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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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의 유럽을 보면 미국의 대공황과 독일의 히틀러가 자신의 야욕을 드러내는 시기로 영국으로선 격동기였다. 권력 인사들의 회의장소로 활용했던 저명한 저택 '달링턴 홀'에서 오랜기간 집사로 일했던 스티븐스의 짧은 6일간의 여행기록이 들어있다고 한다.

 

집사라고 하면 금테 안경을 끼고 주인님의 스케줄을 착오없이 관리하며 저택은 먼지 한 톨 없이 청결함을 관리하는 이미지가 떠오르는 것처럼 책 속의 집사도 고지식하고 바른 정신의 소유자여서 빈틈이 없어보였다. 그러던 어느날 주인의 호의로 처음 여행을 떠나지만 혼자 떠나는 여행을 기뻐하는 것보다 불안감이 더 컷던 스티븐스는 여행중에 느꼈던 소박한 배려와 친절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 보게 되는 기회를 맞는다.

 

 

충직한 집사로 어느 하루 허투로 보낸 날이 없었던 스티븐스는 자신의 영역안에서 완벽한 직업능력의 소유자다. 남들에게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고 주어진 일에 책임을 다하는 그 였으나, 주인 곁을 지켜야했기에 마지막 아버지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다. 그리고 자신으로 향하는 사랑을 멈춰세워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고, 알면서도 모르는 척 켄터양의 감정을 외면하고 만다.

 

그렇게 여행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소소하지만 작고 소중한 관계를 맺으면서 자신의 과거를 들여다 보는데, 자신의 삶이었다고 알고 있던 사실이 타인을 위한 삶이였음을 느끼게 됐을때 이루 말할 수 없는 도대감에 빠지게 된다. 스티븐스는 그대로 주저앉을 것인가?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진정한 삶의 이야기가 가슴에 아주 천천히 스며들게 했다.

 

우리는 지금 현재의 자리가 아주 크고 중요하다고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세상은 넓고 나와는 다른 사람이 존재하며 다른 세계가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우리는 현재 삶에 안주해 있는게 편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가 두려운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것들이 자신이 인식하지 못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는 점을 직시하는 남아 있는 나날은 그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는 계기를 마련해 주지만 끝까지 자신의 직무를 놓지않는 그를 보며 인간의 본성이 변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음을 새삼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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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
로라 대소 월스 지음, 김한영 옮김 / 돌베개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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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로서의 삶... 1849년 5월 26일...

<콩코드강과 메리맥강에서 보낸 일주일> 첫 책의 출간의 긴장감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작가 증정본을 받아 앉은 자리에서 이틀 만에 완독했는데 추후 대중적 논평이 실리기도 했지만, 형편없는 철학에 신성모독이란 혹평에 상처받은 소로는 잘못된 방향으로 원망을 돌렸다.

 

작가의 삶이란 고독함의 연속인 것 같다. 독자들의 손에 작품이 들려질 때까지 살얼음판을 걷듯 설렘과 긴장감에 잠 못 이루는 날이 많다. 오랜 기다림 끝에 기쁜 소식이 들려오면 다행이지만 잘 안됐을 경우에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무력감에 빠질것이다. 그것을 매번 극복해 내야 하는 삶이 작가의 삶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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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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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째 날 저녁 웨이머스

 

선창의 전등불 행사가 있다.

그곳에 모여드는 낯선 사람들은 서로 어우러져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며 미소 짓고 있다.

 

대화는 일방적으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으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스티븐스처럼 학습이나 기술로 발전시키려 해도 가능하지 않는 이유가 인간의 교감이

그렇게 쉽게 연결되지 않기때문이다.

자연스레 상대에게 녹아들어 마음이 닿을 때, 비로소 그 사람이 친구가 되는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하는 지금이 적기, 스티븐스씨의 함박웃음을 보게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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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
로라 대소 월스 지음, 김한영 옮김 / 돌베개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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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마루 초입에 자리 잡아 아래로는 물이 흐르고 뒤로는 비글로의 솔숲이 펼쳐지며, 아침 해가 남동쪽에서 햇살을 비추면 커다란 밤나무와 "높고 뾰족한 백송들"이 그늘을 드리우는 곳이었다.

 

소로가 어떤 이유로 월든 호수로 갔는지에 대한 의문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자기만의 사색을 즐겨했던 그는 글을 쓰기 위해 그곳을 선택한 것이다. 뭐든 넘치게 있을 필요는 없다. 소박한 생활을 하면서 글로 표현한 자연은 그야말로 위대한 탄생이었고 오랜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랑받는 이유는, 아마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회귀본능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지혜로운 은둔자의 삶 그 자체였던 것이다.

 

다시 만난 월든... 자연 속 그곳의 삶은 여전했다. 글이 주는 감동이란 언제 어디서 다시 만나도 항상 내손에 있고 여전히 변함없다는 것! 바로 기분 좋은 휴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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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 있는 나날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송은경 옮김 / 민음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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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째 날 오후 콘월주, 리틀컴프턴

 

 

'로즈 가든' 호텔 식당에서 점심식사 중... 과거 켄턴양이었던 그녀를 제대로 부르려면 벤부인이라고 해야 한다.

 

 

"제가 이 집에서 일해 온 지 여러 해가 되었건만 떠난다는 소식을 듣고도 겨우 축하한다는 얘기밖에 못 하시나요?

"켄턴양, 나는 지금 진 심으로 축하했을 뿐이오."

 

집사의 역할은 보고도 못 본 척, 듣고도 못 들은 척 해야 하는 건 맞겠지만 자신의 의견을 내놓아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바로 자신의 인생에 대한 중대한 결정을 해야 할 때... 대화의 주제는 하나인데 다른 말만 해대는 스티븐스를 보니 너무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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