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홈페이지를 몇 시간째 지켜보며 보수정당 더불어민주당이 싹쓸이 한 이 결과가 믿기지 않아 잠을 잘 수 없다. 이게 나라냐? 우리가 이런 나라를 보려고 그 고생하며 촛불집회에 나가고 박근혜를 끌어내렸나? 어떻게 자유한국당과 별반 다를게 없는 애들이 대부분 당선되는 이 미친 사태를 두고 다들 편히 잠을 잘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우리동네에선 더불어 애들이 기초의회에서 1개 지역구를 제외하고 모든 지역구에 1-나 까지 두 명의 후보를 내놓고는 ˝아빠는 1-가를, 엄마는 1-나를 찍으라˝ 는 미친 문자를 돌리기도 했다.

사실 공보물을 잘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더불어는 정말 답없다. 자한당과 별반 다를게 없는, 말 그대로 50보 100보인 그 당에서 그나마 문재인, 박원순 정도는 아쉬움은 많지만 인정해줄만하다고 생각한다. 지역으로 내려오면 오히려 자한당보다 더 나쁜 놈들이, 더 어이없는 인간들이 수두룩하다. 저런 함량 미달 후보를 내놓고 선거에 임하는 더불어를 보면 이 인간들이 얼마나 국민들을 우습게 생각하는지 뻔히 알 수 있다. 자한당만 국민들을 개, 돼지로 여기는게 아니다. 입 밖으로 내지 않을뿐 더불어는 그 보다 더 심각하다!

물론 더불어의 모든 후보가 그렇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아주 가끔 제대로 된 후보가 없지는 않겠지. 그 정도는 되어야 그래도 제대로 된 보수 역할 정도는 할 수 있겠지. 제 잇속만 차리는 꼴통이면서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척 하는 것 쉬운 일은 아닐텐데, 그래도 그 정도 하는 것 보면 쪼끔 인정해줄만한 부분이 있기는하다. 그렇지만 문제는 결국 이 정당이 국민들을 우습게 보고 우롱하고 있는 현 상태가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앞으로 얼마나 더 오래 저 보수 정당이 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것인지 걱정과 동시에 짜증이 난다.

선관위가 제시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자한당과 함께 거부한 것들이 더불어 애들이다. 선거구획정위원회가 권고한 4인 선거구와 3인 선거구를 모조리 2인 선거구로 쪼개놓는 만행을 저지른 거만하고 파렴치한 것들이 더불어 애들이다. 이런 것들이 정치인이라고 표를 구걸하는 판이 이번 선거였다.

집으로 온 31개의 공보물을 2번씩 정독했다. 박원순을 제외한 모든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은 말그대로 그냥 쓰레기였다. 썩은 내가 풍기는 더러운 것들. 그것들이 모조리 당선되는 꼴을 봐야 한다니!

오래전 노무현이 당선된 후 공약을 어기고 미친 짓을 할 때부터 내가 자주 하던 말이 있다. 지금으로 치면 차라리 자한당이 싹쓸이하면 차라리 싸울 명분이라도 생기고, 전선이 명확하게 형성되는데, 민주주의의 탈을 쓴 꼴통 보수들이 당선되면 싸울 명분조차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어제 작은 아이와 공보물을 보면서 놀았다. 아이가 하나씩 공보물을 들어서 물었다. ˝아빠, 이 사람은 어때?˝ 공보물이 얼마나 엉터리였는지 기억하는 사람은 곧바로 거짓말쟁이에 나쁜 사람이라고 말해줬고, 잘 기억나지 않는 사람은 다시 공보물을 정독하고 말해줬다. 역시 거짓말쟁이애 나쁜 사람이라고. 그렇게 하나씩 제외하고나니 남은 사람이 거의 없었다. 녹색당과 정의당과 민중당만 남았다. 그 세 당을 모두 합쳐도 자한당이 폭망하고 꼴통보수를 이어받은 더불어민주당에 비하면 아예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이것이 현실이다. 촛불집회에서 고생하며 쌓아온 현실이 고작 이거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잠든 아이들 얼굴을 보며 사과한다. ˝아빠가 정말 미안하다! 어른들이 정말 미안하다! 이런 미친 세상 밖에 물려주지 못해서. 저 거짓말쟁이 나쁜 사람들이 그나마 조금 덜 나쁜 사람이라는 이유로 당선되어 큰 소리치고 자기 잇속을 챙길 세상 밖에 물려주지 못해서 아빠가 정말 미안하다!˝

김정은과 트럼프가 만나 한반도의 미래가 한층 밝아졌다 여겼지만, 이번 선거로 다시 큰 그림자가 드리웠다. 슬프고 화나고 짜증나는 새벽이다.


덧붙임

얼마전 최저임금법 개악에 앞장선 애들이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란 작자들이다. 세월호 변호사로 유명했던, 그래도 그 보수정당에서 몇 안되는 믿을만한 사람이라 여겼던 박주민도 최저임금 개악에 찬성표를 던졌고, 논란이 불거지자 페이스북에 말도 안돼는 변명을 올렸다. 심지어 박주민은 선거기간동안 페이스북에 1-나 후보를 찍어야 한다는 글을 여러차례 올렸다.

이래서 박주민이 보수정당을 선택한 거구나 깨닫는다. 과거 이재오가 그랬듯, 김문수가 그랬듯, 진보를 자처했으나 수구꼴통이 되어버린 수많은 정치인들과 박주민은 과연 얼마나 다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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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8-06-14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개표방송을 보면서 여당이 승승장구할수록 진보 정당들의 입지가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더불어민주당이든 자한당이든 간에 특정 거대 정당 독점 분위기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닙니다.
 

이사 후

이사하고 일주일 하고도 이틀이 지났지만, 아직 짐을 다 풀지 못했다. 짐정리는 천천히 시간 날 때마다 조금씩 하는 걸로.

반지하 안녕

기간이 남았음에도 이사를 서둘렀던건, 작년 가을부터 몸에 이상 신호가 왔기 때문이다. 반지하 습기찬 집에 1년 넘게 살다보니 어느순간부터 몸 여기저기가 예고없이 아프기 시작했다. 온갖 증상을 다 의심해보고, 찾아보고, 병원도 가봤는데 원인을 알 수 없었다. 올해 3월쯤 동료가 습기와 곰팡이 때문은 아닌지 조심스레 의견을 냈는데, 나 역시 그런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 않았고, 계속 몸이 무거웠고, 자주 몸 여기저기가 아팠다.

이사하고 아직 10일이 채 되지 않았건만, 지난 7개월동안 지속되었던 증상들이 거의 사라졌다. 이삿짐을 다 실어놓고 마지막에 돌아볼때 정말 깜짝 놀랐다. 방 구석구석 보이지 않던 곳들에 습기와 곰팡이가 엄청났다. 제습기를 자주 틀어놓고, 온갖 종류의 제습제를 여기저기 뿌려두었음에도 그랬다.

아이들도 새 집을 무척 만족스러워한다. 일단 퀘퀘한 냄새가 없고 집이 비교적 깨끗해보이니 좋은 듯하다. 가파른 오르막을 한참 올라야한다는 치명적인 단점에도 아이들은 이 집에 대한 불평이 별로 없었다.

정말 반지하 집은 다시는 살 곳이 못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지하 안녕! 다시는 만나지말자.

평창

강원도 평창으로 워크숍 간다. 책 제목이 너무 공감이 가서 잊지 않기 위한 메모와 더불어 간단한 일상 이야기를 남긴다.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조금쯤 여유가 생기면 잊지말고 기록해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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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D-1

이사할 때마다 제일 큰 짐은 항상 책이다. 약 2년전 애들엄마와 함께 살던 집에서 나올 때 책장 3개와 그 책장들을 꽉 채우고도 훨씬 많이 남는 책들을 갖고 나왔고, 당시 이사를 도와주던 후배는 책들 좀 버리라며 엄청 힘들어했다.

그 집에서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옮길때엔, 수십여권의 책을 버리거나 팔아서 겨우 책장 한 칸 빈 공간을 만들었다. 그러나 책은 또 늘어났고, 이번 이사를 앞두고 한 사십여권 팔거나 버렸으나, 책은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 이번에는 차를 빌릴 곳도 없고, 짐도 더 많이 늘었고, 도와줄 후배도 한 명 밖에 없어서 이사짐센터에 전화해 1톤 트럭을 구했다. 책이 좀 많다고 하니, 아저씨는 보지도 않고 한숨부터 내쉰다. 짐을 미리 다 싸둬야한다고 신신당부를 하길래, 주말동안 미리 책을 싸두고 오늘 밤 나머지 짐을 싸려고 했다. 혼자서 다 해낼 자신이 없어서 친구를 불렀다. 그 친구도 이번 주말 이사할 예정인데, 본인 짐을 먼저 어느정도 싸놓고, 일요일 오후 우리집으로 왔다.

친구와 함깨 책을 싸려고 하니, 방이 좁아서 먼저 실내철봉을 분리해야 했다. 난 철봉을 분리하고, 친구는 책을 싸기 시작했다. 책장엔 내 나름의 분류대로 책이 꽂혀있었는데, 책을 싸려면 크기별로 맞춰야 하니, 분류를 무시하고 그냥 싸라고 했다. 친구의 속도는 빨랐다. 나 혼자였다면 아마 책을 싸다가 오랜만에 손에 드는 책들을 만날 때마다 추억에 빠지거나, 책장을 들춰 읽곤 했을 것이고, 그러다 훌쩍 시간을 보내고, 하루가 다 지나도록 반도 못 끝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녁이 될 무렵 책을 거의 싸놓은 건 순전히 친구의 공이었다. 도중에 박스가 모자라 근처 큰 슈퍼와 작은 마트와 편의점들을 돌았는데, 대부분 폐지 모으는 할아버지와 계약이 되어있다며, 박스 구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간신히 몇 개를 구해서 대부분의 책을 포장해서 쌓아놓았다.

이제 겨우 책만 싸놓았을 뿐이지만, 다른 큰 짐이 별로 없는 내 입장에선 이사짐을 다 싼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고생한 친구에게 고맙다고 회를 샀다. 회를 먹다보니 술을 마셨고, 술이 한 잔 들어가니 또 술이 술을 불러서 원래 의도와 달리 좀 많이 마셨다. 이제 하루 남았다. 오늘 조금 일찍 퇴근해서 나머지 짐을 싸고, 내일 아침 에 짐을 실으면 이제 이 집은 영영 안녕이다. 지긋지긋한 반지하! 다시는 반지하에 살지 않으리라. 집을 나오면서부터 세번째 이사다. 앞으로 또 얼마나 자주 이사를 하려나. 앞으로 얼마나 많이 책을 싸고 또 풀어야 하려나.

또 책 욕심

전철에서 이런저런 정보를 훓어보는데, 앞에선 아저씨 뒤편으로 등산 가방 하나가 위아래로 오르락 내리락 한다. 자세히보니 한 중년 여성이 기마자세처럼 반쯤 앉았다 일어서기를 반복하고 있다. 스퀏 운동을 하는 모양이다. 등산복에 등산 가방을 멘 걸 보면 산을 오르려고 이동하는 듯한데, 준비운동으로 전철 안에서 스퀏을 하는 건가? 어차피 등산을 할 거라면 산 아래에서 스트레칭을 가볍게 하는 정도로 몸풀기는 충분할텐데, 왜 굳이 사람 많은 출근길 전철 안에서 스퀏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할까 궁금했다. 게다가 에어스퀏이라고 부르는 맨몸 스퀏 자세도 틀렸다. 엉거주춤 기마자세에서 멈췄다 다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엉덩이와 발 뒷굼치가 닿을만큼 완전히 쪼그려 않았다 다시 일어나는 것이 바른 자세다. 어쨌거나 그는 한동안 더 오르내리능 과정에서 자꾸 주위 사람들과 몸이 닿아 불편하게 만들었다. 저 분 과연 혼잡한 전철 아안에서 스퀏을 할만큼 운동이 절박했을지 모르겠다.

그러는 와중에 이 책을 발견했다. 몇 시간동안 책을 싸면서 진짜 책이 많구나. 난 언제 이 책을 다 읽을 수 있을까 생각했고, 앞으로 책을 좀 적게 사야지 생각했건만, 또 책을 보관함에 담고 있는ㅍ내 모습을 본다. 이사한 집에선 여기서보다는 책을 더 많이 읽어야지. 이 다짐을 기록으로 남겨두기 위해 이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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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4-30 1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8-04-30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큰 일 치루시는군요. 이사 잘 하시길 바랍니다^^:)
 

갈증

몇 년간 혼자 일하다가 작년 봄부터 일터에 신입 활동가가 한 분 들어왔다. 여성이고, 나이는 나보다 살짝 어리며, 문화영역 활동 경험이 많은 분이다. 혼자 많은 일을 해오다가 한 사람이 늘어서 무척 든든했다. 무엇보다 이전까지 일을 하다가 뭔가 막히면 의논할 상대가 없었는데, 일터에서 누군가 대화 상대가 생겼다는 점이 좋았다. 외부 일정 때문에 밖에 있을때 급한 요청이 오면, 사무실에서 도와줄 사람이 생겨서 좋았다.

하지만 사람이 늘었어도 내 일은 거의 줄지 않았다. 그 분이 가져간 양보다 오히려 더 많은 일이 생겼다. 이건 뭐 일이 많은 건 평생 바뀌지 않는 팔자려니 하고 살아야 하나보다.

암튼 1년간 마음 든든하게 함께해 준 활동가가 당분간 병가로 자리를 비운다. 다시 혼자가 되고보니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다. 우선 대화 상대가 없어진 점이 제일 아쉽다.

혼자 살고, 혼자 일하니 업무 때문에 사람을 만나거나, 회의에 참석하는 일 외에 누군가와 맘 편히 이야기 나눌 기회가 적다.

물론 내가 일하는 곳은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과 협동조합들을 비롯한 사회적경제 단위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용 사무실이기 때문에 오가며 가볍게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은 꽤 있다. 간혹 야근하는 날엔 옆 사무실 선배와 즉흥적인 술자리를 만들어 스트레스를 풀기고 한다. 가끔 연락하고 만나는 친구나 후배들도 제법 있다.

그러니 이 아쉬움은 좀 더 친밀한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갈증이 아닐까 싶다. 사실 하루종일 아무도 안 만났던 날보다, 애들이 왔다가 돌아간 날이나, 적당히 친한 선후배와 한 잔하고 헤어진 순간이 훨씬 더 외롭고 견디기 힘들다.

이 갈증은 쉽게 해결할 수 없으리라 본다. 현재 내 생활영역과 활동영역에서는 이 갈증을 풀어줄 가능성이 없다. 뭔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러기에 지금의 나는 너무 일이 많고, 여유가 없고, 지쳐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해갈의 순간이 오리라 믿는다.

책정리

급하게 이사를 하게 되었다. 이 집에 들어온지 얼마 안 된 시기부터 늘 하루라도 빨리 나가고 싶었는데, 갑자기 기회가 찾아왔다. 이사갈 집도 아주 맘에 드는 좋은 집은 아니지만, 적어도 반지하가 아니라는 이유로 결정했다. 지금 기회를 놓치면 또 언제 기회가 올지 알 수 없으니 무조건 잡아야했다.

이 집에 와서 짐이 많이 늘었다. 친한 선배가 세탁기도 사줬고, 내 키만한 냉장고도 샀다. 이런저런 자잘한 짐들이 말할 수 없이 늘었다. 게다가 책도 제법 많이 늘었다.

오늘은 다시 읽을 일이 없을 듯한 책들을 삼십여권 챙겨서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 두꺼운 책들도 좀 있었고, 나름 흔치 않은 책들도 있었고, 몇 년간 한번도 손대지 않은 만화책도 한 질 넣어갔는데, 완전 실망하고 돌아왔다. 만화책은 상태를 확인하지 않고 그냥 가져갔더니, 습기로 인한 손상 등으로 3권을 매입불가 통보 받았고, 두꺼운 책도 상태가 최상임에도 가격이 예상보다 훨씬 낮게 나왔으며, 두껍지 않은 책들은 대부분 균일가로 표시되어 1천원씩 값이 매겨졌다. 재고수량 초과로 판매하지 못한 책들도 몇 권 있었다.

나름 고르고 골라서 가져갔는데, 결과가 이래서 좀 힘이 빠졌다. 게다가 그 와중에 큰 아이와 서로 좀 오해가 있어서 말다툼을 벌이기도 했기에 더 기분이 엉망이다.

또 갈증

지금은 애들엄마 집에서 곧 돌아올 예정인 애들엄마를 기다리며 이 글을 쓴다. 읽고 싶은 책도 많고, 쓰고픈 글도 많은데, 나는 늘 여유가 없다며, 시간이 없다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또 다른 갈증이다. 책과 글에 대한 갈증 역시 점점 더 심해지는 듯하다.


이렇게 기분이 우울한 날엔 술을 홀짝거리며, 정말 재밌는 SF소설을 읽고 싶다. 마침 애들엄마의 책상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재미있을 것 같다. 당장은 한 권이라도 책을 늘리는게 부담스러우니, 이사가면 사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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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십여년 전부터 한 가지 일만 해본적이 없다. 정기적으로 돈(급여)을 받고 하는 일은 늘 하나였지만, 그 외에도 늘 한두가지 일을 돈 안 받고(무급으로) 더 했고, 가끔은 부정기적으로 돈 되는 일을 조금 더 하기도 했다. 거기에 가사노동과 육아도 당연히 언제나 일정부분 해왔다. 거의 3job, 4job에 가까운 삶을 계속 살았지만, 항상 최저임금이 안 되거나, 딱 그만큼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다.

작년 여름부터 조합 일 외에 전국단위 연대 조직 사무국 역할을 맡아왔다. 일을 막 많이 했던 건 아니지만, 별로 티나지 않는데, 시간을 잡아먹는 자잘한 일들이 계속 내 몫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서울지역 연대조직도 실무자가 없는 상태에서 무슨 일이 생길때마다 나에게 연락이 왔고, 그때마다 일을 넘길 사람이 없어 내가 해결해야 했다. 급기야 올해 1월부터는 공식적으로 서울 연대조직 사무국도 맡았다. 1월부터 어제까지 우리 조합 일과 서울 조직, 전국조직 실무가 전부 내 몫이었다. 공식적인 3job이었지만, 돈은 우리 조합에서만 받았다. 나머지 2개 조직 일을 하느라 잦은 야근에 총회 준비 때문에 밤을 새는 일도 잦았지만, 1원 한 푼 받을수 없었다.

정말이지 너무 바빴다. 낮엔 여기저기 회의를 다니느라 책상 앞에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고, 저녁이 되어서야 사무실로 돌아와 이런저런 잡다한 일들을 처리했고, 밤이 되어서야 비로소 내가 맡은 주 업무들에 집중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애들을 맡지 않은 날엔 늘 야근이었다.

어제 공식적으로 전국조직 사무국을 다른 조합 활동가에게 넘겼다. 이제 책임을 맡은 곳이 3개 조직에서 2개 조직으로 줄었다. 상황이 유동적이긴 하지만, 어쩌면 서울조직 사무국도 한 두 달안에 다른 사람에게 넘길 가능성도 있다. 물론 그래도 옆에서 도움을 주는 역할은 계속 남겠지만.

서류 일체를 전달하고 나오니 절로 한 숨이 나왔다. 어쨌거나 어제는 한 결 부담감을 덜은 마음으로, 좀 가벼워진 어깨로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랑 술을 마셨다. 그간의 스트레스를 술과 수다로 풀었다.

한 가지 일을 덜어낸 걸 어떻게 알고 녹색당 동료가 연락해왔다. 지방선구 기초의회 후보 선본에 결합해서 도움을 달라는 거였다. 4년전 지방선거를 직접 뛰어본 사람이 꼭 필요할테니 선본 결합은 당연히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이었다. 승낙하고 나니 또 일이 하나 더 늘었다. 당장 오늘부터 회의에 결합해달라 요청했는데, 오늘 저녁과 주말엔 일정이 꽉 찼다. 저녁엔 이미 회의가 있고, 내일은 오전에 강의가 있고, 오후엔 녹색당 전국대의원 대회가 있다. 전면 추첨식 대의원 첫 해에 대의원이 된 후로 몇 년만에 다시 뽑힌건지 모르겠다. 토요일 저녁부터 일요일까지는 아이들과 보내야 한다. 많이 바빠진 후로 내겐 아주 중요한 시간이다. 내 말을 들은 그는 ˝그럼 여유가 생긴게 아니네.˝ 라고 했다. 나는 답했다. ˝그게 여유가 생긴거예요. 적어도 야근이나 밤샘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이제 비로소 다른 일에 눈을 돌릴 여유가 생기거예요˝

신해철 책이 나왔다. 책 읽을 여유도 만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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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같다면 2018-03-30 1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비로서 다른 일에 눈을 돌릴 여유가 생겨서 다행이네요
비폭력과 평화의 힘을 통해 세상을 바꿔나가길 바라는 녹색당이 아름답고 강하게 성장해나가길 바랍니다

감은빛 2018-03-31 13:11   좋아요 0 | URL
나와같다면님 고맙습니다! 녹색당이 계속 성장하려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어느정도 성과를 거둬야 하는데,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4인 선거구를 다 쪼개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어서 현실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저희 지역구 시의원들도 말로는 선거국획정위원회 결정을 존중한다고 해놓고 막상 표결할 때는 참석도 안 하기도 했고, 오히려 3,4인 선거구를 지키려고 농성하던 바른당 의원을 끌어내더군요.

여야를 막론하고 기존 정치의 한계를 느낄수 밖에 없는 현실이 안타깝네요!

cyrus 2018-03-30 16: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 달 초에 대구 녹색당이 주최한 강연에 참석했어요. 주제가 ‘차별에 맞서는 퀴어의 정치’였어요. 그 날 제주퀴어축제 조직위원장이자 제주 녹색당원 김기홍 님이 오셨어요. 강연 끝나고 녹색당원들과 함께 식사를 했어요. 그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을 때 감은빛님을 언급하려다가 참았어요. 요즘 대구 녹색당도 많이 바쁜 것 같습니다.

감은빛 2018-03-31 17:45   좋아요 0 | URL
시루스님, 안녕하세요. 대구녹색당 초기 활동하셨던 분들은 좀 아는 편이었는데, 제가 최근에는 지역활동에만 참여하고, 전국단위 활동에는 못 나가서 아마 말씀하셨어도 모르셨을거예요.

소식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