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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호로 역 다다 심부름집 - 제135회 나오키 상 수상작
미우라 시온 지음, 권남희 옮김 / 들녘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미우라 시온의 제 135회 나오키 상 수상작이다.
우연히 별 기대없이 그냥 읽었는데, 의외로 괜찮은 작품이었다. 우습게도 책을 다 읽고 나서 그제서야 나오키상 수상작이라는 책 표지의 소개문구를 보게 되었다. 그래! 역시 평범한 작품이 아니었어! 미우라 시온이라는 작가는 알고보니 내 또래였다. 작중 주인공인 다다와 교텐도 정확한 나이는 안나오지만 동갑임이 틀림없다! 비록 나라는 다르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역시 공통으로 느낄 수 있는 어떤 정서가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문득 해본다.
일단 책은 그다지 분량이 많지 않아서 집중해서 읽었더니 너댓시간만에 다 읽었다. 번역도 상당히 잘 되어 있는 듯해서 크게 거슬리는 부분 없이 매끄럽게 읽을 수 있었다. 무엇보다 이 책이 비교적 읽기 쉬운 가장 큰 이유는 작품이 상당히 쉽지 않은 얘기를 하고 있으면서도 상당히 쉽게 얘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볍게, 편하게 다다와 교텐의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순간 문득 어떤 묵직한 감정이 느껴지는데, 바로 이런 점이 이 작품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류의 화법은 아무나 쉽게 구사할 수 있는 게 아니므로, 작가의 기량이 대단하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좋은 점만 있을 수는 없듯이, 좀 아니다 싶은 부분도 여기저기 눈에 띈다. 우선 두 주인공 중에 더 중심인물인 다다에 대한 부분은 상당히 잘 그려놓고 있는데 반해, 교텐 쪽은 아무래도 뭔가 부족함이 느껴진다. 원래 교텐이란 인물이 워낙 그런 인물이라 어쩔 수 없다고 볼 수도 있겠고, 혹은 작가가 일부러 그 정도로만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런 차원의 얘기가 아니다. 웬지 작가가 아직은 이정도의 캐릭터를 원활하게 표현할 수 있을 정도의 인생경험이 없다라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이런 의심은 작품을 두번째로 찬찬히 읽었을 때 더욱 뚜렸해진다.
교텐에 대한 에피소드들은 하나같이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살아 숨쉬는 얘기가 아닌 죽은 얘기 같단 말이다. 그에 비해 다다에 대해서는 굉장히 생생하게 살아있는 얘기처럼 느껴진다. 다다의 표정 하나하나가, 말 한마디가, 몸짓 하나가 바로 생생하게 머릿속에서 그려지고 다다라는 인물을 잘 느끼게 해주지만, 교텐쪽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렇지 못하다. 뭔가 어색하고 뭔가 불편하다. 나라면 이렇게 표현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느낌이 계속 든다.
이런 점은 작품을 깊게 읽으면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들에서 무수히 발견되기도 한다. 쉽게 말하면 주요 사건들과 인물들의 관계에 대해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여러차례 받게된다. 하지만 이건 너무 엄밀하게 따지고 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다시 생각해보면 처음 읽었을 때는 대부분 그냥 넘어갈 수 있을정도였으니까.
그래 이 작품은 적당하게 쉽게 읽고 즐기면서 적당한 만큼의 감동을 만끽할만한 분량의 작품인 것 같다. 이 표현이 결코 이 작품이 하찮은 작품이란 뜻은 아니다. 오히려 분량에 비해 그리고 쉽게 즐기고 읽을 수 있다는 점에 비해 이 작품이 품고 있는 내용은 대단한 것이다. 나는 너무 가혹하게 매스를 갖다대어 평가한 것이리라.
상처를 품고 살아가는 삼십대, 조용한 변두리 역 주변, 왠지 묘하게 어울리지 않으면서 어울리는 관계들과 사건들, 엉뚱하고 참심한 일상의 얘기들 속에서 작가의 매력은 빛을 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