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포토

매일 아침 이맘때쯤 구글 포토는 과거의 오늘 찍은 사진이 있음을 알려준다. 앱을 열어 들어가보면 과거 오늘 뿐 아니라 이번주에 찍은 사진들까지 보여준다. 작년이었을 수도 있고, 재작년이었을 수도 있고, 15년이나 16년 전이었을 수도 있다. 왜 15년이나 16년일까 생각해보니 그 무렵부터 스마트폰을 그러니까 구글이 만든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는 안드로이드 폰을 쓰기 시작했던 것 같다.

한번도 아이폰을 쓴 적이 없으니 그때부터 지금까지 폰으로 찍은 사진들은 모두 구글 포토에 모아져있는 거 아닐까 생각을 해본다. 아니 과거에는 폰을 바꿀 때 마다 대리점에서 사진을 옮겨주거나 직접 옮기곤 했는데, 그렇게 축적된 사진들을 어느 순간부터 구글이 보관해줬던 것 같다. 처음부터 구글 포토 서비스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암튼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가며 과거의 오늘들을 돌아보는 일은 재밌다. 여기가 어디였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보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점점 더 과거로 돌아갈수록 어려지는 아이들이 보인다. 내게 휴대폰의 카메라 기능은 아이들을 찍는 용도 외에는 불필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아주 가끔 음식 사진을 남겨놓기도 했고, 가끔 여행지에선 하늘이나 자연의 풍경을 남겨놓기도 했지만 거의 대부분은 아이들 사진이다. 내 사진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내가 찍은 사진일테니 당연하겠지. 셀카를 즐겨 찍는 편도 아니니까.

사진을 넘기다보면 조금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아이들 사진이 몇 컷 아니 대체로 한두 컷 나오고 말기 때문이다. 왜 더 많이 찍어두지 않았을까. 저렇게 예뻤는데 저 모습을 왜 겨우 한두 컷만 찍고 말았을까. 과거의 내가 원망스럽다.

그렇지만 많지도 않은 사진들 속에 꾸준히 등장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내게 선물처럼 느껴진다. 실제로는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없으니, 이렇게 사진으로 밖에 돌아볼 수 없는 모습들. 어느 날엔 어떤 특정한 기억이 떠올라 그 기분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멍하니 아침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너무 너무 귀여운 아이들 사진을 보다가 가끔 잘 나온 사진들을 발견하면 다운 받아서 아이들에게 보내주기도 한다. 아침에 그렇게 사진을 보내 놓으면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고 오후 늦게나 반응을 보이는데, 대체로는 심드렁한 태도로 느껴진다. 아이들은 저 어렸을 때 자신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하기만한데, 아이들의 반응은 거의 없다. 그냥 아빠가 뭔가를 보냈으니 읽었다는 표시만 한다는 느낌이다.

페이스북

트위터는 비교적 일찍 접하고 초기에는 열심히 했는데, 금방 시들해졌다. 나는 짧은 글로 뭔가는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더라. 그리고 접한 페이스북을 오래동안 사용하고 있다. 이것도 한때는 열심히 썼는데, 어느날부터 피로감을 느끼고 뭔가를 쓰지는 않고 다른 이들의 소식만 읽기 시작한 지 몇 해가 지났다. 이런 걸 눈팅이라고 부르더라. 쓰지 않고 눈으로 보기만 한다는 의미인 듯한데 팅이란 단어가 어디서 왔는지는 모르겠다. 설마 미팅, 소개팅의 그 팅일까?

암튼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오랫동안 페이스북을 쓰지는 않고 읽고 보기만 하고 있는데, 페이스북 역시 매일 과거의 오늘 내가 쓴 글과 공유한 사진을 보여준다. 과거 오늘 이런 일들이 있었고, 당시 나는 이런 생각을 했었구나. 이런 걸 공유했었구나.

페이스북에서 과거의 오늘을 보다보면 한가지 재밌는 것을 깨닫는데, 내가 참 정치적이고 가식적이란 것. 간단히 말하자면 솔직한 이야기를 쓰면서도 일부러 어떤 반응을 유도하거나 어떤 대상을 염두에 두고 썼다는 걸 바로 깨닫는다. 그리고 댓글을 보면 내가 의도한 반응이 나왔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이건 내가 페이스북을 철저히 어떤 목적으로 이용해왔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또 과거 어느 시점의 내가 페이스북에 뭔가를 쓰기를 멈춘 이유이기도 하다.

북플

언젠가부터 북플에도 과거 오늘 내가 쓴 글을 보여주는 기능이 생겼다는 걸 발견했다. 신기했다. 구글 포토와 페이스북과는 달리 알라딘 서재에 쓴 글들은 긴 글들이라 그 당시의 나를 훨씬 더 깊게 보여준다.

사진으로 남은 어떤 한 장면보다. 페이스북에 간단히 남긴 어떤 문장보다 서재에 남긴 긴 글을 통해 그날의 나를 아주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다.

아쉬운 것은 글을 자주 쓰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 오늘 쓴 글을 자주 만나지는 못 한다는 것이다. 좀 신기한 것은 매년 특정한 날 글을 써야지 하고 정해놓은 것도 아닌데, 글은 쓴 적이 있는 날엔 과거의 글이 여러개인 경우가 대부분이더라. 그게 특정한 기념일도 아니고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는 날도 아닌데, 그냥 일년 365일 중 하루일 뿐인 어느 날인데 거의 매년 그 날엔 글을 쓴 경우도 있더라.

구글 포토를 들여다보며 사진을 자주 찍지 않는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데, 페이스북을 보곤 그보다 훨씬 더 뭔가를 공유하지 않았음을 깨닫는다. 북플은 말할 것도 없이 더 뭔가가 없다.

내게 알라딘 서재는 두가지 측면이 있는데, 과거의 나는 여기에 거의 대체로 책에 대한 이야기만 남겼다. 그때는 내 일상의 이야기를 남기기 위한 블로그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시엔 출판계에 몸을 담고 있었기에 책에 대한 정보도 많았고 책과 관련해 뭔가 쓸 거리도 많았다.

어느날 이용하던 블로그가 문을 닫으며 몇 년간 써온 많은 글들이 사라져버렸다. 꾸준히 일상의 이야기를 써온 입장에서 블로그가 사라지니 허전했다. 그래서 한동안 방치했던 알라딘 서재를 다시 찾았다. 그때부터는 오히려 책 이야기를 거의 쓰지 않고 있다. 출판계를 떠나면서 책과 관련한 글쓰기를 하지 않아도 되니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알라딘 서재에 글을 쓰기 시작한 건 오래전 그러니까 대학시절 만났던 여자친구가 여기 서평을 쓰면 책을 살 수 있는 포인트 같은 걸 준다고, 나처럼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책 이야기를 쓰면서 그 포인트로 책도 살 수 있으니 얼마나 좋냐고 권했기 때문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당시의 나는 글을 쓰지는 않았다. 그깟 포인트 때문에 움직이고 싶지는 않았다. 일종의 자존심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당시 알라딘에 실제로 그런 제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 아니 그러니까 그때 그 아이가 들려준 말 때문에 알라딘이란 온라인 서점에 서재라는 공간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고 그 말을 잊지 않고 있다가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어느 날부터 서재를 이용하기 시작했었다.

그 서재를 이렇게 긴 시간 이용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비록 자주 들어와보지도 못하고 자주 글을 쓰지도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잊지 않고 꾸준히 들여다보는 건 알라딘 서재가 유일한 것 같다.

글은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다. 책도 그렇지만, 많은 것들이 온라인 환경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온라인에서 접할 수 있는 다양한 글들도 역시 그렇다. 영어의 touching 단어가 그렇듯이 누군가의 글이 내 마음을 건드려 마음이 움직인다는 느낌이 든다. 그건 내 글도 마찬가지다. 나는 글을 쓰면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써놓은 내 글을 읽으며 아, 내가 이랬구나 하고 깨닫는다.

현대인들은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며 살고 있다. 급격한 변화 속에서 뭐든 빨리 해야하는 사람들은 그 빠른 속도 때문에 잃어버리는 것도 많다. 글을 쓰고 읽는 것은 그 잃어버린 것들에 대해 한번 돌아보는 일이 아닐까 싶다.

이 서재라는 공간은 그래서 내게 소중하다. 알라딘이 망하지 않기를 이 서재라는 공간이 오래 지속하기를 바란다.



*****
아침에 구글 포토의 알림을 보고 클릭 한번 했다가 내친김에 북플을 열어 쉬지도 않고, 작아서 불편하기만 한 폰 자판으로 이 글을 써서 완성한 나라는 인간, 참 신기한 인간인 것 같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꼬마요정 2022-04-20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도록 계셔 준 감은빛님! 앞으로도 쭉 계셔 주세요^^ 새삼 알라딘 서재가 보다 다정하게 느껴집니다~

감은빛 2022-04-21 13:41   좋아요 1 | URL
꼬마요정님 고맙습니다!
저도 꼬마요정님 덕분에 서재를 한층 더 정겹게 느낍니다.

바람돌이 2022-04-20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온라인에서 뭔가를 한다는 거 자체를 좋아하지 않아요. 온라인에서 꾸준히 글을 쓰고 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유일한 곳이 여기네요. 말씀하신 것들 다 한번씩 해봤지만 다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아 내 스타일 아니야라고 그만둬버렸다죠.
제게는 유일한 알리딘, 제게는 유일한 온라인의 친구들,
그런 의미에서 감은빛님도 자주 자주 글 올려주세요. 글이 올라올 때마다 열심히 읽는 바람돌이랍니다. ^^

감은빛 2022-04-21 13:45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자주 들러서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저 역시 온라인 활동을 즐기는 편은 아니더라구요.
페이스북을 가끔 들어가는 건 엮여 있는 인간관계에서 다양한 정보를 얻기 위함이구요.
젊은 사람들이 주로 사용한다는 인스타그램은 계정은 만들어 뒀지만, 사진을 자주 찍는 편이 아니고, 아이들이 자라면서 본인 허락없이 사진을 올리지 못하게 막는 바람에 올릴 사진이 없어서 이용하지 않은지 꽤 오래되었어요.

저도 자주 글을 올리고 싶은데, 피곤한 일상을 살아내다보면 접속을 못하는 날이 많더라구요. 이제는 좀 더 자주 들어오고, 자주 뭔가를 끄적여 보겠습니다.

드팀전 2022-04-21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은 자주 들어오는데 서재는 정말 오랜만이네요. 서재를 했었나 하는 생각이 들정도로요. 고향방문한 <우리들의 블루스>의 차승원처럼_물론 제가 실제보다는 기럭지가 짧고 드라마보다는 상황이 낫습니다만_오랜만에 안부인사 드립니다.부산에 계시지만 한번도 뵌 적은 없는 바람돌이 샘님도요. ㅎㅎㅎ

감은빛 2022-04-22 21:3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드팀전님.
드팀전님 책을 읽어야지 생각만하고 지나쳤었네요.
이번에 생각난 김에 읽을게요.

바람돌이님도 드팀전님도 제 고향 부산 분들이시니 더욱 반갑네요. ^^

희선 2022-04-23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건 지나고 나서 그때 더 할걸 하기도 하네요 지금도 늦지 않았습니다 감은빛 님 따님 만나면 자주 사진으로 담으세요 그것도 시간이 흐른 뒤 보고 이때 이랬구나 할 거예요

알라딘 괜찮아야 할 텐데, 앞일은 모르는 거여서... 책을 보고 글을 쓰는 사람이 있다면 괜찮겠지요 그런 사람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희선

감은빛 2022-04-30 16:14   좋아요 0 | URL
희선님. 안녕하세요.
우리 딸들은 한 명은 사춘기를 벗어나는 중이고,
또 한 명은 이제 사춘기에 진입하는 중이라,
둘 다 사진을 찍는 것에 엄청 예민해서 찍을 수가 없어요.
사진을 못 찍게 한답니다. ㅎㅎ

앞일은 모르는 거지요.
적어도 알라딘이 문을 닫기 전에 서재를 먼저 닫는 일은 없기를 바랄 수밖에 없죠.

페크pek0501 2022-04-27 1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로그의 글들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군요. 무서워라 흠흠... 저는 노트북 폴더에 글을 모아 두는 습관이 있어요. 가장 안전한 건 이메일함에 저장해 놓는 방법일 듯싶어요.
둘째아이의 어릴 적 사진이 많지 않아 아이가 불만을 말하더군요. 어릴 땐 소중한지 몰랐는데 성인이 되고 보니 그때 그 시절의 자기 모습을 보고 싶은 모양이에요. 아마 감은빛 님의 아이들도 크고 나면 그럴걸요. ^^

감은빛 2022-04-30 16:17   좋아요 1 | URL
페크님.
제가 쓰던 블로그가 서비스를 종료하고 문을 닫아버렸어요.
중요한 글들은 말씀하신 것처럼 따로 보관해두는데,
블로그에 끄적거린 잡다한 글들까지 보관해두지는 않았거든요.
지금도 여기 서재에 쓴 글들은 따로 보관하지는 않아요.

저도 둘째 아이는 유난히 사진을 안 찍었더라구요.
큰 아이 때는 정말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특히 둘째는 돌잔치를 따로 하지 않았는데,
그거 때문에 엄청 서운해하더라구요.
많이 미안했어요.
 

마음을 추스릴 때


제주 4.3 사태 기념일이 지나가고, 4.16 세월호 참사 기념일이 지나갔다. 그리고 오늘은 4.19 혁명 기념일이다. 어느 유명한 시인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는데, 이 땅의 우리에게 4월은 아프고 또 슬퍼서 견디기 힘든 달이다. 국민을 무시하는 당 이준석 대표가 장애인 이동권 시위에 시비를 걸더니 방송 토론을 했다. 보고 싶지 않았지만, 어쩌다 일부 장면을 보게 되었는데, 박경석 교장쎔에 대한 배려가 전혀 없는 방송(휠체어 앉은 박경석 쌤에게 맞지 않는 테이블 높이를 비롯해, 진행 방식까지)의 모습을 보는 것도 짜증이 났고, 이준석 씨의 비열하고 음흉한 모습도 거슬렸다. 국회 앞에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단식투쟁 및 평화 텐트촌이 차려졌고, 현재 두 분이 8일째 단식 중이다. 차별의 의미를 전혀 모르는 인간이 대표로 있는 정당에서 대통령 당선자가 나왔으니 과연 우리는 어떠한 시간을 살아갈 것인가 하는 생각에 절로 한 숨이 난다.


한동안 일에 집중을 못 했고, 뭐하나 손에 잡히는 것이 없이 시간이 흘렀다. 공부도, 운동도, 책도 다 귀찮았다. 그냥 먹고 자고 멍하니 시간을 보냈다. 물론 끊임없이 밀려오는 일들을 억지로라도 쳐내야 했으니 멍하니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 일을 하긴 했다.


한 2주쯤 전이었나 동네 산책로인 천변에 벚꽃이 활짝 피었길래, 일터 후배와 잠시 걸으며 꽃 구경을 했다. 마음이 동하지 않아서 그랬는지 꽃이 이뻐도 그냥 이쁘다는 말에 그칠 뿐 더 감흥이 생기지는 않았다. 꽃이 아무리 이뻐도 내 마음의 추위와 아픔과 슬픔을 위로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오늘 아침에 씻고 거울을 보면서 더 늦기 전에 운동을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니 그 생각은 며칠 전부터 매일 아침 하고 있다. 2년 만에 나이키 런닝 클럽 앱을 깔았고, 먼지 쌓인 바벨과 덤벨들, 케틀벨들과 불가리안 백을 비롯해 각종 운동용품들을 닦았다. 그래. 운동부터 시작해야겠다. 뭔가에 마음을 쏟으며 마음을 추스려야 할 때가 되었다. 쉽지 않겠지만. 그래야 한다.

















문동만 선배의 신간이 나왔다. 못 뵌지는 아주 오래지만, 박일환 선배와 문동만 선배 등과는 페이스북 친구를 맺고 있어서 신간 소식을 접할 수 있다. 책을 자주 내는 박일환 선배와 달리 문동만 선배의 책 소식은 아주 오랜만에 접한다. 선배가 신간 소식을 공유하자마자 알라딘에서 책을 주문했는데 5일 후에 배송 받았다.


내가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걸 깨달은 지 오래지만, 다시 한 번 나이 들었음을 느끼는 날이다. 혁명 기념일에 더 이상 혁명을 꿈꾸지 않는 나 자신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젊은 날에 우리가 함께 꿈꾸었던 혁명은 한때의 철없음으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꿈이었다. 그 꿈을 잊고 산 세월이 벌써 얼마인가 싶다.


시 한 구절을 위로로 삼아 또 일상을 살아내자.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얄라알라 2022-04-19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히 짐작하자면, 감은빛 님 이 글 한 호흡에 쓰셨을 것 같아요. 2월 말 이후, 글 아껴두시며 생각 속에서 계속 이어오셨을 테니까요. 한 순간의 생각이 아닌, 계속 품어온 생각들은 일단 첫 문장을 열어주면 줄줄.

덤벨 드신다면서 젊지 않다는 걸 깨달은지 오래시라니요?^^;;

건강하시고 평온하시길.

감은빛 2022-04-21 13:38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알라님.
저는 시간이 허락한다면 늘 쉬지않고 한 번에 글을 쓰는 편이긴 합니다.
청탁받은 원고나 일 때문에 써야하는 글도 그런 경우가 많고,
여기 서재에 쓰는 글은 대부분 그래요.

몸이 여기저기 말썽을 부리기 시작한 지 좀 되었어요.
노안에, 흰머리에, 흰수염에, 여기저기 관절 통증(퇴행성 관절염이라고 하는데 저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단어예요.) 등등
젊지 않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ㅎㅎㅎㅎ

알라님도 늘 건강하시고 평온하시길 바랍니다! ^^

transient-guest 2022-04-20 03: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절절합니다 아직도 많이 힘들지만 꾸준한 운동과 독서 그리고 미래에 대한 희망과 계획으로 이겨내려 합니다 다만 갈수록 사람에 대한 희망이나 연민은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어떤 구체적인 의미로 더 이상 민중에 대한 기대를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강호에 병이 깊으면 치료하는 것이 도리인데 그냥 은거하고 싶은 그런 맘입니다

감은빛 2022-04-21 13:39   좋아요 2 | URL
절절하다는 공감 표현에 감동 받았습니다. ^^
말씀처럼 사람에 대한 희망은 저도 점점 줄어들고 있어요.
은거하고 싶은 맘 또한 같아요.
다 포기하고 그냥 어디 조용한 시골에 박혀서 책과 술을 벗삼아 살고 싶어요.

다락방 2022-04-20 1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시죠? 저는 운동하시는 거 진짜 엄청나게 진심으로 열렬하게 응원합니다!!

감은빛 2022-04-21 13:40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의 응원을 받았으니 이제 열심히 운동할 일만 남았네요.
여름을 위해 불태워보겠습니다!
 


20220222


한창 바쁘게 문서를 작성하다가 전화를 받았다. 통화가 길어질 것 같아서 의자에서 일어서다가, 아, 일단 쓰던 문서부터 저장해야지 생각하고 문서 제목 뒤에 언더바(_)와 날짜를 붙였다. 숫자가 20220222 로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숫자 0과 2로만 이뤄진 날짜라는 걸 문득 깨달았고, 순간 웬지 기분이 좋았다. 전화기 너머에서 한창 얘기 중인 상대의 말을 건성으로 들으며 숫자에 대한 엉뚱한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이번 달 초에는 20220202 란 날짜도 있었다. 나는 가끔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부모님과 아이들은 거의 잊지 않는 날이다. 올해는 아직도 종종 연락을 주고받는 유일한 대학 동기가 1월 말에 연락을 해서 저 날짜를 언급했다. 그때까지 나는 그 날짜가 다가온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가 비로소 깨달았다. 곧 아이들이 갖고 싶은 게 뭔지 물어보겠구나. 곧 엄마가 김치와 얼린 미역국과 밑반찬 등을 보냈다고 전화를 하겠구나 


암튼 오늘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아침부터 몇 개였는지도 모를 문서를 작성하느라 몇 시간인지도 모를 긴 시간을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가끔 화장실을 다녀오고, 가끔 전화를 받느라 좁은 방을 빙빙 돌면서 대화를 하기도 했지만, 거의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었다. 덕분에 오늘 난 저 왠지 기분 좋아지는 숫자 20220222를 여러번 두드릴 수 있었다. 간밤에 잠을 좀 설쳤고, 머리를 많이 써야해서 피곤하고 힘든 날이었지만, 저 숫자를 쓸 때마다 짧은 순간 기분이 좋았다.


별것도 아닌 날짜 하나로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기도 한다니. 참 나란 인간 생각보다 단순한 인간이구나 싶다.



자각몽(루시드 드림)


나는 주기를 두고 특정한 패턴의 꿈을 반복해서 꾸곤 하는데, 어떤 때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꿈을 매일 여러번 반복해서 꾸고, 또 어떤 때에는 누군가에게 쫓기는 꿈을 며칠 연속 계속 반복하기도 한다. 그렇게 비슷한 꿈을 며칠씩 연속으로 계속 반복하다보면 이건 무슨 계시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늘 꿈의 내용은 뒤죽박죽 엉망이고, 논리적으로 분석할 수 없다. 현실이랑은 전혀 관계 없는 그저 잡다한 생각의 찌꺼기들일 뿐.


요 며칠은 계속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느리게 흐르는 꿈을 반복하고 있다. 어제 밤에는 누군가와 바둑을 두고 있었다. 거대한 바둑판 앞에 앉은 나는 상대는 보지 못하고 판 위에 놓인 돌들의 수를 읽으려고 애쓰며 어느 자리에 다음 수를 놓으면 좋을 지를 궁리하고 있었다. 마침내 놓을 자리를 정한 나는 오른손 검지와 약지로 검은 돌 하나를 받치고, 중지를 돌 위에 올려 가운데 손가락 세 개로 돌을 들어올려 앞으로 뻗었다. 그런데 나는 바둑돌을 뻗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손은 전혀 앞으로 나가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 왜 이러지? 이건 시간이 멈춘 건가? 아니었다. 손은 아주 느리게 앞으로 나아갔다. 아주 느리긴 했지만 검은 돌을 손가락 사이에 끼운 손은 조금씩 앞으로 뻗어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내가 돌을 놓으려던 자리까지 아직 한참 거리가 남은 상태에서 나는 갑자기 잠에서 깼다. 온 몸은 땀에 젖어 있었다. 나는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화장실로 가서 따뜻한 물을 틀어놓고 땀을 씻었다. 옷을 갈아입고 잠시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다시 누웠다. 피곤했던터라 금방 잠이 들었는데, 도중에 뭔가 다른 꿈을 꾸었던 것 같은데, 문득 나는 아까와 같이 거대한 바둑판 앞에서 수를 읽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까도 같은 상황이었던 것 같은데, 이거 반복되는 건가 라고 꿈 속의 내가 생각했다. 그리고 또 같은 자세로 검은 돌을 손가락 사이에 끼운 채 손을 뻗었는데, 이번에도 손은 아주 느린 속도로 움직였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얼마나 그렇게 있었는지 모르겠다. 문득 장면이 바뀌어 나는 누군가 다른 사람들을 만났다. 아주 어린 시절의 작은 아이를 꼭 껴안기도 했고, 이젠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대학 시절의 친구와 산에 오르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또 아까와 같은 바둑판 앞이었다. 이번에도 아까와 같은 시간이 멈춘 것 같은 현상이 반복.


이렇게 같은 꿈을 하룻밤 새에 적어도 네 번은 꾸었던 것 같다. 그리고 첫번째와 세번째 꿈을 꾼 후에는 잠에서 잠시 깨었다가 다시 누웠는데 같은 꿈을 꾸었다. 결국 새벽에 일찍 잠에서 깼는데, 잠을 잔 것 같지도 않고 엄청 피로감을 느꼈는데, 이상하게 더는 잠이 오지 않았다. 그대로 일어나 음악을 켜놓고 웹서핑을 하면서 뒹굴거리다가 문득 이게 자각몽인가 생각이 들었다. 분명 꿈 속의 나는 어렴풋이 이게 꿈이라고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자각몽이라면 내가 원하는 대로 꿈 속에서 움직이는 것도 가능하다고 하던데, 아직 난 그런 경지에는 이르지 못 한 것 같다.


확진자와 확찐자


오미크론 변이의 영향으로 매일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하고 있다. 그래도 아직 내 주위에는 확진자가 한 명도 안 나와서 확진이라는 게 마치 먼 나라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1월 중순쯤 마을 활동가 선배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와 함께 회의에 참석한 적이 있었지만, 확진 소식을 듣기 일주일도 더 전이었고, 그가 앉았던 자리와 내 자리는 거리도 멀었다. 회의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한번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었다. 


그러고 지지난 주 주말에 아이들을 만나러 갔는데, 큰 아이는 며칠 전부터 감기 기운이 있었다. 학교 선생님이 코로나 검사를 받으라고 해서, 선별검사소에 가서 신속항원검사를 했는데, 음석으로 나왔다고 했다. 암튼 애들을 만나서 잠시 놀고 있는데, 애들 엄마가 내게 작은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다녀와달라고 부탁했다. 큰 아이에게 옮은 것인지 작은 아이도 감기 초기 증상이라 했다.그리고 가는 김에 큰 아이도 데려가서 약을 추가로 받아달라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애들을 데리고 병원에 갔는데, 갑자기 의사가 작은 아이의 증상을 듣더니 전형적인 오미크론 증상이라고 신속항원검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간호사가 아이를 잡고 있는 사이 의사가 아이의 코 깊숙히 면봉을 찔렀고 작은 아이는 처음엔 깜짝 놀라고 눈물을 보이더니 진료실을 나와서는 너무 아팠다며 울었다. 금방 괜찮아진다고 토닥토닥 아이를 달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간호사가 다가와서 양성이 나왔다고 했다. 양성이 나왔어도 오류의 가능성이 있으니 피씨알 검사를 받으러 가라고 하며, 신속항원검사 양성 판정에 대한 증명서를 떼주었다. 이 병원에서는 피씨알 검사는 할 수 없으니, 가까운 선별검사소를 찾아가라고 했다. 갑자기 날벼락을 맞은 것처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작은 아이는 다다음날 결국 피씨알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어서 큰 아이도 피씨알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애들 엄마는 처음에는 음성이 나왔는데, 아이들의 자가격리를 해지하는 시점에서 다시 받은 피씨알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결국 나를 제외하고 세 명이 모두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다. 나는 그 전부터 큰 아이가 아프다고 해서 일주일 이상 만나지 못했다가 토요일 오후에 서너시간 정도 같이 있었는데, 병원에서 그 난리가 난 덕분에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급하게 돌아와 약국에서 자가검사키트를 구매해 검사했다. 음성이었다. 아이들이 모두 확진 판정을 받은 후에도 두 번 더 검사했는데, 계속 음성이 나왔다. 혹시 검사가 잘 못되었거나, 잠복기일 가능성이 있어서 애들을 만나고 온 후로는 집 밖에 전혀 나가지 않고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사무실에서 해야할 일들은 다른 사람에게 부탁해야 했고, 대면 회의는 온라인 회의로 변경했다. 덕분에 재택근무하면서 문서 작업만 잔뜩 하는 한 주가 되었다.


오늘은 자가격리 11일째. 확진자는 7일만 격리한다는데, 나는 왜 자발적으로 이렇게 길게 격리를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오늘 큰 아이의 격리가 끝난다고 해서 애들을 보러 가서 같이 저녁을 먹을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애들 엄마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해서 또 나가지 못하고 이렇게 책상 앞에 앉아 있다. 내일쯤 나도 다시 검사를 받으러 가봐야겠다. 근데 그 신속항원검사 진짜 믿을만 한거 맞는지 모르겠다. 확신이 서지 않으니 쉽게 격리를 풀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확진자는 아니지만 며칠 자가격리하며 배달 음식을 주로 먹었더니 확찐자가 되어버렸다.(아이들은 이런 아재개그 좀 그만하라고 난리인데, 난 확실히 아재가 맞나보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얄라알라 2022-02-22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오랜만에 다시 글 읽으니 좋습니다. 확찐자가 뭐 아재개그인가요. 코로나시대 공용어된 것 같은데요^^ 20220222 _ 그러고 보니 독특한 조합이네요^^

감은빛 2022-02-23 22:18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북사랑님. 근데 이름을 바꾸셔서 이젠 알라님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네요.

그렇네요. 코로나 시대의 공영어군요. ㅎㅎ 이젠 마스크 안 쓰고 다니던 시절이 잘 기억이 안 나네요.

어제 유튜브에서 봤는데 ‘2022 02 22 22‘ 라고 쓰고 한글로 이천이십이년 이월 이십이일 이십이시에 듣는 음악이란 제목의 영상이 있더라구요. 저만 저런 생각을 한 건 아니었구나 했어요. ^^

희선 2022-03-09 0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 지났네요 지난 2월 22일은 숫자 2가 많은 날이네 하는 생각을 했어요 감은빛 님이 좋아하는 숫자기도 하군요 2222년은... 맞지 못하겠지만...

따님 둘 다 코로나여서 감은빛 님도 집에만 계셨군요 시간이 지났으니 이제 괜찮겠지요 잘 나았으리라고 봅니다 감은빛 님 건강 잘 챙기세요


희선

감은빛 2022-03-11 09:13   좋아요 0 | URL
숫자에 의리를 부여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지만, 저는 자주 숫자에 의미를 부여합니다.

유튜브에서 이동진 평론가가 숫자에 대한 강박이 있어서 손목에 찬 전자시계의 12:34:56(12시 34분 56초) 를 꼭 하루에 한 번씩 봐야 했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어요. 그렇게 똑똑한 사람도 저런 면이 있구나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 오히려 똑똑한 사람일수록 뭔가 독특한 강박이나 집착 같은 것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2022-04-18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4-19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배신자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을 만큼 오래 전부터 삼성 제품 불매를 실천해왔다. 우리 집엔 삼성 제품은 하나도 없었다. 그 흔한 컴퓨터 하드 디스크나 메모리도 삼성 제품이 아니었다. 오랜 삼성 불매를 접은 것은 작년 말이었다. 태블릿이 필요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딱 내가 원하는 제품을 찾기가 어려웠다. 삼성을 제외한 상태에서는. 근데 삼성 제품을 찾아보니 그냥 바로 나왔다. 어떻게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15년 이상 어쩌면 20년 가까이 이어왔던 삼성 불매를 중단하고 삼성 태블릿을 사야하나 말아야 하나. 그런데 그 제품을 포기하면 대안이 없었다. 그 가격에, 그 스펙에, 내가 원하는 기능들을 다 갖춘 제품을 찾을 수 없었으니까. 결국 나는 긴 시간 이어왔던 삼성 불매를 그만두고, 삼성 태블릿을 샀다.


어느 회의 자리에서 내가 태블릿으로 회의 안건지에 메모하는 걸 본 지인이 태블릿 샀냐고 물어보더니 내 손에서 태블릿을 뺏어가 살펴봤다. 곧바로 "배신자!" 라는 말이 내 귀에 꽂혔다. 삼성 불매를 자랑스럽게 말하곤 했던 놈이 어느 순간 삼성 태블릿을 갖고 다녔으니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그는 눈을 흘겼고, 나는 변명으로 내가 원하는 모델을 찾다보니 이것 밖에 없었다고 얼버무렸다.


아무리 견고한 둑이라도 작은 균열이 생기면 순식간에 무너진다. 20년 가까이 이어왔던 내 삼성 불매는 이후 허무하게 무너져버린다. 한번 삼성 제품을 쓰기 시작했더니 더는 거부할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은 아닐까. 최근 욕실에서 음악을 듣다가 휴대폰에 물이 살짝 들어가는 사고가 생겼다. 알고 있던 상식대로 전원을 끄고 잘 말렸다가 다시 전원을 켰는데, 전화 통화가 되지 않았다. 다른 기능은 다 정상인데 전화만 안 되었다. 전화 통화가 되지 않는 전화기. 이만큼 모순적인 단어가 있을까? 국내에는 서비스 센터조차 거의 없는 희귀한 제품이라 수리는 생각할 수도 없었다. 그럭저럭 나쁘지 않은 성능의 폰을 저렴하게 구매해서 2년 정도 사용했기에 제품에 미련은 없었다. 그냥 새로운 폰을 빨리 알아봤다. 삼성의 대안으로 오랫동안 사용했던 엘지는 휴대폰 사업을 접어버렸고, 애플은 내겐 너무나도 먼 그대였다. 가격을 봐도 그렇고 편의성을 생각해도 그렇다. 그 외에 대안은 별로 없었다. 앞서 쓰던 폰이 가성비는 뛰어나지만, 우리나라에는 드문 제품이어서 불편한 점이 많았다. 또 같은 선택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래저래 고려하다보니 결국 삼성 제품으로 눈이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작년에 태블릿을 구매했을 때만큼 고민을 많이 했다. 다른 대안이 없는지도 많이 고민했다. 결국 내가 원하는 건 삼성 제품일 수 밖에 없다는 걸 확인하고 구매했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결국 현실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는 건 가슴 아픈 일이다. 패배감을 느끼지만 어쩔 수 없다. 


시리 VS 빅스비


휴대폰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아 큰 아이가 시집을 사달라고 요청했다. 폰으로 알라딘에서 주문하고 주문 정보 페이지를 캡쳐해서 아이에게 보내주려고 했는데, 바꾼 지 얼마되지 않은 상태라 캡쳐 버튼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그 순간 인공지능 빅스비가 있다는 걸 떠올렸다. 빅스비를 호출해서 화면 캡쳐를 요청했다. 빅스비는 곧바로 화면을 캡쳐해줬고, 나는 그 화면을 아이에게 보냈다.


아이는 옆에서 보더니 곧바로 자신의 아이폰을 입 근처에 대고 시리를 불렀다. "시리야, 캡쳐해줘." 시리는 뭐라고 대답을 했는데, 캡쳐는 하지 않았다. 아이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요구했다. "시리야, 화면 저장해줘." 이번에도 시리가 뭔가 답을 하긴 했는데, 캡쳐를 하지는 않았다. 아이는 약이 올라서 계속 시리를 불러 뭔가 명령을 내렸지만, 결국 시리는 캡쳐를 하지는 못했다.


그래서 아이는 시리에게 "빅스비는 캡쳐 할 줄 아는데, 너는 왜 못 해?" 라고 물었는데, 뭔가 맥락도 없는 엉뚱한 답이 돌아왔다. 이어서 아이는 다시 시리에게 "시리야, 빅스비 알아?" 라고 물었다. 시리는 곧바로 "경청은 좋은 습관이며, 남을 돕는 것은 언제나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라고 답했다. 이건 또 무슨 뜬금없는 답변인가! 그러자 아이는 내 폰을 가져다가 빅스비에게 "시리 알아?" 라고 물었다. 빅스비는 "이름을 워낙 많이 들어 잘 아는 사이 같아요." 라고 답했다.


시리는 아예 빅스비의 존재에 대해 무시하는 답변이고, 빅스비는 시리를 알고 있고 친근감을 느낀다고 답한 것 같다.


이후에 아이들은 틈만 나면 시리와 빅스비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비트박스와 랩을 시켜서 비고해보더니, 빅스비의 완전한 승리를 선언했다. 엊그제는 사진을 찍기 위해 각을 잘 맞춰놓고 버튼을 누르려는데 잘 안 눌러졌다. 순간 빅스비가 떠올랐다. 빅스비를 불러서 "찰칵" 이라고 말했더니 잠시 텀을 두고 사진을 찍어줬다. 오! 앞으로 셀카를 찍거나 야간에 사진을 찍을 때는 무조건 빅스비에게 시켜야 할 것 같다. 그걸 옆에서 보고 있던 아이가 또 시리를 불렀다. 시리는 사진을 찍어주지는 못했다.


이 글은 삼성이 좋고, 애플은 별로다 혹은 삼성이 잘났고, 애플은 후지다 등의 주장을 펼치려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저 아이들과 놀면서 알게 된 사실을 옮기는 것일 뿐.


물론 나는 조건이 맞았다면 당연히 삼성이 아닌 애플을 선택했을 것이다. 돈이 좀 더 많았거나, IT 지식이 조금만 더 많았다면 나는 99.9% 확률로 삼성이 아닌 애플의 아이폰을 구매했을 것이다. 불행히도 나는 경제적 여건이 안 되고, IT 지식이 부족해서 원하는 만큼 활용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한 아이폰을 선택하지 못했다.


겨울잠을 자고 싶다


어느새 연말이 다가왔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이브라고 불리는 날인데, 실제 예수 탄생과는 전혀 관계없는 날이지만,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으므로 마치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수긍해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나는 절대 예수와 산타와 성모 마리아를 생각하지 않고 이 이틀을 보내는 것으로 작은 반항을 해본다.


연말 연초에 늘 드는 생각은 인간도 겨울잠을 자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공상. 겨울 내내 잠을 자고 봄에 깨어나 다시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데 그 시간이 조금 짧기는 하지만 종종 연말에는 겨울잠을 자긴 한다. 31일 밤에 술을 진탕 마시고 뻗었다가 1월 1일 밤에 정신을 차리니 짧은 겨울잠을 자는 것이 아닌가. 다만 그게 하루가 아니라 한 일주일, 아니 이주일 정도 이어지면 좋지 않을까 하는 쓸데없는 공상을 해본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2021-12-24 20: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1-12-25 0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리와 빅스비는 스마트폰에 있는 인공지능인가 봐요 말로 하면 뭔가를 해주는군요 신기합니다 시리는 왜 말을 잘 못 알아들을지, 한국말 모르는 건 아니겠지요 이런 말을... 사람도 겨울에 겨울잠 자고 일어나면 좋기는 할 텐데, 요새는 겨울에 그렇게 춥지 않아서... 어제부터 조금 추워지기는 했네요


희선

2021-12-26 18: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슬픈 사실

현실은 바람대로 이뤄지지는 않는다. 어려서부터 늘 내가 친해지고 싶었던 친구는 다른 친구와 더 친했고, 내가 잘하고 싶었던 운동은 늘 일정한 수준에서 더 나아지지 못했다. 내가 짝사랑했던 아이는 다른 사람을 짝사랑했고, 내가 열심히 공부했던 과목은 점수가 늘 평균을 조금 넘길 뿐이었다. 그래도 가끔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성취감 혹은 만족을 느끼기도 했다. 전학 온 친구가 먼저 다가와 준 덕분에 친해졌고, 생각지도 않았던 운동을 의외로 잘 해서 어깨를 으쓱하기도 했다. 나는 모르고 있었지만, 나를 지켜봤었다는 아이가 뒤늦은 고백을 편지로 전하기도 했고, 공부를 하지않아도 거의 한 문제도 틀리지 않았던 과목도 있었다.

여기서 슬픈 사실은 늘 내가 원했던 것은 결국 얻지 못했고, 생각지 못했던 다른 것들은 다행히도 얻었다는 것. 이 슬픈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은 이후로도 오랫동안 반복되었다.

꽤 오래 만났고,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했던 여성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이유로 이별을 선언했을 때 느꼈던 감정. 한창 사귀던 여성의 다이어리가 펼쳐진 페이지를 우연히 보았는데, 다른 남성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있는 걸 읽었을 때의 감정. 열정을 다 바쳐서 일을 했는데,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일이 완전히 망해버린 걸 깨달았을 때의 감정. 함께 일하며 호감을 쌓아가고 있던 동료에게 더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업무적 관계로만 선을 그어버린다는 걸 깨달았을 때 느꼈던 감정. 등등 나여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로 엄청 많다.

이건 일종의 패배감이다. 겉으로 보자면 나름 능력을 인정받는 중년의 남성으로 문제가 없어보이지만, 속에 있는 나는 수없이 많은 패배감이 차곡차곡 쌓인 나약하고 부족한 인간이었던 것이다.

부러움 혹은 질투

누구나 자신이 가지지 못한 어떤 것을 부러워한다. 그 감정이 좀 더 나가면 질투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예전의 나는 부러움과 질투가 많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 바뀌었다. 더는 내가 바뀔 수 없다는 걸 깨달았고, 누구도 모든 것을 다 가질수는 없다는 것을 깨닫고 질투를 그만두게 되었다. 그래도 부러움을 느끼는 것만은 어쩔수 없다.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게 되면서, 내 보잘것 없는 삶의 흔적의 결과가 지금의 나라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나는 비로소 나를 존중할 수 있었다. 이제 더는 누군가 가진 어떤 능력이 부러울 수는 있어도 그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이 부족하고 나약한 내가 좋다. 나라도 나를 좋아해주지 않으면 아무도 좋아하지 않을텐데, 남은 인생 열심히 나를 좋아하며 살아야겠다.

세상에서 시간이 가장 느리게 흐르는 공간

얼마 전 애들과 저녁을 먹고 잠시 놀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애들 엄마와 단 둘이 머무는 시간이 생겼다. 이혼하고 혼자가 된 이후로 처음이었다. 그 짧은 시간이 무한한 것처럼, 그러니까 마치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느껴졌다. 세상에서 시간이 가장 느리게 흐르는 공간이었다.

한 두해도 아니고 한 두번도 아닌데, 왜 그럴까? 그렇게도 긴 시간이 지났건만, 그렇게도 자주 마주치건만, 왜 나는 매번 애들 엄마와 마주치면 어찌할 바를 모르고 안절부절해야만 하는가. 아마 애들 엄마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와있는 날에는 일부러 늦게 들어오는 것이겠지. 일부러 서로 인사도 안 하고 모르는 척하는 것이겠지.

아, 다시 생각해보니 애들 문제를 상담하기 위해 한 두번 단 둘이 만난 적이 있긴 했었다. 다만 그건 전적으로 애들과 관련해서 꼭 나눌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만난 것이었지만, 이번에는 아무런 다른 이유가 없이 단 둘이서 한 공간에 머물렀다.

짧지만 내겐 길었던 그 시간이 지나고 그와 헤어지고 나서야 나는 긴 숨을 내쉬며 내 바보같고 한심한 태도를 자책했다. 아마 평생 달라지지 않으리라. 그리고 매번 이런 느낌, 이런 감정이겠지. 싫다! 정말. 나라는 인간.

바로 위에 나를 좋아해야겠다 라고 써놓고 이어서 진심으로 나라는 인간에 대한 싫은 감정을 토로하는 나. 그게 나다.

생신 선물

아직은 내 인생에서 고향 부산에서 살았던 기간이 조금 더 길지만, 이제 몇 년만 더 지나면 고향을 떠나 객지에 머무른 기간이 더 길어진다. 아, 군대에 있었던 기간을 고려하면 이미 비슷할 수도 있겠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가끔 접했던 말, 너도 너같은 자식 새끼 낳아봐야 내 심정을 이해할거다. 이렇게 부모가 철부지 자식에게 말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나는 참 가족(부모님과 동생)에게 정이 없는 무뚝뚝한 놈이었는데, 결혼 후 맺은 가족(아내와 아이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몸에 배인 경상도 남자의 무뚝뚝함을 다 버리지는 못했겠지만, 나름 자상하고 친근한 남편이자 아빠가 되려고 노력했다. 원래 가족은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어쩔수 없고 당연한 일이라고 받아들이면서도 분명 서운할 것이다. 아이들이 점점 자라며 머리가 굵어졌다는 걸 깨달으면서 자주 서운함을 느끼게 된다. 그때마다 부산에 계신 부모님 생각이 든다. 특히 늘 못난 아들 걱정을 한아름 안고 사는 우리 엄마.

난 어렸을 때 조금 개구진 면이 있긴 했지만, 비교적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었다고 했다. 그러나 사춘기 시절 큰 사고를 친 이후로 부모님께는 늘 불효자로 살아왔다. 긴 시간 타지에 살면서 연락도 자주 드리지 못했고, 자주 찾아뵙지도 못했다. 음력 생신을 쇠는 두 분의 생신도 놓치기 일쑤였다. 그나마 아버지 생신은 여름 휴가와 시기가 가까워 그때 챙길 수 있지만, 엄마는 한창 일이 많고 바쁜 초겨울이라 정신없이 지내다 놓치는 일이 많았다.

사실 내 생일도 모르고 지나친 적도 있을 정도로 나는 생일을 챙기는 일에 관심이 없다라고 스스로 변명을 해보기도 하지만, 엄마 생신을 놓친 건 정말 잘못이긴 하다. 그렇지만 생신을 간신히 기억했다고 해도 뭔가 해줄 일은 마땅치 않다. 부산까지 다녀오는 일은 꿈도 못 꾸고, 늘 용돈을 보내드리는 걸로 때우고 말았다.

올해는 다행히 미리 엄마 생신을 체크해두고 (당연히) 용돈도 보내드리는 것 외에 시집 두 편을 보내드렸다. 생신날 받으실 수 있게 배송했는데, 택배사 사정으로 이틀 뒤에 받으신 건 좀 아쉽지만, 엄마는 시집을 받고 무척 기뻐하셨다. 왜 진작 깨닫지 못 했을까? 왜 더 일찍 생각하지 못 했을까? 영원한 문학소녀인 엄마가 시집을 받고 정말 좋아하실거란 생각을.

멍청한 불효자가 뒤늦게라도 깨달아서 그나마 다행이다. 엄마는 마침 내가 보내드린 두 시인을 좋아하고 이 시집들이 나온 소식을 알고 있었다고 했다. 어떻게 알고 보냈냐고 물었다. 나로서도 어떤 시집을 보낼지 긴 시간 고심하다 결국 내가 좋아하는 시인을 골랐던 건데, 그게 맞아 떨어졌다니 다행이었다. 다음에 부산에 갈 때는 집에 있는 이 시인들의 다른 시집들을 가져가야겠다.

짧고 간단하게 쓰려고 했는데, 또 길어져 버렸다. 역시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댓글(9)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1-12-21 15: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개를 끄덕이며 주욱 읽어내려오다가, 시집을 어머님께 선물했다는 대목에서 깜짝 놀랐습니다. 시집을 선물하는 감은빛님도 멋지지만 시를 읽으시는 어머님이라니요. 와 진짜 멋진 어머님이십니다. 나중에 제 딸이 엄마 생일선물로 엄마가 좋아할 거 같은 소설을 골라봤어라고 해준다면 너무 너무 행복할듯하네요. ^^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저는 제가 더 좋아지고 있습니다. 사실이기도 하고 의도적인 노력이기도 합니다. 저는 제가 좋다는 말을 많이 하고 다녀요. 말이란 참 이상해서 내가 참 맘에 들어 좋아라는 말을 자꾸 하면 정말로 내가 점점 더 괜찮아지는 느낌이 들어요. 중요한건 내가 나를 좋아할 수록 내 주변의 다른 사람을 더 좋아할 수 있게 되더군요. 그래서 저는 더 저 자신을 좋아하려 노력합니다. ^^

얄라알라 2021-12-21 21:48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께 결례가 되는 댓글일지 모르겠지만, 저도 감은빛님께서 마음 열어 쓰신 페이퍼 집중해서 읽다가, 어머님께서 시집 선물 기뻐하셨다는 대목, 홍삼이나 상품권이 아닌 시집을 선물하시는 아드님, 완전 멋지시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람돌이님께서도 그 부분으로 댓글을 시작하셨네요^^

바람돌이 2021-12-21 21:50   좋아요 1 | URL
엥???? 결례는 무슨요. 감은빛님도 어머님도 멋지시다는 동의인데요. ㅎㅎ

얄라알라 2021-12-21 21:50   좋아요 0 | URL
오래 전, 인도에서 한국으로 공부하러 오신 분과 대화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 분은 본인이 ‘말한대로 이루어지게 하는 요기‘라고 자기 소개를 하시더군요.

당시엔 제가 어렸고, 그 분이 이상해보였어요. 그런데, 사람들을 만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말의 힘을 느끼게 됩니다. 바람돌이님 태도 저도 배워야겠습니다.

얄라알라 2021-12-21 22:01   좋아요 0 | URL
ㅎㅎㅎㅎㅎ속된말로 제가 바람돌이님 댓글에 ˝찌찌뽕 할래요...˝한 셈이라서 결례 이야기를..
저도 고개 끄덕끄덕 푹 빠져서 읽다가 ‘시집 기뻐하신 대목‘에서 깜짝 놀람이었거든요.
^^ 사실 저도 오늘 제 인생의 선생님께 선물 드리고 온 참인데, 꽤 종류가 다른 선물이어서 시집에 더 놀랐던 것 같습니다.

감은빛 2021-12-22 18:4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바람돌이님. 엄마에게 시집을 선물한 게 놀랄 일이 될지는 몰랐어요. 글에도 썼듯이 엄마는 영원한 문학소녀이셔서 지금도 시를 쓰시는 분이라 시집 선물이 가장 좋은 선물이 되거든요. 다만 취향의 문제가 남지만, 이번에는 잘 맞아떨어졌네요.

확실히 생각과 말은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자꾸 떠올리고, 입 밖으로 내어 말하다보면 그렇게 되는 경우가 생기더라구요.

저도 바람돌이님을 따라 그렇게 말하고 다녀야겠어요. 제 지인들은 안 그래도 잘난 척하는 놈이 더 재수없어졌다고 하겠네요. ㅎㅎ

감은빛 2021-12-22 18:40   좋아요 0 | URL
북사랑님. 안녕하세요. 북사랑님도 역시 시집 선물에 놀라셨군요. 방금 바람돌이님께 말씀 드렸듯이 엄마에겐 가장 좋은 선물이 될거라 생각했어요.

제가 좀 무심한 편이라 엄마에겐 이제서야 했지만, 지인들에겐 오래 전부터 종종 시집을 선물하곤 했어요. 선물을 하긴 해야하는데 뭘 해야할지 모르겠을 때 시집만큼 좋은 선물이 없다고 생각해서요.

북사랑님께서 선생님께 드린 선물은 무었이었을지 궁금하네요.

희선 2021-12-22 0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라는 건 잘 안 되고 생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기도 하죠 그런 거라도 있어서 사람은 살아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 마음은 가장 얻기 어렵기도 하네요 어머님한테 시집을 선물하시고 그걸 어머님이 좋아하시다니 두 분 다 멋집니다

저도 저를 좋아해야 할 텐데 하지만 잘 안 됩니다 다른 사람은 다 잘 하는 거 같은데...


희선

감은빛 2021-12-22 18:43   좋아요 1 | URL
희선님. 안녕하세요. 다른 사람들도 다 잘 하는 건 아닐거라고 생각해요. 자신을 좋아하고 사랑하는 일이요. 저도 예전에는 못했으니까요. 그래도 어떤 계기를 통해 점점 바뀌었던 것 같아요. 희선님께도 계기가 생길거라고 믿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