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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비저블 - 자기 홍보의 시대, 과시적 성공 문화를 거스르는 조용한 영웅들
데이비드 즈와이그 지음, 박슬라 옮김 / 민음인 / 2015년 2월
평점 :
명예욕이 없는 사람이 있을까. 일을 하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만 대부분 그들은 앞에서 보이지 않는다. 뒤에 있다. 뒤에 있어도 그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기도 한다. 화려한 무대 뒤에는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 무대가 빛나는 것이다. 무대 설치와 조명, 음향시설 등을 담당하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수는 나와서 노래를 즐겁고 신 나게 부르면 된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수고로 이루어진 무대.
우리 삶은 어떤가.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정말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으며 그들의 수고와 참여로 일을 하고 있지 않는가.
인비저블(Invisibles)은 바로 그러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로 꾸며져 있다. 화려한 무대 뒤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왜 그들의 삶에 주목을 했을까. 모두들 드러내놓고 싶어 하는 시대, 자신의 이름이 앞에 나오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살아가는 시대에서 이름을 숨기고 때는 뒤에서 묵묵히 주어진 일을 혁신적으로 해나가는 사람들을 말이다. 저자는 그러한 점을 파악하고, 그들 삶의 특성을 들여다본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에서 정말 우리가 들여다봐야 할 정보를 놓치고 있지는 않는가. 우리는 제대로 살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을 가질 때가 있다. 내 삶을 나는 오늘도 충실히 살아가고 있는가 말이다. 복잡한 공간에서 쉽게 자신이 원하는 방향을 찾아가도록 해주는 수많은 사인물, 이 사인물들이 어떤 위치에 어떤 모습으로 있어야 하는지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사람을 추적했다. 저자는 그러한 만남을 통해서 그들이 무엇을 고민하고 어떻게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는가를 또한 들어봤다. 그들이 갖고 있는 독특한 일의 특성을 설명한다.
'"짐 하딩은 주어진 일을 멋지게 해내는 것에서 보람을 찾고 도전 의식을 느낀다. 비록 그가 최고의 성과를 냈다 할지라도 다른 사람은 이를 알아차리지 못하지만 말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적어도 부분적으로는 외적 기준에 의해, 특히 금전과 타인의 인정을 받는 데 고무되고 자극받는다. 하지만 흥미롭게도 그 두 가지 요소를 쟁취하는 이들, 곧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본질적으로 인비저블과 많은 공통점을 지닌다. 다시 말해 인비저블의 특성을 얻기 위해 반드시 인비저블이 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얼핏 보기에는 모순으로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타인의 인정이나 높은 보수처럼 외적 보상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들을 겨냥하기보다 오히려 내적 목표를 지향하는 것이다."
63페이지 중에서
저자는 보수나 외형적인 보상을 바라기보다는 내적 목표를 더 추구하는 것이 특징인 사람들, 인비저블에 대한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 공연을 하는 데 있어서 제일 중요한 것들은 무엇일까.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있겠냐만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이크가 아닐까. 음향이 제대로 나가야 된다. 이 모든 장비들을 챙기고 하나 차질 없이 일이 되도록 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 있다. 무대의 백 라인에서 일하는 플랭크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려면 주어진 일을 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대가가 되고 싶다면 다른 사람들과 '다른'방식으로 임무를 해낼 수 있어야 한다. 더더욱 감탄스러운 점은 이런 종류의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일이야말로 플랭크가 좋아하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는 평범한 물건들을 고치고 개조하면서 성취감을 맛본다. 이는 별로 놀라운 일도 아니다. 개인적으로든 직업적으로든 성공적인 인비저블은 개인적 보상에서 동기를 얻고 독창적인 해결책을 발견ㅇ하는 과정을 만끽하기 깨문이다."
249페이지 중에서
통역사는 어떤가. 일퀸스 아리의 무대는 통역부스 안이다. 긴박하게 움직여야 할 공간에서 그녀는 자신의 일을 능수능란하게 처리한다. 다양한 회의가 이루어지는 공간에서 실수 없이 통역을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도 그녀는 자신의 일을 최선을 다해 최고로 수행한다.
이러한 활동 경험을 지켜본 저자는 이런 말로 정리를 한다.
현대 사회를 지배하는 문화적 태도와 인비저블의 태도를 가장 우선적이고 뚜렷하게 구분하는 특성이 '타인의 인정에 연연하지 않는 태도'라면 인비저블의 나머지 두 특성 역시 일반적인 문화적 동향과는 크게 다르다. 인비저블은 물론 타고난 재능도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되려면 무엇보다 먼저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익히고 통달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몰입에 도달하고 싶다면 '꽤 잘하는 정도로는 부족하다.
-157페이지 중에서
우리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 건가. 지금 하는 일의 무게를 달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