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편에서부터 기대를 불러 일으키더니 개봉도 하기 전에 외국에서 후한 평들을 들었던 영화 <괴물>. 게다가 <살인의 추억>으로 이미 자리매김을 한 감독 봉준호와 송강호, 박해일, 배두나 등의 배우까지 이 영화는 그야말로 '볼 수 밖에 없었던' 영화였다. (물론, 극장마다 2개관 이상씩 걸려 있는 상황이라는 점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기도 했지만.)
어느 날, 한강변에 괴물이 나타나 사람들도 혼란에 빠지지만 평화로웠던 한 가족의 삶도 혼란에 빠진다. 괴물은 한 집의 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 현서를 데려가지만 경찰도, 군인도, 그 누구도 현서를 위해 발벗고 나서주지 않는다. 결국 평범했던 가족들은 직접 나서서 재산을 털어 불법적인 경로로 무기들을 마련해서 한강으로 가서 현서를 찾기 시작한다. 넓은 한강변 어디에서 현서를 찾아야 할 지 절망적인 상황이지만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끈을 놓지 않는다. 물론, 스토리적으로 간단하게만 본다면 <괴물>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괴물'도 엄연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괴물 속에 함축된 의미, 그리고 괴물을 통해서 한 가족이 깨닫게 된 사회의 이면 등은 결코 단순한 '현서 구출기'가 아닌 것이다. 가족 내의 정(情)과 함께 약자에게 무심한 사회의 모습, 그리고 숨겨진 음모 등은 결코 가벼운 소재가 아니었다. 하지만 영화는 곳곳에 익살스러운 장면을 삽입해놓음으로 지독한 역설을 느낄 수 있게끔 해줬다. 곳곳의 디테일들을 통해 반미적인 느낌들도 받을 수 있었지만 무엇보다 '소시민의 비애' 혹은 '약자의 비애'를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싶었다.
스토리적으로도 만족스러웠고, 나름대로 CG면에 있어서도 이 정도면 한국영화치고는 훌륭했다 싶었고, 배우의 연기도 부족함이 없었던 것 같다. 더불어 이전에 봉준호 감독의 영화 속에 나왔던 조연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는 것도 왠지 반가웠더랬다. 참 만족스러웠던 영화지만, 한 편으로는 이렇게 스케일을 자꾸 키워간다면 봉준호 감독이 딜레마에 빠지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들었다. 괴물의 디테일과 관련해 잔뜩 이야기를 풀어놓고 싶지만, 그것만 써도 한 바닥은 될 것 같아서 그냥 감상만 쓰고 접으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