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1


아이들과 들어간 식당은 국수집이었는데, 돈까스라던가 볶음밥 등의 다양한 식사 메뉴가 있었다. 큰 아이가 카레새우볶음밥을 먹고 싶다해서 작은 아이와 둘이 나눠 먹으라고 말하고 난 국수를 시켰다. 음식이 나왔는데 작은 아이가 갑자기 볶음밥이 먹기 싫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내 국수를 3분의 1가량 덜어줬다. 큰 아이도 맛있게 먹고, 나도 맛잇게 먹었다. 우리가 다 먹을 동안 작은 아이는 식당 구석 저 높은 곳에 있는 티비를 보느라 거의 먹지 않고 있었다. 나는 여러차례 경고를 했으나 말을 듣지 않는 작은 아이에게, 우리는 다 먹었으니 가겠다고, 넌 여기서 티비를 보라고 말하고 일어서서 계산을 하려했다. 작은 아이는 그제서야 후루룩 재빨리 먹기 시작했다.


식당 아줌마는 우리가 거의 다 먹었을 때쯤 들어온 아줌마와 수다를 떨고 있었는데, 듣고 싶지 않아도 다 들렸기 때문에 그 분들이 교회에서 만난 사이라는 걸 알수 있었다. 그런데 내가 계산을 하려고 일어선 그 순간 그들이 나눈 대화가 완전 충격이었다. 박근혜와 최순실 이야기였다. 당연하겠지. 요즘 어딜가도 다 그 얘기 뿐이니. 그런데 그 두 사람은 박근혜가 불쌍하다고, 박근혜가 무슨 잘못이냐고, 영험하다는데 좀 믿을 수도 있지 뭐 이런 대화를 나누는게 아닌가! 


계산을 하고 돌아서서 급하게 그릇을 비운 작은 아이 손을 붙들고 나오면서 이 식당 다시는 오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다. 음식도 괜찮고, 아줌마도 친절하고 다 좋았는데 안타깝다. 당신은 순수하게 대통령을 좋아하고, 이 상황이 안타까운 건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이 어이없는 나라를 만들었다는 사실을 늘 깨달아야 한다. 아이가 좋아했던 카레새우볶음밥은 이제 못 사주겠다.


식당2


칼국수는 어려서부터 참 좋아했던 음식이다. 특히 해물칼국수는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을 것 같다. 동네에 정말 맛있는 칼국수 집이 있었는데, 어느날 갑자기 다른 식당으로 바뀌었다. 단골이어서 무지 잘해주던 집이었는데. 아쉽다. 몇 년 전 오이도에서 먹었던 바지락칼국수는 바지락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서 다 먹고 나니 바지락 껍질로 산이 하나 생기더라. 정말 맛있었지만, 그날의 제안을 거절하면서 결국 다시 먹을 기회가 사라졌다.


동네에 생긴 들깨칼국수 집에 아이들과 함께 들어갔다. 이미 애들엄마가 아이들과 와 본적이 있는지 아줌마가 우리 아이들을 기억하는 눈치였다. 탁자가 겨우 4개인 조그만 식당. 맨 뒤쪽 탁자에 엄마와 딸로 보이는 일행이 식사 중이었고, 맨 앞 탁자엔 젊은 여성 둘이 엎드려서 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우리가 자리를 잡자, 그 둘 중 하나가 일어나서 물병과 컵을 갖다줬다. 저 둘은 식당 아줌마의 딸이구나. 들깨칼국수를 주문하고 아이들은 당연히 티비에 눈을 고정시켰고, 나는 음식이 나올 때까지 잠시 폰을 들여다봤다.


칼국수가 나왔고, 아이들의 앞접시에 적당량을 덜어주고, 열심히 먹고 있었는데, 젊은 여성 한 명이 또 들어와서 두 여성이 엎드려 폰을 만지작거리는 자리에 앉더니 역시 같은 자세로 폰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딸이 셋이구나. 뒷자리의 모녀 일행이 나가고 마치 조폭처럼 깍두기 머리를 한 덩치 큰 아저씨가 들어와서 그 자리에 앉았다. 아까 우리에게 물과 컵을 갖다준 여성이 이번에도 그 아저씨에게 물과 컵을 갖다줬다. 


한참 후에 세 여성 중 한명이 고개를 들더니 "아빠다"라고 말했다. 잠시 후 곱슬머리를 뒤로 넘긴 머리를 한 아저씨가 들어왔다. 깍두기 머리 아저씨가 반가워하며 자꾸 말을 건넨다. 이 곱슬머리 아저씨는 조금 사교성이 없는 건지, 깍두기 머리 아저씨가 귀찮은 건지 조금 건성으로 답을 한다. 뒤에 또 다른 아저씨가 들어오면서 드디에 4개의 탁자가 다 찼다. 이번에도 같은 여성이 물과 컵을 갖다주고, 주방으로 들어가 엄마를 도와 음식을 준비한다. 나머지 두 여성은 여전히 같은, 엎드린 자세로 폰을 들여다 보고 있다. 주방으로 들어간 여성의 자리에 곱슬머리 아저씨, 즉 아빠가 앉았다.


식당 아줌마가 엎드린 자세의 여성 두 명에게 "아빠한테 인사 했냐?"고 묻는다. 둘 다 고개도 들지 않은 채 "응"이라고 작게 답했다. 다시 아줌마가 "언제 했냐?"고 "못 들었다"고 하니, 이번엔 주방에서 엄마를 돕던 여성이 인사 했다고 자기가 시켜서 했다고 끼어들었다. 저 여성이 셋 중 맏이겠구나. 식당 일을 돕는 태도나, 주방까지 들어가 일하는 모습이나, 폰만 들여다보는 나머지 형제들에게 인사를 시키는 태도까지. 


그런데 주방에서 나온 그 여성이 자기 자리를 차지한 아빠의 무릎에 너무 아무렇지 않게 앉는 것이 아닌가. 다 큰 성인 여성이 아빠 무릎에 앉는 걸 처음 봐서 조금 충격이었다. 그는 아빠 무릎에서 앉아서 다시 폰을 들여다봤다.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앉는 걸 보니 맏이가 아닌가보다. 막내인가? 맞은 편에서 칼국수를 먹고 있는 작은 아이를 슬쩍 본다. 작은 아이는 무조건 내 무릎에 앉는다. 식당에서 밥을 먹다가도 슬그머니 일어나 내 무릎에 앉고, 집에서도 무조건 엉덩이를 들이밀고 무릎에 앉는다. 반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된 큰 아이는 이제 더이상 내 무릎에 앉지 않는다. 훌쩍 키가 커서 내 입까지 닿는 큰 아이는 벌써 몇 해 전부터 무릎에 앉지 않았던 것 같다.


한참 후에 곱슬머리 아저씨가 다리 아프다고 한소리를 한 후에야 그 여성은 일어섰다. 그동안 식당 아줌마가 가족들을 먹일 음식을 준비했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 여성이 엎드린 두 여성에게 탁자 위를 치우라고 명령하고, 음식을 날라왔다. 반찬을 떠서 나르고, 밥을 옮기는 것도 모두 그 여성이 했다. 아, 제일 마지막에 들어온 여성이 마지못해 일어나서 돕는 척을 하더라. 그럼 이 사람이 막내인가. 곱슬머리 아저씨가 옆자리에 놓은 가방을 치우고 자리를 옮긴 후 아빠와 세 딸은 식사를 했다.


그날은 미국 대선 전날이어서 깍두기 아저씨와 곱슬머리 아저씨가 트럼프에 대해 한참 대화를 하다가 자연스레 최순실 얘기로 넘어가더라. 그 와중에 식당 일을 돕던 여성이 토요일에 광화문 집회에 친구랑 갈 거라고 말을 했고, 곱슬머리 아빠가 우리 가족 다같이 가자는 제안을 했다. 주방에서 일하던 아줌마가 "그럴까?"라고 답했는데, 내가 들어온 이후로 단 한번도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은 젊은 여성이 "난 안돼"라고 답했다. 다른 여성이 "데이트?"라고 물었고, 그 여성은 고개만 끄덕였다. 식당 일을 돕던 여성이 "언니, 광화문에서 데이트 해"라고 아무렇지도 말했고, 그 여성은 "말해볼게"라고 답했다. 아, 이 여성이 둘째였구나. 맏이도 아니고 막내도 아니고 둘째.


아, 이 가족 대화가 너무 좋았다. 함께 밥 먹으면서 토요일 민중총궐기 집회를 가자고 권하는 가족이라니! 그때 즈음 우리 탁자 위의 들깨칼국수 그릇은 완전히 비어있었다. 작은 아이가 나를 보고, "아빠 이제 면이 없어."라며 울상을 지었다. 내가 조금 덜 먹을 걸 그랬나. 집에 가서 뭔가 먹을 걸 해줘야겠다.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식당 아줌마가 아이들에게 아주 살갑게 인사를 한다. 이 식당 자주 와야겠다.


신뢰


일이 너무 많아서 밤을 새고 또 야근을 했다. 평소라면 밤을 새고 나서 집에 돌아와 잠시라도 자고 다시 나오는데, 그럴 수 없어서 편의점에서 에너지음료를 마시고 계속 일했다. 늙긴 늙었나보다. 몇 년 전만해도 밤새 교정을 보고 나서 에너지음료를 마신 후 차를 몰고 지방으로 취재를 가기도 했는데, 이젠 에너지음료를 마셔도 별로 소용이 없네. 믹스 커피를 두 개 쏟아붓고 찐하게 마셔도 아무 소용이 없네. 머리가 멍하고 집중이 잘 안 되었다. 하지만 나는 중요한 서류 작업을 완료하고 제출해야 했다. 집중해야 했다. 졸릴 때마다 옥상에 올라가 담배를 피웠더니 몸에 담배 냄새가 배인 느낌이었다. 게다가 밤을 새고 세수조차 하지 못해 무지 씻고 싶었다. 얼른 서류 작업을 마치고, 집에 가서 씻고 면도하고 그리고 서류를 제출하러 시청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 와중에 이사님이 저녁에 우편물 작업을 하러 오신다고, 미리 출력해놓으라고 조합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이미지 파일로 보냈다. 컬러 출력을 하려면 다른 사무실에 가서 부탁을 해야 한다. 조합원에게 보내려면 많은 부수를 출력해야 하는데, 이렇게 많은 양을 부탁해도 될까? 아! 근데 그 사무실 젊은 여성 활동가들에게 부탁하려고 생각하니 지금 내 몰골이 너무 말이 아닌거다. 밤을 샜고, 세수조차 하지 못했고, 수없이 많은 담배를 피워 온 몸에서 막 이상한 냄새가 날 것 같았다. 홀아비 냄새 막 이런거. 그래도 우편물을 보내려면 부탁을 할 수 밖에 없다.


이번 주는 죽음의 주간이라고 생각했다. 일이 너무 많았다. 도저히 혼자 다 해낼 수 없을 만큼의 양이었다. 그렇다고 그 중에 버려도 되는 일이나, 안 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어떻게든 해내야 했다. 매일 술을 마시던 내가 일 때문에 이틀이나 술을 마시지 않은 것은 몇 달 만의 일인가? 아무리 바빠도 술은 마시고 다녔건만, 이번 주는 그럴 수 없었다. 


어제 우편물 작업을 도와주러 이사님이 세 분이나 오셨다. 그날 중요한 서류를 제출하고 일이 어렵긴 하지만 간신히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했더니, 초췌한 내 몰골을 보고 이사님 한 분이 고생이 많다고 몸보신 시켜 주겠다고 뭐가 먹고 싶냐고 물었다. 글쎄 뭐 딱히 먹고 싶은 건 없고, 그저 술이 먹고 싶을 뿐이다. 


술자리에서 신뢰에 대해 얘기했다. 이사님들은 나를 믿는다고,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다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속으로 그보다 어렵고 힘든 상황을 만들지 마시죠! 라고 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친하게 지내는 선배들이자, 일터에서는 이사를 맡고 있는 이 사람들과 벌써 몇 년인가? 그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잠시 떠올려보니 그간 우리가 마신 술이 어마어마했구나 싶다. 


1차와 2차는 그저 그랬으나, 3차로 횟집을 간 것은 좋았다. 소주 한 잔을 털어넣고, 입에 집어넣은 회 한 조각이 그렇게 맛있을 수 없었다. 43시간 동안 잠을 자지 못해(아! 중간에 1시간 반을 졸았구나) 엄청 피곤하긴 했지만, 술이 맛있었고, 회가 맛있었다. 


바쁜 한주가 어떻게 지나가고 있다. 오늘도 바쁘고, 내일은 무지 바쁘겠지만, 그래도 잘 해내리라 믿는다.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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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6-11-11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3시간 철야가 가능하다니요..ㅎ 전 학창시절에도 밤샘은 거의 못했습니다. 식당 2 참 좋네요. 식당 1에서의 말씀처럼 그렇게 무관심하고 순수(?)한 사람들이 박근혜를 지지해준 덕분에 지금까지 왔지요. 트럼프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고 4년 동안 미국을 열심히 말아먹을 것입니다...아주 우울합니다..

감은빛 2016-11-11 14:17   좋아요 0 | URL
몇 해 전에는 50시간 이상 버틴 적도 있어요.
에너지음료와 커피의 도움 덕분이긴 하지만요. ㅎㅎ

이명박이나 박근혜를 찍은 인간들.
트럼프를 찍은 인간들이 반성을 하지 않으면,
이 사회가 좋아지기 어려울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 좀 절망적이네요.
에휴! 어쩌다 이렇게 불행한 시대를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억의집 2016-11-11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러면 안 가요 굳이 갈 이유가 없더라구요. 최근에 신설세탁소가 있어서 거기 갔는데 이 아저씨가 티비조선팬인지 갈 때마다 틀길래 거기 이제 안 가고 다른 데 다녀요.

울 딸은 아빠무릎에 앉지는 않지만, 중이거든요, 언제나 아빠옆에 딱 붙어서 뭘 해요. 보기 좋죠. 저는 아빠 어려워 하고 무서워했거든요. 울 남편에게 딸 태어날 때 애 안 봐줘도 되니깐 이뻐만 해 달라했어요. 사람이 참 외모만 보고 판단을 못 하는 게 울 남편은 외모보면 퉁명스럽고 저 깍두기머리아저씨처럼 사교성은 없는데 애들한테는 자상해요. 딸이 저 정도면 엄청 이뻐한 걸 거에요!

감은빛 2016-11-11 14:22   좋아요 0 | URL
네. 사실 이런 이유 때문에 이 식당에 더이상 안 올거다.
뭐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습니다만,
그렇게까지 하면 싸움이 날 것 같아서 참았습니다.

자라면서 아빠를 싫어하는 여성들이 많더라구요.
제 딸들이 혹시라도 자라서 아빠를 싫어하게 되는 건 아닐까 걱정될 때가 있어요.
그게 아무리 어렸을 때 예뻐해주고, 잘 해줘도 별로 소용이 없더라구요.
제 주위에 아빠를 싫어한는 여성들은 모두 어렸을 때
아빠가 자신을 엄청나게 예뻐했던 기억을 갖고 있더라구요.

뷰리풀말미잘 2016-11-11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43시간 동안 일을 하신 것도 대단하지만, 꿀잠을 마다하고 무려 3차를 달리신 님의 체력에 경의를 표합니다. 디박!

감은빛 2016-11-13 19:1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뷰리풀말미잘님.
야행성이라 밤을 새는 건 익숙한 일이예요.
다만 아침에 조금이라도 쉬어야 하는데,
쉬지 못하는 경우엔 좀 힘들죠.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홍어와 막걸리


홍어에 막걸리를 마셨다. 쉰김치와 돼지고기 수육도 함께였다. 오랜만에 먹어서 무지 맛있었다. 김치가 진짜 맛있어서 막 감탄하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선배가 알려줬다. 그거 작년에 300포기 김장했던 그 김치야. 거의 1년이 다 된것 같은데. 그날 김장했던 김치가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 김장할 김치보다 더 많을 것 같다. 이제서야 이 김치가 그렇게 맛있었던 이유를 알았다. 그 고생을 하면서 담았던 김치인데, 어떻게 맛이 없을 수가 있겠나. 나에게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김치일 수 밖에 없었다.


그날따라 막걸리도 엄청 맛있었다. 톡쏘는 맛이 전혀 없이 무척 부드러우면서 감칠맛이 났다. 아스파탐이라던가 그런 인공감미료 같은 건 전혀 안 들어간 막걸리였다. 전날 저녁에 가볍게 술을 마시고, 밤새 일을 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는 무척 바빴다. 시계를 보니 36시간 동안 한숨도 자지 않고 있었다. 졸리고 피곤해야 할 상황인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막걸리를 엄청 마셔도 취하지도 않았다. 그 맛있는 막걸리가 다 떨어지고, 냉장고에 보니 잣 막걸리가 있어서 가져다 마셨다. 한 두어잔 마셨는데, 시큼한 맛이 나서 이상하다 생각하긴 했지만, 뭐 좀 시큼할 수도 있지 그러고 그냥 마셨다. 옆에 있던 선배가 한 잔만 먹으려고 그 막걸리를 잔에 따르다가 냄새를 맡더니, 이거 상한 거라고 말했다. 유통기한을 보니 벌써 지나도 한참 지난 술이었다. 바로 옆에 있던 후배가 내 어깨를 치며, 미련하게 이걸 마시고 있었냐며 뭐라고 했다. 이상하다. 좀 시큼하긴 했지만 먹을만 했는데, 결국 그 술은 버렸다. 남아잇는 다른 잣 먹걸리도 죄다 마찬가지였다. 후배가 막걸리가 없는데 소주 마실래 라고 묻길래 고개를 끄덕였다.


새벽 1시 혹은 2시쯤 대부분의 일행이 돌아가고, 친한 선배와 친한 후배랑 셋만 남아서 소주를 더 마셨다. 선배가 김치찌개를 끓여왔는데, 맛이 영 별로였다. 평소 음식 잘하는 사람인데, 이건 영 못 먹겠는데 싶었다. 그래서 안주 없이 소주만 마셨다. 술을 섞어 마신게 아마 잘못이었을 거다. 완전히 취해서 필름이 끊겼다. 간간히 기억이 떠오르는데, 비틀거리다 넘어지면서 전봇대에 부딪혔다. 뺨을 만져보니 살짝 부어오른데다 작은 상처가 있었다. 


오래전 막노동을 할 때, 화장실에서 타일 깨는 일을 한 적이 있다. 큰 망치로 타일을 치면 타일이 깨지면서 벽에서 떨어진다. 작은 타일 조각이 사방으로 튀어서 무척 위험한 일인데,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긴팔 셔츠와 긴바지를 입어야 했다. 난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반바지에 반팔 셔츠를 입고 마스크도 없이 들어갔다. 타일 조각이 튀면서 팔과 얼굴 등에 작은 상처가 여럿 났다. 그때 타일조각이 뺨을 베었을 때 났던 상처와 비슷한 느낌이다. 


머리만 김원준


출근 준비를 하면서 거울을 보는데, 작은 상처가 좀 신경이 쓰이긴 했다. 분명 사람들은 술 먹고 다쳤다고 한 소리씩 할텐데, 그런 얘기 듣는 건 좀 싫었다. 문득 머리가 길었다면 머리칼로 가릴 수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딱 한번 머리칼을 길러본 적이 있다. 대학 2학년때였다. 앞머리가 입술 근처까지 내려왔고, 뒷머리는 목을 덮을 정도였다. 반곱슬이라 머리카락이 길면 끝이 말려서 올라간다. 그래서 길르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그땐 그냥 좀 보기 싫어도 참고 길렀다. 나중에 많이 길러서 묶고 다닐 생각이었다. 그때 그렇게 옆머리와 뒷머리가 말려 올린 헤어스타일을 김원준이 하고 티비에 나왔다. 여동생이 그걸 보더니, 바쁜 아침에 드라이기를 가져와 내 머리를 손 봐줬다. 그러고 학교에 갔더니 '머리만' 김원준 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런데 여동생이 매일 머리를 손 봐줄 순 없었다. 내가 그런 걸 익혀야 했지만, 아무래도 안 되더라. 귀찮아서 그냥 다녔더니 점점 더 보기가 싫었다. 그 시절 했던 많은 일들은 다 여성들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 했던 거였다. 그런데 머리 모양이 점점 더 보기 싫어지니 더 길러야 할 이유가 없었다. 겨우 묶을 만큼 머리를 길렀던 거였는데, 결국 그만두고 말았다.


긴 머리의 소녀


실제 사귄 걸로는 첫 사랑은 아니지만, 그 전에 만났던 여성들은 그냥 잠깐씩 스쳤던 거라고 보고, 진심으로 좋아했던 걸로 첫 사랑이라 부를만한 여자아이는 머리칼이 아주 길었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 아이들이 만화 라푼젤을 보고 있으면 나는 그 아이가 생각난다. 밤 12시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그 아이 학교 근처에서 기다리다가 만나, 골목길을 걸어다니며 짧은 데이트를 하기도 했고, 동전을 주머니 가득 채워 독서실 근처 공중전화 박스에서 밤새 통화를 하기도 했다. 어느 날 수화기 너머 목소리가 유난히 울리고, 말하는 중에 물소리가 들리기도 해서 뭐냐고 물었더니, 욕실에 들어와 있다고, 머리 감으면서 통화하는 거라고 했다. 머리가 길어서 머리 감는데 시간이 오래걸린다고 했다. 목욕 중이라는 말만 들어도 아랫도리에 변화가 일어날 만큼 혈기왕성한 고등학새이 아니었던가? 지금의 자세와 모습을 상상하려 애쓰면서 서너시간 통화를 했던 것 같다. 그 아이는 통화가 끝날 때까지 계속 목욕중이었으니, 서너시간 이상 목욕을 했던 거였다.


찬 바람이 한참 불었으니 지금 이맘때였던 것 같다. 함께 손 잡고 골목길을 거닐다가 그 아이의 머리칼이 바람에 날려 내 뺨을 스쳤다. 샴푸 냄새가 코를 자극했고, 부드러운 감촉이 뺨을 어루만졌다.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 부드러운 감촉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머리칼을 가져와 얼굴에 부비고 싶었지만, 아직 수줍었던 나는 그럴 용기가 없었다. 함께 팔짱을 끼고 걸으면 내 팔 근육을 만지곤 했다. 나도 모르게 팔과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럽게 되곤 했다. 그렇게 팔을 만지면 부끄러워서 어쩔 줄을 몰랐다. 다른 공간에서는 난폭한 고등학생이었건만, 왜 그 아이 앞에서는 그렇게 수줍어서 어쩔줄 모르는 소년이 되었을까? 그 아이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여전히 긴 머리칼을 바람에 날리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있을까?


긴 머리의 남자들


내 주위 남성 중에 머리를 길게 기르고 다니는 사람이 둘 있다. 예전 출판사 겸 잡지사였던 곳의 기자 한 명은 늘 머리를 묶고 다녔다. 그렇게 묶은 걸 포니테일이라고 하던가? 일본 만화에서 '포니테일 모에'란 단어를 본 적이 있는데, 아, 내가 저런 머리 모양을 좋아하는 구나 싶었던 기억이 난다. 암튼 그 사람의 머리 모양은 늘 한결 같다. 술자리에서 왜 항상 그렇게 하고 다니냐고 물은 적이 있었는데, 머리숱이 적어서, 그냥 이렇게 다니는 것이 편해서 라고 답했다. 


가끔 만나는 후배는 등의 중간 정도까지 내려오는 정도로 머리칼을 길렀다. 그를 처음 만났던 10여 년 전에는 짧은 머리였는데, 몇 년 후에 다시 만났더니 머리를 묶고 다니고 있었다. 샴푸도 쓰지 않고 물로만 감으며, 머리가 길어도 그리 시간이 많이 걸리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 녀석에게도 왜 머리를 길르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는데, 뭐라고 답 했는지 잘 기억이 안난다. 술자리였으니, 그 녀석과 만나면 늘 많이 마시니 기억이 안 나는게 당연하겠다. 그 녀석은 머리결이 좋아서, 머리를 풀고 있을때 뒷 모습을 보면 마치 여성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키가 큰 편이긴 하지만, 날씬하니 그런 오해를 할 수도 있겠다. 어느날 여럿이 같이 등산을 하는데, 길고 굵은 나무 작대기를 하나 주워서 머리를 풀고 다니더라. 눈 버린다고 제발 좀 머리를 묶으라고 갈궈도 전혀 듣지 않았다. 


노래와 책


 

요즘 친구에게 받은 이 노래를 계속 반복해서 듣는다. 목소리가 참 좋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한편으로 참 가슴 벅찬 일이지만, 또 한편으로 참 쓸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나도 행복한 일이지만, 너무나도 불안한 일이기도 하다. 마치 하늘을 나는 것처럼 즐거운 일이지만, 하늘에서 떨어진 것처럼 아픈 일이기도 하다. 두근두근 가슴이 뛰는 설레임이 있지만, 왠지 슬픈 일이 생길 것만 같고, 왠지 아픈 일이 생길 것만 같은 두려움도 있다. 


그래도 나는 다시 사랑을 해보고 싶다.
















시이소오님의 서재에서 보고 찜했다. 안 읽은 책도 많고, 책 읽을 여유도 없건만 이 책을 보자마자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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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호랑이 2016-11-09 0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께서 삼합을 드셨군요^^: 저는 맛을 잘 몰라서 홍어만 먹지는 못하는데, 삼합으로 먹으면 맛있더라구요^^

감은빛 2016-11-11 10:27   좋아요 1 | URL
네, 삼합을 먹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
홍어만 먹어도 좋아하고, 홍어애탕도 좋아해요.
홍어도 좋지만, 홍어랑 먹는 막걸리가 더 좋죠! ^^

다락방 2016-11-09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감은빛님의 페이퍼를 읽으니, [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의 이 구절이 생각나네요.

`종종 그 여자를 달로 보내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꼭 그 마음만큼 그 여자를 달에서 도로 데려오고 싶어진다.-178쪽`

영어판에서는 이렇게 써있어요.

She teases me, irritates me-at times I could boot her into cyberspace, but then I`m just as eager to get her back again. I need her here on earth, you see. (p.120)

감은빛 2016-11-11 10:29   좋아요 0 | URL
오! 영어로 읽으니 그 뜻이 더 와닿네요.

문득 원서인 독어판은 어떨지도 궁금하네요.

인용하신 문구를 나중에 책에서 찾아볼게요.

시이소오 2016-11-09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머니에든 동전이 짤랑짤랑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네요.
제 이름이 나와서 깜놀했어요. 영광입니다. ^^
프로이트와 츠바이크와 함께
즐거운 독서 되시길 ^^

감은빛 2016-11-11 10:30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시이소님.
덕분에 좋은 책을 만날 수 있어 고맙습니다! ^^

비공개 2016-11-11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츠바이크가 쓴 모든 전기들을 저도 ‘언젠간 읽을 책들‘로 정해두었답니다 ㅎㅎ

감은빛 2016-11-11 14:15   좋아요 0 | URL
저도요. ‘언젠가‘이긴 하지만, 읽으려고 사 모으고 있어요.
 

눈물


얼마 전, 갑자기 작은 아이가 물었다. "아빠, 엄마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지?" 그러자 큰 아이가 곧바로 끼어들었다. "당연하지. 제일 좋아하니까 결혼했지." 아이들에게는 이혼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저 사정이생겨 따로 살게 되었다고 말했을 뿐. 그리고 우리 부부는 꽤 오랫동안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없었다. 늘 둘 중 하나만 아이들과 함께 지냈다. 내가 바쁜 날엔 애들 엄마가. 애들 엄마가 바쁜 날엔 내가 아이들을 돌봤다. 아이들은 그 상황에 익숙했기에, 둘 중 한 사람의 집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도 쉽게 받아들였다. 아이들이 크게 동요가 없었던 것이 무척 고마운 일이지만, 이런 질문을 받으면 무척 곤혹스럽다.


뭐라 답을 하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엄마가 더이상 아빠를 사랑하지 않고, 아빠도 더이상 엄마를 사랑할 수 없는 상황임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나조차 스스로 납득하기 어려운데. 그날 밤, 아이들을 재우고, 혼자 밖에서 담배를 태우면서 계속 울었다. 눈물이 끊임없이 흘렀다. 내가 못난 탓이다 라고 생각했고, 울 필요도 없다고 생각했지만, 생각과 달리 눈에서는 계속 눈물이 흘렀다.


청바지 이야기


그게 몇 해 전이었던가? 15년쯤 전이었던가? 처음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했던 단체의 중간 간부 쯤 되는 국장님께서 청바지를 입고 출근하지 말라고 나에게 경고 한 적이 있었다. 그럼 뭘 입어야 하냐는 물음에 기지바지 같은 걸 입고 오라고 했다. 기지바지 같은 옷을 전혀 입지 않던 나로서는 입을 옷이 없었다. 그 국장님은 나에게 애처럼 그런 옷을 입는다고 했지만, 나는 그런 옷 외에는 입을 옷이 없었다. 그렇다고 활동가가 어울리지도 않게 정장을 입고 다닐 수 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중에 서울에 올라가 고시원에 살면서 학원강사를 하던 시절에는 비슷한 스타일의 정장 바지를 몇 벌 사서 번갈아 입었다. 아이들은 선생님은 맨날 같은 옷만 입고 다닌다고 뭐라고 했다. 그럼 나는 옷장에 같은 옷이 수십벌 있다고 뻥을 쳤다. 그땐 오히려 정해진 옷만 입고 다녀야 했으니 더 편했던 것 같기도 하다. 주말마다 고시원에서 공동으로 쓰는 세탁기를 돌리고, 역시 공동으로 쓰는 다리미로 옷을 다리고 걸어두는 일이 귀찮긴 했지만, 그래도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하는 일은 없었으니까.


아마 고3때였던 것 같다. 당시 만나던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나가려는데, 마침 벗어놓은 청바지를 어머니가 빨아버렸다. 입을 옷이 없었다. 답답해진 나는 여동생에게 옷을 빌렸고, 허리쪽에 꽃무늬가 박혀 있는 여성용 청바지를 입고 나갔다. 당시 내 허리는 여동생과 같은 옷을 입을 수 있는 사이즈였기 때문에 가끔 여동생 바지를 입고 나가기도 했다. 나는 옷이 거의 없었고, 여동생은 옷이 많았기 때문에 그랬다.


그날은 찬 바람이 막 불기 시작한 가을 무렵이었고, 데이트가 끝날 무렵 그 여자 아이가 목에 걸고 있던 스카프가 바람에 날려서 내가 달려가서 주웠다. 스카프를 줍기 위해 쪼그려 앉은 순간, 허리 쪽에 프린트 되어 있던 꽃무늬가 보였던 모양이다. 그 아이는 이게 뭐냐고 막 웃도리를 들추며 자꾸 놀렸고, 나는 여동생 청바지를 빌려 입고 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열심히 설명했다. 그 아이는 어떻게 여동생 옷이 들어가냐며 놀랐고, 내 허리를 껴안고 내게 몸을 기댄채 한참 시간을 보냈다.


지금 자주 입지 못하는 옷 중에 애들 엄마가 작어서 입지 못한다고 준 옷이 있다. 나한테 허리는 충분한데, 사타구니 부위가 불편해서 입기가 어렵다. 그리고 아래로 내려갈 수록 나팔바지처럼 퍼지는 모양이라 썩 모양이 예쁘지도 않다. 그래서 자주 입지는 않지만, 가끔 입을 옷이 없을 때 급하게 입기 위해 그냥 계속 갖고는 있다.


여름에 구매한 청바지는 허리는 남지만, 허벅지와 사타구니가 편한 옷으로 샀다. 쿨맵시라고 했던가. 얇고 편해서 좋았지만, 허리가 커서 불편했다. 난 평소 돌아다닐때 늘 뛰어다니는데, 뛸 때마다 바지가 흘러내렸다. 결국 십년 넘게 버려뒀던 허리띠를 찾아서 매야했다. 그렇게 허리가 큰 바지를 선택하는데 이유가 있었다. 바로 허리가 딱 맞는 사이즈를 선택하면, 허벅지와 사타구니 부위가 꽉 쬐어서 불편했기 때문이다. 허리가 맞으면 그 아래가 불편했고, 허벅지와 사타구니가 괜찮은 사이즈는 허리가 남았다. 


청바지 뿐 아니라 면바지라도 허리띠를 하지 않는 편이다. 일단 아침에 옷을 입는데 하나의 단계가 더 필요하다는 단점이 있고, 허리띠의 무게만큼 바지가 더 무겁다. 무엇보다 옷을 입으면 허리띠만큼 뽈록 튀어나와서 옷 맵시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허리띠가 필요없는 옷을 입으려하는데, 최근에는 게속 실패하고 있다.


며칠 전에도 반값 할인이라는 문구를 보고 1시간이 넘게 청바지를 입어봤으나, 허리가 맞으면 앞에서 얘기한 것처럼 사타구니가 불편했다. 좀 편한 옷을 고르면 허리가 남았다. 허리띠를 매야 했다. 여름에 저 쿨맵시라는 청바지를 사고 후회했던 기억이 강하게 남아 있어 결국 옷을 사지 못하고 돌아섰다.


또 며칠 전에 겨울 청바지 하나를 수선했다. 한 5~6년 전에 누군가에게 받은 청바지였다. 두꺼운 옷이라 겨울에 주로 입었는데, 한 4년 전쯤 단추가 날라갔다. 옷핀으로 고정하고 한 1년쯤 더 입었는데, 그게 무척 보기 싫었다. 어느 여성이 술자리에서 옷핀으로 고정했어도 다 보인다고 지적을 한 후에야 그 옷을 입지 않았다. 그리고 며칠 전 옷수선 가게에서 단추를 다시 달았다. 몇 년 만에 다시 입어보니 그 옷도 허리는 딱 맞았지만, 사타구니가 불편했다. 어, 예전에도 그랬던가? 그땐 내가 자주 입고 다녔는데, 이렇게 불편했는데 자주 입었던가? 잘 모르겟다. 허리는 최근에 뱃살이 빠져서 오히려 살짝 큰 느낌인데, 그 아래는 불편했다. 


허리띠 없이 청바지를 입고 싶은데, 왜 나는 입을 수 있는 바지가 없을까? 여동생이나 애들 엄마를 비롯해서 여성들이 입는 청바지도 허리 사이즈로는 충분히 입을 수 있는데, 다른 이유로 입을 수 없는 게 아쉽다. 유니섹스 시대라고 남녀 구분없이 입을 수 있는 옷을 판다는데, 그 부위를 조금 널널하게 만들어주면 안 될까? 


더불어 청바지를 입다보면 유난히 그 부위가 빨리 해져서 못 입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내 몸에 잘 맞고 색상도 맘에 들어서 좋아했던 청바지는 항상 사타구니 아래쪽 부위가 찢어져서 버렸다. 좀 튼튼하게 만들어주면 안될까? 이건 일부러 여기만 약하게 만든다는 오해가 들 정도로 늘 거기만 찢어지니 말이다.
















관심 있는 책이 나왔다. 공동 저자 중에 한 사람은 아는 사람이다. 소위 하위 문화라고 불렸던 B급 문화와 철학은 연결시켰다. 내가 딱 좋아할만한 성격의 글이다. 동네 서점에서 사서 읽어야 겠다. 


어제 집회에는 결국 참여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교정을 많이 보지도 못했다. 이럴 거였으면 차라리 집회에 갔으면 좋았을 걸. 후회해봐야 소용없다. 민중 총궐기인 12일엔 아침부터 발전소 청소를 가야 한다. 그 전날엔 아이들이 와서 자는 날이어서, 일찍 일어나 아이들을 깨워서 밥을 먹이고, 빌리기로 한 트럭을 찾아서 사다리를 빌려서 발전소로 가야 한다. 생각만으로도 정신이 없을만큼 바쁜 일정이 될 거다. 발전소 청소 역시 만만한 일정이 아닐거다. 지난 번에 해보니 허리가 무척 아팠다. 그래도 오전에 청소를 끝내고, 오후엔 잠시 쉬고 집회를 나가야지. 열심히 싸워야 아이들에게 떳떳한 아빠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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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년 2016-11-08 1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흥미로운 내용의 글 감사드립니다.

댓글을 쓰고 싶은 생각에 글을 적어봅니다.





“나중에 서울에 올라가 고시원에 살면서 학원강사를 하던 시절에는 비슷한 스타일의 정장 바지를 몇 벌 사서 번갈아 입었다. 아이들은 선생님은 맨날 같은 옷만 입고 다닌다고 뭐라고 했다. 그럼 나는 옷장에 같은 옷이 수십벌 있다고 뻥을 쳤다. 그땐 오히려 정해진 옷만 입고 다녀야 했으니 더 편했던 것 같기도 하다. 주말마다 고시원에서 공동으로 쓰는 세탁기를 돌리고, 역시 공동으로 쓰는 다리미로 옷을 다리고 걸어두는 일이 귀찮긴 했지만, 그래도 무슨 옷을 입어야 할지 고민하는 일은 없었으니까.”





한 때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적이 있었지만 패션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도 하나의 공부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귀찮더군요, 겉치장하는데 집중하면 다른 곳에 정신적 에너지와 시간을 투자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스티브잡스는 똑같은 옷을 번갈아가면서 입는다는 소리를 들은 것 같네요. 인간이 쓸 수 있는 뇌와 시간의 한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선택과 집중을 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겉치장에 너무 과도한 관심을 가지게 되면 오로지 ‘패션’에만 몰두하게 되어서 다양한 분야의 지식이나 지혜를 쌓는 것을 못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유독 한국이라는 나라는 패션에 민감하고..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들에게 쓸데없이 과도하게 참견을 하기 때문에 자신보다는 상대의 눈치를 보는 일이 많기 때문에 겉치장하는 것에 몰입할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남의 옷 입는 것에 뭐 그리 참견이 참 많은지.. 옷 사는데 100원도 투자해주지 않았으면서요..








“ 아마 고3때였던 것 같다. 당시 만나던 여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나가려는데, 마침 벗어놓은 청바지를 어머니가 빨아버렸다. 입을 옷이 없었다. 답답해진 나는 여동생에게 옷을 빌렸고, 허리쪽에 꽃무늬가 박혀 있는 여성용 청바지를 입고 나갔다. 당시 내 허리는 여동생과 같은 옷을 입을 수 있는 사이즈였기 때문에 가끔 여동생 바지를 입고 나가기도 했다. 나는 옷이 거의 없었고, 여동생은 옷이 많았기 때문에 그랬다.




그날은 찬 바람이 막 불기 시작한 가을 무렵이었고, 데이트가 끝날 무렵 그 여자 아이가 목에 걸고 있던 스카프가 바람에 날려서 내가 달려가서 주웠다. 스카프를 줍기 위해 쪼그려 앉은 순간, 허리 쪽에 프린트 되어 있던 꽃무늬가 보였던 모양이다. 그 아이는 이게 뭐냐고 막 웃도리를 들추며 자꾸 놀렸고, 나는 여동생 청바지를 빌려 입고 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열심히 설명했다. 그 아이는 어떻게 여동생 옷이 들어가냐며 놀랐고, 내 허리를 껴안고 내게 몸을 기댄채 한참 시간을 보냈다. “





여성용 청바지를 입으셨다니... 놀라운 일입니다...

더욱이 꽃무늬로 자수된 청바지를 입고 나가셨군요...

그래도 그러한 일(어머니께서 청바지를 세탁하신)을 계기로 좋은 시간을 보내신 것 같습니다.

이러한 것을 두고 전화위복이라고 해야 되나요.

물론, 들키지 않기 위해서 마음 졸이면서.. 정신적 에너지를 과도하게 소비한 것은 힘든 일이었지만..









“ 여름에 구매한 청바지는 허리는 남지만, 허벅지와 사타구니가 편한 옷으로 샀다. 쿨맵시라고 했던가. 얇고 편해서 좋았지만, 허리가 커서 불편했다. 난 평소 돌아다닐때 늘 뛰어다니는데, 뛸 때마다 바지가 흘러내렸다. 결국 십년 넘게 버려뒀던 허리띠를 찾아서 매야했다. 그렇게 허리가 큰 바지를 선택하는데 이유가 있었다. 바로 허리가 딱 맞는 사이즈를 선택하면, 허벅지와 사타구니 부위가 꽉 쬐어서 불편했기 때문이다. 허리가 맞으면 그 아래가 불편했고, 허벅지와 사타구니가 괜찮은 사이즈는 허리가 남았다. ”





유독 바지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접하는 것 같은데 허벅지는 굵고 허리는 얇은 것 때문에 걱정이신 것 같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적당한 바지가 있습니다.



밴딩 바지라고 허리는 프리사이즈로 자유롭게 조절가능하고, 허벅지는 굵으시다니 좀 큰 사이즈로 구매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허리띠도 필요 없고 면바지뿐만 아니라 밴딩으로 된 청바지도 있습니다.




“허리띠 없이 청바지를 입고 싶은데, 왜 나는 입을 수 있는 바지가 없을까? 여동생이나 애들 엄마를 비롯해서 여성들이 입는 청바지도 허리 사이즈로는 충분히 입을 수 있는데, 다른 이유로 입을 수 없는 게 아쉽다. 유니섹스 시대라고 남녀 구분없이 입을 수 있는 옷을 판다는데, 그 부위를 조금 널널하게 만들어주면 안 될까?




더불어 청바지를 입다보면 유난히 그 부위가 빨리 해져서 못 입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내 몸에 잘 맞고 색상도 맘에 들어서 좋아했던 청바지는 항상 사타구니 아래쪽 부위가 찢어져서 버렸다. 좀 튼튼하게 만들어주면 안될까? 이건 일부러 여기만 약하게 만든다는 오해가 들 정도로 늘 거기만 찢어지니 말이다.“




예... 맞습니다...유니섹스 시대에 남녀구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옷들이 평균적인 몸매를 지닌 이들의 기준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수선을 하지 않고서는 입을 수 없는 것 같더군요.

바지 길이가 짧으면 바지의 폭도 줄어들고 바지 길이가 길어지면 바지의 폭도 늘어납니다.

다리가 짧고 다리가 굵은 사람도 있는데 말이죠..

그런 유형의 사람들은 바지 구매하는데 있어 상당히 많은 고뇌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가 있더군요..







솔직하면서도 유쾌하지만 씁쓸함(공감하기 때문에)을 느낄 수 있는 글 감사드립니다...^^

항상 감은빛님의 글을 읽으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꾸밈이 없는 솔직담백한 글이 상당히 인간적이라는 느낌이 든다는 것입니다.

저 또한 솔직하게 글을 쓴다고 쓰지만 모든 치부(부끄러울 수 있는 흑역사와 콤플렉스)를 드러내지는 않으니까요.






섬세한 아버지, 따뜻한 아버지, 정의로운 아버지, 멋을 아는 아버지, 휴머니즘이 물씬 풍기는 아버지로서 남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일요일 주말 아침 즐겁고 평온하고 행복한 하루되시길 바랍니다..^^


감은빛 2016-11-08 18:54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김영성님.

집에서 나와 살기 전까지는 여동생이 잘 입지 않는 바지를 제가 종종 입었어요.
그땐 청바지 딱 한 벌로 그 옷이 찢어져 버리기 전까지 입고 지냈거든요.

허벅지가 그렇게 굵은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제 허리에 맞는 사이즈를 입어보면 불편하더라구요.

알레프님은 누구시죠?
잘못 쓰신거죠? ㅎㅎ

저 또한 모든 치부를 드러내며 글을 쓰진 않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요.
수위조절을 잘 해야겠지요.

칭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칭찬을 읽으니 기분이 조금 나아지네요. ^^

커피소년 2016-11-08 19:41   좋아요 0 | URL





댓글 감사드립니다. 감은빛님








“ 집에서 나와 살기 전까지는 여동생이 잘 입지 않는 바지를 제가 종종 입었어요.
그땐 청바지 딱 한 벌로 그 옷이 찢어져 버리기 전까지 입고 지냈거든요.“






남동생의 바지가 아닌 여동생의 바지를 입으셨다고 하셔서 매우 신기했습니다.ㅎㅎ

남성과 여성의 신체구조가 달라서 인지 제가 체형이 커서 그런지 저는 절대 여성복을 입을 수가 없거든요..ㅎㅎ










“허벅지가 그렇게 굵은 편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제 허리에 맞는 사이즈를 입어보면 불편하더라구요.“







보통 허벅지와 허리는 평균적인 체형을 기준으로 나오는데 혹시.. 허리가 많이 가늘어서 그런 것이 아닌지요..ㅎㅎ

허리가 맞는 경우는 작은 사이즈라서.. 허벅지가 끼고.. 허벅지와 사타구니가 괜찮은 경우는 사이즈가 큰 편이라 허리가 남고..

참 애매하네요..ㅎㅎ

아무튼 감은빛님 블로그에 몸매나 옷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것 같아서 관련 이야기를 해보았습니다..^^

알라딘에서 보기 힘든 주제이기도 하고요..ㅎㅎ









“알레프님은 누구시죠?
잘못 쓰신거죠? ㅎㅎ“






아 제가 이런 실수를 다 하네요..ㅎㅎㅎ

보통 이웃 분들의 아이디를 헷갈리는 경우가 드문데 감은빛님과 너무 비슷한 느낌의 알라디너분이 계셔서요.

알라디너 ‘알레프’님이라고 감은빛님과 느낌이 비슷하신 분이 있으십니다..ㅎㅎㅎ

감은빛님 프로필 볼 때 마다 알레프님 생각이 나서 그랬나봅니다..ㅎㅎㅎㅎ








“저 또한 모든 치부를 드러내며 글을 쓰진 않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요.
수위조절을 잘 해야겠지요.“





예. 모든 치부를 드러내는 글을 쓰는 것은 안 될 일입니다.

모든 것을 드러내는 것이 좋은 일은 아닐 테니까요..

다만 제 글과 비교했을 때 감은빛님의 글이 더 솔직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ㅎㅎ










“ 칭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늘 일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칭찬을 읽으니 기분이 조금 나아지네요. ^^ “





저도 감은빛님의 솔직하고 재미있는 글 덕분에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평소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시는 것 같습니다..

섬세함이 없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겠지요..

헬조선에서 살아남는 방법은..섬세함을 버리는 것인데..

섬세하지 않아서 헬조선이 된 것이라면...

조금씩 바꿔나갈 수 있도록 해야겠지요..

섬세한 것이 이상하게 되는 세상..

지금 모든 것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으니.. 분명 세상이 틀린 것이겠죠..



감은빛님과 같이 마음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분이 동시대를 같이 살아간다는 것이 삶에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힘든 시대를 살아가면서 섬세함과 소신을 잃지 않고 정의를 위해 힘쓰시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평온하고 행복한 저녁 되시길 바랍니다.^^


mira 2016-11-06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으면서도 감성적인 글이네요 화이팅입니다

감은빛 2016-11-08 18:47   좋아요 0 | URL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토요일 아침


토요일 아침. 평소보다 훨씬 일찍 눈을 떴다. 잠시 일본어를 들여다보다가, 조금 더 자고 싶어서 눈을 감고 아이들 곁에 누워서 이마에 입을 맞추고 꼭 껴안았다. 녀석들은 귀찮다고 몸을 돌려버렸다. 눈을 감고 있어도 잠이 안와서 포기하고 일어났다. 어제 세탁기를 돌렸다가 아이들 씻느라 마지막 헹굼을 못 했던 걸 떠올리고, 우선 빨래를 다시 돌렸다. 쌀을 씻어서 불리고, 뭘 만들지 고민하면서 냉장고를 열어봤다. 어제 저녁에 된장찌게를 끓이려고 두부와 애호박을 사놓았다. 그리고 야채 몇 가지가 있으니, 샐러드를 만들어야 겠다. 며칠 전에 사놓은 곤약을 썰어서 끓는 물에 데치고, 쌈채소와 깻잎을 씻어서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파프리카를 씻어서 썰었다. 큰 그릇이 없어서 재료를 많이 썰지 않고 적당히 양 조절을 해야 한다. 곤약을 찬 물에 헹궈서 다시 먹기 좋은 크기로 썰고, 소스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했다. 간장, 다진마늘, 참기름, 식초, 매실액, 후추를 섞었다. 준비한 재료 위에 뿌려서 섞은 후 먹어보니 맛이 괜찮았다. 뭔가 조금 아쉬운 느낌도 들긴 했지만, 없는 재료로 만든 것 치고는 이만하면 괜찮은 거지 뭐. 된장이 끓을 무렵 충분히 불은 쌀을 압력밥솥에 넣고 물을 맞춘다. 밥 맛은 무조건 물조절이다. 기준선 근처에서 조금 따랐다가 다시 조금 부으면서 맞추고 불에 올렸다.


밥이 다 되고, 된장찌개가 다 끓고, 샐러드가 완성되었다. 녀석들은 오늘따라 늦잠을 잔다. 식사 준비가 다 되었으니, 빨래를 널었다. 라디오 '오늘 아침 정지영입니다'를 듣고 있는데, 알라니스 모리셋의 'Thank you'가 나왔다. 20년 전에 무척 좋아했던 가수였다. 잠시 옛 추억에 젖었다가 방으로 돌아오니, 두 녀석이 깨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그 가운데 들어가서 한 팔에 하나씩 껴안았다. 


왜 하필 나를


며칠 전 어느 단체를 책임지는 사람에게 자기 후계자로 나를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나는 그 단체 회원일 뿐, 아무런 업무 연관성도 없는데, 왜 하필 나를. 또 며칠 전 어느 회의에 꼭 참석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솔직히 내가 굳이 가지 않아도 될 회의라서 안 갈 생각이었는데, 부탁을 받고 보니 안 갈수가 없었다. 회의가 끝날 무렵 나에게 와달라고 요청했던 선배 말고 다른 선배가 나를 꼭 원했다고 말했다. 나는 이 회의 논의 내용과 크게 관계가 없는데, 왜 하필 나를.


예전부터 주위 사람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은 적이 많았다. 왜 사람들은 나처럼 못난 인간을 좋게만 봐줄까? 그건 본질을 잘 모르고, 그냥 눈에 보이는 것만 보기 때문이 아닐까? 어쨌거나 사람들이 나를 좋게 보는 면이 어떤 것들인지 한번 생각해봈다. 우선 외모에 대한 건 대부분 착하게 생겼다는 얘기다. 인상이 좋다. 순한 인상이다. 뭐 이런 얘기들. 다음으로 태도. 사람들의 이야기나 의견을 주의깊게 열심히 듣는 편이라 그런 점에서 좋은 평가를 자주 받는다. 잘 듣는 사람. 그래서 후배들이 고민 상담을 청하는 경우도 많았다. 말할 때는 차분하게 진지하게 신중하게 말한다. 내 말 한 마디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속 생각하면서 말하는 편이다. 학원 강사를 했던 시절부터 어떻게 하면 내 말을 상대방이 쉽게 알아들을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어떤 생각을 떠올리면 그 생각을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단어에 대해 고민하곤 한다. 그런 점에서 쉬운 설명과 자신감 있는 태도 등이 사람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 


내가 잘 하고 또 좋아하는 건, 강의나 발표인 것 같다. 사람들 앞에서 내가 잘 알고 있는 뭔가를 알기 쉽게 알려주는 일이 좋다. 아이들 대상으로 한 강의도 좋고,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도 좋았다. 그렇게 설명하고 있는 나 자신은 좀 많이 멋있어 보이고, 재밌게 설명을 잘 한다는 말을 들으면 뿌듯하다. 또 글쓰는 일도 좋다. 글을 잘 쓰기 위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하지만, 업무와 관련된 글이거나 청탁받은 글이라서 부담감이 생겨서 그렇지. 평소 내가 원해서 쓰는 건 재밌다.


활동가가 되고 나서 제일 많이 한 일은 아마 회의가 아닐까? 수많은 회의들이 늘 나를 기다리고 있다. 회의를 잘 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우선 그 회의의 성격과 안건에 대해 충분히 알고 들어와야 하고, 자신이 아는 것만 떠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잘 듣고, 자신의 의견을 핵심적인 내용만 짧고 간결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의 주최자가 되면 또 입장이 달라진다. 그때는 빅마우스(말이 많은 사람)를 견제하고, 입을 잘 열지 않는 사람들이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체 분위기를 읽고 흐름이 끊기지 않으면서 원활한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잘 조율해야 한다.


최근 누군가 나를 '회의쟁이'라고 불렀는데, 예전에 누군가는 '회의주의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나라고 그 많은 회의를 원해서 다니겠나? 회의를 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피곤한 일이다. 그리고 회의 결과에 따라 늘 해야할 일이 따라온다. 몇 해 전, 녹색당 초창기에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이 모여 회의를 하다보면 늘 이야기가 산으로, 바다로, 엉뚱하게 흘러가곤 했는데, 그런 흐름을 바로 잡고 제대로 논의를 하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그러다보면 저절로 나에게 많은 역할이 주어지고, 많은 일을 떠안게 될 수 밖에 없다. 지금도 몇몇 연대단위 회의를 가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일을 자꾸 떠안게 되어서 이젠 웬만하면 회의에서 안 떠들고, 가만히 있으려고 노력하는데, 뭔가 분위기가 잘못 흘러간다 싶으면 나도 모르게 개입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내가 잘 못하는 일들, 나의 단점도 무척 많다. 우선 나는 다소 완벽주의자 기질이 있다. 이게 어떨 때에는 장점이 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단점으로 작용한다.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고 싶은 욕심이 크다보니, 어떤 일을 두고 판단할 때, 이게 완벽하게 될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 잘 손을 대지 않게 된다. 그게 꼭 필요한 일이고, 급한 일인데, 내 판단에 아무리 봐도 완벽하게 될 것 같아 보이지 않으면 하기가 싫고, 자꾸 피하게 된다. 또 해야할 일들의 목록 중에서 우선 순위가 높아도, 아직 이 일이 완벽하게 풀려갈 상황이 조성되지 않았다면, 완벽한 환경이 만들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경향도 있다. 그렇게 일을 미루는 것은 매우 나쁜 버릇인데, 이 완벽을 추구하는 기질 때문에 쉽게 고치지 못하고 있다.


또 나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쉽게 지치고 상처받는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하는 태도와 예민한 성격 탓에 별거도 아닌 상대방의 말이나 태도가 계속 마음에 남는다. 이건 다음에 또 일 때문에 그를 만날 때, 나를 불편하게 만들고, 그 불편함이 결국은 그 일이 잘 풀리지 않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한다.


나는 기본적으로 게으른 사람이다. 느긋하고 여유있는 삶을 좋아한다. 어쩌다 이렇게 정신없고 바쁜 삶을 살고 있지만, 본성은 그런 삶과 어울리지 않는다. 가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이불 속에 누워 하루를 보내는 주말이 제일 좋다. 평소엔 잠을 못자고 밤 늦도록 일을 하거나,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지만, 늘 바쁘게 뛰어다니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일을 해야 하지만, 일주일에 하루쯤은 푹 자고, 아무도 만나지 않고, 어디에도 가지 않고 가만히 시간을 보내야만 이 삶을 버틸 수 있다. 


이렇게 단점이 많은데, 업무 연관성도 없는 곳에서 나를 원하는 건, 그저 보이는 모습이 괜찮아 보이고, 실제로 어떤지는 모르기 때문이겠지. 그냥 단순히 사람 좋아 보이고, 일도 괜찮게 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그렇겠지. 어쨌거나 돈 많이 줄 수 있는 곳에서 나를 원했으면 좋겠다. 20대 후반에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늘 나를 원하는 조직은 돈이 없는 조직이었다.


이런 삶, 슬프다
















강수돌 선생의 [여유롭게 살 권리]를 읽고 있다. 늘 원하는 건, 그런 삶이다. 여유 시간에 책을 읽을 수 있고, 그 책에 대해 충분히 느끼고 고민할 시간도 가질 수 있는 삶. 그 고민과 느낌을 글로 풀어낼 여유가 있는 삶. 또 그 고민과 느낌을 주위 사람들과 만나 함께 나눌 시간을 누릴 수 있는 그런 삶.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늘 시간에 쫓기며 살아가는 삶. 누군가를 만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술을 마시고, 일상의 고단함과 현실의 비루함을 한탄할 수 밖에 없는 삶이다. 


이 책에는 일중독을 일종의 질병으로 생각하고 본인이 일중독에 거렸는지 아닌지 스스로 진단하는 테스트가 있다. 읽어보니 나는 분명히 일중독이더라. 이 병을 치료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스스로가 바뀌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사회가 바뀌어야 변화가 생길 수 있다고 믿는다. 하지만 사회를 바꾸는 건 개인이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일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펴고, 조금씩 인식을 바꿔나가다보면 조금씩 사회도 바뀌지 않을까 싶다.


며칠 전 일 때문에 어느 협동조합 활동가에게 연락을 했다. 퇴근시간을 살짝 넘긴 6시 5분쯤이었다. 그는 '의무 정시퇴근날'이라 사무실을 나왔기 때문에 지금은 도와줄 수 없다고 했다. '의무 정시퇴근날'이라. 나도 그렇고 대다수 협동조합은 열악한 상황에서 많은 일들을 해야 하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야근을 자주 할 수 밖에 없다. 얼마나 야근이 일상이면, 정시 퇴근을 의무 사항으로 정한 날이 따로 있겠나. 


요즘 너무 바쁜 시기인데, 너무 일이 하기 싫다. 그냥 다 때려치우고 어디 아무도 모를 곳에 가서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 든다. 그래야 할까? 그럴수 있을까? 모르겠다. 


오늘 백남기 어르신의 노제가 열렸고, 저녁엔 집회가 있을 예정이다. 낮동안은 아이들과 지내야 하니, 나가지 못하지만, 저녁에 어떻게 할지 고민이다. 마음은 당연히 집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나는 급한 교정 일거리를 맡아 일정에 쫓기고 있다. 오늘밤 교정을 보지 못하면 인쇄 일정을 맞추지 못한다. 일을 해야겠지. 아무리 집회에 나가고 싶어도 꾹 참고 일을 해야겠지. 비록 토요일 밤이지만 꼼짝말고 일을 해야겠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 삶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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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11-05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들을 많이 만나며, 많이 알수록 그 상대방의 감정을 최대한 맞추려고 합니다. 이렇다 보니 저도 쉽게 지치는 편입니다. 진짜 감정을 표출하고 싶은데, 괜히 제가 불리해질까 봐 꾹 참고 넘어가는 일이 많습니다. 상대방이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것도 힘든데, 제 자신의 소극적인 행동에 한 번 더 괴로워집니다. ^^;;

감은빛 2016-11-08 18:43   좋아요 0 | URL
저는 사람에 따라 꽤 달라지는 것 같아요.
어떤 사람에게는 감정을 잘 드러내는 편인데,
또 어떤 사람에게는 안되더라구요.

그런데 사회생활을 오래하다보니 이젠 좀 자연스럽게,
상대방에게 이런 건 좀 불편하다는 느낌을 주거나,
이런 태도는 좀 아닌 것 같다는 뉘앙스를 전달할 수 있게 되더라구요.
일로 만나는 사람들에겐 좀 쿨하게 대할수 있게 된 것 같아요.

samadhi(眞我) 2016-11-06 1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엘라니스 모리셋 노래 좋아해요. 엊그제 같은데 그새 세월이 그렇게 흘렀나요. 목소리가 정말 예쁜데. 너무 빨라서 차마 따라 부르지는 못 하고.

감은빛 2016-11-08 18:46   좋아요 0 | URL
세월이 참 빠르죠!
[You Oughta Know]를 매일 들었던 게 96년이었던 것 같아요.
완전 빠져있던 가수였어요.
 


멋쟁이 얼어 죽는다


아침에 집에서 나올 때, 마땅히 입을 겉옷이 없어서 좀 망설였다. 분명 추울텐데, 그렇다고 겨울 잠바를 꺼내입기는 좀 그렇고, 이맘때 입을 만한 옷이 없네. 시청에 가서 공무원을 만나야 해서 조금은 격식을 갖춰야 하는데, 뭘 입어야 할까? 몇 해 전 누군가에게 얻은 얇은 검은색 코트를 입고 나왔다. 나올 때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낮에 여기저기 돌아다닐 때는 오히려 덥기도 했다. 계속 뛰어다녔으니. 그런데 해가 떨어지고 나서는 찬 바람에 많이 추웠다.


늦은 저녁을 먹으러 나서는데, 동네 형님과 마주쳤다. 쓱 보더니. 멋있다고 한 마디 하신다. 그냥 웃으며 지나치려는데, "멋쟁이는 얼어 죽는다"고 한 마디 하신다. 아니 그러니까 난 멋쟁이는 절대 아니고, 그저 입을 옷이 없어서 누군가에게 얻은 낡은 코트를 입었을 뿐이라구요. 하지만 찬 바람 맞으며 식당을 찾아 나서는데, 진짜 추웠다. 얼어 죽을 것 같았다. ㅜㅜ


그제와 어제 입었던 옷은 분명 겉옷, 즉 잠바였는데, 나한테 완전 꼭 맞아서 티셔츠를 입고 그 위에 입으면 지퍼가 잠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지퍼를 열고 다니면 완전 안 어울리는 스타일이라 입을 수가 없었다. 이 옷도 몇 해 전에 누군가가 준 것인데, 이런 옷이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이번에 이사올 때 옷 정리를 하다가 발견했다. 이런 옷이 있었네. 내가 돈 주고 살만한 스타일이 아니었다. 어쨌거나 못 입겠다고 판단하고 다시 옷걸이에 걸어 두려다가 생각했다. 티셔츠를 안 입고 입으면? 그래서 셔츠를 벗고, 속옷(런닝셔츠)만 입고 그 위에 입어봤다. 지퍼가 간신히 잠겼다. 다행히 요즘 배가 쏙 들어가서 입을 수 있었다. 숨을 좀 깊게 쉬면 가슴이 부풀어올라 가슴이 꽉 쬐는 느낌이 들만큼 내 몸에 딱 붙었다. 이건 쫄티가 아니라 쫄잠바라고 불러야 하나. 


안감이 기모로 되어 있어서 따뜻했고, 겉은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래. 이 정도면 셔츠 안 입고 다닐 수 있겠구나. 그러고 이틀 동안 돌아다녔는데, 난방이 잘 된 실내에 있으면 더워서 땀이 났다. 그렇지만 이 옷을 벗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사람들 앞에서 속옷만 입고 있을 수는 없으니. 밤이 되어 찬 바람이 불면 배 밑으로 찬 바람이 들어와서 또 추웠다. 이 옷도 참 입기 애매한 옷이구나. 


거울 보는 것이 즐겁다


오늘 아침 샤워를 하고 알몸으로 거울을 한참 들여다봤다. 이제 거의 결혼 전, 그러니까 20대 후반 몸매로 돌아왔다. 그러니까 공복일 때 그렇다는 얘기. 식사를 하고 나면 배가 좀 나온다. 아직 아랫배가 살짝 나왔고, 옆구리에 조금 군살이 있는데, 이건 아마 술 때문일 듯. 술을 좀 적게 마셔야 완벽한 몸매가 될텐데, 지금 이 삶에서 술마저 마시지 않으면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다. 술이 있어서 그나마 지금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계속 입맛이 없어서 밥을 거의 먹지 않았다. 아침과 점심은 거의 거르고, 저녁엔 술을 마시며 안주를 조금 먹었다. 밥을 안 먹었더니, 이제 밥이 잘 넘어가지 않는다. 어제는 너무 힘이 없고, 자꾸 몸이 축 쳐져서 늦은 점심을 김밥 하나로 때웠는데, 세상에 김밥 한 줄을 다 못 먹겠더라. 삼분의 이 정도 먹고 나서 배가 부른 느낌이 들었다. 예전엔 김밥에 라면까지 다 먹어도 모자랐는데.


운동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마음 먹은게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요 며칠은 계속 못하고 있다. 바쁘기도 하고, 의욕이 안 생기기도 하고. 내 목표는 옷맵시를 위해 뱃살을 빼는 것이 우선이다. 하지만 막 근육을 키우기 위한 운동을 하지는 않는다. 내가 운동을 하는 이유는 전체 근육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내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 근육을 키우는 것과는 좀 다른 차원의 일이다. 그래서 늘 하는 것이 스내치 운동이다.


지금은 바벨을 들 기회가 없어서 케틀벨로 스내치를 익히고 있는데, 아직 자세를 충분히 익히지 못한 상태에서 들기에는 무게가 좀 무겁다. 좀 더 가벼운 무게로 하나 사고 싶은데, 지금 집에서 언제 이사 나갈지 몰라 짐을 늘리는 것이 또 한편으로 부담스럽다. 이미 들어올 때보다 짐이 많이 늘었다. 그래서 덤벨로 마치 바벨을 든 것처럼 스내치를 하는데, 그러기엔 바벨이 또 너무 가볍다. 이래저래 운동에 흥미가 잘 안 생기는 상황이다.


마치 속옷 모델처럼


집을 나와 산 지, 몇 달이 지났다. 제일 먼저 한 일이 전신거울을 사는 거였다. 그리고 누구 눈치 볼 것도 없이 옷을 벗고 거울 앞에서 운동을 했다. 운동을 마치면 내 몸을 기록하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그 사진들만 놓고 보니, 마치 속옷 모델 같은 느낌이 들었다. 계속 속옷만 입은 채로 사진을 찍었으니, 다른 건 바뀐 게 없이 매번 다른 속옷을 입고 찍은 사진들. 속으로 부업으로 속옷 모델을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봤으나, 그러기엔 얼굴도 안 되고, 키도 작았다. 근 선명도가 좋은 편이라 보기에는 그리 나쁘지 않지만, 근육이 큰 편이 아닌 것도 문제다.


그래도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속옷 상자에 실린 사진에는 얼굴이 안 나온다. 키도 크게 문제 될 것이 없겠다. 그저 복근이 선명하고, 허벅지 근육이 탄탄하면 좋겠다. 복근은 뱃살이 빠지면서 많이 선명해지긴 했지만, 아직 좀 부족하다. 허벅지는 음 글쎄. 예전부터 워낙 하체 운동을 등한시해서 그닥 자신이 없다. 역시 안 되는 구나. 속옷 모델.


관심 도서


누구한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늘 혼자 운동을 하다보니 책을 읽으며 자꾸 배워야한다. 동영상도 계속 찾아봐야 하고. 운동 관련 책은 늘 비싸서 사려면 부담스럽다. 도서관에도 책이 다양하게 구비되어 있지 않고, 빌려 읽어서는 또 아쉽운 점이 많다.


한동안 맨몸 운동에 집중했을때, 데스런 동영상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 전에는 맨몸 운동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얻기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는데, 완전 잘못된 판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맨몸으로도 엄청난 강도로 운동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책은 어떨지 궁금하다.





내가 목표로 하고, 재밌어하는 운동은 온 몸의 힘을 코어에 집중해야 하는 운동이다. 하지만 코어 근육을 강화하는 방법은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늘 나오는 프랭크와 복근 운동 몇 가지 외에도 더 재밌고 다양한 운동이 있을테고, 따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런 책이 있었네.


요거 조만간 구해서 따라해 봐야겠다.







바벨 운동은 어렵고 힘들다. 몸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맞지 않고, 무게가 무겁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강한 힘을 내어 한계에 가까운 무게를 들어올리는 기쁨은 무엇에도 비할 수 없다.


기초를 탄탄히 다져야 실력이 꾸준히 늘텐데, 어릴 때 약수터에서 어떤 아저씨에게 돌 역기를 들어올리는 방법을 배운 게 다였고(다행히 인상과 용상 둘 다 배우긴 했다), 그것도 꽤 오랫동안 바벨 운동을 안 하면서 다 잊어버렸다. 


스내치에 미쳐서 운동에 다시 흥미를 가진 게, 2013년이었던가? 그때부터 4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지만, 별로 실력이 늘지 않았다. 좀 안정적인 집을 구하면 제일 먼저 할 일은 바벨을 사는 것. 지금까지처럼 띄엄띄엄 헬스클럽에 등록했을 때에만 해서는 당연히 실력을 늘릴 수 없다. 가까이 두고 자주 해야 그만큼 더 늘겠지.


그냥 덜컥 구매하기엔 책 가격이 좀 부담스럽다. 서점이나 도서관에서 한 번 살펴본 후에 구매를 결정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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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나린 2016-11-02 0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른 아침부터 눈이 즐거워지는 책을 소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근데 감은빛님 글케 식사를 제때 안하고 거르심 나중에 위염으로 마니 고생하실수도 있으니 저염식 다이어트 식단으로 될수있음 꼭 챙겨드세요.여의치 않으심 닭가슴살과 과일.채소 만이라두요^^

감은빛 2016-11-02 12:19   좋아요 1 | URL
안녕하세요. 매너나린님.
염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제가 평소엔 잘 챙겨먹는 편이예요.
요즘 좀 유난히 입맛이 없어서 그랬네요.
말씀하신대로 잘 먹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매너나린 2016-11-02 12:25   좋아요 0 | URL
멋도 좋지만 감기 걸림 멋있긴 커녕 더 추레하게 보일수 있으니 옷도 따뜻하게 챙겨 입으시구요^^
꼭 빈속에 술과 안주로 때우는 일은 없으시길 바래요!건강한 하루 되세요~~

다락방 2016-11-02 0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1. 위에 매너나린 님 말씀처럼 나중에 위염으로 고생하시지 않게 끼니 잘 챙겨드세요.

2. 거울 보는 게 즐겁다니, 부럽습니다. 저는 언제나 `내일부터` 다이어트를 외치고 있는데요 ㅠㅠ
뻐킹 다이어트 ㅠㅠ

3. 운동 화이팅!!

감은빛 2016-11-02 12:2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1. 잘 챙겨 먹을게요.

2. 다이어트를 하려던 건 아니었는데, 뱃살은 빠졌네요.
잘 먹고 사는게 좋은 거죠. 다이어트 따위 신경쓰지 마세요.

3. 아무래도 조만간 케틀벨을 사야겠어요.
바벨을 사긴 어려우니, 케틀벨 스내치에 본격적으로 도전하려구요.

cyrus 2016-11-02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동 관련 책까지 살 정도로 꾸준히 운동하는 감은빛님의 모습이 존경스럽습니다. 저는 천성적으로 게으른데다가 만약 운동을 한다고 해도 운동 관련 책은 사지 않을 것 같습니다. ^^;;

감은빛 2016-11-05 13:06   좋아요 0 | URL
혼자 운동을 하다보니 늘 불확실하고 모르는 게 생겨요.
누구 물어볼 사람도 없고,
검색은 늘 한계가 있으니, 책의 도움을 받을 수 밖에 없죠.
벌써부터 좋은 책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