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정리가 힘이다 - 불편한 관계를 비우고 행복한 관계를 채우는 하루 15분 관계 정리법
윤선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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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장례식엔 과연 몇 명의 사람을 초대할 수 있을까...? 장례식에 와 줄 정도로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위해선 그저 숫자만 많은 주소록은 의미가 없습니다. 원하는 사람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어떤 사람들을 비워낼지, 어떤 것을을 함께 나눌지, 어떤 사람들을 나의 인맥으로 채워 넣을지를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 이것이 바로 "관계 정리"입니다.


 

 

 

 

관계 정리라고 해서 끊어내는 정리의 의미가 아닙니다. 신뢰할 수 있는 인간관계를 쌓아가는 정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자신의 외로움을 들여다보고 관계 속에 숨어있던 '할 수 없이' 했던 일을 되짚어봐야 합니다. 인맥이 주는 혜택의 진정한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관계 정리의 최종목표는 행복입니다. 혼자 외롭기보다는 누군가와 함께 행복해지는 것 말입니다.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당신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싶은가?

당신에게 잘 어울리고 당신을 행복하게 해줄 인간관계 방법은 무엇인가?

《관계 정리가 힘이다》에서는 이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좋은 관계란 무엇일까요. 인맥이란게 도대체 무엇일까요. 좋은 관계의 조건은 무엇일까요.

관계의 지속 시간이 아닌 '특별한 의미'를 주는 관계여야 한다고 합니다. 시간과 특별함은 꼭 비례하는 것이 아니기도 하고요. 나에게 관계는 어떤 의미인가를 살펴보려면 자신이 본받고 싶은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해보면 관계의 의미가 자연스럽게 드러난다고 합니다. 누군가에게는 관심을 가지고 공유하는 것일 수도, 누군가에겐 다양한 사람을 통해 활력을 얻는 유쾌함일 수도, 내가 죽었을 때 장례식에 와서 울어줄 사람일 수도...... 이렇게 관계의 의미를 들여다보면 관계의 변화를 위한 자신만의 관계 규칙이 수립됩니다.

 

『 "어떻게 하면 이 관계를 오래오래 유지해나갈까?"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관계를 특별하게 만들까?"라는 질문을 할 때 관계는 빛나기 시작한다. 』 - p65

 

인맥이 많아졌을 때의 가장 큰 문제는, 정작 가장 소중한 사람들에게 소홀하기 쉬워진다는 것입니다. 이건 블로그를 하면서 특히 공감하는 부분이기도 했어요. '오는 사람 막지 않는다'라는 것은 생각해볼 문제라는 것입니다. 관계는 다다익선이 아닙니다. 통제할 수 있는 양의 관계를 갖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합니다. 

 

 

 

 

주소록 그룹 분류를 새롭게 정의하는 제안은 신선했어요. 관계를 새롭게 정의하고 의미를 만들어내는 일이었습니다.

 

 

 

 

나의 VIP는 누구인가, 평소엔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지만 나의 중요한 이방인은 누구인가.

나를 둘러싼 관계를 여러가지 관점에서 점검해봐야 합니다.

 

나에게 에너지를 빼앗아가는 사람이 누구인지를 아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착한 사람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자고 합니다. 낡은 관계를 비워내고 '설레는 사람'을 만나며 새로운, 건강한 관계를 채워보자고 합니다. 이런 관계를 위한 다양한 실질적인 전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연말에 10대 뉴스처럼 한 해의 인맥을 고마운 분, 새로 만난 분, 미안한 분으로 나누어 선정해 관계 결산을 해보면 한 해의 관계를 한 눈에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감사와 겸손의 마음이 솟아나기도 합니다. 훨씬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방법들은 사람이 가장 친분관계를 잘 유지할 수 있는 한계가 150명이라는 '던바의 법칙'을 고려하며 인맥관리에 대한 신중한 의사결정을 제안합니다.

 

 

 

 

대화하는 법에서 명함 정리 스킬, SNS 관계까지... 부록으로 마련된 <관계 정리 100일 프로젝트>의 미션을 따라하다보면 스스로가 생각하는 관계의 의미에 만족하는 수준에 도달하지 않을까 합니다.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관계 정리의 시스템과 솔루션으로 나의 현재 관계를 살펴보고, 내가 진짜 원하는 관계 규칙을 수립하고, 나를 괴롭히는 관계를 비워내고 설레는 관계를 채워 관계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하루 15분 정리의 힘》 책에서 이미 언급되었던 인맥 정리의 실천편에 해당하는 《관계 정리가 힘이다를 통해 내 관계 습관을 되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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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앉다 - 삶의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
샬럿 조코 백 지음, 안희경 옮김 / 판미동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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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스리고 정신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불교 내 다른 전통적 방법과 심리학적 방법을 병행한 평상심 선종의 주창자인 '샬럿 조코 백'의 설법이 담긴 가만히 앉다》. 미국 1세대 불자들에게 정신적 스승이라 불리며 미국에서 선의 발전에 큰 족적을 남겼고 2011년 입적하셨네요.  

 

저자는 ​보통의 인간관계 속에서, 커리어와 야망의 딜레마를 털어놓는 것이 바로 참선이라고 말합니다. 커리어 우먼이었던 조코는 전통 일본 선이 가진 가부장적인 면을 벗어나 권위나 자기중심적 독단 없이 참선을 가르쳤습니다. 미국의 풍토에 스며드는 현대인의 기질과 생활방식에 맞춰 고유한 선을 발전시켜 나갔습니다. 조코는 느리지만 건강한 수행을 선호합니다. 자신들의 삶 속에서 수행할 수 있는 그들만의 길을 찾게끔 안내합니다. 이 책은 조코의 법문을 간추려 놓은 선집이라고 보면 됩니다. 정규법문과 비공식적 문답이 엮여져있습니다.

 

『 우리에겐 자기중심적인 마음이 있어 자신을 많은 문제 속으로 들여보낸다,. 스스로 생각하는 방식에 오작동이 일어날 수 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인간이 받은 가장 위대한 축복인 '자체 인식 능력'은 오히려 우리를 몰락시키는 원인이 된다. 』 - p25

 

 

누구나 삶의 어떤 지점에서 사는 것이 힘들고 당혹스러우며 숨 막히는 것임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가 삶을 대하는 맨 처음 단계는 외부에서 해법을 찾는 전형적인 수준에서 시작하며 그런 다음에는 한 단계 나아가 이런 식의 사고를 약간만 좇게 됩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마지막에는 마침내 내면으로 돌리게 되는데 불행하게도 이 정신적 추구단계에서 조차도 이전 방식을 그대로 가져오려고 한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참선 등 수련을 하면서도 평소 가졌던 생각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깨달음에 대한 모든 것을 이해한다면 난 행복해질 거야.', '정말이지 해탈을 조금만이라도 경험할 수 있다면 행복할 텐데.' 처럼 제한적인 관점에 갇혀 있는 상태라는 것이죠. 깨달음은 도달할 그 무엇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을 내려놓는 것이라고 합니다. 참선을 통해 온 정신을 차려 생활하는 방법을 배워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러려면 '바로 지금 여기'에 집중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에 집중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주의할 것은 수행을 하면서 변화를 바라며 어느 곳에 도달하려는 것, 이것조차 욕망이며 오류라고 합니다. 머릿 속 생각에 사로잡혀 휘둘리는 세상을 떠나야 합니다. 그런 능력을 기르고 힘을 키우는 것이 '수련'의 참의미입니다. 이는 인간으로서 삶의 품격을 완전히 탈바꿈하는 일이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가운데 으뜸이라고 말합니다. '그저 거기에 있는다'를 실천하려면 각각의 생각에 이름표를 붙이면 자기 자신을 제대로 알게 된다고 합니다. 우리 삶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우리의 삶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인지할 수 있도록 세세하고 꼼꼼하게 생각을 분류하면 결국 고요히 가라앉게 된다고 합니다. 결국 이것은 자기중심적인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기에 진정한 수행에는 엄청난 용기가 필요할겁니다. 그동안 상자 속에 감춰뒀던 모든 것과 마주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 가장 어렵고 교활한 건 다름 아닌 우리가 생각하는 '정신적' 진실이라는 허상이다. 우리는 거기에 매달려 집착한다. '정신적'이라고 불리는 것에 매달린 집착이야말로 활동력이 왕성해서 오히려 정신적인 삶을 훼방 놓는다. (중략) 스스로 어떻게 되어야 한다거나 타인들이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그림을 갖고 있다면 집착하는 것이다. 』 - p351

 

삶과 관련 있는 참선 수행에 관한 질답, 좌선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문제들, 매 순간 현재에 머물 수 있는 방법, 수행의 올바른 방향, 정신적 수행이라 불리는 영역에서 잘못된 오류와 해석들 등을 이야기하며 집착 없는 수행이야말로 군더더기 없이 단출한 진정한 삶을 위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방석 위에 몸을 붙들어 놓음으로써 그 시간만큼이라도 마음의 습관을 굴리지 않으려는 노력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가만히 앉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삶과 마음공부를 병행할 수 있는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방법을 제시하며 매 순간 일상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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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는 화장품을 미워해 지구를 살리는 어린이 4
태미라 글, 김재희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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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같은 그림의 표지만 딱 봐도 흥미를 끌죠? 지구를 살리는 어린이 시리즈 네 번째 《토끼는 화장품을 미워해》는 동물권리와 환경실천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어린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접할 수 있게 하는 책입니다. 

 

 

쓰레기 다이빙, 로드킬, 레드리스트, 공장식 농장, 리핑버니 등 동물과 환경에 관한 관련용어도 많이 나오는데 주인공 어린이 사또와 보나의 일상생활을 통한 다양한 에피소드속에 이런 이야기들이 숨어 있어 어렵지 않게 익힐 수 있습니다. 거기에 우리가 모르고 있던 숨겨진 비밀이라든지 잘못 알고 있었던 것들을 잘 짚어주고 있어요.


 

무조건 새것만 찾다보면 이 지구 자체가 쓰레기장이 될 거예요. '쓰레기 다이빙'이란 무심코 버려지는 쓰레기들중 먹고 쓰는데 지장없는 물건들을 모아 다시 사용하는 환경실천운동의 하나입니다.


 

동물을 좋아하나요? 그저 겉모습만 보고 일시적인 호기심만 가지고 섣불리 대하면 안 돼요. 동물은 사람의 장난감이 아니라 평생 짝이되는 친구 같은 동물이라는 뜻의 반려동물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합니다. 하루에도 약 140마리가, 1년에 약 51,000마리가 버려진대요. 사또와 보나가 쓰레기장에서 만난 유기견을 통해 반려동물의 의미와 입양에 관해 배우게 됩니다.

 

『 독수리랑 앵무새는 아니어도 한 번쯤 새를 키워 보고 싶었다는 사또에게 새 할아버지는 온 동네 새들과 친구가 되어 보라고 했다. 온 동네 새들과 친해지면, 한두 마리 새를 사는 것보다 많은 종류의 새들을 만날 수 있으니 훨씬 멋진 일 아닌가! 』 - p30

 

산에 가서 '야호' 하거나 큰 소리를 내면 안 된다는 것을 제대로 배웠네요. '야호'의 유래를 읽으니 그저 호기롭게 '야호'하며 외칠게 아니구나 싶네요. 야생동물은 우리 일상생활에서 좀 떨어져 있다보니 그만큼 체감을 하지 못했던게 사실입니다. 동물들이 다니던 길에 도로를 만들면 결국 로드킬이 늘어나게 되고 그건 동물들만 피해를 입는 것이 아니라 운전하는 우리 사람에게도 큰 일이 되는거랍니다. 사람과 동물이 서로 공존할 수 있는 방향을 마련해야 합니다.

 

『 사람들은 우리 암탉이 알 낳는 기계로만 보이나 봐. 우리도 살아 있는 동물인데. 』​ - p72

시골에 간 사또와 보나는 지구의 청소부이자 기름진 흙을 만들어내는 지렁이 이야기, 야생동물과 로드킬 문제 그리고 공장식 농장에 관해 알게 됩니다. A4용지만한 크기에 갇혀 알만 낳는 암탉 이야기는 씁쓸합니다.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던건데 어린이 눈높이에 맞춰 잘 풀어내고 있네요.

 

 

동물 이야기에서 빠질 수 없는 또 하나의 아픔이 바로 동물실험이죠. 먼저 언급한 공장식 농장과 동물실험에 관한 에피소드를 통해 동물은 동물답게 살 권리가 있다는 동물권리를 배우게 됩니다. 더불어 천연화장품의 효과가 있는 개흙을 통해 우리나라 갯벌의 가치를 알리고 있어요.

 

참, 서식지 파괴와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입양할 수 있다는거 아세요? 진짜 동물을 입양하는 것은 아니고 가상으로 입양해 후원을 하는 형태입니다. 세계자연보호기금(WWF)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지금 지구에서는 20분마다 1종씩 생물들이 멸종되고 있어요.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보고서를 보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동물도 많이 포함되어 있더라고요. 사자도 자생지 멸종상태더군요. 보호시설 또는 인위적 환경에서만 살고 있어서 우리가 느끼지 못하고 있었을 뿐이지요. 이러다간 미래의 아이들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동물들을 멸종된 공룡보듯 생명의 역사 중 한 부분으로만 알게 될지도 모르겠네요.

 

이 엄마도 이 책을 통해 많은 걸 다시 한번 생각해봤습니다. 얼핏 들어서 알고 있던 부분은 더 자세히 알게 되었고 몰랐던 부분을 새롭게 알게 된 것도 많았어요. 꼼꼼하게 잘 다루고 핵심을 잘 짚어주고 있어서 알찬 책입니다. 뭐니뭐니해도 만화풍 그림이지만 '착한' 그림이 마음에 들었고요. 수준, 내용, 구성방식 소홀함이 없어서 이 책 덕분에 <지구를 살리는 어린이>시리즈의 다른 책도 급관심중입니다. 초등용 환경도서로 강추!!

 

 

우리는 동물들의 주인이 아니예요. 이 지구의 주인이 아닙니다. 자연이 오염되면 먹이사슬에 의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국 우리 인간에게로 돌아옵니다.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그린 프로젝트를 오늘 온 가족이 모여 함께 계획해 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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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 스티븐 제이 굴드 자연학 에세이 선집 3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음, 김동광 옮김 / 현암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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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생물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 스티븐 제이 굴드 자연학 에세이 선집 3탄 <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는 굴드의 저서 중 최고로 평가 받는 책이라고 합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는 생명의 역사에서 '우연'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진화가 점진적이지만은 않으며 갑작스럽게 일어날 수 있다는 이론주의자였어요. 생전에 굴드는 '과학의 대중화 운동'에 적극적이었는데 사회적, 역사적 맥락 속에서 과학을 이해해야 한다고 보며 왕성한 저술활동을 했던 과학자입니다.

 

<스티븐 제이 굴드 자연학 에세이>는 굴드가 1974년부터 2001년까지 27년간(암 투병을 하던 시기에도 계속) 매달 <내추럴 히스토리>에 연재했던 300여 편에 달하는 글이고요, 현암사에서 계속 출간 예정입니다. 현재까지 《여덟 마리 새끼 돼지》, 《플라밍고의 미소》, 《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세 권이 나온 상태입니다.

 

 

알기 쉬운 과학을 위한 굴드의 노력은 전문용어를 최소화하고 모호하거나 모르는 부분을 건너뛰지도 않아, 과학 글쓰기의 표본으로 일컬어질 정도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어요. 진화, 자연의 기묘함, 조롱거리가 되었거나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일부 사례의 오류들, 각종 논쟁 등을 작고 진기한 주제에서 가지를 쳐 다양한 연관성을 늘리며 뻗어나가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책 제목이기도 한 '힘내라 브론토사우루스'편을 소개해볼게요.

국제동물명명규약에 따라 동물에 이름을 붙이는 규칙에 관한 이야기인데요. 18세기 중엽 전세계 과학자들이 공유하던 유일한 언어 라틴어가 생물의 공식명칭으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종은 거의 매일같이 발견되고, 과거의 오류를 교정하고 새로운 정보를 추가할 때마다 오래된 명칭은 바꿀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개념이 변화할 때마다 이름을 바꿀수도 없고요. 그래서 명명 규칙은 최대한의 안정성과 최소한의 혼란을 요구하는 기본 원칙을 세우게 됩니다. 하지만 적절성, 우선성, 전권규칙이라는 시스템 속에서도 분류학 규칙과 우선권 원칙을 둘러싼 논쟁 중 문제를 일으킨 사례로 바로 이 브론토사우루스에 관한 이야기를 꺼냅니다.

이는 '브론토사우루스 대 아파토사우루스'의 문제였는데요, 미국우정공사가 발행한 공룡우표에 대중의 인식에서 가장 전형적인 초식공룡이 포함되는데 브론토사우루스라는 이름을 표기했었어요. 그런데 문제는 브론토사우루스보다 더 앞선 명칭이 있었다는겁니다. 아파토사우루스예요. 당시 우선성 원칙이 동물명명법상 지배적이었는지라 아파토사우루스라고 표기를 했어야 하는데 브론토사우루스라는 이름을 사용하게 되었죠. 

 

이 사건은 척추동물 고생물학 역사에서 가장 악명 높은 불화인 '코프'와 '마시'라는 두 인물간 반목의 직접적인 유산이라 합니다. 두 사람은 가능한 한 많은 명칭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우선성 원칙에 따라 매번 출간을 엄청나게 서둘렀었다고 하네요. 아파토사우루스와 브론토사우루스는 같은 생물이란것이 밝혀지기 전, 아파토사우루스라는 이름이 먼저 사용되었고 이후 (다른 생물이라 생각한 골격 표본에) 론토사우루스 이름이 붙여졌던겁니다. 단지 크기가 다른 표본일 뿐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지라 결국 아파토사우루스 명칭에 우선권이 있는 셈이죠.

 

그러다 브론토사우루스 명칭이 우표에 사용되면서 대중매체에서 과학이 어떻게 비치는가의 문제점을 잘 드러낸 사건이라 합니다. 핵심을 피하고 아파토사우루스보다 브론토사우루스 이름이 대중에게 더 알려져있었다는 이유를 논쟁 핵심으로 잡았던 당시 상황을 굴드는 지적하고 있어요. 역설적이게도 그 소동때문에 아파토사우루스라는 이름이 오히려 널리 퍼지게 되었으니 그렇다면 브론토사우루스의 타당성은 인정받기 힘들어지게 되어버린게 아닌가하고요.

 

이런식으로 굴드는 논쟁의 핵심을 짚어주고 상기시켜줍니다. 이 에세이들을 쓰는 이유가 일차적으로는 그 스스로의 학습을 위해서라고 말했을 정도로 역사, 예술, 문학 등 인문학적 소양을 겸비한 과학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어요. 굴드의 에세이는 말 그대로 '쩌는' 이야기들이 참 많습니다. 자연, 생명의 신비로움 외 과학과 종교 문제도 다룹니다. 사이비 과학과의 경계를 짓는 것과 동시에 과학 역시 타 영역을 넘어서는 것은 안된다고도 말합니다.

굴드의 글을 찬찬히 읽다보면 사고방식이 묘하게 끌리는데 한 진영과 다른 진영의 정당한 영역을 인정하면서 인간의 선호, 경향, 편향을 지양하며 그가 항상 말해 온 과학적 사고방식을 에세이를 통해 스스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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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 다람쥐 율리시스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K.G. 캠벨 그림, 노은정 옮김 / 비룡소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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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뉴베리상 수상작인 《초능력 다람쥐 율리시스》는 아동 도서계의 노벨상이자 미국 아동문학의 대표 문학상인 뉴베리상을 받은 책이어서 믿고 봤어요. 드라마 별그대때문에 더욱 유명세를 탄 <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의 작가 케이트 디카밀로의 신간입니다. 사실 이 작가님은 예전부터 유명한 분이셨어요. <작은 영웅 데스페로> 라는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제작된 <생쥐 기사 데스페로> 작가세요. 《초능력 다람쥐 율리시스》는 문학성 있는 작품이 가득한 [비룡소 걸작선] 시리즈에 포함되었네요. 초등 중~고학년과 청소년이 읽기 좋은 작품들이 가득합니다.

 

 

 

 

 

냉소적인 성격을 타고났다고 믿는 소녀 '플로라'와 우연한 사고로 초능력을 갖게 된 다람쥐 율리시스의 모험이 펼쳐지는 《초능력 다람쥐 율리시스》. 부모의 이혼으로 로맨스 소설가인 엄마와 함께 사는 플로라는 평소 자기에게 신경을 덜 쓰고 잔소리만 하는 듯한 엄마에게 은근 불만을 가지고 있어요. 어느 날 옆집의 고장난 진공청소기에 빨려들어간 다람쥐를 구하게 된 플로라. 그 사고로 털은 홀라당 빠져버렸지만 청소기를 들어올리는 괴력을 발휘하고 머리도 똑똑해진 다람쥐와의 동거가 시작됩니다. 진공청소기 이름을 딴 율리시스라는 이름도 붙여주고요.

 

 

 

 

 

플로라는 평소 초능력 영웅 만화에 푹 빠져있었어요. 만화책에서처럼 자기가 생각하고 내뱉는 말이 말풍선으로 둥둥 떠오르는 상상을 하며, 자기가 즐겨봤던 만화에 나온 이야기를 바탕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도 하고요. 엄마 몰래 다람쥐와의 비밀스런 동거가 시작된 그날 밤, 다람쥐는 밤새 엄마의 타자기로 시를 쓰기도 해서 플로라는 율리시스가 초능력 다람쥐라고 믿고 싶어졌죠. 초능력 영웅처럼 못된 악당을 무찌르고 약한 자를 도와주는 그런 영웅이 될 거라고요. 하지만 그런 영웅의 철전지원수가 된 사람은 다름아닌 다람쥐를 죽이라고 하는 엄마네요.

 

 

 

 

 

 

플로라와 다람쥐의 입장이 반복되며 이어지는 전개는 괴력은 생겼지만 말은 못하는 저 다람쥐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걸까 그 속내를 들여다볼 수 있어서 독자로 하여금 공감대를 더 많이 끌어냅니다. 말은 안 통하지만 고개를 끄덕이며 플로라와 소통하는 다람쥐 율리시스. 플로라에게 율리시스의 존재란 자기 옆에서 말없이 지켜주며 공감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든든함의 상징이었지 싶어요.

 

하지만 천성이 냉소적인(냉소적이라고 믿는) 플로라는 "섣부른 희망을 가져선 안 돼. 그냥 잘 지켜 봐." 라는 말로 언제나 상황에서 한발짝 물러나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다람쥐 율리시스는 플로라가 겪는 부모와의 관계, 이웃집 소년과의 관계 등 다양한 관계를 관찰하는 입장에서 자기가 듣고 보는 이 모든 생각들과 감정들로 무엇을 해야 할 지 고민하면서 보호받지 못하는 이들을 보호해 줄 것이고, 약한 이들을 지켜줄 거라고 결심하네요. 하지만 플로라의 엄마와 다람쥐 율리시스의 관계는 엄마가 다람쥐를 처리하려고 플로라 몰래 다람쥐를 납치하면서 이 이야기는 클라이막스를 향해 갑니다. 다람쥐 입장에서도 예전에 숱하게 겪었던 위험들은 시시할 정도로 지금 닥친 상황이 아프게 와닿습니다. 이제는 잃을 것이 훨씬 많아졌기 때문이죠.

 

 

 

 

 

 

 

이렇게 얽히고 얽힌 상황은 결국 해피엔딩으로 풀리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다람쥐가 플로라를 위해 바친 시는 감동이었어요. 게다가 다람쥐 사건을 통해 엄마의 마음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고요. 엄마 입장에서는 딸이 사랑받지도 못하고 세상의 외톨이가 되어 버리는게 싫었기 때문에 다람쥐에게 말을 건내는 딸의 모습이 불안하게 느껴졌을지도요. 그렇다고 딸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그 마음을 엄마 스스로도 표현하지 못했었고요. 플로라와 엄마의 이야기 외에 플로라 옆집에 잠시 살게 된 또래 소년 윌리엄의 이야기도 인상깊어요. 심한 트라우마로 일시적인 시각장애가 왔다고 스스로 믿는 이 소년 역시 그의 마음 속 응어리진 실타래를 풀어야 했던겁니다.

 

 

 

 

무조건 혼자 할 수도 없고 퍼주기만 할 수도 없고 기대할 수도 없는 사랑. 서로의 입장을 너그러이 이해하고 수용하는 마음과 더불어 그간 소홀했던 사랑의 표현을 이제는 할 때가 된 것입니다. 다람쥐 율리시스를 통해 한 가족에게 기적같은 치유가 일어납니다. 마음의 치료사같은 케이트 디카밀로 작가의 책은 유쾌하고 통통튀는 리듬감 속에 숨어있는 감동 스토리가 유난히 잔잔하게 오래 가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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