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차이가 크다. 공사 재개 59.5%, 중단은 40.5%. 좀 어이가 없는 건 이 결정과 동시에 원전 축소는 53.2%, 확대는 9.7% 라는 의견을 냈다는 점이다. 과연 공론화 위원회가 제대로 이 사안에 대해 검토했는지 의문이 드는 결과다.


아니, 이 정부 들어서 총 5기의 핵발전소가 늘어나고, 그에 따라 발전 비중도 더 늘어나며, 이번에 짓는 핵발전소는 수명도 60년이나 되는데, 원전을 축소하겠다고? 아니 축소라는 단어 뜻을 모르나? 더 늘어나도록 결정을 내려놓고 축소하라는 권고는 대체 무슨 뜻인가?


지금도 매일 24잔씩 마시고 있는 술을 앞으로 60년 동안 5잔 더 늘려서 29잔씩 마시라고 말해놓고, 그렇지만 술을 줄였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건가? 지금 매일 24개비씩 피우는 담배를 5개비 더 늘려서 매일 29개비씩 피우라고 말하고는, 그렇지만 담배를 줄였으면 좋겠다고 권하는 건가? 


축소를 원한다면 신고리5,6호기도 취소하고, 현재 약 90% 가량 지은 신고리4호기와 신울진1,2호기 까지 모두 취소하는 것이 맞다. 발전소를 다 지었다고 무조건 가동해야 하는 건 아니다. 핵발전소는 한 번이라도 가동하는 순간 방사능에 오염되기 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영향을 미친다. 비록 90% 가량 지었지만, 이제라도 중단하고 방사능에 오염되지 않은 발전소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 해외에는 다 지은 핵발전소도 가동하지 않고, 박물관처럼 사용한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아침부터 허탈한 마음을 추스리기 힘들다. 내가 이정도인데, 밀양 어르신들의 마음은 어떨지 생각만해도 한숨만 나온다.



공약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하나도 보여주지 않고, 준비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론화라는 말만 툭 던져놓고, 자신은 쏙 빠져버린 사람. 민주적 공론화가 아닌 핵마피아 집단의 의견만 유통되는 편파적인 판을 방조해놓고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사람. 겨우 이런 사람이 온 국민이 좋아하는 대통령이란 사실이 참 슬프다. 노무현때도 계속 느꼈던 감정이지만, 이명박과 박근혜를 지나 촛불을 겪은 우리가 문재인 정권에서 다시 이런 상황을 겪어야 하다니 정말 서글픈 마음이다. 아니 오히려 그 시절보다 더 후퇴한 느낌이다. 문재인은 뭐랄까 노무현보다 더 교묘한 모습이다. 더 하고 싶은 말은 많지만, 일단 오늘은 참는다.


설악산 케이블카와 4대강 복원과 흑산도 신공항 등의 환경 문제에 대해서도 결국 같은 결과가 나오는 건 아닐까 불안하다. 노무현 정권 당시에도 설마설마 했지만, 새만금과 고속철도와 핵폐기장을 밀어붙였었다. 당시 전국적으로 골프장 싸움도 어마어마했다. 계속 데자뷰가 느껴지는 건 기분 탓일까?
















축하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제 아주 독특한 타이틀을 달 예정이다! 


탈핵을 선언하고도 핵발전소를 5개나 더 늘린 대통령

탈핵을 선언하고도 핵발전 의존도가 더 높아진 정권

탈핵을 선언하고도 탈핵 시점을 60~70년 뒤로 미뤄버린 사람


술을 끊겠다고 선언해놓고, 5잔씩 더 많이 마시는 것과 뭐가 다른가?

담배 끊겠다고 선언해놓고, 담배를 더 많이 피는 것과 뭐가 다른가?

술을 끊겠다고 선언해놓고, 60~70년 뒤에 끊겠다는 것과 뭐가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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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17-10-20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대한민국은 이익집단·사익집단 농간에 놀아나는 국가 수준도 안 되는 국가 아닌 국가라고 봅니다. 문재인 정권의 실패는 거의 예정된 것 같습니다. 정권 교체 뒤로 지금까지 보여준 지리멸렬함이 계속된다면, 실패는 확정적이라고 봅니다. 지난날 쓰라린 실패에서 전혀 교훈을 찾아내지 못하는 우리 한국/한국인/한민족입니다. 지리멸렬함을 떨쳐내지 못하고 그대로 반복하고 있습니다. 실패는 필연이라고 봅니다.

나와같다면 2017-11-15 2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포항 5.4 지진‘ 재난 긴급 문자를 받고

0.1초, 거의 본능적으로 원전이 떠오르더라구요..
도대체 어쩌려고 그러는지..
 

바쁘다 바빠


연휴 전에 잔뜩 밀린 일을 다 마무리하지 못했더니, 연휴 끝나고 복귀하자마자 정신을 차릴 수 없을만큼 일이 몰려든다.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월요일 아이들과 1박2일 짧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사무실로 출근했다. 다음날 있을 워크숍 발제문을 쓰기 위해서였다. 대략 내용은 구상해놓고 있었으나, 막상 쓰다보니 구체적인 문장과 수치 등을 쓰기 위해 자료들을 뒤져야 했다. 밤늦게 내 자료를 기다리던 선배님께 메일을 보내고, 이왕 출근한 김에 밀린 일을 하면서 새벽까지 일했다. 다음날 워크숍에서 발제하고 저녁까지 먹고 사무실에 돌아와 또 야근. 그날은 아예 밤을 샜다. 다음날인 수요일 아침, 멍한 정신에 오후에 있을 워크숍에서 할 발제 자료를 만들었다. 너무 피곤해서 제정신이 아니라 그랬는지 거의 다 만든 자료를 저장하는 과정에서 잘못 눌러 다 날려버렸다. 워크숍 시작까지 얼마 남지 않아서 정말 급하기 다시 만들었다. 중요한 내용 한 두가지는 다시 쓸 시간이 없어서 생략하고, 딱 필요한 내용만 채워 완성해서 워크숍 장소로 뛰었다. 걸어서 12~15분 거리였지만, 뛰어서 4분만에 도착. 그래도 발제는 차분하게 잘 했다.


연휴 끝나고 업무 복귀하자마자 이틀 연속 발제. 그리고 이어지는 각종 행정 업무들, 각종 회의들, 각종 행사들. 아이들과 만나는 날이 아니면 거의 매일 야근을 했고, 그 야근 중 절반은 밤을 새야했다. 금요일 밤새 일하고 토요일 아침 집에서 씻고 옷만 갈아입고 바로 행사를 진행하러 갔다. 행사 내내 목이 터져라 떠드느라 엄청 힘들었다. 옆에서 보고 있던 선배들이 보기 안쓰러웠는지 끝나고 수고 많았다고 술 한잔 하자고 했다. 아이들을 함께 데리고 가서 김치찌게에 소주를 마셨다.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들과 함께 [웰컴 투 동막골]을 보면서 맥주를 마셨는데, 어느 순간 보니 졸고 있었다. 아이들은 영화 후반부에 잔인한 장면이 나와 무섭다며, 알아서 다른 영화를 보고 있었다.


일요일에는 작은 아이가 다니는 공동육아 방과후 협동조합에서 야유회를 갔다. 일요일 아침에 정말 죽을 것 처럼 피곤해서 꼼짝도 하기 싫었지만, 작은 아이 손을 잡고, 미리 사둔 간식을 챙겨 집을 나섰다. 난지 한강 공원에서 7가족이 모여 놀았다. 아이들은 여기저기 뛰어다니기도 하고, 공놀이를 하기도 했고, 아빠들은 맥주를 마셨고, 엄마들은 커피 혹은 맥주를 마시며 서로 얘기했다. 한참 후에 아이들이 축구를 하자고 졸라서 어쩌다 끌려 나왔는데, 상대편 아빠들이 둘 다 발재주가 좋은 편이었다. 반면 나와 우리편 아빠는 둘 다 축구에는 소질이 없는 편이었다. 축구를 시작하고 몇 분 되지도 않아서 그 사실을 금방 깨달았는데, 그렇다고 편을 바꾸자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비록 발재주는 없어도 축구경기를 하면 열심히 뛰어다니는 걸로 내 몫을 채우는 편이다. 중학교 때는 그 열심히 뛰는 것만으로 대회 MVP를 받은 적도 있었다. 한 경기에 몇 골씩 터트린 공격수보다 최종 수비수였던 내가 모두의 지지를 얻어 받은 상이었다. 당시 우리팀은 매 경기 거의 골을 먹지 않았다. 상대 공격수가 나를 제치면, 짧은 순간 재빨리 돌아가서 최종 수비수를 제쳤다고 방심하고 있던 공격수의 공을 뺏곤 했다. 체력과 순발력 덕분이었다. 


이제 순발력도 체력도 없는 상태에서 발재주도 없으니, 축구 경기가 엄청난 중노동처럼 느껴졌다. 얼마 뛰지도 않았는데, 벌써 숨이 차서 움직이기 힘들었다. 그래도 지기 싫어하는 성격 탓에 죽도록 뛰어다니긴 했다. 하지만 좁은 공터에서 한번 나를 제치고 나간 상대를 다시 따라 잡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체력이 딸리는 탓에 시야가 좁아져서 공을 잡은 후 패스나 슛의 정확도가 떨어졌다. 그래도 우리 팀이 넣은 골의 대부분은 내가 넣었다.


축구를 해본 게 얼마만이던가? 12년쯤 전에 오마이뉴스와 시민단체 활동가들 친선 경기를 뛰어본 게 아마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너무 오랜만에 뛰어서 하늘이 노랗게 보일 지경이었다. 경기를 마치고 땀을 닦고 있는데, 상대팀 아빠가 캔 맥주를 내밀었다. 몇 모금 마시고 나니 갑자기 머리가 띵했다. 어지럽고 속이 안 좋았다. 마치 아주 오래전 학창시절에 운동장에서 전체 조회를 마치고 교실로 올라가다가 계단에서 갑자기 어지러워서 쓰러졌던 날의 느낌과 같았다.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다행히 잠시 누워서 쉬고 나니 괜찮아졌다. 비록 몸은 무척 피곤했지만, 작은 아이가 신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니 오길 잘했다 싶었다. 그날 축구 후유증은 정확히 이틀 후인 화요일 허벅지 통증으로 나타났다. 그때쯤 그 부위에 근육통이 올 것을 예상하고 있었는데, 거의 정확했다.


내 머리를 믿을 수 없다.


10월 말과 11월 초에 강의가 몇 개 잡혀있다. 강의 확인 전화를 받을 때마다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얼버무리다가, "나중에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 라고 말한다. 요즘은 누군가와 어떤 논의를 하고 나서 조금 시간이 지나면 다 잊어버린다. 둘 중 하나다. 내용은 기억하는데, 누구와 얘기했던 건지 기억을 못 하거나, 누군지는 기억하는데, 내용을 기억하지 못 하거나. 왜 이러는 걸까? 예전엔 이러지 않았는데.


며칠 전에는 제주에서 강의 요청 전화가 왔다. 얘길 들으며 분명 두달쯤 전에 제주에서 전화를 받았던 것 같긴 한데, 그 기억이 정확한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이번에 전화한 사람은 처음 전화한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어서 누구에게 강의 청탁을 했던 건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혹시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청탁했던 건데, 내가 덜컥 맡아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한 발 물러섰다. 일단 전화를 끊고 한참 후에 다시 전화가 와서는 내 이름을 대면서 "예전에 강의 청탁을 수락 하셨네요." 라고 말한다. 그 말을 듣고 나니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날짜가 정해지면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 후로 나는 청탁 사실 자체를 잊고 있었던 것이다.


11월 초 평일 저녁 제주에서 강의가 잡혔다. 오후에 출발해서 제주에 갔다가 강의 마치고, 밤 비행기로 바로 돌아오게 생겼다. 제주까지 가서 아무것도 못 하고 강의만 하고 돌아와야 하다니! 욕심으로는 다음날 하루 연차를 쓰고 단 몇 시간 만이라도 놀다 혹은 쉬다 오고 싶은데, 한창 바쁠 예정인 11월 초에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다.


어제는 또 다른 분에게 11월 초 강의와 12월 초 강의 확인 연락을 받았는데, 12월 초 일정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지만, 11월 초 강의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일정표를 보니 메모해 두었더라. 이게 정말 바쁜 일정 탓에 정신이 없는 건지. 잦은 음주 탓에 뇌가 기억력을 점점 잃어버리는 건지 모르겠다. 아이고! 내 머리를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니 우울해진다.


신고리5,6호기 백지화, 탈핵의 첫 걸음


지난 번 글에도 썼듯이 대통령 잘못 만나서 죽도록 고생 중이다. 거리에서 시민들을 만나느라 주말도 없이 뛰어다녔다. 그 과정에서 두 차례 기자회견을 했다. 9월 말 국회에서 한 번, 오늘 청와대 앞에서 한 번. 청와대 앞 분수대까지 들어가 본 건 처음이었다. 그래도 대통령이 바뀌긴 바뀌었구나 싶은 생각은 들었다. 다만 그 대통령이 공약을 지키지 않고,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론화를 선택하는 바람에 전국의 탈핵 활동가들이 죽을 고생을 하긴 했지만, 그래도 공약처럼 신고리5,6호기를 취소하기만 해준다면 용서해 줄 수 있다.


제발 내일 공론화 위원회 결과가 잘 나오기를, 꼭 신고리5,6호기를 취소하고, 밀양에 지어놓은 거대한 괴물, 765송전탑도 철거하기를 바란다!


운동하고 싶어!


인권활동가 류은숙 님이 새 책을 냈다. 이 '아무튼'은 시리즈인 것 같다. 다른 책들은 자세히 보지 못 했는데, 이 책만은 꼭 사야겠다. 일단 내 주요 관심사 중에 하나인 운동에 관한 것이고, 예전부터 읽었던 류은숙 님의 글이 참 좋았기 때문이다.


한편 이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서러운 기분이 살짝 들었다. 연휴 전에 다친 어깨가 아직 완전히 낫지 않았다. 평소엔 크게 문제가 없는데, 그래도 팔을 높이 들거나, 뒤로 젖힐 때에는 통증이 느껴진다. 가끔 어떤 날엔 통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벌써 얼마동안 운동을 못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명절 연휴 때 부모님 덕분이 엄청 잘 먹어서이기도 하지만, 운동을 못해서이기도 한 내 배를 보면서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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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7-10-20 0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전찬성하는 인간들 마당에 소형발전기를 하나씩 놔주고 싶습니다. 그 카이스트교수나 보수정치언론인들 말이죠.
저는 원래 스포츠에는 소질이 없어서 다들 잘하는 농구 축구는 거의 안했고 혼자하는 운동이 그나마 낫더라구요. 고등학교때까지 태권도, 대학말년부터 한 십년 검도를 하다가 다친 이후로는 weight와 cardio를 하고 있습니다. 검도는 지금도 로망인데 아직도 겁이 나네요.ㅎ 늘 건강하시길..
 

조금은 안심


주사 4방의 약효는 하루쯤 지나 나타난 듯 하다. 어제 오후가 되니 통증이 확실히 줄었다. 먹는 약은 시키는대로 잘 먹고 있는데, 아침을 안 먹기 때문에 아침 약을 점심때 먹었다. 대신 저녁 약은 확실히 늦은 밤에 먹고 있으니 괜찮겠지.


그제 저녁에 들어와 혼자 티셔츠를 벗으려니 통증 때문에 팔을 뺄 수가 없었다. 누구 도와줄 사람도 없고, 아픈데 옷 벗고 눕지도 못하는 구나 싶어서 좀 서러웠다. 통증을 참고 억지로 팔을 빼고 옷을 벗었더니 나도 모르게 욕이 나왔다.


어제 아침 전날과 별로 달라지지 않은 통증에 좀 놀라고, 도저히 팔을 움직일 수 없어 씻기도 어려웠고, 또 옷을 입기도 어려웠다. 사무실은 하루 빠지기로 마음 먹고, 자판을 두드려야 하는 일 대신 전화로 조율해야 하는 일을 주로 했다. 마침 에너지 슈퍼마켓 건과 태양광 발전소 추진 건으로 급한 통화를 해야 했다. 거래처와 시공사와 관련 공무원 등 통화해야 할 사람들은 많았다. 20통 이상의 통화를 했고, 통화 시간은 대부분 5분을 넘겼고, 가장 긴 통화는 40분 가량이었다.


다행히 전화 업무를 통해 해결하려던 부분들은 대부분 잘 풀렸다. 출근을 하진 않았지만, 퇴근 시간 무렵 나도 자체적으로 일을 접었다. 밀려 있는 엄청난 서류 작업이 마음에 걸렸지만, 그래도 전화로 해결한 일들이 있으니 마음이 아주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오늘 아침, 눈을 뜨니 어제보다 훨씬 더 증상이 좋아졌다. 드디어 조심스레 팔을 움직일 수 있었다. 절대 올려지지 않던 팔이 이젠 귀에 닿을 만큼 올라갔다. 몸을 일으켜 친구가 보내준 볼빨간 사춘기의 신곡들을 들으며 스트레칭을 했다. 노래는 아직 귀에 익지 않아서인지 아주 좋은 줄 모르겠는데, 목소리는 참 좋다! 왠지 저 목소리로 들으면 뽕짝이라도 아주 좋을 것 같다.


노트북을 켜고 급한 메일 확인하고 간단한 업무를 하면서, 통증이 줄어서 다행이긴 한데, 이거 또 일하다보면 다시 근육이 굳을테고, 그러면 또 아픈거 아닌가 싶은 걱정이 든다. 여전히 승모근의 피로는 그대로였고, 손을 대기만 해도 아팠다. 무리하지 말아야 하는데, 연휴가 끝나면 몰려들 그 어마어마한 일을 다 어떻게 해야 할까?


연휴 시작!


어쨌거나 연휴 시작이다. 오늘은 오랜만에 애들을 만나는 날이다.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애들이랑 재밌게 놀아야지. 이번에는 부산에 가서도 부모님과 잘 지내고 돌아와야지. 아버지와 정치 얘기로 다투지 말고, 어머니와 종교 문제로 다투지 말아야지. 다짐을 해본다.


벌써 꽤 오래 전. 애들 엄마가 부산에 따라가지 않으면서 명절마다 혼자 애들을 데리고 부산을 다녀왔는데, 그러다 재작년쯤 본인도 명절에 애들과 집에 가고 싶다는 애들 엄마의 요청에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한 느낌이 들었다. 당연히 그도 명절을 애들과 보내고 싶을 거란 생각을 못했다. 장모님은 가까이 사시니, 평소에도 자주 만나기 때문에, 우리 부모님은 명절 두 번과 여름 휴가 한 번, 일년에 겨우 3번 밖에 아이들을 못 보니, 당연히 명절은 부산에서 보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애들엄마의 요청은 당연한 것이어서 곧바로 수락했다. 여름 휴가를 다녀오면 오래지 않아 추석이 오니, 설은 부산에서 보내고, 추석은 서울의 처가에서 보내기로 약속을 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혼자 부산에 갈 예정이다. 아이들이 없으니 기차표를 구하는 것도 한결 더 여유로웠다. 정 안되면 입석이라도 타도 된다 싶었다. 이번엔 연휴가 워낙 길어서 뒤늦게 알아보아도 표가 있었다. 평소엔 애들 때문에 고려도 하지 못했던 새마을과 무궁화를 중심으로 알아봤다. 고속열차에 비해 1시간, 2시간 가량 늦게 도착하지만 비용은 훨씬 더 쌌다.


그렇게 저렴한 비용으로 기차를 예매해두었는데, 고향 친구(대학 동기)와 통화 하다가 그들 형제가 일요일 새벽에 차를 몰고 내려간다는 얘길 들었다. 애들이 없다면 새벽에 내려가는 것도 가능하다. 게대가 기찻값도 아끼고, 오랜만에 걔네와 수다도 떨고 마치 여행이라도 떠나는 기분으로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곧바로 내려가는 기차를 취소하고, 친구 동생 차에 한자리를 예약했다.


게다가 이번 추석엔 어머니가 어쩐 일로 먼저 우리끼리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오자고 제안했다. 아직 입금이 되진 않았지만, 마침 지난 번에 동네 쉼 활동가 프로그램에 뽑혀서 휴가비가 지원되니, 그 돈으로 짧게 놀다와야겠다 싶었다. 아직 어딜 갈지는 정하지 못했는데, 어머니가 원하는 곳으로 갈 생각이다.


아직 짐을 싸지 않았는데, 며칠 전부터 무슨 책을 가져갈지 고민하고 있었다. 한 권을 가져갈지, 두 권을 가져갈지. 가방이 작아서 두 권은 무리다 싶어 한 권으로 정하려는데, 최근에 구매한 책이 좀 많아서 결정하기 쉽지 않았다. 
















이책 저책을 놓고 저울질하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13 계단]으로 정했다. 최근 다시 읽은 [제노사이드]의 영향이 컸다. 얼른 이 책을 다 읽고 [KN의 비극]도 읽어야지.
















자, 이제 씻고 애들 만나러 가야겠다. 그 전에 볼빨간 사춘기 노래 한 번만 더 듣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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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0-03 16: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즐거운 추석연휴 보내세요.^^

감은빛 2017-10-03 16:16   좋아요 1 | URL
늘 먼저 인사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서니데이님도 즐겁고 편안한 한가위 되시길 바랍니다!

transient-guest 2017-10-11 0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카노 가즈아키 책 참 재미있어요. 즐겁고 편안한 휴식시작 되셨기를...

감은빛 2017-10-19 20:14   좋아요 0 | URL
네! 정말 재밌었어요.
이제 사놓은 또 다른 책을 읽어야 할텐데,
책에 손 댈 여유가 안 생기네요. ㅠㅠ

고맙습니다!
 

최근 뒷목과 승모근이 딱딱하게 굳어 아프고, 머리까지 아팠다.

안그래도 이런저런 일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어 바쁜 와중에 신고리5,6호기 건으로 주말마다 나가는 등 일에 대한 피로 때문에 그런 거라 여겼다.

그게 이번 일요일부터는 몸살기운처럼 온 몸이 다 아팠다. 특히 뒷목과 어깨 쪽에 통증이 심했다. 몸살이라고만 여겼다. 좀 쉬고 나니 괜찮길래 그런줄 알았다.

오늘 아침 중학교에서 에너지 교육을 마치고 사무실에 와서 일을 하다가 갑자기 어깨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하더니 점점 심해져 결국 팔을 움직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분명 아침에는 멀쩡했는데, 그닥 힘쓸 일도 없었는데, 짧은 시간 갑자기 이러니 무척 당황스러웠다. 오른 팔을 아예 꼼짝도 못할 지경이 되니, 겁이나서 통증 부위를 살피고 검색을 통해 상황을 파악했다.

주요 어깨 통증은 3개로 보는데, 오십견의 세부 증상을 살펴보니 나와는 달랐고, 회전근개 파열과도 증상이 달랐다. 딱 이거구나 싶었던 게, 충돌 증후군이었다.

사실 10대부터 20대까지 어깨 관절의 유연성이 떨어져 운동하면서 어려움을 좀 겪었고, 20대 후분 오른쪽 어깨 인대를 크게 다친 적도 있어서, 저 충돌 증후군 이란 증상에 어느정도 수긍이 갔다.

문제는 왜 하필 오늘 갑자기였다. 계속 피로가 누적된 감은 있었지만, 딱히 무리하게 근육을 쓴 적이 없었던 터라 원인을 모르겠다.

암튼 조금만 팔을 움직여보려고 해도 극심한 통증이 느껴져 어쩔수 없이 병원을 찾았다. 마침 사무실 근처에 큰 정형외과가 있었다.

몇 해 전 골반쪽 인대를 다쳐 두어달 이상 절뚝거리며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때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아닌가 의심하며 갔던 병원이었다. 당시 의사는 깨끗한 내 엑스레이 사진을 보고, 엑스레이로는 진단이 안되니 MRI를 찍자고 했고, 나는 고액의 MRI를 쉽게 찍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그냥 나왔다. 제법 장기간 다리를 절면서 걸을만큼 인대를 다쳤다는 사실은 나중에 깨달았고, 스트레칭과 운동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켰다.

이렇게 썩 미덥지 못한 (아니 어쩌면 20대때 어깨와 무릎 때문에 오래 고생하면서도 전혀 도움을 받지 못했기에 뼈속 깊이 불신이 쌓인) 정형외과 이지만, 당장 통증 때문에 갈 수 밖에 없었다.

접수를 하고 오래 기다렸다. 기다리는 와중에 X레이 사진을 10장 이상 찍었다. 오랜 기다림 후에 만난 의사는 조심스럽게 전한 내 판단, 충돌증후군이 아닐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아주 조심스럽게 부인했다.

역시 X레이로 판단할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고, 내 팔과 어깨를 이리저리 움직여보라고 해보고, 잘 움직이지 못하자, 본인이 움직여보더니, 두 가지 판단을 내렸다.

1. X레이 상 뼈에는 이상이 없다.
2. 팔과 어깨를 움직여보니 근육 파열은 아니다.

그리고 결론은 원인은 알수 없지만 염증 때문이라는 것이었고, 주사와 먹는 약 4일치를 처방했다.

병원비를 결제하는데 거의 7만원 가까이 나왔다. 세부 내역을 보니 주사가 4만원이 넘는데, 비급여항목이었다. 엄청 돈이 아까웠지만, 주사를 맞으면 좀 낫겠지 기대하고 이동했다.

주사를 맞으려면 옷을 벗어야 하는데, 팔을 움직일 수 없어서 혼자 옷을 벗을 수 없었다. 시도해보다가 계속 통증 때문에 실패하는 내 모습을 보더니, 남자 간호사가 대신 상의를 벗겨줬다.

그리고 어깨와 목 주위에 4번 주사를 맞았다. 엄청 아프더라. 친절한 남자 간호사가 주사 4번을 맞은 내 경우는 무척 많이 맞은 것이고, 주사 약이 많이 투입되었으니 어지러울 수 있다고 조심하라고 했다. 또 통증이 쉽게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3~4일 정도 지속될 거라고 했다.

헐! 주사 맞으면 나아질 줄 알고 병원 온건데, 여전히 팔을 움직일 수는 없었고, 오히려 주사를 맞은 이후로 팔의 감각이 이상했다. 마치 내 팔이 아닌 것 같은 느낌.

약을 태와서 사무실에 앉았는데, 왼손만을 써서 일하려니, 타자를 치기도 어렵고, 마우스를 다루는 것도 어색했다. 한 손 독수리 타법으로 느릿느릿 천천히 일을 했다.

퇴근 시간이 다 되어서야 왼팔로 오른팔을 들어올려 책상 위에 올려두고, 무선 키보드를 최대한 몸 가까이 가져온 후 양손으로 자판을 두르릴 수 있었다.

왼손 독수리로 자판 치려니 성질 급한 입장에서 무척 답답했는데, 그나마 이젠 양 손 타자가 가능하니 속은 좀 시원해졌다.

그나저나 내일도 계속 어깨와 팔이 이 모양이면 일은 대체 어쩌나? 명절 앞두고 할 일이 정말 태산처럼 쌓여있는데, 이게 뭔 꼴이냐! 에휴 미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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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프리쿠키 2017-09-28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밖에 없어서...
언능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감은빛 2017-09-30 12:58   좋아요 1 | URL
북프리쿠키님, 고맙습니다!
주사 맞고, 약 먹고, 쉬었더니 오늘은 한결 낫습니다.
좀 걱정이 되는 건 아직 완전히 나은건 아닌 듯해서
다시 일하다보면 또 아플까봐 그게 걱정이네요.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키치 2017-09-29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이 놀라시고 힘드시겠어요.
연휴에 푹 쉬시고 쾌차하시기 바랍니다!

감은빛 2017-09-30 12:58   좋아요 0 | URL
키치님, 고맙습니다!
연휴에 푹 쉬고 싶은데, 우선 고향을 오가는 일 자체가 엄청 힘든 일이라서요.
게다가 연휴 끝나고 첫 출근날 열리는 워크숍에서 중요한 발제를 맡았는데,
아직 손도 못 대고 있어요.
이외에도 밀린 일이 수없이 많아서 이틀 이상은 머리 싸매고 일을 해야 해요.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cyrus 2017-09-29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인을 알 수 없는 염증‘으로 진단을 내린 의사의 소견이 찝찝하게 들립니다. 비용이 들겠지만, 다른 정형외과에 가보셔서 증상의 원인을 제대로 알아보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얼른 쾌차하시길 바랍니다.

감은빛 2017-09-30 13:03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 고맙습니다!

본문에도 썼지만, 20대 시절부터 무릎, 어깨, 골반 등 주요 관절 문제로
정형외과를 계속 다녔지만, 단 한번도 만족할만한 진료를 받은 적이 없어요.

단 한번도 명확한 증상을 밝혀준 적도 없구요.
계속된 피로 누적으로 근육이 뭉쳐 제 기능을 못한 것이 원인이 아닐까 싶어요.
주사와 약의 영향도 있겠지만, 확실히 쉬고 나니 통증이 거의 없어졌네요.

마음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나와같다면 2017-09-30 1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고생하시는 것 같았는데..
몸으로 나타나네요..
잠시 쉬어가는 거라고 생각하시고 연휴동안 어여 나으시기를..

감은빛 2017-10-10 23:50   좋아요 0 | URL
나와같다면 님 말씀 덕분에 연휴 끝나고 한결 좋아졌어요.
고맙습니다!

transient-guest 2017-10-11 0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트레스성은 아닐지요? 스트레스가 심한 경우 계속 이어지면 뒷목하고 승모근이 딱딱하지는 경우가 있어서 저는 다른 이유가 아니라면 스트레칭과 마사지, 그리고 침으로 풀어주면 좋아지더라구요. 물론 스트레스가 낮아져야 가장 좋구요.

감은빛 2017-10-19 20:13   좋아요 0 | URL
네, 저도 피로와 스트레스가 주 원인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좋아졌다가도 무리한 다음 날엔 꼭 통증이 심해지더라구요.
문제는 지금 무리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라서요.
당분간은 야근 혹은 밤샘을 이틀에 한 번 꼴래 해야 되는 일정입니다. ㅠㅠ

transient-guest 2017-10-19 20:19   좋아요 0 | URL
사우나나 찜질방에서 하루를 마감하시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대통령 잘 못 만나 이 무슨 고생!


최근 3주간 단 하루도 주말에 쉬지 못하고 일했다. 물론 주중에 반차를 내는 등 잠시 쉬는 날이 있긴 했지만, 하루를 온종일 쉬어 본 적은 없다. 물론 그 전에도 늘 바쁜 일정에 파묻혀 살았지만, 이번엔 진짜 대박이다! 살면서 이렇게 여러 일들이 몰려 든 적이 별로 없었다.


하루나 이틀쯤 밤새 일해도 그닥 피로를 못느끼는 편이었다. 이 서재에만 해도 그런 글을 여러번 쓴 기억이 있다. 하지만 요즘은 진짜 죽을 것처럼 힘들다! 2주전부터는 뒷목이 뭉쳐서 고개를 돌리기만 해도 아팠고, 어깨가 아파서 팔을 들어올리지도 못했다. 나만 그런게 아니었다. 전국적으로 탈핵 운동 활동가들이 다들 죽을 고생을 하고 있었다. 페이스북을 보니 나처럼 뒷목, 승모근, 어깨 통증을 호소하는 활동가들이 여럿 있었다.


나를 비롯해 이 땅의 에너지 활동가들이 정말 죽을 것처럼 힘든 이유는 대통령 때문이다. 준비되지 않은 탈핵 선언과 공약을 지키지 못하고 한 발 물러선 공론화 선언 때문이다. 유독 환경에 대한 측면에서 공약을 지키지 못하고 끌려다니는 것 처럼 하다가 뒤통수를 치는 건 노무현과 똑같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줄 알았더니 최근 몇몇 환경 활동가들 대부분 비슷한 생각을 한다는 걸 깨달았다.


왜 그럴까? 아래 사례를 보면 조금은 공감할 수 있을까?


1. 신고리4호기, 신울진1,2호기


 현재 약 90% 가량 공사를 진행한 이 세 핵발전소에 대한 애초 공약은 중단 후 국민들의 의견에 따라 거취를 결정한다 였다. 하지만 현재 이 세 발전소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다. 그냥 짓고 있고, 이대로 가면 현 대통령 임기 내에 발전을 시작한다. 그리고 이 신형 핵발전소는 구형보다 수명이 두 배나 길어 60년이나 돌아간다. 이 세 기가 지어져 발전을 시작하고, 수명이 다할 때까지 운행한다면, 나는 죽기전에 탈핵을 보지 못한다. 심지어 지금 초등학생인 우리 아이들도 평생 핵발전소와 함께 살아야 한다.


아니 탈핵을 선언한 대통령의 임기 내에 핵발전소가 3개나 늘어나고(만약 신고리5,6호기를 포함하면 5개) 탈핵 시점이 60년이나 더 늘어나면 그게 무슨 탈핵 선언인가? 이 무슨 장난인가? 탈핵을 하긴 할건데 너네 죽은 후에 할거야! 뭐 이런 건가?


2. 신고리5,6호기


 애초 공약은 전면 백지화였다. 저 위의 세 개는 공사가 많이 진행되어, 국민들의 의견을 묻겠다고 했지만, 이 두 개의 핵발전소는 아직 공사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겨우 10% 가량 되었기에 무조건 취소하겠다는 거였다. 그런데 갑자기 공론화를 하겠다고 했다. 백번 양보해서 공론화를 하겠다는 뜻을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갑자기 터트릴 일이 아니었다. 


대통령은 아직 내각도 다 갖추지 못했고,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조차 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핵마피아가 학계와 정계와 재계를 다 장악하고 있는 상태에서 공론화를 하겠다고? 차라리 그냥 탈핵 안 하고 계속 핵발전소 짓겠다고 하지 그랬나? 이렇게 불공정한 판에서 무슨 토론을 하라고?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무슨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나?


원자력문화재단에서는 작년 1해 동안 집행했던 광고비의 약 80%를 올해 3달 동안 썼다고 한다. 이들이 광고를 한 방송과 언론은 딱 그만큼 열심히 핵발전을 옹호하는 거짓으로 가득찬 엉터리 방송과 기사를 내보냈다. 반대로 과학적 사실에 입각해 정확한 내용을 담은 방송과 기사는 거의 없었다.


거리에서 많은 어르신들이 언성을 높이며 삿대질하거나, 욕하면서 떠드는 내용 대부분이 저 엉터리 기사들이다. 


- 전기요금 폭탄? 

현대경제연구원의 발표로 거짓임이 금방 드러났다. 


- 전기가 부족하다고? 촛불켜고 살 거냐고? 

올해 가장 더운 날을 기준으로 해도 전기는 30% 이상 남았다. 나머지 대부분은 60% 이상 전기가 남아돈다. 근거는 전력거래소 홈페이지 가보면 누구나 알 수 있다.


- 핵발전이 세계적 대세라고? 1996년 전세계 핵발전 비중은 17.6%로 최고치를 찍었으며 이후 20년째 내리막길이다.

2015년 기준 전세계 발전량 비중은 10.7%로 재생에너지보다 훨씬 적다.

세계적인 핵발전 기업인 도시바와 웨스팅하우스가 파산한 것도 바로 

핵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증거다.


600조 수출 시장이라고?

600조라는 금액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건지 진짜 궁금했는데, 

알고보니 전세계 짓고 있는 핵발전소 갯수에 건설비를 곱한 값이었다.

그럼 현실은 2009년 아랍 에미리트 수출 단 한 건 계약 이후로 전혀 없다.

게다가 그 아랍 에미리트 건은 엄청난 이면 계약으로 아무런 득이 없는 형편이다.

왜 그럴까? 우리나라 핵발전 기술은 대부분 미국으로부터 전수 받은 것이다.

현재 핵발전소를 짓는 나라는 러시아, 인도, 중국 등 몇 개 되지 않는데,

대부분 우리보다 기술이 더 뛰어난 나라 뿐이다.

600조는 커녕 이면 계약 없이는 단 돈 1원도 우리가 수출할 수 있는 시장은 없다.


- 후쿠시마에 사람이 살아도 된다고?

정용훈 카이스트 원자력양자공학과 교수가 방송에서 그랬다지?

그럼 당신이 가서 단 하루라도 살아보고 돌아와서 말해보지 그랬나?

후쿠시마 현청 홈페이지를 보면 서울시 면적의 3/5이 고농도 오염지역으로 나와있고,

7만9천4백4십6명이 현재 피난중이라고 나와있다.

최근 의대 교수인 김익중 선생님 강연을 들으니,

후쿠시마 사고 이후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갑상선 암, 유방암, 백혈병, 심근경색, 

각종 유전진환과 중추신경계질환 등이 200% ~ 300% 이상씩 늘어났음을 알 수 있었다.

그냥 떠드는 말이 아니라 모두 근거 자료가 있는 얘기다.


그 뿐인가 일본 통계청 인구 통계를 보면 후쿠시마 사고 이후 4년 동안 1백만 명 이상의 인구가 줄었다. 


3. 한빛4,5호기


전남 영광에 있는 한빛4호기 격납건물의 철판이 부식되고, 콘크리트에 수백개의 구멍이 났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는 매우 심각한 결함이지만, JTBC와 연합뉴스를 제외하면 제대로 보도한 곳이 없었다. 게다가 그후 한빛4호기 증기발생기 안에 이물질(망치)가 발견되었을 때도 보도하는 곳이 없었다. 망치가 움직이다가 관 하나만 잘못 건드렸다면 대형 사고로 이어졌을지 모를 일이다.

그 뿐인가 이번에는 한빛5호기 핵폐기물 격납건물에 큰 구멍이 발견되었다는 사실이 또 뒤늦게 알려졌다. 핵폐기물은 수백가지 방사능을 내뿜는다. 그래서 격리보관해야 한다. 꺼지지 않는 불덩이이기 때문에 물이나 공기를 이용해 계속 식혀줘야 한다. 생명체에 치명적인 물질 중 하나는 반감기가 무려 10만년 이상이다. 반감기가 10만년이니 완전히 없어지려면 20만년이 걸린다는 말이다. 그 10만년 동안 핵폐기물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기술은 현재 인류에게 없다! 

핀란드의 온칼로는 단지 가능성이 조금, 아주 조금 있다고 여겨질 뿐, 실제로 가능한 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지금으로 부터 10만년 전은 구석기 시대였다. 얼마나 긴 시간인지 이제 감이 오시나?

4. 설악산 케이블카

설악산 케이블카는 이전 정권에서 부결된 사업이었다. 당시에도 아주 치열하게 싸웠고, 어렵게 얻은 승리였음에도 언제라도 이를 뒤집어 다시 시도할 지 모른다는 불안이 늘 뒤따랐다. 왜냐하면 그 사업으로 인한 금전적 이득이 어마어마할 것이고,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인간들이 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설마 정권 바뀌자마자 곧바로 손바닥을 뒤집을 줄은 미처 몰랐다. 노무현은 후보 시절 공약으로 걸었던 금정산과 천성산을 지키지 못하고 파괴했다. 그 뒤를 이어 문재인은 과연 설악산을 파괴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5. 4대강 복원 미루기

촛불 시민의 염원을 이어받아 적폐 청산을 하겠다는 정권에서 왜 아직 4대강 얘기가 없는 걸까? 적폐중의 적폐인 이명박은 왜 아직 건드리지 못하나? 아마 아직 준비중이라는 답이 돌아올 것 같다. 그러면 왜 신중하게 준비했어야 할 탈핵은 그렇게 툭 던져두고, 이미 두 정권을 거치며 많은 자료가 나와있어서 추진만 하면 될 4대강 복원은 미루고 있는지 다시 물어봐야겠다. 뭐라고 답할 건가? 정답을 알려주겠다.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는 수 년째 썩은 강을 보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을 안다면 이렇게 미루고 있을 일이 아니다. 


모기 32마리

애초에 대통령 때문에 이렇게 죽을 것처럼 몸이 힘들다고 하소연만 할 생각이었는데, 쓰다보니 너무 나갔다. 결국 퇴근도 못하고 12시를 넘겨 사무실에 앉아 있다니! 저녁 9시 반에 회의를 마치고 사무실에 들어올 때는 11시쯤엔 퇴근할 생각이었는데, 이 글 쓰는데 시간을 제법 썼다.

지난 주엔 아이들 보는 날을 제외하고 매일 야근을 했다. 아침 출근길엔 지하철 역에서 탈핵 캠페인을 진행하고, 퇴근 시간에는 역시 유동인구가 많은 길목에서 탈핵 서명을 받았다. 주말에는 녹색당 정당연설회를 열어 탈핵 서명을 받았다. 2주 연속 정당연설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계속 떠들었더니 목이 금방 가버렸다. 

신고리5,6호기 관련 글도 써야했고, 이런저런 회의와 토론회와 워크숍에 불려다녔다. 그 와중에 행정업무는 잔뜩 쌓여있었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컨퍼런스 보고서 책임편집을 맡아 수십편의 보고서 교정교열도 봐야 했다.

지난 주 목요일 탈핵 강연을 마치고, 저녁 10시쯤 사무실로 돌아왔다. 밀린 일을 잔뜩 하리라 맘 먹고, 밤새 일할 작정이었다. 늘 그렇듯 의지와 달리 일은 진도가 더뎠고, 자꾸 집중력이 떨어졌다. 

그 원인이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가 모기였다. 헐! 여름에도 이렇게 많지 않았던 모기가 왜 이렇게 많은거지? 그날 야근하면서 눈 앞을 어른거리는 모기를 잡기 시작했다. 일하다보면 발가락 끝이나 등이 자꾸만 가려워 모기를 잡을 수 밖에 없었다. 화장지 한 칸을 떼어 잡은 모기 시체를 쌓았는데, 시체가 자꾸만 늘어나길래 한번 세봤더니 7마리였다. 그때부터 메모장을 열어 내가 잡은 모기를 세기 시작했다. 밤새 일하는 동안 과연 몇 마리나 잡을까 궁금했다.

아침에 해가 뜰 때 메모장에 적힌 숫자는 32마리였다. 엄청난 숫자였다. 그 순간에도 내가 잡지 못한 모기들이 사무실 안을 날고 있었다.

















지난 주 어느 저녁 탈핵 서명을 받은 후 집으로 가는 길에 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렀다. 아직 구하지 못한 레미제라블 3권을 찾았는데, 역시 없었다. 1,2,4,5권은 다 있는데, 왜 3권만 없을까?


이 책장 저 책장 돌아보다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책을 골랐다. 이름은 익숙하지만, 한번도 읽어보지 못한 작가였다. 물론 사온 당일 잠시 살펴본 후로 아직 시작하지는 못했다. 주말에 읽고 싶었지만, 계속 밖에 있느라 시간이 없었다. 


신고리5,6호기 공론화 절차가 끝나야 짬이 날 것이다. 아니 그땐 또 그때대로 엄청난 일이 몰려들겠지 적어도 지금보다 마음은 더 가볍겠지. 어떤 결론이 날지 궁금하다. 만약 계속 짓겠다고 결론이 난다면 예전 고속철도나 새만금 싸움처럼 정부와 핵마피아 세력에 대한 전면전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 다행히 중단하기로 결정이 나면, 이제부터 신고리4호기와 신울진1,2호기 싸움을 시작해야겠지. 생각만 해도 한숨이 난다. 이렇게 고생하고도 살아있는 동안 탈핵을 보지 못하면 진짜 억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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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6 08: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9-30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qualia 2017-09-26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탈핵과 관련해 교수놈, 학자놈들이 돈과 밥그릇 때문에 엄연한 과학적 사실, 객관적 통계 등등을 가리고 왜곡하고 조작하다니 분노가 치밉니다. 왜 헬조선 이 땅의 인간들은 그렇게 양심적이지 못할까요? 문재인 또한 노무현의 실패를 되풀이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아니라 확신까지) 드는 것은 왜일까요? 결코 올 것 같지 않았던 불가능한 정권 교체를 울 국민들이 해줬는데, 정권 교체 4~5개월째 접어드는 지금까지 정권의 틀조차 잡지 못하고 지리멸렬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정말 개탄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죽음의 핵발전소 건설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감은빛 2017-09-30 12:53   좋아요 0 | URL
퀄리아님, 제가 하고 싶은 말씀을 콕 찝어 해주시니, 덕분에 제가 좀 후련하네요!

이제 추석 연휴가 끝나면 금방 공론화 결론이 나올텐데,
얼른 끝났으면 싶은 마음과 조금이라도 더 노력을 해야 할텐데 하는 마음이
둘 다 들어요.

어떤 결론이 날지 조금 불안하기도 하지만,
이젠 제 손을 떠났다는 생각도 한 편 들기도 하구요.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transient-guest 2017-10-11 0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쓰모토 세이초는 대단한 작가입니다. 4대강 때 전문가라고 나와서 떠들던 놈들도 그렇고, 비타민제 논쟁때도 그랬고, 탈핵가지고 밥그릇 싸움이군요. 근데 전문가라면 적어도 후쿠시마에서 사람이 살 수 있다는 소리는 하지 말아야죠. 학계를 파보면 실력보다 연줄과 충성으로 올라가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하던데, 그런 부류는 아닐까 싶네요. 실력이 있는 사람이 저런 소리를 했다면 더 문제..-_-:

감은빛 2017-10-19 20:11   좋아요 1 | URL
저 책 아직 펼쳐보지도 못 했네요.
내일 신고리5,6호기에 대한 공론화 위원회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제가 저 책을 읽을 시간이 날 지 어떨지 정해질 것 같네요.

이번에 느낀 건데 전문가라는 작자들, 교수라는 작자들이
정말 헛소리를 많이 하더라구요.
진짜 배웠다는 인간들이 저럴 수 있나 싶어요.

transient-guest 2017-10-19 20:18   좋아요 0 | URL
일하면서 종종 느끼는 것이 참 별 사람들이 다 교수니 박사니 하는 것으로 먹고 산다는 것입니다 제대로 된 전문가는 상대적으로 적음 숫자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