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고등학교 다닐 때쯤 친구가 '양쿠미같은 선생님이 될테야!'라고 말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뭐 그때만 해도 일본 드라마에는 별 관심도 없었고, 녀석이 말하는 게 뭔지도 알 수 없었는데 뒤늦게나마 이 드라마를 접하면서 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었다. (덧붙여, 그 친구가 지금쯤 좋은 선생님이 되기 위해 열심히 나아가고 있기를!)

  야쿠자 집안인 오에도 일가의 3대 두목의 외손녀인 야마구치 쿠미코. 부모를 사고로 잃고 외할아버지 밑에서 자라난다. 모두 그녀가 4대 두목이 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오히려 어린 시절부터 교사의 꿈을 키워 드디어 학교에 첫 출근을 한다. 하지만 그녀가 부임한 학교는 불량한 학생들로 가득찬 시로킹 학원. 그 중에서도 도무지 손 쓸 수 없다고 생각하는 3학년 D반의 담임이 된다. 문제아 중의 문제아들이 모인 반. 그 속에서 쿠미코는 양쿠미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학생들의 마음을 조금씩 열어가기 시작한다. 



  일본 드라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바로 이 드라마와 같은 학원물이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사건들,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이 때로는 감동적으로, 때로는 코믹하게 그려지고 있다. 예를 들어, 야쿠자 집안인 것을 숨겨야하는 상황 속에서 때때로 벌어지는 양쿠미의 실수와 같은 부분은 코믹스러웠고, (양쿠미라는 캐릭터 자체가 주는 코믹함도 있었지만) 친구를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기도 하는 학생들의 모습, 그런 학생들이 올바른 길로 가도록 (무사히 졸업을 시키기 위해?) 진심어린 충고를 하는 양쿠미의 모습 등은 감동을 줬다. 



  사실 스토리만 본다면 유치한 구석이 많고, 뻔한 느낌이라 양쿠미 역을 맡고 있는 나카마 유키에를 비롯해 출연진들의 캐릭터가 살아있어 재미있게 볼 수 있었다. (특히 <트릭>에서는 야베 형사로 나왔던 배우가 맡은 교감선생님이 압권) 고쿠센 2기도 있다고 하지만 인물만 바뀌고 스토리는 비슷하다는 평들이 많아 2기는 별로 땡기지 않지만, 1기만으로 볼 때는 충분히 재미있는 드라마인 듯. 뒤로갈수록 다소 진부해지는 느낌이 들었고, 얼마 전에 본 학원물인 <드래곤 사쿠라>에 비해 너무 가벼운 느낌이 들었지만 교사를 희망하는 학생들이라면 한 번쯤 재미삼아 교훈삼아(?) 보면 좋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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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27 02: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08-27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신기루 2007-08-28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 완소남이 많이 나왔죠 저도 이 드라마에서 마츠모토 준에게 완전 퐁당 빠졌는데ㅋㅋ
그래도 오구리슌도 좋고.. 다들 훈남들이어서 괴로울 지경이었어요 으하하;;

이매지 2007-08-28 14:52   좋아요 0 | URL
고쿠센 2기에도 나름 괜찮은 남자들 많이 나오는 것 같던데.
(개인적으로는 텟페이가 나와서 관심은 가던데 ㅎ)
오구리 슌 만세!
마츠준때문에 김전일을 다운받기 시작했어요 -_-;;;;
 



 우리나라도 사법고시에 합격하면 사법연수원에 들어가 일정기간 교육을 받듯이 일본의 시스템도 그렇다. (우리가 일본의 영향을 받은 거겠지만) 이 드라마는 그렇게 사법고시를 무사히 패스하고 사법 연수원에 들어가 법조인으로 첫 걸음을 시작한 7명의 이야기이다. 
 

  시험 앞에는 나이와 연령, 성별이 모두 평등하니만큼 이 드라마에 나오는 이들의 모습도 제각각이다. 학교를 다니면서 합격한 경우도 있고, 아이를 키우며 살던 전업주부, 재무성에서 고위관료로 일했으나 비리에 얽혀 그만둔 관료, 18년 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공부를 한 경우, 실직 후 시험을 준비하게 된 경우 등 제각각 사법고시를 준비하게 된 계기는 달랐지만 어쨌거나 사법연수원에서 만나게 된다. 하지만 제 2의 삶을 시작하게 된 그들은 바보 소리를 들으며 면박을 당하기 일쑤. 이에 아예 바보 소리를 듣는 사람들끼리 뭉쳐 함께 공부하고, 의논하며 서로를 발전시켜간다. 


  여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카에다 유코는 OL 출신이니만큼 서류에 나오지 않은 얼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의 입장을 배려해주려고 한다. 겉보기엔 어리버리하지만 실은 심지가 굳은 타입이다. 이 역을 맡은 미무라는 오디션을 통해 이 드라마에서 데뷔했다고 하는데 신인이라고 보기엔 꽤 안정된 연기를 보여줬다. 그 외에 오다기리 죠(말이 필요없을 듯), 츠츠미 신이치(런치의 여왕에서 첫째로 나온), 기타무라 소이치로(춤추는 대수사선에 출연했던), 마츠유키 야스코(모래그릇에서 봤던) 등의 인지도있는 배우들도 출연해 맛을 살린 듯. 

  여러 명의 인물이 등장하지만 그 초점이 골고루 비춰지기 때문에 주인공 한 명에 기대는 게 아니라 그들 사이의 관계와 동기애를 느낄 수 있었던 드라마였다. 각각의 캐릭터가 살아있어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고. 법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는 인간을 위한 것이지만 사실은 꽤 많은 부분은 인간을 배제하고 있다. 이 드라마에서 등장인물들은 그런 법에 대해 인간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물론, 실제 법조인들 가운데 이런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그들은 어디까지나 '비기너'이니까. 

  법률 드라마는 즐겨보는 편이 아닌데 이 드라마는 법률을 다루고 있지만 크게 어려운 내용이 아니라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을 듯 싶다. 전체적으로 밝은 분위기라 어두운 드라마를 싫어하는 분들이 보셔도 좋을 듯. (등장인물들의 갈등마저도 밝은 분위기가 풍긴다) 감동과 재미가 있는 드라마 <비기너>. 보고 나니 갑자기 사법고시나 준비해볼까하는 생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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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8-20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앗, 비기너! 오기다리 죠 때문에 잘 봤어요. 아, 님의 일드 시리즈 너무 좋군요.

이매지 2007-08-20 21:23   좋아요 0 | URL
시리즈로 만들려는 건 아니었는데
요새 갑자기 일드에 꽂혀서 열심히 보고 있어요.
이제 고쿠센 보기 시작했어요 ㅎ

비연 2007-09-16 2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보고 있는데, 생각보다 재밌군요^^ 오다기리 죠가 왜 인기가 많은 지도 알겠구요.

이매지 2007-09-16 21:50   좋아요 0 | URL
말랑말랑함과 진지함이 적당히 섞인 드라마죠? ㅎ
오다기리 죠는 나름 완소배우가 됐어요 ㅎㅎ
처음에 보고 뭐 저렇게 생겼나 싶었는데 보다보니 정드는 ㅎㅎ
그치만 얼마 전 <카오>는 좀 실망스럽더군요.
 


  일본 드라마의 역대 시청률을 보면 top 10 안에 기무라 타쿠야의 드라마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기무라 타쿠야가 시청률 보증 수표라는 셈. 일본 뿐 아니라 국내에도 많은 팬을 가진 그지만, 그의 드라마라곤 <히어로>정도만 본 지라 왜 그렇게 인기가 좋을까라는 생각을 했었다. (물론 <히어로>도 재미는 있었지만) 하지만 이 드라마를 보고 '역시 기무라 타쿠야구나!'하며 감탄을 했다. 이제사 조금은 기무라 타쿠야의 매력을 알게 된 느낌이랄까. 



  한 때는 잘 나가던 카레이서인 칸자키 지로. 일본에서 우승을 하고 유럽으로 진출했으나, 현재는 세컨드 드라이버로 활동하고 있다. 테스트 드라이브 중 퍼스트 드라이버와 지나친 경쟁을 해 결국은 팀에서 짤린다. 새로운 직장을 찾아 F1 레이스장을 찾아보지만 성과는 지지부진. 결국 일본으로 돌아온 그는 오랜만에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교사였던 그의 아버지가 교사를 그만두고 '바람의 언덕 홈'이라는 보육시설을 하고 있었기에 아이들과 부대끼며 살아가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아이라면 질색이라고 했던 그가 차츰 보육원의 아이들과 친해지게 되고, 아이들을 통해 점차 변해간다. 드라이버의 꿈을 품고 한 걸음씩 나아가는 지로. 그리고 그를 둘러싼 보육원 아이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그려지는 드라마. 



  사실 이 드라마를 보기 전에는 카레이서가 주인공이니만큼 카레이싱 장면이 많이 나오는게 아닐까하고 걱정아닌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카레이싱은 곁가지로 등장할 뿐 (물론, 주인공인 지로를 이해하는데 꼭 필요한 요소지만) 주된 무대는 바람의 언덕 홈이다. 제각각의 사정으로 보육시설에 맡겨진 아이들, 그 아이들의 상처와 그것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보듬어주는 지로의 모습이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따뜻하게 다가왔다. 그 때문에 스포츠 드라마라기보다는 홈 드라마에 가까운 드라마였다. (스포츠 드라마를 생각하고 보신 분들은 조금 실망하시는 듯.) 



  유머러스하면서도 꽤 감동적인 부분도 많아서 몇 번이나 눈물이 핑 돌았던 드라마였다. 기무라 타쿠야도 멋지게 나왔지만, 아역들의 활약이 돋보였던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다만 아쉬운 점이라면 보육사로 나온 여주인공이 기무라 타쿠야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은 느낌이라.(개인적으로 크게 호감가지 않는 스타일이었던) 일본에서 2005년 드라마부분 최우수상을 받을 정도로 작품성도 인정을 받은 드라마라고 하니 제목때문에 약간의 거부감을 느끼셨던 분들이라도 한 번쯤 볼만한 드라마가 아닐까 싶다. 단순히 자동차의 엔진이 아니라 내 삶의 엔진은 무엇일까라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었던 드라마였다. 또,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일까라는 생각도 해볼 수 있었던 드라마였다. 더불어 기무라 타쿠야의 다른 드라마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끔 만든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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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 2007-08-21 1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봤어요..말씀처럼 기무라 다쿠야와 여주인공인 좀 어울리지는 않았죠?
근데 코유키를 좋아해서리..^^ 걍 괜찮았어요. 너는펫에도 나오는데..보셨는지??

이매지 2007-08-21 22:41   좋아요 0 | URL
저도 아직 일드 초보라 못 본게 더 많아요 ㅎ
고쿠센도 이제 막 보기 시작한 ^^
 



  사실 이 드라마의 소개글만 봤을 때에는 오다기리 죠가 나왔던 <시효경찰>과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었다. 경시청 조사 1과 수사 2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이 부서는 일명 케이조쿠(계속)라 불린다. 미궁에 빠진 사건들이나 시효가 다 되가는 사건들을 담당하고 있는 부서. (그렇지만 뭐 대체로 하는 일은 문서를 그저 보관하고 있을 뿐이다) 이 곳에 동경대를 졸업한 캐리어인 시바타가 연수를 받기 위해 오게 되고, 창고에 쌓여있는 사건들을 해결해간다는 내용이기 때문이었다. 나의 이런 짐작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시바타는 머리는 좋지만 패션감각도 떨어지고, 잘 씻지도 않고, 어리버리하기 짝이 없는 캐릭터다. 하지만 머리 하나만은 비상해서 출근하는 버스에서 잠깐 문제를 보는 것만으로 답을 척척 맞추고, 심지어는 노트북이 이상하다는 회사원들의 컴퓨터로 나사를 해킹하기까지 할 정도. 이 외의 수사 2계의 인물로는 별다르게 할 일 없이 손톱이나 깎으며 지내고 묘하게 이상한 느낌을 풍기는 마야마, 시바타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주는 키도, 미야비라는 고등학생과 교제중인 계장 노노무라(이 드라마의 오프닝은 항상 노노무라와 미야비의 사랑의 나날들이라는 짤막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등이 있다.  



  앞의 5~6편 정도는 시바타가 특유의 두뇌로 미궁에 빠진 사건을 알아내는 이야기가 진행되고, 그 뒤로는 야사쿠라라는 인물을 둘러싼 미스터리가 진행된다. 개인적으로는 야사쿠라를 둘러싼 추격전보다는 앞의 사건들이 훨씬 더 재미있었던. 물론, 뒤로 가면서 야사쿠라의 정체, 그리고 어린 시절 여동생의 자살 때문에 야사쿠라를 감시하는 형사 마야마의 진심에 하나씩 다가가는 모습이나 시바타와 마야마의 묘한 러브라인도 흥미로웠지만. 뒤로 갈수록 어째 일을 이렇게 벌이면 수습은 어찌하려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물론, 그 덕에 수습은 여전히 제대로 안 됐다)



  보면서 <트릭>과 <언페어>와 닮았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던 드라마. 때문에 이 작품들을 재미있게 보신 분들이라면 나름대로 괜찮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스페셜편까지가 괜찮았고, 영화는 별로였던(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처럼 섬에서 한 사람씩 죽어가는 설정). 들리는 말로는 시즌 2가 만들어진다고도 하는데 마야마와 시바타의 러브라인이 한층 강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며 조심스레 기대해본다. 다소 잔인한 장면이 많이 등장하는지라 이런 장면에 약한 분들이라면 시청을 피하시는 게 좋을 듯. 뭔가 오컬트적인 분위기도 제법 풍겨서 보고나면 왠지 찝찝한 마음도 들었던 드라마였다. 


  덧) 이 드라마에서 시바타 역을 맡고 있는 배우는 나카타니 미키인데, 알고보니 <혐오스러운 마츠코의 일생>에서 마츠코 역을 맡았던 배우더라. (이미지가 달라서 그런지 못 알아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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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7-08-17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남자배우는 "뷰티풀 라이프"에서 여주인공 토키와 타카코의 어리버리 오빠로 나왔던
와타베 이치로죠. 여기서도..좀 그런 역할인가요? 전 요즘, '파견의 품격'에 흠뻑 해서 다 봤습니다. 정말 특별판 나오길 손꼽아 기대하는 드라마가 되었구요^^

이매지 2007-08-17 23:27   좋아요 0 | URL
파견의 품격 특별판 나오지 않았나요? 다른 거랑 헷갈리는 건가^^;;
뷰티풀 라이프는 아직 안 봐서 잘 모르겠지만
어리버리한 이미지라기보다는 뭔가 카리스마를 풍기는 이미지예요
저 배우(와타베 이치로)는 처음봤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백야행>에서 전당포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나왔더군요 ㅎㅎ
이미지가 영 다르던 ㅎ
이 드라마에서는 좀 멋지게 나와요 ㅎㅎ

비연 2007-08-18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견의 품격 특별판은 아직 안 나왔슴다..흑. 올해 1분기 작품이니까 기다리면 나올려나.
와타베 이치로가 <백야행>에도 나왔군요. 카리스마라니. <뷰티풀 라이프>를 보시면 아마 제가 지금 느끼는 약간의 낯설음을 이해하실 듯..ㅋㅋ

이매지 2007-08-18 18:13   좋아요 0 | URL
아아. 제가 생각한건 dvd에 붙어있는 특별영상 뭐 이런거였어요 ㅎ
파견의 품격 시즌 2도 4분기에 한다는 소리도 있던데
요건 확실한건지 모르겠네요.
뷰티풀 라이프는 기무타쿠나오는거맞죠?
그것도 볼 예정인 ㅎ
 

  일본의 경우 우리나라보다 추리소설도 많이 나오지만, 그런 추리소설을 원작으로 삼는 드라마도 제법 많은 편이다. 이전에 본 <인간의 증명>이나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도 그런 류에 속하지만, 이 드라마 <모래그릇>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일본의 사회파 추리소설의 시조라 할 수 있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모래그릇>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이 드라마는 소설과는 닮은 듯 다른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두 배의 즐거움을 준다. 만약 아직 이 드라마를 보지 않았다면 우선 원작인 <모래그릇>을 읽고 드라마를 보길 권하고 싶다. 소설에서는 형사가 집요하게 사건을 파고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드라마에서는 범인의 심리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드라마를 먼저 보고 원작을 읽는다면 일정부분 재미가 반감되지 않을까 싶다. 



*이후의 글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원작을 읽으신 분들, 원작은 안 읽고 드라마만 보실 분들만 읽으시길.



  드라마의 주인공은 유명 피아니스트인 와가 에이료. 전 장관의 딸과 결혼을 앞두고 있는 그의 인생은 거리낄 것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신년 음악회를 마치고 와가는 자신을 찾아온 옛 은인을 만나게 된다.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려고 했기에 자신의 앞에 나타난 그 사람을 없앨 수 밖에 없었던 와가. 그 때부터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숙명'과 싸우기 시작한다. 한편, 조차장에서 발견된 시체를 두고 수사를 시작한 형사들. 하지만 얼굴과 지문이 뭉개져 피해자의 신원조차 밝히지 못한 상황. 단서라고는 범인으로 추정되는 남자와 피해자가 나눈 대화 중 '카메다는 여전하지요?'라는 부분 뿐. 실낱같은 단서로 하나씩 수사에 착수해가는 형사. 그리고 결국 사건의 진상과 대면하게 되는데...



  책을 드라마로 옮기면서 많은 부분을 각색했다. 등장인물들의 직업이라든지(와가는 책에서는 전위 음악가로 등장하고, 와가와 묘한 경쟁상대인 평론가 세키가와는 전위 예술가의 모임인 누보 그룹의 멤버로 등장한다) 와가가 새로운 삶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원작에서는 아버지가 한센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오지만 드라마에서는 다른 이유때문에 과거를 지우려한다), 그리고 와가의 비밀을 알고 있었던 한 여자의 죽음의 이유나 그 외 여러 부분이 원작과는 다르다. 사실 원작이 좀 황당하다는 느낌이 있었기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원작보다 드라마가 더 현실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인간 '와가'를 이해할 수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주인공이 작곡가이기때문인지 이 드라마는 내내 와가가 자신의 필생의 작업이라 생각하는 피아노협주곡인 <숙명>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정성껏 만들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려하면 산산이 날아가버리는 모래그릇과 같이 와가는 겉으로는 강한 것 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바람에 조금씩 조금씩 무너져간다. 범인을 알려주고 시작한다는 점에서 초반에는 다소 지루한 감도 들었지만 중반을 넘겨가면서 긴장감도 생기고, 점점 와가를 이해하며 그가 짊어진 숙명에 같이 마음아파할 수 있었다. 와가 에이료 역을 맡고 있는 배우는 SMAP의 멤버라고 하는데 (SMAPXSMAP에서는 엄청 웃기게 나온다고 하는데 상상이 잘 안된다) 제법 연기를 잘하는 것 같다. 전반적으로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연기도 나쁘지 않았고, 스토리 자체도 나쁘지 않아서 일본드라마를 별로 안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도 한 번쯤 보시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발랄하지 않고 오히려 보는 내내 묵직하지만 그 묵직함이 거북스럽지 않고 오히려 한 인간의 삶 자체를 묵직하게 조명하고 있는 것 같아 더 가슴에 와닿았다. 또, 스토리뿐만 아니라 장면들도 꽤 멋진 장면들이 많아서 그림같다는 생각도 하며 봤던 드라마.


드라마에 자주 등장했던 (심지어 마지막 화에서는 아예 풀버젼으로 등장한다) <숙명>


원작인 마츠모토 세이초의 <모래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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쥬베이 2007-08-15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때 정말 일드에 빠져지냈어요. 김전일, 런치의 여왕, 고쿠센...
요즘은 좀 시들하지만^^ 이거 재밌을거 같아요`

이매지 2007-08-15 22:35   좋아요 0 | URL
전 한동안 미드에 빠졌다가 지금은 일드로 외도중 ㅎㅎ
사실 미드는 제가 보는게 지금 다 시즌이 끝나서 ㅎ
(클로져 빼고.)
쥬베이님도 괜찮게 보실 것 같아요.

비연 2007-08-16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재밌을 거 같네요, 정말...^^

이매지 2007-08-16 13:47   좋아요 0 | URL
보고난 뒤에도 자꾸만 음악과 장면이 떠오르는 드라마였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