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디악 - Zodi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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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븐>, <파이트클럽>의 감독인 데이빗 핀처의 작품이기도 하고, 1960년대와 70년대 샌프란시스코 일대에서 37명을 살해한 후 자취를 감춘 연쇄살인범, 일명 조디악 킬러에 관한 이야기라기에 관심이 가서 보게 됐는데 생각보다 긴 러닝타임(2시간 반 정도)때문에 다소 힘이 들긴했지만 그런대로 긴장감을 유지하며 볼 수 있었다. 실화에 바탕을 두고 연쇄살인범을 추적한다는 점에서는 <살인의 추억>과 비교되기도 했지만, 이 영화의 경우 영화에도 등장하는 그레이스미스의 책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듯 다른 모습을 보인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신문사. 그 곳으로 "친애하는 편집장께, 살인자가 보내는 바요"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한 통의 편지가 도착한다. 그 곳에는 최근 일어난 두 건이 살인사건에 대해 범인만 알고 있을 법한 내용들이 자세히 적혀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조디악 킬러와의 대결. 암호문을 신문 1면에 공개하지 않으면 살인을 계속하겠다고 말하고, 이에 결국 암호문을 신문에 게재한다. 그리고 한 교사 부부가 암호를 풀며 범인에 대한 실마리를 얻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조디악 킬러의 편지와 협박이 계속되고 살인사건도 잇달아 일어난다. 그리고 조디악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그레이스미스, 에이브리, 토스키, 암스트롱. 이 네 사람의 인생도 바뀌게 된다. 시간이 흘러도 잊을 수 없는, 놓을 수 없는 범인 조디악. 그의 정체는 과연 밝혀질 것인가. 



  미국판 <살인의 추억>이라고 하지만 유머러스한 부분이 적고, 사건을 추적하는 사람들의 인간적인 모습보다는 사건 자체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드라마틱한 요소는 덜한 것 같았다. 그 때문에 2시간 반이라는 러닝타임이 다소 지루할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는 <살인의 추억>이 팩션이라면 <조디악>은 팩션이 아닌 사실을 다루고 있다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이 <살인의 추억>과 비교하고, <살인의 추억>보다 이 영화가 떨어진다고 평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는 이 영화대로의 매력이 분명 있다고 생각된다. 오히려 담담하게 사건 자체에 대해 이야기하는 과정이 더 사건을 생생하게 대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았다. 





  사건 자체에 대한 정보가 없이 보더라도 사건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던 영화. 감독의 다른 작품과 달리 크게 기교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때로는 망원경을, 때로는 현미경을 통해 사건을 바라보는 감독의 역량을 느낄 수 있었다. 별다른 기대없이 봤던 영화지만 생각보다 쏠쏠한 재미를 얻을 수 있었던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의 제이크 질렌할의 또다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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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메의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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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국내에도 소개되어 몇 권이나 출간된 교코쿠도 시리즈. 그 중 첫 번째 이야기인 <우부메의 여름>이 영화로 만들어졌었다는 걸 뒤늦게 알고 찾아봤다. 교코쿠도를 어떤 배우가 맡았을까라는 궁금증이 가장 컸는데 츠즈미 신이치가 맡았다는 걸 보고는 '제법 잘 어울리네'라는 생각을 했었다. 책을 보면서도 교코쿠도의 장광설에 다소 기가 눌렸는데 영화 속에서도 역시 엄청난 대사량. 츠즈미 신이치가 아니었으면 어떤 배우가 소화했을까 싶어지기도. 의외로 아는 배우들이 많이 출연해서(특히 에노키즈 역을 맡은 아베 히로시와 잠깐 출연한 시노하라 료코) 알아보는 재미도 쏠쏠했던.

 원작과 거의 비슷한 스토리지만 시간 관계상 생략을 해서 그런지 소설보다는 긴장감이나 공포감이 덜했던 것 같다. 듣기로는 츠즈미 신이치 주인공으로 해서 <망량의 상자>또한 영화화했다고 하는데 그건 어떤 느낌일까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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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블에 GO!! 타임머신은 드럼식 - BUBBLE FICTION: BOOM OR B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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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제목의 영화였지만 순전히 '아베 히로시!'가 등장한다는 점 때문에 보게 된 영화. 제목만 봐도 대강 내용은 짐작할 수 있지만 일본 버블 경제로 드럼 세탁기 모양의 타임머신을 타고 간다는 다소 만화같은 내용. 다소 유치한 구석이 있었지만 나름 재미있게 봤던 영화였다. 

  버블로 경제가 무너지고 불경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 영화는 남자친구의 빚을 떠맡은 주인공이 어머니의 상을 치르는 것에서 시작된다. 들어오는 부조금까지 사채업자가 가로채고 있는 상황. 그런 그녀 앞에 엄마의 친구라는 한 남자가 나타나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한다. 가전제품 회사 연구실에서 일하는 엄마가 버블을 막기 위해 17년 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갔는데 소식이 끊겼다는 것. 일본 경제의 파탄을 막기 위해, 엄마를 구하기 위해, 그녀의 빚을 없애기 위해 엉겁결에 드럼세탁기 모양의 타임머신을 타고 17년 전으로 떠나게 된다. (다른 사람도 가려고 시도는 했으나 모두 실패. 신장 160cm 이하, 최대둘레 80cm 이하의 인물만 타임머신을 탈 수 있다나 뭐라나) 그리고 도착한 17년 전의 일본. 과연 주인공은 무사히 엄마도 찾고, 버블 경제가 생기는 것을 막을 수 있을까?

  히노스에 료코를 드라마(속도 위반 결혼, 사랑따윈 필요없어 등)에서 봤을 땐 크게 매력적이라는 느낌이 안 들었는데 이 영화에서는 나름 괜찮게 나온 듯. 이미지 변신을 위함인지 중간에 섹시 댄스(?)도 등장해 료코 팬이라면 한 번쯤은 볼만한 영화가 아닐까 싶었다. 내가 좋아라하는 아베 히로시도 현재, 과거, 그리고 바뀌어버린 미래의 모습이 제각각 등장하는데 초반에는 분장(흰 머리와 주름이라니!)때문에 다소 불편했는데 과거로 돌아갔을 때 모습을 보면서 '역시 아베 히로시!'라고 생각하며 좋아라했던.

  사실 버블로 떠났다는 소재만으로 봤을 때 뭔가 반성적인 내용도 나와야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뭐 그런 건 별로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오락적인 요소가 가득해서 아쉬웠다. 본격적으로 버블 시대로 떠나 호화롭던 그 시절의 모습을 보여주고, 버블의 원인이었던 부동산 규제 발표를 막기 위해 모험(?)을 하는 모습 등이 재미있었다. 하지만 음모 이론이 갑자기 튀어나오고, <나비 효과>식으로 과거라 미래를 바꿔버려 등장인물의 지위가 어처구니없게 올라가서 황당하기도. 아, 그리고 버블 경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단순히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니. 내게 경제학적 지식이 별로 없어서 모르겠지만 결국엔 또다시 시장실패(버블 붕괴)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싶었다. 뭐 그러거나 말거나 단순히 아무 생각없이 볼 수 있는 오락영화를 찾는다면, 일본식 코믹물을 즐기는 분이라면 부담없이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 또한 이 영화를 보면서 유치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괜시리 키득거리면서 봤으니까. 뭔가 크게 터트리는 건 없지만 단타로 웃음을 줬던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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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3-05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이런 영화를 고민하면서 볼 필요는 없겠지요.근데 사진속 남자 주인공이 혹 히어로에 나온 남자 검사 아닌가요?

이매지 2009-03-05 15:35   좋아요 0 | URL
히어로에서 동료 검사랑 불륜하는 검사로 나왔었죠 :)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 - Driving with The Lover of W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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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봉할 무렵부터 왠지 모르게 관심이 갔던 영화인데 아무래도 이런 영화는 같이 보러 갈 사람 구하는 게 쉽지 않아 결국 DVD가 나온 이제서야 보게 됐다. 박광정, 조은지, 정보석이라는 색깔 강한 배우들이 등장하고 있고, 스토리도 독특하고, 영상과 음악도 독특해서 '오랜만에 괜찮은 한국영화 한 편을 건졌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봤다. 


  아내가 바람난 것 같아 그 상대를 알고 싶다고 생각한 태한. 낙산에서 아내의 애인이 있는 서울까지 올라가 택시기사 인 아내의 애인(중식)의 차를 타고 다시 낙산으로 내려간다. 태한이 자신의 애인의 남편인 줄도 모르고 중식은 "세상에 불륜이 어딨어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한다는데, 그게 불륜이예요? 사랑이지."이라고 떠들어댄다. 낙산으로 가던 중 차가 고장나 우연찮게 길어진 여행(?)길. 겨우 낙산에 도착해 태한은 차에서 내리고, 그 길로 중식은 태한의 아내를 찾아간다. 둘이 함께 있는 장면을 본 태한은 그들을 찔러 죽이려고 계획하나 결국 중식의 차를 끌고 서울까지 다시 올라와 중식의 아내가 운영하는 술집에 간다. 그 곳에서 중식의 아내와 관계를 맺게 된다. 뒤늦게 집으로 돌아와 이 장면을 보고 발끈한 태한. 그들의 관계는 역전되는데...



  불륜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소재를 이 영화는 마치 청량음료처럼 톡톡튀면서 시원하게 풀어간다. 이 영화의 내용을 딱 한 줄로 표현한다면 '남이 하면 불륜, 내가 하면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소재(?)를 가지고 때로는 흥미있게, 때로는 시니컬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감독의 재주에 놀랐다. (이 영화가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데뷔하기 잘했다!) 너무나 소심해서 기껏해야 '씨발'이라는 도장을 파는 것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남자, 너무나 뻔뻔해서 팔도에 애인을 만들어놓고는 '세상에 불륜은 없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남자. 이 둘의 한 판 승부가 독특한 영상과 함께 흥미진진하게 그려졌던 영화였다.  저예산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기발함과 재기발랄함을 느낄 수 있었던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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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야마다군 - My Neighbors the Yamad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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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사히 신문에 연재되었던 이시이 히사이치의 4컷짜리 동명 만화를 지브리 스튜디오가 제작한 작품이라 그런지 색감은 선명하지 않고 이야기도 뚝뚝 끊기는 감이 있지만 나름대로 소소한 재미는 있는 작품. 서양화풍의 화려한 애니메이션은 아니지만 동양화풍의 애니메이션을 만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영화인 것 같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이 영화는 이웃집 야마다군의 가족들의 이야기다. 할머니, 아빠, 엄마, 야마다군과 그의 동생. 그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이라서 그런지 더 정감가고 그들이 주는 교훈도 따스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어떤 급격한 사건은 없지만 하나같이 소소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보는 내나 소박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다만 좀 아쉬웠던 점이라면 4컷짜리 만화를 영화로 옮겼기때문인지 1시간 넘는 영화로 구성되기보다는 TV에서 한 편씩 방송해주는 걸 보는게 더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각 에피소드들은 큰 연관성 없이 거의 나열되는 편이었기때문에. 평소 아따맘마를 즐겨봤다면 이 영화도 재미있게 볼 수 있을 듯 싶다. 중간중간에 나오는 하이쿠도 영화의 맛을 더해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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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3-05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림체가 일본 만화 같지 않게 정겹네요^^

이매지 2009-03-05 15:39   좋아요 0 | URL
촌스러운 감도 있지만 왠지 따뜻한 느낌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