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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이야기 - 고담 핸드북
소피 칼.폴 오스터 지음, 심은진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1월
평점 :
품절
작가는 역시 그 끼라는 것을 어찌 할 수 없는 것 같다. 본능적으로 몸 속에 흐르는 에너지를 어떻게 가져올 수 있을까. 가정환경, 즉 부모의 영향도 크고, 자라나는 환경 또한 무시 못한다. 그리고 성장하면서 사람들과의 교류, 그가 접하는 환경과 사물들은 또 어떨까.
소피 칼이라는 작가의 전시회가 이미 국내에서도 진행을 했었다. 그 때에 그가 누구인지, 어떤 의미의 전시회인지도 몰랐다. 아니 관심도 없었고, 내가 검색하고 찾아보는 대상에도 없었다. 사람은 역시 흥미를 던져주는 사람이 좋다. 관심갖게 만드는 사람, 작가 말이다.
그렇지 않으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자기 만족?
결국 독자나 관람객들에게 끊임없이 묻게 하고 생각하게 하는 골칫거리를 안겨주는 때로는 그 무엇보다 답답한 속을 뚫어주는 존재들이 아닌가.
폴 오스터는 또 누군가, 두 사람의 공동작업으로 탄생한 이 책, 폴 오스터는 소피 칼에게 삶의 지침을 내린다. 물론 그것은 소피 칼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미소짓기, 먹을 것 챙겨주기(담배와 샌드위치), 그리고 뉴욕의 한 공간을 사적인 공간으로 꾸미라는 것이다.
'이 도시의 한 장소를 선택하세요. 그리고 그곳이 당신의 소유인 것처럼 생각하세요. 그곳이 어디든, 어떤 것이든 상관없이요. 길의 한 모퉁이든, 지하철 입구든, 공원에 있는 한 그루의 나무든, 오래전부터 그곳을 책임져온 사람처럼 그렇게 당신이 그곳을 맡으세요. 그곳을 깨끗이 치우고, 아름답게 만드세요."-20쪽 중에서
이에 소피 칼은 충실히 그의 명령대로 살았다. 한 지역의 전화부스를 사적인 공간으로 탈취, 그 곳을 지나치는 혹은 전화 부스 안으로 들어 온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하고 관찰하는 일을 맡은 소피 칼의 글과 사진으로 채워졌다.
사람의 태도, 특히 마음을 어떻게 쓰고 대화하는 가에 따라서 한 공간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 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험정신이 가득한 책이다. 수동적인 입장에서 자신의 어떠한 태도로 인하여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이 바뀌는 일이 있다면 즐거운 일이다. 다만 그것이 모두를 즐겁게 하고 이롭게 하는 일이라고 한다면 말이다.
얼마나 많은 일들이 이렇게 의도하지 않은 바대로 흐르고 피해를 보고 살아가는 가. 그러한 시대에 특정의 공공장소를 ‘관리’하며 무심하게 지나치거나 사용해 온 전화 부스에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리고 그 일을 꾸민 사람에게 관심을 갖는다. 한 번 시도해 볼까. 모르게? 알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