 러시아와 인도가 손잡고, 러시아와 중국이 군사훈련을 하는 시대, 어제의 적이 친구로 변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가 붙들고 있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만나는 사람은 누구인가.


다시 한 번 지금까지 읽고 정리한 부분을 되짚어보면서 이어령 선생의 지의 최전선을 찾아본다. 


"나의 최전선은 말이고 생의 의미야. 말이 나오면 언어의 전선이 형성되거든. 그 말에 관심을 갖고 검색을 하다 보면 수억 개의 정보 중에서 우리 모두의 관심인 생명과 관계된 의미 있는 것들을 고를 수 있어. 관심, 관찰, 관계. 인문학을 문사철이라고 하지만 모든 지적 프로세서는 인문학이든 자연과학이든 종교든 정치든, 바로 그 세 가지야."

-185쪽 중에서


2016년, 내 앞에 놓인 길, 제대로 뚫어보자. 관심, 관찰, 관계로...... 지리 공부도 좀 다시 해야겠다는 생각도 물밀듯 밀려온다. 이어령 교수의 끊임없는 지적 탐구의 결과물을 이렇게 받는 것도 감사한 일이다. 연결하고, 때로는 버리고, 다시 이어 가며 움직여야 한다.


우리는 좀 더 많은 자극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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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교과서 퇴계 - 사람 된 도리를 밝히는 삶을 살라 플라톤아카데미 인생교과서 시리즈 5
김기현.이치억 지음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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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영수증이 도착을 할 때쯤이면, 마음이 조린다. 얼마나 썼을까. 카드대금을 갚아야 할 결제일이 도래하면 그것을 은행에 넣고 아쉬워한다. 사지 않아도 될 것을 샀고, 쓰지 않아도 될 돈을 썼다는 후회가 밀려온다.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 다시 한 달에는 같은 일을 반복한다. 나는 현대 도시의 다람쥐다. 텔레비전을 비롯한 다양한 미디어들은 오늘도 이런 '도시의 다람쥐'들에게 끊임없이 도토리를 물리고 끝이 없을 듯한 바퀴에 올라타라고 욕망을 부채질한다. 무엇을 입어야 멋지고, 무엇을 먹어야 몸매를 관리할 수 있으며, 무엇을 발라야 더 예뻐지고 남자친구가 생기고, 여자친구를 만들 수 있다고 유혹한다. 이런 유혹에 흔들리지 않을 이가 누구인가. 


많은 문제들 가운데 인간 삶이 놓여 있다. 그러나 그 문제를 풀 수 있는 답도 또한 그 속에 있다. 문제가 답이 결코 다른 공간에 존재하지 않는다. 수많은 미디어들이 오늘도 우리 공간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뉴스로 쏟아내고 있다.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다. 어떻게 이 복잡한 세상을 살아갈 수 있을까. 


앞에서 이야기한 바대로 나는 그 복잡함을 벗어나는 길 또한 내가 갖고 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답은 우리 시대의 지난 삶 속에 들어 있다는 생각을 이 책, 인생 교과서 퇴계를 읽으며 새롭게 느꼈다. 옛날로 돌아가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우리가 갖고 있었던, 우리 삶을 관통해 온 사상에서 우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읽었다. 


허전함과 외로움, 결핍을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는 사람들 속에서 나는 산다. 나 역시 다른 존재가 아니다. 그러한 마음의 불안을 피하기 위해서, 채워지지 않은 허전함을 벗어나고자 소비하고 그를 통해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려고 애쓰고 사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나 역시 다른 존재가 아니다. 이렇게 돌고 도는 삶을 어떻게 막아볼 수 있는 길은 없을까. 그것을 끊을 수 있는, 최소한 줄여나갈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일반적인 의미에서 불행의 원인은 결핍에 있다. 그러나 퇴계에서는 결핍이 불행의 원인이 되지 않았다. 퇴계는 어떠한 결핍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었고 실제로 받아들였다. 가난은 불행의 원인이 되지 않는다. 공자는 "군자는 원래 곤궁한 사람"이라고 했다. 재산이 넉넉지 않아 자식을 처가살이시키면서도 퇴계는 그 재산이 적은 것을 한탄하지 않았다. 건강하지 못한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불행한 일은 아니었다. 건강하지 못하면 건강하지 못한 대로 몸을 요양할 수 있으면 그걸로 족했다. 재산이 적으면 적은 대로 분수에 맞게 살면 그만인 것이다. 그 외부적 조건이 행복과 불행을 결정한 것은 아니다."-65페이지, '인생 교과서 퇴계" 중에서


'인생 교과서, 퇴계'를 읽으며, 쓰기 위해서 돈을 벌고, 돈을 벌기 위해 우리 몸을 혹사시키고 살고 있지 않나 하는 반성을 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하고 몰두해야 할, 우리 삶에서 최선을 다해 가꾸고 지켜나가야 할 것은 '마음'이다. 불완전한 인간으로 태어나서 완전한 인간으로 나아가는 삶의 과정에 있는 것이 우리 삶이 아닌가. 그 첫 번째로 해야 할 것이 바로 마음공부일 것이다. 


퇴계는 그러한 인간 마음을 잡는 일에 삶을 집중했다. 그래서 사람을 대하는 것이나, 사물을 대하는 거에 있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것이리라. 그리고 그가 그렇게 배우고 터득한 것들은 지금까지 남아 우리 삶에 일깨움을 주는 것이다. 


우리 사회를 어지럽히는 것들은 인간 탐욕이 불러 낸 것들이다. 좋은 욕심도 있지만, 버려야 할 욕심이 있다. 내 마음속에는 어떤 욕심이 들어있는 걸까. 퇴계는 가난을 좋은 것이라고만 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지나침은 없었다. 


정도를 걷는 것, 바른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고 생각하는 것, 예절과 기본을 지키고 윤리와 도덕에 어긋남이 없는 삶을 산 그를 통해서 우리가 지금의 삶을 좀 더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한 길이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을 갖는다. 


"예의란 바로 그러한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얻기 위해 꾸며낸 각종 행위규범이다. 퇴계는 예의 이와 같은 의의를 다음과 같이 정확하게 짚어낸다. "예의를 한 번 잃으면 야만인이 되고, 두 번 잃으면 짐승이 됩니다." 즉 사람은 예의의 세계에 들어와야 만 '야만인'과 '짐승'의 수준을 벗어나 비로소 사람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 무례한 자는 '(사람이) 못된 놈'이라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187페이지, '인생 교과서 퇴계' 중에서


'인간의 품격'을 찾아라


인생 교과서, 퇴계는 김기현과 이치억 두 사람이 함께  쓴 책이다.  이 책은 21세기북스가 19권의 플라톤 아카데미 총서를 기획 출판하면서 다섯 번째로 선을 보이는 책이기도 하다. 모두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1부에서는 삶과 죽음, 2부에서는 나와 우리, 3부에서는 생각과 행동 그리고 4부에서는 철학과 사상에 대해서 다룬다. 두 저자가 같은 질문에 대해서 각각의 생각을 나누고 분석하며 독자들에게 묻는다. 당신의 삶은 건강한지를.


그리고 그러한 질문을 통해서 이 책을 읽어가며 가정의 문제, 부부의 문제, 자녀와의 문제를 비롯,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를 얻을 수 있을 것이리라 본다. 또한 물질과 마음을 비롯 세상을 배우는 길 등에 대해서도 각자가 읽는 것만큼 그 답도 물어 찾아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삶과 죽음, 꼭 물어야 할 인생 질문이면서도 우리가 회피했던 질문들이 아닌가 싶다. 최근 우리 사회도 노년 인구가 증가하면서 삶의 태도만큼 죽음을 대하는 자세 또한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다. 결국 같은 질문이며 답인지 모르겠다. 잘 사는 것이 잘 죽는 것이 아니겠는가. 잘 죽기 위해서는 또 잘 살아야 한다. 잘 사는 길, 어떻게 하면 잘 살 수 있을까. 


책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받아들이는 것은, 내 삶을 들여다보고, 끊임없이 공부하고 상대를 대하는 것에 있어서 예의에 어긋남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것도 그것이지만 또한 가르쳐야 할 것도 그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몸과 마음이다. 이것을 알아야 내 이웃을 알고 내가 살아가는 지구, 우주를 알 수 있으며 만물의 이치를 깨달을 수 있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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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라는 직업 - 고통에 대한 숙고
알렉상드르 졸리앵 지음, 임희근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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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에는 그냥 사람들이 왜 이 책을 읽는지 싶어 따라 읽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그래서 착하게 살라는 건지, 아니면 남 의식하지 말고 자기 몸에 충실하며 살라고 하는 것인지 확 오지 않았다. 잠시 묵혀 두었던 책을 다시 꺼내 읽으며, 조금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의미가 잡혔다. 솔직히 말하면 지금 이 순간도 확실히 잡히지는 않았다. 그래도 지금 이 느낌, 이 순간의 감정이 어떠한 가를 털어놓고 저자가 정의한 인간이라는 직업이 무엇인지 정리해보고 싶다. 


사진: http://www.lepoint.fr/


이 책은 2002년에 원서로 출간되었다. 알렉상드로 졸리엥(alexandre jollien), 1975년 생의 저자는 뇌성마비를 겪고 있으며 3살부터 17살까지 시설에서 지냈다. 그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 타인이 자신의 몸을 바라보는 눈이 어떠한 가를 살펴보고 인간 몸에 대한 공부, 철학적 사유를 통해서 자신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돌아보고 타인들의 시선과 그들의 생각을 들여다봤다. 최근에 저자의 책이 한 권 더 번역 출간되었다. 


 


냐고 묻지 않는 삶'이다. 아직 이 책은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대략 같은 선상에 놓인 책이 아닐까 싶다. 다만 그 깊이나 생각이 더 달라졌을 테고 한국에서 살면서 느낀 점과 같은 것들이 더 들어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생활에 대한 감정도 들어 있을 것이다. 


인간이라는 직업, 이 제목의 부제는 고통에 대한 숙고이다. 처음 읽을 때 이 부제를 그냥 스쳐 읽었다. 다시 읽으며 우리가 받는 고통이라는 것,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나에 따라서 삶의 시간이 달라지고 가치가 달라질 수 있음을 생각하는 것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타인으로부터 전해오는 무거운 시선을 느끼면서 그것들을 고통 없이 받아들이는 일의 중요함을 이야기한다. 어렵게 쓰인 문장이 아니다. 철학자들이 쏟아낸 다양한 인간에 대한 정의가 있지만 알렉상드르 졸리엥 바로 자신이 느낀 그것대로 인간의 몸, 자신의 몸을 통해서 인간 삶의 길을 돌아보고 있다는 점이 다른 것들과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의 몸이 고통으로 느껴질 때 한없이 바닥에 떨어질 수 있지만 그것을 벗어날 때는 좀 더 다른 일을 누릴 수 있으며 그 하나하나가 기쁜 일이 될 수 있음을 느끼게 한다. 


'고통의 포로'가 되지 말라고 강조한다. 


"선택의 여지는 없다. 본보기도 해법도, 정답도, 사용법도 손에 넣을 수 없다. 각자 더듬더듬, 실패를 겪고 도 만회해가며, 폐허에 건물을 다시 지어가며, 그렇게 해나가는 것이다."-61쪽


그는 또 플라톤의 말을 인용하며 몸도 정신처럼 인간의 위대함에 공헌한다고 말을 한다. 


그가 말하고 싶은 바 그 내용은 아마도 이 책 마지막 실린 내용이 아니겠는가 싶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마지막 소제, '인간이라는 직업' 중에서 실린 내용, 내가 꼽고 싶은 문장이기도 하다. 저자도 동의할지는 모르겠지만.


"알량한 인간이라는 직업, 나는 기쁘게 싸우면서, 내 취약함도 내 조건의 지독한 허술함도 결코 시야에서 놓치지 않고 주시해야만 한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만들어내야 하고, 내 취약함으로 강해져서 투쟁의 원천이 될 힘을 모든 것을 동원해 찾아내야 한다. 분명 예감컨대 이 싸움은 내게 버거운 싸움이다. 그러나 내가 싸우다 죽지는 않을 것이다."-126쪽.


내 취약함, 내 부족함으로 인해 결코 타인의 시선, 나로부터 일어나는 고통에 무너지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력하게 담겨 있다. 무엇을 주저하며 살겠는가. 성공도 하고 실패도 하는 것이 인생이다. 그러나 가장 망한 날은 웃지 않는 날이라고 한다. 기쁘게 살지 않는 것만큼 불행한 삶이 어디 있겠는가. 


새해에 다시 읽어보니 뭔가 몸속에서 잠자고 있던 의지를 앞으로 불러 세우는 것 같다. 불확실한 시대를 살고 삶을 살아가지만 그 속에서 만나는 다양한 일과 사람들을 통해서 우리는 조금씩 완성되어 간다. 그러니 좀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삶과 부딪혀 볼 일이 아닐까. 


"인격이 형성되는 독특한 출발점은 우리를 완전히 벗어버리는 것이다. 즉 자신이 취약하며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다시 인정하는 일이고, 불확실한 땅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며, 왜 싸우는지, 왜 기쁘게 싸우는지를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다."-42쪽.

자, 그럼 이제부터 '즐거운 전투'를 시작해보자. 내 몸에 대한 타인의 시선에서부터 자유로워진 알렉상드로 졸리엥, 인간이라는 것 그 공통점 하나만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있다는 그의 말, '고통을 통한 앎', 타인과의 교류 등을 통해서 성장할 수 있는 몸, 그의 철학적 사유를 통해 잠시나마 새로운 느낌을 갖게 해 준 것에 감사함을 느끼며. 


  



그리고 그는 말한다. 


'심각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왜냐하면 워낙 모든 게 심각하니까. 비극적인 것, 임박한 죽음의 은밀한 자취를 품고 있는 매 순간, 그 매 순간을 사는 것이. 그 매 순간에 힘과 기쁨을 부여하는 것이 마땅하다. "-63쪽.


자, 그럼,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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