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지난 2월은 너무 빨리 지나가버린 느낌이다. 평소보다 짧은 달인데, 설 연휴까지 있었으니. 그래서 원고 마감에 대한 걱정과 압박도 컸다. 이번 마감은 정말 극적으로 이루어졌다. 2월 15일쯤 대략적인 글의 주제와 소재를 잡아놓고, 20일까지는 글을 넘길 생각이었다. 그런데 글이 안써졌다. 일과시간에는 일상업무로 바빴고, 집에서는 각종 집안일과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주로 새벽에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으나, 빈 화면에 커서만 깜빡일 뿐. 도저히 자판이 두드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그즈음부터 이유없이(아마 오랫동안 잘못된 자세가 굳어져서) 골반이 아프기 시작해서, 컴퓨터 앞에 오래앉아 있는 것이 힘들었다. 결국 원고 마감일을 넘기고, 두번째 약속시한이었던 25일까지도 글을 쓰지 못했다. 2월의 마지막 날. 28일이 최종 마감일이었다. 이날 오전까지는 무슨일이 있어도 글을 넘기기로 약속했다.  

금요일 저녁 퇴근하면서, 오늘 밤에 꼭 써야겠다고 마음먹었으나, 일주일동안 쌓인 피로 때문인지. 아이들을 재우면서 잠들어버렸다. 토요일엔 약속이 있어서 나갔고, 밤에 처가에서 잠을 잤다. 일요일엔 집으로 돌아와 집안일을 했고, 밤이 되어서야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글을 써야했으나, 피곤을 이기지 못하고 잠이 들었다. 결국 28일 아침까지 단 한줄도 쓰지 못한채 출근했다. 커피 한 잔을 타놓고 맹렬하게 자판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1시간 반 안에 끝내야 했다. 대략적인 틀을 머리속에 잡아놓고 있었기에 그냥 마음가는대로 두드렸다. 1시간 안에 정해진 분량을 채우고 다시 읽으면서 맞춤법을 점검하고, 맘에 안드는 문장을 버리고, 새로운 문장을 채워넣었다. 글을 쓰기 시작한 지 2시간이 채 안되어, 완전히 식어버린 커피를 마시며 원고를 넘겼다. 최단시간 기록이다! 그렇다면 원고의 질은? 모르겠다. 일단은 그냥 잊어버리련다. 

둘. 토요일 모임이 있어서 큰 아이랑 함께 집을 나섰다. 아내는 둘째를 데리고 친정으로 갔다. 모임이 끝날 때즈음 아내에게 전화를 했다. 집으로 바로 돌아갈지, 처가로 갈지 물었더니, 처가로 와서 데려가달란다. 출발할 준비를 해놓고 기다리겠다고. 알겠다고 하고 지하철을 타고 처가로 갔다. 지하철을 내려서 마을버스를 타러 가는데, 꼼장어 집이 보였다. 갑자기 꼼장어가 무척 먹고 싶었다. 옛날에 자갈치 시장에서 꼼장어 맛있게 해주셨던 어느 노점 할머니가 생각났다. 그맛이 날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꼼장어에 소주 한잔이 간절했다.아내는 지금 짐을 다 싸놓고 기다리고 있을텐데. 전화를 해서 오늘은 자고 가자고 했다. 꼼장어와 장모님께서 좋아하시는 막걸리를 사갈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아이를 먹이려고 일부러 양념이 아닌 소금구이로 샀다. 오랫만에 장모님과 아이와 함께 꼼장어를 참 맛있게 먹었다. 

셋. 골반이 아픈 증상이 쉽게 낫지 않고 있다. 물론 처음 아픔을 느꼈을 때부터 쉽게 나으리란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평소에도 내 자세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드디어 올게 왔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 주위 사람들이 자꾸만 병원이나 한의원을 가라고 부추기는데, 원인을 아주 잘 알고 있는 나로서는 그럴 수가 없다. 나쁜 자세 때문에 생긴 증상은 자세를 바로잡아야만 고칠 수 있다. 자세를 바로 잡는 건 짧은 기간에 되는 것이 아니고, 또 아주 어려운 일이다. 병원이나 한의원에서 의사가 대신 해줄 수 있거나, 도와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김철의 몸살림 이야기>를 읽으면서 조금 도움을 받긴 했지만, 여러모로 많이 아쉬운 점들도 있었다. 구체적이지 않다고 해야할까. 친절하지 못하다고 해야할까. 암튼 큰 틀에서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다잡고, 각오를 다지는 데에는 도움을 받았지만, 실제로 아픈 증상을 고치는데에는 도움을 받지 못했다. 

그런데 도서관에서 아무런 기대없이 빌린 한 권의 책이 나를 살렸다! 

  

 

 

 

 

 

  

 

제목이나 표지의 느낌만 보면 보디빌딩이나 운동경험을 쓴 책인 것 같지만,(나는 그런 내용이라 생각하고 빌렸다.) 실제 내용은 완전히 다르다. 무술가로서 어떤 마음가짐으로 몸을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지금까지 내가 잘못된 방식으로 운동을 해왔고, 어떻게해야 고관절과 척추를 바로 잡을 수 있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어제는 이 책을 참고로 하여 바른 마음가짐과 자세로 고관절과 척추를 바로 세울 수 있는 운동을 조금 해보았다. 

며칠동안 아침마다 골반이 아파서 자리에서 일어나는게 무척 힘들었다. 오늘 아침에도 아프지 않은 건 아니지만, 아픈 정도가 훨씬 덜했다. 그리고 이을 닦고, 세수하고, 머리를 감으면서도 계속 저자가 강조한 점을 생각하며 움직였더니, 통증이 덜했다. 출근길을 걸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이 책을 만난 것이 대단한 발견이고,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울러 이번에 골반이 아픈 증상이 당장은 힘들고 괴롭지만,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다. 덕분에 더 늦기 전에 내 몸을 돌아보고, 바로잡을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제부터는 힘들어도 매일매일 실천하는 것만 남았다. 

꽃샘추위와 함께 시작한 삼월. 모 서점의 부도로 시작한 삼월. 무엇하나 좋아보이지 않고, 오히려 막막하기만 한 상황이지만, 개인적으로는 큰 깨달음과 함께 시작했기 때문에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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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1-03-02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 설 때 전 부치고 허리가 아파 애를 먹었습니다.
무엇보다 허리가 아프니 운동을 못하겠더군요.
물론 운동이래봤자 스트레칭 정도에 불과하지만.
나을만해서 허리를 돌려보면 다시 아프고 지금은 아예 포기했습니다.
그랬더니 조금씩 낫더군요.
사실 지난 가을부터 몸에서 뼈 부딪히는 소리가 나던데
운동을 안하니 그 소리도 훨씬 덜 나더라구요.
그래서 깨달았죠. 아, 지금까지 내가 뭔가 운동을 잘못했구나!
저 책이 저를 구원할 수 있을까요? 보고 싶어지네.

근데 모서점이 부도가 났다굽쇼? 어디랍니까?
요즘 오프 서점 안 될텐데. 온라인 서점 때문에. 안 됐네요.ㅠ

근데 살펴봤더니 남자용이네요. 여자용은 없나요? 흐흑~

감은빛 2011-03-11 10:36   좋아요 0 | URL
운동을 하면 적당히 뻐근하고,
딱 기분좋을만큼 피곤하고 그러면 정상인데,
아파서 움직이지 못할 정도라면, 뭔가 잘못된 것 같네요.

이 책은 남자용이라기 보다는,
무술하는 사람이 어떻게 기초체력운동을 하면 좋은가.
어떤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갖는 게 좋은가 하는 내용입니다.
남녀 구분은 없지만, 그리고 일반인에게도 적용은 가능하지만,
일단 무술하는 사람을 위한 책이랍니다.

2월 말일에 제법 유명한 모 총판이 부도를 내서,
출판계가 발칵 뒤집어졌습니다.

답이 많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

무해한모리군 2011-03-02 14: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이 좋아지셔야 할텐데 저도 좀 따스해지면 동네 한바퀴라도 뛸려구요.
서점 어디가 부도가 났나봐요. 하긴 저도 서점에 간것이 한참 전이네요.
그림 잘그리고 예쁘게 웃는 단야에게 안부전해주세요.

감은빛 2011-03-11 10:39   좋아요 0 | URL
자꾸만 몸에 이상이 생기는데,
이런 일이 처음이라 좀 당황스럽습니다.
날이 풀리면 좀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점이라기보다는 납품을 전문으로 하는 총판이 고의부도를 내서,
난리가 났습니다. 자꾸만 이런 일이 생기네요.

단야에게 안부 전할게요. 아마 좋아할거예요.
답이 많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

잘잘라 2011-03-02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여자 몸 만들기가 필요해요. 그렇쟎아도 '여자 맞아?' 하는 소릴 듣는데 몸매라도 좀 어떻게 여자티 나게 만들어봐야할텐데.. 흑흑. ㅜㅜ

감은빛 2011-03-11 10:40   좋아요 0 | URL
네, 스텔라님께 답으로 적었지만,
이 책은 남자용이 아니라 무술하는 사람을 위해 적은 책입니다.
남녀 구분은 없구요. 일반인도 관심이 있다면 충분히 읽어볼만합니다.
다만 기본 목적은 무술하는 사람을 위한 책이라는 거죠.

답이 많이 늦었네요. 죄송! ^^

마녀고양이 2011-03-02 18: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두 골반이 아프시네요. 이런.
거기다 여전히 바쁘시구요.

감은빛님... 저도 따라서 언니네 텃밭에서 받기 시작했어요.
지난 주에 첫 상자를 받았는데 너무 기분 좋았답니다. 내일 또 오겠네요.
소개해주셔서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팠는데, 늦었습니다.

빨리 나으시고, 좋은 일 가득 하세요.

감은빛 2011-03-11 10:43   좋아요 0 | URL
제철 꾸러미 받으시는 군요!
동지가 또 한명 생겨서 기분이 좋아요!

아프다가 나았다가 또 심해지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오래가서 좀 불안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노력을 하는 만큼 좋아지리라 믿습니다.

cyrus 2011-03-03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월달이 워낙에 적은 일수의 달이라서 그런지 저도 금방 지나간거 같아요,^^;;
그리고 아프신 곳 얼른 나으시길 바라요.

감은빛 2011-03-11 10:44   좋아요 0 | URL
요즘 정말 시간이 빨리 가는 것 같아요.
염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덕분에 얼른 좋아질 것 같아요! ^^

따라쟁이 2011-03-03 18: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감은빛님은 밥하고 아이들 재워주고 밥도 먹여주고 같이 놀아주고 씻겨주는 등등에다가 처가로 에스코트까지 가시는 그런 남자셨군요~!(도대체..언제까지 이런 댓글을 달려고 이러는지;;;;)

저도 종종 골반이 <틀어>지곤 하는데 실천해보시고 나으시거든 전수하여 주셔요.^^

감은빛 2011-03-11 10:47   좋아요 0 | URL
따라쟁이님 댓글은 늘 재밌습니다. ^^
요건 전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저도 그저 시키는대로 해보는 거라서 말이죠.
원리를 잘 이해해야 설명도 가능할 것 같은데....
조만간 저 책의 리뷰를 써볼 생각입니다.

lo초우ve 2011-03-09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리가 아플때 골반이 아플때... 지네가 좋다고 하는뎅.. ㅡ,.ㅡ;;
지네.. 가끔 우리집에 기어들어오기도..ㅋ
감은빛님 골반아픈거 고질이랍니다.
언넝 치료 받으세용 ^^
홧팅~!

감은빛 2011-03-11 10:49   좋아요 0 | URL
헉! 지네! 그렇군요.
하얀안개섬님 댁에 지네도 잡을 겸해서, 놀러 한번 가야겠네요! ^^
고질병 맞습니다.
자세가 나빠서 생긴 증상은 쉽게 낫지 않더군요.
염려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나. 요즘 겨울을 보내고 봄을 맞이하려고 그러는지 몰라도, 몸이 좀 삐걱거리는 듯한 느낌이다. 약 10일쯤 감기로 골골거리고 있고, 며칠전부터는 골반이 아파서 앉았다 일어날 때마다 '아야, 아야!'가 절로 튀어나온다. 감기야 뭐 거의 다 나았다만, 골반이 아픈 증상은 아무래도 원인을 찾지 못하겠고, 딱히 나을 수 있는 방법을 모르겠다. 내 몸 아픈 걸 남에게 맡기고 싶지 않아서, 병원이나 한의원을 찾는 건 최후의 방법으로 미뤄두고 있다. 

둘. <김철의 몸살림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앞서 페이퍼에도 썼듯이 프레시안에 연재했던 기사를 엮은 책이다. 연재 당시에 많은 기사를 이미 읽었기 때문에 대충 어떤 내용인지 알고 있었지만, 다시 읽으니 또 새롭다. 당시에는 몰랐거나, 별 생각없이 넘어갔던 부분들 중에 많은 부분들에 대해서 공감하거나,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김철 선생은 계속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말을 반복한다. '거의 모든 질병이나 아픈 증상은 고관절을 바로 잡아서 척추를 바로 세워주면 저절로 낫는다'고 말한다. 이 말에 공감한다고 해도, 문제는 고관절을 어떻게 바로 잡느냐는 숙제로 남는다. 책이나 몸살림 운동 홈페이지에서는 방석숙제, 걷기숙제 등이 나와있는데, 이를 꾸준히 한다고 해서 얼마나 효과를 거둘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어쨌든 따라한다고 몸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니 가능한한 꾸준히 해볼 생각이다. 

셋. 아가가 드디어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3월 초가 되면 딱 10개월이 되는 둘째 녀석은 유난히 기는 게 느리다. 첫째도 참 늦게 기었다고 기억하는데, 그래도 8개월무렵에는 '배밀이'로 기어다니기 시작했는데, 요 녀석은 지난주까지만해도 엎드려 있는 자세를 무척 힘겨워하고, 싫어했다. '배밀이'를 언제쯤 시작하려나 싶어서 가끔 뒤집기를 유도하여, 앞으로 움직이도록 좋아하는 인형이나 장난감으로 유도를 해보는데, 손을 뻗어보고 안 닿으면 그냥 자기 손닿는 범위 내에 있는 다른 물건으로 관심을 돌려버리곤 했다. 그러다가 지난 주 목요일이었던가. 스티커를 갖고 장난을 쳤는데, 아주 좋아하고 깔깔거리며 웃길래, 엎어놓고 스티커로 유도를 해봤다. 앞으로 움직이려고 용을 쓰다가 어느순간 무릎으로 바닥을 밀고 앞으로 몸이 나갔다. 한두번 몸을 움직여 스티커를 잡으려는 순간 내가 다시 조금 더 앞으로 스티커를 움직였다. 녀석은 잠시 나와 스티커를 번갈아 쳐다보다가 또다시 배밀이로 앞으로 기어나갔다. 처음으로 기어다니기 시작한 날이다. 주말에 애들 외갓집에 가서도 또 관심을 갖는 장난감으로 움직이기를 유도했더니, 열심히 기어서 앞으로 움직였다. 어제는 방안을 기어다니며 온갖 물건들을 다 입으로 집어넣기 시작했다. 덕분에 첫째가 열심히 뒤쫓아다니며, 입에 넣는 물건들을 뺏느라 바빴다.  

넷. 아가가 '아빠' 비슷한 발음을 내기 시작했다. 정확히 언제부터 '엄마' 비슷한 발음을 내기 시작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리 오래되진 않은 것 같은데, '엄므' 혹은 '엄므아' 같은 발음을 내는 걸 들었다. 울때도 그냥 우는 게 아니라 엄마를 부르며서 울기 시작했다. 그런데 주말에 아기랑 놀다가 '아바' 혹은 '아브' 같은 발음을 내는 걸 들었다. 나중에는 정말 거의 '아빠'와 같은 소리를 냈다. 요녀석이 이제 말을 배우기 시작하려나보다. 놀다가도 뭔가 말을 하듯이 옹알옹알 소리를 자주 내더니, 드디어 말을 하는구나 싶어서 조금 감격했다! 기억해보면 첫째 녀석은 아빠 소리를 좀 빨리 한 편인 것 같다. 그때는 육아휴직을 해서 한동안 내가 아이를 돌봤던 것 영향도 있는 것 같은데, '엄마' 보다 '아빠' 소리가 조금 더 빨랐다고 기억한다. 뭐 이런 걸로 애들을 비교하는게 뭐가 중요하랴. 말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중요하겠지. 요즘 유난히 아기의 발달을 느낄 수 있는게 '잼잼'(주먹을 쥐었다 펴는 동작)이라던가, '짝짝꿍'(손뼉을 치는 동작)을 열심히 따라하고, 또 소리로도 비슷한 발음을 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직 '곤지곤지'(손가락으로 손바닥을 찌르는 동작)는 잘 따라하지는 못하지만, 열심히 따라하는 것으로 보아 곧 할 것 같다. 더불어 '도리도리'와 '만세' 그리고 '빠이빠이' 같은 동작들도 잘 따라하기 시작했다. 며칠전에는 아침에 '빠이빠이'를 해도 그냥 쳐다만보더니, 오늘 아침엔 엄마가 안고 나와서 현관에서 아빠와 언니에게 '빠이빠이'를 했다. 하루하루 달라지는 아가를 보면 참 신기하다! 

다섯. 어제는 날씨가 너무 좋아서 집 근처 뒷산에 올라보았다. 예전에 부천에 살 때는 주변에 공원이 많아서 유모차를 끌고 여기저기 산책을 자주 다녔는데, 이 동네는 공원도 없고, 유모차를 끌고 다니기도 너무 좋지 않은 환경이라서 산책을 거의 못 다녔다. 그래도 뒷동산은 오를만했다. 낮은 산이지만, 그래도 산을 올랐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봄이 되면 자주 다녀야겠다.  

봄이되면 여기저기서 이름모를 풀들과 나물들을 볼 수 있다. 요런 책들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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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1-02-21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벌써 나물의 계절이 오나요? 저로서는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유혹인데.. 큰일이군요. 이거야.. 들썩들썩.. 벌써부터 이러면 안되는데. ㅜㅜ

감은빛 2011-02-22 11:59   좋아요 0 | URL
네, 고소하게 무친 봄나물.
생각만해도 벌서부터 입안에 침이 돌아요! ^^

cyrus 2011-02-21 1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기가 ' 아빠 ' 라고 하는 순간일 때 아버지 입장에서는 제일 기쁜 순간이었을거 같아요. 요즘 날씨가 완연한 봄이더군요. 이 때쯤이면 슬슬 새콤한 나물 무침이 그리워지기 마련인데 갑자기 먹고 싶어지네요 ^^;;


감은빛 2011-02-22 12:04   좋아요 0 | URL
그렇죠. 아빠를 찾는 아이를 보면 늘 기분이 묘합니다.
요 쪼그만 녀석이 내 새끼란 말인가 싶은 생각이 가끔 듭니다.
기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사랑스러기도 하고.....
말로 설명하기 힘들군요~ ^^

아이리시스 2011-02-23 14: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님이 둘인가요? 알아내려고 정독했네요,ㅋㅋㅋ
어린 딸은 아빠에게 어떤 느낌이고 또 존재예요?
너무 귀여울 것 같아요, 제가 봐도 그런데.
아빠에게 딸은, 울 아빠에게 저같은 딸은..^^

감은빛 2011-02-24 12:53   좋아요 0 | URL
네, 둘이예요. 큰 녀석은 내년에 학교가구요.
작은 녀석은 이제 곧 10개월이예요.
어떤 존재일까요? 말로 설명하기 어렵네요.
한없이 예쁘고, 사랑스럽고, 소중하고......
나열하다보면 끝도 없겠죠.
아이리시스님도 아버님께 소중한 딸이겠네요. ^^

비로그인 2011-03-01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듣고만 있어도 귓 속이 사각거리고, 간질거립니다.
감은빛님 ㅎ

감은빛 2011-03-02 13:29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
 

소를 잃어버리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친다는 옛말은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 겪어보면 참 한심하고 안타깝다. 아마 한 달쯤 전이었던가 주머니가 얕은 겉옷을 입고 다니다가 주머니에 들었던 휴대폰을 잃어버리고 나서, 앞으로는 절대 이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고 다니지 말아야지 라고 다짐했다. 지난 겨울에도 이 옷을 입고 다니다가 휴대폰을 떨어뜨렸던 기억을 떠올리며, 좀 더 주의했어야지 중얼거리며,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일터 근처 우체국에 다녀오던 길이었다. 일터에서 우체국까지 약 10분 거리를 서너번씩 왔다갔다 하며 찾아보았지만 없었다. 하필 눈이 많이 내린 다음날이었고, 바닥엔 온통 흰 눈이 쌓여있었다. 내 휴대폰은 또 하필이면 흰 색이어서 눈에 잘 띄지 않았다. 결국 포기하고 일터로 돌아와서 사무실 전화기로 전화를 걸어봤다. 처음엔 받지 않았다. 계속 하다보니 나중에 어떤 중년 여성분이 전화를 받았다. 어디시냐고 여쭈었더니,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계시단다. 아는 곳이라서 얼른 뛰어가서 받았다. 그런데 습관이란 게 참 무섭다.(롤러코스터의 노랫말처럼) 어느날 문득 또 같은 주머니에 휴대폰을 넣고 다니는 사실을 깨달았다. 소 잃고 외양간조차 고치지 못한 것인가! 

건강도 마찬가지다. 한 몇 년전쯤 나쁜 자세 때문에 허리가 아팠던 적이 있다. 디스크가 아닌가 의심이 되기도 하고, 어떻게 해야하는지 꽤나 심각하게 걱정을 했다.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고, 자세를 바로잡으려고 꾸준히 노력을 했더니 시간이 지날 수록 조금씩 나아졌다. 아마 한 두어달쯤 지나서 허리아픈 증상이 싹 나았던 것 같다. 최근에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할 때 자세가 무척 안좋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달았다. 그러다가 지난주부터 갑자기 골반이 아팠다. 처음엔 그냥 별일 아니겠지 생각하며 무시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더 아팠다. 급기야 그제부터는 걷거나, 허리를 굽히거나 하는 동작을 하기가 힘들정도로 아프다. 어제 아침 큰아이가 안아달라고 하는 걸, 아빠가 골반이 아파서 못 안아준다고 얘길 했다. 그리고 아내에게도 아픈 사실을 알렸다. 

아내가 한의원에 가보라는 걸 일단 조금 더 두고보자고 했다. 나는 병원을 극히 싫어하고 믿지 못한다. 아이가 아프면 어쩔수없이 병원을 가지만, 내 몸이 아픈 걸로는 병원을 잘 찾지 않는다. 특히 정형외과 같은 경우는 몇 차례 가봤다가 황당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절대 믿지 못한다. 꽤 오래전 어깨와 무릎을 다친 적이 있었다. 무릎은 뼈가 튀어나와서 걷지도 못하고, 무릎을 굽히지도 못했다. 여러군데 정형외과를 찾았으나 아무도 왜 뼈가 튀어나왔는지, 어떻게 하면 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 어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어깨를 돌리지 못할 정도로 아파서 병원을 갔으나,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두 경우 모두 병원에선 아무 도움을 받지 못했던 걸, 꾸준한 운동으로 낫게 되었다. 하지만 가끔 이유없이 무릎이 아프거나 어깨가 아플 때가 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르겠다. 

가끔 운동을 하다보면 골반뼈와 다리뼈가 딱 걸리는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그러나 골반이 아픈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은데, 아무래도 나쁜 자세 때문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아내가 인터넷에서 골반이나 허리가 안 좋을때 하는 스트레칭이나 요가 자세 등을 찾아서 메일로 보내주었다. 그 중에서 잊고 있던 이름 하나를 찾았다. 김철 선생께서 예전에 프레시안에 연재했던 건강에 대한 기사를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다. 하루에 한끼만(저녁만) 드신다는 선생의 말씀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찾아보니 몸살림 운동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방석숙제'라는 개념이 재미있었다. 그런데 홈페이지에 소개된 것만으론 아무래도 부족해서 다시 책을 찾아보았다. 

  

 

 

 

 

 

 

 

목차를 읽어보니, 예전에 재미있게 읽었던 바로 그 연재기사가 책으로 묶여나온 것이었다. 조금 믿기 어려운 이야기이지만, 선생은 몸살림 운동을 통해 모든 질병과 증상을 고칠수 있다고 한다.  

연재할 당시에는 재미있는 기사만 골라 읽었고, 연재 후반에는 여유가 없어서 거의 읽지 못했기에,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졌다. 

어쨌거나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다시 자세를 바로잡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해야겠다. 더 나빠지기 전에 내 몸을 좀 추스려야지. 소를 잃었으면 지금이라도 외양간을 고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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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사랑하는현맘 2011-02-17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살림>이란 말이 참 와닿아요~
너무 외부적인 것에만 신경 쓰며 살고, 정작 내 몸과 마음과 정신과 생각은
되는대로 흘러가는대로 맡기고 있지 않나 싶어요.
흰색 휴대폰 눈밭에 떨어뜨린 느낌..저도 알아요..ㅋㅋㅋ
허허벌판 눈밭에서 전화 했는데 저기서 막 벨소리가 나서 찾았어요.
이산가족 상봉이었달까...^^;;

여하튼 건강하세요. 아이와 아내를 위해서, 그리고 감은빛님을 위해서요~

감은빛 2011-02-18 12:13   좋아요 0 | URL
아, 현맘님도 저처럼 눈밭에서 흰 휴대폰을 찾아헤매셨군요!
반갑습니다! (동지를 만난 듯한 느낌! ^^)
그래도 곧바로 찾으셔서 다행이네요. 저는 정말 잊어버릴뻔 했어요.

건강하게 살아야 할텐데, 바쁜 일상에서는 참 쉽지 않습니다.
여유를 갖기가 너무 어려운 삶을 살아가는 것 같아요.

꿈꾸는섬 2011-02-18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은 글이네요. 저도 경각심이 필요해요.
바른 자세, 규칙적인 운동 저도 해야겠어요.^^

감은빛 2011-02-18 12:14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바른 자세와 규칙적인 운동은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겠죠.
다만 실천하기가 참 쉽지 않습니다. ^^

2011-02-18 02: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2-18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1-02-18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른 자세 정말 중요하죠, 저 같은 경우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거나
Tv 보면서 옆으로 눕는 경우가 많은데,, 허리 자세에 좋지 않음에도
버릇되다 보니 쉽게 못 고치겠더라구요.

감은빛 2011-02-18 12:21   좋아요 0 | URL
저도 자꾸만 '거북이 등' 자세로 자판을 두드리게 되더라구요!
아내가 맨날 거북이라고 놀려댔습니다.
허리를 펴고 앉으려고 노력 중인데, 어느순간 거북이로 돌아가있더군요.
쉽게 고쳐지지 않네요! 에휴!

마녀고양이 2011-02-18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어깨가 너무 나빠서 한번은 팔이 올라가지 않은 적도 있어요.
전산직의 고질병이었던거죠. 오늘도 신랑의 파워포인트 작업을 좀 해줘야 하는데
그러고 나면, 어깨 다시 고장날 듯. 한의원 가서 침 맞아야지 하면서도
말 뿐 이예요, 운동도 안 하고.......... 아아, 한심하네여, 쓰다보니. ㅠ

감은빛 2011-02-18 12:24   좋아요 0 | URL
한번 망가진 근육이나 관절은 쉽게 돌아오지 않더라구요.
한의원에서 침 맞는 것도 일시적인 방법이었습니다.
글에서 적었듯이 망가진 무릎과 어깨를 바로잡기까지 꽤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노력을 하니 조금씩 나아기진 하더라구요.
저도 잘 못하지만, 쉽지 않지만 다시 노력해봐야겠습니다.
마녀고양이님도 조금씩 해보세요! ^^
 

어디서 들었던가? 남자의 '로망'은 열혈'슈퍼로봇'이다! 라는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아마 일본 로봇만화를 좋아하고, 게임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들었던 것 같다. 근데 로망이 무슨 뜻이지? 궁금해서 한번 찾아봤다. 


로망2[(프랑스어)roman]
[명사] [문학] 12~13세기 중세 유럽에서 발생한 통속 소설. 애정담, 무용담을 중심으로 하면서 전기적(傳奇的)이고 공상적인 요소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주로 운문으로 이루어지며 1150년의 , 1160년의 , 1165년의 과 같은 작품에 그 기원을 둔다. 연관단어 : 로맨스  

로망1[老妄]
[명사] [북한어] ‘노망’의 북한어

포털사이트 국어사전에 따르면 로망의 첫번째 뜻은 바로 노망이고, 두번째 뜻은 로맨스라고 한다. 그럼 남자의 로맨스는 '슈퍼로봇'이란 말인가? 이건 아마도 '꿈' 이나 '이상' 따위의 뜻을 갖고 한 말인 것 같은데. 

며칠 전 술자리에서 또 이 단어를 들었다. 일터 동료가 요즘 권투를 배우기 시작했다. 재밌다고 나에게도 한번 배워볼 것을 권했다. 주위 사람들이 이미지와 잘 어울린다고, 잘 할 것 같다고 추켜세워줬다. 그러다 누군가가 이 로망이란 단어를 썼다. 

아마 중학생때부터였을 것이다. 나도 그런 로망(정확히 무슨 뜻인지 모르겠지만, 암튼)이 있었다. 마당이 있는 집에 살고 싶었고, 그 마당에는 큰 나무가 하나 있었으면 했다. 그 나무에 커다란 샌드백을 걸어놓고,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하고 싶었다. 나무 옆에는 역기(바벨)와 아령(덤벨) 그리고 벤치(앉아서 운동할 수 있는 기구)가 있고, 철봉이나 평행봉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아버지가 권투를 했던 한 친구 때문이었다. 그 친구는 아파트에 살았는데, 아파트 옥상 한쪽 구석에 샌드백을 달아놓고 운동을 했다. 당시 나는 딱히 어떤 운동(혹은 무술)을 배웠다거나 한 건 없었지만, 꾸준힌 실전경험(?) 덕분에 싸움질은 좀 하는 편이었다. 그 옥상에서 그 친구와 잠시 자유대련을 했는데, 권투를 위주로 배운 녀석이 순간적으로 치고 들어와서 빠르게 주먹을 날리는 모습이 멋있었고, 인상적이었다. 그 날 나는 샌드백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했고, 그 이후로 몸매 관리를 위해(젊은 시절에), 혹은 건강을 위해(요즘) 아주 가끔 운동을 하게 되면 문득 그 생각이 나곤 한다.(녀석과의 자유대련 결과는 왜 말 안하는지 궁금하신가? 당연히 실전경험을 바탕으로 한 내가 이겼다! ^^) 

권투,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운동이지만, 아직까지 인연을 맺지 못했다. 물론 내가 제대로 배운 운동(혹은 무술)은 태권도가 유일하다. 킥복싱이나 택견을 무지 하고 싶었던 때가 있었는데, 늘 어떤 이유에서든지 인연을 맺지 못했다. 제일 하고 싶었던 건,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이소룡이 창시한 절권도였다. 고등학생이었을 때 도서관에서 <절권도> 책을 빌려서 공책에 베껴 적어놓고 따라하곤 했는데, 누군가에게 배워서 한 게 아니라 어설프기만 했다. 결국 한 며칠 따라해보다가 그냥 그만 두고 말았다.

오늘 밤엔 아이들을 재워놓고 어디 공원에라도 나가서 오랫만에 몸 좀 풀어볼까 생각을 해보다가, 지금 사는 동네에는 근처에 공원이 없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직은 날이 춥기도 하고. 뭐 이렇게 이런저런 핑계를 대다가 이렇게 몸매가 망가졌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오늘은 그냥 무시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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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11-02-11 2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은빛님의 로망, 로맨스 ㅎㅎ 멋져요. 마당이 있는 집에 운동기구가 놓여져 있고, 몸을 단련하는 한 남자. 이소룡의 절권도, 참 멋진데요. 그래서 권투는 시작하시는건가요? 뭐든 시작하심 좋겠어요.

감은빛 2011-02-12 02:11   좋아요 0 | URL
아, 그냥 그런 바램이 있다는 거죠. 실현되기 어려운.
일단 마당이 있는 집에 그런 운동기구들 놓을 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갖기가 어렵죠.(아마 평생 불가능할 듯!)
저처럼 돈과 관계없는 삶을 살았고,
앞으로도 거의 달라지지 않을 사람에게는 특히 더 그렇죠.
권투를 시작하는 것도 아마 힘들 겁니다.
지금은 아직 둘째가 어려서 틈이나면
되도록 육아와 가사노동에 집중해줘야 하구요.
시간이 지나도 또 그때 나름의 사정으로 시간 여유를 갖기가 쉽지는 않을 겁니다.

좋은 말씀 남겨주셔서 고맙습니다! ^^

stella.K 2011-02-12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로망은 그냥 로망이어요. 그죠?
그런 꿈과 달리 공원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집에 있게만 계시게 되는 걸 보면.
너무 정곡을 찔렀나?ㅋ. 암턴...
그렇죠? 남자의 로망은 역시 이소룡이 로망이어요.
여자는 누가 있나? 특수 공작원 소머즈?ㅋㅋ

감은빛 2011-02-14 13:26   좋아요 0 | URL
그렇겠죠. 아마도!
정말 절실했다면 이 글을 썼을 시간에 절권도를 연마하고 있었겠죠. ^^

순오기 2011-02-15 0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제가 지켜본(혹은 살아본) 경험으로 말하자면, 무엇이 없어서 뭔가를 못하는 사람은~ 무엇이 갖춰져도 못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어요.ㅋㅋ 그 누군가는 나를 포함해 남편과 우리애들과 주변인들이 포함된다는 고백을 부르지만~ ^^
감은빛님은 애들을 잘 돌보니까 무엇이 없어도 충분히 잘 하실거 같아요. 홧팅~

잘잘라 2011-02-12 14:42   좋아요 0 | URL
진리!!!


그러나, '결혼'이라는 두글자를 단순한 오타로 봐 넘기지 못하는 이 쏠로의 심정은 참 쓰라립니다. ㅋㅋ

감은빛 2011-02-14 13:31   좋아요 0 | URL
정말 간절히 원한다면 조건에 상관없이 노력하게 된다는 말을
예전에 친하게 지내던 누군가가 자주하곤 했습니다.
그렇겠죠. 지금은 이거 때문에 못해!라고 하는 사람은
나중에는 또 다른 조건 때문에 못한다고 말할겁니다.
저도 딱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

포핀스님! 오타 하나로 그렇게 맘아파하시니,
참 뭐라 할 말이 없네요.
근데 '결혼'에 이르렀어요.
이 문장 오타치고 너무 잘 어울려서 재밌네요. ^^

순오기 2011-02-15 03:24   좋아요 0 | URL
아~ 댓글을 보기 전에, 오타를 먼저 봐서 수정했는데 어쩌죠?^^
메리포핀스님은 쓰라리고, 감은빛님은 즐거웠고~~ㅋㅋㅋ

마녀고양이 2011-02-12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금 신랑이랑 탁구 한판 했는데,
감기약 먹고 헤롱대는데다 실력의 차이로 보기좋게 졌습니다. 그런데 이거 운동되네요.

로망이라... 로맨스의 의미도 있지만, 목표, 이상향 이런 뜻으로도 쓰이는거 같아요.
제 로망은.......... 전세계 여행입니다, 가끔은 뚜벅이로, 가끔은 럭셔리하게. 그렇게요.

감은빛 2011-02-14 13:34   좋아요 0 | URL
세계여행은 저도 언젠가 갖고 있던 꿈이지만,
요즘은 우리나라만이라도 구석구석 다녀보고 싶단 생각을 합니다.

집에서 부부간에 탁구도 치고, 좋은 모습이네요.
저희는 그런거 하면 오히려 안될 것 같아요.
둘 다 승부욕이 엄청 강해서, 오히려 사이가 나빠질 듯!

따라쟁이 2011-02-15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남자의 로마을 무시하지마>라는 구절이 생각나네요. ㅎㅎㅎ

복싱은 배우기 시작만 하시면 그 다음은 저절로 흐릅니다. 저도 배우기 시작했을 뿐이데, 간혹은 하게 되네요 ^-^

감은빛 2011-02-15 12:49   좋아요 0 | URL
와! 멋지세요! 복싱을 배우셨다니!
저절로 흐른다는 표현이 신선합니다. ^^
 

작업복 팬티


공장 탈의실 옷걸이에 낡은 깃발처럼 걸린 누런
팬티는, 주조 공장 성철이 일할 때 갈아입는 작업복
팬티다. 새 팬티 입으나 누런 팬티 입으나 공장에
들어가자마자 쇳가루 흙먼지투성이 될 게 뻔하다
고, 자주 빨아도 아무 소용 없다고, 아무렇게나 걸
어 둔 성철이 작업복 팬티다. "성철아, 그래도 불알
과 자지는 쇳가루 흙먼지 못 들어가게 잘 닫아 둬
라. 사용자 잘 만나서 토끼 같은 새끼도 낳아야 하
고······." 아침부터 누런 팬티 하나 쳐다보며, 우린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고 또 웃어도 마음이 아프다.


서정홍 / 58년 개띠 / 보리


내게도 작업복 팬티가 있었다. 흔히 노가다 혹은 막노동이라고 말하는 건설현장에서 그날그날 일을 할 때였다. 대학 다닐때 용돈이나 좀 벌어버려고 친구 따라 한두번 갔던 이후로 혼자 살면서 생활비가 딱 떨어져서 라면 하나, 담배 한 갑 살 돈 조차 없어지면 며칠씩 막노동을 해서 밥 값을 벌어오기도 했다. 대게 막노동을 하는 아저씨들은 새벽에 집을 나올때부터 허름한 옷에 다 떨어져가는 운동화를 신고 오기도 하지만 비교적 젊은 층의 사람들은 작업복과 신발을 따로 가방에 넣어와서 현장에서 갈아입었다. 물론 여름에는 너도 나도 여벌옷을 두세벌씩 갖고 다닌다.

혼자 살면서 세탁기도 없어서 일주일에 한번씩 몰아서 빨래를 하곤 했는데, 손빨래를 두시간씩 하고나면 기진맥진하곤 했다. 빨래를 하면 스트레스가 풀린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그 옛날 마을 빨래터에 아낙들이 모여서 빨래를 하면서 서방 흉보고 이런저런 수다를 떨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풀었던 심정을 확실하게 이해했다.

암튼 빨래가 귀찮았던 나는 어떻게든 빨래를 줄이는 방식으로 살아가야 했다. 막노동을 마치고 돌아오면 옷이 정말 더러워진다. 그냥 더러워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옷이 빨리 상해서 오래입지 못한다. 그래서 항상 유행이 한참 지나서 더이상 안 입는 옷, 오래 입어서 아주 낡은 옷 등이 작업복으로 선택된다. 이건 속옷의 경우도 마찬가진데, 일을 하고 오면 속옷도 평소보다 훨씬 더 더러워지고 빨리 상한다.(아마도 소금기가 많은 땀에 푹 절어 있어서?) 시인이 잘 표현했듯이 깨끗이 빨아도 별 소용이 없다. 그래서 막노동을 나갈때만 입는 팬티를 낡은 것들 위주로 서너벌 정해놓고 입었다. 이른바 작업복 팬티인 것이다. 나는 성철이처럼 아예 빨지 않은 것은 아니고 서너벌을 갖고 교대로 입었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이라면 훈련 나가서 일주일씩 속옷을 안갈아입고 버텨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본인이 그런 적이 한번도 없다면 적어도 그런 경우를 보거나 얘기를 들은 적은 있을 것이다. 군대에서 나는 유난히 팬티를 자주 잃어 버렸는데, 빨아서 널어놓으면 없어지곤 해서 처음에 7벌을 보급 받은 것으로 기억하는 데, 자대에 배치 받은 이후로 3벌 이상을 갖고 있어 본 기억이 거의 없다.

상병을 달고 두어달 쯤 지나서 어깨에 힘 좀 주고 다닐만 하게 되었을 때, 무슨 훈련을 나가게 되었는데, 일주일을 야외에서 보내게 되었다. 공교롭게도 그때 내가 가진 팬티가 단 두벌 뿐이었다. 하나는 입고 하나는 여벌로 군장속에 챙겨넣고 훈련을 떠났다. 훈련중에는 빨래를 할 수가 없기 때문에 팬티를 갈아입을 수가 없었다. 여벌이 하나 밖에 없으니 한번 갈아입고 나면 그걸로 끝이었다. 훈련 중에 입을 것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부대 복귀후에 빨래를 하고 마를 동안 입을 것도 고려해야 했다. 훈련중에야 더러운 팬티를 입고 있어도 원래 훈련 중에는 그런 것이니 참을 수 있지만, 부대로 복귀한 이후에도 더러운 팬티를 입고 있는 건 참을 수 없었다. 되도록이면 비교적 덜 더러운 상태의 팬티를 입고 복귀하고 싶었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처음 입었던 팬티로 최대한 버텨야 했다. 3일인가 지났을 때 심각하게 고민을 했다. 지금 갈아입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그러나 뒤집어 입는 것으로 스스로와 타협을 하고 하루나 이틀만 더 버티기로 했다. 5일째 되는 날 아침부터 정말 갈아입고 싶은 욕구에 미칠 것 같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부대 복귀 행군은 죽을 만큼 힘들게 뻔했고, 그때 (땀때문에)팬티가 굉장히 더러워질 게 분명했다. 하루만 더 버티면 복귀 행군을 시작할 것이다. 이틀만 더 버티면 부대로 돌아가서 깨끗한 팬티를 입고 잘 수 있었다. 그날 낮잠을 잘 때 팬티를 벗어서 햇빛이 잘 드는 나무가지에 걸쳐 놓았다. 한시간쯤 후에 깨어나서 쨍쨍 내리쬐는 햇살에 빠짝 말라서 살균까지 된 뽀송뽀송한 팬티를 발견 할 수 있었다.

그렇게해서 복귀 할때까지 일주일 동안 팬티를 한번도 갈아입지 않고 단 한벌로 계속 버텼다. 햇빛에 말리는 방법은 도저히 팬티를 입고 잘 수 없어서 그냥 한번 벗어서 널어놓았을 뿐인데, 의외로 효과가 굉장했다. 그래서 다음번부터 훈련때마다 그 방법을 이용하게 되었다. 뒤집어입기와 햇빛에 말리기만 적절히 잘 이용하면 훈련내내 비가 오거나 눈이 오지 않는 한은 오랫동안 팬티를 갈아입지 않고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아마 여자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을 정도의 일일 것이다. 만약 아내가 결혼 전에 이런 얘기를 들었다면 나는 아직도 혼자 살고 있지 않았을까? 
 


 

 

 

 

 

 

  

 

※ 예전 블로그의 글을 살짝 다듬어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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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1-02-10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비역으로써 팬티 이야기, 공감할뿐더러 추천을 안 할수가 없네요 ^^
야외 훈련 나가면 속옷 갈이 입을 시간이 마땅치 않기 마련이죠.
유격 훈련 때 FM으로 속옷 몇 벌을 군장 안에 담아넣지만 정작 훈련장에 가면
못 입게 되죠, 결국에는 군장을 무겁게 만드는 쓸데없는 보급품인거죠 ㅎㅎ
그리고 훈련의 고단함 때문에 속옷 갈아입을 기회가 분명히 있음에도
막상 갈아 입기 귀찮아지기도 하구요 ㅎㅎ
읽는 내내 군대 생활이 생각나서 웃으면서 읽었네요 ^^

감은빛 2011-02-11 19:23   좋아요 0 | URL
하하! 공감하셨다니 반갑습니다.
저는 속옷이 충분했다면 되도록 갈아입는 편이었습니다.
글에도 적었지만, 자주 잃어버려서 늘 절대빈곤에 허덕였지요. ^^

잘잘라 2011-02-11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얘기는 보통 "내 친구 얘긴데요" 이러면서 시작하는거 아녜요? ㅎㅎ
대놓고 고백하시니까,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저도 쫌.. ㅋㅋㅋㅋ

그나저나 58년 개띠가 유명하긴 유명하군요.
내용은 좀 서글프지만, 그래도 '전설의 오팔년 개띠' 아닙니까!!!
기를 받아서 올해도 열심히 뛰어볼랍니다. 멍멍!

감은빛 2011-02-11 19:24   좋아요 0 | URL
뭐 이정도 얘기를 굳이 남 이야기로 둔갑시킬 필요는 없지요. ^^
혹시 띠가? 오팔년 생은 아니신 것 같은데.... ^^

양철나무꾼 2011-02-11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실비실 웃으면서 공감과 추천을 날리면 되는건가요?^^
전 직업상 온갗 종류의 팬티를 다 보는데, 노 팬티도 보고...
보면서 가장 눈시울이 뜨거운 건,엄마들 지퍼 달린 팬티예요~

감은빛 2011-02-11 19:26   좋아요 0 | URL
직업상 온갖 종류의 팬티를 다 보신다니!
어떤 직업인지 궁금하네요. 혹시 의료계통에 종사하시나요?
지퍼달린 팬티는 그럴 것 같네요.

무해한모리군 2011-02-11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구절을 읽고 마음이 짠했습니다.
작업용 옷은 가져보았지만 속옷은 생각도 안해봤네요..

언제나 노동의 과정과 결과물의 괴리는 늘 놀라워요.
시원한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아이스크림 공장은 엄청덥고,
삐까번쩍 차도 누런팬티 아저씨들이 만들고..

감은빛 2011-02-11 19:28   좋아요 0 | URL
왜 그런 거 있잖아요.
데이트가 있거나, 뭔가 특별한 날엔 좋아하는 속옷을 입고 싶다던가.
그런 의미에서 옷이 쉽게 더러워지는 작업을 할 때는
속옷도 거기에 맞추게 되는 것 같아요.

그 괴리로 먹고 사는 자본가들에게 화가 나지만,
그들은 그런 논리를 이해하지 못하겠죠!

아이리시스 2011-02-11 1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작업복 팬티.. 겉옷만도 아니고 팬티나 런닝이 시꺼매져 있음 속상해요.
몸으로 부딪쳐 현장에서 일하는 블루칼라 노동자들은 다들 그렇잖아요.

ㅋㅋ, 너무 재밌어서 계속 웃고 있어요. 아하하.

감은빛 2011-02-11 19:29   좋아요 0 | URL
재미있으셨다니 그리고 제가 잠시나마 웃음을 드렸다니 다행입니다! ^^

따라쟁이 2011-02-15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 82년 개띠..(이런 댓글이나 달고.. ㅠㅠ)

감은빛 2011-02-15 12:51   좋아요 0 | URL
앗! 여기서 나이를 공개하시다니!
82년이 개띠였군요. 그러고보니 올해 딱 서른이신가요?
좋은 나이로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