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해보니 작년 2월 12일에 '켈로이드와 스테로이드'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그 전 해 가을에 무릎을 크게 다쳤는데, 상처는 아물었건만, 흉터가 크게 부풀어올라 여러모로 불편함을 겪었고,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 절로 낫겠지 하는 마음에 병원은 가지 않고, 몇 달을 버티다가 결국 불편함을 못 참고 병원에 갔다가 '켈로이드'라는 처음 듣는 증상에 대해 알았던 날에 대해 쓴 글이다. 치료방법은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는 것이라고 했는데, 이게 무척 날카로운 통증을 줬고, 한 달 혹은 반 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주사를 맞아야 하고, 상황에 따라 아주 오랫동안 맞아야 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오래 맞아도 잘 낫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길 들었다.


내 몸에는 흉터가 참 많은데, 이 나이가 되어 처음으로 켈로이드란 증상을 겪었다. 그런데 다들 켈로이드는 유전적인 영향이 크고, 체질의 문제라고 한다. 작년 봄 나는 갑자기 비염 증상이 계속되어 병원을 찾았다. 알러지성 비염이라는 처방을 받았는데, 좀 황당했다. 물론 평소 코가 좀 약한 편이라고 해야할까? 감기가 걸리면 코감기부터 걸리는 편이긴 했지만, 비염은 아니었다. 그런데 작년 봄 이후 지금껏 몸 컨디션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비염이 없어지지 않는다. 한 며칠 증상이 없다가도, 어느 날엔 또 심해졌다. 최근 1~2년 사이에 내 몸에 큰 변화가 생긴걸까? 체질이 변할 걸까?


최근 5~6년 내가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면 충분히 몸이 망가질만 하다고 느낀다. 거의 매일 술을 마셨고, 야근도 잦았고, 주말에도 늘 뭔가 일정이 있었다. 그래도 작년까지는 아이들과 지내는 시간에 대해서는 잘 지켜왔는데, 최근 그 시간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할만큼 바빠졌다. 현재 내 결론은 지난 내 생활이 지금 내 몸을 변화시킨게 아닌가 의심을 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올 여름 그러니까 약 5개월 전, 한밤중에 어느 술 취한 녀석이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쳐서 나갔다가 녀석이 잡아 끌어서 넘어졌던 날, 그날 다친 무릎 상처가 또 제법 크고 깊었다. 재작년 다친 자리에서 약 손가락 마디 두 개 아래를 다쳤다. 이번에도 상처는 생각보다 빨리 아물었건만, 지난 번처럼 흉터가 부풀어 올라있었다. 불안했다. 또 스테로이드 주사를 맞으러 다녀야 하나 싶었다. 다행히 이 상처는 이전 상처보다 크기는 컸지만, 높이는 많이 부풀어오르지 않았다.


기분 탓인지 몰라도 시간이 지날수록 흉칙한 보라색 흉터가 작아진다는 생각도 했다. 그러다 가을무렵 밀양 송전탑 싸움을 했던 마을에 농활을 갔을 때, 무언가에 부딪혀 이 흉터가 찢어졌다. 다시 상처가 생긴 것이다. 신기하게 다시 생긴 상처가 아물고 나니 흉터는 확연히 줄어있었다. 크기는 많이 작아지지 않고, 여전히 넓었지만, 높이는 확실히 더 낮아졌고, 전체가 다 높게 부푼 것이 아니라, 일부만 부풀고, 일부는 쪼글아들어서 낮은 상태였다.



조금 희망을 가졌다. 이대로 시간이 더 지나면 흉터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이었다. 겨울이 되자, 이 흉터가 계속 간지럽고, 가끔은 옷에 쓸려 쓰라렸고, 실수로 기둥이나 난간, 책상 다리 등에 부딪히면 정말 아팠다. 겨울이 되면서부터 병원을 가야겠다고 생각하긴 했다. 하지만 바빴다. 병원 갈 시간을 내지 못했다.


어제 밤 늦게 집에 들어왔더니, 큰 아이가 아파서 열도 살짝 나고, 갑자기 토하기도 했다. 오늘 아침 일찍 중요한 약속이 있어 집을 나서는데, 아내도 아프다는 걸 알았다. 큰 아이도 학교를 빠져야 할만큼 아프고, 아내도 아프니, 결국 작은 아이는 내가 챙겨야 했는데, 오늘 따라 약속이 이른 시간이라 그럴 수 없었다. 미안하다고 되도록 일찍 돌아오겠다고 하고, 집을 나섰다. 급한 일을 마치고, 사무실에 들러 조금 일을 하다가 일할 꺼리들을 잔뜩 챙겨서 집으로 돌아왔다. 역시 아픈 큰 아이와 아내는 자고 있었고, 작은 아이는 혼자 깨서 심심해하고 있었다. 두 녀석 모두 학교와 어린이집을 못 갔다. 놀아 달라는 작은 아이와 조금 놀다가 컴퓨터를 켜고 일을 했다. 마음은 아픈 식구들을 돌보고, 작은 아이와도 놀아주고 싶었지만, 머리 속엔 기한 안에 일을 끝내야 한다는 생각 밖에 없었다. 제일 급한 일을 하나 마무리할 때 즈음 아내가 큰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했다.


큰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간 김에 나도 진료 요청을 했다. 아이는 장염이 심한데다 몸살 기운까지 있었다. 요즘 장염이 유행이라고 마을 주치의가 말했다. 아이의 약을 다 처방한 후, 주치의는 웃으며 내 볼일을 물었다. 좀 민망했다. 켈로이드가 다 나은지 1년 반 만에 또 같은 건으로 찾아오다니! 바지자락을 걷어올려 같은 무릎에 있는 상태가 완전히 다른 두 흉터를 보여줬다. 완치된 흉터는 이제 완전 납작해져, 여기 흉터가 있다는 것만 알수 있을 뿐, 이게 그렇게 크게 부풀어올랐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지경이다. 색깔도 피부색(아! 이거 습관적으로 인권을 침해하는 단어를 썼다가 고쳤다.)이고, 만지거나 부딪쳐도 전혀 통증이 없다. 하지만 올 여름 다친 흉터는 이전 흉터의 상태에 비해서는 훨 양호하지만, 색갈도 푸르죽죽한 보라색에 부풀어 오른 부분이 계속 간지럽거나 따끔거렸고, 어쩌다 스치기만해도 엄청 아팠다.


주치의는 이제 간결하게 설명하고 바로 주사를 놓았다. 큰 아이는 목이 마르다기에 물 마시라고 진료실에서 내보냈다. 다행이다. 아무래도 아이가 보는 앞에서 통증을 못 참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주치의가 주사 바늘을 손가락으로 튕길때, 대략 1년 10개월 전 처음으로 주사를 맞았던 날의 고통이 떠올랐다. 드디어 주사 바늘을 찌르는 순간 왼손은 자연스럽게 왼 허벅지 위에 두고 있었지만, 오른 손은 허리 뒤로 돌려 주먹을 꽉 쥐었다.(주치의가 주먹쥔 모습을 보지 못하도록) 바늘이 처음 들어가는 순간에는 걱정한만큼 아프지는 않았는데, 이후 스테로이드를 살짝 주입하고 뺐다가 방향을 틀어 다시 집어넣기를 반복하면서 점점 더 날카롭게 아픈 감각이 신경을 후벼팠다. 주사를 맞는 그 짧은 순간이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마지막즈음엔 오른손 주먹이 얼얼할 정도였다. 다 끝나고 주치의가 "아프셨죠?" 하고 묻는데, 그저 헛 웃음만 허허 웃었다.


장염이라 밥을 먹지 못하는 아내와 아이를 위해 죽을 포장해 집으로 돌아오면서 무릎을 제대로 굽히지 못해 절뚝거리며 걸었다. 아이의 손을 붙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 길이 참 길게 느껴지더라.



※ 세월호 청문회 소식을 조금 보다가 너무 화가나고 또 슬퍼서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제 정신을 갖고 살 수 있을까?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곧 세월호를 잊고, 백남기 농민을 잊고, 아무렇지 않고 살아가게 되는 걸까? 설마 그런걸까? 하긴 우린 벌써 많은 열사들을 잊고 살아가고 있다. 이승만과 수많은 친일파들과 박정희와 수많은 군부 독재 세력들과 전두환, 노태우와 수많은 하나회 출신들 그리고 광주 학살을 저지른 군인들을 잊고 살고 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으로 이어지는 와중에도 수많은 노동탄압과 비상식적인 사태들이 있었다. 백화점이 무너지고, 한강 다리가 무너지고, 어린 아이들이 불에 타죽고, 여중생들이 탱크에 깔려 죽기도 했다. 농민들이 경찰 곤봉과 방패에 맞아 죽기도 했다. 누군가는 대통령이 이라크 파병을 강행하는 바람에 인질로 잡혀 죽었다. 이명박은 강을 파헤치고, 수많은 혈세를 빼돌렸다. 후쿠시마 핵폭발 사고에도 불구하고 핵발전을 더 강하게 밀어붙였고, 심지어 거짓으로 속여 외국에 팔아먹기도 했다. 똑같은 짓을 박근혜가 반복하고 있다. 바보같이 자기가 뭔 짓을 하는지도 모르고, 파리 기후변화 협약에 가서는 국제 망신을 당하고 왔다. 그리고 세월호는 아직 차가운 바다 속에 잠겨 있다. 한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있다. 


우린 일상을 살면서 이 모든 부조리한 일들을 다 기억하면서 살 수 없다. 그래서 역사가 중요하고, 기록이 중요하다고 본다. 바쁜 와중에도 해경에서 나온 증인들이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처럼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는 내용은 반드시 남겨둬야 한다. 뭐? 애들이 철이 없어서 탈출을 안 했다던가 하는 헛소리를 지껄인 작자도 있었다는데, 저게 진짜 사람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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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12-16 0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블로그 프로필 사진에 두개의 노란색 표식이 있습니다.하나는 앙크.부활이라는 의미의 이집트 상형문자와 노란리본표시.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그들이 언젠가 부활할때 우리들에게 던질 질문이 뭘까...싶더군요.잘봤습니다.아푸지 마시길....

감은빛 2016-01-02 01:28   좋아요 1 | URL
해가 바뀌어 답을 드리네요. 죄송합니다!
앙크와 노란리본을 달고 계시군요.
부활이라는 의미의 상형문자로군요.
고맙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15-12-16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동안 먹지않던 술을 요즘 다시 많이 먹게됩니다. 왜 자꾸 비관하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낙관해야 하는데 믿어야하는데, 마음까지 넘겨줄수는 없는데. 나쁜 사람이 되어가는거 같아요 저자신도.

감은빛 2016-01-02 01:30   좋아요 0 | URL
저도 요즘 술을 많이 마셔요.
(라고 쓰고 보니 요즘만 많이 마시는 것 처럼 읽히는군요. ㅠㅠ
늘 많이 마셨으면서요.)
낙관하려면 뭔가가 보여야 하는데,
그 뭔가를 찾지 못할 정도로 암울한 상황이죠.
모리님, 그래도 힘을 내 봅시다!

살리미 2015-12-16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즘 청문회를 보며 너무 화가납니다. 당신 자식이라도 그랬겠어? 라고 외치는 유족들의 마음을 너무 잘 알 것 같은데 답변하러 나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무책임하더군요. 정말 애들이 철이 없다던 발언을 하는 사람은 제정신인가 싶었어요 ㅠㅠ
팩트티비가 없었다면 그나마도 못 볼 뻔 했습니다. 주류 언론이 기록을 하지 않는 세상이에요 ㅠㅠ
감은빛님, 부디 건강 챙기십시요!

감은빛 2016-01-02 01:32   좋아요 0 | URL
오로라님, 답이 많이 늦었네요.
언론은 이미 그 기능을 잃은지 오래되었습니다.
더이상 기대하지 않은지 꽤 되었습니다.

누구 말처럼 혼이 비정상인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네요.
그 말을 한 본인부터가 비정상일텐데요.
안타까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네요.

고맙습니다!

cyrus 2015-12-16 18: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염을 달고 다니는 사람들은 정말 고생합니다. 저도 비염 증상이 있는데, 잘 때마다 저도 모르게 입이 벌어집니다. 수면 중에 코로 호흡하는 것이 힘들어져요. 안 그래도 비강이 작은 편이라서 콧물이 생기면 코를 푸는 횟수가 많아져요. 추운 날에 코 관리도 잘 해야 됩니다. 몸이 차가우면 코도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감은빛 2016-01-02 01:34   좋아요 0 | URL
저는 다행히 밤에는 증상이 거의 없어요.
가끔 비염이 심해지는 날에는 꼭 오전에 제일 심해요.
점심을 먹고 오후가 되면 점점 좋아졌다가,
저녁때쯤 되면 완전히 증상이 사라지곤 합니다.

알러지성 비염인데, 무엇에 대한 알러지인지 모르겠습니다.

겨울이 되니 비염이 한결 좋아졌어요.
제 경우엔 봄과 가을에 제일 심했던 것 같습니다.
여름에도 특정한 날에는 무척 심했구요.
오히려 요즘 비염 증상이 거의 없어졌어요.

시루스님, 말씀 고맙습니다!
 

내친 김에 글도 쓰자


평소에 쓰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데, 막상 서재에 들어와 글쓰기를 누르면, 순간 누군가 삭제 버튼을 누른것처럼 머릿속이 하얘진다. 며칠 전, 우리 위대한 대통령께서 저 멀리 파리까지 날아가서 큰 웃음을 주셨는데, 주위 많은 사람들이 위대하신 대통령의 유머코드를 미처 이해하지 못해 웃지 못하길래, 그게 왜 우스운 일이고, 특히 외국에서 훨씬 더 많이 웃었을 거란 걸 글로 써서 남기고 싶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짬을 내지 못했다.


다행히 녹색당에서 바로 논평을 냈고, 그걸 언론이 실어서 한때 이슈가 되었다. 다음날 존경하는 선배로부터 관련 자료를 준비해 줄 수 있는지 요청이 왔다. (엄밀히 말하면 한 다리 건너서 왔다.) 당시는 무척 바쁜 시간이었고, 그 자료는 준비된 것이 아니라 찾아서 만들어야 할 성격인데, 한 다리 건너 들어서 정확하게 뭘 원하는지도 제대로 파악 못했다. 일단 찾아는 보겠다고 답해놓고, 다른 일을 한참 하고 있는데, 다시 연락이 왔다. 급했던 그 선배가 직접 자료를 찾아서 일단 해결했다고. 나중에 녹색당에서 낸 보완 자료를 보고, 아! 그래서 급했던 거구나 싶었다. 시간이 있었다면 좀 더 구체적인 데이터와 표를 보내줄 수도 있었겠다 생각했지만, 어쨌거나 이미 지난 일이었다.


[녹색당 논평]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 박근혜 대통령, 기후변화총회에서 ‘가상의 나라’ 이야기

http://kgreens.org/commentary/6399/


[녹색당 해설 자료] 박 대통령 기후변화총회 연설 비판 녹색당 논평 

(“안에서는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샌다”) 관련 해설 자료

http://kgreens.org/commentary/%ED%95%B4%EC%84%A4-%EC%9E%90%EB%A3%8C/


주말에도 밤 늦게까지 몸을 쓰는 일을 하고, 비록 시간은 늦었으나 몸쓰는 일을 했으니, 술은 한 잔 마셔야지 하고 함께 일했던 분들과 맥주 한 잔을 들이키며 이 이야기를 꺼냈더니, 의외로 잘 알아듣는 분이 계셨다. 그렇구나! 다들 못 알아듣는 줄만 알았더니, 의외로 아는 사람들도 있구나.


오늘은 일을 더 하려고 남았건만, 오늘 해야할 일을 아직 마무리하지 못했건만, 아까 한참 전에 잠깐 들여다봐야지 하고 서재에 들어왔던게 벌써 몇 시간 전인지 모르겠다. 에이! 뭐 이런 날도 있는거지. 내일 또 열심히 하면 되겠지라고 생각하고, 내친 김에 글쓰기 버튼까지 눌렀다. 오늘 아침에만 해도 쓰고 싶은 꺼리가 있었는데, 그게 뭐였더라? 하지만 막상 지금은 뭘 써야할지 몰라 막막하다.


녹색당 이야기 조금 더 


이왕 녹색당 이야기를 꺼냈으니 조금만 더 하자. 아니 우선 얼마전 비례대표 의석 수를 줄이는데 합의한 새정치민주연합 이야기를 해야겠다. 12월 3일자 프레시안 기사를 보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는 3일 정의화 국회의장 중재로 의장실에서 만나 논의한 끝에 비례대표 의원 수를 줄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양당 원내대표가 회동 후 브리핑에서 밝혔다."고 한다. 계속 읽다보면 "즉 새정치민주연합의 비례대표 의석 관련 입장은 '축소 불가'(지난달 초순까지) → '축소도 성의있게 검토'(지난달 중순) → '줄일 수 있다'(12월 3일 6자 회동에서)로 바뀌어 온 셈이다." 라고도 알려준다.


뭐 새정치나 새누리나 50보 100보 라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고, 기대도 하지 않았던 터라 놀랍지는 않다.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이 나라는 지금껏 소선거구 단순다수득표제로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 소중한 한 표, 한 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단순히 표를 더 많이 얻은 단 한 사람을 선출함으로써 현재와 같은 무능하면서도 권위만 앞세우고, 제 잇속만 채우는 정치인들을 양산했다. 아무리 많은 표를 받아도 2등이 되면 낙선하기 때문에, 선거는 정책과 공약이 아닌 비방만으로 치뤄지고, 사표 심리 때문에 괜찮은 후보라도 당의 인지도가 낮으면 표를 받기 어렵다.


이러한 폐해 때문에 지난 2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비례대표 의석 비율을 현행 18%에서 33.3%까지 확대하는 독일식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정당의 권역별 득표율과 의석수를 최대한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새누리와 새정치 라는 이름만 새것일 뿐, 아주 구태의연한 자들이 모여 이 모든 논의를 후퇴시키며, 오히려 비례의석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녹색당은 이번에 전 당원 온라인 투표를 통해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했다. 총 5명의 비례 후보를 내기로 했는데, 선거에 나선 이는 모두 6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기존 정치인이 아닌 우리 이웃이라 할만한 분들이다. 간단히 소개해보자. 중학교 국어 교사였다가 밀양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 소식을 접하고 송전탑 반대 싸움에 나선 이계삼 선생님, [어느날 그 길에서], [작별], [잡식 가족의 딜레마] 등 동물들의 생명권에 대한 다큐 작업을 해온 황윤 감독님, 기본소득 활동을 꾸준히 이어온 청년 활동가 김주온 님, '오늘 공작소'라는 단체에서 청년 활동을 이어온 신지예 님, '하늘소년' 이란 이름의 1인 인디밴드이며, '전국 세입자 협회' 활동가인 김영준 님, 부산에서 오랫동안 환경운동을 해오신 구자상 님 이렇게 6명이다.


이 분들은 전국을 돌며 당원들을 만나고 서로 토론하며 내부 경선을 치뤘다. 그리고 총 선거권자 5,595명 중에 2,960명 의 투표로(투표율 52.9%) 5명의 후보를 선출했다. 나는 내가 속한 당이 이러한 절차를 통해 비례 후보를 선출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이 후보들 어느 누구도(안타깝게 5명에 속하지 못한 1분도) 기존 정치인에 털끝하나 모자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께 부탁드린다.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는 역량 있는 분으로, 당이 아닌 정책을 보고 선택하시길 바라고, 비례 투표는 꼭! 녹색당을 찍어주시길 바란다. 아니 비례 투표를 단순히 당 이름만 보고 정하지 마시고, 그 당의 정책과 비전 그리고 후보의 면면을 잘 살펴보고 투표해주시기 바란다. 저 위에서 언급했듯 말 바꾸기나 반복하고, 계속 끌려다니기만 하는 새것 처럼 보이지만 헌 정당을 무턱대고 찍지 마시고, 잘 고민하고 선택하시기를 바란다.


참고로 녹색당은 내년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도 여러명 낼 계획이다. 이 분들에 대해서는 다음에 소개할 때가 올 것이다.


여기까지 적고 나니 이제서야 아침에 무슨 글을 쓰려고 맘 먹었던 것인지 떠오른다. 이미 시간은 한참 늦었고, 나는 이미 지쳤다. 


















흡연자 아니 애연가로서 이 책을 외면할 수 없다. 하나의 물질이나 물건을 두고 역사를 조명해보는 류의 책을 나는 무척 좋아한다. 일단 책상 위에 올려놓기는 했으니, 언젠가는 파고들어 읽으리라. 기다려라. 이번 주말이 지나면 꼭 너를 펼쳐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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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돼지 2015-12-09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들의 음료`란 말은 들어본듯 하지만....`신들의 연기`라......
멋진 표현이긴 합니다...^^

감은빛 2015-12-16 00:41   좋아요 0 | URL
신들의 연기~ 멋진 표현이죠.
한때 담배가 맛이 없어서 몇 년간 끊었던 적은 있지만,
담배가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싶을 때도 있습니다.
나중에 담배 때문에 폐암으로 죽는다해도, 저는 후회하지 않으리라 봅니다.
 


하루하루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를만큼 바쁜 날들을 보내고 있다. 뭐, 최근 몇 년간 안 바쁜 날이 언제였나 싶긴 한데, 지난 주부터 다음주까지는 특히 더 바쁜 듯하다. 지난 월요일엔 아침 출근길과 저녁 퇴근길 모두 캠페인을 하느라 보냈다. 아침엔 세월호 캠페인이었다.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연대모임에서 매월 16일에는 세월호를 기억하는 아침 캠페인을 진행한다. 낮에는 일터에서 열심히 일했고, 저녁에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을 묻는 '을들의 국민투표' 캠페인을 했다.


사실 저녁 캠페인은 예정에 없던 거라,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나갔다. 지하철 역사 안에서 투표 독려를 했는데, 처음엔 좀 버벅거렸다. 투표를 많이 해야할 젊은 층들은 무관심하게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고, 조금 연세가 있는 어르신들이 자주 관심을 갖고 다가왔다. 투표 방법을 알려주면 박근혜 정책에 표를 찍고 가시더라. 그래도 한 중년의 여성은 국민들의 의견에 표를 주시고, 애써줘서 고맙다고 인사까지 하고 가셨다. 준비 안된 상태로 나갔지만, 점점 하다보니 투표 독려 외침이 점점 나아졌다. 임금피크제, 최저임금, 비정규직 등을 키워드로 조금씩 말을 바꿔나갔다. 환경문제에 대한 발언은 대부분 자신있는데, 노동문제에 대해서는 거의 발언해본 적이 없다보니 스스로 말을 하면서도 어색했다. 어쨌거나 할당된 시간을 마치고 회의하러 나섰다.


월요일 밤에는 편집위원으로 참여하는 지역 시민신문의 편집회의가 있었다. 퇴근길 캠페인을 마치고 바로 간 거라, 저녁도 못 먹었는데, 다같이 배고파 짜장면을 시켜 먹고 회의를 했다. 회의를 마치고 당연하게 편집장님과 맥주 한 잔을 하고 집에 가니 12시였다. 아침 7시에 집을 나서, 밤 12시에 들어오다니. 일주일의 첫 날부터 아주 힘들었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다음날인 화요일 아침 일찍 회의가 있었기 때문에 회의 자료를 준비해야 했다. 피곤했지만, 억지로 정신을 차려가며 일을 마친 시간은 대략 3시 쯤이었던가? 씻고 누운 건 아마 4시쯤이었을 것이다.


3시간도 채 못 자고 일어나 출근했다. 일찍 사무실에 와서 새벽에 만든 자료에 문제가 없는지를 점검했다. 아침 회의를 하고, 일터 업무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한번 아침 회의를 마치고 나면 늘 피곤하다. 준비할 게 많아 전날 늦게까지 자료를 만드느라 그렇기도 하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나서 그렇기도 하고, 회의에서 나온 여러 내용들이 지치게 만들어서 그렇기도 하다. 그날만큼은 집에서 좀 쉬고 싶었지만, 퇴근 후 모임이 하나 잡혀있었다. 열심히 일을 하다가 퇴근 무렵 확인을 해보니, 다행히 모임이 취소되었다. 집에서 아이들과 놀다가 평소보다 일찍 잠들었다.


수요일엔 일터에서 야근을 했다. 중요한 서류 작업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그리고 목요일 아침엔 탈핵 캠페인을 나갔다. 이제 날씨가 추워서 장갑을 안 끼고 서 있으니 손이 시려웠다. 다음 주부터는 아침 캠페인 나올 때는 꼭 장갑을 챙겨야 겠다고 생각했다. 목요일 저녁에는 전환마을 운동을 하기 위해 만든 연대단위에서 새로 준비하는 로컬푸드 식당에 불려가서 김장 준비를 했다. 퇴근 후 바로 달려가서 밤 11시 넘어까지 일했다. 배추가 무려 300포기였다. 다음날인 금요일에 김장을 할 예정이었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에는 바로 그 식당에서 녹색당 지역모임에서 김장을 할 예정이었다. 당원들이 직접 텃밭에서 기른 배추로 당원들이 직접 김장을 하기로 했다.


목요일 밤 자정 무렵 집으로 가면서 몸은 피곤했고, 다음날 일정을 생각하면 쉬어야 하지만, 이상하게 술을 안 마시면 잠이 안 올것 같았다. 여러모로 스트레스가 많았다. 취하지 않고는 버티기 힘든 시기라는  생각에 조금 취하고 싶었지만, 이상하게 술을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 평소보다 더 안 취하더라.


금요일에도 일정이 많았다. 아침에 외부 회의가 있었고, 오후에도 또 외근이 있었다. 녹색당 김장 준비 때문에 평소보다 조금 더 일찍 퇴근해서 로컬푸드 식당으로 갔다. 헉! 낮에 끝냈거나 혹은 거의 끝나갈 줄 알았던 식당 김장(무려 300포기)가 거의 그대로 있었다. 전환마을 활동가들(대부분 녹색당 당원들)이 아침부터 열심히 일했음에도 생각보다 진도가 안 나갔다. 저녁엔 녹색당 김장(대략 30포기)만 하면 될 줄 알았는데, 그 10배를 해야 했다.


몇 해동안 김장을 하면서 (채칼로)무채를 썰고, 배추에 속을 넣는 일은 손에 많이 익었다. 특히 작년 녹색당 김장 이후로 무채 썰기의 달인이라는 칭호를 얻었다. 하지만 그날 평생 만든 무채보다 훨씬 더 많은 무채를 만들어야 했다. 게다가 채칼이 지금까지 써오던 것보다 훨씬 더 위험했다. 칼 날 수십개가 위로 삐죽 솟아 있었다. 헉! 이런 채칼은 또 난생 처음 보는구나. 나는 아주 빠른 속도로 손을 움직여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지만,(특히 그날 김장의 총 책임자였던 식당 주방장님은 아주 만족하시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무는 끝없이 쌓여있었다. 결국 손에 힘이 빠져 살짝 무가 겉돌면서 손을 살짝 베었다. 피가 맺히는 것이 보이자 얼른 손을 뺐다.(힘들게 썰어놓은 무채 더미에 피가 떨어지지 않도록) 다행히 상처는 별 것 아니었지만, 자꾸 피가 배어 나왔다. 


고무장갑을 구해 끼고 다시 채썰기를 시작했다. 힘도 많이 빠졌기 때문에 처음보다 속도가 많이 느려졌지만, 또 한번 다쳤기 때문에 조심하느라 더 속도가 느려졌다. 조심하느라 노력을 했는데도 그 이후 칼날에 고무장갑이 두 번 더 찢어졌다.


밤 늦은 시간이 되어서야 배추에 속을 넣기 시작했다. 여럿이 달라붙어 열심히 속을 넣는데, 가만보니 활동가들과 당원들이 김장 경험이 많지 않아 보였다. 속을 배추 깊숙히 집어넣어야 하는데, 그냥 양념을 배추에 묻히고 있었다. 가까이 있는 이들에게 설명을 해줬으나,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뭐 어쩔수 없었다. 나는 조금이라도 빨리 김장을 끝내고 싶었고, 빠르게 속을 채워나갔다.


김장이 끝난 건 전날과 거의 비슷한 시간이었다. 11시 조금 넘은 시간. 그때부터 엉망이 된 식당을 청소하고 정리를 했다. 몸은 정말 지쳤건만, 빨리 청소를 끝내야 술을 마신다는 생각에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 바닥을 쓸고 닦았다. 나 자신도 깜짝 놀랐던 건 군대에서 하던 빗자루 두 개를 이용한 바닥 미싱 솜씨가 그대로 였다는 거다. 제대한 지 18년이 넘었는데 말이다.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물론 중간에 저녁 먹을 때 막걸리 몇 잔을 마시긴 했지만, 그건 본격적인 술자리가 아니었으니) 다음날에도 또 일정이 있었지만, 맘껏 술을 마시고 취했다.


토요일엔 큰 아이가 다니는 공동육아협동조합 터전 이전 때문에 새 터전 공사를 했다. 다행히 지난번보다는 부모들이 많이 나와서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난 이틀간의 300포기 김장으로 몸이 무척 힘들었고, 새벽까지 마신 술이 아직 덜 깬 상태였다. 어쨌거나 다른 부모들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열심히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 저녁엔 함께 힘을 쓴 아빠들과 또 술을 마셨다.


일요일 오후엔 일터에서 일을 해야 했다. 일요일이라 텅빈 사무실에 나와 혼자 일을 했다. 최근엔 거의 매주 주말마다 일이 생겼다. 터전 공사가 주말마다 있었고, 일터 행사 혹은 녹색당 행사 또는 참여하고 있는 다른 단위에서 일이 생겼다. 주말 이틀 동안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오히려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나, 정신적으로 힘든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요일 하루는 술을 쉴 생각이었다. 사흘 연속으로 술을 많이 마셨기 때문이기도 하고, 다음날 출근 때문이기도 하고, 마침 저녁에 마땅한 약속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아이들을 재워놓고 웹서핑을 하고 있는데 거의 자정이 다 된 시간에 전화가 왔다. 옛 일터 후배였다. 지금은 충청도 어딘가에서 일을 하고, 가끔 주말에 본가인 서울로 올라온다. 그 전에 몇 번인가 주말에 전화가 왔었는데, 바빠서 제대로 연락도 못 받았던 게 기억났다. 녀석은 늦은 시간이지만 가볍게 한 잔 하자고 했고, 난 다음날 아침 중요한 일정이 있어 조금 부담스럽다고 했지만, 결국 한동안 못 만났던 게 미안해서 나갔다. 1시경 만나 1시간동안 적당히 먹고 헤어졌다. 확실히 술이 들어가면 술이 술을 마신다는 말이 맞는게, 나갈때만 해도 썩 술이 땡기지 않았는데, 막상 헤어지려니까 한 잔만 더 할까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녀석이 잘 끊어줘서 무리하지 않고 돌아갔다.


이번 주도 월요일부터 쉽지 않았다. 아침 일찍 중요한 미팅이 있었고, 저녁에는 간담회가 있었다. 간담회 뒤풀이에서 또 술을 잔뜩 마셨다. 다음날 아침 회의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다행히 미리 회의자료를 다 만들어뒀다.


화요일은 아침 회의로 시작해서 중요한 일이 몇 있었다. 확실히 새벽까지 술을 마셔서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다. 오후 늦게 외부 회의가 있었는데, 오후에 마쳐야 할 일을 다 끝내지 못해 늦어버렸다. 외부 회의가 끝나고 또 가볍게 술을 마셨다. 수요일은 오랜만에 아이들과 저녁을 보내면서 맛있는 걸 먹고 싶어 오리고기를 구웠다. 애들 밥을 먹이면서 난 혼자 술을 마셨다.


어제 목요일 아침엔 또 탈핵 캠페인을 나갔다. 정말 추웠다. 두껍게 입고, 장갑도 챙겼건만, 지하철 역 앞에 서 있는데 손도 시렵고, 발도 시렵고, 다리도 차가웠다. 같이 서 있던 당원은 장갑도 없이 맨 손으로 피켓을 들고 서 있는데, 너무 추워보였다.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일찍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와 따뜻한 커피를 마셨다.


어제도 야근을 했고, 오늘 금요일도 야근을 했다. 오늘은 저녁에 동네 작은 도서관에서 송년회를 했기 때문에 아이들을 데리고 거기 갈 생각이었는데, 퇴근 시간까지 중요한 문서를 다 끝내지 못했다.


하나하나 곱씹어보면 다 악몽같은 일정이었는데,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일은 마침내 터전 이사가 있다. 아마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몸을 써야 할 것이다. 일요일엔 일정이 세 개나 있다. 그리고 월요일부터 중요한 서류 작업이 또 시작된다. 다음 주에도 적어도 이삼일은 야근을 해야 할 것이다.


이게 사는 건가 싶은 생각이 종종 드는데, 이렇게 밤 늦게까지 일정(회의, 토론회, 간담회, 야근 그리고 김장!)을 마치고 자정 무렵이 딱 그런 시간이다. 에이! 술이나 한 잔 하고 자야겠다!
















이반 일리치 신간이 나왔다! 다음주까지 지옥같은 일정을 소화하고 나면 이 책들을 사서 읽어야지 생각했으나, 12월에도 일정이 만만치않다. 젠장! 그렇다고 1월이라고 쉽진 않을거다. 아! 우울하다. 빨리 가서 술 마시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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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28 0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8 20: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5-11-28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내려오다보니 얼마나 고단한 일정을 소화하고 계신지 짐작이나마 하겠습니다. 김장 300포기라니요, 30포기도 아니고 말입니다. 맡으신 일이 워낙 여러가지이다보니 강행군을 하시게 되나봅니다. 건강하셔야할텐데요. 나이가 들어가다보니 모든 것의 결론은 건강으로 맺게되네요. 기-승-전-건강 이라고나 할까요.

감은빛 2015-12-08 20:34   좋아요 0 | URL
네, 계속 무리를 하고 있지만,
그래도 나름 건강에 신경을 쓰고 있습니다.
김장 300포기는 저로서도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단발머리 2015-11-28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정말 바쁘시군요.
16일 세월호 캠페인을 포함해서 따라 읽다보면 하나하나 허투루 할 수 없는 일들이라 너무 힘드시겠어요. 그 중에 김장 300포기 압권이예요.
채칼에 손이 베이셨다니.... 물이 안 닿아야 빨리 아뭅니다.
술은 너무 많이 드시지 마세요, 하고 싶지만,
아.... 일이 너무 고되시니 그럴 수도 없을 것 같구요.
힘내세요~~~~~~~~~~~~~~~~~~~~~~~~~~~~~~

감은빛 2015-12-08 20:36   좋아요 0 | URL
이번 주 주말까지 보내고 나면,
조금(아주 조금은) 여유가 생깁니다.
물론 연말이라 안심할 수는 없겠지만요.

염려해주신 덕분에 금방 나았습니다.
응원에 힘입어 열심히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5-11-28 1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8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양철나무꾼 2015-11-28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며칠전 선풍기 청소하다가 날개에 스쳐서 피가 좀 났는데...완전 수선 떨었던게 창피해지는 순간이예요. 잘 지내시죠? 제가 다독다독~^^ 위로하고 응원해드릴게요. 렛츠 치어~ㄹ 업~!

감은빛 2015-12-08 20:39   좋아요 0 | URL
헉, 저는 선풍기 날개에 스쳐 다친 것이 더 아파 보이는데요.
지금쯤 다 나으셨겠죠.
저도 여러 사람들의 응원과 위로 덕분에 금방 나았습니다.

이번 주 주말까지 계속 무리한 일정을 소화해야 하지만,
양철님의 응원 덕분에 잘 마무리 할 것 같습니다!
늘 고맙습니다!
 
이창근의 해고일기 - 쌍용차 투쟁 기록 2009-2014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22
이창근 지음 / 오월의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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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 민낯을 그대로 만나볼 수 있는 책.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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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이 머리칼을 날린다. 나는 옷깃을 여미고, 목을 잔뜩 움츠린 채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다. 거리엔 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멀리서 한 여성이 걸어온다. 내가 걷는 속도와 그가 걸어오는 속도만큼 우린 가까워졌다. 몸에 붙는 가죽 점퍼와 가죽 치마를 입었다. 날씬한 다리와 매끄러운 곡선의 엉덩이 그리고 가슴으로 눈이 간다. 나도 모르게 그의 알몸을 상상해본다. 바로 옆을 스쳐지나갈 때 그의 빨간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멈춰서서 슬쩍 고개를 돌려 뒷모습을 본다. 가죽치마의 매끈한 재질 덕분에 탄탄한 엉덩이가 도드라져 보인다. 뒤따라 걸어오던 여학생 두 명이 나를 보며 수군거린다.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다시 가던 걸음을 이어간다. 어느 가게에서인지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빠른 리듬의 음악, 젊은 여성의 노래 소리, 아마도 걸그룹의 노래겠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 목소리의 여성들은 아름다운 몸매 흔들며 섹시한 춤을 추고 있을 것이다.


퇴근길 버스는 늘 만원이다. 여러 사람들 틈에 간신히 끼어서 손잡이를 잡았다. 내 눈 바로 밑에 어느 여성의 정수리가 보인다. 냄새, 낯선 여성의 정수리 냄새를 맡아야 하다니. 버스가 교차로에서 회전하면서 승객들의 몸이 휘청인다.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을 꽉 주지만 몸은 이미 뒤로 기울어졌다. 앞에 선 여성이 내 가슴으로 확 기울어진다. 마치 내 품에 안긴 모양새다. 짧은 순간 내게 기댔던 작은 체구의 여성은 다시 바로 선다. 뒤로 기울었던 내 몸도 바로 선다. 버스가 정류장에 멈춰서고 내리는 사람은 없지만, 또 새로운 승객이 탄다. 이미 발디딜 틈없이 꽉 찼건만 또 사람을 올라서면서 몸이 밀린다. 갈 곳은 없건만 사람들은 계속 밀어댄다. 조금씩 조금씩 발을 옮겨 옆으로 밀려났다. 내 앞에 있던 여성도 함께 밀려 여전히 그의 정수리는 내 눈 밑이다.


버스가 크게 돌면서 또 한번 몸이 뒤로 기울어진다. 이번에도 여성은 내 품에 살짝 안겼다가 바로 선다. 버스가 돌 때마다 이름 모를 여성은 내 품에 안겼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문득 이 여성의 얼굴이 궁금해졌다. 바로 앞에서 전화벨이 울린다. 내 앞의 여성이 손잡이를 잡았던 손을 놓고 어깨에 멘 작은 가방에서 전화기를 꺼낸다. "여보세요." 앳된 목소리.  여성이 전화기를 왼쪽 어깨와 귀에 고정시키고 양  손으로 가방을 여미는 순간, 그의 옆 얼굴을 살짝 보았다. 귀여운 인상이다. 순간 또 버스가 돌면서 여성의 몸이 확 쏠린다. 손잡이를 쥔 팔에 힘을 꽉 주었다. 여성은 중심을 잃고 내 팔에 안겼다. "어머!" 높은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손잡이를 쥔 내 팔에 상체를 기댄채, 놀라 동그랗게 커진 눈동자가 나를 올려다본다. 곧 그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고개를 살짝 끄덕여 인사를 한다. 나도 살짝 고개를 끄덕여 답을 했다.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다시 쥐고, 왼손으로 전화기를 고쳐 쥔 채 작은 목소리로 통화를 한다. 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 상대방에게 답을 하는 듯하다.


아마 남자친구인듯, 작은 목소리는 오늘 있었던 사소한 일들을 말하기 시작한다. 하루종일 서 있어서 다리가 무척 아프다고 했고, 점장님이 짜증나게 굴었다며 하소연 했다. 누군가가 연락도 없이 나오지 않아 혼자서 매장을 다 맡았다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했고, 어떤 손님이 접시를 깨뜨려, 치우다가 손을 살짝 베였다는 이야기도 했다. 만원 버스 속에서 인파 속에 몸이 낀 채로, 이름 모를 여성의 일상이야기를, 남자 친구와의 대화를 다 듣고 있어야 했다. 남자 친구는 아마 회식이 있다고 한 듯, 술 많이 먹지 말고 끝나면 전화하라고 했다. 여성은 전화를 끊고 고개를 돌려 나를 슬쩍 올려본다. 그 시선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몰라, 슬쩍 눈을 돌렸다. 한번 더 고개를 살짝 움직여 인사를 한 듯했다.


어느 정류장에서 우루루 승객들이 내렸다. 비로소 숨통이 조금 트였다. 빈 공간이 조금 생기자 여성은 뒷문 바로 앞으로 자리를 옮겨, 폰을 꺼내들고 두드리기 시작했다. 까똑, 까똑 하는 소리가 연속으로 들린다.


버스를 내리자 다시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가방을 고쳐 메고, 옷깃을 여미는데, 그 여성이 나를 스쳐 앞으로 나왔다. 여성은 종종 걸음으로 골목을 향해 걸었다. 멀어지는 여성의 작은 체구를 바라보며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인다. 훅 뱉어낸 흰 연기가 바람에 날려 하늘로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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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11-24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에 날려 하늘로 흩어지는 연기와 여자가 오버랩되네요. 잘 읽었어요.

감은빛 2015-11-27 14:59   좋아요 0 | URL
유레카님 고맙습니다!! ^^

2015-11-24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27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