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강정마을을 지키려다가 연행되어, 현재 감옥에서 단식 투쟁중인 최성희 님이 보낸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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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1-08-05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은 너무 고운데 마음이 무겁네요.
건강 해치지 마셔야할텐데요.

감은빛 2011-08-08 14:05   좋아요 0 | URL
이 고운 그림들이 감옥에서 보내졌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네요.
감옥이 최성희 님의 열정까지 가두지는 못했네요!

마녀고양이 2011-08-06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너무 곱네요. 그리고 제 마음 역시 무겁습니다.
옥중에서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감은빛 2011-08-08 14:07   좋아요 0 | URL
하루하루 강정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늘 제 마음도 무겁게 만드네요.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고통이 이어질지 걱정입니다.
 
어린이 먹을거리 구출 대작전! - 초등학생을 위한 먹을거리 교과서 고갱이 지식 백과 1
김단비 글, 홍원표 그림, 김종덕 원저 / 웃는돌고래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먹거리 문제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건 환경단체에 들어가고 나서도 한참 지난 후였다. 대규모 개발로 인해 파괴되는 자연을 지키는 문제는 아주 시급해보였지만, 매일 먹는 음식에 대해서는 별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했다. 이미 농약에 찌든 쌀을 먹고 산지 오래되었고, 식당에서 먹는 음식은 다양한 화학조미료 맛으로 먹는 거라는 걸 알면서도 그냥 그러려니 싶었다. 선배 활동가들이 대부분 생활협동조합을 통해 안전한 먹거리를 구매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당장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만으로 생협 이용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랬던 내가 지금은 먹거리 문제에 아주 민감해졌다. 젤라틴과 설탕과 타르계 색소들과 합성착향료와 아질산나트륨과 MSG와 GMO 콩과 옥수수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아토피, 비만, 알레르기성 비염, 소화불량 등을 달고사는 아이들을 보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절로 깨달을 수밖에 없다.

젤리를 만드는 원료인 젤라틴이 미국에서 공업용으로 수입된 소가죽으로 만들어 진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 그야말로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놀랐고, 또 화가 났다. 게다가 공업용 소가죽을 그냥 원료로 쓰는 것도 아니었다. 신발공장, 가방공장 등에서 필요한 만큼 재단하고 버려진 자투리 가죽을 공장 한쪽 구석에 모아놓았다가, 재활용 쓰레기 등을 실어 나르는 집게차가 와서 실어서 젤라틴 공장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했다. 마당 한 구석에 놓여있던 소가죽 쓰레기 더미는 비를 맞고, 먼지를 덮어쓰면서 썩어가고 있었는데, 독한 화학약품냄새와  가죽 썩은 냄새가 코를 찔러서 가까이 다가가기조차 어려웠다. 그런 쓰레기로 젤리와 각종 과자들(초코파이와 초코바, 캐러멜, 아이스크림 등)을 만들어 왔던 것이다. 그 과자들이 내 아이의 입으로 들어갔다니! 생각만 해도 끔직하다! 


발암물질인 아질산나트륨이 포함된 햄은 아이들이나 어른이나 모두 즐겨먹는 음식이다. 한때 환경단체의 경고로 일부 업체에서는 발색제(색깔을 보기 좋게 만들어주는 물질)인 아질산나트륨을 빼고 만든 햄을 내놓기도 했으나, 시장에서 외면당하고 곧 사라졌다. 우리 아이도 어느 날부턴가 햄을 무척 좋아하게 되었다. 요즘은 반찬 중에 자기가 좋아하는 햄이나 소시지 같은 가공식품이 없으면 입을 삐죽 내밀고 반찬투정을 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온갖 가공식품과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아이를 보면서 어떻게 얘기해줘야 잘 알아들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게 된다.

마침 ‘웃는돌고래’라는 재밌는 이름의 출판사에서 <어린이 먹을거리 구출 대작전>이란 책이 나왔다. <먹을거리 위기와 로컬푸드> 등의 먹거리 문제를 다룬 책을 쓰고, 번역해온 김종덕 선생님의 글을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다듬었고,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그림을 넣어서 만들었다. 딱 애들이 읽기 좋은 만화책 느낌이다. 책 앞쪽에는 ‘음식문맹’인지 ‘음식시민’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OX 퀴즈가 실려 있다. 퀴즈를 보는 순간 혹시 나도 ‘음식문맹’이 아닐까 싶은 마음에 문제를 풀기가 두려웠지만, 아이랑 함께 차근차근 풀어보았다. 역시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할 우리 아이에게는 조금 어려운 문제였지만, 하나씩 설명하면서 나도 새롭게 공부를 할 수 있었다.

이 책은 딱 초등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이 땅의 음식문제 전반에 대해 차근차근 풀어서 설명해주고 있다. 2장(쌀과 밥), 3장(철없는 과일, 슬픈 고기는 이제 그만!), 7장(도시 아이들 똥은 땅도 못 먹어!), 8장(패스트푸드 공화국) 은 특히 아이들에게 설명하기 쉽게 구성되어 있어서 좋았다. 2부에서 다룬 ‘로컬푸드’와 4부에서 다룬 ‘먹거리 대안’ 부분은 상대적으로 설명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아이와 함께 읽으려고 해보니, 그 전에 나부터 먼저 공부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다. 책의 뒤쪽에는 친절하게도 참고할만한 책들의 목록을 2쪽 분량으로 실어주었다. 책을 만든 사람의 세심한 배려가 눈에 띄는 대목이다. 책을 구매하면 ‘엄마 아빠와 함께 쓰는 음식 일기’라는 소책자가 따라온다. 매일 하루 세끼와 간식으로 무엇을 먹었는지를 기록하고, 가장 먼 곳에서, 또 가장 가까운 곳에서 온 음식을 생각해보고, 패스트푸드는 없었는지 생각해보고, 아이가 직접 만들어 본 음식을 기록하도록 되어있다. 아이랑 직접 해보면 재미있게 먹거리 문제에 접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무척 맘에 든다.

몇 년 전 나와 아내는 아토피로 괴로워하는 아이를 보면서 생협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다. 한번 생협을 이용하고 나니 마트에서 파는 음식들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 과자 하나를 집어 들어도 온갖 화학첨가물들이 눈에 보여서 도저히 살 수가 없었다. 나는 이 땅의 모든 부모들이 이 책을 읽기를 권한다! 모든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먹거리 문제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을 공부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먹거리 문제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지는 세상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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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걸음

인도 영화 <까비 쿠쉬 까비 감(Kabhi Khushi Kabhie Gham)>을 보면 아기가 첫 걸음 뗀 순간을 기억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을 보면서 내 머릿속에도 우리 아기가 자라면서 말을 하고, 장난을 치고,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이어졌다. 그런데 가만 첫째 녀석이 첫 걸음을 뗀 순간은 기억나지 않는다. 언제였던가. 개월 수(월령)에 비해 무척 늦었다는 것만 기억난다. 둘째 녀석은 둘째라는 이유만으로 늘 언니와 비교당하기 마련이다. 아내는 둘째가 무슨 말이나 행동만하면 ‘첫째 때도 저랬어요?’ 라는 질문을 매번 던진다. 둘째는 첫째에 비해서 말은 늦고, 행동은 빠르다. 첫째는 좀 겁이 많은 편이었는데, 둘째는 비교적 겁이 없다. 행동은 무척 빠르고, 힘도 엄청 쎄다! 가끔 뭔가를 안 뺏기려고 힘을 쓸 때 보면 제 엄마도 못 당해낸다.

아내 말로는 어린이집에서는 혼자 서너 발짝 이상씩 걷기도 했다는데, 우리는 한 번도 보지 못했다. 지금까지는 손을 잡고 걷다가, 슬쩍 손을 놓고, 혼자 걸어보라고 시킬 때마다, 슬그머니 주저앉아 버리곤 했다. 그러더니 어제 처음으로 아무런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서너 발짝 이상을 걸었다. 그 순간 영화 속의 장면이 떠올랐다. 첫째의 첫 걸음은 지금 기억나지 않는데, 지금 이 순간의 기억은 언제까지 머릿속에 남아 있을까?

어제는 퇴근길에 땀을 좀 많이 흘렸다. 아기를 안고, 큰 애 손을 붙잡고 오르막길을 오르는데, 셔츠는 물론 속옷까지 몽땅 땀에 젖어버렸다. 집에 들어서니 완전히 찜통이었다. 저녁 준비보다는 샤워가 더 급했다. 옷을 벗어젖히고, 아이들을 홀딱 벗겨서 씻기면서, 나도 함께 씻었다. 씻고 나와서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으니, 천국이 따로 없는 것 같았다.(물론 잠시 후에 저녁 준비를 시작하면서 다시 땀을 흘리기 시작했지만......) 밥을 먹고 나서 큰 녀석에게 작은 녀석을 맡겨 놓고 설거지를 하고 있었는데, 뭔가 장난감이나 인형을 두고 둘이 소리를 지르고 난리가 났다. 큰애는 나에게 큰 소리로 동생이 자기 말을 안 듣는다고 짜증을 내고, 작은 녀석은 열심히 기어와서 내 발을 붙잡고 일어서서 ‘아나, 아나’ 소리를 낸다. 안아 달라는 뜻인가 보다. 물 묻은 손을 보여주면서, 좀 있다가 안아 줄 테니, 언니랑 놀고 있으라고 해도, 자꾸만 내 발 주위를 돌면서 떨어지지 않는다. 대충 설거지를 끝내고 아이들과 놀아주다가 한번 시험을 해봤다. 작은 녀석이 요즘은 혼자 서 있는 것 정도는 잘 하니까. 조금 거리를 두고 세워놓고, 이쪽으로 오라고 불러봤다. 녀석은 웃으면서 한 걸음. 두 걸음. 떼기 시작했다. 다섯 걸음 째에 균형을 잃고 앞으로 넘어지는 걸 붙잡았다. 다시 시켜봤다. 이번에는 여섯 걸음까지 걷고 내 품에 안겼다. 큰 애와 내가 잘 했다고 칭찬을 하고, 박수를 쳐줬더니 아주 좋다고 입이 귀에 걸렸다.

밤늦게 돌아온 아내에게 이 얘길 들려줬더니, 놀라면서 자기만 못 봤다는 사실 때문에 질투하는 모습을 보인다. 늦게 돌아와서 못 본 걸 어쩌겠나. 그렇다고 자는 애를 깨워서 보여줄 수도 없는데.  

  

다시 읽는 책, 새로 읽는 책 

 

 2차 희망버스가 대규모로 부산을 다녀왔다. 그날 함께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그 새벽에 일어난 경찰의 폭력은 똑똑히 기억해두고 있다. 

 후마니타스 출판사에서 김진숙 선배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소금꽃나무> 한정판을 냈다. 가격을 확 낮췄다. 한정판의 판매수익은 전액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해 사용된다고 한다. 

 사실 예전에는 끝까지 안 읽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는 제대로 다시 읽어봐야겠다.

 

  

 얼마전 출판평론가 최성일씨가 별세했다. 위독하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 안있어서 곧바로 부고 소식이 날아왔다. 작년까지 무려 13년 동안 5권의 책으로 엮어낸 <책으로 만나는 사상가들>이 합본호가 되어 1권짜리로 묶여 나온 직후였다. 

 그분을 기리는 마음으로 다시 한번 책장을 넘겨본다. 작년에 나온 5권을 조금 뒤적이다가 말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이번에는 긴 호흡으로 한번 읽어봐야겠다.
 

 

  

 '초록당 사람들'에서 열린 출간기념파티에 가고 싶었으나, 급한 일정이 생겨서 참여하지 못했다. 대신 밤늦게 뒷풀이 자리에가서 책을 구입하고 서명도 받았다. 12시를 넘긴 늦은 시간이었지만, 아직도 여러사람들이 '생태 철학'과 '녹색정치'에 대한 진지한 토론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날 저자의 강연도 듣지 못했고, 아직 책장을 펼쳐보지도 않아서, 어떤 책인지 쉽게 짐작하기 어렵다. 일단 읽어보자.

 

 

 

 호랑이는 왜 호랑이일까? 어디서 온 말일까? 언제부터 그렇게 불렀을까? 언젠가 큰 애가 다섯살쯤이었던가. 무슨 말을 하던 '왜?'를 반복적으로 묻던 때가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을 보니, 그 시절 아이의 말투가 자꾸 생각난다. '아빠, 이건 뭐야?'(알면서도 능청스럽게 묻는다!) '어, 호랑이네.'(알면서 왜 묻느냐는 말투로 귀찮은듯 대답한다!) '왜?' '뭐가 왜?' '왜 호랑이냐구?' '호랑이니까 호랑이지.' '왜?' '또 뭐가 왜?' '아니 왜? 호랑이야?' 이쯤되면 슬슬 인내심의 한계가 느껴지게 마련. 녀석이 포기할 때까지 나도 따라서 '왜?'를 반복하는 장난을 침으로써 위기를 모면했다. 

 그때 이 책을 읽었다면 뭔가 제대로 된 답을 해줄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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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7-20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의 두 아기의 모습이 저와 제 동생이 아기였을 때 모습과 비슷해요.
저는 자주 칭얼대고 워낙에 호기심이 강해서 쓸데없는 짓을 많이 했다네요.
질투도 심했고 잠도 안 자고 돌아다니길 좋아했었고요,, 반대로
동생은 엄마 말씀 잘 듣는, 좀 조용한 편이었어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세월이 지나고 성장해보니깐,, 지금은 성격이 정반대에요 ^^;;

감은빛 2011-07-25 13:19   좋아요 0 | URL
그런 얘기 들은 적 있어요.
두 형제(혹은 자매)가 성격이 완전 반대였는데,
커서 보니 또 성격이 서로 정반대로 바뀌었다는......

시루스님 얘길 듣고나니,
나중에 우리 애들은 어떨지 무척 궁금하네요. ^^

프레이야 2011-07-20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금꽃나무, 저도 요새 다시 읽고 있어요.
한정판이 나왔군요. 그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감은빛 2011-07-25 13:21   좋아요 0 | URL
출판사 마진을 확 빼고, 가격을 낮춰서 한정판을 출간한,
후마니타스 출판사의 결단이 대단합니다!
보통은 그런 선택을 내리기가 쉽지 않죠.
이런 것도 레어아이템이죠.
알라딘에서는 벌써 품절이던데요.

마녀고양이 2011-07-20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행복에 관한 페이퍼 있었잖아요,
오늘 감은빛님의 페이퍼를 읽으며, 이게 행복 맞네, 소소한게 행복이네,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무더운 여름, 훌훌 벗고 아이들과 샤워하고 물놀이하기,
그 이상의 행복이 있을까 싶어요. 아마도...... 작은 아이의 걸음을 기억하시는
오늘처럼, 그런 것들이 다시 기억나실거예요. 어느날 갑자기 큰 아이의 첫 걸음도.

소금꽃나무를 저도 그제 배송받았답니다. 빨랑 읽어야겠어요.

감은빛 2011-07-25 13:23   좋아요 0 | URL
네, 말씀하신 것처럼 소소한 일상이 행복이겠죠.
가끔 술마시고 늦게 들어온 날,
가만히 잠든 아이들 얼굴만 들여다보고 있어도,
난 참 운이 좋은 놈이구나.
참 행복한 놈이구나.
생각이 들 때가 있더라구요.

2011-07-27 19: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8 13: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종교, 심층을 보다
오강남 지음 / 현암사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자꾸 종교 책을 읽을까

최근에 종교에 대한 책들을 꾸준히 읽으면서, 여러 차례 반복했던 말인데, 나는 종교를 믿지 않는다는 사실을 먼저 밝혀야 할 것 같다. 흔히 ‘무신론자’라고 하던데, 그렇게 거창하게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냥 신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굳이 편을 나누자면, 신을 믿지 않는 ‘무신론’도 또 하나의 종교로 봐야 한다는 말도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암튼 나는 종교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최근에 한 친구가 물었다. ‘신의 존재를 믿지 않고, 종교에 관심도 없다면서, 왜 자꾸 종교에 대한 책을 읽느냐?’ 그에 대한 답을 쉽게 하지 못했다. 나도 궁금했다. 표면적으로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이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종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이유를 붙였지만, 실제로 왜 그러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틈틈이 고민을 해봤다.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였다. 나는 종교에는 관심이 없지만, 사람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요즘 이런 책들을 읽고 있다는 것이었다. 모든 종교는 창시자가 있다. 신이 존재하기 때문에 종교가 생긴 것이 아니라, 창시자가 신을 만들어 냈기 때문에 종교가 생긴 것이라고 본다. 신을 만들어낸 사람, 그리고 그 신을 믿는 사람들이 궁금하기 때문에 책을 읽는 것이다.

깨달은 사람들의 인물사전

앞서 <전두환과 80년대 민주화운동>의 느낌 글을 쓰면서, 어렸을 때 외갓집에서 인물사전을 즐겨 읽었던 기억을 떠올렸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때의 기억이 났다. 이 책은 각 종교의 성자라고 부를만한, 깨달은 사람들의 인물사전이기 때문이다. 유대교의 창시자라고 할만한 ‘모세’와 이슬람교의 창시자인 ‘무함마드’가 실려 있고, 그리스도교의 창시자라고 할만한 ‘예수’도 실려 있다. 불교의 창시자인 ‘붓다’도 실려 있다. 그리고 그들 창시자 이후에 이 종교를 발전시켜나간 사람들이 뒤이어 실려 있다. 특정 종교와 관련이 없는 그리스 철학자들도 있고, 동아시아의 사상가들이나, 인도의 영성가들도 있다. 마지막에는 한국의 스승들이라고 해서 류영모 선생과 함석헌 선생을 소개하고 있다.

인물사전을 읽어본 이라면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사람들에 대하여 모아놓은 책이기 때문에, 한 사람의 삶에 대해 공통적인 요소 몇 가지로 짧게 요약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더 자세하고 방대한 정보가 궁금해도 더 알려주지는 않는다. 대신 같은 주제로 엮인 사람들을 공통적인 요소로 나열해주고 있기 때문에 각각의 인물들을 비교하기 좋고, 다양한 인물들을 다루고 있는 만큼, 미처 몰랐던 사람들에 대해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분법

이분법적인 분류는 참 명쾌하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수 없이 많은 확률적 요소들을 단 하나의 기준에 따라 단 두 가지 분류로 나눈다는 것. 알고 보면 아무 의미 없는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자꾸만 해보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한때 나는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을 ‘적’과 ‘동지’로 나눴다. 각 개인의 조금씩 다른 생각들은 모두 무시했다. 그저 나와 뜻을 같이하고, 기꺼이 빨갱이가 되겠다면 ‘동지’가 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모두 ‘적’으로 간주했다. 이제는 그런 분류가 정말 아무런 뜻도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모르게 그런 실수를 하게 될 때가 가끔 있다. 이 책에서는 세상의 모든 종교를 두 개로 나눈다. ‘표층종교’와 ‘심층종교’ 그리고 그 기준에 따라 종교를 믿는 사람들도 ‘표층’이냐, ‘심층이냐’ 둘 중의 하나로 묶이게 된다. 하지만 둘을 나누는 기준은 솔직히 좀 모호하다. 저자인 오강남 선생의 머릿속에는 좀 더 분명한 기준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를 읽고 나서 기대를 갖고 읽었는데, 내 기대와는 조금 다른 책이었던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잘 몰랐던 인물들에 대해 알게 되고, 약간의 역사 공부를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좋았고, 각 인물들마다 계속 반복되는 구조는 뒤로 갈수록 좀 지겹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어서 별로였다. 이 느낌글을 쓰면서 다시 한 번 확신하게 되는데, 이 책 확실히 제목을 잘못 정한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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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lmo 2011-07-19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강남에 심취하신 건가요?
전 '종교, 이제는 깨달음이다'는 읽었는데 말이죠~^^

날씨가 몹시 더워요.
그래도 폭풍 같은 바람이 불어줘서 다행입니다.

감은빛 2011-07-19 15:27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오강남 선생 책을 2권 읽었고,
1권은 반쯤 읽다 말고 팽개쳐두고 있어요.
심취한건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관심을 둔 이상 자세히 알아보고 싶은 마음은 들었습니다.

네, 날씨가 아주 덥죠.

양철님, 아니 어느새 나무꾼으로 돌아오셨군요.
더위 날씨에 건강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루쉰P 2011-07-22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옴진리교를 파헤치며 느꼈지만 종교란 사이비 하나를 파더라도 엄청난 노고와 관심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았어요. 저도 종교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저에게는 죽음을 파악하는 철학은 종교 밖에는 없지않을까 해서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전 여러 개 모으는 인물사전식의 책은 개인적으로 별로 라서요. ^^ 더운 여름 잘 투쟁하고 계신지 궁금해서 왔어요. 전 연애 대 투쟁 중입니다. ^^

감은빛 2011-07-25 13:17   좋아요 0 | URL
옴진리교를 파헤치신 루쉰님!
대단하세요! 게다가 요즘 연애중이시라니 더더욱 대단!
종종 즐겁고 행복한 소식 전해주셔요~! ^^

2011-07-27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7-28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옥상달빛의 ‘가장 사소한 이야기’를 들었다. 듣는 순간 그 노래에 빠져들었다. 흔히 말하듯 완전 꽂혔다. 시간 날 때마다 계속 반복해서 듣고 또 들었다. 어제는 지하철에서 듣던 중, 노래에서 던지는 질문 ‘행복이란 뭘까?’를 두고 곰곰이 생각해봤다. 과연 행복이란 뭘까? 나는 지금 행복한가? ‘행복해’라고 느꼈던 때는 언제였을까? 나는 행복하기 위해 살아가는 걸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자꾸만 질문이 이어졌다.

물음 하나. 지금 행복해요?

아직 결혼하지 않은(안한 건지, 못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친구가 적당히 취해서 내가 부럽다고 말했다. 여우같은 마누라와 토끼 같은 자식들 데리고 잘 살고 있으니 얼마나 좋냐? 뭐 이런 의미의 말들을 늘어놓았다. 거기에 나는 글쎄, 니가 결혼해서 자식새끼 낳고 한번 살아보라고 답했다.(여우 세마리와 함께 사는게 얼마나 힘든지 상상도 못할거라는 말은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 녀석은 결혼생활의 좋은 점들만 상상하는 것 같았다. 살다보면 늘 그렇게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해줘도 녀석은 이해하지 못했다. 직접 겪어봐야 이해할 것이다.

오래된 버릇 중에 하나인데, 취하면 ‘사는 게 별로 재미가 없다.’는 말을 자주 한다. 즉 별로 행복하지 않다는 뜻인 것 같다. 물론 술에 취했을 당시에 그런 생각에 빠져서, 내뱉은 말이다. 늘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아닐 것이다. 왜 그런 거 있잖은가? 늘 그렇듯 반복되는 일상을 살다보면, 그런 생각을 할 여유조차 없는데, 술을 마시고, 수다를 떨다보면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뭐 재밌는 일은 좀 없나? 난 왜 이렇게 재미없는 삶을 살고 있는 걸까?

누군가 진지하게 ‘지금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과연 ‘그럼, 행복하지!’라고 답할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물어보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대답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고, 질문을 듣는 순간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이 무엇이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오래전에 헤어진 여성이 갑자기 나타나서 그렇게 묻는다면, 나는 아이들 얼굴을 떠올리며 ‘행복하다!’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지금 행복한가에 대한 답을 쉽게 내리기는 어렵지만, 질문을 반대로 했을 경우에는 금방 답할 수 있다. 누군가 ‘지금 불행하냐?’고 묻는다면, 곧바로 ‘불행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물음 둘. 행복이란 뭘까?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때는 언제였을까? 그 물음에 답을 해보려고 한참을 생각해보는데, 생각의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다시 원래의 물음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과연 행복이란 뭘까? 행복했던 때는 어떤 때를 말하는 건가? 기분 좋았던 때? 즐거울 때? 먹고 살기 편했을 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었을 때? 경제적 기준(물질적인 기준)으로 행복했을 때를 정의한다면 나는 평생 한 번도 행복했던 적은 없다. 늘 가난하고 부족한 삶을 살아왔으니까. 그냥 머리로 생각한다면 어떤 목표를 달성하거나, 뭔가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었을 때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기준으로 따진다면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대학 합격 표지판에 내 이름이 적혀있는 것을 확인한 순간이라던가, 결혼식장을 무사히 나와서 신혼여행을 떠나는 순간이라던가, 원하는 일터에 면접을 보고 나서 합격했다는 안내전화를 받은 순간 등이 가장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어야 할 것이다. 그런 일들이 물론 아주 기쁜 일이었고, 당시 아주 즐겁고, 만족스러웠겠지만,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대학 합격 발표가 있던 날은 혼자 먼 길을 가서, 운동장 한쪽 끝에 세워진 표지판을 눈 아프게 열심히 들여다보다가 겨우 내 이름을 확인했다. 주위에선 친구들이나 가족들과 함께 온 사람들이 환호를 지르거나, 박수를 치거나, 축하한다고 악수를 하고, 어깨를 두드리는 모습을 보았지만, 나는 혼자 속으로 ‘붙었구나. 그럴 줄 알고 있었지만……. 내 이름 한번 보려고 괜히 먼 길을 왔다 갔다 하네.’ 라는 생각만 했다.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온 기억만 남아있다.

그럼 나에게 행복이란 어떤 느낌과 감정일까? 뭔지 모를 묘한 설렘, 기대감, 관심을 갖고 있는 일 혹은 사람에 대한 기대와 좋은 감정을 갖게 되는 순간, 나는 ‘행복해’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행복이란 단어를 듣는 순간 내가 떠올리는 기억은 대부분 그런 때였다.

물음 셋.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가장’ 이란 수식어가 붙어서 대답하기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다시 물음을 바꿔 ‘살면서 행복했던 순간들은 언제였나?’라고 묻는다면 한결 대답하기 편할 것 같다. 우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지금의 아내를 처음 만났던 날이다. 첫인상도 좋았지만, 대화를 나누면서 점점 호감을 갖게 되었다. 점점 이 사람이 좋아지는 느낌. 앞으로 이 사람과 함께 대화하고, 무언가 같은 일을 하면서,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감정. 그런 일을 상상하며 갖게 되는 묘한 설렘이 참 좋았다. 그리고 이 사람도 나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순간. 좀 더 구체적인 일들을 상상하고 계획하면서 갖게 되는 기대감이 좋았다.

그 다음은 역시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까지 상상하고, 기대하면서 갖게 되는 설렘의 순간일 것이다. 첫째 아이를 기다리면서 정말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상상들이 어떤 것들이었는지는 이제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순간순간들이 참 행복했다는 생각이 든다. 둘째는 최근 일이어서 더 많은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첫째를 키워왔던 기억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며, 둘째는 과연 어떻게 할까 상상하는 일이 무척 즐거웠다. 가령 첫째는 계란을 ‘기랑’이라고 발음했는데, 이때 랑의 'ㄹ' 발음이 독일어 'r' 발음처럼 들렸다. ‘ㄱ’ 과 ‘ㄹ’ 과 ‘ㅎ’ 의 중간 발음 같은 느낌. 역시 엄마를 닮아서 아기 때부터 독일어를 잘한다며 우리끼리 좋아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 녀석은 과연 어떻게 발음할지 무척 기대했던 순간들이 즐겁고 행복했다.

이렇게 하나하나 떠올리다보면 역시 ‘행복’이란 단어는 ‘가족’이란 단어와 연결이 되는 구나 생각이 든다. 좀 더 어렸을 때로 되돌아가면 부모님과 동생과의 기억들이 떠오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앞서 아직 총각이었던 친구 녀석의 부럽다는 말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할 측면이 있다. 글쎄 어쨌거나 이건 남편이자 아버지의 입장에서 나온 기억이다. 다른 상황에서도 행복한 기억이 당연히 있을 것이다. 가족이란 테두리에 얽매인 개인의 한계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볼 수도 있다. 삶이란 매우 복잡해서 하나의 측면으로만 정의내릴 수 없을 것이다. 행복이란 결국 경제나 권력 관계를 떠나서 자신이 만족하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더 묻고 싶다. 당신에게 행복이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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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7-08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우리는 행복 강박증에 걸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저는 행복보다는 평온함과 만족을 가지고 싶습니다.
성향상 하두 자주 구덩이에 푹푹 빠져대서 말이죠. 그러나
가족이 나를 지탱해준다는 것에 절대절대 공감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무엇인가를 포기해야만 가능한 것 같습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감은빛님.

감은빛 2011-07-12 12:56   좋아요 0 | URL
평온함과 만족이 마녀고양이님께는 행복의 상태인가요?
인생의 매 순간을 그저 이분법적으로,
행과 불행으로만 나눌수는 없겠지만,
그냥 문득 궁금해졌어요.
나는 어떤 때에 가장 좋은 기분을 느끼는가?
어떤 상태가 나에게는 행복인 걸까?

네, 덕분에 주말 잘 보냈습니다.
고맙습니다!

비로그인 2011-07-10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본문과 좀 동떨어진 얘기지만, 요즘 대학생들을 포함해서 행복한 사람이 과연 몇일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편의점, 주유소, 커피숍, 빵집.. 모두 아르바이트 하는 학생들 천지던데. 얼굴에 웃음기란 없더라고요. 그래도 오랜만에 나간 번화가엔, 함께 하는 청춘들이 많아서 보기 좋더라고요.

행복. 그러고보니 제가 남 걱정할때가 아니긴 합니다. ^^

감은빛 2011-07-12 12:58   좋아요 0 | URL
길에서 마주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무표정하거나,
오히려 불행한 느낌이 들 때가 많죠.
문득 나조차도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번화가에는 그래도 늘 청춘들의 모습을 볼 수 있군요.
저도 가끔 일 때문에 지나면서 바람결님과 같은 생각을 한 것 같아요. ^^

노이에자이트 2011-07-20 15: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독신을 합리화하기 위해 결혼의 어두운 면만 강조하는 이들도 있는데, 결혼생활하는 사람을 부러워하는 태도가 더 솔직한 것 같아요.그런 사람은 기혼의 친구가 "독신생활하는 네가 부럽다"고 하면 "너도 혼자 살아봐라"하고 말할 것 같군요.

감은빛 2011-07-25 13:15   좋아요 0 | URL
모든 일에는 장,단점이 있는 것 같아요.
결혼생활도 마찬가지겠죠.
어떤 때는 처자식과 함께 지내는 시간이 좋고,
또 어떤 때는 다 귀찮고 그냥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가 있더라구요.
보통의 경우라면 노이에자이트님 말씀처럼 생각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