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센 여자
김가영 / 미래문화사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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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을 읽을 때의 진정한 기쁨은 작가와 내 생각이 공통될 때라고 생각된다. 마치 이웃집 언니나 친구와 이야기를 나눌 때처럼 책을 읽으며 '맞아, 그래'하고 맞장구를 칠 수 있을 때 이 책 정말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이 책의 저자도 고뇌의 긴 시간들을 많이 보낸 탓인지 인간 관계라든지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해 좀 편안한 마음으로 약간은 무심한 마음으로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에 대해 기대를 하지 않고 살기가 얼마나 힘든지, 인간사로 고민을 많이 한 나에게는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대인관계에서 좋은 사람으로 보이려고 노력하다보니, 나를 죽여야 하고, 나를 죽이는 과정에서 큰 희생이 따라야 하고, 희생을 하니 보답을 바라게 되고, 보답을 바라게 되니, 트러블이 생기는 인간사를 담담하게 써 내려가는 것을 읽고, 나도 진작 이 책을 읽고, 눈이 틔였으면 좋았을 것을 그랬다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내 단점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욕(?)을 먹을 때는 고민을 많이 했는데, 이제부터는 내 단점때문에 고민하고 고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단점은 단점이고 장점을 더 키워 나가도록 노력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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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아직 한쪽 다리가 있다
주대관 글 그림, 송방기 엮음, 김태연 시 옮김, 송현아 글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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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기 전에, 주대관이라는 난치병을 앓던 아이가 자신의 병이 더 이상 손 쓸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동안 치료해주었던 의사와 간호사에게 감사의 인사말을 했다는 것을 어디선가 들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얼마나 야무지고 똑똑한 아이이기에 그런 어른스러운 인사를 헀을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느낀 주대관은 비록 9년이라는 짧은 인생을 살았지만, 오래 산 어떤 어른 못지 않은 넓은 생각과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을 가진 아이라는 것이었다. 어른들이 흔히 하는 말에 철 들면 죽는다고 하는 말이있는데, 대관이는 너무 일찍 철이 들어버려서 죽음을 빨리 맞이해야 했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림도 잘 그리고 시도 잘 쓰는 다재다능한 아이라 악마가 시기해서 빨리 데려갔나하는 아쉬움도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이 책을 주대관 군의 어머님이나 아버님이 바라본 시각에서 썼었더라면 대만판 가시고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거나 TV에서 투병생활을 하는 자녀를 두신 부모들을 볼 때면 딱하고 슬프다는 생각도 들지만, 한편 내 가족의 건강과 편안함에 안도와 감사를 하며 늘 같은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기회도 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공부해라, 말썽부리지 말아라, 말 잘 들어라, 하루 종일 아이들과 잔소리하고 씨름하는' 나같은 싸움꾼 엄마들도 자식의 건강함에 다시금 감사하고, 잔소리 그만 해야지, 말썽부려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주대관군의 부모님의 절절한 마음으로 썼더라면 지금 처럼 그냥 보고문같고 딱딱한 느낌을 주는 책이라는 생각은 안들었을 것이다. 문체가 너무 딱딱하고 작가의 감정이입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 이 책의 한 가지 아쉬움이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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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캔필드의 어머니를 위한 101가지 이야기 - 상
잭 캔필드 외 지음, 정경호 옮김 / 해바라기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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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고를 때 생각은 '분명히 그렇고 그런 좋은, 감동적인 이야기가 들어 있을 것이야, 연말에 차분히 정리하는 느낌으로 읽도록 하자' 였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훌륭한 내용이어서 이 책을 읽는 동안 내 어릴 적 생각, 내 아이들 생각, 시어머님 생각, 세상의 모든 엄마들 생각에 마음이 뿌듯했고, 행복했다.

난 어머니가 없이 할머니 손에서 컸는데, 어려서는 몰랐던 할머니의 사랑을 내 아이를 키우면서 새삼 느끼고 있다.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내가 내 아이들에게 조건없이 한 없이 주는 사랑에 놀라기도 하고 내 아이들은 제법 행복한 아이들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는 내가 어머니라는 사실이 자랑스럽고 내가 할머니에게 받은 사랑만큼 내 아이들에게도 베풀어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이 책을 읽는 동안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특히 '어머니의 가슴을 잠자리로 하고, 어머니의 무릎을 놀이터로 하고, 어머니의 정을 생명으로 삼는다'라는 불경의 한귀절이 인용된 부분을 읽을 때는 마음이 더 무겁고 심란했다. 그것은 바로 나처럼, 어머니라는 하느님을 대신해주는 존재를 갖지 못한 많은 고아들에게 대한 아쉬움이다.

어른이 된 나도 '엄마란 이렇게 좋은 것이구나'하는 것은 새삼 느끼며 사는데 너무도 많은 아이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어머니의 품을 떠나 살아가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

앞으로 나도 나이를 더 먹어서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이 되고, 경제적으로도 여유가 생기면 어머니의 정을 느끼지 못하는 많은 아이들에게 편지를 통해서라도 '아줌마의 사랑'이라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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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10
최명희 지음 / 한길사 / 199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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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이 얼마 남지 않은 요즘 독서노트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올해 읽은 책들중 가장 기억에 남고, 읽어서 보람이 있던 책은 '혼불'이었습니다. 연작으로 된 책들은 읽다 보면 술술 넘어가는 부분도 있고, 읽어도 읽어도 눈에 안 들어와서 읽기가 오래 걸리는 부분도 있어서 10권을 다 읽는데 20일 이상 소요되었지만, 너무 좋은 책을 읽어서 기뻤고, 작가의 박식함에 놀라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훌륭한 번역가가 정확하고 아름다운 말로 표현한다고 해도 신랑, 신부 초야 치루는 이야기며, 흰 죽을 맛있게 끓이는 법을 어떻게 그 느낌 그대로, 그 맛 그대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요즘 대학교 도서관에서 대출이 잘 되는 책은 판타지 소설이나 무협소설이라고 하던데, 우리의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특히, 대학 입학을 앞두고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우리 학생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엄청 박식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혼불 10권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을 꼽는다면

'사람들은 나라가 망했다, 망했다 하지만, 내가 망하지 않는 한 결코 나라는 망하지 않는 것이다. 가령 비유하자면 나라와 백성의 관계는 콩꼬투리와 콩알 같은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비록 콩껍질이 말라서 비틀어져 시든다 해도, 그 속에 든 콩알이 죽지 않고 살아 있다면, 콩은 잠시 어둠 속에 떨어져 새 숨을 기르다가, 다시 싹 터 무수한 열매를 조롱조롱 콩밭 가득 맺게 하나니...' 라는 부분입니다.

일제 점령기에도, 6.25 후의 폐허 속에서도, IMF 위기에서도 굳건히 버틴 우리 민족의 끈기를 말하는 것 같아서 매우 아름답게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10대에 읽었던 토지와 20대에 읽었던 태백산맥을 30대에 다시 읽으니 한 구절 한 구절 새록새록 새 맛을 느끼며 기쁘게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40세가 될 때 쯤, 혼불을 다시 한 번 읽고 싶습니다. 작가께서 오래 생존하셔서 10권 이후를 완성하셨다면 강실이의 미래나 효원의 굳센 모습을 볼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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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가 건너간 다리는 우리가 지나온 길보다 길다
주선 지음 / 홍진북스(중명출판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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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생각이 나는 시가 있었다. 천양희님의 '한마디'라는 시 중에서

내가 어린아이였을 때 어머니는 내게
'사람이 되어야지'란 말씀을 제일 많이 하셨다
...... 중략 ......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어머니는 내게
'알아서 해야지'란 말씀을 제일 많이 하셨다
....... 중략 ......

어머니 보시기에 내가 과연 사람이 되었을까
어머니 보시기에 내가 과연 알아서 하고 있을까

이 시에서처럼 내가 어렸을 때는 친구와 싸웠을 때나 학교에서 어려운 일이 있을때면 항상 어른들의 말씀을 듣고 내가 나아가야 할 길과 내가 취해야 할 행동을 결정하곤 했었다. 그러나 막상 어른이 되고 내가 내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할 나이가 되니 어디다 마땅히 하소연하고 상의하고 누가 나를 좀 꾸짖어 주었으면 할 때가 있어도 그럴만한 사람도 없었다.

이 책은 나에게 하지 말아야 할 행동과, 왜 내 감정대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하고 살아서는 안되는지를 자상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이 책의 저자도 속상하고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을 많이 겪으셨는지, 한 줄 한 줄 가슴에 와 닿게 설명을 해주고 나를 달래주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친절하게도 상대방이 나를 공격할 때 방어할 수 있는 말도 가르쳐 주고 있는데, [너의 부모님은 도대체 네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냐?]라는 말에 [난 할아버지 할머니 손에서 자랐어]나 [우리 부모님은 무례한 사람과는 상종도 하지 말라고 가르치셨지!]라고 반격하라고 한다.

지금까지 살아 오는 동안 이런 말을 딱 한번 들어본 일이 있는 나는 이 글을 읽으며 슬며시 웃지 않을 수 없었다.(시댁 식구한테 들었다...)

외국에서 들어온 처세술에 관한 책도 많지만 , 이 책은 그런대로 재미있고, 특히 화병이 날 정도로 참고 살아 온 인생의 선배들(여우)의 예를 읽으며 배울 점도 많았고 내 마음을 가다듬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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