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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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결국 질문하지 않는 인간은 인간에게 주어진 창의력을 밖으로 끄집어낼 수 없다. 질문할 때에만 고유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수 있다는 것. 


최진석의 <탁월한 사유의 시선>은 질문에 관한 책이다. 창의성에 대하여 많은 이야기를 하고 갈망하지만 그것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어떻게 우리 안에 있는 그 감춰진 것을 튀어나오게 할 수 있는지에 대하여는 깊이 있게 고민하지 않는다. 남이 이미 결과로 내놓은 것들을 갖고 학습하는 일은 잘 하지만 정작 우리 스스로가 호기심과 궁금증을 갖고 질문하지 않는다. 질문은 창의성을 튀어나오게 하는 동력이다.


이 책은 최진석 교수가 건명원에서 진행한 5회의 강연 내용을 묶은 책이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하지 않고 이미 결과로 나온 답을 갖고 배우는데 열심히 해서는 우리는 더 깊어지고 높아질 수 없다. "철학의 생산은 곧 사유의 독립을 의미합니다."


시선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만든다. 시선의 높이를 올려야 한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한국은 중진국에 머물러 있다. 이유가 무엇일까. 


"지식의 습득보다 인격적 성숙은 난이도가 훨씬 높습니다. 극단적으로 말해 후진국에서 중진국으로 올라가는 것보다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올라가는 난이도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버리는 것도 선진국으로 올라서도록 해주는 대부분의 조건이 인격적 차원의 것이라는 점 때문입니다. 대답은 기능이지만, 질문은 인격입니다. 창의성은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튀어나오는 것입니다. 인격이라는 토양에서 튀어나오는 것이죠. 이것이 바로 삶의 깊이와 인격적 성숙에 관심을 가지고 그것들을 중요시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241쪽


이 책은 최진석 교수의 전작, <인간이 그리는 무늬>와 함께 읽으면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데 필요한 생각의 도구들을 좀 더 가깝게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의 삶뿐만 아니라 기업의 운명도 다르지 않다. 독립적인 사고를 통한 창의성의 부재가 결국 회사의 운명을 결정짓는 것이다. 베끼는 것만으로 답이 없다. 생각을 통해 나의 것을 만들어내는 일이 결국 다른 나를 만들어낸다. 그것이 주도권을 찾아오는 것이다. 


"철학적이고 문화적인 높이에서 국가의 진로가 결정되어야만 진정한 독립적 삶이 보장됩니다. 그 독립적 결정에서라야 지속적인 풍요와 번영이 보장됩니다. 독립적이지 못한 곳에서 형성된 종속적 풍요와 번영은 항상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주도권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죠."-71쪽


나를 나답게 만드는 일에 좀 더 집중하며 살자는 생각이다. 그것은 경쟁에 뛰어드는 삶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경쟁은 행복한 삶을 주지 않는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는 진보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 경쟁 구도 속으로 들어가는 한, 우리는 그 경쟁이 벌어지는 판을 옳은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새로움, 고유함, 선도력은 시도되지 못 합니다. 누구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경쟁 구도 속에서는 승리자고 패배자도 모두 행복하지 않고 피곤할 따름입니다."-262쪽


이 책을 통해 진정한 용기라는 것이 뭔지, 기존의 틀에 갇혀 살지 말라는 메시지를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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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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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무코다 이발소>에서는 뭔가 독특한 재미를 기대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런 큰 재미는 보이지 않았다. <남쪽으로 뛰어>는 어떤가. 


도마자와라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이웃들의 일상을 소소하게 그린 작품이다. 이발소를 운영하는 야스히코를 중심으로 함께 지내는 사람들의 소소한 삶의 이야기들이 담겼다. 사실 일상에서 뭔가 특별한 재미라는 게 결국 살아가는 일들의 대화에 있지 않을까. 


도시로 나가 사는 자식들과 그들이 고민하는 일들을 부모들도 함께 고민하고 마을의 사람들은 궁금해한다. 


6개의 작은 주제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이발소, 축제, 신부 이야기, 영화 촬영, 범죄를 저지른 한 이웃의 자식 이야기 등이다. 


커피 한 잔 하면서 읽을 수 있는 가벼운 이야기. 그러나 도시로 떠나는 자식들로 인해 점점 작아지는 마을의 회생을 기대하며 살아가는 부모 세대들의 분투기를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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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재의 비하인드 - 세계를 발견하는 방법, 그리고 어떤 대화들
권혁재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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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사진을 나도 잘 찍어보고 싶다. 가까이 들여다보는 것이 제일 인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에 대해서 좀 더 알아야 한다. 상대를 알아야 그 사람의 것을 뽑아 낼 수 있다. 김혜자, 강수진, 김봉진, 윤구병, 최재천, 장사익 등 인터뷰 현장에서 기자가 질문을 하는 동안 그 사람의 것을 읽는데 집중했다. 이 책에서 그는 지금 우리 시대의 문화 아이콘을 추려 담았다.


사람의 얼굴을 통해서 우리가 안고 있는 삶의 문제는 무엇이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한 분 한 분의 삶을 짧게 나마 들여다볼 수 있게 해 준다. 누구보다 신영복 선생님의 그 잔잔한 미소는 뭉클하다.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는 더 그렇다. 


우리는 얼마나 사람을 대하며 그런 미소를 보내 줄 수 있을까. 들국화의 재결성 후 찍은 그 '산'은 어떤가. 


따스한 사람들을 담기 위해 사진기자는 기다렸다. 원하는 장면은 그렇게 그 기다림의 시간 끝에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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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4 : 걷다 나는 오늘도 4
미쉘 퓌에슈 지음, 루이즈 피아네티보아릭 그림, 심영아 옮김 / 이봄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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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러 걷는다. 의도적으로 걷는다. 일부러 멀리 걸어서 식당을 간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다. 의자에 바로 앉기보다는 걷다 들어와 앉는 게 더 좋다. 그러한 일상이 왜 필요한가를 미셸 퓌에슈가 이야기한다. 차를 타고 다니며 우리의 몸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시간을 아끼는 것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걷는 것은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편리한 교통수단과 전자기기들은 우리의 공간과 시간을 지배하고 있다. 


"거리 감각을 되찾고, 시간과 공간에 대해 좀 더 직접적인 관계를 맺게 되는 것이다. 사실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는 도구들을 이용하다 보면 주변 세상을 직접적으로 경험할 수 없게 된다. 시간과 공간을 좀 더 생생하게 지배할 수 있는 힘을 빼앗기는 것이다."-42쪽


우리 삶에 있어서 가장 단순한 것들을 회복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놓으려고 한다. 단순한 것들에 대한 감각을 되살리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걷는다는 단순한 행위. 어딘가를 향해 두 발로 걸어가는 이 행위로 우리는 세상과 직접 대면하게 되고, 이것은 그 자체로 이미 뛰어난 철학적 경험이다."-8쪽


도시를 걸으며 우리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마주한다. 걷는 것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한다. 그리고 우리 몸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누군가 발을 맞춰 함께 걷는 일이 얼마나 많은가?


행복한 삶의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걸을 수 있다는 것은 삶의 행복이다. 걷는 것은 기분 좋은 피로감이다.


"걷다 보면 공간과 시간뿐만 아니라 자신의 몸까지 새롭게 만나게 된다. 걷는다는 것은  건강 유지(혈액순환, 소화, 근육과 관절 유지)에 꼭 필요한 몸의 기본적 쓰임새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64쪽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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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인형 상자 (양장)
정유미 글.그림 / 컬쳐플랫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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갇혀 있는 삶, 인형같은 삶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 나를 드러내놓고 살아가야 한다. 정유미의 그림책 '나의 작은 인형상자'를 만났다.짧은 문장과 연필 그림은 그 세밀하다. 문을 열고 나가기 까지 두려워하고 주저하지만 결국 한 걸음 한 걸음 세상을 향해 나갔다. 문을 열고 세상을 만났다. 


"아니, 난 못 가. 난 아직 가진 게 부족해. 좀 더 쌓고 풍족해지면 그 때, 나갈 거야."


어디 가냐고 묻기만 하지, 정작 나가지는 못하는 사람들, 유진은 문은 열고 나갔다. 세상이 만만하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 해 한 해 새로운 질문을 만나고 세상을 만나는 아이들, 아이들은 그렇게 두려움을 질문하고 답하며 자신의 길을 찾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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