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목요일인 2월 27일에는 녹색당에서 마련한 강연이 있었다. [시대를 읽다]라는 제목의 3회 연속 릴레이 강연으로 이 시대의 약자인 노동자, 성소수자, 여성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였다. 각 약자의 대표로 김진숙 지도위원, 김조광수 감독, 정희진 선생이 바톤을 이어받으며 강연을 했다. 각각의 강연 제목은 "이 시대에 '노동자(성소수자, 여성)'(으)로 살아간다는 것"이었다. 앞의 두 강연, 김진숙 지도위원과 김조광수 감독의 강연은 시간이 맞지 않아 듣지 못했다. 마지막 강연은 꼭 듣고 싶어서 일정표에 중요 표시까지 해놓았는데, 평소 정희진 선생의 글과 생각에 동의하고 또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 날은 유난히 강연을 가기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우선 그 날은 내가 아이들을 돌보는 날이었다. 아내도 정희진 선생을 좋아해서 가고 싶어했으나, 선약이 있었다. 퇴근하고 집에 들러 아이들을 데리고 다시 강연장인 정동까지 가면 강연 시작시간인 7시는 훌쩍 넘어갈 게 뻔했다. 아마 빨리가도 7시 40분은 될 것 같았다. 게다가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강의에 집중하기 어려울 게 뻔했다. 따로 아이돌봄 서비스는 제공이 안 될 것이고, 아이들이 긴 시간 지루해하지 않으며 잘 견뎌줄 지 걱정이었다. 보통 회의 참석이나 행사 참석 때에는 걱정없이 데려가는데, 아무래도 사람들 많고, 조용히 해야 하는 강연은 조심스러웠다.

 

두 번째는 감기였다. 며칠째 나와 아이들과 아내까지 우리 식구들은 모두 감기에 걸려 있었다. 특히 작은 아이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가 이제 조금 좋아진 상태였다. 저녁 시간에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가 늦게 돌아오는 일정이 부담스러웠다.

 

세번째는 며칠째 극성을 부리는 미세먼지였다. 잠시 밖에 다녀와도 목과 코가 불편하고, 그 덕에 감기가 더 심해지는 것 같았다. 어른들이야 뭐 어쩔수 없다고 하더라도 아이들을 미세먼지에 노출시켜가며, 나갔다 오는 것이 또 부담스러웠다.

 

당일 퇴근 전까지 강연을 갈지 말지 여러번 고민을 거듭했다. 결국 강연을 듣기로 결정했는데, 정희진 선생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많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퇴근시간 맞춰서 사무실을 나섰고, 집 근처에서 아내가 데리고 나온 아이들을 만났다. 아내는 약속 장소로 가고, 우린 버스를 기다렸다. 아이들에게 저녁을 먹이지 못하고, 집에서 가져나온 빵 몇 조각을 나눠 먹었다. 하필 우리가 기다리는 버스는 오랫동안 오지 않았고, 날씨가 많이 풀렸어도, 저녁이 되니 제법 쌀쌀했기 때문에 아이들은 춥다고, 왜 우리는 버스를 안 타냐고 한 마디씩 했다.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내려서 잠시 걸었다. 강연장인 '레이첼 카슨 홀'은 예전에 언론재단 건물에 있었는데, 정동으로 옮기고 나서는 처음 가보는 길이었다. 분명 이 근처인데, 길이 쉽지 않았다. 아이들을 길가에 세워두고, 길을 찾아 헤매야 했다. 길을 찾는 와중에 배고픈 아이들을 위해 붕어빵과 계란빵을 조금씩 샀다. 마침내 건물을 찾아서 로비에 들어섰는데, 또 다른 어려움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강연장은 건물 로비의 왼쪽이었는데, 이미 꽉 차서 들어갈 자리조차 없었다. 앉을 자리는 커녕, 설 자리조차 없었다. 게다가 로비에는 아이들을 있을 자리가 전혀 없었다. 의자도 없었고, 추위를 피할 공간도 없었다. 늦게 도착했기 때문에 강연은 한창 진행중이었다. 어떻게 해야하나? 그냥 나가서 배고픈 아이들과 식당을 찾아야하나? 꼭 듣고 싶은 강연이라, 여러 어려운 상황에도 여기까지 왔는데, 이대로 돌아가야 하나? 일단 아이들에게 붕어빵과 계란빵을 먹으라고 하고 잠시 사람들을 밀고 강연장 안으로 들어가봤다. 서있는 사람들에 가려 단상에 선 정희진 선생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말을 잘 들렸다. 강연을 처음 듣는데, 말이 무척 빠르고, 다소 높은 톤의 목소리였다. 강연이라기 보다는 아줌마 수다라는 느낌. 사람들은 강사의 말에 자주 웃었다. 웃을만한 내용이었지만, 그건 농담이라기 보다는 뼈있는 말이었다. 정희진 선생은 누구에게든 날선 비판을 주저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날선 비판을 약간 누그러뜨릴만큼의 부드럽고 편한 분위기를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잠시 서서 들으면서도, 로비에 있는 아이들에게 계속 신경을 쓰고 있었다. 곧 작은 아이가 쪼르르 다가왔다. 다리가 아프니 앉고 싶다는 거였다. 일단 밖으로 나가 아이를 안았다. 의자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전혀 대책이 없었다. 그때 구세주가 나타났다. 로비 안쪽 가운데에 있는 안내대 뒤쪽에서 경비아저씨가 여분의 의자를 꺼내주겠다고 하셨다. 그리고 계단 아래 자투리 공간에서 의자 하나를 꺼내셨다. 아이들은 빵들을 거의 먹어치우고 물을 마시고 있었다. 안내대 뒤쪽으로 갔더니, 또 하나의 구세주가 있었다. 경비아저시가 텔레비전을 틀으놓은 것이다. 아이들은 집에 티비가 없어서, 밖에서 한번 티비를 보면, 마치 빠져들어갈 것처럼 꼼짝도 않고 티비에 집중한다. 여분 의자는 하나 뿐이라서 아이들을 반쪽씩 사이좋게 앉혀 놓았다. 곧 서로 좁다고 밀기 시작했다. 나는 아이들에게 소리지르지 말고, 사이좋게 있으라는 하나마나 한 소리를 해주고 다시 강연장으로 들어갔다.

 

다시 강연장 입구에 간신히 몸 하나 서있을 공간을 차지했는데, 나처럼 뒤늦게 도착한 사람들이 용기를 내서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오거나, 그냥 돌아서서 나가는 모습을 보았다. 포기하고 가는 사람이 여럿이었다. 그제서야 강연장 전체를 돌아보니 뒤쪽에 책상을 쌓아놓은 곳이 있었다. 저 책상들을 빼고 그 자리에 사람들이 서서 들으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올 수 있었을 텐데 싶었다. 난 어차피 아이들에게 신경쓰느라 입구에 서 있는 게 편했다. 강연을 들으면서 자주 밖을 내다보며 혹시 무슨 일이 있나 살피곤 했다.

 

역시 정희진 선생의 강연답게 날카로움이 있었다. 선생은 우선 강연 기획이 너무 상투적이고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것부터 지적했다. 우선 릴레이 강연 각 강사들이 하나의 역할만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누구나 다 노동자이며, 성소수자라는 것을 설명했다. 그래서 유명한 어떤 한 사람을 데려다 단 하나의 역할에 대한 설명을 듣는 다는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자신이 여성을 대표해서 이 자리에 선다는 사실에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자신은 여자라기 보다는 아줌마이며, 또 오히려 남자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도 했다. 또 강의 제목에 대한 문제제기도 했다. "~으로 산다는 것"이 유행하는 말이고, 강연 제목으로 쓰기에 적합하다는 느낌이 있지만, 자신은 이 말을 무척 싫어한다고 했다. 이건 부정적인 느낌을 가진 말이고, 약자가 자신의 피해를 하소연하는 말이라고 했다. 이 자리에서 부정적인 내용 외에도 긍정적인 내용을 다룰수도 있을텐데, 강연 제목을 저렇게 지어버리면 맞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희진 선생이 생각하는 이 강연의 제목은 "약자가 되자"라는 것이었다.

 

정희진 선생의 강연 방식은 다소 산만했다. 이 얘길 하다가 중간에 어떤 중요한 개념을 소개하면, 갑자기 옆 길로 새서 다른 얘길 한참했고, 그러다가 또 돌아와서 원래의 이야기를 잠시 이어가는가 싶다가도 또 다른 옆길로 새곤 했다. 그렇지만 말하고자 하는 중요한 내용은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었다. 많은 다양한 이야기 중에 가장 인상 깊은 내용은 이거였다.

 

여기 있는 사람들이 평범하지 않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용. 강사의 표현을 내 방식대로 다시 풀어쓰면 이렇다. 지금 이 시간에 여기 와 있는 사람들은 그거 자체만으로도 평범한 사람들은 아니다. 평일 저녁 시간에 밖에서 술을 마시거나, 어떤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일단 몸이 불편하거나 아픈 사람들은 안 되고, 그런 사람들을 돌봐야 하는 사람들도 안 되고, 아이들이나 집안 어른들을 돌봐야 하는 사람들도 안 되고(정희진 선생은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왔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일을 해야하거나, 공부를 해야하는 사람들도 안된다. 자, 전체 인구에서 이런 사람들을 다 빼고나면 얼마나 되겠는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밖으로 나오지 않는 사람들,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저녁에 밖에서 술 한잔 마실 수 있는 사람들은 정상인(소위 말해 장애가 없고, 건강한 사람들), 시민(주민등록이 되어 있는 사람들, 선생 말씀으론 주민등록이 말소되었거나, 이주노동자처럼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도 생각보다 많다고 했다.), 고학력(대부분 대졸 이상), 중산층(이 단어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체감이 많이 다르겠지만), 유권자 등 이미 많은 것을 가진 사람들이다.

 

흔히 우리나라에서 두세 다리만 건너면 아는 사람이라는 말을 한다. 강사는 3.5명을 거치면 다 아는 사람이라고 아주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했다. 이 말이 갖고 있는 의미는 그 만큼의 심각한 계급사회라는 뜻이다. 끼리끼리 놀고, 일하고, 생활하기 때문에 자기들끼리는 알게 되는 것이다. 비슷한 경제력에, 비슷한 성적의 학교를 나오고, 비슷한 업계에서 일하기 때문이라는 것. 그래서 쪼개어보면 세분화된 무수히 많은 계급으로 다시 나눌 수 있고, 이 계급의 틀을 벗어나면 아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앞서 말했던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만날 기회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이 말을 들으며 생각난 것이 있었다. 재작년 총선 직후였다. 득표율 2%를 넘지 못해 정당 등록이 취소(얼마전 이 조항이 위헌이라는 판결을 받았고, 같은 이름을 쓰지 못하게 하는 조항도 위헌 판결을 받아, 녹색당의 이름을 되 찾았다.)되는 녹색당, 진보신당, 청년당 이렇게 3당이 선거 뒷이야기를 나눈 '수다회'의 사회를 보았는데, 이때 내가 한 말이 이런 거였다. 나는 정말 녹색당의 득표율이 이정도로 낮을 줄은 몰랐다. 왜냐하면 내 주변에는 대부분 녹색당의 당원이거나, 지지하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막상 선거 결과를 보고서 내가 얼마나 좁은 틀안에 갇혀 있는지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는 말을 했다. 그랬다. 정희진 선생의 말씀처럼 우리는 사실 일반화하기 어려울만큼 특수한, 좁은 사회 안에 갇혀 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마치 이 사회의 평균적이거나, 일반적인 것처럼 착각하면서 말이다.

 

그 다음이 중요하다. 운동가나 지식인이나 정치인 등이 자기 자신의 범주를 벗어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인간은 누구나 그렇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이 사람들(앞서 말한 운동가, 지식인, 정치인)은 이 범주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 사회에서 소위 유명한 좌파 운동가나 지식인 중에서도 이렇게 자기 범주를 벗어난 사람을 별로 보지 못했다고 했다. 자신의 범주를 벗어나 다른 사람들을 만나야 비로소 올바른 운동이나 정치가 이뤄지는 것이다.

 

글을 쓰거나 말을 할 때도 내가 알고 있는 상식이나 내용을 누구나 다 알거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정희진 선생은 되도록 상세하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쓰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보편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의 첫 출발이 되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정말 귀중한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한참 강연을 듣고 있는데, 다시 작은 아이가 다가왔다. 춥다는 것이었다. 로비는 춥긴 했지만, 아까 경비아저씨께서 전기 난로 근처에 아이들을 앉혀 주셔서 괜찮겠지 싶었다. 게다가 강연 도중에 경비아저씨는 자신의 의자마저 양보하고 이리저리 움직이며 잡다한 일을 하고 계셨다. 아마 두 녀석이 의자 하나를 두고 티격태격했을테고, 보다못한 아저씨가 작은 아이를 자신의 의자에 앉혀주시고, 굳이 지금 안 해도 될 일을 찾아 부산하게 움직이고 계신 게 아닐까 싶었다. 고맙고 또 죄송해서 아이들을 데리고 갈까 싶었는데, 당장은 강연을 좀 더 듣고 싶은 마음이 컸다.

 

아직 강연이 좀 남았지만, 더 있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경비 아저씨께도 죄송했고, 나도 배가 고팠고, 계속 서있었더니 다리도 아파오기 시작했다. 아이들도 아마 빵만으로는 요기가 안 되었을테고, 작은 아이 감기가 다 낫지 않은 상황에 춥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애들을 챙겨서 나와야 했다. 경비아저씨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뭐라도 하나 드리고 싶었는데, 가진 게 없었다. 가방에서 잡지 한 권을 꺼내 심심할 때 읽으시라고 전해드렸다. 감사하다는 말씀에 허허 웃으시며 괜찮다고 어차피 할 일이 있어서 일어난 거라고 하셨다.

 

늦게 도착했다가 먼저 일어나느라 강연장에 있던 여러 아는 분들과는 인사도 나누지 못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나오면서 물으니, 배가 고프다고 해서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가서 배를 채웠다.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래도 생각을 크게 열어주는 훌륭한 말씀을 들을 수 있어서 기분은 무척 좋았다. 서둘러 돌아왔는데도, 집에 돌아온 시간은 많이 늦었다. 피곤해하는 아이들을 씻기고 재우느라 조금 애를 먹었다. 아빠 때문에 늦게까지 춥고, 피곤하고, 힘든 시간을 보낸 아이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뽀뽀를 전했다.

 

 

 

 

 

 

 

 

 

 

 

 

 

 

 

아내 덕분에 초판이 나오자마자 구매해서 읽었고,

새로 나온 개정판도 아내가 구해왔다.

지금 우리집 책장에는 두 책이 함께 꽂혀있다.

초판은 너덜너덜해진 상태다.

시간나면 개정판과 초판을 비교해서 읽어보고 싶었는데,

아직 그럴 여유가 없었다.

조만간 꼭 다시 읽어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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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립간 2014-03-05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냥 저의 고민을 말씀드립니다. 누구나 자기 우울 안에 사는 것에 동감하지만, 그 경계를 극복하려는 시도가 자칫 자신의 정체성을 흔드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합니다. 모든 규칙을 갖은 것은 아무런 규칙을 갖지 않는 것과 같을 경우도 많고요. 어쩌면 노회찬씨가 이야기한 정의당이 새로 생기는 야당 통합에 거절한 이유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감은빛 2014-03-05 14:54   좋아요 0 | URL
'우울'인가요? '우물'인가요? 아마도 우물이겠죠?
정체성이라는 것에 대해 토론을 한번 해봐야겠네요.
알을 깨야한다는 은유나, 매트릭스의 빨간약과 파란약이 생각나기도 하네요.
그 범위를 벗어나야 보이지 않았던 범위가 보인다는 뜻이죠.
다른 사람들도 그래야하지만,
특히 운동가나 지식이나 정치인이라면 더욱 그래야 한다는 뜻이죠.

노회찬씨와 정의당의 말씀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 몰라서 공감하기 어렵네요.

마립간 2014-03-05 15:21   좋아요 0 | URL
우물입니다. 오타입니다.

1) 노회찬씨의 정의당에 관한 이야기는 신문 기사가 전부입니다. 그 기사로 받은 저의 개인적 느낌입니다.
2) 알을 깨야 한다. 매트릭스의 약, 한계를 넘어서 범위 등과 그리고 운동가, 지식인, 정치인 등에 주어진 의무 ; 모두 동의합니다. 아마 제 댓글은 제 기준에 의하면 변절로 분류될 운동가, 지식인, 정치인때문에 생긴 선입견일 수 있습니다.
3) 정체성 ; 2번과 같은 이유로, 변하지 않을 정의나 옳음, 선에 갈망에서 비롯된 용어 같습니다.

감은빛 2014-03-06 14:09   좋아요 0 | URL
두번째 말씀을 읽고 나니 어떤 말씀이신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듯해요.
저는 변절한 운동가나 정치인들이 적절한 시기에
자신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그렇게 변한 게 아닌가 싶어요.
정체성이라는 건 고정된 어떤 상태나 개념처럼 느껴지지지만,
실은 끊임없이 성찰하고 바꿔나가야 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덕분에 조금 더 생각의 범위를 넓혀 보네요.
말씀 고맙습니다!

단발머리 2014-03-05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범주를 벗어나 다른 사람들을 만나야 비로소 올바른 운동이나 정치가 이뤄지는 것이다."라는 문장이 마음에 와닿네요.

아이들이랑 힘들게 강연장 찾아가는 모습이 막 그려져요. 참 부지런하시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아는 것에 멈추지 않고, 더 좋은 모습으로 변화하려는 아빠의 적극적인 모습을 아이들도 예쁘게 기억할것 같아요.

보내주신 책선물 잘 받았습니다. 감사해요, 감은빛님. 잘 읽겠습니다^^

감은빛 2014-03-05 14:49   좋아요 0 | URL
그 문장으로 정희진 선생이 말씀하신 건 아니예요.
제가 들은 내용으로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어쩌면 강사의 의도와 관계없이 제가 잘못 해석한 것인지도 몰라요. -_-;;

책 잘 받으셨다니, 다행이네요. 저도 고맙습니다! ^^

노이에자이트 2014-03-05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 따지고, 학력 따지고, 경제력 따지고...그래서 자기와 비슷한 사람들끼리만 어울리니 아무래도 시야가 좁아지죠.전에 어떤 사회학자가 그러는데 한국인은 자기와 다른 사람과 사귀는 것을 두려워하는 정도가 심하다고 하더군요.

감은빛 2014-03-06 14:05   좋아요 0 | URL
그렇죠. 첫 만남에서 무례하게 나이 묻고, 결혼 여부를 묻고, 직업도 묻죠.
그래서 자신과 묶이는 게 별로 없으면 곧바로 관심을 두지 않더라구요.
저는 반대로 학교 동창회 따위의 친목 모임을 나가는 것이 두려워요.
전혀 말이 통하지 않는 그 인간들을 친구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싶지 않더라구요.
잠시라도 같은 공간에 있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제 오후에 발표했어야 했는데, 시간을 내지 못해 결과 발표가 하루 늦어졌네요. 처음에 글을 쓸 때부터 이벤트를 하려고 했던 건 아니었고, 글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통계수치들을 문제로 내서 맞추는 분들께 책을 보내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이 급하게 들었어요. 처음엔 문제를 많이 안 냈는데, 몇 문제를 맞춰야 당첨자로 할까 고민하던 중에 10문제 중에 7문제는 맞춰야지 싶었어요.

 

저는 강연을 들었던 사람이라, 그리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요즘은 인터넷에 검색해보면 어느 정도 맞출 수 있을거라 생각했구요. 그런데 반응이 없어도 너무 없었고, 단 한 분이 응모해주셨는데, 생각보다 문제가 어려웠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도중에 당첨 기준을 5문제 이상 맞추신 분으로 낮췄고, 애초에 한 분께만 드리려던 걸, 시간 안에 5문제 이상 맞추시는 분들 모두에게 드리는 걸로 방식을 바꿨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참여는 저조하네요. 한편으로 변방의 인기 없는 블로거로서 이 정도도 과분하다 싶은 생각도 드네요. 발표에 앞서 말이 많았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정답과 당첨자를 알아보겠습니다.

 

<정답>

1)커피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는?

 

  미국

 

이걸 인구 수로 나눠서 2)일인당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는? 

 

룩셈부르크

 

3)일인당 커피 소비량 2위인 나라는 어디?

 

핀란드

 

4)커피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는?

 

브라질

 

5)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품목은? 

 

석유

 

6)커피는 거래량으로 따졌을 때, 세계에서 몇 위? 

 

2위

 

세계 인구를 70억으로 잡아서, 7)하루에 전세계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는 대략 몇 잔?

 

약 25억 잔

 

8)우리나라 사람들이 1년에 마시는 커피는 대략 몇 잔?

 

약 500잔

 

커피의 주 성분인 9)카페인의 치사량은 얼마?

 

한번에 10g

 

그럼 10)카페인의 치사량을 커피 잔으로 환산하면 얼마?

 

약 80잔

 

 

1번, 4번, 5번, 6번은 대부분 맞추시리라 생각했습니다. 보너스 문제라고 생각했죠.

2번, 3번, 9번, 10번은 검색 등을 이용하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직접 검색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라면 하고 생각했죠.

그래서 7~8문제 정도는 조금 찾아보면 맞출 수 있겠지라고 생각한 겁니다.

7번, 8번이 가장 어려울 거라 생각했습니다. 이런 건 정확한 통계 자료가 왠지 없을 것 같았거든요.

 

참고로, 일인당 커피 소비가 많은 나라를 핀란드로 적어주신 분들이 많네요. 핀란드와 북유럽 국가들의 커피 소비가 많다는 얘기는 유명한 가 봅니다. 아쉽게도 1위인 룩셈부르크와 2위인 핀란드의 일인당 커피소비량은 압도적으로 룩셈부르크가 많습니다. 커피 원두 기준으로 1년에 27kg으로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2위인 핀란드는 1년에 14kg 입니다. 이왕 해봤으니 이걸 또 커피 잔으로 환산해 볼까요? 원두 1kg으로 대략 130잔이 나온다고 하니, 룩셈부르크는 1년에 일인당 약 3천5백 잔을 마시는 셈이고, 핀란드는 약 1천8백 잔이네요. 우리나라는 8번 문제 정답으로 말씀드렸듯이 약 500잔입니다.

 

두번째 재밌는 사실은 커피의 치사량인데요. 10번 문제 정답으로 80잔입니다. 이걸 한 번에 마셔야 한다는 뜻이죠. 커피로 자살을 시도하시는 분께서는 80잔을 미리 내려놓고 화장실 바로 옆에서 쭈욱 들이키셔야 할 듯합니다. 또 하나 드는 재밌는 생각은 커피 80잔은 도저히 못 마실 것 같은데, 왠지 술이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입니다. 물론 분명히 그 전에 취해서 쓰러지겠지만, 왠지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드네요.

 

또 말이 길어졌네요. 이제 당첨자를 알아보겠습니다! 두둥!!

 

 

<당첨자>

transient-guest 님, 단발머리 님, 꿈꾸는섬 님

 

세 분 축하드립니다!

transient-guest 님은 정확하게 5문제를 맞추셨고, 단발머리 님은 10번의 답을 70~100잔으로 적어 주셔서 처음엔 틀렸다고 간주했습니다. 너무 범위가 넓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러나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분명히 정답이 저 범위 안에 들어있으니 맞추신 걸로 판단하는 것이 맞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역시 5문제를 맞추셨습니다. 꿈꾸는섬 님, 대단히 죄송합니다. 어제 오후에 급하게 보고 2번과 3번 답을 잘 못 읽었어요. 오늘 다시 한번 살펴봤어야 했는데, 그냥 올려버렸습니다. 부디 제 실수를 너그러이 용서해주시기를 부탁드려요! 꿈꾸는섬 님 역시 5문제 맞추셨습니다.

 

 

세 분께서는 읽고 싶은 책 한 권의 제목과 책을 받으실 주소와 성함과 연락처를 비밀댓글로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이벤트 참여해주시고, 댓글 달아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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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2-28 15: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쉽네요. 네이버양에게 물어보면 맞출수 있었는데.....ㅎㅎ
담엔 꼭 참석할게요~~~

감은빛 2014-02-28 18:00   좋아요 0 | URL
네, 아마도 검색하면 5문제 이상은 맞추실 수 있었을 거예요.
다음을 기약해야겠네요.

2014-02-28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28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1 05: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5 0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1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3 16: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크pek0501 2014-03-02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런 종류의 이벤트에서 당첨되어 책을 받은 적이 이미 몇 번 있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에요. 이번에 참여했다가 또 책 받으면 밉상이 될까 봐서요. (이런 깊은 뜻이 있었던 거죠...ㅋ)
세실 님이 댓글에서 말했듯이 답은 네이버 양에게 물어 보면 맞출 수 있었는데...

어쨌든 당첨자 세 분께 축하드립니다. 추카추카추카...
그리고 이런 이벤트의 답을 보면서 재밌는 사실을 알았으니 감은빛 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커피에 대한 답, 재밌어요...

(다음에 이런 이벤트가 있으면 난 그때 양보 안 할겨...불끈!... )

감은빛 2014-03-03 16:39   좋아요 0 | URL
이미 몇 번이나 당첨된, 운이 좋은, 혹은 실력이 좋은,
다른 말로 능.력.자.였군요!!!!

네. 언뜻보면 어려워보이지만,
그냥 재미로 한번 해볼만한 내용이었어요.

커피에 대한 이야기, 생각보다 재밌는 이야기 꺼리가 많네요. ^^

서니데이 2014-03-02 1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출 수 있는 문제가 거의 없었는데, 윗분들의 댓글을 볼 때까지는 검색해볼 생각을 못했어요.^^; 답을 보고 나서는 아, 그건 맞을 수도 있었다, 싶은 문제가 그래도 몇 개 있어서 좋았습니다. 다음에 이벤트 하시면 참여해볼게요.

감은빛 2014-03-03 16:46   좋아요 0 | URL
이런 것도 성격 차이겠죠?
저는 재미로 그냥 막 던져보는 스타일이예요.
틀려도 상관없고, 맞으면 더 좋고.

이벤트 은근 신경이 많이 쓰이네요.
다음에는 처음부터 좀 더 잘 계획해서 해야겠어요.
이번처럼 즉흥적으로 하니까 애초에 하려고 했던 것과는 너무 달라지네요.

2014-03-04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3-04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쓰다만 글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생긴 습관 하나는 늘 글감을 찾아 메모해 두는 것이다. 어떤 일을 겪거나, 듣거나, 보면 그걸 어떻게 글로 풀어쓸까를 고민한다. 그리고 수첩이든, 스마트폰의 메모장이든 간단하게 키워드를 중심으로 기록해둔다. 짬이 나면 이걸 꺼내서 다시 문서 프로그램이나 메모장에 옮기면서 살을 붙이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대략 글의 윤곽이 잡히면 그때 블로그를 열어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글을 쓰다보면 막히는 지점이 생기고, 생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일도 많다. 아직 생각해둔 분량을 다 쓰지 못했는데, 다른 급한 일이 생기기도 한다. 그렇게 쓰다만 글들이 생기는데, 문제는 다음에 이 글을 열었을 때, 이상하게 이어서 쓰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거나, 어떻게 다음 내용을 풀어가야 할지 잘 모르겠거나, 다른 글이 더 쓰고 싶다거나, 다른 글이 더 급하다고 생각되어 쓰다만 글을 그냥 내버려 두고 다른 글을 쓰게 된다는 점이다. 이러다보면 쓰다만 글이 하나둘 쌓이기 시작하는데, 심할 때는 약 한 달동안 너댓개의 임시저장 글이 있었다.

 

지금은 두 개다. 어릴때 읽었던 소년소녀문학전집에 포함된 두 권의 [철가면] 이야기를 쓰다가, 시간이 부족해서 다 못 쓰고 저장해두었던 걸, 다시 건드릴 여유가 없어서 계속 방치 중이다. 또 하나는 지난 2월 5일 [커피의 역사] 강연을 듣고 와서, 간단히 후기 형식의 글을 쓸까 싶어서 키보드를 두드렸는데, 글이 자꾸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려서 도저히 수습이 안 되어, 계속 방치 중이다.

 

오늘은 둘 중 하나를 마무리 지어야지 싶어서 열었는데, 이거 참. 한 숨부터 나온다. [철가면] 이야기는 좀 더 살을 많이 붙여야 하니, 시간을 더 두고 천천히 써야겠고, [커피의 역사] 강연은 처음부터 제대로 된 후기를 쓸 생각이 아니라 간단히 생각나는 대로만 끄적이고 싶었던 거라, 이 내용을 대략 정리하고 넘어가야겠다.

 

커피 한 잔의 마법

 

강연 제목은 <커피는 '관계'의 역사다!> 였다. 강연이 열린 '수운잡방'은 망원역에 내려 골목으로 한참을 걸어야 하는 곳이었다. 강사는 '커피스토리텔러' 혹은 '커피노동자'로 자신을 소개하는 김이준수 님이었다. 이 분과는 개인적인 인연이 있다. 예전에 책 이야기를 모아서 낸 책 [100인의 책마을]에 함께 공저자로 참여한 인연이다. 당시에는 만나본 적도 없었다. 책이 나오고나서 이 분이 서평을 쓰면서 내가 쓴 글을 높게 평가하는 내용을 올려주셔서 꽤나 황송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내 글은 그리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한 글은 아니었고, 김이준수님의 글이야말로 재미와 내용을 다 갖춘 아주 좋은 글이었다. 우연히 가까이 아는 사람이 김이준수님과 친분이 있었고, 이것도 인연이니 꼭 한번 만나자는 제안에 함께 막걸리 잔을 기울인 인연이 있었다.

 

 

 

 

 

 

 

 

 

 

 

 

 

 

 

이날 커피의 역사 강연은 무척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책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강연에서는 책에 언급된 내용 외에도,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줬다. 우선 커피라는 것이 과연 뭔가? 커피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도입부가 제일 신선하고 흥미로웠다. 몇 개의 영화와 몇 개의 책을 언급하면서, 그 내용 속에서 커피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려주는 것이 재밌었다. 비록 책과 영화들 대부분이 낯선 것이었지만, 그래도 커피가 무엇을 했을지는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답은 강의 제목 안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강사는 이걸 '주술'이라고 불렀다. '커피 한 잔 하실래요?' 라고 건네는 말 한 마디가 가진 힘.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이어주고, 부드럽고,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그런 마력. 나는 강사의 말을 들으며 이걸 마법이라고 불러보았다. 커피 한 잔의 마법.

 

이성에게 다가갈 때, 편한 친구와 수다 떨 때, 업무상 만남이 있을 때 등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순간 자주 커피를 그 매개로 이용한다. 그럼 지금 이렇게 일상적으로 마시는 커피를 인류는 어떻게 처음 알게 되고, 언제부터 즐겨 마시게 되었을까? 책을 통해 어느정도 알고 있었지만, 중요한 내용만 딱딱 짚어주며 알려주는 강사 덕분에 다시 한번 복습을 할 수 있었다. 게다가 앞서도 언급했듯이 책에 없는 재미있는 일화들도 간간히 곁들여주셨다.

 

강연 중에는 재미있는 통계들도 나왔다.

1)커피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는?

이걸 인구 수로 나눠서 2)일인당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는? 

3)일인당 커피 소비량 2위인 나라는 어디?

4)커피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는?

5)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품목은? 

6)커피는 거래량으로 따졌을 때, 세계에서 몇 위? 

세계 인구를 70억으로 잡아서, 7)하루에 전세계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는 대략 몇 잔?

8)우리나라 사람들이 1년에 마시는 커피는 대략 몇 잔?

커피의 주 성분인 9)카페인의 치사량은 얼마?

그럼 10)카페인의 치사량을 커피 잔으로 환산하면 얼마?

(즉, 커피를 마시고 죽을 정도의 양은 얼마?)

등등 평소 생각하지 못했던 내용들이어서 인상적이었다.

 

 

 

 

 

 

그럼 이쯤에서 알라딘 이웃들을 위한 이벤트!

위에 제가 언급한 10개의 질문 중에서 5개 이상을 맞추시는 분에게 원하는 책을 한 권 보내드리겠습니다.

 

이벤트 참여가 너무 저조해서 당첨 조건을 5개 이상 맞추는 분으로 낮췄습니다!

또 처음 한 분께만 드리려던 계획을 바꿔,

이벤트 기간 안에 5개 이상 맞추시는 분들 모두 드리겠습니다.

이벤트 기간은 27일 목요일 오후 1시까지로 하고, 이후 당첨자와 정답을 발표하겠습니다.

모처럼 이벤트를 열었으니, 더 많은 응모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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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4-02-24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가면] 기억나요. 어릴 때 무서워서 이불 덮어쓰고 읽어서 제목은 정확하게 기억하는데 줄거리는 기억도 안 나네요. 추리소설이 맞았나 싶기도 하고.... 그저 지금은 [오페라의 유령]같은 느낌만... ^^

감은빛 2014-02-25 10:48   좋아요 0 | URL
두 [철가면] 중에 어떤 것이었을까요? 둘 다 제법 으스스한 분위기여서.
삼총사가 나오는 거였나요?
아니면 반란군으로 잡힌 애인을 구하는 내용이었나요?
아참, 내용이 기억 안 난다고 하셨죠. ^^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참, 이벤트 응모 왜 안 하셨어요?
지금이라도 해 보세요.

단발머리 2014-02-25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감은빛님처럼 구상만 해 두고 돌아다니는 글꼭지 몇 개 있어요ㅋㅎㅎ '철가면' 이야기 듣고 싶으니, 재밌게 구성해서 올려주세요~~~

퀴즈 맞추고 싶은뎅..ㅎㅎ
커피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국가는? 미국
이걸 인구 수로 나눠서 일인당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는? 핀란드
일인당 커피 소비량 2위인 나라는 어디? 노르웨이
커피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국가는? 브라질
세계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품목은? 석유
그럼 커피는 거래량으로 따졌을 때, 세계에서 몇 위? 4위
세계 인구를 70억으로 잡아서, 하루에 전세계 사람들이 마시는 커피는 대략 몇 잔?
우리나라 사람들이 1년에 마시는 커피는 대략 몇 잔? 250잔
커피의 주 성분인 카페인의 치사량은 얼마? 약 10g
그럼 카페인의 치사량을 커피 잔으로 환산하면 얼마?(즉, 커피를 마시고 죽을 정도의 양은 얼마?) 70-100잔
다 맞았나..... 모르겠네요. 그나저나, 커피 한 잔 하고 싶군요... 쩝

감은빛 2014-02-25 10:54   좋아요 0 | URL
단발머리님, 글을 구상하고 또 쓰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네요.
[철가면] 이야기를 잘 써야 할텐데,
내공이 모자라고, 시간이 부족해서 쉽지 않네요.

이벤트 응모 고맙습니다!(첫 응모자세요~ ^^)
질문 10개 중에서 정확히 맞추신 건 4개,
1개는 너무 범위를 넓게 잡으셔서 좀 더 좁혀주세요.
또 응모하실 분들을 위해
뭐가 정답인지 알려드리지 못하는 점을 양해 부탁드려요.

생각보다 문제가 어려운가봐요.
너무 빨리 한번에 맞추시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이젠 너무 응모를 안 하면 어쩌나를 걱정해야 겠네요. ㅠ.ㅠ

단발머리 2014-02-25 18:25   좋아요 0 | URL
정말 맞은게 4개밖에 없어요? 엉엉 T.T

감은빛 2014-02-25 18:32   좋아요 0 | URL
한 번 더 도전해 보세요.
다들 어렵다고 하셔서, 당첨조건을 5개로 낮췄어요.

단발머리님 답변 중에 제일 범위를 크게 잡은 답을 조금 좁혀주시면,
충분히 당첨 가능하신데 말이죠.

만약 계속 이렇게 응모하시는 분이 안 계시면,
상황봐서 단발머리님께 당첨의 영광을 드려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잘잘라 2014-02-25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크. 댓글 수정하려다가 삭제가 되버렸네요.
계속해서 감은빛님의 "커피 한 잔 하실래요?" 마법에 걸려 있는 느낌이예요.
치사량까지는 아직 멀었지만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마신 커피 아홉 잔...
그래도 "한 잔 더?" ㅎㅎ
커피도 취하는 모양입니다.

감은빛 2014-02-25 10:57   좋아요 0 | URL
어제 밤부터 9잔을 드셨다면, 혹시 잠을 못 주무신 건 아닌가요?
저는 하루에 2~3잔 마시는데, 저녁때 마시면 영향이 있는 듯해요.
언젠가 메리포핀스님과 커피 한 잔 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리길 바래봅니다. ^^

아니, 이벤트는 왜 응모 안 하시나요?
문제가 어려운가요? 그냥 한 번, 재미삼아 해보세요. ^^

양철나무꾼 2014-02-25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힛~^^
저두 감은빛 님과 커피 한잔 하고 싶어서리 응모해 보고싶었으나,

B.U.T.
비.유.티.
근데,
너무 어렵다는~ㅠ.ㅠ


전지현, 이정재의 CF버전으로 그런거 알아야 돼~?@@

커피 좋아하다가, 카페인 중독으로 이어지고,
그러다가 일중독으로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올수도 있으니
조심하시란 말씀, ㅋㅋㅋ~.

감은빛 2014-02-25 18:24   좋아요 0 | URL
양철님과 커피 한 잔~ 좋죠!
우린 술도 한 잔 해야 할텐데 말이죠. ^^

너무 어렵다고 하셔서 조건을 7개 이상에서 5개 이상으로 바꿨어요.
재미삼아서 한 번 해보시와요~

2014-02-26 04: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4-02-26 11:15   좋아요 0 | URL
정확하게 5문제 맞추셨어요!
첫번째 당첨자이십니다.
짝짝짝!!
축하드립니다! ^^

인터넷 상으로 알려진 통계 수치와
제가 강의에서 들은 통계 수치가 조금 다를수도 있겠네요.

확실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문제가 어렵다는 것이 느껴지네요.

페크pek0501 2014-02-26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감은빛 님처럼 쓰다 만 글이 30개 넘을 것 같네요. 많죠?
완성이 안 될 것 같은 것은 삭제해 버려야겠어요.
이벤트... 저는 구경만 하고 결과 발표엔 축하박수를 보내겠습니다.
또 와야지... ㅋ

감은빛 2014-02-27 17:10   좋아요 0 | URL
와~ 30개가 넘다니!
그 정도의 글을 어떻게 일일이 기억하세요?
그건 그거대로 또 대단하신 걸요!

다들 왜 이벤트 참여 안하실까요?
너무 어렵고 까다로운 문제인가요?
다음에는 좀 더 쉽고 간편한 방식을 생각해봐야겠네요.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

꿈꾸는섬 2014-02-26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미국
2. 네덜란드
3. 핀란드
4. 브라질
5. 석유
6. 2위
7. 70억잔
8. 360잔
9. 5000mg
10. 50잔

이벤트가 열리면 무조건 열심히 참여하는 것이 가장 좋은 응원이라고 생각하며 어려운 응답에 마구잡이로 답해봤습니다.^^
과연 몇개나 맞았을까요?

감은빛 2014-02-27 17:47   좋아요 0 | URL
4문제 맞추셨습니다. 안타깝네요.

참여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생각보다 참여가 적어서 아쉽네요.
다음엔 좀 더 쉽고 간편한 방식을 고민해보겠습니다.

꿈꾸는섬 2014-02-28 12:14   좋아요 0 | URL
와, 4문제나 맞췄나요? ㅎㅎㅎ
감은빛님 이벤트 잘 마무리하셔요.^^
 

책 찾기


야근을 했다. 감기 기운이 있어 머리가 멍했고, 일을 하려고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어도 집중이 잘되지 않았다. 그래도 하던 일을 끝내고 가고 싶어서 계속 앉아 있었다. 지하철 막차를 타고 가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쩌다보니 거의 막차 시간이 다 되었다. 서둘러 컴퓨터를 끄고 사무실 문을 잠그고 나왔다. 건물 밖으로 나서는데, 서류 하나를 놓고 온 것이 떠올랐다. 잠시 고민했다. 어차피 이 시간에 집에 들어가서 또 일을 할 건 아니니까 그냥 가자고 생각했다. 그 잠깐의 망설임 때문이었을까? 열심히 뛰어서 지하철 역에 개찰구를 통과해 승강장에 내려셨는데, 막차의 문이 닫히고 열차가 떠나버렸다. 단 1분만 더 빨랐어도 탈수 있었을 텐데. 갑자기 피고감이 몰려왔다. 터덜터덜 걸어서 다시 개찰구를 향했다. 지하철을 타지도 못했는데, 요금은 내고 나갔다. 큰 길로 나가서 택시를 기다렸다. 반대 방향으로 지나가는 빈차는 많았으나, 이쪽으로는 빈차가 오지 않았다. 차가운 바람이 세차게 몸을 때렸다. 몸이 덜덜 떨렸다. 겨우 빈 택시를 잡아 타고 집에 오니 새벽 1시였다.


문득 찾아볼 내용이 생각나서 책 한 권을 찾기 시작했다. 이사하고 나서 아직 책 정리를 하지 않아, 책은 제멋대로 뒤죽박죽 섞여 있었다. 그래도 평소에 대충 어디쯤 있을거다라고 생각하는 지점에서 어렵지 않게 책을 찾아내곤 했는데, 이번에는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성대앞 사회과학전문 서점인 풀무질에서 책을 샀고, 조금 읽다가 말았던 기억이 있는데, 책이 보이지 않았다. 그럴리가 없는데, 여기 어디쯤 있을텐데 하고 찾고 찾고 또 찾았는데 없었다. 피곤했지만 나는 이상하게 책 찾기를 멈출 수 없었다. 그쯤하고 그냥 잤어야 했는데, 결국 모든 책장을 다 훑기 시작했다.


한시간 반 동안 모든 책장을 다 뒤졌지만 원하던 책은 나오지 않았다. 분명 사무실에도 없을텐데. 이상하다. 없을 리가 없는데, 어디 갔을까? 결국 그 책을 다시 사야하나, 도서관에 있을까 등을 생각하느라 잠자리에 누워서도 잠이 오지 않았다. 다음날 눈을 뜨니 새벽에 내가 왜 그 책을 찾아 헤맸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분명 어떤 부분을 찾아보고 싶었던 건데, 그게 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난 그 늦은 시간에 무슨 짓을 한걸까?

 

달콤한 휴식


2월 초는 정말 죽을만큼 피곤하고 힘든 나날들이었다. 특히 2월 3일, 월요일은 최고였다. 년초에 정리해야 할 업무들이 밀려 있었고, 월초에 처리해야 할 업무들이 기다리고 있었으며, 주초에 처리해야할 일상업무들 역시 미뤄둘 수 없었다. 그러나 연휴때 제대로 쉬지 못한 몸은 월요일 아침부터 휴식을 원했다. 입 속과 코 속의 헐어버린 상처들은 무척 고통스러웠다. 일주일의 중간인 수요일 저녁에는 중요한 행사가 있었고, 금요일에는 지역 녹색당 총회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총회를 준비하면서 여러가지 일을 해야하는 입장이었다. 낮엔 회사일을 하고, 저녁엔 행사나 회의가 있었고, 밤에는 녹색당 일을 해야했다. 술을 마시거나, 회사에서 야근을 하고 나서, 새벽에 집에 들어오면 다시 녹색당 일을 하기 위해 컴퓨터를 켰다.

 

드디어 금요일, 함께 준비한 여러 당원들 덕분에 성공적으로 총회를 마치고, 뒤풀이에서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술도 술이었지만, 오랜만에 만난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대화로 밤을 지새웠다. 토요일 아침에 집에 들어갔고, 그대로 뻗어서 잤다. 늦은 아침에 아이들 밥을 차려 먹이고, 오후에는 아이들과 잠시 놀아주다가 다시 낮잠을 잤다. 또 아이들 밥을 차려 먹이고, 책을 한 권 펼쳐 들었다. 오래전 알라딘 이웃으로부터 선물 받은 책이었는데, 받았을 당시 조금 읽다가 말고 방치해두었던 책이었다. 한동안 집중해서 책을 읽다가 아이들에게 늦은 저녁을 먹이고, 씻긴 후, 아이들과 함께 잠들었다.

 

전날 일찍 잠들었음에도 일요일엔 늦잠을 잤고,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 덕분에 책에 집중할 수 있었다. 배가 고프면 대충 챙겨먹고, 졸리면 자고, 깨면 다시 책을 읽었다. 오후 늦게 아내와 아이들이 돌아왔다. 읽던 책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였다. 책을 어서 읽고 아이들과 놀다가 일찍 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문자가 왔다. 지역 시민신문에 연재하던 글의 마감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사실 완전히 잊고 있었던 건 아니고, 마음 한 켠에서는 고려를 하고 있었던 거였는데, 당장 몸이 피곤하니 의도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었다. 주말 이틀간 그토록 원했던 달콤한 휴식을 취하고, 읽고 싶었던 책을 읽어서 기분이 좋았는데, 일요일 밤에 다시 일을 하기 위해 컴퓨터를 켜야하다니 갑자기 우울해졌다. 해야할 일이라면 빨리 해치우는게 낫다. 1년간 계속했던 시민신문 연재도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아직 글감을 구체적으로 정하지 못했던 터라 빈 화면에 커서만 깜빡이는 상태로 제법 오래 시간이 지났다. 그러다 뭔가 하나가 머리를 스쳤다. 손가락이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움직이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거의 쉬지 않고 빠르게 글을 써나갔다. 중간에 한번 분량을 확인하느라 잠시 쉬었을 뿐 30여분 많에 정해진 분량을 살짝 초과한 상태로 글을 마쳤다.


물을 한 잔 마시고, 조금 남아있던 책을 마저 읽었다. 한참 시간이 지난 후에 써놓은 글을 고치기 시작했다. 불필요한 문장과 표현들을 지우고, 어색한 내용을 바꾸고, 비문이 없나, 오타는 없나 꼼꼼히 살폈다. 대략 세 번 정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살펴본 후에 글을 저장했다. 이메일을 보내고 나니 시간이 제법 늦었다. 월요일을 위해 자러 가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오랜만에 푹 쉬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몸을 뉘었다.


책, 낮술, 저녁술


다음 한 주도 바빴다. 저녁에 회의나 술자리가 있었고, 아이들과 보내는 날도 있었다. 금요일 저녁에는 작은 아이의 어린이집에서 졸업식을 겸한 음악발표회가 있었다. 제목은 음악발표회이지만 괴상한 영어 노래를 틀어놓고 아이들에게 해괴한 옷을 입히고 춤을 추게 하는 우스꽝스러운 행사다. 큰 아이때부터 벌써 몇 해째 참석하고 있기 때문에 이젠 대충 무슨 무슨 순서로 진행될지도 뻔히 다 외울 지경이다. 올해도 장미 한 송이를 사서 행사가 진행되는 교회 강당으로 갔다. 저녁을 먹지 못해서 배가 고팠다. 처음 이 행사에 참석했을 때, 늦은 시간까지 행사를 진행하는 원장에게 화가 많이 났었다. 어른들도 배가 고프지만, 아이들이 그 늦은 시간까지 밥도 못 먹고 무대에 올라 춤을 추게하고, 노래를 부르게 하는 그 사고방식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행사가 끝나고 원장에게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이렇게 늦게까지 행사를 해야하냐고 물었던 기억이 난다. 다음 해부터는 조금 더 일찍 끝나긴 했지만 그래도 저녁을 먹기에 늦은 건 변함이 없다.


작은 아이는 아직 어려서 무대에 오르는 횟수도 적고, 언니 오빠들에 비해 일찍 순서가 끝나 옷을 갈아입고 우리에게 돌아왔다. 행사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지키는 다른 부모들과 달리 우리는 서둘러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아이들은 피자를 원했고, 택시를 타고 근처에 있는 맛있는 피자집을 향했다. 작은 아이는 꽃을 받아서 기분이 좋았고, 큰 아이도 자신이 했던 공연들을 하는 후배들을 보느라 기분이 좋았던 모양이다. 나는 무척 피곤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얼른 아이들을 씻기고 일찍 잠들었다.


토요일에는 누워서 뒹굴거리며 책을 읽었다. 아, 정말 행복했다. 주말에 누워서 책을 읽을 수 있다니! 쉴 수 있다니! 아내는 일이 있어서 나갔고, 아이들 점심을 차려주고 나는 책을 계속 읽었다. 별로 입맛이 없었는데, 책에서 자꾸 술 마시는 장면이 나오고, 주인공의 비극적인 처지에 감정이입을 하면서 나도 술이 땡겼다. 냉장고를 열어보니 청하가 한 병 있었다. 낮술을 마시면서 책을 계속 읽었다. 술병은 금방 비었고, 더 마시고 싶었으나 술 사러 나가기가 귀찮아서 다시 누워서 책을 읽었다. 어느새 날이 어두워졌고, 아이들 저녁을 차려줘야 했는데, 집에 마땅한 반찬이 없었다. 음식을 만들기가 너무 귀찮았다. 대충 어떻게 때워볼까 싶어서 냉장고를 뒤졌는데, 별로 쓸만한 게 없었다. 아이들에게 뭐가 먹고 싶냐고 물었더니, 라면을 원했다. 라면을 먹이고 싶지는 않아서 계속 고민을 했다. 시간은 자꾸 흐르고 마땅한 메뉴가 떠오르지 않아서 그냥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섰다. 분식집에 갈까? 치킨집에 갈까? 마침 길 건너편에 새로 치킨집이 문을 열었다는 사실을 기억해내고 그곳으로 갔다. 아이들에게 치킨과 감자를 시켜주고 나는 맥주를 마셨다. 


벽에 붙어있는 큰 티비에서 쇼트트랙 경기를 보여주고 있었다. 아, 동계올림픽을 하고 있었구나. 집에 티비가 없기도 하고,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서 일부러 만들어놓은 얼음판 위에서 운동을 하는 모양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아예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올림픽이라는 행사 자체가 사실은 전쟁이다. 국가별로 누가 금메달을 더 많이 따는지를 놓고 경쟁하는 모양새도 영 보기 싫다. 생각은 그렇지만 막상 경기를 보니, 선수들이 트랙을 빠르게 도는 모습은 흥미롭긴 했다. 아이들은 열심히 고기와 감자를 먹으면서도 티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며 맥주를 두 잔째 마셨다. 간혹 쇼트트랙 경기를 보기도 하고, 폰으로 페이스북을 들여다보기도 하면서 맥주 세 잔을 마시고 나니, 아이들도 대충 접시를 비웠다. 집으로 돌아오니 적당히 취기가 올랐다. 낮술에 이어 저녁술까지 먹은 덕분이었다. 재빨리 아이들을 씻기고 함께 잠들었다.


일요일엔 등산을 다녀왔다. 북한산엔 정말 사람이 많았다. 오랜만에 산에 올라 기분이 무척 좋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가파른 바윗길이어서 제법 힘들었다. 내려와서 산에 다녀온 시간만큼 술을 마셨다. 적당한 피로감과 적당한 취기로 기분이 제법 좋았다. 집에서는 읽던 책을 마저 끝내고, 일찍 잠이 들었다.


또 다시 바쁜 한 주가 이어졌다. 사실 이 글은 이주째 쓰다 말다, 또 이어서 쓰다 말다 하는 중이다. 어제는 회의를 마치고 친한 선배 집에서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술을 마시다 말고 누군가 티비를 켜서 피겨스케이팅 경기를 봤다. 김연아 경기를 보는 건 처음이다. 나는 평소 김연아에 대해 관심이 없었는데, 가끔 언론이나 사람들의 태도를 보고 깜짝 놀랄 때가 있다. 왜 다들 김연아에 열광하는 걸까? 혹시 내가 경기를 보지 않아서 모르는 건가? 만약 그의 경기를 본다면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관심은 없었지만 술을 먹다말고 김연아의 경기를 봤다. 피겨스케이트라는 경기의 룰과 기술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의 경기가 얼마나 훌륭한지 잘 모르겠다. 나는 그저 그랬다. 그의 기량이 얼마나 뛰어난지 모르지만, 별로 내 관심을 끌지는 못했다. 오늘 보니 김연아의 은메달을 두고 각종 언론과 SNS가 난리였다. 여전히 나는 별로 관심이 없다.


또 다시 돌아온 금요일. 이번 주말과 다음 주말에는 또 일정이 있다. 그래도 하루는 꼭 비워두고 누워서 책을 읽을 거다. 책 읽으면서 맥주도 마셔야지. 퇴근하면서 읽을 책과 마실 맥주를 고르는 것도 재밌겠다.
















2월 초에 과천에서 이 책의 출판기념회가 열렸다. 가고 싶었고, 가려고 했다. 당일 아침까지도 고민을 햇지만, 쉬고 싶었기에 그냥 집에서 책을 읽었다. 서형원 선배는 현재 과천 시의원이다. 무소속으로 재선까지 당선된 것은 대단하다 싶다. 그리고 이번에는 녹색당에서 과천 시장으로 출마한다. 그는 한때 내가 몸담았던 단체의 선배 활동가였고, 한때는 이웃한 단체에서 활동하며 가끔 마주치기도 했다. 그가 과천에서 새로운 녹색 정치를 펼쳐갈 수 있도록,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를 간절히 바라고 또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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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아이즈 2014-02-23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 아무리 봐도 너무 바쁘게 사시는 분이어요^^*
그 가운데 글쓰고, 책 읽고 하는 게 가능하다는 게 대단하게 보여요.
저질 체력에, 게으름이 습관화된 저 같은 이 크게 반성합니다.^^*
늘 반성문만 쓰는 게 문제지요ㅠ

감은빛 2014-02-24 17:54   좋아요 0 | URL
흠, 저만 바쁘게 사는 건 분명 아닐테고,
다들 바쁘게 살지만, 저처럼 유난떨지 않는 거겠죠.
직장일과 집안일과 녹색당과 취미 등을 다 놓지 않고 싶어서,
다시 말해 욕심이 많다는 거죠.
게다가 능력도 안되는 주제에 욕심만 많으니 늘 제대로 하는 게 없네요.

팜므느와르님, 저야말로 게으름쟁이입니다.
그저 이불 속에 누워서 안나왔으면 좋겠어요. ㅠ.ㅠ

transient-guest 2014-02-26 0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주독서는 참 좋은데, 책을 읽기에 무리가 없는 접점을 찾는 것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어요. 가끔 맥주나 와인을 곁들이면서 책을 읽다가 종국에는 책을 덮을 때가 자주 있습니다.

감은빛 2014-02-26 11:11   좋아요 0 | URL
그렇죠. 술이 점점 들어가도보면 책을 덮을 때가 있죠.
제 경우에는 주로 금요일 밤이나, 토요일에 작정하고 책을 골라 읽는데,
그땐 술을 아주 적당히만 먹고, 책에 집중하곤 합니다.
이것도 습관인 것 같아요.
 


지난 해 10월 중순 경 아스팔트 균열에 걸려 넘어지면서 무릎을 크게 다쳤다.(이 블로그에 글을 쓰기도 했다.) 한창 운동에 재미를 붙인 시기였건만, 무릎 상처로 인해 약 한 달 반 이상 운동을 하지 못했다. 상처가 아물어 딱지가 무릎을 크게 덮었을 무렵에 작은 아이와 장난을 치다가 아이가 발로 상처 부위를 찼는데, 이때 딱지가 떨어져 나갔다. 짙은 분홍색 혹은 보라색의 흉터가 크게 부풀어 있었다. 대략 100원짜리 동전보다 조금 작은 크기. 문제는 부풀어 올라있는 상태였다. 흉터는 일반 피부보다 얇아서 겨울에 더 시리고, 부딪히거나 쓸렸을 때 무척 아팠다. 여러모로 불편했다. 지금은 겨울이라 상관없지만, 여름이 되면 무척 보기 싫을 것이다. 그땐 아무생각없이 시간이 지나면 이 흉터가 가라앉을 것이라 믿었다. 


그렇게 몇 달을 보냈는데, 시간이 지나도 이 부풀어 오른 흉터가 가라앉지 않았다. 더 기다려도 소용없다는 확신이 들었지만 나는 병원 가기를 망설였다. 바쁘다는 핑계로 자꾸만 뒤로 미루고 있었다. 마침내 지난 1월 어차피 가야할 거라면 더 늦기 전에 가자는 마음으로 병원을 찾았다. 무릎이니까 아무래도 정형외과를 가야지 싶어서 방문했더니, 의사는 성형외과로 가란다. 무성의한 태도. 왜 이렇게 된거냐 물으니, 내 체질이 특이 체질이라서 흉터가 그렇게 된 거란다. 나는 자라면서 많은 상처를 입었고, 여기저기 흉터도 많은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라고 말했더니, 더 설명이 없고, 그냥 성형외과를 찾아가면 된다고 하고 내보낸다. 무척 기분이 나빴다. 이래서 병원에 오기 싫었던 거다. 돌아와서 아내에게 말했더니, 우리가 가입한 의료생협의 병원에서도 치료가 가능할 거라고 찾아가 보란다. 곧바로 갔어야 했는데, 한번 기분이 상했던 것 때문인지 다시 병원을 찾기가 싫었다. 물론 바쁘기도 했다. 계속 잡히는 각종 모임과 회의와 술자리들이 있었고, 약속이 없는 날엔 일찍 와서 아이들과 지내야 했다.


최근에서야 다시 병원을 가봐야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침 살림의원(살림의료생협의 병원)은 일주일에 한번 화요일에 야간 진료를 하길래, 어제 퇴근 후 병원을 찾았다. 마을 주치의는 나를 반갑게 맞으며 "오랜만에 뵈어요." 인사를 건네왔다. 나도 가볍게 인사를 했다. 화면을 들여다보더니 "어머 진료 받으러 오신 건 처음이시네요?" 라며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렇네. 의료생협 조합원이 된지 2년이 좀 넘었고, 아이들 진료받으로 몇 번 온 적은 몇 번 있었는데, 내가 진료를 받는 건 처음이었다. 어떻게 왔냐는 말에 작년에 10월에 다친 상처 얘길 꺼냈더니, 고맙게도 내가 다쳐서 한동안 다리를 절고 다녔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일단 흉터를 보여줬다. 손으로 만져보고, 눌러보더니 "이건 켈로이드가 맞는 것 같아요." 라고 했다. 무슨 말인지 몰라서 물었더니, 자세하게 설명해준다. 대충 들어보니 지난 달에 정형외과 의사가 했던 말과 비슷하다.


켈로이드 피부는 피부 속에 있는 섬유질이 과도하게 비대해지는 현상인데, 주로 유전적인 요인에 의한 체질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나타난다고 한다. 또 피부 손실이 많았던 상처(즉, 상처가 큰 경우)나 무릎처럼 상처에 벌어지는 힘을 지속적으로 받는 상처에도 나타난다고 한다. 정형외과 의사에게 했던 말을 다시 했더니, 대개는 체질적인 요인이 많은데, 내 경우에는 잘 모르겠다고 한다. 치료 방법은 스테로이드 주사를 놓는 것이라고 했다. 스테로이드가 켈로이드를 수축시켜서 부풀어오른 흉터를 작아지게 만든다고 한다. 한번에 끝나지 않고 여러번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치료실로 자리를 옮겨 주사를 맞았다. 백원 동전보다 조금 작은 흉터에 주사바늘을 찔러넣고 스테로이드를 살짝 투여하고는 주사바늘을 살짝 뺐다가 다른 방향으로 다시 찔러서 투여하고 또 빼서 다른 방향으로 또 찌르기를 여러 차례 반복했다. 흉터이긴 하지만 생 살을 주사바늘로 이리저리 헤집는 터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각이 뇌를 강타했다. 순간순간 아팠지만 내색을 할 순 없어서 이를 꽉 깨물고 참았다. 주사를 다 놓고 나서 되도록 흉터 주위를 거즈나 밴드로 덮어 두라고 한다. 켈로이드는 자꾸 닿고, 부딪히면 더 커지는 경향이 있다고 직접 물리력이 닿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했다. 


주사를 다 놓고 간호사가 거즈를 붙이고 있는데, 아내가 작은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들어왔다. 치료실 문 밖에서 아이가 "아빠!"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간호사가 문을 살짝 열었고, 작은 아이가 나를 쳐다봤다. "아빠, 아퍼? 저번에 내가 차서 아픈거야?" 그 얘길 듣는 순간 깜짝 놀랐다. 아이가 발로 차서 딱지가 떨어졌던 날, 무척 아파서 아이에게 화를 냈던 기억이 났다. 너 때문에 아빠가 아프다는 말을 아이가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벌써 몇 달이나 지난 일인데. 그래서 얼른 "아니야! 우리 이쁜이 때문에 아픈거 아니고 다른 일로 아픈 거야." 라고 말해줬다. 아이는 내가 치료실을 나온 후에도 또 한번 물어본다. "나 때문에 아픈거 아니야?"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아니라고 다시 한번 확인해줬다.


병원을 나와서 운동을 마친 큰 아이를 기다리면서 분식집에서 배를 채웠다. 아이들 손을 잡고 집으로 걸어오는 길이 유난히 멀게 느껴졌다. 주사를 맞은 자리가 불편해서 조금씩 다리를 절으며 걸었다. 참 지겹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순간 넘어져 다친 상처가 벌써 몇 달째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건지. 게다가 다시 또 몇 달간 주사를 맞아야 한다니. 잠들기 직전에는 주사바늘로 찌른 자리가 쿠쿡 쑤시면서 아팠다.


치료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사실에 기분이 안 좋아졌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기분이었다. 아이들을 씻으러 들여보내고, 어제 택배로 받은 봉투를 뜯었다. 갈라파고스 출판사에서 선물로 받은 책이었다. 언젠가 응원 댓글을 쓰면 신간을 보내준다는 이벤트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운 좋게도 당첨이 되었다. 책을 조금 살펴보고, 아이들과 잠시 놀아주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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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4-02-12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켈로이드에요. 팔뚝에 주사자국. 엄마 닮았답니다. ^^ 주사도 맞아보고, 말캉한 파스 비스므리한것도 있어요. 그것도 해봤는데, 사실 저는 전혀 신경 안쓰고, 심지어 매끈한것보다 안심심하잖아, 그러고 있습니다. 엄마는 그 연세까지도 콤플렉스라고; 여튼, 주사 오래 맞아도 다시 돌아올수 있는데, 병원에선 그런얘기 안하던가요?

하이드 2014-02-12 18: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원따라 다른데, 서울대병원에서는 의사선생님이 매우 놀라시며 ㅎㅎ 어떻게 그걸 그냥 맞았냐고, 마취해주셨어요.

감은빛 2014-02-14 18:06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도 켈로이드군요. 불편한 점이 많을 것 같아요.

저도 처음 주사를 맞을 때는 그냥 참을만하겠지 싶었는데,
계속 주사바늘을 뺏다가 방향을 틀어서 다시 꽂아 넣기를 반복하니까
좀 견디기가 힘들더라구요.

살짝 마취는 왜 안해줬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2014-02-12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4 1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5 0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팜므느와르 2014-02-13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람마다 한 가지씩 고질 체질(?)은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켈로이드 저는 잘 모르지만 엄청 성가시고 힘들겠어요.
언능 나으시어요.
전 기관지 천식이 심해요. 아부지한테서 물려 받았지요.
봄도 다가오는데 아이랑 꽃놀이 하려면 건강부터 챙겨야지요.
그러고 보니 봄이 오고 있어요. 닷새 째 봄을 시샘하며 뻣대는 저 눈발의 향연ㅠ

로긴하지 않은 상태에서 덧글 씁니다. 감은빛한?! 오후입니다.^^*

감은빛 2014-02-14 18:10   좋아요 0 | URL
완벽한 사람은 없겠지요.
누구나 불편하거나 안 좋은 면은 갖고 있을 것 같아요.

감은빛 오후를 보내셨군요. ^^

오늘은 금요일이고, 곧 퇴근입니다.
예전에는 열심히 놀고 싶어서 주말을 기다렸는데,
요새는 쉬고 싶어서 주말을 기다려요.

팜므느와르님, 즐거운 주말 되세요.

2014-02-14 00: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2-14 18:1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