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녀의 유골 캐드펠 시리즈 1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199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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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연히 알게된 캐드펠 시리즈의 첫 권. 뭐 책 앞갈피에 있는 설명에 따르면 애가서 크리스티를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는 세계적인 추리소설작가라고 씌여있더라. 흠. 애거사 크리스티를 뛰어넘었다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내심 아니기만 해봐라. 하면서 읽기 시작. 배경은 중세의 수도원. 주인공도 중세의 수도사들. 얼핏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장미의 이름에는 굉장히 현학적이고 아는거 많고, 나이도 좀 있는 수도사가 주인공이었다면, 이 책의 주인공인 캐드펠은 합리적이고, 실제적이긴 하나 왠지 정감있는, 수도원에 들어오기전에는 많은 모험을 했던 사람이다. 주인공의 성격이 확연히 다른 것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책은 장미의 이름보다 훨씬 더 읽기 쉽다. 하지만, 재미는 있다.

 캐드펠 시리즈의 첫 권인 성녀의 유골은 수도원 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 위해 성녀의 유골을 모시기로 작정을 하고 사방으로 수소문하던 시루즈베리의 부수도원장이 같은 수도원에 있는 콜룸바누스가 성녀의 계시를 받았다고 말하여 그의 계시에 나타난 위니프레드 성녀를 찾아서 웨일즈의 벽촌인 귀더린으로 간다. 하지만 성녀의 유골을 모셔가는 것은 마을 주민들의 반대로 난항에 부딪히게 되고, 그러던 중 마을을 대표하던 리샤트가 죽게된다. 부수도원장은 이를 성녀의 저주라고 하지만, 이는 분명 인간이 한 짓. 누가 그를 죽인 것인지를 밝히기 위해서 캐드펠과 죽은 리샤트의 딸인 쇼네드는 조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밝혀지는 범인. 그리고 예기치 않은 사고. 그리고 행복한 결말.

 이 책에서는 인간의 탐욕에 대해서 말해주고 있다. 가장 단순한 진리이긴 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이들은 자신의 탐욕때문에 스스로를 파괴한다. 가장 단순하지만 보편적인 이야기이기때문에 이 책은 독자로 하여금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고, 쉽게 이해하도록 한다. 뭐 깜짝 놀랄만한 트릭이 있는 것도 아니고, 비교적 평평한 책이긴 하지만, 묘하게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을 가진 책. 굉장히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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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메의 여름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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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50년대 도쿄의 유서깊은 산부인과 가문의 사위가 밀실에서 연기처럼 사라진다. 임신중이었던 그의 부인은 20개월째 출산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이에 우연히 말려든 3류 소설가인 세키구치와 고서점 주인이자 음양사인 교고쿠도, 그리고 탐정간판을 달고 있으나, 묘한 구석이 있는 에노키즈가 사건을 조사하면서, 사건은 그 실체를 드러내게 된다.

 현대의 추리소설과 같은 놀랄만한 트릭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책은 꽤 섬뜩하다. 책의 제목인 우부메는 아이를 낳다가 죽은 여인의 혼령을 뜻하는데, 이 책에 나오는 구온지 가가 운영하는 산부인과에서는 마치 우부메가 씌인 것처럼 태어난 영아가 없어지기도 하고, 묘한 일들만 잇달아 일어난다.

 세부적으로 보면 뭔가 어긋나있는 부부관계, 그리고 정상적이라고 보기엔 묘한 등장인물들, 그리고 뭔가를 감추려고 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다가, 의식과 무의식이나 마음의 영혼, 그리고 인간의 뇌, 그리고 인간의 기억이란 자기 자신에 의해 편집되고 있다는 내용들이 나오면서 이 책이 심리학적인 책인가, 철학적인 책인 것인가 싶어지기도 하지만. 뭐 어쨋든간에 읽고나면 먼가 오싹해지고, 슬퍼졌다. 그리고 읽고 나서 나의 기억은 얼만큼 편집되어 있는 것인가를 생각하니 내 자신을 믿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들기까지 했다. 여튼 읽고 나서도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드는 책. 곱씹을수록 섬뜩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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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삼관 매혈기
위화 지음, 최용만 옮김 / 푸른숲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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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삼관 매혈기는 책 제목 그대로 허삼관이란 인물이 피를 파는 이야기이다. 젊은 시절 우연하게 피를 팔게 된 그는 피를 판 돈으로 장가를 가고, 그 뒤로는 흉년이 들어서 먹을 것이 없어 졌을 때,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자신의 큰 아들이 사람을 쳐서 큰 돈이 필요할 때 그것을 갚기 위해서, 그리고 아픈 아들의 치료비를 마련하기 위해서 피를 팔게 된다. 허삼관의 젊은 시절부터, 느지막에 나이가 들었다고 피를 팔 수 없다고 퇴짜를 맞을 때까지의 인생을 때로는 우습게, 때로는 눈물나게 보여주는 것이 이 책이다.

 한 가정의 아버지로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위해서가 아닌 가족을 위해서 피를 팔았던 허삼관. 한 가정의 가장이라는 것이 무슨 그리 큰 죄였기에, 그는 아들을 살리기 위해서 석달에 한번 팔아야 하는 피를 사나흘에 한번씩 팔면서 아들의 치료비를 마련하다가 결국 쇼크로 쓰러지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동안의 자신의 일은 잊은 채, 아들인 일락이 살아있음을 보고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던 것도 바로 그였다.

 물을 많이 마시면 피가 묽어져서 더 많은 양의 피를 뽑을 수 있다고 들은 허삼관은 피를 뽑기전에는 물을 엄청나게 많이 먹고는 피를 뽑는다. 그에게 피를 뽑는 방법을 알려줬던 방씨와 근룡이. 물을 너무 많이 먹어서 오줌보가 터져버려 병신이 되어버린 방씨. 그리고 피를 뽑은 뒤 뇌일혈로 죽어버린 방씨. 그들의 모습을 보아왔기에 피를 뽑는 다는 것에 두려움을 느꼈을지도 모르는 허삼관. 하지만 그는 벼랑끝에 몰려있었고, 그에겐 아무런 재주도, 능력도 없었다. 오직 피를 팔아서 돈을 마련하는 것 뿐.

 책의 초,중반에는 허삼관네 식구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진행되어 있었고, (일락이가 허삼관이 아들이 아니라 그의 부인인 허옥란이 결혼하기전에 강간당해서 밴 아이라는 이야기. 그리고 그에 허삼관이 임분방을 문병갔다가 그녀를 강간(?)하게 되는 이야기 등등.)후반으로 갈 수록 큰 아들인 일락을 살리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생각하지 않고 피를 파는 허삼관의 모습이 그려져있어서, 극적 대비가 비교적 선명했다랄까?

 여튼 부모의 사랑. 그리고 가난의 슬픔 등에 대해서 다시금 느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중국 작가의 책이었지만, 우리나라의 정서에도 충분히 통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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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
김진송 지음 / 현실문화 /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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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봄이었던가? 인사동에서 하는 전시회중에서 꽤 가고 싶었던 전시회가 있었는데 그만 까먹는 바람에 가지 못하고 끝나버린 전시회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나무로 깎은 책벌레 이야기 전'이었다. 가고 싶었는데 퍽도 단순한 기억 체계덕분에 못가서 아쉬웠는데, 도서관에서 방황하다가 이 책을 발견하고 말았다.

 이 책의 이야기를 쓰고, 이 책에 나오는 목각인형을 만든 것은 일명 목수 김씨. 김진송이다. 책 표지에도 깎고 씀 김진송이라고 나왔으니 뭐. 여튼, 이 책은 동화같은 이야기가 그가 만든 목각 인형이 주인공이 되어 진행되고 있다. 짤막짤막한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롭게 진행되서 재미있기도 했지만, 더불어 그가 만든 목각인형을 사진으로 봐야 한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비단 목각 인형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삽, 톱날, 볼트, 너트 등의 각종 재료를 사용하여 왠지 그의 솜씨가 부러워서 따라해보고 싶은 충동마저 생기는...(허나 안되는거 아는데 뭐하러 해보겠냐 -_ㅠ) 책 뒤편에는 목각 인형의 크기나 그것을 어떤 나무로 만들었는지 써있어서 상상을 하면서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직접 봤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책으로 봐서 이래저래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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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엽 감는 새 4 - 새잡이꾼 편 2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199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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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엽감는 새는 얼마전 나온 해변의 카프카가 나오기 7년전에 발표된 장편소설이다. 개인적으로 하루키의 장편에서 느끼는 인물간의 묘한 얽힘과 섥힘이 좋아서 하루키의 소설이라고 하여도 단편보다는 장편쪽이 더 애착이 갔었는데, 태엽감는 새를 읽어버리므로써 장편다운 장편은 다 읽어버린 셈이 되어버렸다. 뭐 하루키란 작가가 죽은 것도 아니고, 언젠가 또 새로운 장편을 들고 나타날테니 그동안엔 중,단편들을 읽으면서 기다리는 수밖에...

 여튼간에 이 책은 30살의 오카다 도루는 그저 그런 법대를 나와서 조그만 법률 사무소에 다니다가 특별한 이유없이 그만두고 나와버린 남자이다. 그렇지만 그의 부인인 구미코가 돈을 벌어오고 있었고, 어머니로부터 상속받은 유산이 있어서 생활에는 궁핍함을 느끼지 않아 그는 집에서 당분간 살림을 하며 지내게 된다. 그러던 중에 부인이 아끼던 고양이가 없어지고, 그 고양이를 찾기 위해 동네를 배회하던 중 가사하라 메이라는 사고로 학교를 쉬고 있는 여자아이를 만나게 된다. 둘은 어찌하다가 친해져서 같이 가발회사에서 아르바이트도 하고, 이야기도 하면서 친해지게 된다. 계속 고양이의 행적은 묘연하고, 구미코는 고양이를 찾기 위해서라며 가노 마루타라는 뭔가 점쟁이 같은 여자를 만나게 되고, 그녀의 동생인 가노 구레타를 만나게 되고 일은 뭔가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그의 부인인 구미코가 갑자기 집을 나가버린다. 싸운 것도 아니고 무슨 문제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오타다 도루는 그녀를 찾기 위해서 그의 성격과는 정반대인 매형인 와타야 노보루를 만나게 되고, 이후 내용은 전혀 다른 인물인 와타야 노보루와 오타다 도루의 은근한 대립으로 이어진다. 아내의 행방을 찾으면서 오타다 도루는 마미야 중위를 만나서 그에게 우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그 외에 아카사카 너트메그와 그녀의 아들 시나몬을 알게되며 그들과 일정한 관계를 맺으면서 이야기는 진행된다. 그리고 마지막에 아내의 편지로 이 책은 결말이 난다.

 뭔가 한마디로 압축하기에는 이리저리 얽혀있는 이야기이고, 과거의 일이 현재에 재생되거나, 꿈 속의 일과 현실의 일의 경계가 모호해서 오타다 도루가 겪는 혼란과 생각을 나도 같이 겪는 듯한 이야기. 일본의 전쟁이야기부터 현재의 이야기가 묘하게 얽혀서 돌아가지만 전혀 어색함이 없는건 하루키의 장편 소설의 묘미랄까. 여튼 이번 그의 소설에도 전체적으로 공허함과 결핍감이 깔려 있다. 그래서인지 왠지 읽으면서도 나 스스로의 공허함과 결핍감을 찾고 있는지도... 여튼간에 하루키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한번씩 나 스스로의 자아에 대해 생각해보곤 하는데, 그럴때마다 뭔가 뾰족한 답은 떠오르지 않는다. 아직은 자아가 덜 발달한 것인지, 아니면 인간이란 본디 그런 것인지...

 여튼 이 책의 구성과 이야기들은 매우 잘 맞물려 있으며, 그것은 하나하나 잘 맞춰져서 빈 틈이 없는 하나의 큰 퍼즐과도 같다. 하루키가 한 조각 한 조각 그 조각을 맞추어 갈때마다 나 또한 그것을 바라보면서 즐거움을 느꼈다랄까? 하루키의 장편 소설이 빨리 나왔으면 좋겠다. (태엽감는 새 이후에 해변의 카프카가 나오기까지 7년이나 걸렸는데, 그보다 더 걸리진 않길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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