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이렇게 눈물이 많아졌던가? 요즘 자주 울컥 솟구치는 여러 감정들 때문에 눈물이 맺히는 일이 잦다. 두 달 전부터 유난히 오래 이어지던 콧물과 기침이, 이번 달 초에 아예 고열과 몸살로 이어졌던 때, 꼼짝도 못하고 누워만 지낸지 사흘째 되던 날, 작은 아이가 내 눈을 가만히 들여다 보더니, "아빠, 눈 크게 떠봐." 라고 말했다. 난 사흘 내내 거의 굶다시피 했던 터라, 목소리를 낼 기운조차 없어서 작은 목소리로 "왜?" 라고 물었다. 아이는 한번 더 "눈 크게 떠봐. 아빠~" 라고 재촉했고, 나는 억지로 눈을 치켜떴다. 작고 까만 눈동자가 내 눈을 바라본다. 곧이어 "아빠 눈에 나 있어. 아빠, 내 눈에는 누가 있어? 아빠 있어?" 라고 물었다. 왜 그랬는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울컥 감정이 북받쳐서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저 고개만 끄덕였는데, 아이는 원하는 답을 들어서인지 곧이어 몸을 돌려 장난감에 집중했다. 나는 눈물이 맺혀 흐린 시야로 아이를 보면서 내가 왜 우는지 궁금해했다.

 

또 며칠 전에는 정유정의 [28]을 읽다가 눈물이 주르륵 흘렀고, 이어서 엉엉 소리내어 울기까지 했다. 기준이 아내와 어린 딸의 죽음을 확인하는 순간을 읽을 때였다. "내 눈에는 누가 있어? 아빠 있어?"라고 물은 작은 아이가 떠올라서 였을까? 내 울음은 점점 더 커져서 한동안 책을 덮고, 빈 가슴을 끌어안은 채 고개를 땅에 박고 울었다.

 

어제와 오늘은 포털 사이트에 뜨는 뉴스와 SNS 상에 링크된 각종 소식들을 보면서 계속 눈 앞이 흐려져서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어제는 조금 나았다. 처음 접한 소식은 아이들은 전원 구조되었다는 얘기였으니, 그리 걱정하지 않았다. 나중에 그게 오보였다고 하고, 구조자 수가 확 줄어든 이후에도 그래도, 설마, 그래도 하는 마음이었지, 막 눈물이 흐를 지경은 아니었다. 나중에 퇴근할 무렵부터 전해지는 소식들을 보며, 이거 뭔가 이상한데, 심각한데 하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문득 눈물이 나기 시작했다. 오늘은 아예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뭔가 새로운 소식은 없는지 자꾸만 인터넷을 들여다보고, 잠시후 눈 앞이 흐려지는 일이 반복되었다.

 

저녁에는 약속이 있었다. 아주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었다. 객지에 살면서 거의 유일하게 마음을 나누고, '친구'라고 소리내어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꽤 오랫동안 서로 바빠 못 만나다가 가까스로 시간을 맞춰 만나기로 정한 날이었다. 한 친구가 하필 오늘 아이엄마가 지방 출장을 가서 자신이 아이를 봐야 한다며 차라리 자기 집으로 오라고 했다. 또 한 친구는 정말 미안한데, 자기가 몸이 너무 안 좋아서, 못 오겠다며, 자기 몫까지 재밌게 놀라고 했다. 사실 어제 아침까지만해도 이 친구들 만나 놀 생각에 잔뜩 기대를 했건만, 막상 퇴근하려고 일어나는데, 아무런 의욕이 없었다. 그저 오늘이 아니면 또 날을 잡기도 어려우니, 벌써부터 정해놓은 약속이니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 나는 술을 샀고, 한 친구는 족발을 샀고, 또 한 친구는 치킨을 샀다. 우리는 먹고 마셨지만 눈을 자꾸만 틀어놓은 티비 화면으로 향했다. 나중에 아파서 못 오겠다고 한 친구가 나타났다. 몸이 안 좋아 일찍 집에 가려고 택시를 탔건만, 아파서 그랬는지, 자기도 모르게 이사하기 전에 살던 집으로 가자고 말을 한 모양이다. 정신을 차리니 우리가 모이기로 한 친구 집 근처였던 모양이다. 이렇게 된 바에야 들렀다 가야겠다고 마음 먹은 친구가 택시 기사에게 주소를 알려주었단다.

 

그제서야 우린 티비를 끄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늘어놓기 시작했다. 누군가는 직장 이야기를 했고, 누군가는 아이 이야기를 했고, 누군가는 아내의 임신 소식을 전했다. 우리는 함께 직장 상사를 욕하면서 족발을 뜯었고, 함께 아이 사진을 보면서 치킨을 입에 넣었고, 함께 임신을 축하하며 술잔을 비웠다.

 

친구들을 만나러 가면서 오늘은 좀 취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취하지 않고는 이 미친 세상을 견딜 자신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오랜만에 술을 좀 많이 마셨다. 아프다는 녀석과 임신 소식을 전한 녀석이 일찍 일어서고, 아내가 출장을 가서 아이와 함께 밤을 지낼 녀석과 나, 둘만 남았다. 아이를 재우고 우린 차가운 발코니 바닥에 앉아 술잔을 비웠다. 이런 저런 인간관계에 대해,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우리가 공유했던 시간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시간이 2시가 넘어설 무렵 녀석은 졸려서 눈이 감겼다. 녀석도 나도 내일 출근을 해야하니 그만 마시고, 나는 일어났다. 택시를 타고 돌아오는데, 하나도 취하지도 않고, 피곤하지도 않았다.

 

컴퓨터를 켜고 뭐 새로운 소식이 없는지 살폈다. 어제 오전 배가 가라앉은 이후로 아무런 새로운 소식은 없었다. 그저 정부 발표가 오락가락 했을 뿐이고, 전 국민들의 마음을 점점 더 미치게 만들었을 뿐이다. 대통령이라는 사람은 개념도 없이 현장을 찾아갔다가 실종자 가족들에게 비난을 들었고, 생존자들이 보냈다는 문자나 카톡은 모두 거짓이라는 경찰의 발표가 있었고, 사망자는 확연히 늘어났건만, 추가로 구조된 이는 하나도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이게 지금 현실인지? 내가 지금 꿈을 꾸는 건 아닌지? 아주 기분 나쁘고 슬픈 악몽을 꾸고 있는 건 아닌지?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유가족들의 인터뷰를 보고 또 눈 앞이 흐려졌다. 도무지 잠을 잘 수 없는 기분이다. 왜 그렇게 술을 마시고도 취하지 못했을까? 내일은 할일이 많은데, 저녁 늦게까지 회의도 해야하는데, 이런 기분으로, 이런 컨디션으로 어떻게 버틸려고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도저히 잠을 잘 수 없다.

 

때론 소설보다 더 비현실적인 것이 바로 현실이다. 손아람의 [소수의견]을 읽고 든 생각이었다. 또 [28]과 이번 세월호 사건을 비교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씨랜드 참사', '삼풍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붕괴', '구포 열차 전복 사고', '대구 지하철 참사', '경주 마우나 리조트 붕괴', '용산 참사' 등의 각종 대형 참사들이 하나씩 생각나면서 그때마다 또 눈물이 난다.

 

영화나 소설 속의 주인공들은 잘 죽지도 않고, 사고가 나도 곧잘 사람들을 구해내던데, 특히 [28]의 기준은 지옥과도 같은 상황 속에서 초인적인 수준으로 사람들을 구해내던데, 이 정부는 왜 아이들을 구하지 못할까? 이 최첨단 과학의 시대에 이틀 가까이 지나도록 단 한 사람도 추가로 더 구해내지 못하다니. 이게 얼마나 비현실적인 상황인가.

 

글을 쓰다보니 결국 동이 틀 무렵이 다 되었다. 오늘은 잠을 한숨도 못 자는 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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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쉰P 2014-04-20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역시도 그러네요...
할 말도 없고 지루한 지옥 속에 있는 기분입니다.
티비에서는 배가 뒤집어 지는 장면을 자꾸 내 보내는 데 그 속에 아이들이 고함치고 있을거라 생각하니...
보는 것 만으로도 끔찍해요...
건강 잘 챙기셔야 합니다 정말로요..
 


후쿠시마 핵폭발 사고 3주기


3월 11일은 후쿠시마 핵폭발 사고가 일이난지 3년이 되는 해다. 페이스북에 지인이 쓴 글을 보니 2011년 3월 11일 오후 2시 46분에 후쿠시마에서 대지진이 일어났고, 곧이어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왔으며, 쓰나미는 핵발전소를 덮쳐고, 핵발전소는 물에 잠겼다. 전기가 끊어졌고, 끊임없이 냉각수를 순환시켜 식혀줘야 할 핵 연료봉의 온도가 올라갔고, 결국 차례로 핵 폭발 사고가 일어났고, 어마어마한 방사능이 유출되었다. 방사능은 바다로, 하늘로, 땅으로 퍼져나갔다.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던 농부들은 평생 일궈왔던 땅을 잃고 쫓겨나야 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내부피폭과 외부피폭의 피해를 입었다.


도쿄전력과 일본정부는 처음부터 계속해서 사고 규모와 방사능 유출량을 감추고, 축소 발표해왔다. 그들은 끊임없이 자신들이 이 사고를 잘 수습,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외부의 핵 전문가들은 이미 멜트다운(핵 연료봉이 지반을 뚫고 내려가는 현상)이 진행되었다고 추측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후쿠시마는 죽음의 땅으로 남아있고, 방사능 유출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죽음의 땅으로 남을 것이다.


역사상 최악의 핵폭발 사고가 일어난 지 3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여전히 이 땅에는 핵 발전소가 돌아가고 있고, 또 새로 짓고 있으며, 심지어 수명이 끝난 낡은 핵 발전소를 제대로 된 검증없이 다시 돌리고 있다. 한편 안전을 위해 사소한 부분까지도 철저하게 신경써야 할 핵 발전소에 불량부품을 쓰고, 돈을 횡령하는 등 온갖 비리가 일어났음에도, 이러한 사실들이 밖으로 알려지지도 않았다. 친일 청산 문제도 그렇고, 독재 미화 문제도 그렇고, 온갖 환경파괴 문제도 그렇지만, 핵 발전에 대한 문제를 들여다봐도 역시 우리는 도통 역사에서 교훈을 배우지 못하는 것 같다. 아니, 아마도 국민들은 제대로 배우고, 올바른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돈과 권력을 가진 소수가 자신의 이익에 눈이 멀어 배우려고 하지 않는 거겠지. 이 땅의 친일파, 군부 독재의 수혜자들, 돈에 눈이 먼 기업들, 핵 마피아들이 이 나라를 배우지 못하는 나라로 만들어 가고 있다.


3월 8일 시청 앞에서 열린 후쿠시마 3주기 탈핵 집회에서 김익중 선생은 "탈핵은 세계적인 추세이며, 유행이다."라고 했다. 핵 발전은 안전하지도 않고, 경제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이미 오래전부터 서구 국가들은 핵 발전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몇몇 국가들은 단계적으로 핵 발전소를 폐기하여, 일정 기간안에 완전히 핵 발전에서 벗어나는 탈핵 선언을 했다. 김익중 선생은 우리나라만 유독 세계적인 유행에서 벗어나 혼자 엉뚱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 언젠가는 대세를 따르게 될 수 밖에 없을 거라고 했다. 지금 중국에 지어지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핵 발전소 건설 상황을 보면, 우리 뿐 아니라 중국도 유행에 뒤처져 있다. 일본 역시 그런 생지옥을 겪고 있으면서도 한쪽에서는 여전히 핵 발전을 고수하려고 한다. 어쨌거나 한, 중, 일 3국이 김익중 선생의 말씀처럼 부디 세계적 유행에 따라 탈핵 결정을 내려주길 간절히 바라며, 그 결정이 대재앙이 될 핵 폭발 사고가 또 일어나기 전에 내려지길 바란다.


최근에 나온 탈핵 도서들을 갈무리해본다. 작년까지 사모은 탈핵 관련 도서들도 제대로 다 읽지 못했는데, 읽어야 할 책들은 자꾸 늘어나는 구나.
















마음의 파멸


3월 8일 토요일에는 청계광장에서 여성의 날 행사가 있었고, 시청 앞에서 탈핵 집회가 열렸다. 아이들을 데리고 시청을 향해 가면서 누군가의 메시지를 받았다. 노동당 부대표의 부고 소식이 있다고, 처음에는 부고라고 해서 부모님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인 줄 알았다. 부대표가 누구였더라? 기억을 더듬어 보다가, 사람 이름을 못 외우는 불치병에 걸린 주제에 그걸 어떻게 기억해내겠는가 싶어, 버스에서 스마트폰으로 검색을 해봤다. 그런데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가 '노동당 부대표 박은지'였다. 박은지라면 익숙한 이름이다. 예전에 진보신당이었던 시절 대변인이었고, 직접 인사를 나눈 적은 없지만, 집회에서 여러번 스쳐갔던 인연이며, 최근에는 페이스북을 통해 소식을 자주 접했던 사람. 어떻게 이 사람이 검색어 1위가 될 수 있지? 한편으로 이상하다 느꼈고, 또 한편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보통의 부고처럼 그의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클릭해서 읽은 내용은 충격이었다. 박은지 씨가 자살을 했다는 내용이었다. 아, 젊은 패기와 미모를 겸비한 당찬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자살이라니!


마음이 무거웠다. 아니나다를까 시청 광장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에서 왠지 그늘이 느껴졌다. 다들 선뜻 말을 꺼내지는 못했지만, 그의 갑작스런 죽음을 듣고 마음이 무거운 것처럼 보였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서 나도 별로 흥이 나지 않았다. 말했듯이 인사 한 번 나누지 못한 사이였지만, 그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대충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죽음의 영향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장애인이자 장애인 인권 활동가인 아버지의 딸이었고, 기간제 교사였으며, 이혼 후 혼자 아이를 키우는 엄마였으며, 사회 운동에 뛰어든 활동가였고, 소수 정당의 정치인이었다. 이 모든 요소들을 늘어놓는 순간, 아득한 느낌이 든다. 대개 이 중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의 상황을 비관하여 자살 충동을 느낄수도 있을 터, 그의 삶이 얼마나 힘겹고, 어려웠을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듯했다. 언론에서 우울증 얘기가 나왔다. 경박한 언론은 그의 삶을 제대로 담지 못하고, 고인의 명예를 깍아내리는 추측성 짧은 기사를 쏟아내면서 검색어 1위의 덕으로 페이지 뷰를 올리려고 애썼다.


토요일 집회 뒤풀이에서도, 일요일 강연 뒤풀이에서도, 어제 지인과의 술자리에서도 계속 그의 이름이 거론되었다. 묘한 일이다. 그가 살아있을 때에는 그저 페이스북을 통해 단편적인 정보를 전해 들었건만, 그의 죽음 이후에 오히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더 많은 얘기들을 전해 듣는다.


그에 대한 얘기를 들을 때마다 떠오른 건, 스테판 츠바이크의 [마음의 파멸]이란 단편소설이다. 군대를 가기위해 학교를 휴학했던 시절에 읽었는데, 당시 어떤 책에서 이 글을 읽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이 글이 무척 인상적이었던 건, 한 사람이 어찌보면 별 것도 아닌 일로 얼마나 철저하게 무너져가는지를 매우 잘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어두운 면이 많은 사람이라 생각한다. 청소년 시절을 남들과 다르게 보냈고, 덕분에 많은 일을 겪었다. 게다가 예민한 성격이라 쉽게 상처 받는 편이었다. 수없이 많은 자살충동을 느끼며 살았다. 버스를 타고 가다가 문득 큰 교통사고로 죽는 상상을 하고, 다리를 건너다가 뛰어내리는 상상을 하고, 새벽에 길을 걷다가 빠르게 달리는 차량으로 뛰어드는 상상을 하곤 했다. 당시 썼던 일기에는 유독 자살에 대한 내용이 많았다.


그래서 저 [마음의 파멸]이란 작품에 공감할 수 밖에 없었고, 읽고 또 읽었다. 그 책에 수록된 다른 유명한 작가들의 단편은 하나도 기억하지 못 하지만, 저 작품 하나만은 생생하게 기억한다. 사춘기를 지나서도 나는 자살충동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자의식이 강하고, 상대의 반응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끊임없이 문제가 생겼고, 그런 문제들을 원만하게 해결하지 못해 늘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상황은 스트레스가 되어 나를 짓눌렀고, 달리 그걸 풀지 못해, 늘 술로 마음을 달랬다. 술은 또 사람을 감정적으로 만들고, 그 감정(슬픔, 우울, 분노 등)은 나를 집어 삼켜버리곤 했다. 


지금 나는 한때 같은 깃발 아래서, 같은 구호를 외쳤던 동지의 죽음을 보면서, 한편으로 내 마음을 들여다 본다. 그것은 하나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흔히 죽을 용기가 있다면, 그 용기로 더 열심히 살라고 말을 하는데, 나는 죽음을 택하는 용기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나의 죽음이 미칠 영향을 생각한다면 그때는 또 다른 문제가 된다. 사실 생각으로는 수없이 해 봤지만, 현실에서는 그 만큼의 용기를 내지 못했다. 역시 나는 그 정도의 용기가 없는 그런 인간이다. 그저 내 마음을 차분히 들여다 봐야겠다.


덧, [마음의 파멸]을 다시 한번 읽고 싶은데, 검색해봐도 그 작품이 수록된 책을 찾지 못하겠다. 혹시 아시는 분 계시면, 제보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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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 2014-03-11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곳으로 가셨기를 기도합니다. (요즘에 '짝'을 둘러싼 사건도 그렇고...언론도 그렇고, 다들 너무 쉽게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후쿠시마 사건 이후에 저도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관련된 책을 보고 있는데, 그 사건으로만 보자면 아무래도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관련된 증거들을 보자면 그렇게 결론을 내리는 게 합리적일 듯 합니다.우리는 바로 옆나라이면서도 거의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아요. 특히 정부의 원전에 대한 태도를 보자면요.

감은빛 2014-03-14 11:27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 자살율, 특히 청소년 자살율과 노년층의 자살율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말을 어디선가 들었습니다.
그런 지표들은 아무리 숨기고 싶어도 점점 드러나게 마련이죠.
이 사회가 그만큼 건강하지 못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거라 생각합니다.

후쿠시마는 아마 인류 최악의 사고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앞으로 이보다 더 심한 사고가 나지 않도록 반드시 핵 발전을 폐기해야 해요.
100년도 못 사는 인간이 10만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세월동안
밀폐보관해야하는 위험물질을 만들어내다는 것이 말이 안되지요.
핵 발전의 단가는 어느 발전보다 더 높아져야 합니다.
핵 발전소의 폐기, 핵 폐기물의 보관비용이 전혀 책정되어 있지 않아요.

우리나라는 핵 마피아들이 에너지 정책을 주도하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재생가능 에너지가 심각하게 미숙한 단계입니다.
게다가 그들은 의사들이 절대 안전하지 않다고 말하는 방사능 물질도
무조건 안전하다고 국민들을 세뇌시키고 있어요.

노원구에서 방사능 아스팔트가 발견되었을 때에도 안전하다고 하고,
일본산 생선들에서 세슘이 검출되었을 때에도 안전하다고만 말하죠.

cyrus 2014-03-12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간이라는 이 절대불변의 존재는 무섭습니다. 한 번 지나간 건 영원히 기억되지 못하고 망각되기 쉬우니까요. 뉴스와 신문에서는 후쿠시마 사고 이후 일본의 모습을 다루기는 했지만, 아직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공감이 부족한 것 같아요.

츠바이크의 ‘마음의 파멸’은 <황혼의 이야기>(서문당)이라는 책에서 수록되어 있습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72432105

감은빛 2014-03-14 11:30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 언론은 후쿠시마에 대해 거의 아무것도 다루지 않았지요.
미국과 유럽 언론들이 아주 오랫동안 심각하게 이 사고를 다루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잘 알수 있어요.
바로 옆에 있는 나라의 소식을 우리 국민들은 유럽인들보다 더 모르고 있어요.
게다가 핵 마피아들에게 세뇌되어 그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심각한 일인지도 몰라요.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안그래도 한 알라딘 이웃도 페이스북 쪽지를 통해 제목을 알려줬어요.
덕분에 다시 읽어볼 수 있겠네요.
 

 

말 그대로 멘붕

 

며칠 전이었다.(요샌 정신이 없다 못해 날짜 관념도 점점 희박해지는 듯) 새벽까지 마신 술이 다 깨지 않아 괴로워하면서 출근해서 급한 일을 처리하고 메일함을 열어보려고 하는데, 계속 비번이 틀렸다고 나오는 게 아닌가? 이거 이상하네. 실수로 틀린건가 싶어서 천천히 한 글자씩 넣어봐도 틀리다. 그제서야 이건 내가 술이 덜 깨서 틀린 게 아니라 진짜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비밀번호 확인을 눌렀고, 예비 이메일을 통해 인증번호를 받았다. 잘 안들어가던 예비 이메일 계정에 들어가보았더니, 아니나다를까 네이버에서 보낸 메일이 세 통이나 있었다. 모두 아침 시간으로 각 30분 간격으로 보냈다. 난 아침에 아이들 준비시키고, 나도 준비해서 출근하느라 정신이 없다. 첫 메일은 중국에서 로그인을 시도해서, 차단했다는 내용이었다. 중국이라(정확히는 중화인민공화국이라고 되어있었음)! 그로부터 30분 후에 비밀번호를 변경했다는 메일이 왔다. 다시 30분 후에 또 비밀번호를 변경했다는 메일이 왔다. 도대체 누가, 왜, 어떻게 내 이메일 계정에 접속해서 무엇을 하고 비번을 바꿨을까? 메일 발송내역, 쪽지 발송내역, 블로그, 카페 등 여기저기 뒤져봐도 내 계정으로 뭔가 한 흔적은 없었다.

 

얼마전에 있었던 국민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떠올랐다. 그때 빠져나간 내 주민번호로 누군가가 중국을 경유해 내 계정에 들어왔던 것일까? 오늘은 또 KT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는 뉴스가 보였다. 젠장! 젠장!

 

다행히 예비 메일계정으로 발송한 인증번호를 통해 비번을 바꾸고 다시 그 계정을 잘 쓰고 있는데, 문득 네이버를 탈퇴해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계정은 지금 이 업계에 들어왔던 때부터 계속 쓰던 메일이라 쉽게 바꿀 수가 없다.

 

지금은 그래도 시간이 좀 지나서 그냥 잊어버리게 될 듯한데, 그 순간에는 정말 말 그대로 멘붕이었다. 대체 무슨 일을 저질렀을지 알 수 없어서 더 무서웠다. 한편 이건 이제 시작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곧 여기저기 다른 계정들도 쉽게 털리는 거 아닐까? 아휴 생각하면 할수록 짜증나고, 화도 나고, 무섭다!

 

켈로이드 두번째 치료

 

지난 달에 이어 켈로이드 치료를 받으러 병원에 갔다. 작은 아이 감기가 낫지 않아, 녀석을 데리고 가면서 나도 주사를 맞았다. 마을 주치의(의료생협 의사)에게 그간 내가 알아본 몇 가지 내용을 물어보고 상담했다. 우선 켈로이드가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을 봤다고 했더니, 거의 그렇다고 주사를 맞아도 적어도 1~2년간 꾸준히 맞아야하고, 그래도 완전히 낫지 않는다고 했다. 주사를 안 맞으면 다시 부풀기도 한다는 내용을 봤다고 했더니, 역시 그럴 수도 있을 거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알라딘 이웃이 댓글로 알려준 켈로이드 커뮤니티에서 본 내용을 물었다. 나처럼 무릎 흉터가 부풀어오른 경우였는데, 이 분은 흉터에 메스로 깨끗하게 상처를 다시 내고, 이게 아물면서 켈로이드가 작아졌다고 했다. 이걸 깨끗하게 상처를 내고, 잘 아무는 과정을 몇 번 거쳐서 많이 나았다는 글이었다. 이 얘길 들은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별로 믿음이 가지 않는다고 했고, 또 효과가 있다해도 너무 위험하다고 했다.

 

켈로이드를 직접 보면서 의사는 깜짝 놀랐다. 많이 작아졌네요! 라고 했다. 그런가? 내 느낌은 작아지긴 했는데,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다는 거였다. 의사는 오히려 주사 요법이 안 맞는 사람도 가끔 있는데, 나는 다행히 잘 맞는 것 같다고 어쩌면 주사 치료 기간을 줄일 수 도 있겠다고 했다. 그래서 앞으로는 한 달에 한 번이 아닌 보름에 한 번 방문하라고 했고, 스테로이드의 농도도 더 높이겠다고 했다. 이제 드디어 주사를 맞을 시간. 작은 아이가 자꾸 내 무릎(켈로이드가 없는 쪽)에 기대서 귀찮게 해서, 그걸 신경쓰느라 상대적으로 덜 아프긴 했지만, 여전히 주사바늘을 뺐다가, 방향을 바꿔 또 찔러넣을 때는 아주 날카로운 아픔이 신경을 후벼파는 것 같았다. 그렇게 여러 번의 아픔이 지나가고 치료가 끝났을 때, 앞으로 이 짓을 1년이나 2년간 해야한다는 생각에 절망감이 들었다. 의사에게 붙이는 패치 얘길 들었다고 했더니, 좀 비싼 연고를 처방했다. 나중에 계산하는데, 진짜 비싸더라! 에휴 이래저리 힘 빠진다.

 

 

 

 

 

 

 

 

 

 

 

 

 

 

 

 

요즘 좀 더 간결하고 깔끔하면서도, 재미와 감동이 있고, 핵심을 잘 전달할 수 있는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글쓰기 연습을 좀 해보려고 하는데, 적절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예전처럼 필사를 해볼까? 글 잘쓰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글들을 읽다보면 왜 나는 이렇게 글을 못 쓸까 싶어서 기가 죽는다. 여러 글 잘쓰는 사람들 중에서도 나는 특히 이계삼 선생님 글을 좋아한다. 쉽고, 깔끔하면서도 감동이 있고, 늘 핵심을 놓치지 않는다. 어떻게 이 짧은 내용안에 이걸 다 담아낼 수 있을까? 신기하다. 이계삼 선생님 글을 필사하면서 글 공부를 다시 좀 해보면 어떨까 싶다.

 

 

 

 

 

 

 

 

 

 

 

 

 

어제 밤 잠들기 전에 책장을 뒤지다가 발견했다. 언젠가 아내가 조이여울 님 출판기념회에 간다는 얘길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사왔던 모양인데, 그게 한참 전이었는데, 왜 나는 그동안 이 책을 못 봤을까? [페미니즘의 도전] 개정판을 다시 읽고 난 다음에는 이 책을 읽어야겠다.

 

또 금요일이 돌아왔다. 지난 주엔 일정이 많아서 주말에 책을 읽지 못했다. 이번 주에도 일정이 많다. 과연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일단 오늘 저녁엔 술과 소설 한 권을 골라봐야지. 퇴근하면서 즐거운 고민에 빠져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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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4-03-08 06: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민이 호구도 아니고 매번 이렇게 계정정보가 유출되는데 대책이 없네요. 그저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죠.-_-:

감은빛 2014-03-11 14:53   좋아요 0 | URL
제가 조심하는 것과는 전혀 관계없이,
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내 개인정보는 중국으로, 전 세계로 팔려나가네요. ㅠ.ㅠ
이렇게 피해를 당해도 뭐 하나 해볼 수도 없네요.
주민등록제도 자체를 폐지하거나, 바꿔야 할 것 같아요.

blanca 2014-03-08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침내 KT 개인정보 유출 이야기까지 나오니 실소가 나오더라고요. 다 해당되거든요. 켈로이드, 여자들은 제왕절개 부위들을 많이 이야기하더라고요. 감은빛님 하루하루 나아지시기를 바랍니다.

감은빛 2014-03-11 14:55   좋아요 0 | URL
여성들은 제왕절개 부위에 많이 생기나봐요.
의사 말씀이 저도 무릎이라, 벌어지는 힘의 영향을 많이 받는 부위라,
켈로이드가 생긴 것 같다고 했어요.
배도 벌어지는 힘을 많이 받을 것 같네요.
(제 배를 보면 말이죠. ㅠ.ㅠ)

2014-03-11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4-03-17 11:52   좋아요 0 | URL
오래 걸린다고 들었지만, 그렇게 오래 걸릴줄은 몰랐어요.
게다가 완전히 치료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구요.

연고를 바르니 조금씩 더 작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냥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어요.

염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지난 목요일인 2월 27일에는 녹색당에서 마련한 강연이 있었다. [시대를 읽다]라는 제목의 3회 연속 릴레이 강연으로 이 시대의 약자인 노동자, 성소수자, 여성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 각 약자의 대표로 김진숙 지도위원, 김조광수 감독, 정희진 선생이 바톤을 이어받으며 강연을 했다. 각각의 강연 제목은 "이 시대에 '노동자(성소수자,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앞의 두 강연, 김진숙 지도위원과 김조광수 감독의 강연은 시간이 맞지 않아 듣지 못했다. 마지막 강연은 꼭 듣고 싶어서 일정표에 중요 표시까지 해놓았는데, 평소 정희진 선생의 글과 생각에 동의하고 또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 날은 유난히 강연을 가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우선 그 날은 내가 아이들을 돌보는 날이었다. 아내도 정희진 선생을 좋아해서 가고 싶어했으나, 선약이 있었다. 퇴근하고 집에 들러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강연장인 정동까지 가면 강연 시작시간인 7시는 훌쩍 넘어갈 게 뻔했다. 아마 빨리가도 7시 40분은 될 것 같았다. 게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강의에 집중하기 어려울 게 뻔했다. 따로 아이돌봄 서비스는 제공이 안 될 것이고, 아이들이 긴 시간 지루해하지 않으며 잘 견뎌줄 지 걱정이었다. 보통 회의 참석이나 행사 참석 때에는 걱정없이 데려가는데, 아무래도 사람들 많고, 조용히 해야 하는 강연은 조심스러웠다.

 

두 번째는 감기였다. 며칠째 나와 아이들과 아내까지 우리 식구들은 모두 감기에 걸려 있었다. 특히 작은 아이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가 이제 조금 좋아진 상태였다. 저녁 시간에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가 늦게 돌아오는 일정이 부담스러웠다.

 

세번째는 며칠째 극성을 부리는 미세먼지였다. 잠시 밖에 다녀와도 목과 코가 불편하고, 그 덕에 감기가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어른들이야 뭐 어쩔수 없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을 미세먼지에 노출시켜가며, 나갔다 오는 것이 또 부담스러웠다.

 

당일 퇴근 전까지 강연을 갈지 말지 여러번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강연을 듣기로 결정했는데, 정희진 선생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많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퇴근시간 맞춰서 사무실을 나섰고, 집 근처에서 아내가 데리고 나온 아이들을 만났다. 아내는 약속 장소로 가고, 우린 버스를 기다렸다. 아이들에게 저녁을 먹이지 못하고, 집에서 가져나온 빵 몇 조각을 나눠 먹었다. 하필 우리가 기다리는 버스는 오랫동안 오지 않았고, 날씨가 많이 풀렸어도, 저녁이 되니 제법 쌀쌀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춥다고, 왜 우리는 버스를 안 타냐고 한 마디씩 했다.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내려서 잠시 걸었다. 강연장인 '레이첼 카슨 홀'은 예전에 언론재단 건물에 있었는데, 정동으로 옮기고 나서는 처음 가보는 길이었다. 분명 이 근처인데, 길이 쉽지 않았다. 아이들을 길가에 세워두고, 길을 찾아 헤매야 했다. 길을 찾는 와중에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붕어빵과 계란빵을 조금씩 샀다. 마침내 건물을 찾아서 로비에 들어섰는데, 또 다른 어려움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강연장은 건물 로비의 왼쪽이었는데, 이미 꽉 차서 들어갈 자리조차 없었다. 앉을 자리는 커녕, 설 자리조차 없었다. 게다가 로비에는 아이들을 있을 자리가 전혀 없었다. 의자도 없었고, 추위를 피할 공간도 없었다.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강연은 한창 진행중이었다. 어떻게 해야하나? 그냥 나가서 배고픈 아이들과 식당을 찾아야하나? 꼭 듣고 싶은 강연이라, 여러 어려운 상황에도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 돌아가야 하나? 일단 아이들에게 붕어빵과 계란빵을 먹으라고 하고 잠시 사람들을 밀고 강연장 안으로 들어가봤다. 서있는 사람들에 가려 단상에 선 정희진 선생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말을 잘 들렸다. 강연을 처음 듣는데, 말이 무척 빠르고, 다소 높은 톤의 목소리였다. 강연이라기 보다는 아줌마 수다라는 느낌. 사람들은 강사의 말에 자주 웃었다. 웃을만한 내용이었지만, 그건 농담이라기 보다는 뼈있는 말이었다. 정희진 선생은 누구에게든 날선 비판을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날선 비판을 약간 누그러뜨릴만큼의 부드럽고 편한 분위기를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잠시 서서 들으면서도, 로비에 있는 아이들에게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다. 곧 작은 아이가 쪼르르 다가왔다. 다리가 아프니 앉고 싶다는 거였다. 일단 밖으로 나가 아이를 안았다. 의자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전혀 대책이 없었다. 그때 구세주가 나타났다. 로비 안쪽 가운데에 있는 안내대 뒤쪽에서 경비아저씨가 여분의 의자를 꺼내주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계단 아래 자투리 공간에서 의자 하나를 꺼내셨다. 아이들은 빵들을 거의 먹어치우고 물을 마시고 있었다. 안내대 뒤쪽으로 갔더니, 또 하나의 구세주가 있었다. 경비아저시가 텔레비전을 틀으놓은 것이다. 아이들은 집에 티비가 없어서, 밖에서 한번 티비를 보면, 마치 빠져들어갈 것처럼 꼼짝도 않고 티비에 집중한다. 여분 의자는 하나 뿐이라서 아이들을 반쪽씩 사이좋게 앉혀 놓았다. 곧 서로 좁다고 밀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소리지르지 말고, 사이좋게 있으라는 하나마나 한 소리를 해주고 다시 강연장으로 들어갔다.

 

다시 강연장 입구에 간신히 몸 하나 서있을 공간을 차지했는데, 나처럼 뒤늦게 도착한 사람들이 용기를 내서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오거나, 그냥 돌아서서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포기하고 가는 사람이 여럿이었다. 그제서야 강연장 전체를 돌아보니 뒤쪽에 책상을 쌓아놓은 곳이 있었다. 저 책상들을 빼고 그 자리에 사람들이 서서 들으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었을 텐데 싶었다. 난 어차피 아이들에게 신경쓰느라 입구에 서 있는 게 편했다. 강연을 들으면서 자주 밖을 내다보며 혹시 무슨 일이 있나 살피곤 했다.

 

역시 정희진 선생의 강연답게 날카로움이 있었다. 선생은 우선 강연 기획이 너무 상투적이고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부터 지적했다. 우선 릴레이 강연 각 강사들이 하나의 역할만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누구나 다 노동자이며, 성소수자라는 것을 설명했다. 그래서 유명한 어떤 한 사람을 데려다 단 하나의 역할에 대한 설명을 듣는 다는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자신이 여성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선다는 사실에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자신은 여자라기 보다는 아줌마이며, 또 오히려 남자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도 했다. 또 강의 제목에 대한 문제제기도 했다. "~으로 산다는 것"이 유행하는 말이고, 강연 제목으로 쓰기에 적합하다는 느낌이 있지만, 자신은 이 말을 무척 싫어한다고 했다. 이건 부정적인 느낌을 가진 말이고, 약자가 자신의 피해를 하소연하는 말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서 부정적인 내용 외에도 긍정적인 내용을 다룰수도 있을텐데, 강연 제목을 저렇게 지어버리면 맞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희진 선생이 생각하는 이 강연의 제목은 "약자가 되자"라는 것이었다.

 

정희진 선생의 강연 방식은 다소 산만했다. 이 얘길 하다가 중간에 어떤 중요한 개념을 소개하면, 갑자기 옆 길로 새서 다른 얘길 한참했고, 그러다가 또 돌아와서 원래의 이야기를 잠시 이어가는가 싶다가도 또 다른 옆길로 새곤 했다. 그렇지만 말하고자 하는 중요한 내용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많은 다양한 이야기 중에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은 이거였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용. 강사의 표현을 내 방식대로 다시 풀어쓰면 이렇다. 지금 이 시간에 여기 와 있는 사람들은 그거 자체만으로도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다. 평일 저녁 시간에 밖에서 술을 마시거나, 어떤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일단 몸이 불편하거나 아픈 사람들은 안 되고, 그런 사람들을 돌봐야 하는 사람들도 안 되고, 아이들이나 집안 어른들을 돌봐야 하는 사람들도 안 되고(정희진 선생은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일을 해야하거나, 공부를 해야하는 사람들도 안된다. 자, 전체 인구에서 이런 사람들을 다 빼고나면 얼마나 되겠는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밖으로 나오지 않는 사람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저녁에 밖에서 술 한잔 마실 수 있는 사람들은 정상인(소위 말해 장애가 없고, 건강한 사람들), 시민(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사람들, 선생 말씀으론 주민등록이 말소되었거나, 이주노동자처럼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다고 했다.), 고학력(대부분 대졸 이상), 중산층(이 단어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체감이 많이 다르겠지만), 유권자 등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이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두세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이라는 말을 한다. 강사는 3.5명을 거치면 다 아는 사람이라고 아주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이 말이 갖고 있는 의미는 그 만큼의 심각한 계급사회라는 뜻이다. 끼리끼리 놀고, 일하고, 생활하기 때문에 자기들끼리는 알게 되는 것이다. 비슷한 경제력에, 비슷한 성적의 학교를 나오고, 비슷한 업계에서 일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쪼개어보면 세분화된 무수히 많은 계급으로 다시 나눌 수 있고, 이 계급의 틀을 벗어나면 아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앞서 말했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으며 생각난 것이 있었다. 재작년 총선 직후였다. 득표율 2%를 넘지 못해 정당 등록이 취소(얼마전 이 조항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받았고, 같은 이름을 쓰지 못하게 하는 조항도 위헌 판결을 받아, 녹색당의 이름을 되 찾았다.)되는 녹색당, 진보신당, 청년당 이렇게 3당이 선거 뒷이야기를 나눈 '수다회'의 사회를 보았는데, 이때 내가 한 말이 이런 거였다. 나는 정말 녹색당의 득표율이 이정도로 낮을 줄은 몰랐다. 왜냐하면 내 주변에는 대부분 녹색당의 당원이거나, 지지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상 선거 결과를 보고서 내가 얼마나 좁은 틀안에 갇혀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는 말을 했다. 그랬다. 정희진 선생의 말씀처럼 우리는 사실 일반화하기 어려울만큼 특수한, 좁은 사회 안에 갇혀 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마치 이 사회의 평균적이거나, 일반적인 것처럼 착각하면서 말이다.

 

그 다음이 중요하다. 운동가나 지식인이나 정치인 등이 자기 자신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인간은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이 사람들(앞서 말한 운동가, 지식인, 정치인)은 이 범주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 사회에서 소위 유명한 좌파 운동가나 지식인 중에서도 이렇게 자기 범주를 벗어난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다고 했다. 자신의 범주를 벗어나 다른 사람들을 만나야 비로소 올바른 운동이나 정치가 이뤄지는 것이다.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도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이나 내용을 누구나 다 알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정희진 선생은 되도록 상세하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쓰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보편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첫 출발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한참 강연을 듣고 있는데, 다시 작은 아이가 다가왔다. 춥다는 것이었다. 로비는 춥긴 했지만, 아까 경비아저씨께서 전기 난로 근처에 아이들을 앉혀 주셔서 괜찮겠지 싶었다. 게다가 강연 도중에 경비아저씨는 자신의 의자마저 양보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잡다한 일을 하고 계셨다. 아마 두 녀석이 의자 하나를 두고 티격태격했을테고, 보다못한 아저씨가 작은 아이를 자신의 의자에 앉혀주시고, 굳이 지금 안 해도 될 일을 찾아 부산하게 움직이고 계신 게 아닐까 싶었다. 고맙고 또 죄송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갈까 싶었는데, 당장은 강연을 좀 더 듣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아직 강연이 좀 남았지만, 더 있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경비 아저씨께도 죄송했고, 나도 배가 고팠고, 계속 서있었더니 다리도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아마 빵만으로는 요기가 안 되었을테고, 작은 아이 감기가 다 낫지 않은 상황에 춥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애들을 챙겨서 나와야 했다. 경비아저씨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뭐라도 하나 드리고 싶었는데, 가진 게 없었다. 가방에서 잡지 한 권을 꺼내 심심할 때 읽으시라고 전해드렸다. 감사하다는 말씀에 허허 웃으시며 괜찮다고 어차피 할 일이 있어서 일어난 거라고 하셨다.

 

늦게 도착했다가 먼저 일어나느라 강연장에 있던 여러 아는 분들과는 인사도 나누지 못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면서 물으니, 배가 고프다고 해서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서 배를 채웠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래도 생각을 크게 열어주는 훌륭한 말씀을 들을 수 있어서 기분은 무척 좋았다. 서둘러 돌아왔는데도, 집에 돌아온 시간은 많이 늦었다. 피곤해하는 아이들을 씻기고 재우느라 조금 애를 먹었다. 아빠 때문에 늦게까지 춥고, 피곤하고, 힘든 시간을 보낸 아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뽀뽀를 전했다.

 

 

 

 

 

 

 

 

 

 

 

 

 

 

 

아내 덕분에 초판이 나오자마자 구매해서 읽었고,

새로 나온 개정판도 아내가 구해왔다.

지금 우리집 책장에는 두 책이 함께 꽂혀있다.

초판은 너덜너덜해진 상태다.

시간나면 개정판과 초판을 비교해서 읽어보고 싶었는데,

아직 그럴 여유가 없었다.

조만간 꼭 다시 읽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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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3-05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저의 고민을 말씀드립니다. 누구나 자기 우울 안에 사는 것에 동감하지만, 그 경계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자칫 자신의 정체성을 흔드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모든 규칙을 갖은 것은 아무런 규칙을 갖지 않는 것과 같을 경우도 많고요. 어쩌면 노회찬씨가 이야기한 정의당이 새로 생기는 야당 통합에 거절한 이유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감은빛 2014-03-05 14:54   좋아요 0 | URL
'우울'인가요? '우물'인가요? 아마도 우물이겠죠?
정체성이라는 것에 대해 토론을 한번 해봐야겠네요.
알을 깨야한다는 은유나, 매트릭스의 빨간약과 파란약이 생각나기도 하네요.
그 범위를 벗어나야 보이지 않았던 범위가 보인다는 뜻이죠.
다른 사람들도 그래야하지만,
특히 운동가나 지식이나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는 뜻이죠.

노회찬씨와 정의당의 말씀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몰라서 공감하기 어렵네요.

마립간 2014-03-05 15:21   좋아요 0 | URL
우물입니다. 오타입니다.

1) 노회찬씨의 정의당에 관한 이야기는 신문 기사가 전부입니다. 그 기사로 받은 저의 개인적 느낌입니다.
2) 알을 깨야 한다. 매트릭스의 약, 한계를 넘어서 범위 등과 그리고 운동가, 지식인, 정치인 등에 주어진 의무 ; 모두 동의합니다. 아마 제 댓글은 제 기준에 의하면 변절로 분류될 운동가, 지식인, 정치인때문에 생긴 선입견일 수 있습니다.
3) 정체성 ; 2번과 같은 이유로, 변하지 않을 정의나 옳음, 선에 갈망에서 비롯된 용어 같습니다.

감은빛 2014-03-06 14:09   좋아요 0 | URL
두번째 말씀을 읽고 나니 어떤 말씀이신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듯해요.
저는 변절한 운동가나 정치인들이 적절한 시기에
자신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변한 게 아닌가 싶어요.
정체성이라는 건 고정된 어떤 상태나 개념처럼 느껴지지지만,
실은 끊임없이 성찰하고 바꿔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덕분에 조금 더 생각의 범위를 넓혀 보네요.
말씀 고맙습니다!

단발머리 2014-03-05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범주를 벗어나 다른 사람들을 만나야 비로소 올바른 운동이나 정치가 이뤄지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마음에 와닿네요.

아이들이랑 힘들게 강연장 찾아가는 모습이 막 그려져요. 참 부지런하시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아는 것에 멈추지 않고, 더 좋은 모습으로 변화하려는 아빠의 적극적인 모습을 아이들도 예쁘게 기억할것 같아요.

보내주신 책선물 잘 받았습니다. 감사해요, 감은빛님. 잘 읽겠습니다^^

감은빛 2014-03-05 14:49   좋아요 0 | URL
그 문장으로 정희진 선생이 말씀하신 건 아니예요.
제가 들은 내용으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어쩌면 강사의 의도와 관계없이 제가 잘못 해석한 것인지도 몰라요. -_-;;

책 잘 받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저도 고맙습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4-03-05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따지고, 학력 따지고, 경제력 따지고...그래서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어울리니 아무래도 시야가 좁아지죠.전에 어떤 사회학자가 그러는데 한국인은 자기와 다른 사람과 사귀는 것을 두려워하는 정도가 심하다고 하더군요.

감은빛 2014-03-06 14:05   좋아요 0 | URL
그렇죠. 첫 만남에서 무례하게 나이 묻고, 결혼 여부를 묻고, 직업도 묻죠.
그래서 자신과 묶이는 게 별로 없으면 곧바로 관심을 두지 않더라구요.
저는 반대로 학교 동창회 따위의 친목 모임을 나가는 것이 두려워요.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그 인간들을 친구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싶지 않더라구요.
잠시라도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제 오후에 발표했어야 했는데, 시간을 내지 못해 결과 발표가 하루 늦어졌네요. 처음에 글을 쓸 때부터 이벤트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고,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통계수치들을 문제로 내서 맞추는 분들께 책을 보내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급하게 들었어요. 처음엔 문제를 많이 안 냈는데, 몇 문제를 맞춰야 당첨자로 할까 고민하던 중에 10문제 중에 7문제는 맞춰야지 싶었어요.

 

저는 강연을 들었던 사람이라, 그리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요즘은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을거라 생각했구요. 그런데 반응이 없어도 너무 없었고, 단 한 분이 응모해주셨는데, 생각보다 문제가 어려웠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도중에 당첨 기준을 5문제 이상 맞추신 분으로 낮췄고, 애초에 한 분께만 드리려던 걸, 시간 안에 5문제 이상 맞추시는 분들 모두에게 드리는 걸로 방식을 바꿨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참여는 저조하네요. 한편으로 변방의 인기 없는 블로거로서 이 정도도 과분하다 싶은 생각도 드네요. 발표에 앞서 말이 많았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정답과 당첨자를 알아보겠습니다.

 

<정답>

1)커피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는?

 

  미국

 

이걸 인구 수로 나눠서 2)일인당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는? 

 

룩셈부르크

 

3)일인당 커피 소비량 2위인 나라는 어디?

 

핀란드

 

4)커피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는?

 

브라질

 

5)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품목은? 

 

석유

 

6)커피는 거래량으로 따졌을 때, 세계에서 몇 위? 

 

2위

 

세계 인구를 70억으로 잡아서, 7)하루에 전세계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는 대략 몇 잔?

 

약 25억 잔

 

8)우리나라 사람들이 1년에 마시는 커피는 대략 몇 잔?

 

약 500잔

 

커피의 주 성분인 9)카페인의 치사량은 얼마?

 

한번에 10g

 

그럼 10)카페인의 치사량을 커피 잔으로 환산하면 얼마?

 

약 80잔

 

 

1번, 4번, 5번, 6번은 대부분 맞추시리라 생각했습니다. 보너스 문제라고 생각했죠.

2번, 3번, 9번, 10번은 검색 등을 이용하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직접 검색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라면 하고 생각했죠.

그래서 7~8문제 정도는 조금 찾아보면 맞출 수 있겠지라고 생각한 겁니다.

7번, 8번이 가장 어려울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런 건 정확한 통계 자료가 왠지 없을 것 같았거든요.

 

참고로, 일인당 커피 소비가 많은 나라를 핀란드로 적어주신 분들이 많네요. 핀란드와 북유럽 국가들의 커피 소비가 많다는 얘기는 유명한 가 봅니다. 아쉽게도 1위인 룩셈부르크와 2위인 핀란드의 일인당 커피소비량은 압도적으로 룩셈부르크가 많습니다. 커피 원두 기준으로 1년에 27kg으로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2위인 핀란드는 1년에 14kg 입니다. 이왕 해봤으니 이걸 또 커피 잔으로 환산해 볼까요? 원두 1kg으로 대략 130잔이 나온다고 하니, 룩셈부르크는 1년에 일인당 약 3천5백 잔을 마시는 셈이고, 핀란드는 약 1천8백 잔이네요. 우리나라는 8번 문제 정답으로 말씀드렸듯이 약 500잔입니다.

 

두번째 재밌는 사실은 커피의 치사량인데요. 10번 문제 정답으로 80잔입니다. 이걸 한 번에 마셔야 한다는 뜻이죠. 커피로 자살을 시도하시는 분께서는 80잔을 미리 내려놓고 화장실 바로 옆에서 쭈욱 들이키셔야 할 듯합니다. 또 하나 드는 재밌는 생각은 커피 80잔은 도저히 못 마실 것 같은데, 왠지 술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분명히 그 전에 취해서 쓰러지겠지만, 왠지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네요.

 

또 말이 길어졌네요. 이제 당첨자를 알아보겠습니다! 두둥!!

 

 

<당첨자>

transient-guest 님, 단발머리 님, 꿈꾸는섬 님

 

세 분 축하드립니다!

transient-guest 님은 정확하게 5문제를 맞추셨고, 단발머리 님은 10번의 답을 70~100잔으로 적어 주셔서 처음엔 틀렸다고 간주했습니다. 너무 범위가 넓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러나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분명히 정답이 저 범위 안에 들어있으니 맞추신 걸로 판단하는 것이 맞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역시 5문제를 맞추셨습니다. 꿈꾸는섬 님, 대단히 죄송합니다. 어제 오후에 급하게 보고 2번과 3번 답을 잘 못 읽었어요. 오늘 다시 한번 살펴봤어야 했는데, 그냥 올려버렸습니다. 부디 제 실수를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기를 부탁드려요! 꿈꾸는섬 님 역시 5문제 맞추셨습니다.

 

 

세 분께서는 읽고 싶은 책 한 권의 제목과 책을 받으실 주소와 성함과 연락처를 비밀댓글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이벤트 참여해주시고,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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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2-28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쉽네요. 네이버양에게 물어보면 맞출수 있었는데.....ㅎㅎ
담엔 꼭 참석할게요~~~

감은빛 2014-02-28 18:00   좋아요 0 | URL
네, 아마도 검색하면 5문제 이상은 맞추실 수 있었을 거예요.
다음을 기약해야겠네요.

2014-02-28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28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1 0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5 0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1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3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4-03-02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종류의 이벤트에서 당첨되어 책을 받은 적이 이미 몇 번 있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에요. 이번에 참여했다가 또 책 받으면 밉상이 될까 봐서요. (이런 깊은 뜻이 있었던 거죠...ㅋ)
세실 님이 댓글에서 말했듯이 답은 네이버 양에게 물어 보면 맞출 수 있었는데...

어쨌든 당첨자 세 분께 축하드립니다. 추카추카추카...
그리고 이런 이벤트의 답을 보면서 재밌는 사실을 알았으니 감은빛 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커피에 대한 답, 재밌어요...

(다음에 이런 이벤트가 있으면 난 그때 양보 안 할겨...불끈!... )

감은빛 2014-03-03 16:39   좋아요 0 | URL
이미 몇 번이나 당첨된, 운이 좋은, 혹은 실력이 좋은,
다른 말로 능.력.자.였군요!!!!

네. 언뜻보면 어려워보이지만,
그냥 재미로 한번 해볼만한 내용이었어요.

커피에 대한 이야기, 생각보다 재밌는 이야기 꺼리가 많네요. ^^

서니데이 2014-03-02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출 수 있는 문제가 거의 없었는데, 윗분들의 댓글을 볼 때까지는 검색해볼 생각을 못했어요.^^; 답을 보고 나서는 아, 그건 맞을 수도 있었다, 싶은 문제가 그래도 몇 개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음에 이벤트 하시면 참여해볼게요.

감은빛 2014-03-03 16:46   좋아요 0 | URL
이런 것도 성격 차이겠죠?
저는 재미로 그냥 막 던져보는 스타일이예요.
틀려도 상관없고, 맞으면 더 좋고.

이벤트 은근 신경이 많이 쓰이네요.
다음에는 처음부터 좀 더 잘 계획해서 해야겠어요.
이번처럼 즉흥적으로 하니까 애초에 하려고 했던 것과는 너무 달라지네요.

2014-03-04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4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