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리 브라운과 함께한 내 인생
찰스 M. 슐츠 지음, 이솔 옮김 / 유유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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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독해 공부한다고 영자신문을 봤었다. 만화도 읽었다. 찰스 슐츠의 '피너츠'를 그렇게 만났었다. 4컷 만화에 담은 메시지는 언어의 부족함도 있지만 문화 차이로 인한 해석의 어려움도 있었다. 더 큰 것은 아마 유머의 부족이 아니었을까. 

찰스 슐츠의 코믹 스트립, '피너츠'만 알고 있었어 내게 이번에 나온 그의 책은 그를 새롭게 보게 했다. 그가 남긴 말과 글을 묶은 책이 <찰리 브라운과 함께한 내 인생>이다. 

찰스 슐츠는 다른 길 가지 않고 오직 만화에만 집중을 했다. 다른 이가 자신의 그림을 그리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다. 자신이 그 모든 것을 직접 했다. 남을 시키지 않았다. 그의 원칙이었다.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고 그 캐릭터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그의 생각도 읽어볼 수 있었다. 또한 그러한 만화를 그리는 만화가로서의 삶을 사람들이 존경할 수 있게 만든 인물 중 하나가 아닌가 싶다. 삶의 경험이 그의 만화와 그 속의 캐릭터를 통해서 펼쳐졌다. 

이 책에서 슐츠가 이야기하는 부분은 무엇일까, 어떤 것들을 주장하고 보여주고자 하는 것일까. 어떤 영역에서든 자신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것, 그것이 제일 우선 되어야 할 점이라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 일은 누구도 넘볼 수 있는 영역을 구축하는 일이다. 실패 헤도 남들이 인정하지 않아도 자신의 만화를 받아들일 때까지 만화 투고를 놓지 않았다. 

그는 지루해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책 속에서 내가 밑줄 긋고 싶은 문장이 하나 있다. 그는 만화가는 '매일 똑같은 것을 계속 그리면서도 자신을 반복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나는 또 내가 지루해질까 봐 엄청나게 두렵다. 주변에는 지루한 사람이 아주 많은데, 불운한 일이지만 나는 늙은 사람은 쉽게 지루해진다고 본다. 지루해지는 걸 막으려면 타인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고 자신에 대해서는 잊어버려야 한다. "-108쪽

찰스 슐츠, 그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다. 완벽함을 추구하는데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그에게 가장 큰 즐거움은 일하는 것이었다. 그는 최고의 직업이 코믹 스트립을 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도 갖다 쓰지 않았다. 매일매일 생각하고 그렸다. 

그가 떠난 후에도 남아 있는 그의 분신 같은 캐릭터, 그는 결코 죽지 않았다. 캐릭터 속에 그는 그 자신의 삶을 남겨두었다. 짧은 글 속에 담긴 그의 길고도 깊은 인생이 주는 메시지가 강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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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은 의사, 거짓말쟁이 할머니
바티스트 보리유 지음, 이승재 옮김 / arte(아르테)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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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고 싶어 하는 젊은 의사, 그의 죽음 그리고 장례식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궁금하지 않을 수 없어 다음 페이지를 먼저 넘겨보고 싶었다. 참았다. 차근차근 읽지 않고서는 이야기 흐름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젊은 의사는 왜 그토록 죽고 싶었던 건가. 그리고 그의 소원대로 그는 죽는 건가.

 

바티스트 보리유의 <불새 여인이 죽기 전에 죽도록 웃겨줄 생각이야>

 

바티스트 보리유의 전작을 읽지 못 했다. 책날개에 소개된 <불새 여인이 죽기 전에 죽도록 웃겨줄 생각이야>는 종합병원의 실화를 담은 이야기라고 한다.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 일어난 이야기, 한 쪽은 아픈 사람이고 다른 한 쪽은 아픈 사람을 살려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닌가. 무슨 이야기일까.

 

이 책 <죽고 싶은 의사, 거짓말쟁이 할머니>가 그의 전작과 다르지 않은 스타일이라고 하면 코믹하고 유쾌한 내용이 아닐까 싶다. 다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하니 진지함도 함께 들어 있을 것이라 본다. 여기서 다룰 내용은 아니니 패스.

 

 

바티스트 보리유의 <죽고 싶은 의사, 거짓말쟁이 할머니>

의사가 죽었다', '아니다'라고 말을 해버리면 영화의 엔딩을 다 알아버리고 영화를 보는 듯한 기분일 것이다. 장례식을 앞둔 며칠이 지나면서 다소 그가 죽는 것이 아니라 살아서 뭔가를 새롭게 하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의 의지가 너무 강했기에 작가는 그냥 죽게 놔두지 않을까 싶었다.

 

젊은 의사, 결국 그는 소원을 이루지 못 했다. 그는 죽지 않았다. 이미 죽은 이, 그의 아내가 그를 살렸다. 그리고 그에게 손을 내민 사람이 죽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이거 하나만 약속해 줘, 누군가 손을 내밀거든,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붙잡는다고. 꼭 약속해 줘. 약속 안 지키면 죽기 전에 먼저 미쳐버릴 거야."-191

 

거짓말쟁이 할머니와 약속을 한 남자. 그 약속은 실은 젊은 의사 아내가 죽기 전에 할머니에게 부탁한 것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는 착실하게 실행한다. 물론 그러한 손을 내민 일이 결국은 자신을 위한 일이기도 했다.

 

"자네는 진짜 사랑스럽다니까! 내 생애 가장 환상적인 일주일을 보내는 중이야. 금은보화를 다 준다 해도 다른 시간과 맞바꿀 생각이 없을 만큼. 그리고 말이야. 난 성공할 거야. 자네는 살게 될 거고, 다 나을 거애. 그런데 아주 조용히 낫게 될 거야. 그걸 늙어간다고 하지."-213

 

여러 문장들이 와 닿는다. 그중 한 문장이 다음에 소개하는 문장이다. 면도를 하는 젊은 의사.

 

숨겨진 것들을 드러내고, 감춰진 것들을 꺼내놓음으로 해서 삶과 죽음이 더 또렷하게 보이는 것은 아닐까. 살아야 할 이유를 더 꺼내놓고 살아야 되지만 우리는 우리 자신을 포기하는 일에 더 앞을 다투지는 않는가.

 

"그는 창백한 알몸 상태로 똑바로 서 있었다. 스스로도 알아보기 힘들 만큼 달라진 모습이었다. 큼직한 초록색 눈동자 두 개가 새롭게 보였고, 햇빛 구경 한 번 한 적 없는 듯 새하얀 이마는 처음 보는 것 같았다. 머리카락도, 털도, 흉터도 없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기억도 과거도 없는 존재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143

 

소설의 재미는 전체적인 틀 속에서 작고 작은 연결고리들이 있다는 것이다. 이 고리를 잡고 들어가서 보면 재미있고 때로는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작가 나름대로 복선을 깔아둔 것이다. 텍스트로 한 문장 두 문장으로 처리하지만 간혹 눈치채지 못하고 넘어갈 때가 있다. 재치 있게 잘 깔아두었다.

 

이 소설의 전체적인 구성은 명료하다. 환상적인 스토리와 실 삶과 왔다 갔다 하면서 사람들의 관심을 분산시키고 집중시킨다. 작가의 독특한 스타일인 듯싶다. 혹은 어디서 만난 듯한 스토리처럼 느껴지는 부분도 있다.

 

언제나 죽겠다, 죽고 싶다는 말을 달고 산다. 어려워서, 힘들어서 죽겠다라고 입에 달고 산다. 아이들이나 어른들이나 남녀노소 구별 없이 사용한다. 드라마는 일상적인 대사로 등장한다.

 

그러나, 정작 그렇게 말을 하면서도 왜 죽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그냥 죽음으로 모든 것을 끝낼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죽는다고 모든 것이 해결된다면 몇 번을 죽을 것이다.

 

이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는 죽음을 앞둔 이. 그 누군가 간절히 바라던 하루, 그 하루의 삶을 소중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다시 돌이켜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줄 것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추억이라는 시간을 다시 돌이켜 아름답고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상기한다면 살아야 할 이유가 가득한 삶이 오늘을 지키고 내일을 기다리게 할 것이다.

 

가벼이 여길 것이 없다.

 

"살아, 그게 얼마나 큰 행운인데. 이렇게 생각해. 내가 지금, 죽음이 삶에게 건네는 거울처럼 자네 앞에 서 있다고 말이야".-295

 

이 소설에서는 밑줄 긋고 싶은 문장들도 많이 등장을 한다. 그냥 막 흘려버리는 이야기들이 아니라, 작가 나름대로 자신이 만든 이야기 속에 진중한 문장 들을 적절하게 삽입하여 글을 전개한다.

 

"사라, 정말 인생은 혼자인 건가요?"

"처절할 정도로 그런 거야, 마르크."

-237

 

현재 전문의로 일하면서 작가로 활동 중인 바티스트 보리유의 다음 작품도 기대된다. 병원이라는 공간이 유쾌하거나 기쁜 공간이 아니라 힘들고 지친 삶의 현장, 고단한 삶의 공간이지만 그는 그러한 환경 속에서 삶을 어떻게 극복하고 이야기하는지를 자신의 블로그(http://www.alorsvoila.com/)를 통해서 소개했다.

 

포기해야 할 삶은 아무것도 없다.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대화를 하고 꾸준하게 함께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다면 말이다. 작가가 추구하고 이야기하고자 하는 부분이 바로 그 지점이 아닐까 싶다. 할머니가 그렇게 '마르크'를 대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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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연령 60세 사와무라 씨 댁의 이런 하루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권남희 옮김 / 이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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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리얼이 대세라고 하는데, 만화도 리얼이다. 자신의 삶을 반영한 듯한 만화는 사람들로부터 사랑을 받는다. '아, 바로 이 만화는 내 이야기야, 내 이야기를 그렸네'하고 말이다. 마스다 미리는 그런 만화를 그린다. 자신의 이야기하듯 편안하게 풀어낸다. 어디서 이야기들을 모아오는 걸까. 아님 자신에게서 그렇게 끊임없이 그렇게 솟아나는 걸까. 매년 시리즈를 내고 사이사이에 에세이와 만화들을 내고 있는 마스다 미리. 평균연령 60세 사와무라 씨댁의 이런 하루는 세 가족이 모여서 사는 삶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주변 이야기들을 갖고 온다. 건강, 대화, 추억, 관계 등 우리가 일상에서 부딪히는 그런 이야기들을 소재로 했다. 그러니 더 공감이 간다. 마스다 미리 식 화법은 여전하다. 고민거리를 던지고 풀고. 나이 든 부부 때문인지,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과 이별이 더 애처롭다. 


그리운 그 울림

부를 수 없게 된 그 말

엄마.


부를 수 있을 때 맘껏 부르고

만날 수 있을 때 맘껏 만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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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리스트 - 뜻대로 풀리지 않는 보통의 삶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아사프 하누카 지음, 이예원 옮김 / 미메시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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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다. 생각한다는 것은 내가 내 삶을 염려하고, 좀 더 나은 삶을 찾아가는 길을 모색하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정리한다는 것이다. 정리한다는 것은 주변의 잔가지들을 쳐내는 일이다. 칼로 딱 재단하듯이 반듯한 삶이 그러나 어디에 존재할 수 있을까. 그저 바랄 뿐이다. 


만화는 단순하지만 생각의 단초를 던져주는 좋은 도구이다. 작가가 한 페이지마다 담긴 그림은 오늘 우리가 사는 사회의 모습이기도 하다. 만화가로서의 삶을 살며 집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사회 현상들을 이 책에 담았다. 




아사프 하누카의 그림이다. 남과 다른 좀 독특한 삶의 위치에서 자신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표현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소제목처럼 우리 삶이 뜻대로만 풀린다면 그게 환상일까 싶기도 하다. 보통의 삶을 사는 것조차 어려운 세상 아닌가. 있는 대로 받아들이고 현실을 인정하며 사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포기하자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욕심내며 삶의 에너지를 소진시키지 말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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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빈 방 - 죽음 후에 열화당 영혼도서관
존 버거, 이브 버거 지음, 김현우 옮김 / 열화당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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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버거의 책이다. 존 버거의 책은 찾아 읽어보려 한다. 

어렵기도 하지만 그 만의 독특한 시각이 좋다. 언제 이런 책이 나온 건가. 우연히 접한 책이다. 사진과 그림이 있다. 무슨 내용인가, 제목도 그 답지 않다. 오, 이런 그의 부인을 기린 책이다. 아들과 함께 그의 부인과 함께 나눈 삶의 추억을 기록했다. 그렇게 남은 사람들이 떠난 사람들의 삶을 떠올리며 함께 나눈 이야기. 잔잔하다. 살아 있다는 것과 죽음이 멀리 있지 않은 삶이다. 

"당신은 정찰하는 발과 길을 찾는 사람의 손끝을 지녔지. 당신은 말을 낭비하지 않았소. 종종 짧은 미소가 모든 걸 말해 주었으니까."-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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