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미유 형사 베르호벤 추리 시리즈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서준환 옮김 / 다산책방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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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하고 냉담한 시선과 긴박한 전개방식의 피에르 르메트르 문체가 꽤 마음에 들었네요. 그간의 독서인생에서 소설파트의 비중이 약했던 저로서는 이런 풍이 나하고 은근 잘 맞구나라는걸 다시한번 깨닫게 해 준 책일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2013년에 프랑스 최고의 문학상 공쿠르 상을 수상한 피에르 르메트르 작가의 대표작이기도 한 '형사반장 카미유 베르호벤 3부작'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 《카미유》.

이렌, 알렉스, 카미유에 이어 번외작 로지와 존까지... 땅딸보 형사 카미유가 파헤치는 사건을 다룬 이 시리즈는 서스펜스 미스터리 소설로 출간 순서 상관없이 읽어도 전혀 문제없이 읽을 수 있어요.

 

파리 경시청 강력반 반장 카미유쉰 살이 넘은 나이에 머리도 벗겨지고 키도 겨우 145센티미터인 주인공입니다. 아... 이왕이면 꽃미남 형사였다면 로맨스가 나와도 뭔가 더 아련했겠지만, 현실의 세계로 돌아오자구요 ^^

 

형사 카미예전에 아내가 살해당했던 (이렌 작품에 나옵니다) 비극을 겪은 인물입니다. 이렌을 잃은 충격과 비애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이렌 없이도 버티도록 해줄 만한 새 여인이 등장하는데 바로 이번 《카미유》 작품에 등장하는 '안' 이라는 여성입니다. 그런데 또 다시 카미유에게 재난이 닥치게 되네요. 금은방 강도사건이 일어났는데 하필 그 주변에 있던 안이 무자비하게 폭력을 당하고 집요하게 총격을 받게 되며 이야기는 진행됩니다.

 

『 비극적 숙명은 안도하는 사람을 덮치길 좋아한다. 안도의 눈길로 세상을 바라볼 때만큼 비극적 숙명이 엄습하기 좋은 순간도 없다. 그리고 그 순간, 그것은 마치 우연처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개입한다. 』 - p15

 

불시에 재난을 맞을 때 겹치는 우연이란 언제나 무작위적인 법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연쇄 상황에 휘말려 톱니바퀴처럼 엇물려 굴러가는, 사태의 진행에 가속이 붙는 시점에 다다르면 단 몇 초만 어긋났었더라면 하는 가정을 뒤늦게 하게 되지요.



형사, 안, 범인... 등 각 등장인물의 시점에서 이야기하는 전개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사건의 진상을 예측하는데 더 흥이 나게 해줍니다. 카미유가 이 사건을 파헤치고는 있지만, 독자는 다른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행동을 함께 볼 수 있어 형사 카미유가 놓친 무언가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며 카미유보다 한 단계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이 역시 반전이... 두둥~!



범인은 끝끝내 '안'을 죽이려드는데 급박한 상황 속에서 카미유는 과연 '안'을 지켜낼 수 있을까요. 각종 규정 위반까지 하면서 '안'을 노리고 있는 살인마에게 한발 다가설 수 있을지.......

 

이렌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을 가진 형사 카미유로서는 특히나 이번 사건은 감당하기 버거운 심리상태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모든 게 낱낱이 밝혀질 때까지 확인하고 검증하려드는 강박증 상태가 되기도 했고요.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또 다시 회피하고 말았다는 자책감이 생길 것을 두려워했기 때문입니다.

 

불과 이틀동안 세 번씩이나 결정적으로 죽을 고비를 넘기는 '안'을 보며 범인은 왜 그렇게도 집요하게 그녀를 표적삼아 죽이려드는지, 범행동기는 여전히 오리무중이고, 수사 과정에서 그녀에 대해 아는게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며 유령이나 다름없는 존재인 '안'에 대한 의문까지. 진상의 내막은 과연~!!



시간대별로 진행되는 스토리는 촌각을 다투는 긴박한 사건을 더욱 흥미진진하게 만듭니다. 두툼한 두께를 자랑하는 책이지만 단 삼일간의 행적을 담은 이 책은 중간에 놓기 힘들어 점점 끝이 보이는게 아쉬울 지경이었네요. 《카미유》 부제가 "모든 게 다 끝난 줄만 알았다..." 인데 책을 덮고나서 이 문장이 제대로 이해되는군요. 피에르 르메트르 작가 시리즈는 다 모아서 읽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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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쟁이 부자는 없다 - 28세 18억 젊은 부자, 7년간의 돈벌이 분투기
김수영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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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세에 18억 젊은 부자라는 타이틀이 눈길을 끕니다. 부러운 마음이 들면서 한편으로는 시샘이 살짝. 도대체 뭘 어떻게 했길래?! 겨우 18억 가지고 뭘~ 할 수도 있겠지만, 서민 입장에서 돈의 눈치를 볼 필요 없는 "경제적 자유"를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세상인지 살면서 뼈저리게 느끼는 부분 아니겠어요?



돈이 돈을 번다고 하는데 서민에게는 그 첫 종잣돈을 모으는 것조차 허덕허덕 거리게 되는 삶이지요. 그래서 모두가 스펙을 위한 취업준비에 여념 없을 때 조금은 다른 길을 걸은 이 청년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월급쟁이 부자는 없다》 에서는 돈의 노예가 되는 쳇바퀴 생활을 떨쳐내는 과정과 가장 현실적인 대안, 가능성이 높은 길을 선택한 그의 이야기를 통해 돈 중심의 사회인 이 현실을 직시하고, 돈의 의미와 바른 가치관, 진짜 부자가 되기 위한 설계, 청년들을 위한 돈 사용 설명서, 재테크 상식이 알차게 담겨있습니다.



진짜 부자가 되려면 경제 마인드, 투자 마인드, 부자 마인드가 몸에 배어 있어야 하고 돈의 가치를 일찍 깨달아 돈을 다스리는 법을 터득하라고 제안합니다. 물론 돈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아니지만, 돈은 인생에서 중요한 거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직장인이어도 꾸준히 들어오는 돈이 있을 때 본업에 더 효율적으로 집중할 수 있고 선택권도 늘어나게 될 겁니다. 돈을 벌어오는 기계로 전락하기 전에 돈을 벌어오는 기계를 소유하는 시스템을 알면 경제적 자유로 가는 재테크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종잣돈 모으기는 정말 치열하게 했더군요. 처음부터 가진 게 없었으니까요. 거지처럼 살았다고 말하는 그를 보며... 돈 좀 가지고 있는 사람들 재테크 이야기가 아닌, '그래 이게 현실이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악착같이 모아 조금이라도 이자 높은 곳에 통장 만들고 그 와중에 투자와 자본시장에 관한 공부를 하면서 1500만원이라는 종잣돈으로 첫 실전투자를 월세 놓는 부동산으로 하게 됩니다.



『 돈이 많아야만 부동산을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젊을 때부터 월세를 받는다고 평생 일없이 놀기만 하는 것도 아니다. 생업과 꿈 사이에서 치이고 있는 이들에게는 조금이나마 들어오는 월세 수입이 굉장히 큰 힘이 되기 마련이다. 생계 때문에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에 더욱 몰두할 수 있게 된다.

생각을 1%만 바꾸어보자. 반드시 일해야만 돈을 버는 건 아니다. 내 노동력에 의존하지 않는 소득구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고 돈이 충분할 때만 가능한 시스템이 아니다. 최대한 이른 나이에 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일하지 않고도 평생 돈 걱정 없는, 진정한 경제적 자유의 길을 찾아라. 』  p147-148



풍족하게 돈을 벌고 싶지 않은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하지만 대부분 돈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속물이라는 사고방식을 은연중에 가지고 있긴 할 겁니다. 없는 사람이 종잣돈을 모으기 얼마나 어려운지, 돈의 가치를 제대로 직시한다면 정당한 방식으로 치열하게 모으는 생활과 마음가짐 속물이라 생각하거나 당당히 말로 내뱉고 행동하는 것을 터부시하면 안 될 일입니다.

 

자신이 활용 가능한 레버리지를 충분히 사용하는 등 순수하게 자기 돈만으로 부자가 될 수 없는 여건에서 진짜 부자가 될 방법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이런 내용이야말로 서민을 위한 재테크 도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네요. 기본 마인드부터 짚어주며 적은 돈으로 하는 재테크로서 부동산경매에 관한 내용을 주로 다루는 이 책은 경제적 자유를 갈망하는 이들에게 현실적인 조언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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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 -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 에세이
강석기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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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

일러스트가 있는 과학 에세이

글/그림 강석기 | MID | 2014.08.01 | 페이지 276 | ISBN 9791185104102

 

 

한국의 스티븐 제이 굴드인 강석기 과학전문 작가의 신간이 나왔습니다. 표지부터 강렬하죠~

과학카페 시즌3 《과학을 취하다 과학에 취하다》 책이 올 봄에 나왔었는데 내년에나 다음 책을 만날 수 있겠지 생각하고 있다가 이렇게 신간을 재빠르게 만나게되어 더 반가웠었네요. 강석기 님의 팬이 되게 했던 과학카페 시리즈에 이어 <사이언스 타임즈>에 연재한 에세이를 선별해 담은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 이 책 역시 기대했던 만큼 만족스러운 내용으로 가득하네요. 책 제목인 《늑대는 어떻게 개가 되었나》는 여러 에세이 중 한편의 제목입니다.


심리, 진화, 의학, 과학사, 물리학, 화학, 인류학 이야기 등 과학 전반의 최신 이슈를 다루고 있는데 이번에는 특별하게도 작가님께서 손수 그린 일러스트도 가득해 보는 재미가 더욱 쏠쏠하네요.



일반인에게는 어려운 따분한 주제의 이론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심심찮게 뉴스에도 오르내리는 한 번쯤 들어봄 직한 주제라든지, 우리가 실생활에서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도 많아 27년간 300여 편의 에세이를 연재해 대중을 위한 과학 글쓰기의 전설로 알려진 스티븐 제이 굴드 에세이의 한국버전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강석기 님의 과학 에세이가 한국인의 정서에 확실히 더 맞는 경향도 있고 현재진행형 과학 이슈 소개가 많아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글이기도 했습니다.



우리 인간의 선택이 다른 동물의 진화에 영향을 끼치는 사례에 관한 글이 이번 책에서 가장 제 마음에 쏘옥 들었었는데요, 지구 생명체의 공진화에 관해 생각해보게 하였습니다.

기준에 못 미치는 치어는 놓아주는 선택어업이 물고기 진화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 사람의 개입이 '자연선택'에 기초한 다윈의 진화론과 대조되는 '부자연선택'이라는 결과를 낳는다는 것을 알게 되니 소름 끼치기도 하더라고요. 몸집이 크게 자라고 늦게 성숙하는 유전자를 지닌 물고기들 비율이 줄어들고 대신 조숙하고 몸집이 작은 경향의 물고기들이 늘어나면서 한 종의 전체적인 조성 변화가 생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어획량과 크기 규제가 아닌 어획량만 규제하는 정책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보며 심사숙고한 사람들의 방식이 의외의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에 숙연해지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고립에 관한 이야기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100세 시대인 데다가 자녀도 겨우 1명 내외 수준이다 보니 미래에는 가족해체 상황이 심각해질 텐데 외로움이라는 단순한 심리적 상태가 아닌 사회적 고립이라는 현상을 생각해봐야겠더라고요. 고립된다는 것이 해롭다는 걸 알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변화를 일으키는 데 서툰 인간의 심리상 사회적 네트워크가 구축된 상황에서도 급변하는 사회 따라가지 못해 고립되는 현상은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유전자 치료가 임상을 넘어 정식치료법으로 자리 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라든지, 비타민C 복용문제 등 논란의 중심에 있는 이슈, 다소 황당한 연구결과를 낸 과학자들에게 주는 이그노벨상에 관한 이야기, 생활과 연관된 연구들 등 다양한 주제의 과학 에세이가 참 쉽고 재미있게 쓰여 있습니다. 저는 과학전문 작가 강석기 님의 이름을 믿고 읽었는데요, 12첩 반상 수라상을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다음번에 출간될 과학 에세이도 벌써 기대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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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를 위한 고전철학 가이드
존 개스킨 지음, 박중서 옮김 / 현암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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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형이상학적 질문들 일색인... 우리를 난감하게 하는 철학!

철학 분야의 첫 발을 들이기 좋은 철학 개론서로 《여행자를 위한 고전철학 가이드》는 어떨런지요.



《여행자를 위한 고전철학》은 고대 유적지를 찾은 여행자가 궁금해할 법한 다섯 가지 주제와 고대 철학자들의 사상이 이 책의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지금과는 다른 그 당시의 일반적인 문화를 소개하는 부분이 많은데 지금 우리 입장에서는 상식이 아니라 부를만한 것들이 그 당시엔 일반적인 상식에 해당하는 하나의 문화였기에 그 문화 속에서 탄생한 사상을 알려면 그 시대 배경을 듣지 않고서는 안되겠더라고요. 꼭 고전 세계사를 공부하는 느낌이었네요. 



우리 문명의 기초가 되는 사상이 바로 철학이니만큼 서양 고대철학의 세계에 발을 들이게되면 자연스레 그 시대를 함께 알아나가야 하겠지요. 그러니 시대별로 나타난 철학자들의 사상을 그곳의 문화와 연계해 설명하고 있는 이 책 구성이 독자 입장에서는 철학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난해함이 조금 완화되는 것 같습니다.



뭣보다 딱딱하게 설명하기보다는 가이드하는 느낌으로 최대한 쉽게, 그리고 사실에 충실하게 풀어나가고 있는데다가 더 깊이 있는 부분을 원할때에는 추천하는 책 소개까지... 철학 세계에 처음 발 디딛는 이들이라면 만족할만한 수준일거예요.



유럽 문학의 주춧돌에 해당하는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를 통해 그 세계의 가치관을 소개합니다. 이 작품들은 고대 철학 사상의 초기라 부를 수 있는 헬라스 문화의 사상에 영감을 제공하고, 삶과 죽음과 사회에 관한 철학자들의 질문을 위해 길을 열어준 가치를 갖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지라 이 작품 소개가 빠질 수 없었다 합니다.



일러스트가 곳곳에 있어 이해하기 더욱 쉽기도 하고요.



이 책은 지중해, 에게해를 넘나들며 고대 유적지와 연결해 철학 사상사를 이야기하고 있어 그곳을 돌아다니며 가이드를 받으며 옛 이야기를 듣는 듯한 기분이 들었네요. 특히, 고대 유적지의 지명 사전이라는 제목을 가진 마지막 3부에서는 이 책 제목다운 구성이 돋보였습니다. 구름같은 철학을 유적지라는 현실 공간에 놓고 이야기하다보니 더 가깝게 느껴지는 묘미를 맛볼 수 있었습니다.


존 개스킨 작가의 위트있는 글 덕분에 여행과 철학의 접목이라는 신선한 구성이 더욱 빛을 발휘했네요.

서양 고대 철학사의 방대한 분량을 개론적으로 접하기에 부담없는 가이드 역할을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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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4-08-11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아... 이런 책도 있었군요. 저에게는 정말 요긴한 책일 듯합니다. 좋은 책 소개글 잘 읽었습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영화포스터 커버 특별판)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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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원제 The sense of an ending)

줄리언 반스 장편소설


 

2011년 맨부커상을 수상한 책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작가 줄리언 반스의 신간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먼저 읽고 이 작가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던 상태에서 며칠 전 [TV 책을 보다] 방송을 통해 먼저 접하고 드디어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연관검색어로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해석"이 나올 정도로 반전의 묘미가 제대로인 심리스릴러 장르인데

방송을 통해 반전을 알면서도 '도대체 언제? 어떻게 결말이 나온다는거야~' 하며 내내 궁금해하다가 급기야 '방송으로 반전 해석 듣지 못했으면 몇날며칠 내가 생각한 그 결론이 맞는건지 긴가민가 할 뻔 했겠다'는 생각뿐이더군요. 명백한 결말을 문장으로 내뱉는게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한번 더 기억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에는 세 커플이 나옵니다. 그 중 한 커플은 반전과 관련되어 있고요. 소설의 화자 토니, 고등학교 친구 에이드리언, 토니와 에이드리언 모두와 사귀었던 베로니카. 그리고 베로니카의 엄마 사라. 네 명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통해 토니의 기억 속에 감춰진 진실을 찾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 결국 기억하게 되는 것은, 실제로 본 것과 언제나 똑같지는 않는 법이다. 』 - p11

 

이 책의 목차는 1, 2부로 나뉘어있는데 1부에서는 과거의 회상을, 2부에서는 현재 시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과거를 기억한다는 것은 얼마나 사실과 정확한 것일까요. 이것을 '역사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에 대입해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다라는 인용을 써가며 기억과 시간의 관계를 이야기합니다.



 

'파트리크 라그랑주'라는 프랑스인의 말을 인용한 부분은 [TV 책을 보다] 방송을 통해 이 책만으로는 짐작할 수 없는 이야기도 얻게 되었었답니다. 파트리크 라그랑주 라는 인물은 작가 줄리언 반스가 자기 이름을 불어 이름으로 바꾼 허구의 인물이었네요.



 

사실에 근거해 기억나는 건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나머지는 인상과 반토막 난 기억들, 주로 내 편에만 편중된 기억들 뿐이라고 소설에서는 말합니다. 당시에 일어난 일을 내 입장에서 해석한 것을 기억해 떠올리는 것일 뿐이라는거죠. 시간이 지나면서 몇몇 기억들은 사실에 근접했다고 확신하기도 하는데 최소한 그런 일들이 남긴 인상에 대해서만은 정직해질 수 있다는 심리가 작용해서일겁니다.



 

토니의 기억은 얼마나 정확했던 것일까... 베로니카의 손에 들어간 에이드리언의 일기장과 토니가 그 당시 썼던 편지내용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베로니카가 이 소설에서 줄곧 이야기한 "좀처럼 이해를 못하네?", "아직도 전혀 감을 못 잡는구나" 이 말이 독자에게 던지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더군요.

 

기억이 우리의 뒤통수를 칠지도 모른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었습니다. 40년간 억눌려 있었던 기억을 떠올렸건만 그 기억조차 진실은 아니었다는 것. 그가 내뱉었는지조차 잊고 있었던 말들이 어떤 파급효과를 일으키게 되었는지... 소설의 결말 부분을 보면 경악하게 될 겁니다.


 

줄리언 반스 작가의 책 두 권을 읽으니 그 특유의 시크한 느낌이 드는 문체가 저는 마음에 쏙 드네요. 군더더기없이 깔끔한 맛이 나는데다가 경장편 분량이지만 짧아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끔 하는 탄탄한 흐름때문에 60대 나이인 줄리언 반스 작가의 다음 작품이 또 기다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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