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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평점 :
무라카미 하루키.
그에 대해서 뭐 다르게 할 말은 없다.
이제 한 권 두 권 그의 책을 다시 되짚어 읽어 본다. 아니 처음 접해보는 것들이다. 물론 그전의 화제작들을 접해봤다. 베스트셀러 혹은 읽어야 할 책 목록, 화젯거리다 보니 안 읽고서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니 읽어야 했던 것도 있다. 초창기에 나온 책들은 접해 보지 않은 것들.
무라카미 하루키 회고록이라는 타이틀을 단 마라톤 이야기,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의 인생사가 들어 있다. 달리는 것은 소설을 쓰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장거리 경기다. 기초 체력을 갖추어야 오래갈 수 있다. 달리기 위해서는 몸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재능과 집중력과 지속력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이 재능이지만 후천적인 노력, 집중력과 꾸준하게 운동하듯 글을 쓰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규칙적인 생활과 주변 잡다한 것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그가 그토록 많은 책을 쓸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외로움이 만들어 준 것이다. 혼자 지내는 시간들을 통해서 그는 소설을 쓰고 자신의 공간과 시간을 가져왔다.
"나는 어느 쪽이냐 하면,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혼자 있는 것을 별로 고통스럽게 여기지 않는 성격이다." -34페이지.
그리고 그는 달렸다. 달리면서 생각하고 달리면서 글을 썼다. 팀 경계에 뛰는 선수보다는 혼자 하는 경기에 더 맞는 사람이라고 말하듯, 그는 같이 어울리는 것보다는 혼자 있는 시간을 더 즐긴다. 달리는 것이 그에게 1등을 위한, 남을 이기기 위한 게임이 아니다. 그의 삶의 방식이다.
"일상생활에 있어서나 직업적인 영역에 있어서나, 타인과 우열을 겨루고 승패를 다투는 것은 내가 추구하는 삶의 방식이 아니다. 지극히 상식적인 말을 하는 것 같지만,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있고 그것으로 세계는 성립되어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 사람만의 가치관이 있고, 그에 따른 삶의 방식이 있다. 나에게는 나의 가치관이 있고, 그에 따른 삶의 방식이 있다. 그와 같은 차이는 일상적으로 조그마한 엇갈림 낳고, 몇 가지인가의 엇갈림이 모이고 쌓여 커다란 오해를 발전해갈 수도 있다."- 39페이지
나는 어떤 성격인가,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고 같이 있는 것도 좋아한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내가 다가올 나의 미래를 준비할 수 있을까. 이 회고록이 나에게 몇 가지 생각들을 던져준다.
달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책이라고 하는데 틀린 말이 아니다. 물론 글을 쓰는 사람에게도 더 필요한 책이기도 하다. 글쓰는 것과 달리는 것은 다르지 않다. 적어도 무라카미 하루키에게는 그렇다. 글을 쓰는 것은 혼자와의 싸움이다. 물론 독자를 상대로 하는 것이기에 그도 생각해야겠지만 말이다. 달리는 것은 어떤가.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그 역시.
쓰고자 마음먹은 후 10여 년 후에 완성된 책이라고 한다. 2007년 8월에 나온 책이니 아마 97년에 이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었을 것 같다. 10년을 기다려 준 편집자에 대한 인사도 빼놓치 않았다.
외로움, 결핍, 상처와 경험, 자신과의 싸움이 오늘의 무라카미 하루키를 이루었다. 뭐 이밖에 다른 것들도 충분히 많이 섞여 있겠지만 이러한 요소들이 그의 작품을 완성시키는 바탕이 되어주지 않았겠는가. '잃어버린 나를 찾아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려 애쓰는 무라카미 하루키. 글을 쓰는 재능을 갖고 태어났듯, 달릴 수 있는 몸을 갖고 태어났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인생 회고록으로 올 한 해 남은 하반기를 준비해보고 싶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 쓰기와 달리기와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문장이 뛰어가도록 한다.
"아무튼 여기까지 쉬지 않고 계속 달려온 것은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나는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소설을 나 스스로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이다음 나 자신의 내부에서 나올 소설이 어떤 것이 될지 기다리는 그것이 낙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불완전한 인간으로서 한계를 끌어안은 한 사람의 작가로서, 모순 투성이의 불분명한 인생의 길을 더듬어가면서 그래도 아직 그러한 마음을 품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역시 하나의 성취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다소 과장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기적'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만약 매일 달리는 것이 그 같은 성취를 조금이라도 보조해주었다고 한다면, 나는 달리는 것에 대해 깊이 감사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127페이지.
달리는 것에 감사를 다 하는 작가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