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MIDNIGHT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프란츠 카프카 외 지음, 김예령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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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인데도 늦은 저녁처럼 어둠이 감돌았고 이슬날리듯 비가 흩어뿌리는 날의 교실 안은 무척이나 음산했다. 원래 공부할 마음도 없었겠지만 특히 그런 날엔 집중력도 떨어졌기때문에 교실에 들어오는 선생님마다 무서운 얘기를 들려달라고 졸라댔다. 가물거리는 추억이지만 목소리만큼은 여전히 기억에 남아있었는데, 아마도 사회선생님이었던 것 같다. 사춘기 또래의 아이들이 모두 그렇듯 감수성과 상상력이 흘러넘쳤던 친구들은 선생님이 들려주는 검은 고양이를 듣고 찢어질듯한 비명에 교실전체가 울려퍼졌었던 기억은 여전히 선명히 살아있다. 긴장한듯한 저음의 목소리와 고양이를 학대하는 절묘한 묘사에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다물지 못했던 학창시절의 추억... 그 속의 이야기를 다시금 만나게 되었다.

 

19세기 최대의 독창가며 추리소설의 창시자라 불리는 에드거 앨런 포는 생전에 혹독하고 슬픈 삶을 보냈다고 한다. 일찍 부모룬 잃고 입양된 그는 도박과 술에 찌든 삶을 살았고, 아내의 죽음 뒤엔 더 고독한 나날을 보내게 되었는데 우울증이 깊어지면서 아편복용과 자살 기도로 빈사상태로 다녔다. 그가 다시 발견됐을 땐 정신착란의 증상으로 생을 마감했는데, 그의 삶 자체가 행적을 드러내지 않았던 삶이었기에 사후에도 미치광이 알코올 중독자라는 무시를 당하기 일쑤였다.

 


 

 

에드거 앨런 포의 4개의 단편이 들어있는 이 책은 인간 내면의 나약함과 악한 감정들을 드러내면서 정신적인 문제 또한 드러내고 있다.

 

<어셔가의 붕괴>는 죽음을 앞둔 로더릭 어셔의 절박한 편지를 받은 친구가 목격한 사건이다. 직계로 이어진 가문의 어셔가... 이 가문의 음산한 기운은 체질과 관련된 병으로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유전병이라 하는데, 아마도 근친상간으로 인한 가문의 붕괴를 보여주는 듯 하다.

 

<붉은 죽음의 가면극>은 지금 우리가 겪고있는 전염병에 대한 공포를 그린 것으로, 병에 걸리면 온 몸의 구멍으로 피를 쏟으며 죽는다는 일명 '붉은 죽음'으로 불리는 돌림병이다. 그곳의 지주인 프로스페로 공은 이를 피해 외딴 섬의 수도원으로 지인을 대피시켜 성대한 날을 보내게 했다. 모든 곳이 안전하다는 것을 경고하기 위한 것일까? 기괴스런 분장을 하게 했던 무도회는 자정을 울리는 시계 소리에 맞춰 혼동을 가져다 주는데 그것의 정체는 무엇이었을까...

 

<검은 고양이>는 위에서 언급한 학창시절의 추억이 깃든 이야기다. 유순하고 다정했던 아이의 변신... 검은 고양이는 마녀가 둔갑했다는 미신이 맞는 것일까? 특히 그가 애정했던 검은 고양이 플루토의 영혼은 결국 알코올의 지배를 이겨내지 못한 남자의 나락을 보여주는 이야기다.

 

<도둑맞은 편지>는 중요한 편지를 되찾기위해 뒤팽에게 도움을 청하는 사건이었는데, 한 걸음도 움직이지않고 자리에 앉은 상태에서 모종의 추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기가막힌 스토리다. 당시 그들의 여유롭지 못한 상황을 비추어 부패의 현장을 마주했던 탓일까?

 

 

인간의 정신이 가장 나약해 있을 때, 인간은 자기 스스로를 무너지는 상황을 막아내지 못한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 종교적 위안을 받거나 미신의 힘을 믿으며 썩은 동아줄이라도 잡으려하지만 눈으로 보이는 것만 믿는 인간들에겐 역부족인 경우가 많다. 자신의 의지대로 행동하지 못하는 처지라고 하지만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무너지는 의지를 붙들지 못하는 나약함에 안하는 것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추리를 기반으로 쓰여진 이 단편들은 우리에게 읽는 재미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주체인 나를 단단히 붙들라는 메세지를 전해주는 듯 했다. 사악한 자들이 구멍난 마음을 차지하기전에.....

 

 

 

[네이버 독서카페 리딩투데이에서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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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막는 제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7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민음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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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교사였던 어머니와 아버지... 식미지의 교사직을 지원한 부모님은 인도차이나의 교사로 임명되 척박한 이곳으로 왔다.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개인교습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어머니, 오빠 조제프, 나 쉬잔은 하루의 끼니를 챙기기도 어려운 현실이다. 그저 가끔 람에 나가서 술 한잔 기울이며 춤 추는 것이 최고의 휴식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고급차를 몰고 온 벼락부자가 쉬잔에게 찌릿한 눈길을 보낸다.

조 씨라고 소개한 이남자는 어깨도 좁고 팔도 짧은데다 정말 못생기기까지 했다. 문제는 그의 손가락에 끼워진 거대한 다이아반지...

요즘은 잘생기고 매너도 좋은데다 돈까지 많은 사람도 많다는데 이 책 속의 인물은 돈이 많다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용서가 된다. 잘 꼬셔서 돈을 뜯어내려는 수작이거나 딸을 빌미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한 도구거나... 눈살이 찌푸려지는데 이들은 구김없이 거짓된 행동을 하지 않고 결혼을 전제로 그를 몰아붙이는데 참 난감한 상황이다.

뭐~ 목적은 돈? 그러니까 몸 한 번만 보여줘? 가치가 있는 물건을 주실래요? 아마도 이런 뻔한 일들이 벌어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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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1
에밀 졸라 지음, 유기환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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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1파운드의 빵을 구할 수 있다면 피라도 팔 수 있겠다는 말에, 과거 가난으로 인한 굶주림으로 헌혈을 해서 먹을 것을 구하거나 밀가루 빵 한 조각을 얻기위해 긴 머리카락을 잘랐던 엄마들의 모습도 생각난다. 패주의 군사도 빵 한조각을 먹기위해 동료의 목에 깊숙히 칼을 찔러넣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포로가 된 장과 모리스... 치욕의 날은 계속되었고 내일의 태양은 더이상 뜨지 않을 것 같았다.....

보불전쟁의 참패 후 나폴레옹 3세는 폐위된다.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진실은 옮긴이의 말처럼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의미가 우리에게 얼마나 가까워져 있는지 깊이 생각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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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을 막는 제방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7
마르그리트 뒤라스 지음, 윤진 옮김 / 민음사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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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롱에서 600미터 떨어진 캄보디아 지역의 토지는 우기만 되면 바닷물이 침투해 경작이 어려운 척박한 땅이었다. 이 사건이 <태평양을 막는 제방>의 소재가 된 것인데, 뻔히 실패를 예상하면서도 그들의 왜 경작을 멈추지 않았을까? 가난한 사람들의 희망의 끈이 그것뿐이었는지 모르겠다.

애증으로 뒤엉킨 가난... 정말이지 벗어날 수 없는 가난은 정당한 삶을 살아내려고 노력해도 궁핍함이 그 결심을 막아내고 만다. 옳지 못한 행동인건 알지만 가난으로 굶주리는 것보다 누군가를 이용해 먹어야만 살 수 있었던 그들의 현실을 뼈저리게 보여주는 듯 하다. <연인>과 이어져 있다는 <태평양을 막는 제방>은 가난과 권태를 어떻게 그려내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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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NOON 세트 - 전10권 열린책들 창립 35주년 기념 세계문학 중단편 세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외 지음, 황현산 외 옮김 / 열린책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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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과 무척이나 어울리는 표지의 색감은 '백야'의 늦은 저녁을 보여주는 듯 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라는 느낌의 회색빛은 곧 어떤 일이 일어날 듯 했다. 그렇게 페이지를 넘기면 첫 페이지에 '백야' 감상적 소설, 어느 몽상가의 회상 중에서...라고 표기되어 있는데 마지막 작품 해설을 보니 1848년 집필된 이야기는 잡지에 처음 게재되었지만, 12년뒤 작품집으로 재탄생시키기면서 지나치게 기재했던 감성적인 표현을 수정했다고 한다.

이렇게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을 것 같은 헛된 생각들을 하는 사람들은 감정의 기복이 그만큼이나 크기도 하다. 좋게 말해 몽상가라고 하지만 나쁘게 말하면 아무 생각없이 멍때린다고도 표현하는데, 사실 뇌과학 분야에서는 멍때려야 뇌의 발달을 돕는다고 한다. 바로 기억과 감정을 축적하는 시간이라는데... 거창한 것 같지만 밤거리를 조용히 걷는 걸 좋아하는 고독한 몽상가가 겪었던 짝사랑 순애보가 '백야'의 스토리다. 짧았지만 깊은 연민을 품었고 마주하고 기뻐했지만 아프고 슬펐던 사랑을 옅보고자 한다.

 

 

 

 

뻬쩨르부르그의 운하를 걷는 나(책 속의 화자)... 젊은 우리였을 때 만날 수 있는 아름다운 이 밤... 모든 사람들이 외로운 나를 버려두고 떠나고 있기에 아침부터 찾아온 우수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다. 이러한 표현만 봐도 앞으로 이 책에서 그려낼 감정적 언어는 독자들로 하여금 미리 대비할 시간을 갖게 한다. 책 속의 화자... 라고 표현한 그는 자존감이 강한 사람인 듯 하다. 세상의 중심에 내가 있고 그에 속한 모는 것들이 자신에게 말을 걸어 온다며 이 책을 읽고 있는 독자들을 불러내, 이 도시와 어떤 친분을 맺고 있는지 확인하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어쨌든 우수에 찬 그는 여느날과 다름없이 도시를 걷다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었다. 운하 난간에 기대어 있는 여성의 곁을 지나치려다 울음섞인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나도 모르게 '아가씨'라는 목소리를 내어버린다. 놀란 그녀는 자신을 피해 걸어갔지만 술취한 남성과 마주하는 위험에 빠지게 되고 나는 위험으로부터 그녀를 구하게 된다. 그렇게 그녀는 나의 소녀가 된다.

그녀가 슬픈 이유는 떠나간 연인때문이었다. 앞이 보이지 않는 할머니의 엄격함에 지쳐 있을즈음 다락방에 이사 온 새 하숙인의 친절함에 연민을 느꼈고 결국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하는 그녀... 다시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떠난 그가 돌아왔지만 여지껏 연락이 없다며 슬퍼하는 나는, 마음으로는 그녀를 사랑하지만 겉으론 그녀의 사랑을 응원한다. 나는 우정이란 이름으로 그녀와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을지 과연...

언젠가 어느 책을 읽다가 이런 구절을 마주한 적이 있다. '우정에도 짝사랑이 존재한다'고...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서로를 의지하고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이러한 관계 속에서도 마음의 크기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고 이로인해 상처를 받아 자신이 주는만큼 상대방에게도 그만큼의 관심을 원하게 된다면 관계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정도 이럴진데 그것이 동성이 아닌 이성이라면 더욱 상황이 나빠지기 마련이다. 관계를 유지하면서 어느정도의 경계를 세워두고 거리를 두고 있는 그들이지만 거침없는 감정적인 표현에 역시나 갈대마냥 휘둘리는 그의 마음이 어떨지 생각하면 씁쓸한 마음이 들었지만 젊은 날의 그였으니 그럼에도 희망의 끈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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