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깝다! 이 책!


연말이 되면 출판계에서는 으레 한 해를 돌아보며 ‘올해의 책’이라던가 ‘우수’란 단어가 붙는 책들을 선정하여 시상하는 행사들을 연다. 해마다 ‘단군 이레 최대 불황’이란 수식어를 떼지 못하는 출판시장에서, 고르고 골라서 만든 좋은 책이 많은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판매가 되고 나중에 무슨 상까지 받는다면 참 좋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아주 좋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 별 반응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2010년 한 해를 돌아보며 아주 좋은 ‘생태’, ‘환경’ 분야 책들이지만,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책들을 찾아봤다.   

 

 

 

 

 

 

 

 

 

1. 『지구의 미래』 프란츠 알트 / 민음인
독일의 저명한 환경 전문가 프란츠 알트씨의 최근작이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계신 알트씨는 책도 많이 냈지만, 아쉽게도 국내에 번역된 책은 이 책까지 단 3권 밖에 없다. 알트씨는 총 2차례 우리나라에서 강연을 했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책 출간 후에 방문했다. 2003년 『생태주의자 예수』가 출간되었을 때와 2005년 『생태적 경제기적』이 출간된 후, 이렇게 두 번이었다. 이번에 책이 나왔으니, 또 한 차례 알트씨가 우리나라에서 강연을 하지 않을까 조금 기대를 갖게 된다.

프란츠 알트씨는 정치학, 역사학, 철학, 신학 등을 전공했고, 오랫동안 방송에서 시사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직접 진행했다. 그리고 스스로를 ‘햇빛 전도사’라고 부를 만큼, 태양광 발전을 널리 보급하는데 힘써왔다. 그리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92년에는 독일 환경상 '골덴네 슈발베(Goldene Schwalbe)'를, 1997년에는 '유럽 태양상(Europaischer Solarpreis)'을, 2007년에는 독일에서 가장 유서 깊은 환경상 ‘골덴네 블루메 폰 라이트(Die Goldene Blume von Rheydt)’를 수상했다.

그의 책들은 항상 재생가능 에너지 사용을 비롯하여 생태적 삶에 대해서 말하고 있다. 그는 특히 개인의 생태적 삶을 강조하는 게 아니라, 사회적으로 생태 정책을 채택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사회적 문제인 환경문제가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라는 사실을 명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또한 개발 정책보다 생태 정책들이 나중에 정치적, 경제적으로 훨씬 더 낫다는 것을 알려준다. 바로 이런 부분들이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정치학을 전공했고, 오랫동안 시사프로그램을 진행해온 방송인으로서 쌓아온 경험에서 비롯된 탁월한 견해이다.

이 책은 다양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지구의 미래를 말하고 있다. 지금 당장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하고, 자동차 위주의 교통체계를 대중교통과 자전거 위주로 재편해야 지구를 살릴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어떤가? 지금이라도 이 책을 읽고 지구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봐야하지 않겠나? 올해의 아까운 책으로 첫 손에 꼽을만한 책이다! 


 

 

 

 

 

 


 

2. 『태양과 바람을 경작하다』 이유진 / 이후
로컬 푸드라는 말이 있다. 멀리서 먹거리를 가져오기 위해 돈과 에너지를 쓰고 또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사용하는데, 그렇게 복잡하고 힘들게 하지 말고, 우리 동네에서 생산한 먹거리를 먹는 것이 제일 신선하고 맛도 좋다는 얘기다. 이 ‘로컬 푸드’(우리말로 하면 동네 먹거리 정도가 되려나)에 대해서는 책도 여럿 나와 있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동네 에너지’라는 말이 있다. 저 먼 곳에서 옮겨와야 하고, 값도 비싸고, 게다가 공급도 불안정한 석유에 의존하지 않고, 우리 동네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사용하자는 말이다. 로컬 푸드에 비해서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하고, 공감을 많이 얻고 있지도 못하지만, 이 말은 굉장히 중요하다. 또한 ‘재생가능 에너지’라는 말이 있다. 정부에서는 ‘대체 에너지’나 ‘신재생 에너지’라는 말로 부르기도 하는데, 석유나 석탄 같은 화석연료가 아닌 자연에서 얼마든지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에너지를 생산한다는 말이다. 요즘 정부와 한수원(한국 수력 원자력 주식회사)이 열심히 광고하는 원자력 발전은 ‘재생가능 에너지’도 아니고 ‘친환경 에너지’도 아니다. 요컨대 정부와 한수원이 거짓말을 국민들에게 주입시키기 위해 열심히 광고를 하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상황은 많았다. 새만금 때도 그랬고, 한미FTA때도 그랬고, 광우병 수입쇠고기로 인한 촛불집회 때도 그랬고, 4대강사업을 밀어붙이기 위해서도 그랬고, 최근 G20 정상회담 때도 그랬다. 이쯤 되면 왜 거짓광고를 하고 있는지 뻔히 알 수 있다. 기득권을 쥐고 있는 세력이 원자력 발전으로 인해 큰 이익을 얻고 있고, 이 이익을 더 극대화하고 싶어서 그럴듯한 거짓말들로 포장한 것이다.

다시 동네 에너지로 돌아와서, 이 동네 에너지란 건 바로 우리 동네에서 만들어 내는 재생가능 에너지를 말한다. 녹색연합에서 오랫동안 ‘기후변화’와 ‘재생가능 에너지’ 분야를 담당했던 저자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 출간된 책들이 대부분 외국사례(주로 일본이나 독일)를 소개했던 것에 비해서, 이 책은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에너지 자립 프로젝트’들을 소개한다. 우리나라에도 동네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곳이 이렇게 많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1부에서는 에너지 문제에 대해 살펴보면서 해답은 지역 에너지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으며, 2부에서는 국내의 지역 에너지 사례들을 보여주고, 3부에서는 외국의 사례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4부에서는 실제로 어떻게 하면 우리 동네에도 재생가능 에너지 시설을 만들 수 있는지 구체적인 방법들을 알려주고 있다.

이 책을 처음 펼쳐들었을 때, 목차를 보면서 너무나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가 어떤 나라인가. OECD 가입국 중에서 거의 유일하게 원전을 짓고 있는 나라이며, 핵폐기장을 유치하기 위해 지역 정치인들이 발 벗고 나서는 나라가 아닌가. 그래도 어느새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지역 에너지 추진 사례가 있다는 것이 무척 반가웠다. 그런 의미에서 올해의 아까운 책으로 뽑아서 널리 알리고 싶다! 
 

 
 

 

 

 

 

 

 

3. 『녹색세계사』 클라이브 폰팅 / 그물코
1991년 출간 되었던 『녹색세계사』의 저자가 2007년에 새롭게 개정판을 내놓았다. 국내에서도 개정판을 다시 출간할 계획이라고 했다. 여러 사람들이 개정판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소식이 없어서 출판사 홈페이지에 질문을 남기는 사람도 있었다. 올해 드디어 책이 나왔다. 16년 만에 다시 쓰인 이 책은 단순한 개정판이 아니다. 지난 16년 동안 이 지구에 많은 변화가 있었던 만큼, 책도 많은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모든 자료들을 최신 자료로 바꾸고, 보완했다. 특히 90년대부터 2000년대의 가장 큰 논란인 ‘지구온난화’에 대한 새로운 장이 추가되었다.

이 책은 역사책이다. 다만 역사의 중심에 인간을 두지 않고, 지구 환경을 두고 서술한 역사책이다. 지구의 관점에서 볼 때, 인간이 문명을 발달시키는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자연환경을 파괴했는가를 증언하고 있다. 자연의 일부분에 불과한 인간이 자연에 행한 끔찍한 파괴행위들이 얼마나 심각한 지 읽어가는 내내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역사책 특유의 무미건조하고 딱딱한 말투에도 불구하고, 나는 파괴된 자연이 내지르는 비명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고, 무지한 인간을 야단치는 꾸지람이 들리는 것 같았다. 인간의 잔인함에 소름이 끼쳐서 다음 장을 읽기가 부담스러웠다. 특히 8장 ‘약탈되는 자연’과 11장 ‘인구의 무게’ 부분을 읽기가 참 힘들었다. 인간이 멸종시켜버린 수많은 생물들에 대한 부분은 간략한 서술 한마디를 읽는데도, 힘이 들었다. 러시아가 아랄 해를 사라지게 만든 부분은 이 책을 읽으며 그 내막을 자세히 알게 되었는데, 인간의 무지를 그대로 보여주는 가장 적절한 사례가 될 것 같다. 땅의 침식에 대한 부분은 읽고 있던 다른 책 『흙』에도 나오는 내용이어서 비교해서 읽는 것이 재미있었다.

1판에서 저자는 비관론과 낙관론 사이에서 중립을 취하려고 애를 썼다고 한다. 그러나 개정판을 다시 쓰는 과정에서는 도무지 중립을 지킬 수가 없었다고 한다. 해가 갈수록 개발의 폭력은 점점 더 심해지고,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것 같다. 과연 우리는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 만약 희망을 원한다면, 먼저 이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을 읽고 인간이 자연에 저지른 죄의 역사를 깨닫는 순간, 비로소 작은 희망을 품을 수 있을 것이다. 
 

 

 

 

 

 

 

 

 

4. 『흙』 데이비드 몽고메리 / 삼천리
흙을 안 밟고 살아온 지 꽤 지난 것 같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회색도시에서는 흙을 밟을 일이 별로 없다. 어려서부터 대도시에서 자랐지만, 그래도 꼬맹이 때는 도시 외곽에 살았기에, 반쯤 시골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산과 계곡과 언덕을 뛰어놀며 시간을 보냈다. 그런 기억들이 어른이 되어서 이 회색도시에서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어주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 자라는 내 아이들을 생각하면 참 미안해진다. 더 이상 아이들이 뛰어놀 산과 계곡과 언덕이 남아있지 않다. 흙을 밟고 살아야 할 인간이 흙에서 멀어지기 시작한 것 자체가 얼마나 큰 불행인지, 이 책을 읽으며 새삼 깨닫는다.

봄이 되면 늘 우리를 괴롭히는 황사는 중국과 몽골지역에서 날아오는 모래바람이다. 해가 갈수록 유난히 황사가 심해지는 것은 그만큼 그 지역의 사막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학생 때 사막화방지운동에 관심을 갖고, 실제로 몽골을 방문하여 나무를 심는 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때는 단지 사막화라는 현상에 대해서만 공부를 했는데, 이 책을 읽다보니 사막화라는 것이 지력을 상실한 겉흙이 침식되어 버린 땅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근본적으로는 흙과 관계된 재앙이었다. 이 책을 계기로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흙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흙은 지구의 살갗이다. 인간의 살갗은 평균적으로 2밀리미터가 안되고, 보통 사람들 키에 대비하면 천분의 일에 조금 못 미친다. 지구의 살갗인 흙은 두께가 30~90센티미터 정도 되는데, 지구 반지름의 천만분의 일이 조금 넘는다. 인간에 비해 지구의 살갗이 훨씬 더 얇고 연약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 흙이 점점 없어지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흥망성쇠를 거듭했던 수많은 문명들이 사라진 근본적 원인에는 이 흙의 침식이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간은 흙에서 농사를 지어 먹으며 살아간다. 아니 인간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생명은 지구의 살갗인 흙에서 자신의 삶을 이어간다. 흙이 없어지면 생명도 없어지는 것이고, 인간도 살수 없는 것이다. 지난 몇 십년동안 흙의 유실현상을 놓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회의론자들은 지금 흙이 점점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 심각하게 경고하고 있고, 기득권 세력은 그런 주장을 근거가 없다고 일축해버린다. 하지만 실제로 흙의 침식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흙의 생성속도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는 흙의 침식에 대해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인간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들까지도 공멸하는 게 아닐까 싶다.

기후변화, 지구온난화, 화석연료의 고갈, 멸종으로 인한 생태계의 균형 상실, 과도한 개발에 의한 자연환경 파괴 등 수없이 많은 문제를 안고 살아가는 지금, 또 하나의 근본적인 문제를 알게 되었다. 바로 흙의 유실이다. 과연 인류는 이런 위기들을 잘 극복 할 수 있을까?

책을 읽으며 새삼 흙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달았고, 동시에 이 중요한 흙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다는 사실에 부끄러웠다. 지금이라도 이 책을 만나서 반갑고 또 고맙다. 보다 더 많은 이들이 흙에 대해 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올해의 아쉬운 책으로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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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시스 2010-12-29 16: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색세계사> 개정판이었구나.
<흙>도 좀 끌렸는데 어렵고 진도 안나갈 것 같아 미뤄둔 경향이 있었는데
요즘 자꾸 환경보호, 그러니까 분리수거, 쓰레기줄이기 그런 수준 아닌
국제적 수준이나 이론에 관심이 가서요.
좋은 책들 소개 잘 봤어요.^^

감은빛 2010-12-30 10:56   좋아요 0 | URL
네, <녹색세계사> 개정판이 새로 나왔어요.
<흙>은 확실히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닙니다만,
앞부분을 잘 넘기면 재밌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됩니다.

제가 소개한 거 보다는 요 아래 된장님(최종규 선생님)이 소개한 책들이 훨씬 더 좋은 책들 같아요. 참고하세요!

마녀고양이 2010-12-29 1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이런 책들도 있었군요.... 저는
괴짜 생태학 사놓고 아직도 모셔놓는 중...... ㅠㅠ
대체 전, 집에 포진되어 있는 책들을 언제나 다 읽을 수 있을까요?

감은빛님, 즐거운 연말과 새해 되셔요!

감은빛 2010-12-30 10:57   좋아요 0 | URL
괴짜생태학 저도 그냥 훑어만 보고 아직 안 읽었습니다! ^^
저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시군요!
올 겨울에는 아내의 잔소리를 덜 듣기 위해서라도,
쌓아둔 책들 좀 읽어야 할텐데.....

마녀고양이님도 즐거운 연말과 새해 맞으시길 바랍니다!

잘잘라 2010-12-29 2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권 다, 이러면 거짓말이구..
<지구의 미래>, <태양과 바람을 경작하다> 두 권에 급 관심!
꼭 읽어볼께요^^

감은빛 2010-12-30 10:59   좋아요 0 | URL
네, 사실 <흙>을 제일 나중에 읽어서, 마지막에 덧붙였는데,
사실 제일 추천하고 싶은 책은 <흙>입니다.
참고하세요! ^^

파란놀 2010-12-30 0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가지 책을 다 읽은 사람으로서 <녹색세계사> 빼고는 그다지 생태와 환경에 더 살 깊이 파고들지 못했다고 느낍니다. 다만 <흙>은 제대로 읽는 사람한테는 무언가 깊이 이야기를 나누겠지요. 그러나 <흙> 또한 생태환경책이라기보다는 '생태환경 지식'으로 나아가는 책이 아닌가 싶어요.

- 협동조합도시 볼로냐를 가다
- 잊혀진 미래
- 숨겨진 풍경
- 작고 위대한 소리들
- 나우루공화국의 비극

이 다섯 가지 책들이야말로 사람들이 거의 알아채지 못하거나 잘 못 읽는 환경책이 아닌가 하고 느낍니다. 이 가운데 <작고 위대한 소리들>은 번역이 너무 엉터리이고, <잊혀진 미래>는 오탈자가 너무 많지요 -_-;;;

실천이나 삶 없이 지식과 이론만 다루는 책들은 환경책이라고 말하기가 좀... 힘들지 않느냐고 느낍니다...

감은빛 2010-12-30 11:06   좋아요 0 | URL
아! 선생님! 말씀 무척 고맙습니다!
배다리 '나비날다' 책방에서 스치듯 뵌 적 있었는데,
제대로 인사를 드리지 못했네요.

저 역시 선생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다만 제 기준은 '출판'이라는 하나의 문화를 고려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말씀해주신 책 중에 <협동조합도시 볼로냐를 가다>와 <작고 위대한 소리들>은 제 기준에서 조금 비중이 적어서 언급하지 않았고, 나머지 책들은 솔직히 제대로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조만간 읽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sslmo 2010-12-30 02: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권 중 세권 읽었고, 흙만 남겨놓고 있어요.
된장님 추천 중에선, 잊혀진 미래 한권 읽었는데, 저도 읽으면서 궁시렁 거렸었죠~^^

실천이나 삶 없이 지식과 이론만 다루는 책들을 환경책이라고 말하기는 힘든 감도 없지 않으나,
실천이나 삶도 앎에서 시작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감은빛 2010-12-30 11:26   좋아요 0 | URL
아! 역시 양철나무꾼님이시군요!
서재 스킨도 똑같고, 책 읽는 성향도 비슷하고!
이거 보통 인연이 아닌 것 같아요!
앞으로 많이 보고 배우겠습니다!

위 책들에 대한 양철나무꾼님의 평이 궁금합니다.
나중에 검색해보러 갈게요! ^^

무해한모리군 2010-12-30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색세계사를 사두고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팽개쳐두고 있네요.
올해가 가기전에!(겨우 이틀) 다읽진 못하겠고 시작이라도 해야겠어요...

감은빛 2011-01-04 15:58   좋아요 0 | URL
지금은 읽고 계시겠네요.
저도 사놓고 한참동안 미뤄두고 있었어요. ^^

순오기 2010-12-30 14: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구의 살갗인 흙의 침식은 정말 무서운 경고~ 그걸 무시하다간 다함께 자멸하는 재앙을 당하겠군요. 무서운 세상에 살면서 심각성은 모르는 무지를 깨뜨리는 이런 책을 읽어야 하는데... 잘 안돼요.ㅜㅜ

감은빛 2011-01-04 15:59   좋아요 0 | URL
네, 새로운 사실을 알게되어서 놀랐습니다.
이런 책을 읽어야 하지만, 솔직히 손이 잘 안가는 건 사실입니다. ^^

cyrus 2011-01-02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우연히 이 글을 보게 되어서 들리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신간평가단에서 클라이브 폰팅의 책을 제가 추천한 적이 있었는데,
도서관에 개정판이 비치되어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 번 읽어봐야 겠네요.
마지막에 몽고메리의 책은 희망도서로 신청했는데 조만간 읽게 되는데
이 책에 대해서 좋은 평들이 많아서 벌써부터 기대가 되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하고 즐거운 새해 되시길 바랍니다. ^^

감은빛 2011-01-04 16:01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신간평가단에서 활동하시나봐요.
좋은 책들 발빠르게 읽으시겠네요.
자주 들러서 발빠른 정보들 읽어봐야겠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감은빛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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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감은빛님 고맙습니다
    from 제발 제발 2011-01-09 14:15 
                  잘 받았습니다.  감은빛님 고맙습니다. 『유혹하는 에디터』는 기다리던 책이라 반갑고, 『자연과 생태』(2010.12월호)는 기대하지 않았던 책이라 반가웠습니다.  알려주신 주소를 보고 『자연과 생태』에 다니시나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워낙 보리출판사를 좋아해서 작년에 『개똥이네 놀이터』를 신청했어요. (
 
 
stella.K 2010-12-29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직관력은 몇년 전 읽으려고 하다가 결국 못 읽고 남 줘버렸네요. 흐흑~

감은빛 2010-12-29 13:54   좋아요 0 | URL
저는 조금 읽다가 안 읽혀서 그냥 포기했어요. ^^

아이리시스 2010-12-29 1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해요, 찬드라>도 관심이 가고, 시집들이 눈에 들어와요.
저도 요즘 시집 보고 싶어요.
잘 이해도 못하고 또 그냥 던져버릴 거면서~
그래서 막상 책구입할 때 사지는 못하고 있지만요.

얼른얼른 읽어서 다 잡아버리세욧!^^
안그러면 자꾸자꾸 더 늘어날 거예요.
그게 행복한거긴 하지만,,^^

감은빛 2010-12-30 10:38   좋아요 0 | URL
<말해요,찬드라> 아직 안 읽어보셨다면, 한번 읽어보세요.
이 책을 계기로 영화로 만들어졌던 에피소드가 있죠.
이란주 선배님이 그 이후에 쓴 <아빠, 제발 잡히지마> 이 책도 강추합니다!

책을 읽을 시간이 부족하니, 자꾸만 읽다말고 다른 책으로 넘어가게 되네요.
결국 쌓여있는 책들이 도대체 몇 권인지 모르겠어요!
천천히 하나씩 해치워야겠어요! ^^

비로그인 2010-12-29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집 몇 권. 그리고 다른 책 두 권..
어제 방바닥에 책이 뒹굴고 있어서 좀 정리했는데 뒹굴거리던 녀석들과 겹치는 것들이 있어 반갑네요 ^^

감은빛님 즐거운 연말 보내시고요 !!

감은빛 2010-12-30 10:40   좋아요 0 | URL
아, 바람결님과 겹치는 책이 있다니, 저도 반갑습니다! ^^
여기에 추가하지 않은 괜찮은 책들이 잔뜩 있으니,
아마도 겹치는 책이 훨씬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인사말씀 고맙습니다!
남은 2010년 잘 마무리하시길 바랍니다!

2011-01-04 1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어릴 때부터 가난하게 살았다. 아버지는 택시노조 조합장이셨고, 80년대에 민주화운동을 하셨다. 잠시 아버지가 감옥에 계실 때는 끼니 걱정까지 해야만 했다. 가수 지오디의 유명한 노래. ‘어머니는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그 노래는 나에게는 실화다. 아마 초등학생 때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머니와 함께 어디 다녀오는 길이었는데, 배가 고팠다. 마침 중국집이 보여서, 배가 고프다고 말씀 드렸다. 어머니는 돈이 없다고 했고, 나는 주머니를 뒤져서 5백원을 보여줬다. 외갓집에서 용돈으로 받았던 걸 갖고 있었다. 그걸로 짜장면 한 그릇을 시켜서 둘이 나눠먹었는데, 어머니는 한 두 번 드시고는 그만 젓가락을 내려놓으셨다. 나는 왜 그러냐고 물었고, 어머니는 별로 생각이 없다고 하셨다. 
  

돈과 관계없는 삶을 살겠다고 마음 먹었을 때, 가장 반대한 것은 어머니였다. 당신께서 오랜세월 생활비가 없어서 고생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그토록 심하게 반대하셨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이미 다른 인생을 꿈꾸기에는 너무 세상을 많이 알아버렸다. 돈 때문에 모든 사회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에 돈과 관계없는 삶. 욕심 없는 삶을 살고 싶었다. 

지역 환경단체에 일할 때, 한 달 밥값도 안되는 활동비를 받고도 아무 탈 없이 살 수 있었다. 당시에는 돈을 쓸 수 있는 시간조차 없었다. 아침에 눈을 떠서 밤에 잠들기 전까지 하루종일 일 생각만 하고 살았다. 점심은 사무실에서 해결하고, 저녁은 대부분 술자리에 끼어 해결했다. 담배값과 교통비외에는 돈 쓸일이 없었다. 이 말도 안되는 돈으로도 살아지는 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사실 지금도 아이 둘 키우기에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수입으로 겨우겨우 살아가고 있다. 우리 부부는 늘 돈 때문에 쪼들릴 때마다 욕심을 버리고, 더 아끼고 살아야지 다짐을 하곤 한다. 

그런데 이 책 욕심은 왜 이렇게 버리기가 어려운지 모르겠다. 몇 해전 지인이 전하기를, 자신이 존경하는 교수님이 '자발적 가난'의 실천으로 물건 등을 기증하거나 나눠줬는데, 그때 그 교수님의 서가에 있던 수만권의 책들도 함께 처분했다고 들었다. 얘기를 전해준 지인은 당시에 아주 희귀하고 좋은 책들을 몇 권 얻었다고 좋아했는데, 그 말을 들은 나도 꽤나 부러워했던 기억이 있다. 평소에 다른 일에서는 늘 욕심을 버려야하지 라고 생각하면서, 이 무슨 모순인가. 

요즘도 아이들이 계속 아파서, 병원비와 약값 지출이 어마어마한데, 다른 지출은 아끼고 있는데, 책은 자꾸 사들이고 있다. 알면서도 도저히 버리지 못하는 이 책 욕심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관심이 가는 책인데, 책 값이 조금 부담스럽긴하다. 평소라면 그냥 질렀을 터인데, 요즘은 조금 망설이고 있다. 물론 이러다가도 언젠가 그냥 확 질러버릴 확률이 높다. 

 

 

 

 

 

 

 역시 관심을 갖고 있는 책. 책값 부담보다는, 어차피 지금 사도 연말에는 못 읽을 것 같다는 현실적인 이유로 아직 구매를 미뤄둔 책. 역시 조만간 책장 한 구석에 쌓여있을 확률이 높다. 

 

 

 

  

 

 

 인천 지역신문 문화부 기자이자, 소설가인 조혁신의 두번째 소설집. 엄청 재미있을 것 같은데, 한동안은 구매를 미뤄두고 있다. 산더미처럼 쌓인 책들을 좀 읽고나서 다시 사야겠지. 

 

 

 

 

 

마지막으로 지금 읽고 있는 책.  

 

 딴지일보에 연재중인 글. 무신론자가 성경을 해석하고, 기독교를 비판하고 있다. 처음에 딱 펼치자마자 딴지일보 특유의 말투 때문에 좀 거부감이 들었던 게 사실인데, 지금은 오히려 그 말투 때문에 술술 잘 읽힌다. 그리고 재밌다. 같은 무신론자 입장에서는 무척 공감하지만, 기독교 신자가 읽기는 좀 부담스러울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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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12-15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옛날에는요, 편한 길을 택한 제가 나름 대견스럽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했어요.
이제는요, 순수하게 무엇인가를 위해 선택을 하신 분들,
남들과 좀 달라도 신념에 따라 행동하는 분들,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분들에게
존경스러운 마음이 생겨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닌, 최선의 문제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감은빛님, 멋지세요.

감은빛 2010-12-16 14:19   좋아요 0 | URL
아, 이러시면, 제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은데요.
누구나 다 자신만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철저하게 이기적인 마음으로,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쫓아가는 것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공익을 위하거나, 희생하거나, 봉사한다는 마음은 없었습니다.
그저 제가 좋아서 한 일이고, 또 그거 외에는 별로 하고 싶은 일도 없었거든요.
저는 누구나가 다 자신의 자리에서 의미있는 일들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마녀고양이님 말씀 무척 고맙습니다!

2010-12-16 0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6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8 1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7 0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8 1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8 1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9 00: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4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27 0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이리시스 2010-12-24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마음에 딱 들어오는 글에는 오히려 댓글을 아끼게 돼요.
저 여기말고 다른 데서도 감은빛님 글을 봤을 텐데 그때도 지나치고 방금도 또 그냥 나갈 뻔했어요. 멋진 분 같아요. 그리고 저도 그렇게 살아가고 싶어요.^^

감은빛 2010-12-27 00:49   좋아요 0 | URL
별 말씀을요.
저도 아이리시스님 글 읽으면서 참 멋지다는 생각했었는걸요.
좋은 말씀 고맙습니다!

2010-12-25 00: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22 00: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번에 날치기로 통과된 내년 예산에 대한 기사들을 읽다가 충격을 받았다! 아무리 저것들이 무식하고, 지들 이익만 챙기는 파렴치한 것들이라도, 이정도일 줄은 몰랐다! 

1. 영유아 예방접종비 400억 전액 삭감 

2. 결식아동 급식지원 예산 전액 삭감(작년 542억, 올해 203억) 

3. ‘보호자없는병원’ 시범사업 24억원 전액 삭감 

4. 전국 5만9천 경로당난방비지원(동절기 월 30만원) 전액 삭감(411억) 

5. 한시생계구호비(4181억원) 전액 삭감 

6. 저소득층 에너지지원 (903억원) 전액 삭감 

7. 장애인 의료비 지원(107억원) 등은 전액 삭감 

반드시 지출해야 할 복지예산을 다 없애놓고, 무슨 '친서민' 정책을 펴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궁금한건 이 돈이 어디로 가는가 하는거다. 뭐 뻔한거 물어서 뭐하겠나. 4대강 예산이 무려 9조 5,895억이나 된다. 그 외에 형님 예산(이건 뭐냐!)이 1,369억이고, 영부인 김윤옥의 한식세계화예산 310억이나 된다고 한다. 

당장 다음 달부터 보건소에서 우리 아가 예방접종도 못 맞추게 되는건가? 이제 예방접종은 무조건 병원가서 비싼 돈내고 맞추라는 건가? 한창 자랄 나이의 아이들 밥 굶기고, 추운 겨울 어르신들 난방비 뺏아서, 강바닥 파내고 그 이익으로 지들 배만 채우면 끝인가? 아 진짜 욕나온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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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10 12: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10 16: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0-12-10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요즘 뉴스 보기 너무 싫습니다.
여당이나 야당이나 다 똑같습니다.

감은빛 2010-12-10 16:53   좋아요 0 | URL
저는 명바기가 대통령 된 후로 뉴스 안보고 삽니다.
신문은 안 읽을 수 없으니 받아보긴 하는데,
매일 아침마다 신문을 찢어발기고 싶은 걸 가까스로 참습니다!

잘잘라 2010-12-10 17: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짜믄 좋노.. 이거야 원.. 무어라 할 말이 없게 만드네요. 증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 근데 진짜 이 일을 우짜믄 좋은긴가요? 쿨럭~ 흩어져서 백날 욕해봐야 욕먹는 애들 수명만 늘려주는 일일테고.. 아휴.. 약올라.

감은빛 2010-12-13 16:38   좋아요 0 | URL
정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답답합니다!

귀를기울이면 2010-12-10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문기념으로 주워들은 한마디 옮겨봅니다.

"형님예산으로 건설되는 도로의 명칭 : 결식아동급식지원비路(만든 길)"

감은빛 2010-12-13 16:41   좋아요 0 | URL
재밌네요!
트위터에서 이번 사태를 풍자하는 토막글들이 많던데,
다들 어쩜 그렇게 감각이 좋은지!
멋진 글이 많던데요.
 
여행자의 독서 - 책을 읽기 위해 떠나는 여행도 있다 여행자의 독서 1
이희인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친구 중에 나를 ‘바람 따라 구름 따라 김도사’라고 부르는 녀석이 있다. 굳이 이유를 묻지 않아도 왜 그렇게 부르는지 알 것 같다. 예측할 수 없이 갑자기 어딘가로 떠나곤 했던 날들 때문일 것이다. 내 여행은 늘 갑작스러웠다. 따분한 일상에 지치면 어김없이 떠나고 싶어진다. 나는 계획 없이 그냥 즉흥적으로 떠나는 것을 좋아했다. 술을 한 잔 마시다가 문득 기분이 동하면 간단한 옷가지만 챙겨서 새벽부터 훌쩍 나서서, 한 열흘쯤 여기저기 헤매다가 돌아오기도 했다. 과거형으로 표현한 이유는 이제는 더 이상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그 방랑의 시간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영화 <비포 썬라이즈>를 보면, 에단 호크와 줄리 델피가 우연히 여행 중에 만나서 하루 종일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서로 사랑에 빠진다. 이 영화를 여러 번 보아도 전혀 지겹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데, 그들의 만남과 대화가 참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우연한 여행을 통해 만난 사람과 갑작스럽게 사랑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여행을 통해 사랑에 빠진 특별한 인연들. 어느 여행에선 매력적인 여성을 만났고, 또 어느 여행에서는 마애불을 만나기도 했다. 언젠가는 그림을 만나 사랑에 빠졌고, 어느 날엔가는 책을 만나기도 했다.

어느 날 밤 훌쩍 떠나고 싶은 맘을 억제할 수 없었다. 꼭 어디를 가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없었다. 지금 여기가 아니라면 어디라도 좋았다. 지도책을 펼쳐들었다가,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기도 하며, 어디를 갈지 고민했는데, 마침 온라인에 접속 중이던 문학동호회에서 지인이 순천으로 오라는 제의를 해왔다. 평소에 그의 글을 좋아했던 지라, 날이 밝는 대로 버스에 올랐다. 순천대 문창과를 다니는 아리따운 여성이었다. 그의 소개로 곽재구 시인과 잠시 말씀을 나누기도 했다. 순천대를 여기저기 돌아보며 일상의 이야기, 문학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저녁에는 그의 집이 있는 여수로 옮겨갔다. 돌산공원에서 돌산대교를 내려다보며 뜨거운 문학에 대한 열정들을 토해냈다. 글만 읽었을 때에도 참 섬세하면서도 열정적인 사람일 거라고 짐작했지만, 만나서 한나절을 함께 보내고 보니, 사람을 잡아끄는 묘한 매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문학에 대한 열정도 대단했고, 삶에 대한 확고한 자기 생각도 맘에 들었다. 밤이 되어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무척 아쉬웠다. 그 역시도 아쉬움이 남은 듯 보였지만,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지는 못했다. 왠지 다음을 기약하는 순간, 지금 느꼈던 이 설레임이 다 사라져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와 헤어지고 후회로 밤을 보낸 다음날 여수 여기저기를 떠돌며 몇 번이나 다시 연락을 해볼까 망설였지만, 결국 발길을 돌려 시외버스에 몸을 실었다. 가끔 여수나 순천을 떠올릴 때면, 돌산대교를 내려다보며 우리가 나누었던 대화들을 떠올리곤 한다.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야>처럼, 그렇게 갑작스럽고 운명적인 사랑을 꿈꾸기도 했다. 몽골의 사막에서 특별한 인연을 만났다. 한국과 일본의 환경단체에서 몽골로 ‘사막화 방지 운동’의 일환으로 생태투어를 갔다. 단순한 참가자가 아닌, 진행요원쯤 되는 역할로 갔기 때문에 이런저런 고생을 좀 했다. 울란바토르에서 며칠 간의 일정을 마치고, 하루 종일 초원을 가로질러 사막을 향해 달렸다. 저녁이 되어 하라호름의 게르(몽골 천막)에 짐을 풀었다. 저녁을 먹고 일본 학생들과 함께 사막을 걸으러 출발했다. 사막은 여름이라도 밤이 되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진다는 말을 어디선가 들어본 듯도 했는데, 나는 미처 긴 옷을 챙기지 못했다. 그냥 반바지에 반팔티셔츠 차림으로 따라 나섰다. 한참을 걸어서 마침내 풀 한포기 없는 사막에 들어서서 밤하늘의 별들과 저 멀리 지평선을 한참동안 바라보았다. 간간히 일본 친구들과 더듬더듬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러다가 문득 몸이 덜덜 떨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가 딱딱 마주칠 정도로 추웠다. 주위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모포를 두르거나 두꺼운 옷을 걸치고 있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추위를 견뎠다.  

그때 등 뒤에서 누군가 나를 포근히 감싸 안았다. 며칠 동안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눈 적이 있던 일본 여학생이었다. 너무 추워 보인다고, 괜찮다면 모포를 함께 쓰자고 제안했다. 나는 입이 얼어서 말도 잘 안나오는 상태에서 겨우 좋다고 대답했다. 한참동안 그에게 안겨있었다. 그의 체온과 모포 덕분에 얼었던 몸이 비로소 풀렸다. 나는 덕분에 살았다고 거듭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는 수줍은 듯 웃었다. 우리는 일본과 한국의 밤하늘과 별자리에 대해 얘기하기도 하고, 또 환경오염과 사막화 현상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재미있었다. 처음으로 밟아본 사막에서 다른 언어를 쓰는 여성과 서로 공감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그런 상황들이 묘한 설레임이 되어 그를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했다. 생각해보면, 그는 울란바토르나 바양고비에서도 내게 먼저 말을 걸어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서로 마음이 없었다면 이런 인연으로 이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꽤 오랜 시간동안 사막을 서성이다가 다함께 돌아가는 길. 우리는 여전히 모포를 나눠쓰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서로의 보폭을 신경 쓰며, 발을 맞춰 함께 걷고 있었다. 이 밤을 보내고 나면 다시 울란바토르로 돌아가서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고 각자의 나라라 돌아가게 된다. 뭔가 말을 해야 한다면 지금 밖에 기회가 없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말문이 막혔다. 게르에 돌아올 때까지 우리는 서로 말이 없었다. 사박사박 메마른 땅을 밟는 발소리만이 우리를 따라왔다. 잘 자라는 인사와 웃음을 마지막으로 각자의 게르로 돌아갔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이 두 명의 특별한 인연을 떠올렸다. 보는 순간 푹 빠져들게 만드는 작가의 사진들을 보면서, 강렬하고도 매혹적인 여행의 기억을 떠올리게 된 것이다. 시베리아에서는 도스토예프스키를 사막에서는 생텍쥐페리를 읽었다는 저자의 글을 하나하나 꼼꼼히 곱씹으며, 내 지나온 여행들을 하나하나 되새겨보게 되었다. 작가에게 한동안 잊고 살았던 방랑의 기억을 되돌아보게 해주어 고맙다는 말을 전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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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0-12-09 0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행자의 독서를 찜해야 하는데,저는 님의 몽골사막이 황홀한걸요~
과연,전 시베리아에선 도스토예프시키를,사막에선 생택쥐베리를 떠올리기나 할까요?
님의 몽골사막에서의 담요는 오래 기억할 것 같네요~^^

감은빛 2010-12-09 11:16   좋아요 0 | URL
이 책 먼저 사진에 끌려서 읽게 되었는데, 글도 좋더라구요.
책을 읽는 동안 지나온 여행에 대한 기억들을 하나둘 떠올려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마녀고양이 2010-12-09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여행을 정말 좋아합니다.
여자라서 훌훌 터는 여행을 못 한다고 하면, 너무 치졸한 변명이겠지요.
여자라는 점 보다는, 항상 현실적인 이유가 먼저였던 듯 해여.
아마 장녀라는 책임감이 먼저였고, 부모님이나 남편의 눈치를 보는게 먼저였겠죠.

제가 제일 먼저 가보고픈 곳은 천연의 자연 뉴질랜드 계곡,
그다음에는 일곱 빛깔을 꿈꾼다는 터키의 바다,
그리고 숨막히는 별을 볼 수 있다는 인도의 사막 패키지,
신비의 문명을 가지고 있는 남미 잉카 유적과 티티카카 호수.

하아. 정말 먼 꿈을 꾸는 아침입니다.

감은빛 2010-12-09 11:21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여성이 겪는 여러가지 차별 중에 혼자, 맘껏 여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죠.
여러 이유로 좋아하는 여행을 많이 못해보셨다니 안타깝습니다.
저는 여행만큼은 혼자 다니는 걸 좋아했습니다.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여행을 같이하면 피곤하더라구요.
이제는 혼자 여행할 일이 없어졌는데, 가끔 그리울 것 같네요.

아, 마녀고양이님 말을 들으니,
저도 다 가보고 싶어집니다. ^^

마녀고양이 2010-12-09 13:32   좋아요 0 | URL
그래서여,,, 저는
영화관을 혼자 갑니다.... 크크크.

혼자 자유롭게 마음대로 느끼는 그때,
감은빛님은 알고 계시죠?

감은빛 2010-12-09 23:45   좋아요 0 | URL
잘 알죠!
아무리 가까운 사이라도 양보하기 어려운 게,
저에게는 바로 여행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영화이겠고, 또 어느 순간에는 독서일 수도 있지요.

저도 한때는 혼자 영화관에 가곤 했는데,
영화관에 안 가본지 좀 되었어요.
아직 아기도 어리고, 여러모로 여유도 없고 그러네요.

stella.K 2010-12-09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러고 보면 인연은 따로 있어요. 그렇게 모포를 같이 뒤집어 써도 아무 일도
없었던 걸 보믄.ㅋ
영화 비포선라이스와 연결을 시키다니!
그러니 누가 감은빛님이 반항남이라고 생각하겠어요?흐흐.
이 책을 놓친 게 아쉬워요. 저도 읽을 수 있었는뎅...잉잉~

감은빛 2010-12-09 23:48   좋아요 0 | URL
언어의 장벽이 작용 할 수 밖에 없었죠.
저는 일본어를 못하고, 그는 한국어를 못하고,
서로 짧은 영어로 소통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만큼의 공감을 얻었던 것 자체가 참 신기했구요.

이 책 재밌었습니다.
다음에 한번 읽어보세요! ^^

2010-12-09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9 23: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9 23: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2-09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10-12-13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곳곳에 숨어 있는, 꼭 가보고 싶은 곳..
마음 속에 숨겨 놓았던 그 장면들을 꺼내게 하는 감은빛님의 페이퍼네요.

여행지에서 만난 잊을 수 없는 사람. 언젠가 저도 그런 사람을 만난적이 있는데 그 시간을 그 사람은 기억하고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오랜만에 다시 천천히 글을 읽어 보고 갑니다. 왠지 잠자리에 들면 그 시간으로 되돌아 갈 것 같습니다~

감은빛 2010-12-14 17:20   좋아요 0 | URL
네, 여행하다보면 소중한 인연들, 특별한 인연들을 만나게 되더라구요.
그 분도 아마 바람결님과 지낸 시간을 기억하실걸요!
언제 바람결님의 여행이야기도 들려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