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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갓 꽃을 그렸어
유현미.유춘하 지음 / 낮은산 / 2016년 10월
평점 :
아버지가 두고 온 딸, 그리고 지금 같이 살고 있는 딸. 딸과 아버지가 함께 이야기나누고 함께 그린 아주 특별한 그림책. 그림과 아흔의 아버지가 정성을 다해 그린 그림은 푸근하고도 아련한 그리움을 몰고 들어온다. 스마트폰 시대에 이런 아날로그 감성을 우리는 놓치 않고 살아야 한다. 나도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생각이 확 든다. 몇 번 쓰지 않고 어딘가에 미뤄둔 물감을 찾아봐야겠다. 그림 그리는 일이 어렵다고는 했지만 딸의 요청에 싫지 않은듯 하나 하나 주어진 과제를 완성했다.
나는 평생 농사를 지었는데
농사도 쉽지 않았지만
이 수채화라는 것은 아휴,
혼자서는 엄두도 못 내겠구나.
아버지가 마음에 든다고 한 군자란 그림은 나도 마음에 든다. 숙제를 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딸은 찬찬히 그리고 섬세하게 담았다. 바라보는 그 따뜻한 시선이 전해진다.
늘 똑같은 모습이지만 매일 매일이 다른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삶을 다르게 보는 시선을 배운다.
들여다볼수록 오묘하다.
공작새가 떨어트린 깃털을 보고 아버지가 이야기한다. 들여다보면 보인다.
하지 않았던 것을 해보고, 해보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것, 우리 삶에게 주어진 의무이며 즐거움이다. 그 시간을 그냥 묻어두고 살지 말라는 듯하다. 부모와 자식의 그 끈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딸과 뭔가 해결하지 못한 사연을 담고 살아가는 아버지. 두 사람의 아름다운 작업이 계속 되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