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시장을 뒤흔든 단 한 가지 이유 - 우버, 워비파커, 에어비앤비, 무닷컴...
버나뎃 지와 지음, 장유인 옮김 / 지식공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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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브랜드 스토리라는 단어는 그 중요성을 더는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경영, 마케팅의 핵심이 되었습니다. 중요한 건 알겠는데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브랜드 스토리라는 걸 창출할 수 있는 걸까요? <그들이 시장을 뒤흔든 단 한 가지 이유>에서는 주목받는 브랜드들이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디퍼런스 모델'로 분석해 디퍼런스 맵이라는 한 장짜리 결과물로 보여줍니다.

 

 

디퍼런스 모델이란, Difference 관점에서 생각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한 장의 맵으로 표현을 하는 거죠. 사업을 재조명하고 마케팅을 재탄생 시키는 데 도움되는 모델입니다. 

 

 

 

디퍼런스 씽킹은 출발점이 다릅니다. 남과 다르게 만든다는 것은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지만 디퍼런스 씽킹은 진실에서 출발합니다. 즉 제품을 어떻게 개선하느냐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공감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의미입니다.


『 공감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제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이해하는 능력을 갖추게 한다. 』 - p13


디퍼런스를 창조한다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관점에서 사물을 보는 것인데 스타벅스는 커피를 발명하지 않았고, 애플은 스마트폰을 발명하지 않았듯 이미 있는 것과 이룰 수 있는 것 사이의 틈새를 좁히는 일이라고 하네요.

 

 

 

남과 다르게 또는 대안 찾기가 아니라 디퍼런스를 창출하기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고민하는 방향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해요. 최고의 아이디어를 내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 겪는 문제가 무엇인지 가장 잘 파악하는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사람들이 내 브랜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 내 브랜드 스토리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를 느낄 수 있도록 아이디어와 경험을 창조해야 합니다.  


『 사람들에게 제품을 사라고 설득하지 말고, 대신 사람들이 믿고 싶어 하는 스토리와 브랜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이 제품이 어떤 의미,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지 보여줄 때다. 마케팅은 물건을 파는 것이 아니다. 마케팅은 큰 스토리다. 고객을 위해 어떻게 디퍼런스를 창출할 것인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 - p48

 

 

 

 

<그들이 시장을 뒤흔든 단 한 가지 이유> 책은 디퍼런스 씽커가 되기 위한 밥상을 차려줍니다. 시대가 바뀌었음에도 자기중심적 시각에서 일하니 그대로 머물게 된다고 해요. 사용자의 시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법, 사람들이 실제로 무엇을 원하는지 관심 기울이라고 합니다. 고객의 진실을 발견하는 법, 고객이 중요하게 여길만한 제품과 스토리를 만들기 위해 어떤 방법을 해야 할지 디퍼런스 모델로 알려줍니다.


마케팅의 중심은 사람입니다. 개인으로 이루어진 작은 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해요. 대중이 아닌 대중과 구별되고 싶어하는 심리를 파악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아이디어 자체에 매력을 느끼기보다는 '느낌'에 푹 빠지고, 제품의 기능이 아니라 그 기능이 내게 가져다줄 '어떤 상태를 기대하며' 구매한다고 합니다. 물건 자체의 가치는 제한적이지만 물건에 부여된 의미는 가치가 커지는 거죠. 팔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중요한 것이 되도록 해야 합니다.


공감, 느낌.. 이런 것은 디지털 세계에서 아날로그적인 것을 창출하는 일입니다. 손에 딱 잡히지 않는 개념이라 어렵게 느껴지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으려면 방법을 찾아야 하지요.

 

 

 

디퍼런스 모델은 6가지 핵심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원칙, 목적, 사람, 개인, 인식, 제품입니다. 이 디퍼런스 모델을 이용해 10가지 비즈니스 사례를 연구해 디퍼런스 모델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1장짜리 맵으로 결과물을 만들었습니다. 소개된 기업들은 디퍼런스를 창출한 대표 브랜드들입니다.

 

 

 

이 디퍼런스 맵으로 내 비즈니스를 설계, 계획, 구축, 성장시키는 데 활용하면 됩니다. 한 번 직접 해보는 것과 안 해보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겠죠? 사람을 중심으로 접근해 사람들이 진정 바라는 게 무엇인지 발견하는 방법을 터득하려는 노력이 중요합니다. 공감을 하고 일을 할 때만 중요한 아이디어와 브랜드를 창조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 책에서 소개한 열 군데 기업을 보면 이런 것도 사업 아이템이 되는구나 하며 놀라게 됩니다. 그런데 그것이 땅에서 솟아난 게 아니라 우리 주변에 있던 것들, 우리가 말로는 하지 않던 고민이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진실은 있다는 것을 10개의 기업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더라고요.

 

 

▲ 지식공간 출판사 블로그에 이 책에 소개된 참고자료가 있다니 쉽게 클릭해서 자료를 볼 수 있겠네요. 참고자료 양이 꽤 많답니다.


얇은 두께여서 부담 없이 가볍게(라고 읽고 빠른 시간내 라고 읽는다) 읽을 수 있는 책이겠다 싶었는데, 어찌나 가슴에 탁 와 닿는 말이 많은지, 책을 다 읽고 나서 보니 이 책의 두 세배 되는 분량의 책을 읽을 때 기록해두는 양보다 더 많이 독서노트에 끄적여 놨더라고요. 알찬 책이었어요. 디퍼런스 모델은 사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나 비즈니스 재구축 고민 중인 이들에게 도움될 겁니다. 저자는 책에 실린 10개 기업의 디퍼런스 맵을 하나씩 꼭 공부해 보라고 조언합니다. 10개를 분석하다 보면 뜬구름같은 브랜드 스토리, 디퍼런스 씽킹의 개념을 붙잡을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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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처음 하는 진짜 리더십 공부 - 사람도 성과도 놓치지 않는 스마트한 팀장 리더십
박봉수 지음 / 퍼플카우콘텐츠그룹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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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을 성공으로 이끄는 탁월한 팀장이 되기 위해 애쓰는 직장인은 물론 학교, 사회생활 등에서 존경받는 리더 자질을 키우고 싶은 이들 위한 책 <태어나서 처음 하는 진짜 리더십 공부>. 이 책은 회사의 팀장 직책에 있는 사람을 초점 맞춘 책인데 읽다 보니 자녀교육은 물론 자기계발에 필요한 내용이 가득하더라고요. 크든 작든 조직을 조화롭게 이끌어나가는 리더가 갖춰야 할 자질을 알려줍니다.


탁월한 팀장이 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요. 셀프리더십을 구축해 자기 관리가 잘 되어있어야 하고, 바람직한 리더의 모습을 보이며 조직 관리를 해야 하며,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팀을 이끌어 업무적으로 성과를 보여줘야 합니다. 즉 사람도 성과도 놓치지 않는 팀장이 되어야 한다는 거죠. 이를 위해선 팀원과의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하고요. 아~ 정말 해야 할 게 많은 자리입니다.

 


팀원을 이끌어야 하고 자기 일도 성과 내야 하는 막중한 스트레스를 안고 있는 팀장 자리에 있다 보면 자기 관리가 참 중요하구나 싶어요. 팀원을 바르게 이끌어나가려면 본인이 일단 잘 해야 하는 거죠. 분노도 조절해야 하고, 팀원에게 효과적으로 코칭도 해야 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 해결의 주체는 팀장이 아니라 팀원이라는 것을 저자는 강조합니다. 코치가 선수가 되어선 안 된다고요. 오지랖 부릴 때와 부리지 말아야 할 때를 잘 구별해야 한단 소리죠.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자기를 관찰해 스스로 평가하고 관리하는 것이 셀프리더십입니다. 칭찬을 자신에게 하지 못하면 남에게 하기도 힘들다며 셀프 칭찬을 하라고 하네요. 나에게 감사해 하고 박수 쳐주라고요.


『 실패하는 리더는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성공하는 리더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 - p34

 


성과 관리에서는 핵심 20%가 결과의 80%를 좌우한다는 파레토의 법칙을 들며 20%를 찾아 집중하는 우선순위에 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업무 체제 구축 방법, 권한 위임하는 법, 의사결정 방법 등 다양한 스킬로 성과 관리하는 법을 소개하고 있네요. 요즘 같은 경기에는 블루오션, 레드오션이 없어진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차별화를 통해 더 나은 방법이 없는지 고민하라는 부분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항상 차별화된 방법을 모색해보고 그중에서 가장 매력적인 방법을 선택하도록 멘토링합니다.



뭐니뭐니해도 사람 관리가 참 힘든 것 같아요. 직장생활에서 솔직히 관계때문에 생기는 스트레스가 대부분이잖아요. 대부분의 팀장은 팀원들의 약점을 찾고 이를 보완하는 데 집중한다 합니다. 하지만 재능을 발견하고 장점을 더욱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라고 하네요. 팀원의 재능을 발견하는 방법, 긍정적 경청 방법, 동기부여 방법, 실적이 저조하거나 근무 태도 태만한 직원을 다스리는 노하우, 불평불만 하는 직원 다스리는 법 등 결국 업무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 사람 관리가 중요하다는 걸 알려줍니다.

 

 


각 구성원의 능력을 잘 조합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팀워크를 향상하기 위한 지침, 팀 회의 규칙, 팀장이 갖춰야 할 모범 태도 등을 알려줍니다. 좋은 질문은 자발적 변화를 유도하는 효과적인 수단이라 합니다. 질문 하나 하는 데에도 신경 써야 할 게 많더라고요. 슬기롭게 충고할 수 있는 기술처럼 갈등과 저항이 있을 경우엔 역기능을 순기능으로 바꾸는 법도 필요하고요. 독재자 팀장이 되느냐 존경받는 팀장이 되느냐. 정말 이래저래 관리해야 할 게 많습니다. 이러다 보면 성인(聖人)이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더라고요 ^^


다양한 리더십 공부가 있겠지만, 그 기본은 원칙에 충실하고 기본을 잘 지키는 사람일 겁니다. 팀원 스스로 먼저 움직이게 해야 하는 역할이 리더입니다. 사람관리, 조직관리, 성과관리에 관한 기본 원칙과 기술을 다루며 매번 마지막에는 핵심요약으로 한 번 더 짚어주고 있어 명확하게 정리되는 느낌입니다.


요즘 기업 문화는 연공서열보다 성과주의 인사제도로 바뀌는 추세라고 해요. 어떤 인재상이 되어야 할지 계획 세우는데 도움이 많이 되는 책입니다. 안정적이란 단어가 결코 좋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속도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으니까요. 회사형 인간이 되라는 게 아닙니다. 오히려 회사형 인간에서 벗어나 자아실현의 욕구를 스스로 찾아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효과를 발휘하도록 동기부여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사람과 조직을 관리하는 다양한 노하우를 보면서 나한테 부족했던 점은 무엇이었는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태어나서 처음 하는 진짜 리더십 공부>는 결국 '나'를 향상하는 일이더군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도태되지 않는 스마트한 팀장이 되는 법을 배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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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경 지도 - 2008~2014 변경을 사는 이 땅과 사람의 기록
이상엽 글.사진 / 현암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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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르포르타주 작가 이상엽의 사진과 글이 담긴 <변경지도>를 보며 이런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야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라고요. 울컥하게 될 수밖에 없어요. <변경지도>는 생명이 생명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 땅의 기록을 담은 책입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백령도에서 제주 강정마을, DMZ에서 진도 팽목항, 용산에서 밀양 송전탑까지 강변, 재개발지구, 비무장지대, 섬... 대한민국 변경을 기록했습니다.

 

 

 

 

『 모든 변경은 역사적이며 인위적이다. 』 - p10


<변경지도>의 변경은 중심의 반대인 변경입니다. 4대강, 용산 재개발, 밀양 송전탑, 세월호, 비정규직 노동자 등 우리 눈에 확연히 보이는 지리적 변경도 있고, 사회의 변경화까지... 인간의 오만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고쳐야 할 사회적 문제, 변화해야 할 시대에 소통의 역할로서 사진가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고 있는 고마운 책이었어요.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가장 무서운 게 바로 타인을 바라보는 무덤덤한 시선과 침묵이더라고요. 연말에 읽었던 <사회적 영성>, <투명인간>에 이어 <변경지도>까지 이런 책을 읽다 보니 마음은 먹먹해지지만, 외면하지 않고 현실을 직시하려는 노력을 의식적으로라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 양심은 깨어 있고, 우리는 여전히 미안해해야 한다. 침묵은 공범이다. 』 - p42

 

 

 

표지에 실린 사진은 4대강 건설 현장에 왜가리 모습인데, 표지 뒷면까지 한 번에 펼쳐보면 안타까운 탄성이 저절로 나옵니다. 4대강 사업에 쓴 돈은 22조 원, 하지만 수질관리에 5년 동안 20조 원이 투입되는 실정이고 앞으로는 더더욱 기가 찰 일만 남았습니다. 물길을 함부로 막으면 어떻게 될지는 아이들도 아는데 어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요. 풍요로워야 할 갯벌이 사막화된 새만금 사진에서 이상엽 사진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합법적으로 벌이는 사기에 직접 호주머니를 털린 것은 부안, 김제, 군산의 어민이었고, 죽어버린 것은 갯벌과 자연이고, 당한지도 모르는 것은 국민이다."라고.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 아닌, 때로는 고집불통처럼 비타협주의자가 되어야 할 때가 있다는 걸 알려줍니다.

 

 

 

『 사진은 고통을 드러내는 증거다. 우리가 고통스럽다는 것을, 고통받았다는 것을 진술하는 매체다. 』 - p313

 

 

 

 

 

흑백사진이 주는 느낌은 묵직합니다. 사실에 충실하고 사진가의 세계관이 반영된 사진이 가진 힘은 놀랍습니다. 불편하지만 알아야 할 고통의 현장을 담아낸 사진에 압축된 의미를 풀어내는 글도 좋았고요. 이제 사진이 고통스러운 사회를 변혁시킬 것이라 믿지도 않고, 치유의 힘을 믿지도 않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고 하는 그의 말이 안타까우면서 공감됩니다.

그가 찍은 사진들은 총 들지 않고서도 국가가 저지를 수 있는 폭력의 현장이었고, 지금 우리나라의 모습이었습니다. 생명이 생명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사회. 비겁자만이 현실을 도피하는 게 아니라 이 시대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현실을 외면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하게 합니다. 사진집이어서 책가격은 있지만 많은 분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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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담가계 - 소박하고 서늘한 우리 옛글 다시 읽기
이상하 지음 / 현암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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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담가계는 주자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 "먼저 경서에 뜻을 두게 하는 편이 좋을듯하니, 사서는 요열하고 경서는 냉담하네." 라며 경서와 사서를 함께 공부하게 하는 방법에서 나온 말이라고 해요. 역사서는 흥미를 끌기 쉽지만, 경서는 맹물처럼 냉담하여 맛이 없다. 즉, 냉담가계는 경서와 같이 재미없는 책을 읽는 것을 말합니다.

 

옛글의 원전을 해석해 원문과 함께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소개하고, 그 글에 담긴 의미를 풀이하는 구성의 책 <냉담가계>. 순서 상관없이 어느 이야기를 먼저 읽어도 됩니다. 옛글이라 생소한 단어도 많지만, 냉담의 맛을 참고 곱씹으며 읽어야 삶의 참된 깊이를 얻을 수 있다 합니다.  

 

 

<냉담가계>에 나오는 여러 옛글의 소재가 참 다양해요. 정치, 경제, 사회 등 대외적인 부분도 있고 내밀한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글 속에 인용된 고사들이 상당히 많고, 재치와 유머가 넘치는 글도 있고 날카로운 비판이 있기도 했어요, 편지글이 대부분이라 읊조리며 읽으면 앞에서 이야기 듣는듯한 느낌이라 더 맛깔나더라고요.


70세의 퇴계 이황이 부부 사이가 좋지 못한 어린 제자 이함현에게 보낸 충고 편지로 부부 사이에 관해 조언을 얻게 되기도 하고, 다양한 경서를 인용하는 글을 통해 명언을 함께하기도 합니다. 조선 학자의 글이 대부분이고 그중에서도 퇴계 이황의 일화가 많이 소개되어 있어요. 


연암 박지원의 편지글은 게으름 피우는 나른한 일상 편지인데 한 폭의 그림이더라고요. 『 사흘을 연이어 내린 비에 가련케도 필운방의 흐드러지게 피었던 살구꽃이 다 떨어져 녹아서 붉은 흙탕물이 되고 말았네. 』 - p153 


99세를 살았던 홍유도는 건강 비결을 언급하기도 했고요, 이쪽저쪽 숨바꼭질 같은 토론 자세를 경계하라는 퇴계와 고봉의 편지글을 통해 전체와 부분을 고루 보는 자세를 배우기도 합니다.


성균관 학생의 출석 점수도 언급되는데 아침과 저녁 두 끼를 식당에서 먹고 도기에 서명하면 1점이래요. 300점이 되어야 식년시에 응시 자격이 주어졌다하니 이렇게 편지글을 통해 당시 조선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 학자는 먼저 몸과 마음을 수렴하여 냉담가계를 애쓰는 공부를 하여, 이 책에서 연찬하고 곱씹어 음미하기를 오래도록 그치지 않아야 비로소 그 맛이 참으로 좋은 글을 알아 학문에 힘을 얻을 수 있을 걸세. (중략) 뱃속의 탁한 기운을 씻어내고 일반 사람들이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에 맛을 들인 사람이 몇 사람이나 있으랴. 』 - p204~205


냉담가계 책 제목이 바로 한 편의 글 속에 있더라고요. 퇴계 이황이 제자 금계 황준량에게 보낸 편지글입니다. 여기서 말한 이 책이란 "주자서절요"인데요, 이황이 편찬한 주자학문의 정수가 담긴 책이죠. 이황 스스로도 이 책은 재미는 없지만 꼭 곱씹으며 읽어야 할 책이라 말한겁니다. 이것때문에 궁금해서 주자서절요를 한글로 해석한 책이 있나 찾아봤는데 마땅찮군요. 원전은 한문이니 요즘 우리가 읽어내려면 한글화 작업이 필요한데 생각외로 우리 옛글의 해석작업이 안 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놀라웠습니다. 우리나라 고서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면 좋겠어요.


퇴계 이황도 냉담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저렇게 말했듯, <냉담가계>의 저자도 이렇게 말합니다.


『 고전은 재미없지만 고전을 읽지 않으면 늘 삶의 중심에서 일탈하여 변방을 헤매고 뿌리는 잡지 못하여, 종당에 인문학이란 것이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묻는 인간에게 아무 말도 해줄 수 없게 되지 않을까. 오늘날 사람들은 조금만 자기 취향에 맞지 않으면 그 책을 손에 쥐려 하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만 찾아서 매우 효율적으로 책을 읽는다. 지식을 선별해 가질 뿐 책에서 지혜를 배우려 하지 않는 것 같다. 』 - p208


책을 읽는 자세를 이야기한 부분도 기억 남습니다. 자기주장이 강한 상태에서 읽으면 자기가 고전을 보고 배우는 게 아니라 오히려 고전을 자기에게 맞추는 우를 범하고 만다고 해요. 이렇듯 <냉담가계>는 옛글을 통해 사색하는 자세, 온전한 삶을 살아내는 힘을 이야기합니다. 다양한 소재 때문에 지루할 틈은 없네요. 이황조차도 경서는 맛이 없다 했습니다. 하지만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와 고전이 우리에게 남기는 효력이 이토록 당연한데 이만하면 꼭꼭 씹어 삼킬 이유가 되지 않을까요. <냉담가계>에 소개된 글은 일상을 담은 편지글이지만 그 깊이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처음엔 삼키기 힘들어도 자꾸 읽다 보면 우리 고전만의 정갈한 맛이 확 느껴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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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이야기
장회익 지음 / 현암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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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장회익 선생님은 자신을 앎을 훔쳐내는 학문도둑이라 지칭합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공부가 더 재미있어질 수도 있다는 것. 저 역시 소망하는 삶이기도 하고요. 공부에는 오로지 앎의 깊이를 더하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충분하고 그러면 저절로 더 아름다운 삶, 더 즐거운 삶으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평생 앎을 추구하며 즐긴 놀이로서의 공부, 그 과정을 기록한 글 <공부 이야기>를 통해 앎의 유희를 맛볼 수 있습니다.

 

 

독특한 스토리텔링 방식입니다. 공부 이야기라고 해서 여느 책처럼 학업과 관련한 이야기만 있지 않고, 조상 이야기부터 시작해요. 그런데 그냥 하는 이야기가 아니네요. 가풍의 부재는 곧 자녀 교육 문제와 직결된다며 집안 이야기를 쭉 합니다.

 

 


 

나름 성적을 잘 따는 아이였다는데 공부 냄새와는 거리가 먼 할아버지의 반대로 1년간 학교에 다니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집안 일꾼들과 같이 들에 나가 일을 해야만 했죠. 그런데 이 사건이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강희맹의 <창고에 갇힌 도둑> 이야기처럼 공부의 길을 막아놓으니 더 공부하고 싶어 탓에 오히려 공부꾼의 길에 무사히 들어설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이겨내면 좋은 훈련이지만 그러지 못하면 끝이라는 생각에 혼자서 공부하는 습관을 들이며 알게 모르게 요즘 말로 자기주도학습이 되어버린 거죠. 책을 읽다 모르는 게 나와도 누구 하나 알려줄 사람이 없으니 스스로 생각하며 혼자 힘으로 공부하는 경험을 터득하게 된 겁니다. 모든 기회를 자기에게 도움이 되도록 최대한 활용하는 길을 마련한 셈입니다.

 

 

 

 

정규 교육에서 얻은 것보다 직접 삶의 현장에서 학문을 수행해보는 직접적 체험을 경험하는 것. 한마디로 야외생존훈련 덕분에 고등 물리학 전체를 혼자 힘으로 학습해낼 동기와 저력을 길렀다고 하네요. 선행학습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역경을 기회로 활용한 장회익 선생님의 생각이 참 대단하게 여겨졌습니다. 게다가 항상 공부하는 모습을 보인 아버님의 영향이 아주 컸더라고요. 칭찬과 격려로 자부심을 높였습니다. 장회익 선생님의 인터뷰에서도 봤었는데 아버님의 이런 좋은 영향이 진로는 물론 평생 공부꾼이 되게끔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하시더라고요. 그만큼 부모 역할에 대해 다시 번 생각해보게 합니다.  

어려서부터 익힌 독자적 학습능력은 다시 독자적 학습경험을 낳으며 수동적 교육으로는 얻기 힘든 학습의욕과 학업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줍니다. 여기서 학부모들은 궁금해할 듯하네요. 제도권 너머에서 머물던 독특한 공부방식이 제도권 내 시험에도 효력을 발휘할까요. 장회익 선생님은 자력으로 학습 습관을 익히면 놀라운 이해의 새 지평이 열리는 경험을 얻는다고 합니다. 생각하는 힘이 있다면 어떤 환경에서건 약간의 노력을 더 해 최대 효과를 얻는 힘이 된다는 거죠.

 

 

 

서울대학교 물리학과에 입학 후 70세까지, 상아탑 공부꾼에서 벗어나 바깥세상에서의 공부하는 삶을 이야기하는 파트에서는 특히 학문의 본질을 강조하네요. 제대로 공부하라는 말입니다. 학문에서는 옳은가 그른가의 문제보다 타당성의 근거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점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고 그러면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비로소 구분된다 합니다. 학문의 목적은 내 삶을 온전히 하기 위해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나에게 납득되도록' 알아보자는 것이라고 하네요.

 

『 학문의 요체는 자유이다. 생각의 실마리가 그 어떤 구애도 받지 않고 자유롭게 펼쳐져야 하고, 성취나 보상 따위의 생각은 끼어들 틈이 없어야 한다. 』 - p193

 

 

 

물리학 공부 이후 DNA에 호기심이 생기면서 생명에 관해 관심이 확장되었고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물리학 용어로 표현하고 싶었다고 합니다. 수학, 물리학, 철학, 생물학 등 제법 손댄 분야가 많지만, 물리학이란 줄기를 바탕으로 다른 분야를 접목하며 일찌감치 융합이니 통합이니 요즘 유행하는 그런 개념을 몸소 실천하고 계셨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전통학문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과학 하면 서양과학만 염두에 둔 상황에서 전통학문의 과학적 논의를 소개하는데 신선한 것들이 많더라고요. 관념의 틀에서 벗어나는 질문을 하는 방식을 생각해보게 합니다. 거기에 더해서 장회익 선생님의 생명의 새로운 개념 제시는 공감이 많이 되더라고요. 온생명, 낱생명, 보생명이라는 개념들로 생명을 파악하는데 다음에 기회 되면 관련 도서를 읽어봐야겠습니다.

진짜 학문의 정수는 이런 것이란 걸 알려준 <공부 이야기>. 초반엔 구수하고 감칠맛 나는 옛이야기 듣듯, 중후반부에는 멘토의 조언을 듣듯 읽어왔네요. 이 시대는 현재 정신적 기아 상태라고 합니다. 공부의 의미, 앎의 의미가 협소해져 진정한 공부꾼이 드뭅니다. 그래서 이 책이 갖는 의미가 더 와 닿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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