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근의 해고일기 - 쌍용차 투쟁 기록 2009-2014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22
이창근 지음 / 오월의봄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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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에 민낯을 그대로 만나볼 수 있는 책. 이 시대를 살아가는 이라면 꼭 읽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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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바람이 머리칼을 날린다. 나는 옷깃을 여미고, 목을 잔뜩 움츠린 채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걷는다. 거리엔 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멀리서 한 여성이 걸어온다. 내가 걷는 속도와 그가 걸어오는 속도만큼 우린 가까워졌다. 몸에 붙는 가죽 점퍼와 가죽 치마를 입었다. 날씬한 다리와 매끄러운 곡선의 엉덩이 그리고 가슴으로 눈이 간다. 나도 모르게 그의 알몸을 상상해본다. 바로 옆을 스쳐지나갈 때 그의 빨간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멈춰서서 슬쩍 고개를 돌려 뒷모습을 본다. 가죽치마의 매끈한 재질 덕분에 탄탄한 엉덩이가 도드라져 보인다. 뒤따라 걸어오던 여학생 두 명이 나를 보며 수군거린다. 얼굴이 확 달아오르며 다시 가던 걸음을 이어간다. 어느 가게에서인지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빠른 리듬의 음악, 젊은 여성의 노래 소리, 아마도 걸그룹의 노래겠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이 목소리의 여성들은 아름다운 몸매 흔들며 섹시한 춤을 추고 있을 것이다.


퇴근길 버스는 늘 만원이다. 여러 사람들 틈에 간신히 끼어서 손잡이를 잡았다. 내 눈 바로 밑에 어느 여성의 정수리가 보인다. 냄새, 낯선 여성의 정수리 냄새를 맡아야 하다니. 버스가 교차로에서 회전하면서 승객들의 몸이 휘청인다.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을 꽉 주지만 몸은 이미 뒤로 기울어졌다. 앞에 선 여성이 내 가슴으로 확 기울어진다. 마치 내 품에 안긴 모양새다. 짧은 순간 내게 기댔던 작은 체구의 여성은 다시 바로 선다. 뒤로 기울었던 내 몸도 바로 선다. 버스가 정류장에 멈춰서고 내리는 사람은 없지만, 또 새로운 승객이 탄다. 이미 발디딜 틈없이 꽉 찼건만 또 사람을 올라서면서 몸이 밀린다. 갈 곳은 없건만 사람들은 계속 밀어댄다. 조금씩 조금씩 발을 옮겨 옆으로 밀려났다. 내 앞에 있던 여성도 함께 밀려 여전히 그의 정수리는 내 눈 밑이다.


버스가 크게 돌면서 또 한번 몸이 뒤로 기울어진다. 이번에도 여성은 내 품에 살짝 안겼다가 바로 선다. 버스가 돌 때마다 이름 모를 여성은 내 품에 안겼다가 떨어지기를 반복한다. 문득 이 여성의 얼굴이 궁금해졌다. 바로 앞에서 전화벨이 울린다. 내 앞의 여성이 손잡이를 잡았던 손을 놓고 어깨에 멘 작은 가방에서 전화기를 꺼낸다. "여보세요." 앳된 목소리.  여성이 전화기를 왼쪽 어깨와 귀에 고정시키고 양  손으로 가방을 여미는 순간, 그의 옆 얼굴을 살짝 보았다. 귀여운 인상이다. 순간 또 버스가 돌면서 여성의 몸이 확 쏠린다. 손잡이를 쥔 팔에 힘을 꽉 주었다. 여성은 중심을 잃고 내 팔에 안겼다. "어머!" 높은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손잡이를 쥔 내 팔에 상체를 기댄채, 놀라 동그랗게 커진 눈동자가 나를 올려다본다. 곧 그는 몸을 일으켜 세우며 고개를 살짝 끄덕여 인사를 한다. 나도 살짝 고개를 끄덕여 답을 했다. 오른손으로 손잡이를 다시 쥐고, 왼손으로 전화기를 고쳐 쥔 채 작은 목소리로 통화를 한다. 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 상대방에게 답을 하는 듯하다.


아마 남자친구인듯, 작은 목소리는 오늘 있었던 사소한 일들을 말하기 시작한다. 하루종일 서 있어서 다리가 무척 아프다고 했고, 점장님이 짜증나게 굴었다며 하소연 했다. 누군가가 연락도 없이 나오지 않아 혼자서 매장을 다 맡았다며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고 했고, 어떤 손님이 접시를 깨뜨려, 치우다가 손을 살짝 베였다는 이야기도 했다. 만원 버스 속에서 인파 속에 몸이 낀 채로, 이름 모를 여성의 일상이야기를, 남자 친구와의 대화를 다 듣고 있어야 했다. 남자 친구는 아마 회식이 있다고 한 듯, 술 많이 먹지 말고 끝나면 전화하라고 했다. 여성은 전화를 끊고 고개를 돌려 나를 슬쩍 올려본다. 그 시선을 어떻게 받아야 할지 몰라, 슬쩍 눈을 돌렸다. 한번 더 고개를 살짝 움직여 인사를 한 듯했다.


어느 정류장에서 우루루 승객들이 내렸다. 비로소 숨통이 조금 트였다. 빈 공간이 조금 생기자 여성은 뒷문 바로 앞으로 자리를 옮겨, 폰을 꺼내들고 두드리기 시작했다. 까똑, 까똑 하는 소리가 연속으로 들린다.


버스를 내리자 다시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린다. 가방을 고쳐 메고, 옷깃을 여미는데, 그 여성이 나를 스쳐 앞으로 나왔다. 여성은 종종 걸음으로 골목을 향해 걸었다. 멀어지는 여성의 작은 체구를 바라보며 담배 한 개비를 꺼내 물고 불을 붙인다. 훅 뱉어낸 흰 연기가 바람에 날려 하늘로 흩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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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reka01 2015-11-24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에 날려 하늘로 흩어지는 연기와 여자가 오버랩되네요. 잘 읽었어요.

감은빛 2015-11-27 14:59   좋아요 0 | URL
유레카님 고맙습니다!! ^^

2015-11-24 2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27 1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슬로뉴스에서 흥미로운 연재를 발견했다. 임대차 계약이 만료한 후에 집 주인이 임차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경우,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과 과정을 기록한 것이다. 기사에 따르면 글쓰신 분은 9월 말에 계약이 끝나 사전에 이사 나갈 것을 몇 차례 전달했고, 집을 부동산중계소에 내놨으나, 가격 문제로 다음 임차인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다음 임차인이 정해지지 않아 집 주인이 보증금을 받지 못해도,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집 주인은 보증금을 현 임차인에게 돌려줘야 한다. 하지만 이 집 주인은 추석 연휴를 핑계로 못 돌려주겠다고 했고, 그 후에도 계속 돌려주길 거부했다.


상황은 아직도 진행중이며, 총 3개의 기사를 읽으면서 과거 내 경험과 같거나 비슷한 점을 몇 가지 발견했다. 우선 계약서 상 집 주인과 집을 관리하며 집 주인 행세를 하는 사람이 다르다는 점이 같다. 이 기사에선 주인 행세를 하는 할머니의 아들이 법적인 소유주였고, 내 경우에도 주인 행세를 했던 할머니의 어린 아들이 법적 소유주 였던 적이 있었고, 또 영감의 딸이 법적 소유주였던 경우도 있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나이 드신 집 주인 중에 경우없이 억지를 쓰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고, 여러가지 이권 때문에 자식 명의로 돌려놓았지만, 실제 그 집의 주인은 그 할머니나 영감이라는 뜻이다. 지금까지 남의 집 살이 해오면서 딱 한번 괜찮은 집 주인 만났는데, 우리보다 조금 더 나이가 많은 비교적 젊은 분들이었다. 거의 대부분 집 주인이나 그 대리인들은 나이가 많았고, 그 나이만큼이나 경우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두번째는 집 주인이 일방적으로 자기 말만 하고, 언성을 높이고, 욕을 퍼붓는다는 점이다. 예전에 나도 몇 번이나 집주인 횡포 때문에 괴로웠다. 그들의 횡포와 일방적인 태도는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한겨울 몇 십년 만의 추위였다고 뉴스에서도 크게 다뤘던 그 밤, 보일러가 고장나 태어난 지 백일도 안된 큰 아이를 얼음판이 된 바닥에 누일수가 없어서 아내와 밤새 번갈아 안고 지새웠던 밤이 있었다. 다음날 보일러를 고쳐달라고 요구했더니, 세입자의 잘못으로 고장났으니, 알아서 하라고 했다. 보일러 기사님은 수명이 지나도 한참 지났기 때문에 고쳐도 임시 방편일 뿐이다. 아마 겨울을 다 나기 전에 또 고장이 날 것이라고 했다. 다시 어린 아기를 안고 집 주인에게 찾아가보일러 교체를 요구했으나, 무조건 세입자 잘못이니 못해준다는 말 뿐이었고, 계약서에 적혀있는 집 주인의 의무임을 강조했더니 아기를 안고 있는 나를 계단에서 밀어버리고, 욕을 퍼부었다. 사람을 민 것도 엄연한 폭력이므로 경찰을 불렀으나, 경찰은 집 주인과 화해하라는 엉뚱한 말만 늘어놓고 돌아갔다. 그 사이 그 집 딸이 또 나에게 소리를 지르고 욕설을 퍼부었다. 맘 같아선 제대로 대응해서 버릇을 고쳐주고 싶었으나, 아직 어린 아기가 고생할 걸 생각하니 너무 불쌍해서 그냥 집 내놓고 이사나왔던 적이 있었다. 당시의 그 추위와 아기의 고생만 아니었으면 제대로 집 주인 애먹일 수 있었을텐데, 두고두고 아쉽다.


집 주인의 일방적인 태도는 그 집 뿐만 아니다. 녹물 때문에 3달을 넘게 싸웠던 집 주인도 어지간히 말이 안 통했다. 베란다 누수를 고쳐주지 않았던 주인도, 계약 만료 때문에 새 집을 알아보려고 계약금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무시했던 주인도 모두 임차인인 우리 말은 들어주지 않고 자신의 일방적인 요구와 태도만 고수했다.


나는 다행히 소송으로 간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두 세번 정도는 내용증명 보내고, 민사소송을 할 것이라는 예고를 보낸 후에야 상황이 해결된 적이 있다. 녹물 때문에 3달 넘게 애 먹였던 집 주인은 내용증명과 소송 예고를 받고 나서는 곧바로 달려와서 사과하고, 해결을 약속했다. 그냥 말로 할 때는 3달 동안 아이들을 고생시켜놓고, 소송 걸겠다고 하니 바로 달려왔다. 계약금 건도 비슷했다. 몇 번이나 말 바꾸고 약속을 지키지 않더니, 내용증명 보내고, 그 집에 얽힌 몇 가지 문제점을 갖고 소송을 걸겠다고 하니, 결국 태도를 바꿨다. 참 여러번 집 주인 횡포 때문에 변호사 친구의 도움을 받았다. 그나마 나는 가까이에 물어볼 변호사 친구라도 있어서 이 정도였지, 만약 도움 줄 사람이 없었다면 훨씬 더 막막했을 것이다. 대학생 친구 한 명만 있었으면 하고 바랐던 전태일 열사의 심정이 이해간다.


그래도 소송 전에 해결이 되었지만, 만약 끝까지 집 주인들이 버텼다면, 나도 아마 끝까지 누가 이기는지 가봤을 것이다. 당시 변호사 친구는 결국 소송으로 가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돈도 많이 들고, 막판에는 합의를 할 수 밖에 없게 될텐데, 원하는 만큼의 성과도 얻어내기 쉽지 않다고 얘기했지만, 나는 그럼에도 집 주인에게 소송을 걸어 이 상황의 잘잘못을 분명히 따지고, 충분히 괴롭게 만들어 줄 생각이었다.


이 기사의 글쓴이가 존경스러운 점은 망설임이 없었다는 점이다. 물론 기사에 드러나지 않았을 뿐, 어찌 망설임이 없었겠는가만 일정을 하나하나 곱씹어보면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빠르게 할 수 있는 일들을 다 찾아서 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대단하다!


세번째 공통점은 부동산 중계인의 태도다. 이 기사에는 부동산 중계인의 실수에 대해 짧은 언급이 있지만, 아마 이래저래 속상할 일이 많았을 것이다. 난 집 주인 운이 없었던 만큼 부동산 운도 없었는데, 앞서 한겨울 보일러 사건이 났던 집을 중계했던 부동산과는 주먹다툼 직전까지 갔었다. 이사 날짜는 휴일로 잡는 경우가 많고, 관례적으로 인터넷 뱅킹에 의한 이체로 잔금을 치루거나, 이사 나온 집 주인이 건네주는 수표를 받아 잔금을 치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이사 나온 집에서 수표를 작은 단위로 여러장 끊어준 것이 아니라 큰 금액으로 달랑 한 장을 건네줬는데, 잔금으로 남은 돈과는 단위가 안 맞았다. 결국 수표를 쪼개어 잔금을 치뤄야 하는데, 은행은 영업을 하지 않고, 씨디기계에 수표를 입금해도 하루가 지나야 이체가 가능하다. 부동산 중계인은 이 점을 트집 삼았는데, 해서는 안되는 인격 모독성 표현을 하길래 따졌더니 다짜고짜 소리 지르고, 욕을 하더라. 그 중계인 경상도 사람이었고, 아주 익숙한 욕을 하길래, 나도 어릴때부터 한 욕하던 솜씨를 유감없이 들려줬다. 그 인간은 욕을 듣더니 주먹을 휘두르려고 했고, 난 웃으면서 잘 됐다고, 당신 합의금으로 잔금 치르면 되겠다고 때려보라고 했다. 그 와중에도 욕은 계속 들려줬다. 결국 장모님께서 중재하셔서 잔금 건은 해결되었으나, 그 중계인은 나의 사과 요구를 묵살하고 끝까지 자기 억지 주장만 펼쳤다. 그 동네 오래 살지 않았지만, 오가면서 그 중계인 만날 때마다 눈 앞에서 침을 뱉어주고, 욕을 들려주고 지나갔다.


녹물 문제가 있었던 집 부동산 중계인도 비슷했다. 처음엔 아주 좋은 집이라고 간도 쓸개도 다 내줄 것처럼 친절하게 대하더니, 막상 계약서 작성하고, 중계 수수료 지급하고 나면 남의 일이 되어 버린다. 처음 보여줄 당시에 녹물이 나오지 않았던 건 분명히 부동산이 우릴 속였던 것이었다. 초기에는 집 주인은 아예 연락을 받지 않았고, 부동산에 요청해서 해결해달라고 했는데, 해주겠다고 대답만 하고는 며칠을 그냥 보냈다. 몇 번이나 확인 전화를 걸었지만, 늘 연락 중이니 기다리라고만 했다. 결국 한 달이 지난 후에야 좀 언성을 높여 따졌더니, 오히려 중계인이 나에게 화를 냈다. 자기가 그 알량한 복비 몇 푼 받고 언제까지 심부름을 해야 하냐고. 녹물 문제는 분명히 집 주인이 해결해 줘야 할 중대한 하자이고, 당신은 이 건은 중계한 사람이기 때문에 해결해줄 책임이 있다고 했더니, 오히려 먼저 욕을 퍼붓는다. 전화로 욕 배틀을 하다가, 다음날부터 찾아갔더니 갈 때마다 자릴 비우고 없었다. 이후 내 전화는 아예 받지 않았다. 자신의 중계 책임을 다 하지 않고 오히려 의뢰인에게 욕을 퍼붓는 중계사라니! 참 이 나라는 집 주인들 만큼이나 엉터리 중계사들이 많다.


연재 기사 3편을 읽으면서 10년이 훌쩍 넘어, 15년이 다 된 기간 동안 서울이라는 어마어마한 인구 밀집 지역에서 세입자로 살아왔던 숱한 고생들이 머리속을 스쳤다. 예전에 내가 쓴 글을 다시 찾아 읽어보니, 어느 분이 댓글로 그 주인들도 사람이니 분명 좋은 면이 있을 거라고, 잘 얘기해서 풀라고 남겼다. 지금도 변함없는 생각이지만, 당시에 나는 시스템의 문제라고 답을 썼다. 분명 그 사람들도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일 것이다. 가족으로서, 친구로서 말이다. 하지만 집 주인으로서는 인간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짓을 저지른다. 아마 누구라도 마찬가지 아닐까? 촛불 시민들에게 곤봉과 날선 방패를 휘두르고, 군화발로 짓밟는 경찰들도 가족들에게는 자상한 아버지이자, 다정한 남편일 것이다. 여기자를 성추행하고, 이권을 넘겨 뇌물을 받아먹는 정치인이나 권력자들도 그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에게는 분명 좋은 사람일 것이다. 핵 발전소를 잔뜩 지어 배를 채우는 핵 마피아들도 역시 누군가에게는 좋은 사람일 수 있다. 그들이 악마여서, 철저하게 나쁜 인간이어서 그런 짓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그저 상황에 맞게 자신의 이익을 취할 뿐이며 그 짓이 그리 나쁜 짓이 아니라고 믿을 것이다.


예전에 평생 대중교통을 한번도 타 본적이 없다는 사람을 만난 적이 있다. 그런 사람들은 알 수 없다. 만원 버스나 지하철을 타는 것이 어떤 일인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그건 말로 설명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이 썩어빠진 대한민국에서 집 주인이라는 슈퍼 갑은 을인 세입자의 처지를 이해할 수 없다. 그저 자신이 옳고 잘났을 뿐이다.


암튼 이 기사를 쓰신 분이 하루 빨리 임차보증금을 돌려받고 연재를 중단하기를 바란다.


슬로뉴스 연재기사 보러가기

http://slownews.kr/46462

http://slownews.kr/46707

http://slownews.kr/47864


감은빛 예전 글 읽기

http://blog.aladin.co.kr/idolovepink/64598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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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1-12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1-27 14: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5-11-13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 육개월 못받은적이 있는데 정말 밤잠이 안왔어요. 20년간 한번도 이사를 안해봤는데 상경하면서 부터 거의 2년에 한번은 떠돌았으니...

저는 예전엔 부동산중개인을 하나의 전문가로 믿고 의지하자는 주의였는데 몇 년 겪고보니 그저 장사만 하시는분들이 많더군요.

다들 비슷한 일을 겪으며 타향살이를 하나봅니다.

집문제가 잘 해결되셔야할텐데요...

감은빛 2015-11-27 14:56   좋아요 0 | URL
모리님, 답이 많이 늦었어요.
세상에! 6개월이라니! ㅠㅠ
하긴 저도 녹물 나오는 집에서 3달 넘게 버텼는데,
매일 아이들 씻기면서 어찌나 짜증이 났는지 말도 못하는데,
나중에 어떻게 그 시간을 살았나 싶더라구요.

간혹 이런 글이나 이야기에,
자긴 아주 괜찮은 집 주인이라고 말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그 집 세입자가 아니니, 얼마나 괜찮은 지 알 수 없지만,
그런 괜찮은 집 주인이 아주 없는 건 아니겠죠.

쉽싸리 2015-11-14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 분위기가 나아지려면 강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봅니다. 못된 주인/중개인들이 정신차리게요...

감은빛 2015-11-27 14:58   좋아요 0 | URL
내용증명 그리고 행정적 절차를 밟아도,
못된 주인이나 중개인들이 정신을 차리지는 않더라구요.
그냥 그렇게 행동할 줄 아는 사람에게만,
잠시 기세에 눌려 당연한 행동을 마지못해 해줄 뿐이더라구요.
 

스피드 스태킹


그 아비의 그 딸이라고, 큰 애는 아빠를 닮아 뭐 하나에 꽂히면 푹 빠지는 편이다. 내가 스내치에 푹 빠져 늘 '어떻게하면 좀 더 동작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하면 무게를 더 늘릴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처럼, 아이는 요즘 스피드 스태킹에 푹 빠져서 매일매일 신기록을 세우는 재미로 살고 있다.


스피드 스태킹은 플라시틱 컵을 일정한 공식에 따라 세웠다가 접었다가를 반복하는 것인데, 누가 더 빨리 하는가를 재는 국제 경기도 열린다고 한다. 아이가 처음 이 경기를 접한 건 공동육아 방과후 협동조합에서다. 같이 방과후 교실에 다니는 아이의 어머니가 스피드 스태킹을 가르키고, 공식경기 진행에도 참여하셔서 일찍 접하고, 어린 나이에 공식 경기에도 참여해 본 아이가 있다. 그 어머니께서 한번 방과후교실 아이들과 스피드 스태킹 교실을 진행했는데, 아이들이 모두 엄청난 관심을 갖고 푹 빠져들었다. 공식 경기에 참여해 본 아이는 당연히 처음하는 아이들보다 월등히 기록이 빨랐는데, 우리 아이를 포함해서 그 아이보다 더 상급생인 아이들은 동생보다 기록이 느리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는지, 그 아이를 목표로 열심히 연습했다.


결국 방과후교실에선 매일매일 기록 향상을 위한 맹연습을 경쟁적으로 해왔고, 각 가정마다 아이들이 졸라서 공식경기에 쓰이는 컵과 초시계와 매트를 구매하기도 했다. 우리 아이도 계속 사달라고 졸랐으나, 일시적인 관심으로 한동안 하다가 금방 싫증내고 그만두는 건 아닌가 싶어 한동안 두고 봤는데, 이 정도면 그렇지 않겠다 싶어서 일단 컵만 구매했다. 매트와 초시계까지 장만하려면 그것도 돈이 제법 들더라.


아이는 요즘 일어나자마자, 학교 다녀오자마자 컵을 쌓았다가 접기를 반복한다. 매일 얼마나 기록 괜찮은 날엔 얼마나 줄었는지를 자랑하고, 별로 줄지 않았으면 또 투정하듯이 말한다. 아이가 워낙 열심히 하길래, 얼마나 재미있나 싶어서 나도 아이에게 배워서 해봤다. 보기에는 간단해 보였는데, 생각보다 어렵더라. 몇 번을 해봐도 도무지 손에 익지 않아서 버벅거렸다.


아이를 지켜보면서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그 정도 열의라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려 노력하는 삶을 살아가겠구나. 숱한 어려움에 굴하지 말고 열심히 네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애쓰렴. 아빠는 언제너 널 응원한다!


아래 동영상은 월드 스포츠 스택스 오브 챔피언쉽이라는 국제대회 하이라이트 영상이다. 아이가 연습하는 공식 외에도 다양한 방식의 경기가 있는 것 같다.




스내치


아이가 몇 달째 열심히 스태킹을 하는 걸 보면서 나도 지지않고 열심히 스내치를 연습해야지 했으나, 사실 최근 바빠서 운동을 많이 못했다. 게다가 날이 추워지면서 몸이 굳어서 생각보다 자세가 잘 안 나온다. 이럴때는 스내치를 더 잘하기 위한 기본 운동에 주력하는 게 낫다. 데드리프트, 스퀏, 오버헤드 스퀏 등을 위주로 운동하면서 일부러 한동안 스내치를 하지 않았다.


특히 허벅지와 허리 근육을 키우기 위해 데드리프트를 주로 했는데, 덕분에 데드리프트 무게는 제법 올렸다. 예전에는 너무 단순한 동작이라 데드리프트에 재미를 느끼지 못했는데, 이것도 계속 하면서 무게를 늘리다보니 나름의 재미가 있더라. 게다가 단순한 동작에서도 힘을 주는 방식과 자세에 대해 생각할 부분이 많더라. 


한편 좋은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유연성을 길러야 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꽤 오랫동안 운동을 하지 않아 굳어버린 몸은 좀처럼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나름 틈 날때마다 스트레칭을 하면서 유연성 향상에 신경을 쓰지만, 그다지 좋아진다는 느낌이 없다. 계속 연습해도 자세가 좋아지지 않고, 무게를 늘리기 어려운 이유는 바로 유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도 든다.


역기 스내치가 맘처럼 잘 되지 않으니 케틀벨 스내치를 연습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문제는 케틀벨 스내치가 역기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에 영상을 보면서 혼자 배우기 쉽지 않다. 또 지금 다니는 핏니스센터에 케틀벨이 없는 것도 문제다. 집에 케틀벨이 있지만, 연습할 시간이 없다. 한편 집에 있는 케틀벨은 스윙을 하기에 적절하지만, 제대로 배우지 않고 스내치를 하기에는 무리다. 한 두번 시도해보다가 실패했다.


아래는 러시아 케틀벨 스내치의 여왕으로 불리는 크세냐의 스내치 모습이다. 사용자의 요청으로 소스코드 공유를 거부했기에 여기에 첨부할 수 없었던 또다른 영상에서 그는 24kg 케틀벨로 제한시간 10분 안에 202개의 스내치를 해냈다. (이 영상에서는 어릴때 케틀벨을 놓치는 장면이 나오고, 마지막에 201개를 들어올리는 장면이 나온다.) 당장은 쉽지않겠지만 언젠가 케틀벨 스내치도 꼭 익히고 말리라.




뭐 급하게 생각할 건 없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하다보면 언젠가는 만족할만큼의 성과를 거두리라 믿는다. 오늘도 동영상을 찾아보면서 공부한 것을 직접 역기를 들어가면서 몸에 익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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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5-11-05 15: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 있는 케틀벨이 몇 키로짜리인지 모르겠는데 우와- 마지막 영상의 여성을 보니 저도 도전하고 싶어져요. 확실히 케틀벨을 들어올리니 허벅지까지 운동이 되는 게 보이네요. 허벅지 근육도 많이 발달했어요, 영상 속의 선수요. 일단 바른 자세를 아는 게 중요하겠어요.

응원합니다!

감은빛 2015-11-05 19:23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도 집에 있는 케틀벨로 도전해보세요. 제가 드린 책이 조금 도움이 될 겁니다. 거기엔 스내치 방법은 안 나와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클린 앤 저크는 나와있어요.

케틀벨은 애초에 코어 근육 강화와 컨디셔닝 운동용입니다. 허벅지와 허리(엉덩이) 힘으로 들어올리는 거예요. 절대 팔힘으로 들면 안 됩니다.

스윙을 충분히 익힌 다음에 클린 앤 저크를 연습하시고, 그 다음에 스내치로 넘어가야 해요.

저 선수가 들고 있는 24킬로그램 스내치를 하려면 적어도 몇 달간 꾸준히 연습해야 할 거예요.

대개 여성들은 10킬로 미만으로 시작하고, 남성들도 16킬로 정도로 시작합니다. 요령이 좀 생겨야 24 킬로를 들 수 있어요.

transient-guest 2015-11-06 0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운동의 시작과 끝은 스쾃하고 데드리프팅이라고 하고, 단순한 리프팅이 아닌 역도 (스내칭 등)라고도 하더라구요. 좋은 운동을 하고 계신듯. 저도 다친 어깨가 좋아지면 좀더 실제 파워를 늘리는 운동으로 바꾸어 나가려고 합니다. 단순히 역기만 들고 기계만 사용한지 6년 정도가 지나니까 재미가 없네요.ㅎ

감은빛 2015-11-12 19:29   좋아요 0 | URL
저런! 어깨를 다치셨군요.
저도 20대 후반에 어깨를 다치고, 한 몇 년 운동을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직도 다쳤던 어깨는 유연성이 부족하고, 조금만 무리해도 통증이 느껴집니다.

역기를 드는 재미를 느끼고 나니, 머신 운동은 더이상 못하겠더라구요.
스내치는 처음 시작할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운동인 것 같아요.
조금만 쉬어도 금방 티가 나구요.

반면 스쾃하고 데드리프트는 비교적 간단한 운동이라
무게를 늘리기는 어렵지 않지만, 재미가 덜하죠.
근데 이 두 운동이 기본이 되어주지 않으면
스내치가 더 늘지 않더라구요.

빨리 어깨가 회복되고, 재밌는 운동 하시기 바랍니다! ^^
 

검은 밤을 가르는 하얀 서치라이트, 귀를 울리는 경쾌한 비트의 음악, 온 몸으로 느껴지는 속도감과 흔들림, 그리고 함께있는 것만으로도 기분좋은 동지들과 보낼 시간에 대한 설레임, 바쁜 일상에서 벗어난다는 인식에서 오는 안도감, 아이들이 보고싶은 마음은 잠시 접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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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0-08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다녀오세요^^ 그냥.... 응원하고 싶어서... 실례같지만 댓글로 인사드립니다.

수이 2015-10-08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한 응원.

단발머리 2015-10-09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심히 잘 다녀오세요. 감은빛님과 동지들의 수고가 꼭 좋은 성과를 거두시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