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3.1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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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12월호 표지를 보니 벌써 올해도 그럭저럭 다 지나가고 있구나~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호답게 뒤돌아보고, 반성해보고, 의기충전해보는 글이 가득하다.

 

 

한해동안 내가 뭘 좌절했는지, 포기했는지, 한 발 앞서 나갔는지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만든다.

'이런 어려움이 나중에 약이 될 수도 있다'라는 긍정적인 믿음을 갖는 것 자체도 중요하고 한 번 이겨내면 분명히 전과는 달라지는 자신감이라는 것을 갖게 되기도 하니 너무 쉽게 좌절하지는 말자라는 '자신감'을 주제로 한 발행인의 글을 시작으로, 연장선상으로 읽어볼 만한 글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양은자의 다락방 책꽂이> 코너에서는 법륜 스님의 강연회에 갔다가 느낀점을 적었는데, 달리기를 하다 넘어져 무르팍이 깨지면 툭툭 털고 일어나서 빨간약을 바르는 게 아니고 왜 넘어졌을까, 넘어졌을 때 사람들이 웃었겠지? 그 생각만으로 가슴 찢어지게 아파하고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며... 인생이 한결 가벼워지게 마음 먹고 살아보자고 다짐했다는 글을 읽으며 나 역시 그녀의 다짐에 동참하는 다짐을 해본다. 법륜 스님의 <인생수업>의 한 구절을 덧붙여놨는데 긍정적인 마인드가 내 삶의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점을 잘 나타낸 글귀다.  『 무조건 잘될거라는 낙관이 아니라 '일어나버린 일은 항상 잘된 일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보면 어느 상황에서든 배울 수 있습니다

 

<씨뿌리는 사람들> 코너에서는 바이맘 이라는 기업을 소개하고 있다. 방한용 실내 텐트를 만드는 곳인데 에너지 빈곤 가구에 지원하는 용도로 냉골에서 며칠이나 굶고 있던 어르신네 집에도, 영하 40도를 밑도는 몽골에도 지원하는 착한 기업이다. 회사 이름처럼 엄마의 품을 닮은 기업으로 꾸준히 이어지길 응원해본다.

 

<양희 작가의 행복일기>너는 아프리카 이야기편을 끝내는 마지막 글이 실렸다. 아프리카에서 살다 가기로 한 날들은 딱 1년으로 예정했던터라 하루하루가 늘 새로운 날이자 마지막 날이기도. 『 이처럼 사탕을 아꺼먹듯이 하루하루를 살아온 적이 또 있었나?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이라며 시간을 함부로 쓰지는 않았나? 어떤 날이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간절하게 그러나 아름답게 살겠다는 다짐은 2014년을 선물처럼 받아들고 귀하게 살아야겠다는 다짐으로 끝을 맺는다.

 

<여우숲 일기> 코너의 김용규님도 전체적인 아듀 2013 맥락의 글을 남기셨다. 우리 삶에 필요한 세 가지 자세라는 제목으로 내 현재와 내 미래를 위한 소중한 말을 들려준다.

첫째, 삶은 지금에 머물러야 한다. 힘을 다해 살아내는 것이 우리의 의무다.

둘째, 모든 상황에는 길흉이 함께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삶의 국면이 변할 때마다 끌려다니지 않으려면 어둠을 잘 다루어 밝음에 이르게 하고 밝음을 어루만져 어둠을 건너야 한다.

셋째, 멈추지 말아야 한다. 먹구름이 몰려왔다고 멈추는 것은 어리석은 처신이다.

 

 

이번 12월호는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내려가기가 아쉬울 정도로 평소 특별히 애정했던 연재 코너들이 막을 내리는지라 아껴서 봤다. 그림이 이뻤던 <다정한 구멍가게> 코너도, <여우숲 일기> 코너도... 가슴에 따스함을 남겨주고 가는구나~

2014년에는 어떤 이야기로 매달 기쁨을 줄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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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 반띵
김승일.김엄지.박성준 지음 / 멘토프레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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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런 독특한 책을 봤나~ 

 

읽으면서 어색한 느낌이 살짝 들어 세대차이가 나는건가 그런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내 20대때나 이 저자들의 현재진행형 20대가 갖고 있는 문제의 근원은 같은데 그걸 글로 뱉어내는 코드가 내 입장에선 참 신선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허무개그를 보는 듯 어이없이 웃겨서 골때리는 부분도 많았고, 엉뚱한 상상력에 놀라기도 했고, 감정의 오물을 토하듯 슬픔 아니... 좌절감이 언뜻언뜻 비쳐지는 부분에선 가슴이 아프기도 했고.

 

 

《소울 반띵은 김승일, 김엄지, 박성준 세 명의 20대 청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김승일 저자의 글은 홍대에서 홍대 에세이를 쓰고 홍대에서 시를 쓰는, 홍대에 관한 이야기다.

원체 음악에는 관심이 없는 나로서는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인디밴드 이야기들이 나오는데도 지루하지 않고 유쾌하게 읽어낼 수 있었다. 반전의 묘미가 있다고나 할까. 평범한 사람들과 구분되고 싶어서 아직 발견하지 못한 것들, 아직 유명하지 않은 것들을 좋아했다는 김승일 저자. 맞아맞아, 꼭 그런 애들이 우리때에도 있었어 ^^

졸업작품으로 썼다 못 낸 희곡 <홍대>를 소개하면서 우디 앨런처럼 엄청 웃기고, 수다스럽게 하고 싶다는 저자의 말처럼 《소울 반띵》에서 그의 글은 정말 우디 앨런같은 느낌이었다. 홍대와의 인연이 참 깊은 사람... 좋아하는 것을 한 우물 파고 있는게 부럽기도 하다.

 

 

김엄지 저자의 글은 아..한마디로 표현을 못하겠다. 참 생경하면서도 현실적이다. 4차원적인 매력을 지니고 있는 저자같다.

뜻이 없는 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순간들, 그런 순간들의 이야기를 풀어내며 그녀의 친구와의 문자를 두고 '탄력적이고 지치지 않으며 의미와 답을 알 수 없는 대화' 같다는 문장처럼 저자의 글이 딱 그렇다. 내가 또는 다른 누군가도 겪을만한 일상의 주제가 이렇게 시니컬하게 표현될 줄이야.

 

 

 

박성준 저자의 글은 공부도 해야하고 돈도 벌어야 하는 20대 청춘 시인의 삶을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다.

시에 대한 정의를 말한 부분은 큰 공감이 됐다. '낭만보다 실존'이라며 현실과의 사투를 힘겹게 내뱉고 있는데 누이의 신병 이야기에서부터 신열을 앓는듯한 그의 글은 진중함을 보이면서도 신랄하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3년이나 걸렸다는데 초반에 쓴 글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그들의 말처럼 그들의 시대는 변하지 않는듯 하면서도 끊임없이 뒤돌아보며 조금씩 성장하고 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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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마디 말로도 박수 받는 힘 - 사람들 앞에 홀로 선 당신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
강헌구 지음 / 예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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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의 절대 법칙, 감동을 받게 하는 기술, 토크파워

비전 강연의 달인 강헌구 교수가 2000여회에 걸친 프레젠테이션 및 대중강연 경험을 토대로 터득한 열여덟 가지 감동의 기술을 풀어낸 책, 《단 한마디 말로도 박수받는 힘

 

학교에서 출석 부를 때 대답도 제대로 못하던 숙맥이었다는 저자. 처음부터 말 잘하던 성격, 재능은 타고나지 않았던 그가 어떤 부단한 노력을 통해 비전 강연의 달인이 되었는지 감동의 알짜배기 팁을 만날 수 있다.

 

 

강연의 고수들은 개소리 없이 곧장 핵심으로 들어간다.

자신감 있게 던지는 회심의 첫 한마디로 청중에게 신뢰감과 기대감을 줄 수 있다.

너무 멋진 말도 필요없고 그날 하고자 하는 내용 중 가장 중요하고 참신한 한 대목을 말하면 그만이다.

역시~ 이 책 역시 구구절절 끌지 않고 날카롭게 바로 찌르고 들어간다.

청중에게도 당신들에게도 꺼내들 수 있는 비장의 카드가 있다고 일깨워주는 비전을 전면에 내세운다.

여기서 청중은 자신에게도 새로운 가능성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며 집중하게 된다.

 

 

한 번의 강의에선 오직 하나의 메시지만을 던질 것

숨 돌릴 틈도 주지 않는 주의력 집중 방법과 그 주의를 지속, 유지시켜 집중시키는 방법

설교는 금물, 스토리에 굶주린 청중에게는 스토리텔링의 힘을 보여줄 것

사람을 감동시키는 능력인 카리스마와 열성적인 진지한 연기가 필요하다는 것

상상의 허를 찌르는 반전을 준비할 것

설득의 기술을 토대로 간단히 예, 아니오로 대답가능한 주고 받는 질문과 쌍방 작용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의 유용성

등... 저자가 소개하는 팁의 큰 줄기는 나도 저 정도는 아는건데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세세한 부분에서 판가름이 나는 것 같다.

 

 

이 모든 것의 기본에 깔려야 할 것은 단지 돈을 벌기 위해 강의하러 온 사람이 아니라

함께 고민하며 해답을 찾는 사람으로 청중에게 다가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

하루하루의 삶이 스토리의 생산이며 스토리의 생산이 설득력의 축적이다. 스토리의 축적은 바로 강사의 재산인 셈이다.

 

 

 

『 강연은 감동을 나누는 아름다운 의식이다. 강연장은 정보를 교환하고 돈을 주고받는 장터가 아니다.

강사는 감동의 씨앗을 뿌리는 농부다. 청중은 그 씨앗을 더 널리 퍼뜨리는 전도자들이다. 』 - p119

 

『 프로강사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인생의 프로가 되어야 한다.

자신만의 독특한 영역에서 연속적인 작은 성취를 축적하여 하나의 브랜드를 형성하고, 그 다음에 강사가 되어야 한다. 』 - p177

 

 

CEO와 직장인을 위한 토크파워 공식이라는 고성능 무기를 풀어내고 있는데

다양한 템플릿을 바탕으로 인트로 - 토픽 - 핵심메시지를 구성하는 방식이나

프레젠테이션을 하는데 있어서 놓치지 말아야 할 다양한 조언들은 실질적인 팁이라 유용하게 쓰이겠다.

 

현장에서 강의를 듣는것처럼 생생하다.

예시로 든 부분에선 저자의 주 강연 주제인 '글로 쓴 구체적인 비전'이 반복되어 책을 덮고 나면 나 역시 자연스레 가슴에 남아있는 단어가 되어 있을 정도로 책 구성 자체가 하나의 강연이다.

자기훈련을 시도하려는 사람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시작할지를 안내하기 위한 책 《단 한 마디 말로도 박수받는 힘》.

프로 강사를 목적으로 하는 이들만 봐야할 책이 아니라 자기소개를 하는 면접자리, 5분짜리 즉흥 연설, 15분짜리 비즈니스 프레젠테이션, 50분짜리 학교수업, 90분짜리 대중강연, 그 어떤 스피치에서건 사용가능한 바람직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팁이 가득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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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민음사 모던 클래식 64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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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과거의 유산이 아닌 살아있는 젊은 고전, 현재의 가장 생생한 세계문학 [모던 클래식] 시리즈 64번째 책이자

영화 <카운슬러>의 시나리오 작품인 코맥 매카시의 《카운슬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더 로드> 등 퓰리처상 수상작가로 미국 현대문학의 대표작가로 일컬어지는

코맥 매카시의 소설이 영화화된 적은 많지만 《카운슬러》는 그의 첫 번째 시나리오 작품이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영화화하면서 현재 드림팀급의 캐스팅으로 화제 중이다.

 

▲ 작가 '코맥 매카시'.

소설을 읽다보면 작가의 나이를 보고는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신감각적인 느낌이 물씬 드는데 할아버지 작가였다니~
 

반듯한 이미지 속에 숨겨진 허영심의 표상인 '변호사'를 중심으로

단 한 번의 실수로 약혼녀까지 위험에 처하게 한 '변호사',  타락한 사업가와 미스테리한 그의 여자 그리고 마약 중개인 사이에서

사라진 거액의 마약을 놓고 누군가의 배신 속에 물고 물리는 사건들이 주 스토리가 된다.

 

 

『 일단 한 면을 깎고 나면 두 번 다시 되돌릴 길은 없습니다. 합일체가 되고자 한 원래의 의도는 영원히 실현될 수 없게 되죠.

우리의 목표가 성취되느냐 마느냐는 처음부터 이미 결정되어 있다니 불편한 진실이 아닐 수 없죠. 』 - p19

 

『 아주 작은 부스러기 하나가 우리를 삼켜버릴 수도 있다. 어느 것 하나 그냥 넘기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해. 반드시. 』 - p49

 

『 소멸되는 모든 것은 똑같은 법이다. (중략)

이 말을 생각할 때마다 나는 순간순간을 열심히 사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의심이 들어. 』 - p57

 

『 친구가 자네를 위해 죽어 줄 사람이라고 믿는다면 자네는 그 어떤 친구도 사귈 수 없어. 』 - p123

 

나 자신의 삶. 나는 가진 게 별로 없어요. 보석 약간. 옷 몇 벌. 나의 순수함이 돌아오면 좋겠다고 상상하던 때가 있었죠.

순수라는 것을 가져 본 적이 있다면 말예요. 』 - p160 

 

 

 

멕시코 국경의 마약 전쟁, 살인 등 끔찍하지만 영화 주제로는 많이 등장했던 뻔한 마약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작가 코맥 매카시가 드러내는 이야기는 사뭇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인간에게는 항상 선택권이 있지만 도덕적 딜레마로 종종 잘못된 선택을 하며, 그 선택 때문에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하는 대가가 뒤따른다는 것. 오로지 인간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그 결과를 감당하느냐 못하느냐 정도일 따름이라며 인간의 본성은 선천적으로 선하지 않다는 것을 바탕으로 잔혹한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중간중간 터지는 잔혹함이 있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슬며시 다가오다 확 덮치는 전율을 만끽할 수 있는 시나리오 작품이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되고 있는 거지 하며 예측을 할 수 없는 상태가 겨우 몇 페이지를 남겨두고서도 아리송할 정도로 정교한 서스펜스 스릴러다. 책을 덮고 나서 잠시 뒤 은근슬쩍 소름이 돋는다.  

소설이 아닌 시나리오 작품을 읽는 느낌은 내가 직접 카메라를 든 것 마냥

배경까지도 세밀한 묘사들이 머릿속에서 실감 나게 그려지는 것을 만끽해보는 신선하고 독특한 묘미가 있었다.

소설다운 문체 없이 세세하지만, 꾸밈없이 군더더기는 배제된 강렬한 시나리오 작품 《카운슬러》와 이 시나리오 작품을 바탕으로 리들리 스콧 감독이 만든 영화 《카운슬러》를 비교해서 보면 쏠쏠한 재미가 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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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치산 대장 홍범도 평전 - 항일 무장투쟁의 영웅,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홍범도 장군의 장렬한 삶
김삼웅 지음 / 현암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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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리 대첩' 하면 김좌진 장군만 기억하는 우리는 역사 왜곡의 피해자다. 

민중의 영웅, 대한독립군 총사령관, 항일 무장투쟁의 독보적 존재로 재평가된 여천 홍범도 장군을 아시는지.

일본군이 '하늘을 나는 장군'이라고 부를 정도로 신출귀몰한 유격전술로 일본군을 격파해 명성을 날렸던 홍범도 장군의 이야기를 이제 들어볼 시점이다.

 

일제로부터의 조선독립은 무장투쟁으로 쟁취할 수 있다는 신념을 지녔던 홍범도.

항일 독립운동가들이 중국 동북 지역과 러시아 연해주 지역에서 벌인 게릴라 전술, 순수 항일 빨치산의 주역인 홍범도.

그의 척살대상은 일본군뿐만 아니라 일진회, 친일파도 포함되었다.

우리나라 무장독립투쟁에 큰 획을 그은 영웅이지만 그의 투쟁무대, 서거 지역, 동서냉전 시대 등 여러 상황이 올바르게 그를 알려지지 못하게 했다. 이미 한쪽으로 기울어진 편향된 역사 인식으로 그의 존재 자체가 없었다가 그나마 '봉오동, 청산리 전투의 영웅' 정도로만 소개된 지도 오래 지나지 않은 시점.

 

김상웅 저자는 우리나라 애국지사, 열사의 평전을 내는 데 노력하고 친일파, 부일 민족 반역자들의 기록들을 밝혀내며 많은 애국열사의 피나는 독립투쟁 과정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노력해 오고 있다. 이번에 또 하나의 숨은 영웅을 알려준다.

《빨치산 대장 홍범도 평전》 이 책은 2013년 10월 25일 홍범도 장군 서거 10주년을 기념하는 뜻에서 집필, 출간되었다.

이 책을 계기로 무장투쟁 역사의 재조명, 홍범도 장군의 위업이 올바르게 정립되길 희망한다.

 

'빨치산'이란 명칭은 당원, 동지, 당파를 의미하는 어원 parti 에서 유래된 partisan(파르티잔)을 말하며 비정규직 유격대를 칭하는 용어로, 군사적으로는 게릴라와 비슷한 개념이다. 해방 뒤 한국전쟁을 전후해 공산주의 계열 빨치산 활동으로 '빨치산'이라는 호칭 자체가 터부시 되고 금기어가 되었다. 이런 '연상 효과'는 평양에서 출생한 항일 빨치산 대장 홍범도 장군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남북에서 동시에 인정할만한 인물이지만 '좌파 독립운동가'로 치부한 남한의 역사는 그를 '망각의 독립군'으로 만들었다.

 

 

평민도 아닌 머슴 출신의 홍범도의 어린 시절 기록은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다. 홍범도는 나이까지 속여가며 군대에 나팔수로 지원했는데 당시엔 그저 생계 때문이었다. 그러다 임오군란 이후 서울의 치안과 경비를 평양 병력 일부에서 차출했는데 그 병력에 뽑혀 서울에서 근무하게 되기도 한다. 천부적으로 사격술에 재능이 있었다 한다. 하지만 부패한 군대 때문에 4년여간의 군인생활을 떠나게 하였고 2년간의 금강산 신계사에서의 생활은 스님들로부터 선사들의 구국 항쟁, 역사의식에 눈을 뜨는 개인적으로 중요한 시기가 된다.

 

홍범도가 의병운동에 나서게 된 시점은 단발령에서 김수협을 만난 1895년부터인데 무기를 얻기 위한 최초의 의병 전투는 동지 한 명과 단신으로 시작한 것이다. 산짐승을 잡으며 생계를 유지하던 산포수들의 의병부대를 조직해 활동하다 일본의 총포화약류 단속법에 따른 한국인의 완전한 무장해제 조치를 발단으로 산포수로서는 생업의 포기를 의미한 이 조치에 반발해 그대로 의병으로 전신하게 된다.

군대 복무경력에 오랜 포수 생활까지 더해져 그만의 유격전술을 구사하는 홍범도. 27세부터 40세까지 13년간 치른 초창기 의병활동은 치열했지만, 가족을 인질 삼아 회유책도 쓰는 등 집요하게 계속되는 일제의 탄압으로 국내에서는 더는 항일전을 수행하기 어려운 실정에 이르러 결국 국내에서 쫓긴 의병들은 국경을 넘어 만주, 러시아로 들어가게 된다.

 

 

1919년 3월 1일 만세 시위가 국내에서 일어나면서 이후 대한국민의회가 결성되고 군무부 병력을 기초로 대한독립군이 창건되며 대장 홍범도는 국내진입작전을 감행한다. 이전까지는 항일전 의병전쟁의 양상이었다면 이 시기부터는 본격적인 독립전쟁의 성격을 띠게 된다. 대규모 독립전쟁수행을 위한 독립군 부대의 연합이 만들어지고, 홍범도가 지휘한 대한독립군이 봉오동 전투 수행한다. 이는 일본군이 독립군에 참패를 당한 역사적인 전투다. 현대무기를 무장한 일본군 1대 대대를 섬멸시킨 대첩. 이는 4개월 뒤 청산리 대첩을 이끌게 되는 독립군의 사기진작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와 동시에 홍범도는 '독립군의 영웅'이 되는데, 역사적인 청산리 전쟁은 일본군의 보복, 도발로 시작되었다. 청산리 전투는 6일간 크고 작은 10차례에 걸친 전투로 첫 승리는 북로군정서 군의 김좌진 장군이, 두 번째 전투는 홍범도 연합부대가 해내며 10전 10승의 위업을 달성한다. 국치 이래 가장 빛나는 청산리 대첩이었다. 일제 강점기 봉오동, 청산리 대첩을 통해 독립군은 국민적 자존과 결기를 보여 주었다.

 

 

무장독립전쟁에 투신한 지 14년 차, 53세 나이에 러시아령 이만으로 부대를 옮기게 되는데 일본군을 격퇴하기 위해서는 소비에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일본의 대대적인 학살 이후 활동 근거지를 상실한 무장독립운동가들이 속속 이곳으로 오게 된다. 만주 독립군과 러시아령 빨치산 부대가 통합되어 '대한의용군'이 결성되었으나 이후 러시아의 정치 상황, 국제 정세 변화 등으로 민족파, 준공산파 혹은 공산파의 충돌이 벌어지게 된다. 홍범도는 이념형 지도자는 아니었기에 중도적 위치에서 조정역을 맡았으나 레닌으로부터 받은 선물, 레닌이 친필 서명한 '조선군대장'이라는 증명서 때문에 해방 후 한국사회에서 그가 배척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자신의 의지와 선택에 따라 군사를 조직하고 전략을 세워 일제와 싸워왔던 홍범도. 하지만 이제는 그럴 수 없는 처지에 좌절과 울분의 세월로 노년을 보내게 된다. 역전의 항일 투사 홍범도의 노년은 세계사 초유의 사태인 스탈린의 '민족 강제 집단 이주' 정책으로 중앙아시아로 추방당하면서 더욱 불우해진다. 75세의 나이로 해방 2년 전에 눈을 감게 되는 홍범도의 묘는 아직 카자흐스탄에 쓸쓸히 남아있다.

 

읽는 내내 가슴이 먹먹하고 무거워진다.  한국독립사의 청산리 대첩에 아예 참가하지 않았다는 이범석의 역사 왜곡, 공산주의 계열 빨치산으로 인한 순수 항일 빨치산들의 배척은 우리가 배워왔던 역사를 다시 돌아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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