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창 밖으로 플라타너스 잎이 바람에 날린다. 하늘 높이 치솟았다가 살랑살랑 떨어지다가, 휙 불어오는 바람에 앞으로 달려갔다가 또 위로 올라간다. 며칠 전 라디오에서 배철수 디제이가 11월은 아직 가을이라고, 지금 이렇게 추운 건 겨울이라서가 아니라 ‘단풍추위’ 때문이라고 했다. 3월에서 4월 초까지 눈이 내리고 추운 날씨를 꽃샘추위라 부르듯, 11월의 추위를 ‘단풍추위’라 부를 수 있다고, 더불어 이 말은 자신이 처음으로 사용했으니, 저작권은 자신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정말 그가 이 말을 처음 쓴 것인지 모르겠으나, 꽤 재밌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단풍추위 때문에 옷을 단단히 여미고도 모자라 몸을 잔뜩 웅크리고 길을 걷다가 서점으로 발길을 돌렸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 했는데, 올가을 나는 몇 권의 책을 읽었던가? 반성하는 마음으로 불광문고에 들어섰다.


앞쪽에 가을을 맞아 사랑이야기를 다룬 문학 작품들을 모아둔 탁자가 있었다. 재밌는 점은 한쪽에는 남성의 사랑이야기를 다룬 작품들로 채웠고, 반대편은 여성의 사랑이야기를 들려주는 작품들을 모았다. 우선 남성이 주인공인 책들을 하나씩 살펴보았다. 짧은 시간 나는 지나이다에게 첫눈에 반한 블라디미르(첫사랑)가 되었다가, 캐서린을 너무도 사랑한 나머지 복수와 파멸의 길을 걸어간 히스클리프(폭풍의 언덕)가 되었다. 또 샬롯테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때문에 절망에 빠진 베르테르(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가 되었다가, 일흔넷에 열아홉의 울리케를 사랑했던 괴테처럼, 열일곱의 소녀 은교를 향한 사랑으로 가슴이 두근거리는 노작가 이적요(은교)가 되었다. 예전에 읽어본 책들도 있었지만, 제목만 들었을 뿐 읽지 않은 책들도 있었고, 아예 처음 접한 작품도 있었다.































이번에는 반대편으로 옮겨 여성 주인공의 사랑이야기를 살펴보았다. 첫눈에 당황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남성 주인공 편과 달리 읽은 책이 없었다. 언젠가 한번은 꼭 읽어야지 맘만 먹고 있는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가 그나마 익숙한 책이었고, 여기 전시된 책은 읽지 않았지만, 에쿠니 가오리나 알랭 드 보통은 다른 작품을 접해본 작가였다. 낯선 작가의 책들 중 몇 권을 들춰보았다. 우선 제목부터 독특한 [19 29 39]는 세 여성의 나이를 뜻했다. 젊은 여성 작가 3명이 함께 쓴 소설이었다. 아마 각자 한 명의 주인공을 맡아서 쓴 것 같은데, 흔히 볼 수 없는 작업 방식이라 어떻게 풀어갔을지 흥미가 생겼다. [클라리 세이지]는 허브의 한 종류로, 향이 깊고 부드러워 마음의 안정을 돕고 피로를 달래주는 식물이라고 한다. 이 책은 결혼한 네 여인의 비밀 이야기를 풀어간다고 하는데, 여러 사회 문제들과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과의 관계, 육아와 일터에서 오는 다양한 스트레스 등 무척 공감이 가는 주제였다. 주인공 네 명이 각자의 성격과 상황 안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흥미롭게 느껴졌다. 또 다나베 세이코라는 일본 작가의 책이 둘이나 포함되었다는 점, 마스다 미리라는 일본 30대 미혼 여성을 주제로 여러 작품을 그린 만화가의 책이 포함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살펴보면 하나하나 다 읽고 싶은 책이지만, 시간과 주머니 사정이 허락하지 않아 일단 한 권을 골랐다. 이 가을이 가기 전에, 단풍추위를 지나 본격적인 겨울이 오기 전에 사랑이야기에 푹 빠져 보련다.





























## 불광문고에서 만날 수 있는 늦가을 사랑이야기 ##


- 그 남자의 사랑이야기

첫사랑(이반 투르게네프, 민음사, 2003년, 10,000원), 그 남자의 연애사(한창훈, 문학동네, 2013년, 12,000원), 청혼:너를 위해서라면 일요일에 일을 하지 않겠어(오영욱, 달, 2013년, 13,500원),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요한 볼프강 폰 괴테, 민음사, 1999년, 7,000원), 폭풍의 언덕(에밀리 브론테, 문학동네, 2011년, 13,000원), 180일, 지금만큼은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테오, 예담, 2014년 13,800원), 단 한 번의 연애(성석제, 휴먼앤북스, 2012년, 12,500원), 은교(박범신, 문학동네, 2010년, 12,000원), 책 읽어주는 남자(베른하르트 슐링크, 시공사, 10,800원),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알랭 드 보통, 청미래, 2007년, 12,000원), 천 년의 사랑(양귀자, 쓰다, 2013년, 15,000원),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박민규, 예담, 2009년, 12,800원)




























- 그 여자의 사랑이야기

서른 넘어 함박눈(다나베 세이코, 포레, 2013년, 12,000원), 클라리 세이지 1,2(고선미, 스프링, 2013년, 12,000원/각 권), 잡동사니(에쿠니 가오리, 소담, 2013년, 12,800원), 사랑이 달리다(심윤경, 문학동네, 2012년, 12,000원), 달콤한 나의 도시(정이현, 문학과지성사, 2006년, 12,000원), 우리는 사랑일까(알랭 드 보통, 은행나무, 2005년, 12,500원), 노리코 연애하다(다나베 세이코, 북스토리, 2012년 12,800원), 내 사랑은 그 집에서 죽었다(김형경, 사람풍경, 2012년, 14,500원), 수짱의 연애(마스다 미리, 이봄, 2013년, 8,000원), 19 29 39(최수영, 정수현, 김영은, 소담, 2010년, 11,000원), 안나 카레리나 1,2,3(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펭귄클래식, 2013년, 11,000원/1권, 12,000/2,3권), 나마스테(박범신, 한겨레출판, 2005년, 12,000원)
















* 은평시민신문에 실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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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4-11-29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은 슬펐어요. 사랑의 달콤한 맛과 쓴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소설인 것 같아요.

감은빛 2014-12-02 04:26   좋아요 0 | URL
그렇죠. 예상치 못한 전개에 좀 당황스러웠어요.

비로그인 2014-11-29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 참 좋네요.

감은빛 2014-12-02 04:27   좋아요 0 | URL
어떤 사랑인가에 따라 본질적으로 좋을수도, 아닐수도 있겠지만,
일단 기본적으로 사랑이란 말 자체는 좋은 거죠.

yamoo 2014-11-30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하고 실전은 천지차이더군요~ㅎ 어쨌거나 위의 책 중에서 2권은 읽었고 2권은 그냥 소장만 하고 있습니다. 기회를 봐서 소설책을 전부 처분해야 할 듯합니다. 이 사랑에 관계된 소설책들도 ㅇ예외가 아니겠지요.ㅎ

이 글은 기고문이군요~^^ 잘 봤습니다!

감은빛 2014-12-02 04:29   좋아요 0 | URL
저는 1권은 읽는 중이고, 3권을 읽었네요. 집에 사놓고 안 읽은 책이 잔뜩 있는데, 아내는 자꾸 책 좀 처분하라고 하네요. 읽어야 처분이라도 할텐데. ㅠㅠ
 


켈로이드 완치


이 글은 10월 말 경에 쓸 생각이었으나, 여러모로 정신없는 날들을 보내느라 며칠 늦어졌다. 그러니까 약 1년 전, 10월 중순 즈음(정확한 날짜는 이제 기억나지 않는다.) 비탈길을 뛰어 내려가다가 아스팔트 균열에 걸려 넘어지면서 무릎을 심하게 다쳤다. 약 두 달 가량 다리를 절면서 다녔고, 해가 바뀌어도 부풀어오른 흉터가 가라앉지 않아, 병원을 찾았더니 '켈로이드'라는 생소한 이름을 들었다. 적어도 1~2년은 한 달에 한 번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아야 하고, 그래도 완치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했다. 심지어 한동안 주사를 안 맞으면 다시 심해지기도 한다고. 평생 이 부풀어오른 흉터를 갖고 불편하게 살아야 하나 생각에 제법 낙담했던 기억이 난다.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는 건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였다. 대충 오백원짜리 동전만한 흉터에 마취도 없이 주사 바늘을 찔러넣고, 조금씩 약을 넣은 후, 바늘을 뺐다가, 방향을 틀어 다시 찔러넣고 약을 넣고, 또 바늘을 빼서 방향을 틀어 다시 찔러넣기를 반복했다. 이 흉터가 살덩어리인데다, 그냥 피부조직이 아닌 속살과 같은 굉장히 예민한 부위여서 뭔가 살짝 스치기만해도 아플때가 있는데, 주사바늘로 이리 찌르고, 저리 찔러대니 그 순간 순간의 아픔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웠다.


암튼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씩 부지런히 주사를 맞았다. 아마 세 번째 갔을 때였던가, 마을 주치의가 생각보다 훨씬 반응이 좋다며, 이대로라면 빨리 나을 수 있겠다고 했고, 한 달에 두 번 맞아도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젤 처럼 생긴 바르는 연고도 처방해줬다.(무척 비쌌다!)


몇 달간 주사를 꾸준히 맞고, 연고도 부지런히 발랐더니, 확실히 부풀어 오른 흉터의 크기가 작아진 것을 깨달았다. 뿐만 아니라 부풀어 올랐던 높이도 확연히 낮아졌다. 그 조금 튀어나왔다고 걸핏하면 여기저기 부딪히곤 했는데(아까도 말했듯이 외피가 아니라 부딪히면 정말 죽을 것처럼 아프다!), 높이가 낮아지니 부딪히는 일도 줄었다.


그리고 여름이 끝나고 가을이 되었다 싶은 무렵(8월 말 혹은 9월 초) 마침내 주치의가 이제 주사를 안 맞아도 되겠다는 판정을 내렸다.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부풀어오른 켈로이드 흉터를 일반 흉터처럼 만들고 싶어서, 그래도 몇 번 더 주사를 맞는게 좋지 않겠냐고 물었는데, 주치의는 이제 주사를 맞는 건 의미가 없을 정도로 크기가 줄었다고, 이대로 좀 더 지켜보자고 했다. 나는 초기에 읽었던 각종 켈로이드 경험담들, 특히 주사를 안 맞았더니 다시 커졌다는 이야기들이 생각나서 좀 불안했는데, 그래도 주치의 말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다시 두 달이 더 지났는데, 의사 말이 맞았다. 주사도 안 맞고, 연고도 안 발랐는데(진작에 다 써버렸다.) 조금씩 크기가 줄어들고 있었다. 그때만해도 볼록하게 부풀어오른 흉터가 무척 거슬렸는데, 지금은 높이가 더 낮아져서 그렇게 거슬릴 수준이 아니다. 높이는 확 티가 날 정도로 낮아졌는데, 흉터 자체의 크기는 더 줄어들지는 않았다. 물론 켈로이드는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튀어나온 높이가 문제였기 때문에, 이제 거의 완치가 된 것 같은 느낌이다. 처음 무릎을 다치고 거의 1년 만에 다 나은 셈이다. 그것도 완치가 어렵다는 켈로이드가 짧은 시간에(처음 주치의는 2년 정도 주사를 맞아보자고 했다.) 나았으니 무척 기쁘다!



복근


작은 아이가 태어난 해부터 마음 먹었으니, 4년째다. 뱃살을 넣어보려고 노력한 게 벌써 4년이나 되었다. 사실 별로 어려울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결혼 전 몸매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데, 그게 뭐 어렵겠나 싶었다. 그런데 쉽지 않았다. 운동만 하면 금방 빠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운동하는 순간에는 좀 빠진 것처럼 보여도, 밥 먹고, 술 마시고, 안주 먹으면 금방 또 원래대로 돌아가더라. 게다가 전신운동이 아닌 특정 부위만을 키우는 근육운동으로는 원하는 효과를 거두기가 어렵더라. 생활패턴도 문제였다. 일주일에 적어도 3일 이상은 술을 마시고, 그중 2번 이상은 새벽 늦게까지 마신다. 거의 매일 새벽까지 뭔가를 하다가 늦게 잠들고, 식사 시간도 들쭉날쭉했다. 하루에 한 끼만 먹는 때고 있고(대신 술을 3차까지 마셨지만), 3끼를 다 먹는 날도 있었다.


뱃살을 넣으려면 식사조절은 기본인데, 워낙 먹는 걸 좋아하는데다, 사람들 만나려면 술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에 식사조절을 제대로 해본 적은 없었다. 그저 평소보다 먹는 양을 좀 줄였다. 예전에는 밥 자체를 워낙 좋아해서, 밥을 두 그릇씩 먹곤 했는데, 요즘은 반 그릇 정도로 줄였고, 대신 반찬을 좀 더 많이 먹었다. 면 종류를 워낙 좋아해서 즐겨 먹는데, 이건 고치려해도 쉽지 않다. 암튼 제대로 식사조절을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 거의 안 하는 수준이지만, 그래도 내 기준에서는 나름 노력은 하고 있다.


조금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기를 계속 반복했던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던 건, 작년 가을 무릎을 다치기 직전 즈음이었다. 작년 봄이었던가 '크로스 핏'이란 운동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여름에는 처음으로 헬스클럽에 등록해서 본격적으로 역기를 들기 시작했다. 크로스핏 체육관을 다니고 싶었지만 비용이 거의 4배나 차이가 나서 어쩔수 없이 헬스클럽을 선택했다. 사실 집에 마당이 있었다면 역기 세트 하나만 사놓으면 딱 좋았을 것이다. 헬스클럽 트레이너들은 머신 운동만 할 줄 알았지, 역기를 잘 다루지 못했다. 나는 애초에 머신운동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집에서 덤벨로도 머신운동으로 가능한 다양한 운동을 흉내낼 수 있었다(물론 한계는 분명 있겠지만).


트레이너들이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는 나는 유튜브 동영상과 각종 책을 뒤지며 혼자 공부해야 했다. 맨손 운동은 그래도 금방 배울 수 있었다. 나도 예전에는 맨손 운동 위주로 해왔으니까. 그런데 역기 동작은 쉽지 않았다. 아무리 영상을 보고, 그림을 보고 따라해도 잘 모르겠고,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해도, 이게 제대로 하고 있는건지 어떤지 자신이 없었다. 그래도 동작 하나마다 여러번 반복하면서 노력해왔다.


그리고 어느 정도 동작이 몸에 익고, 무게도 슬슬 올라가고 있을 즈음, 무릎을 다친 것이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두 달 이상 다리를 절면서 다녔기 때문에 운동은 아예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다시 배를 비롯한 몸매가 예전으로 서서히 돌아가고 있었다. 그래도 여름부터 가을까지 약 3달 간 열심히 운동한 덕분에 돌아가는 속도는 많이 느렸다. 올해 6월 지방선거가 끝나고, 켈로이드도 많이 좋아졌던 무렵부터 다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자세를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면서, 일 년 전에는 미처 몰랐던 부분들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야 하는 거구나! 여기는 이런 느낌으로 하면 훨씬 더 쉬웠구나! 그러니 금방 무게를 올릴 수 있었다. 무게가 올라가기 시작하니 체형은 눈에 띄게 바뀌었다. 다시 제대로 운동한 지 4달째, 이젠 거의 결혼 전 몸매로 돌아갔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샤워할 때 거울 보는 게 즐겁다!


아직 복근은 완성 전이다. 살짝 아랫배에 살이 남아있고, 복근도 아직 선명하지 않다. 팔과 가슴 어깨는 결혼 전보다 오히려 더 보기 좋아졌다. 당시에는 그저 덤벨 운동과 맨손 운동 밖에 하지 않았는데, 요즘은 역기를 이용한 전신 운동을 하고 있으니 당연하다. 


무엇보다 큰 변화는 등근육이다. 뱃살이 빠지기 시작한 것은 등근육이 제대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였다고 생각한다. 머신 운동(고립운동)을 거부하고 오로지 프리웨이트(전신운동)만 고집한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데드리프트와 오버헤드 스퀏이 등근육을 키우는데 큰 역할을 했고, 케틀벨스윙도 역기 운동 못지 않은 역할을 했다.



일주일에 3일, 하루 5분이면 뱃살 뺄 수 있다.


예전에 내가 자주 했던 말, 운동할 시간이 없다는 말을 들으면, 요즘은 '5분'이면 된다고 답한다. 예전에는 실제로 한번 운동을 시작하면 2~3시간 정도 운동했다. 여러가지 덤벨 운동을 한번씩 다 해야했고, 스트레칭도 많은 종류를 한번씩 다 하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게다가 운동 중간에 쉬는 시간도 많았다. 덤벨로 한 가지 운동을 마치면, 다음 운동으로 넘어갈 힘이 없어서 회복될 때까지 쉬는 경우도 있었다. 요즘은 무슨 운동을 택하던 하나 혹은 둘 정도만 하고, 쉬는 시간 거의 없이 집중적으로 5분 안에 끝낸다. 물론 본운동 시간만 말하는 거다.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에 각 5분씩이 더 필요하니, 전체는 대략 15분 정도다. 하지만 요즘 나는 준비운동과 마무리운동을 아주 가볍게 하고 있어서 전체 시간을 10분 이내로 마치고 있다.


근육이 회복할 시간을 고려해, 운동은 이틀에 한 번만 해도 된다. 물론 매일 다른 종류의 운동을 해도 괜찮지만, 그런 경우 주로 움직이는 부분이 다르게 배치하거나, 무리하지 않는 범위에서 무게 조절과 횟수 조절이 필요하다.


서킷트레이닝과 프리웨이트를 하루씩 번갈아 배치하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단기간에 살을 빼는 데에는 '타바타 인터벌' 훈련이 짱이다! 최상의 선택은 타바타 인터벌로 '버피 테스트'를 하는 것! 이거 실제로 해보면 4분 밖에 안 걸리는데, 거의 죽을 정도로 힘들다. 혹은 타파타 인터벌로 푸쉬업, 에어 스퀏(맨몸 스퀏), 싯업(윗몸 일으키기), 풀업(턱걸이)를 번갈아가며 16분 동안 하는 것도 괜찮다. 적어도 버피 테스트 보다는 할만 할 것이다. 다만 철봉이 없으면 풀업 대신 다른 운동을 해야 하는데, 풀업 대신 버피를 하는 것도 방법이다(나는 작년에 집에서 이 방법으로 운동했다.).


역기는 데드리프트, 스퀏(어깨에 바벨을 얹고), 오버헤드 스퀏(양 팔로 바벨을 번쩍 들고), 클린 앤 저크(용상), 스내치(인상), 푸쉬프레스(클린상태에서 저크를 반복하기) 이 6가지 동작을 반복하면 된다. 하루에 한 가지만 해도 되고, 두 가지를 나눠해도 된다. 이 중에 가장 효과적이고 좋은 운동은 오버헤드 스퀏이다. 사실 스내치를 제대로 하려면 이 오버헤드 스퀏으로 기초를 만들어 둬야 한다. 작년에는 스내치 연습을 제일 많이 했는데도 무게를 쉽게 올리지 못했는데, 올해는 처음부터 스내치에 도전하지 않고, 오버헤드 스퀏으로 무게를 어느 정도 올린 후에, 도전했더니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트레이너가 잘 도와준다면 좋겠지만, 몇 군데 헬스클럽을 다녀본 결과, 대부분의 헬스 트레이너는 머신은 잘 다루지만, 의외로 역기는 잘 다루지 못하더라. 동영상과 그림은 검색하면 많이 나온다. 


자 이제 한번 해보자. 먼저 넓은 거울이 있고, 바벨을 여러개 갖춘 헬스클럽을 찾는다(스퀏렉과 벤치프레스 외에 여분의 바벨이 꼭 있어야 한다.). 위에 소개한 역기 운동을 동영상으로 보면서 하루에 하나씩 익혀나간다. 운동 시간은 스트레칭 3~4분, 가벼운 뜀박질(헬스클럽까지 뛰어가면 준비운동 시간을 줄일 수 있다.) 2~3분, 본 운동(역기 혹은 타바타 운동) 4~16분, 마무리 운동(케틀벨 스윙이 제일 좋고, 로잉머신이 있으면 그것도 좋다. 아니면 윗몸일으키기도 괜찮다.) 3~4분이면 충분하다. 아, 타바타 인터벌 운동을 하려면 검색해서 타바타 전용 음악을 다운받아, 이어폰을 끼고 하면 좋다(집에서는 크게 음악을 틀어놓고). 록키 주제곡이나, 겟썸(유명한 격투 영화) 주제곡도 있다. 음악을 들으며 공이 울리면 20초간 온 힘을 다해 운동하고, 다시 공이 울리면 10초간 쉬기를 8회 반복하면 된다. 장담하는데 3달 안에 뱃살이 어디로 갔는지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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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4-11-09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바타 인터벌 검색 들어갑니다 ㅋㅋㅋㅋㅋ

감은빛 2014-11-09 23:08   좋아요 0 | URL
타바타 박사가 발견한 가장 효율적인 인터벌 운동 방식입니다.
20초 동안 전력을 다해 운동하고, 10초 쉬기를 8회 반복하는 것이죠.
시간은 4분 밖에 안 걸리지만, 2~3시간 운동한 것보다 더 효과적입니다.

한 가지 운동을 8회 하는 방법도 있고,
순환운동으로 4가지 운동을 8회 반복해서 16분 동안 운동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어쨌거나 살 빼기에는 타바타 인터벌로 버피 테스트가 최고입니다!

라주미힌 2014-11-09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깐 비스무리 해봤는데, 확실히 힘은 좋아지더라구용.. 지금은 ㅠㅠ;;;
내 생애에 복근을 대면할 일은 없을거 같아용..

감은빛 2014-11-09 23:13   좋아요 0 | URL
그쵸! 애초에 운동의 목적은 몸매가 아니라 힘이니까요.
사실 크로스핏은 고강도의 파워트레이닝으로
보디빌딩과는 달리 보기좋은 근육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근육의 힘을 키우는 것이 목적이예요.

라주미힌님도 운동의 재미를 느끼면 복근은 저절로 따라오게 됩니다.

2014-11-09 2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1-09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4-11-10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빛님은 요즘 운동에 푹 빠지셨군요. 복근 인증샷을 볼 수 있는겁니까? ^^

감은빛 2014-11-10 23:35   좋아요 0 | URL
운동에 재미를 붙이긴 했는데, 바빠서 못 하는 날도 제법 많아요.
술 안 마시고 제대로 했으면 벌써 인증샷을 올리고도 남았을텐데,
음. 물론 복근을 완성해도 인증샷을 올릴 일은 없을겁니다.
알라딘 이웃들에게 자랑하려고 만든 건 아니니까요. ^^

조선인 2014-11-10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켈로이드 완치를 축하드립니다. 무엇보다 복근은 저절로 따라오게 된다는 멘트가 가능하시다니 존경합니다.

감은빛 2014-11-10 23:37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 고맙습니다!

사실 운동하는 이유는 몸매 때문이 아닌데,
목적이 바뀐거죠.
요즘 확실히 그걸 느끼게 되었어요! ^^

종이달 2022-08-19 0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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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다락방님 글에 댓글로 남긴 적이 있는데, 내 알라딘 블로그 주소는 팝 가수 핑크에게 보내는 사랑고백이다. 이 블로그를 만들었던 2004년의 나는 그만큼 핑크에게 빠져있었던 것이다. 2004년을 떠올리면, 참 철없던 시절이었다는 생각부터 먼저 든다. 폭력 사건으로 인해 다니던 학원을 그만두는 걸로 한 해를 시작했다. 낯선 서울 땅에서 혼자 좁은 고시원에 처박혀 시간을 보내기만 했다. 패배감, 상실감, 좌절감, 자기 혐오로 미칠 것 같은 시간들이었다. 하루종일 말 한마디도 하지 않은 날도 여러날이었다. 다시 사람들을 만나고, 일을 찾아보기까지 얼마나 오래 그런 시간을 보냈을까?


단언컨데 우울증 같은 것은 아니었다. 그건 분명 이유가 있는 침몰이자, 침잠이었다. 나 자신에게로 깊이, 더 깊이 빠져들었던 날들. 당시에 좁은 고시원 침대에서 나는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만화책을 보고, 옆방 여학생이 남자친구를 데려와 내지르는 교성에 짜증을 내다가 게임방에 가서 밤새 게임을 하곤 했다. 당시 나는 부산 깡통시장에서 산 일제 씨디 플레이어가 하나 있었다. 책을 제외하고는 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소중한 물건이었다.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딱 씨디 크기만한 플레이어로 핑크, 알라니스 모리셋, 크랜베리스, 나탈리 임부를리아, 로렌 크리스티, 데비 깁슨, 셰릴 크로우, 코어스, 셀린 디온, 머라이어 캐리, 샤니아 트웨인, 시네이드 오코너, 사라 맥라클란, 비요크, 사라 브라이트만, 포 넌 블론즈, 에이스 오브 베이스, 야끼다, 조안 오스번,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브리트니 스피어스, 티엘씨, 브랜디, 모니카, 데스티니스 차일드, 알리야, 바넷사 칼튼, 미쉘 브랜치, 켈리 클락슨, 에이브릴 라빈, 에반에센스 등을 들었다.


이 시절 특히 즐겨 들었던 노래는 핑크의 <Don't let me get me> 였다. 노랫말을 정확하게 해석하지는 못했지만 한구절 한구절이 모두 내 이야기인 듯 느껴졌다. 이 노래를 처음 들었던 건 언제였을까? 아마 아직 학교를 졸업하기 전의 어느 시기였던 걸로 기억한다. 이 날이 아마 핑크에게 푹 빠진 첫 날이었을 것이다. 누워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 그 순간, 주변 풍경이 좁고 지저분한 자취방이 아니었던 걸 보면, 아마 부모님 집에 잠시 다녀가는 일 년에 몇 번 되지 않는 날 중 하나였을 것이다. 마구 채널을 돌리다 우연히 핑크의 라이브 영상을 보게 되었다. 핑크는 반주가 시작되자 갑자기 무대 바닥에 드러누웠고, 그 상태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노래 가사가 I'm lyin' here on the floor 로 시작한다.) 잠시 그렇게 누워서 노래를 부르다가, 서서히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문득 일어난 후에는, 무대 위를 방방 뛰어다니며 노래를 불렀다. 폭발적인 가창력과 환상적인 무대 매너에 완전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누워서 노래를 시작했다는 점을 잊을 수가 없었다. 그때 들었던 노래가 바로 <just like a pill> 였고, 뒤이어 부른 노래가 <Don't let me get me> 였다. 두 곡 모두 무척 마음에 들었다.

 


 


 


 

나중에 핑크를 검색하면서 더 다양한 이야기들을 알아냈다. 한때 정말 자주 들었던 노래, <what's up>을 부른 포 넌 블론즈의 린다 페이와 핑크의 일화는 제법 재미있었다.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가수를 찾기 위해 전화번호부를 찾아보고, 매일 전화하고, 심지어 찾아가기도 하면서 설득해 같이 음반 작업을 했고, 그 2집 앨범이 어마어마한 히트를 쳤다는 이야기. (내가 처음 듣고 바로 반해버렸던 두 곡 모두 그 앨범에 들어있는 곡) 핑크의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 지 알게 되고, 린다 페리와 핑크가 얼마나 친해졌는지를 읽으며 한때 좋아했던 가수와 최근 좋아하는 가수가 서로 이렇게 깊은 인연이었다는 이야기가 또 신기했다.(나중에 알게된 핑크와 크리스티나 아길레라의 불화에도 린다 페리가 관련되어 있었다.)












당시 저 두 곡 외에도 <Family Portrait>와 <Get the Party Started> 등의 2집 수록곡들을 다 좋아했다. 하지만 역시 가장 좋아했던 건, 내 처지를 노래하는 듯한 <Don't let me get me> 였다. 난 하나에 빠지면 정말 미친듯이 빠지는데, 노래 한 곡을 수없이 반복해서 듣기도 했다.


점점 시간이 흘러 바쁜 일상을 살아가면서, 노래를 들을 여유가 없어지고, 그렇게 좋아했던 핑크의 노래를 찾아 들을 여유조차 없는 삶을 살아가다가 문득 핑크의 노래를 듣게 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모르는 노래라도 그 특유의 목소리를 못 알아볼 수는 없다. 


미국 드라마 글리에 등장해서 더 반가웠던 <Raise Your Glass>와 저번에 다락방님의 글에서 만난 <Just Give Me a Reason>는 최근 자주 듣는 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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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0-30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4-11-08 23:31   좋아요 0 | URL
가끔 들르긴했는데, 다른 사람 글을 읽을 여유도, 뭔가 끄적거릴 여유도 없었어요.
한동안 책도 거의 안 읽고 살았던 터라, 책 얘기도 할 게 없었구요.
날이 추워지니 따뜻한 방에서 이불 덮어쓰고 책 좀 읽었으면 좋겠네요.
 

녹색당의 마지막 연습

 

문득 날짜를 보니 벌써 8월 말이다. 바람이 부는 걸 보니 이제 곧 가을이 오겠구나 싶다. 곧 추석이 다가오고, 민족의 대이동이 시작되리라. 가을이라고 생각하니 문득 3년 전 녹색당 창당을 위해 한창 바쁘게 뛰어다니던 기억이 난다. 그땐 아직 녹색당 창당이 정말 성공하리란 기대조차 없었다. 과거에도 몇 차례 창당을 시도했다가 불발로 그친 적이 있었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 정당법이 아무나 정치에 관여할 수 없도록, 아주 견고한 장벽을 쌓아놓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끔 '녹색'이 들어간 이름의 "가짜" 녹색당은 있었다. 녹색 가치와는 전혀 관계 없는 그런 정당. 이번 지방선거에 단 한 명의 후보를 내어 유권자들을 헷갈리게 만든 "가짜" 녹색당인 '국제녹색당'처럼 과거에도 이름에 '녹색'이 들어간 정당은 분명 있었지만, 진짜 녹색 가치를 표방한 녹색당은 없었다. 그 당시만해도 실패할 거라는 생각이 더 많았고, 비록 실패하더라도 이 시점에서 이번 시도가 의미를 갖기 위해 더 열심히 뛰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설마 겨울이 지나 진짜로 창당을 할거라는 생각은 감히 하지도 못했다.

 

지난 3년간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 진보 운동과는 달리 진보 정치에는 다소 회의적인 시각을 가졌던 내가 당 활동을 통해 정치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그 전이었다면 상상도 하기 힘든 변화다. 운동의 영역에서만 머물렀던 내가 정치의 영역으로 한발짝 더 앞으로 나선 것이다. 처음에는 창당도 어렵다고 생각했고, 가까스로 창당을 하더라도 평당원으로 조용히 힘을 보태고 싶었는데, 지역 단위 운영위원이 되고, 당직 출마를 권유받으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벌써 8월 말. 지방선거가 끝난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녹색당에서는 11명의 지역구 후보와 12명의 광역비례 후보를 냈지만, 모두 낙선하는 결과가 나왔다. 누구보다 열심히 뛰었던 것을 서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실망은 컸다. 물론 높디 높은 현실의 벽도 몰랐던 건 아니다. 그래도 이정도 일줄은 몰랐다. 특히 창당 당시 현역 기초의원으로 합류한 과천의 서형원 선배와 구미의 김수민 씨는 이번에도 무난히 당선되리라 생각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올 줄은 몰랐다.

 

선거가 끝나고, 선관위에 제출해야 할 서류들을 마무리하고, 내외부적으로 선거 평가를 시작했다. 평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평가 작업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다. 그냥 마음이 그랬다. 하지만 달리 할 사람도 없었다. 선거에 직접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피할 수가 없었다. 하기 싫은 일은 능률이 오르지 않는 법이다. 대략적인 그리고 외부에 발표할 선거 평가는 허술하게나마 마무리가 되었지만, 내부적으로 제대로 평가서를 만들어보자는 계획은 아직도 다 이루지 못하고 미뤄두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전국 각지에서 선거에 참여했던 당원들이 모여 평가 워크숍을 가졌다. 그때 조별 토론 과정에서 나온 질문 중 하나는 "녹색당에게 지난 지방선거는 000 이다."의 빈 칸을 채우는 것이었다.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대답들이 나왔다. 재치있으면서도 녹색당이 처한 상황을 냉철하게 잘 짚어줄 수 있는 단어들이었다. 여러 대답들 중에서 나는 '마지막 연습'이라는 말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녹색당은 2년 전 창당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총선을 치뤘고, 곧바로 등록취소라는 참담한 결과를 맞았다. 재창당하면서 '녹색당'이란 당명조차 사용하지 못하고, '녹색당더하기'라는 이상한 이름으로 등록하여, '녹색당'을 '녹색당'이라 부르지도 못하는 허망한 상황에 처했었다. 다행히 헌법소원을 통해 당명을 되찾았고, 어렵고 힘들게 후보를 만들어 지방선거에 참여하는 단계까지 왔건만, 다시 한번 현실이라는 쓰디쓴 결과를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제 앞으로 녹색당에게 주어진 기회는 많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스스로 '반정당의 정당'이라고 말하고, 기존 제도권 정당과의 차별점을 강조한다고 해도, 정당인 이상 선거를 통해 정치활동에 참여해야하고, 선거에서 일정한 성과를 이루지 못한다면 정치활동에 제대로 참여할 수조차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다음 총선과 다음 지방선거를 통해 살아남을 수 없다면, 녹색당에게 더이상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러한 절박한 마음이 '마지막 연습'이라는 말 속에 잘 드러난다.

 

한편으로 현실에 대한 냉정한 분석과 별개로 우리가 가진 녹색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의지와 희망도 필요하다. 당장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하다보면 좀 더 나은 미래가 오리라는 희망은 지금 우리를 움직이는 힘이 되어 준다. 다소 실망스러운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더 힘차게 앞으로 나가는 것이 현재 우리가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진보정당 100년의 역사

 

우리는 늘 역사를 통해 교훈을 얻는다. 녹색당 창당 과정에서 유럽 녹색당, 특히 독일 녹색당의 역사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역사에서 모든 답을 얻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무엇은 하지 말아야 하고, 무엇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지 도움을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이번에 황소걸음 출판사에서 [사회주의 100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책을 펴냈다. 1권이 952쪽이고, 2권이 840쪽이니 2천쪽에 가까운 분량이다. 저자가 도널드 서순 이란 사실을 알고나면 이 어마어마한 분량이 조금 이해가 간다. 무려 5권짜리 [유럽문화사]를 곧바로 떠올렸을테니 말이다.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현재 이 나라는 양당제의 거대한 늪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수구정당과 그에 못지 않은 보수정당이 서로 대립하는 체제. 전체적인 판에서 본다면 거대여당이나 거대야당이나 그다지 색깔차이가 나지 않는데, 이 나라에서는 어째선지 보수야당이 마치 진보인 것처럼, 그것도 단 하나밖에 없는 진보이자 대안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왜 이런 어이없는 현상이 생긴 것일까? 제대로 된 진보정당이 분명 존재하건만 왜 사람들은 그들의 존재를 잘 알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걸까?

 

그래서 녹색당을 비롯한 여러 소수정당들(그들 모두가 진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중에는 제대로 된 진보도 분명 있지만, 그렇지 않은 정당들도 있다.)이 이 거대한 늪에서 살아남을 방법은 무엇일까? 다양한 논의와 토론과 실천이 이루어져야 하겠지만, 우선 과거 역사를 살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과거 유럽 각국의 다양한 진보를 표방한 정당들이 어떻게 생겨나서,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떠한 결과를 이뤄냈는지 살펴보는 것이 현재 우리가 처한 조건에서 최소한의 도움을 얻는 방법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물론 이 두꺼운 책을 읽는 일은 어렵다. 가뜩이나 현재의 상황은 우리가 책으로 눈을 돌릴만한 여유를 주지 않는다. 최소한의 상식조차 통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이 참담한 현실에서 책에 눈을 두는 것은 차라리 사치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도 나는 이럴 때일수록 역사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공부라고 표현하고 싶지 않다. 그저 필요한 것을 찾아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어떨까? 몸으로 실천하는 것만큼, 고민하고, 필요한 것을 찾아보는 노력도 중요한 법이다.

 

도무지 혼자 다 읽을 자신이 없다면 마음 맞는 사람들을 찾아 함께 읽기를 제안해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빠짐없이 독파해야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정치학자나 역사학자가 아닌 이상, 교양수준으로 전체의 흐름을 꿰고, 각 시기의 상황을 알아두면 될 일이다. 분량과 내용에 미리 겁 먹을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덧붙임~~

 

자, 녹색당 동지 여러분, 가까운 당원들과 함께 이 책을 읽어봅시다. 또 자신이 진보정당 당원이라고 생각한다면, 아니 굳이 당원이 아니라도 진보 정치를 지지하는 분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는 것이 우리가 양당체제라는 거대한 늪에서 벗어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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