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퓨처 - 로봇이 바꾸는 우리의 미래
일라 레자 누르바흐시 지음, 유영훈 옮김 / 레디셋고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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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과 로봇이 하나의 세상을 공유하는 시대를 이야기하는 <로봇 퓨처>,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었어요. 10년 전 기술을 생각해보면 앞으로 10년 후의 기술력이 어느 정도 수준이 될지 짐작하기도 힘든데, 지금 아이들이 한창 경제활동을 할 나이에는 도대체 어떤 세상일지 상상하는 것 조차 힘듭니다.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중심에 로봇공학이 있습니다.


로봇이라 하면 안드로이드 로봇이 먼저 떠오를 만큼 인간과 닮은 모습의 로봇이 가장 로봇다운 느낌이기도 한데 이외에도 의료기술에 사용되는 로봇, 탐사 로봇은 물론 로봇답지 않은 형태를 보인 각종 로봇까지 그 의미는 상당히 넓더라고요. 대체로 우리 눈에 익숙한 모습의 로봇만을 상상하게 되지만 앞으로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로봇 창조물이 우리와 공간을 공유하게 될 거라 합니다.


 

 

<로봇 퓨처>는 예측 가능한 모든 발전상을 살펴보며 로봇 진화에 있어 잇따를 중요 단계들을 상상합니다. 2030년부터 2231년까지 미래 상황을 짐작해 사례를 소개하는데요, SF 공상과학 소설을 읽는 것처럼 재미있네요.


이 책의 저자 일라 레자 누르바흐시 카네기멜런대학의 로봇공학 교수인데, 그는 20년 인간의 일반적 행동을 추적하고 이해하는 문제는 큰 틀에서 다 풀릴 거라고 합니다.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터의 맞춤형 광고장면처럼 최적화된 마케팅 방법들이 일상화되며 그와 관련한 개인정보보호 문제, 사생활 보호 취약 등의 문제를 예견합니다.


 

 

 


누구나 맞춤 로봇을 쉽게 만드는 DIY 로봇 세상을 이야기하며 가까운 미래에 있을 법한 기술 발전 및 로봇 혁신을 소개합니다. 로봇이 우리의 물리적 세계와 상호작용해 로봇과 인간의 효과적인 쌍방향 시대가 열릴 거라고 하네요.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과 관련한 윤리적 문제도 짚고 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사생활 침해만 생각했었는데 새로운 시점으로 바라보게 하네요. 부당한 방식으로 탈인간화된 노예처럼 말입니다. 행동이 따르는 의사결정인 '작인' 능력을 우리가 로봇에게 주고도 로봇을 부당하게 대한다면 그것은 비윤리적, 도덕관에 모순된다는 것입니다.


물론 로봇이 인간과 동등하다는 게 아닙니다. 로봇을 개인 소유물처럼 다룰 텐데 로봇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우리의 윤리적 균형을 바꿀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타인을 대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기 때문에 문제소지가 있다는 거죠. 로봇이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로봇과의 관계를 큰 틀에서 탈인간화하면 진짜 사람과의 관계도 아마 탈인간화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이렇듯 현재 우리가 가진 '개념', '상식' 자체가 변하게 될 겁니다. 상상하면 인간이 인간다워지지 않는 세상으로 점점 변할 거란 소리니 좀 으스스해집니다.

 

 


인간 육체를 이용한 나노로봇을 상상하는 장면에선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지금까진 기존의 혁신 추세를 점진적 발전의 관점으로 추론해 로봇의 발전상을 예측해 왔지만, 점진적 방식으로는 도달할 수 없는 로봇 미래도 이야기합니다. 정신복제까지 소개하는데 허황된 공상과학이란 느낌은 들지 않을 정도로 있을법한 미래입니다.

 

 

 


인간관계에 기계류가 관여하며 사라져버리는 것들은 뭐가 있을까요. 저자는 인간의 정체성과 책임 개념을 언급합니다. 지금까지 세워놓은 사회적 법률 체계 기반은 허물어지는게 당연하고요. 요즘 벌써 나오고 있는 맞춤형 알림 같은게 모두 인간의 욕구를 '제조'하는 것이지요. 저자는 로봇공학이 인간 상호 작용에 영향을 주는 방식에서 생기는 부작용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합니다. 저자 본인이 로봇공학 교수이면서도 로봇기술의 극단적인 응용 사례, 실패사례, 윤리적 모호함 등 비판적으로 살피는 태도를 보여줍니다.


저자는 로봇 기술을 이익이 아닌 공동체를 중심에두고 개발하는 것을 대안으로 삼습니다. 지금도 로봇 연구는 군사적, 산업 목적이 대부분입니다. 사회적 의식 있는 재단과 협업해 지역 사회에 필요한 것들을 밝혀내고 지역 현안에 로봇공학을 이용해 대처할 방법을 상상하도록 끊임없이 제기합니다. 미래의 길거리 과학, 특히 환경 문제와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지요. 로봇 혁신의 잠재력뿐만 아니라 한계까지도 고려해 사회적, 윤리적, 도덕적인 진정한 혁신의 의미를 강조합니다. 인류의 미래 기술을 상상하고 개발함에 있어 더 신중하고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 로봇 혁명을 통해서 이 세계의 가장 로봇 같지 않은 성격을 확인한다. 우리의 인간성이다. 』 - p205


로봇기술의 발전을 예견하며 우리 물리적 세계에 파고드는 로봇을 상상하면 로봇이란 개념의 경계가 흐릿해지네요. <로봇 퓨처>에서 말한 미래의 각종 상황을 보니 인간사회에 파고든 로봇이라 말해야 할지 로봇사회 속에 남은 인간이라 해야 할지... 다가올 미래가 흥미진진하게 여겨지면서도 뭔가 섬뜩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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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공부 - 어떻게 하면 일을 잘할 수 있을까
류랑도 지음 / 넥서스BIZ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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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머리가 있을까?

<일공부>는 일의 정의를 명쾌하게 내려주더군요. '일'이란 직장인이 직장과 거래하고자 하는 상품이라고 말입니다. 일의 상품성은 직장이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가치가 발생합니다. 즉 일은 '노력의 무게'가 아니라 '일의 결과물'로 증명해 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 일을 제대로 해내는 것의 핵심은 두 가지이다. 일을 시킨 사람이 원하는 결과물을 사전에 제대로 파악하고, 원하는 시간에 끝내는 것. 』 - p6


나는 일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아니면 일에 끌려다니고 있는가! 일은 자신이 직장과 거래하는 상품이니 일을 제대로 알고 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잘 안다고 생각한다면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하게 연간, 반기, 분기, 월간 단위로 표현했을 때 머뭇거리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일을 제대로 한다는 결론이 나오면 왜 일에 끌려다니는가를 설명하는 책 앞부분은 건너뛰고 방법론을 소개한 뒷부분을 읽으면 도움될 거라고 하네요. 일에 끌려다니지 않고 즐겁고 의미 있게 일하기 위해 제대로 된 일 공부의 필요성을 알려주는 <일공부> 책입니다.
 

 

 


직장에서 직장인에게 요구하는 것은 '결과'입니다. 하지만 어렵게 직장에 들어선 사람들은 과거의 노력과 시간에 대한 보상심리가 생기기 쉽다는 게 함정이라네요. 내가 받아야 할 연봉은 명확하게 알고 있지만, 직장에 주어야 할 것을 수치화하지는 못한다고요. 즉 밥값을 제대로 하는가 겠죠. 야근을 많이 하면 인정을 받을 것이라는 자기 합리화까지 하게 됩니다.


실적을 성과와 혼동하지 말지어다!

직장에서는 상사가 나의 고객이라는 것. 정해진 기간 이루어 내야 하는, 상사가 원하는 결과물이 직장 안에서의 '성과'입니다. 성과에서 중요한 기준은 '나의 노력'이 아니라 '상사의 만족'이지요. 반대로 자신의 기준에서 자신이 맡은 업무를 얼마만큼 노력하여 수행했는가를 계량화한 것이 '실적'이라고 해요.
 

 

 


능력과 역량의 차이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토익 900점은 능력이지만 토익 900점을 바탕으로 영어로 업무와 관련된 소통이 가능한 것은 역량입니다. 이제는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인재를 필요로 하는 시대입니다. 직장에서 원하는 사람은 역량을 발휘할 줄 아는 사람이랍니다. 역량이란 것은 전략적 실행력을 뜻하고 이게 성과로 이어지는 것이거든요. 이때 전략은 그저 업무진행 달력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목표를 달성하는 데 영향을 주는 변수를 깨닫는 것, 그래서 얼마나 제대로 실행하느냐가 관건입니다.


 


성과를 내기 위해 어떻게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 구체적 방법론을 소개합니다. 제 일에 프로냐 아마추어냐는 질문이 기억에 남아요. 프로는 돈을 받고 팔 수 있지만 아마추어는 아마추어일 뿐이죠. 나는 내 일을 프로처럼 하는가, 아마추어에 머물러 있는가 곰곰이 생각해보게 합니다.


상사는 일의 결과물로 평가하는 반면 자신은 노력에 대해 평가를 합니다. 상사가 요구하는 역할 수행을 통해 상사가 기대하는 숨겨진 욕구를 목표화하여 제대로 책임을 다했는지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요. 제대로 된 평가를 하려면 성과 목표와 실제 성과를 객관적인 사실 중심으로 제대로 분석하는 것이 핵심이고요. 분석하고 리뷰하는 과정을 통해 성공과 실패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고 다음 전략 수립 때 고려해야 할 정도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일이란 자신의 역량을 향상시켜주는 존재의 목적을 추구하게 해 주는 실행도구이다. 일을 한다는 것은 역량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는 과정이라 자기수련의 과정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무엇보다도 직장인들이 일에 대한 욕심을 가지기를 바란다. 』 - p251


안 되는 이유는 참 많지요. 하지만 되는 이유, 될 수밖에 없는 방법을 찾도록 끊임없이 현재를 파악하고 개선해 나갈 수 있는 대책을 세우게 도와주는 <일공부>. 일을 수행하는 주체는 사람입니다. 자신의 역량, 부족한 역량을 파악해 역량을 개발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제대로 일공부를 하면 자신의 역량이 성장하고 발전하게 되겠지요. 일을 제대로 알고 한다는 것의 의미는 아주 크네요. 일과 직장에 대한 본질적인 개념을 다시금 깨우치게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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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의 손편지 - 관계를 바꾸는 작은 습관
윤성희 지음 / 스마트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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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편지지에 정성껏 꼭꼭 눌러 써 우표를 붙이고 빨간 우체통에 쏙~! 언제 이런 손편지를 마지막으로 써봤는지 기억이 가물거립니다. 수 초 만에 할 말 해버리는 SNS 시대를 사는 우리 아이들은 편지 쓰고 보내는 것조차 학교에서 배워야 할 지경이지요. 이러다가는 박물관에서나 실물 편지를 구경하게 될 런지도요.


정작 쓰는 건 힘들지만, 손편지를 받았을 때 그 감동은 받아본 사람만 알지요. 손편지 인증샷이 유행할 정도로요. 허니버터칩만큼이나 아니 더 귀한 손편지 ^^ 제 학창시절에만 해도 손편지는 기본이었는데. 그래서 오히려 손편지의 고마움을 당시에는 체감하진 못했던 것 같아요.


어느 날, 우편함에 흔한 기업 우편물들 사이에서 색깔이 톡톡 튀는 봉투가 눈에 띄었어요. 저도 손편지 인증샷을 올리게 되는군요.

 

 

 

 

바로 <기적의 손편지>를 쓴 윤성희 작가님께서 보낸 편지였습니다. 외출하던 중이라 길에서 봉투를 쓱 뜯어보려다 순간 멈칫! 주소가 손글씨로 적혀있다 보니 그냥 손으로 봉투를 드르륵 찢어내지 못하겠더라고요.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어요. 어떤 편지일까 궁금함을 잠시 참고 나중에 집에 돌아왔을때 칼로 깔끔하게 개봉했네요. 이렇게 봉투에 쓰인 손글씨만으로도 보낸 이의 정성을 알게모 르게 느꼈나 봅니다. 보낸 정성만큼 저도 정성을 다해 개봉해 읽겠다는 감정이 절로 들었어요.

 

 

 

 

윤성희 작가님께서 보낸 편지를 보며 그전까지는 연결고리가 없었던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편지지 한 장을 가득 채운 글이 일단 놀라웠어요. <기적의 손편지> 책에도 자세히 소개하는데 잘 모르는 이에게 편지를 쓸 때 SNS를 이용해 미리 그 사람을 파악해보는 게 있거든요. 편지를 읽으니 윤성희 작가님께서도 제 공간에 들러주셨었네요. 그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더라고요.


손편지는 이렇듯 관계를 이어 준다고 합니다. 개인은 물론 연예인들, 기업들까지도 손편지를 활용하지요. 손글씨로 SNS에 소식을 전하는 연예인들, 도시락 편지, 냉장고 쪽지가 기억납니다. 간섭으로 느낄 수 있는 SNS보다는 차라리 짧은 쪽지가 훨씬 낫다는 것. 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어요. 아파트에 이사 온 아이가 인사 글을 써 엘리베이터 안에 붙여놓으니 그 글 옆에 포스트잇 쪽지가 엄청나게 붙여졌던 일도 있지요. 그 장면을 보면서 다들 마음이 훈훈해졌을 겁니다.

 

 

 

 

손편지를 워낙 안써와서... 손편지를 어떻게 써야 할지 난감해하는 분들도 많을거에요. <기적의 손편지>는 손편지의 효용은 물론, 손편지를 쓰는 방법을 다양한 사례와 함께 소개합니다. 손편지를 쓸 때 이것만은 안 돼~! 하는 것들을 보니 옛날에 썼던 손편지 내용이 생각나면서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했네요.


서간문인 편지는 독자가 정해져 있습니다. 받는 사람이 정해져 있어 글 쓰는 이가 아니라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써야 한다는 것. 보내는 사람이 어떤 마음으로 쓰느냐에 따라 편지의 운명은 달라집니다. 편지 속에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기 이야기가 적혀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저는 대부분 나의 근황을 알리기에 급급했던 것 같아요. <기적의 손편지>에서는 7:3 법칙을 소개하네요. 받는 사람 이야기가 70%, 내 이야기가 30%. 이 70%를 채우려면 상대방에게 관심이 있어야 할 수 있습니다. 

 

 

 

편지 쓸 때 활용하기 좋은 손편지 예문이 부록으로 수록되어있으니 아직 손편지 쓰기에 익숙치 않다면 참고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꾸준히 손편지 쓰다보면 나만의 스타일도 나오겠죠~


『 누군가 내 마음을 읽었다는 것, 나와 공감하여 위로해 주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울게 만들었다. 』 - p224


편지는 그저 안부인사격이라 생각했었는데 편지의 다양한 효용에 감탄하기도 했네요. 잠든 추억을 깨우는 안부 편지, 존재의 의미를 알려주는 감사 편지, 선물보다 값진 축하 편지, 행복감을 심어주는 칭찬 편지, 진심의 힘을 발휘하는 부탁 편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는 응원 편지, 아픔을 기억하고 나누어 갖는 위로 편지.


멋진 문장과 글씨체에 집착하지 않고, 받는 사람 입장에서 생각하고, 받는 사람에게 어떤 의미일지를 생각해 정성을 담아 쓰는 손편지. 관계의 연결고리를 탄탄하게 하는 손편지의 힘을 느껴보지 않으렵니까. 요즘은 길에서 빨간 우체통 만나기도 힘들어요. 우표 파는 곳도 드물고요. 웬만하면 우체국까지 가야 하는 상황이 많은 만큼... 그래서 오히려 손편지의 정성과 가치가 더 빛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내가 너를 '기억하고 있다'는 존재의 가치를 알려주는 손편지의 힘을 잊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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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심청 - 사랑으로 죽다
방민호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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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심청  사랑으로 죽다

저자 방민호 | 다산책방 | 2015.01.12 | 페이지 400 | ISBN 9791130604510

 

 

어렸을 때 어린이용으로 읽은 심청전. 그때 심봉사를 엄청나게 싫어했던 기억이 납니다. 어떻게 아버지란 사람이 자기 눈 뜨고 싶은 마음에 어린 심청이 앞에서 주절주절 그런 뉘앙스를 내뱉을 수 있을까? 진저리쳤었거든요. 심청이가 인당수 제물로 나서지 않았더라도 그 어린아이 앞에서 그렇게 한탄을 할 수 있느냔 말이지요. 그때부터 심청전은 저한테서 아웃이었어요.

 

 

 

 

서울대 국문학과 방민호 교수님이 새롭게 현대소설로 재해석한 <연인 심청>은 '연인'이란 단어가 솔깃합니다. 효녀 심청이는 지금 세대에게는 공감력이 떨어질 수 있는데 그렇다면 만고불변의 진리인 사랑 이야기는 어떨까요. 그 모든 것이 사랑 때문이었다고 재해석해 새로운 인물도 등장시켜 살을 붙인 <연인 심청>은 확실히 새로운 느낌이었어요.

 

 

연대, 작자 미상인 심청전은 경판본과 완판본 외 수많은 판본이 있는 한국 고전소설입니다. 주 흐름은 같아요. 공양미 삼석을 부처님께 바치면 아버지가 눈을 뜰 수 있고, 인당수에 몸을 던지고, 용궁 세계에 갔다 연꽃에 싸여 다시 이 세상으로 돌아오고, 왕비가 되어 아비를 찾느라 맹인잔치를 벌이고. 하지만 경판본은 유교적, 숙명론적이라면 완판본은 다양한 판본을 중재한 느낌에다가 세속적이고 현실적인 내용이 더 많다 합니다. 완판본이 우리가 아는 뺑덕어미도 나오고 등장인물이 경판본보다 더 다양하다네요. 어쨌든 우리는 '효녀 심청'에 대해서만 익히 들어왔습니다.

 

방민호 교수님<연인 심청>에서는 새로운 인물을 만날 수 있는데 '윤상'이라는 인물입니다. 비중이 참 큽니다. 심청이의 정인이지만 결국 연을 맺지 못한 윤상 그 사랑의 깊이가 심청이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습니다. <연인 심청>의 부제가 '사랑으로 죽다'인데 저는 윤상이를 먼저 떠올릴 정도였거든요.

 

 

 

심봉사는 역시나 무능력자에다가 욕망이 과한 인물로 그려졌습니다. 투전방에 놀러 다니고 식탐 많고 여색까지. 타고난 천성이 야망이 큰 인물이어서 눈이 멀게 되자 그 절망이 그에게는 엄청난 독이 되어버렸지요. 딸 심청이가 없으면 무엇 하나 제 손으로 해낼 수 없는 심봉사. 그러면서도 그 고마움을 모릅니다. 딸이 제물로 팔려나가며 받은 재물을 노름과 여색 잡기에 탕진해버리고 몸까지 엉망이 되고맙니다. 주변을 헤아리지 못하고 자기만 생각하는, 눈멀고 마음마저 먼 애어른입니다.

 

심청전은 판타지에서 볼 수 있을법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지요. 용궁도 있고, 옥황상제가 있기도 하고. 하이라이트는 심청이가 죽었다 살아나는 것이긴 하지만요. 어쨌든 현실적이되 현실이 아닌, 그럴 법한 일이 아닌 믿지 못할 법한 이야기. 눈에 보이지 않는 이야기의 매력이 담겨 있는 소설입니다.

 

 

 

<연인 심청>에서는 기막힌 전생이야기가 나와요. 심청이와 심봉사의 관계가 전생에 사랑하는 관계였다는 것이지요. 이 부분때문에 심청이의 지고지순한 행동들이 이해됩니다. 오히려 좀 과할 정도다 싶을 때는 솔직히 얘는 자존감이 어쩜 이리도 낮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게 다 이유가 있긴 하더라고요. 전생에서도 난봉꾼 기질이 있던 심봉사는 그 욕망을 현세에까지 붙잡고 있던 것이었고요.

 

심청이는 이번 생애에서 인간의 원죄를 구원하는 이타적 사랑을 보여준 셈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구원하는 일이 한 생애를 걸고서야 이룰 수 있었지요. 심청이는 심봉사를, 윤상이는 심청이를....... 

 

『 서로의 슬픔이 커서, 서로가 상대방이 안고 있는, 제 것보다 더 큰 슬픔을 동정해서 두 사람은 깊이 사랑했다. 』 - p43

 

비뚤어진 마음에 갇힌 심봉사에게 마음의 눈을 떠야하는 이유를 알려준, 맹인잔치 가는 길에 동행한 황봉사의 말이 기억 남습니다. '마음이 눈 뜨면 어떤 괴로움도 내 것 아닌 게 된다. 한 줌의 기쁨이지만 그것은 내 손안에 있는, 내가 손에 쥐고 있는 보람'이라고요.

 

심청전을 재해석한 <연인 심청>의 청이는 그래도 전통적인 효녀 심청보다는 훨씬 더 이유다운 이유로 살긴 한 것 같아요. 어찌됐든 여전히 심봉사는 좋아할 이유가 없네요. 나쁜 남자에게 끌린 심청이가 불쌍할 뿐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심하게 희생하는 심청이의 삶이 못마땅합니다. 게다가 윤상이라는 인물 때문에 더 마음이 아팠던 것 같아요. 전생의 연인이었던 아비를 살릴 것인가, 이생의 정인을 살릴 것인가 갈림길에서 특히 불편했네요. 심봉사의 운명은 청이가 개척해 준 셈이지만, 전생의 연을 끌고 와 이생에서 풀어내려는 청이의 사랑만큼은 결국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습니다.

 

심봉사의 행동거지때문에 화가 나기도, 지고지순한 청이의 사랑을 보며 나쁜 남자는 집어치워! 소리가 나오기도, 한결같은 윤상이를 보며 바보같은 녀석! 이라감정 폭발을 일으켰던 <연인 심청>.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래요, 아름다웠어요. 오히려 이런 방식의 사랑은 못하는 나이기에 청이에게 시샘을 한 것 같습니다.

 

 

 

 

<연인 심청>, 어마어마한 독서감상문 대회가 있네요.

필력있는 분들에겐 도전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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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
백지연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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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놀랐네요. 백지연의 10번째 책은 기존에 출간했던 에세이 분야가 아닌 소설 <물구나무>입니다. 여성 롤모델인 백지연은 그간 똑 부러지는 이미지가 강해 그녀가 책을 낸다면 에세이, 자기계발서 분야가 어울릴 거라 생각했는데 문학 소설이라니. 반전이었어요. 그래서 더 기대하며 읽은 책이기도 합니다.

 

 

 

 

고등학교 학창 시절 3년 내내 붙어 지내다가 졸업 후 자연스레 멀어진 여섯 명의 여자들이 등장합니다. 고등학교 체육 시간에 '물구나무도 못 서는 바보들'이 된 여섯 명이 베프가 되었어요. 서로 떨어지면 죽을 것처럼 몰려다니던 친구 사이였지만 한 명을 빼고 미팅을 한 일명 미팅사건으로 사이가 어색해지며 결국 다들 저만의 인생을 살게 됩니다.


이 책의 화자인 전문 인터뷰어이자 독신인 민수를 중심으로 학창 시절 공부를 잘해서 스타였고 졸업 후 빠르게 재벌가 며느리가 된 수경, 불화 가정에 놓여있었지만 당당히 행동했던 승미, 우리 아빠라는 말을 달고 산 파파걸 문희, 학창 시절엔 모든 것에 뒤처졌었던 미연, 의료 엘리트 집안에 본인도 치과의사가 된 하정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졸업 후 27년이나 지난 어느 날, 인터뷰어 민수는 치과의사 하정의 죽음 소식을 접합니다. 문제는 하정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조차 모른 채 경찰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란 거죠. 도대체 27년이란 세월 동안 하정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민수는 하정의 죽음 이면을 알고자 옛 친구들을 한 명씩 만납니다. 그 과정에 무엇이 우리들의 인생을 이렇게 다르게 만들어버렸는지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키네요.


『 알터 에고, '또 다른 자아'라니. 세상에 보여지는 나와 그 속에 감춰진 또 다른 나. 』 - p69
 

『 옛 친구가 재산 같은 것은 아마도 이런 이유 때문인가 보다. 추억의 보고를 한아름 들고 있지 않은가. 』 - p114

 

『 우린, 인간은 결국 철저히 혼자인거지, 하는 생각을 다시 깨닫기도 했고말이야. 그러나 그럼에도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건 인간의 외로움을 불쌍히 여긴 신이 주신 선물이라 생각해. 』 - p271


 

비슷한 조건으로 같은 출발선에서 시작한 인생이 대비되게 펼쳐집니다. 학창시절엔 똑 부러졌었지만 현재는 비참한 인생을 살거나, 그와 반대로 학창시절엔 뒤처졌었지만 현재는 실속있는 삶을 살고 있거나 하면서 내가 아는 그 사람이 정말 그 사람이었던가? 하게 됩니다.  판이하게 달라진 '현재'의 모습을 보면 앞으로 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습니다.


『 가끔은 물구나무를 서면서 세상 이치를 깨닫기도 해. 위와 아래가 바뀌는 거지. 그래서 재미있는 인생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바로 그런 이유로 두렵기도 한 인생이지. 』 - p280

 

 

 

그 누구도 하정이의 죽음 원인을 짐작하지 못하다가 마지막으로 만난 미연이를 통해 실마리를 풀게 됩니다. 미연과 하정이 주고 받은 이메일 속에 하정이의 내밀한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거든요.


읽으면서 내내 든 생각은 백지연다운 소설이구나였어요. 처음엔 죽음 원인을 파헤치려는 민수의 행동 때문에 미스터리 소설인가 싶었는데 예상을 깨네요. 백지연을 닮은 인터뷰어 민수를 통해 인생에 대한 전반적인 심리상담을 받는 기분이었어요. 그만큼 중년 여성의 마음을 특히 잘 다루고 있습니다. 여자이기에 감당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삶을 보여주며 여성으로서 인생의 행복이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합니다.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하고 따뜻하게 위로하기도 하며 여성이라면 더욱 공감할만한 소설이네요. <물구나무>에 등장한 여섯 명은 이 시대 여성의 삶을 비춘 거울처럼 공감할만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현재의 삶이 고통스럽거나 불만족스런 여성들은 물론이고, 부모와 아이와의 소통 문제를 미묘하게 다루고 있어 부모들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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