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가 돌아왔다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이우일 그림 / 창비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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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김영하의 소설은 이번에 읽은 '오빠가 돌아왔다'가 처음이다. 예전에 읽었던 성석제의 작품처럼 사회에 대한 비판을 가하고 있는 내용인데, 성석제가 좀 유쾌한 비판이라면, 김영하는 그보다는 좀 더 무거운듯한 비판이랄까? 이 책에는 총 8개의 이야기가 실려져있다.

 그 중에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골라서 얘기하자면, 우선 두번째 이야기인 오빠가 돌아왔다는 제목 그대로 집을 나갔던 오빠가 어느날 갑자기 왠 여자애를 데리고 집에 돌아와서 벌어지는 일이 드러나고 있다. 가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어떤 애정도 없는 식구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의 묘한 먹이사슬. 여튼, 뭔가 비정상적인 가정을 통해 까발려지는 현대의 가정의 모습. 이 이야기에 등장하는 가족에게는 폭력, 돈, 그리고 섹스가 빠지지 않는다. 술주정뱅이 아버지를 개패듯 몽둥이로 패는 오빠, 그리고 자신의 굶주린 성욕을 채우기 위해 딸의 교복을 침대에 두는 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역시 자신의 성욕을 채우기 위해 여자친구와의 동거를 하는 오빠의 모습. 이 이야기속의 가정은 애정으로 결합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필요에 의해만 결합되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가족의 일원들도 하나하나의 인격으로써 존중받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들이 하는 기능으로써만 인정을 받는다. 정도의 차이뿐이지 어느정도 현대의 삭막해진 가정의 모습과 닮지 않았다고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세번째 이야기인 크리스마스 캐럴은 대학에 다닐 시절 모두에게 걸레 취급을 받던 진숙의 귀국으로 그녀를 한 때 공유했던 세 남자가 다시 만나고, 그 날 진숙이 살해당하자, 자신이 죽인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혹시 내가 그랬던 것이 아닐까?'라고 고민하는 주인공의 모습이 드러난다. 진숙이 죽었다는 사실보다는 그녀를 통해 감춰두고 싶었던 과거, 즉, 자신의 치부가 드러남에 진숙이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그리고 정말로 더이상 세상에 존재하지 않은 진숙의 존재. 새로 나온 영화중에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제목을 지닌 영화가 있다. 이 영화의 제목처럼 등장인물들은 그들만의 비밀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진숙의 등장으로 인해 그것은 자신만의 비밀이 아닌, 까발려진 비밀 아닌 비밀이 되어버린다. 어느 누구가 자신의 비밀이 까발려지는 것을 원하겠으며, 그로 인해 자신의 비밀을 알고 있는 자를 없애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더불어 등장하는 건 세 남자의 성욕. 진숙의 표현에 의하면 그들은 한 때 똥마려운 강아지 마냥 그녀의 자취방에 들어와 성욕을 채우고 가버리고 마는 존재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거절하지 못했던 그녀와 그런 그녀를 교묘하게 이용했던 그들. 그들이 과연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었을까? 내용속에서 진숙이 자신이 스스로를 걸레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했겠냐는 말에서는 왠지 모르게 그녀의 아픔이 느껴지기도 했고, 다른 한편으로는 스스로가 스스로를 존중하는 것이 요컨대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었다.

 마지막 이야기인 보물선에서 주인공인 재만과 그의 주식 조작 멤버들은 주인공의 친구인 형식의 보물선 계획을 작전으로 주식을 조작하고, 큰 차액을 남기고 주식을 팔아버린다. 하지만 형식이 말한 보물은 나오지 않고, 주가는 떨어지고 형식은 쫓기게 된다. 단순히 형식의 도피자금 요청에 응한 주인공 재만은 잠시 여행을 다녀온 뒤에 형식이 광화문에 있는 이순신 장군상을 폭발시킨것을 알게된다. 그리고 주식 멤버들 중에서 가장 많은 돈을 형식에게 보낸 재만은 공범으로 몰리고, 보물선과 주식이 연관이 있음이 밝혀지면서 주식 멤버들은 모두 잡힌다. 등장인물인 형식은 비현실적인(어쩜 현실이라고 믿어질정도, 딱 그만큼의 비현실성을 지니고 있는 이야기) 열정을 가지고 있다. 민족의 정기를 막기 위해 쇠말뚝을 막았으니, 이를 없애야 한다는 주장이나, 보물선이 있으니 그것을 찾아내면 많은 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어떻게 보면 허무맹랑하고, 어떻게 보면 믿어지는 그런 열정을 지니고 있다. 형식이 가지고 있는 성향이 열정(그것이 비정상적이던 정상적이던 간에.)이라면 주인공인 재만은 차갑다. 자본주의에 적응해버린 인간답게 그는 철저히 계산적이다. 이익을 얻을 수 있을 만큼만 딱 그만큼만 행동하며, 절대 손해보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그리고 재만과 그의 주식 멤버들은 형식의 열정을 이용하여 냉정하게 이익을 얻는다. 비정한 놈들. 그런 놈들이 살고 있는 세상이 현실, 자본주의의 냉정한 현실인 것이다.

 이 세가지 이야기뿐 아니라 김영하의 소설은 굉장히 냉소적이다. 끊임없이 세상을 비웃고, 비판한다. 하지만 그가 비판하고 비웃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대체 어떻게 살아가는 것일까? 한번쯤은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생각해봐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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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 증보판 리라이팅 클래식 1
고미숙 지음 / 그린비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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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 근래에 들어 수업시간에 연암 박지원에 대한 이야기를 연달아 들은지라, 초보 국문학도의 호기심에 의해 집어든 책. 그리고 의외의 수확이랄까.굉장히 만족한 책.

  이 책은 열하일기를 해석해주는 해석판은 아니다. 오히려 열하일기를 통해서 느껴지는 연암 박지원에 대한 고찰이랄까. 사실 그동안 연암의 초상화를 봤을 때는 굉장히 무섭게 생겼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까, 실은 연암은 굉장히 유쾌하고 재기발랄한 사람이랄까. 그간 내가 느껴온 것과는 왠지 다른 느낌. 문체반정에 핵심에 놓여있었으면서도 재치있게 피해온 그의 재담이나, 사촌의 도움으로 비공식적으로 가게 된 중국에서의 그의 행동들은 정말 유쾌하다. 보론에서는 연암과 다산을 비교하는 부분도 있었는데, 분명 연암과 다산은 동시대 인물로, 둘 다 18세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들이다. 하지만, 연암과 다산의 지향점은 달랐고, 둘의 문학 방식도 달랐으며, 또한 둘은 서로를 견제하긴 했으나(책을 읽으면 연암이 과연 다산을 견제했을까 싶지만), 서로 비난은 하지 않았던 묘한 경쟁자들이었다랄까.

 여튼, 열하일기를 곳곳에 발췌해놓아서 이해하는데 큰 어려움도 없었고, 열하일기라는 문헌 자체에 목적을 둔 것이 아니라 열하일기를 통해서 본 연암이 목적이라서 그랬는지, 연암이란 인물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제목 그대로 웃음과 역설은 연암에게 있어서 빠질 수 없는 요소였다. 어쨋든간에, 이 책은 내 생각과는 다르긴 했지만, (난 그저 열하일기를 좀 쉽게 써놓은 책이려니 했다) 그래도 읽고 나서 열하일기에 더 많은 관심이 생겼으니, 오히려 다행인건가? 책 뒤에 나온 더 읽어볼만한 책들도 하나같이 관심가는 책들이고.. 여튼, 오랜만에 그리 어렵지 않은 괜찮은 인문학 도서를 한권 본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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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고미숙, 몸과 우주의 유쾌한 시공간 '동의보감'을 만나다
    from 그린비출판사 2011-10-20 16:59 
    리라이팅 클래식 15 『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을 찾아서』출간!!! 병처럼 낯설고 병처럼 친숙한 존재가 있을까. 병이 없는 일상은 생각하기 어렵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나 역시 살아오면서 수많은 병들을 앓았다. 봄가을로 찾아오는 심한 몸살, 알레르기 비염, 복숭아 알러지로 인한 토사곽란, 임파선 결핵 등등. 하지만 한번도 병에 대해 궁금한 적이 없었다. 다만 얼른 떠나보내기에만 급급해했을 뿐. 마치 어느 먼 곳에서 실수로 들이닥친 불...
 
 
 
스푸트니크의 연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정환 옮김 / 자유문학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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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면서 한 번도 사랑에 빠진 적이 없었던 22살의 스미레. 그리고 그녀를 사랑하고 있는 주인공. 그리고 스미레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상대인 여자인 뮤. 이렇게 세 명의 엇갈리는 어떻게 보면 조금은 기묘한 사랑이야기. 그리고 하루키만의 자아에 대한 생각.

 우연히 결혼식장에서 만나게 된 스미레와 뮤. 둘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고, 스미레는 뮤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에 뮤가 스미레에게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하게 되고, 둘은 함께 일한다. 그러던 중 사업차 가게 된 이탈리아. 그곳에서 우연하게 그리스의 작은 섬으로 가게 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평화로운 나날. 그러던 중에 스미레가 마치 바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뮤의 부탁으로 그들이 머문 그리스의 작은 섬에 간 주인공. 하지만 스미레의 모습은 흔적도 없다. 그렇지만, 발견하게 된 스미레가 쓴 글이 있는 디스켓. 그 곳엔 스미레가 쓴 현실과 또 다른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마치 샴쌍둥이처럼 붙어있는 한 인간의 내면에서의 갈등.

 인간은 누구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엇갈려 있지만, 그 시작과 끝은 구분되지 않고, 두 가지의 성격이 공존하고 있다. 나 스스로도 나라는 존재에 대한 정체성을 아직까지는 확실하게 정의할 수가 없다. 어느날 갑자기 스미레처럼 내 내면에 대해서 심한 고뇌를 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그런 결과 내 내면에 대한 확실한 구축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의 난 아직까지는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나조차 종잡을 수 없는 그런 존재인 것 같다. 난 누굴까? 난 어떤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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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는 시간의 딸 동서 미스터리 북스 48
조세핀 테이 지음, 문용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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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범인을 잡다가 사고로 다치게 된 글랜트 경감. 그가 계속하여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중 우연한 계기로 리처드 3세의 초상화를 접하게 되고, 그는 그 초상화를 보면서 그 주인공이 리처드 3세라는 것을 알기 전에는 그 초상화의 주인공은 피고석에 앉을법한 사람이 아닌 재판관석에 앉을 법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두 조카를 죽인 리처드 3세였다. 그는 그 초상화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대체 왜 리처드 3세는 그의 조카를 없앴을까? 그 조카를 없앤다고 해도 그에게는 아무런 이익이 남지 않았다. 그리고 병상에서 한 역사학도의 도움을 받아 리처드 3세에 대해서 조사를 하면서 두 왕자를 리처드 3세가 죽인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된다.

 역사는 승자의 입장에서 쓰여진다. 리처드 3세는 그의 뒤를 이은 찰리 7세에 의해서 철저하게 나쁜놈이 된다. 어떤 문헌이라도 리처드 3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한게 없었다. 하지만 기묘하게 어긋나있는 부분을 발견하고 그 부분을 통해서 사건의 진상을 밝혀내는 것이 주인공인 글랜트 경감과 그를 도운 역사학도에 의해 이루어졌다. 역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은 창작의 범위가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기때문에 글을 써가는데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쉬울 수 있다. 그렇지만, 역사적 사실을 잘 이용해서 괜찮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책의 저자인 조세핀 테이는 굉장했다. 리처드 3세에 대한 논리적인 고찰. 움베르트 에코의 장미의 이름처럼 역사를 바탕으로 한 추리소설이지만, 그보다는 좀 더 읽기도 쉽고 이해도 쉬웠던 작품. 그리고 글랜트 경감을 통해서 접하게 된 안락의자탐정(여기서는 침대탐정이 되겠지만)도 나름대로 매력적인 것 같았다. 여튼간에, 매우 흥미로웠던 작품. 근데 정말 리처드 3세가 그의 조카인 두 왕자를 죽인 것이 아닐까?

아, 그리고 뒤에 이어지는 짤막한 단편인 건망증 있는 사람들도 좀 황당하긴 하지만, 재미있었다. 어디서 본 듯한 내용이긴 했지만... 여튼 이래저래 매우 흥미로운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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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의 노래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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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의 노래에 이은 김훈의 작품. 이번에는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가야의 악사인 우륵과 가야의 대장장이 야로 그리고, 신라의 장군 이사부, 그리고 그 외에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칼의 노래가 이순신이 직접 말하는 듯한 1인칭 시점이었다면, 이 책은 3인칭으로 서술되어 있다. 현의 노래라는 제목만을 봤을 때는 단순히 우륵에 관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읽다보니까 단순히 우륵 한 사람에 것이 아니라 가야가 망해가는 과정 속에서의 우륵과 야로의 같지만 다른 행로. 그리고 등장인물들의 욕망, 그리고 망해가는 가야에 대한 번민. 여튼 이러한 내용들이 현의 노래의 주된 내용이다.

 소리는 어디에 구속되는 것이 아니라 소리 그 자체라는 우륵의 철학. 그리고 병장기는 본래 흘러서 끝이 없는 것이라고 한 야로. 어찌보면 같은 생각이지만, 또 어찌보면 다르기도 한 묘한 경계.

 칼의 노래에서도 느꼈지만, 김훈은 참 부지런한 작가인 것 같다. 많은 사료를 조사해서 이야기를 새로이 구성하는 능력. 이 것이 김훈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존재하는 사실에 상상력을 발휘해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것. 다음에는 그가 어떤 작품을 들고 나타날 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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