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사회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죽음 앞에서,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를 다시 생각해봅니다.
2011년 2월에 출간된 인문/과학/사회/역사 분야 신간들 중
이 분야의 알라딘 신간평가단과 함께 읽고 싶어 관심 있게 살펴본 책들.
오래된 믿음에 대한 낯선 통찰
지금, 경계선에서
레베카 코스타 (지은이) | 장세현 (옮긴이) | 쌤앤파커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알아야 한다."
현대 문명의 급증하는 복잡성과 한계 및 문제점에 대해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를
1차 원인으로 지적하고, 인간의 '인식한계점' 때문에 믿음이 지식을 대체하면서
서서히 붕괴해갔던 인류의 역사를 되짚어보며 그 나아갈 바를 모색하고 있다.
원제 은 '파수꾼의 위험 신호'라는 의미.
주로 진화, 사회물리학, 통섭, 밈 이론의 관점에서 아래의 5가지 '슈퍼밈'을 다룬다.
① 불합리한 반대- 자유선택 이라는 환상이 부른 반대의 수렁
② 책임의 개인화- 개인에게 책임 지우는 시스템의 문제
③ 거짓 상관관계- 우리가 진실이라 알아온 상관관계의 오류
④ 사일로식 사고- 고립된 사일로들이 만드는 오류
⑤ 극단의 경제학- 경제우선주의에만 매몰된 오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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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밈은 사회에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널리 만연하여 다른 모든 믿음과 행동에 영향을 끼치거나 억압을 가하는 모든 종류의 믿음, 생각, 행동을 가리킨다. -p.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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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문명의 '복잡성'에 대한 돌파구로 주목하는 것은 진화에 의한 '통찰'인데 ('복잡성'이 비용상승 및 성장둔화의 요인일 뿐 아니라, 향후 발생할 문제를 암시하는 지표라는 사실은 경영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실), 흔히들 생각하는 그 '통찰'과 어떻게 다른 것인지, 그리고 통찰만으로 과연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과정이다.
'인식한계점' 개념은 최근에 행동경제학, 뇌과학 등에서 자주 거론되는 '인간의 인지/추론/판단에 근본적인 한계와 오류가 있다'는 이야기와 일맥상통한다.
버진그룹 총수부터 노벨상 수상자까지, 말콤 글래드웰의 전통을 이었다느니 하며 책의 앞뒤를 수놓는 화려한 인물들의 추천사는 깡그리 무시하고 책을 집어들었지만(지난 1년 사이에 만나본 책들 중 거의 최다), 믿음추구와 지식추구 사이의 균형을 이야기한다든지 언뜻언뜻 내비치는 관점의 스케일과 지적 자극 면에서는 과연 명불허전名不虛傳... 제시된 사례들에서 약간 보수적인 냄새(?)가 나기는 하는데, 슈퍼밈 5가지가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고 현대 문명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얻는 것만으로도 본전은 챙길 수 있을 것 같다.
밈의 특성 중 하나는, 그것이 밈이라는 사실을 알면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대충 '밈'의 개념을 안다고 이를 통해 다루어지는 내용까지도 가볍게 취급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났다고 보여진다.
"문제 해결에는 맹목적 이데올로기가 아닌 비판적 사고가 필요하다" - 템플 그랜딘,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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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런드 러셀의 삶을 통해 보는 수학의 원리
로지코믹스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 크리스토스 H. 파파디미트리우 (지은이) | 알레코스 파파다토스 | 애니 디 도나(그림) | 전대호 (옮긴이) | 랜덤하우스코리아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원제는 Logicomix: An Epic Search for Truth. ('진리를 향한 장대한 탐험'의 뉘앙스)
당연히(?) 여럿의 추천이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인문/과학 분야 신간평가단 내에서 아무런 추천이 없어 가장 당황스러운 책. 메이킹 필름을 보는 듯한 기발한 형식, 알찬 내용, 심오한 질문들, 인문학과 과학, 철학사와 과학사를 두루 아우르면서 컬러풀한 유럽 만화의 독특한 재미도 느낄 수 있기에, 철학/지식/교양/재미를 모두 아우르는 이 책이 현 시점 과학/기술 분야 베스트셀러 1위라는 사실조차 별반 놀랍지 않다. '수학의 원리' 라는 부제를 달고 있지만, 골치아픈 수식 보다는 '거짓말장이의 역설'과 유사한 논리적/철학적 의문들을 주로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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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된지 1달이 지나는 동안, 이 책을 읽은 서양철학, 뇌과학, 명상, 자연과학 분야의 서로 다른 여러 명의 지인을 통해 책에 나온 '러셀의 역설'을 비롯한 철학/논리학 주제들에 대한 논평을 들을 수 있었고, 한 모임에서는 '논리학과 수학의 한계가 만화를 통해 드러났다(?)'면서 포스트잇이 빽빽히 붙어있던 책을 놓고 '앎의 한계'와 '앎의 오류'에 관한 갑작스런 토론이 벌어지기도 했다.
신간평가단 도서로 선정되면 그때에 읽어보겠다(?)는 꼼수로 버티었지만, 어쩔 수 없이 자꾸 접하게 된 책의 내용은 책소개에 등장하는 "최고의 책"이라는 무수한 별과 찬사, 추천들이 아주 심한 과장은 아닐 것 같다는 희망을 가지게 한다.
하지만, 과학분야 베스트셀러 1위였던 <위대한 설계>조차 당시 '인문' 분야 신간평가단 내에서는 이상하리만치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때를 다시 떠올리게 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 서로 상이한 카테고리라는 '구조'적 설정보다 '취향'이라는 개인적 문제로 계속 접근하는 한, 현재와 같은 체제에서 적절한 수준의 과학 양서가 인문분야 신간평가단을 통해 자율적으로 선정되고 리뷰될 수 있을지는 당연히 의문시 된다. 지나보니, '인문'과 거의 반대(?) 분야처럼 취급되는 '과학'쪽에도 두루 관심이 많은 '개개인의 안목과 취향'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안타까운 현실. 설마, 지난달 과학 전문 출판사 '숭산'의 <대칭> 선정이 과학분야 도서 선정의 좋은 사례인양 오해되고 있으면 안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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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 수학 무한의 수학
찰스 세이프 (지은이) | 고중숙 (옮긴이) | 시스테마
지난달에 <퀀텀 브레인>이 예기치 않게 지갑을 열게 했다면, 이번달에는 이 책이다.
인간이 도입한 개념 중 가장 획기적이면서도 위험한 것의 하나로 간주되었던 'Zero'.
지금이야 아무렇지도 않게 -1, 0, +1 하거나 10000, 1000 하면서 디지털 시대 이진법(0, 1)의 최소 단위로까지 쓰고 있지만, 이 개념을 수학이나 생활 속에 사용할 수 있기 까지는 신성모독이라고 '이단'으로 몰리거나 사탄 취급까지 받아야 했던 억울한 사연을 지니고 있다. (인류가 만일 대재난으로 처음부터 다시 문명을 시작해야 한다면, '제로'의 개념을 이해하고 지금처럼 쓸 수 있기까지는 다시 몇 천년이 걸릴지도 모른다고...)
동양의 무無와 공空 개념이 서양에서는 허무주의나 무신론 등 말도 안되는 취급을 받다가 20세기에 이르러 양자역학과 상대성이론, 블랙홀, 진공에너지 등의 과학적 발견과 진보로 그 의미가 새롭게 주목받았던 사실을 상기해본다.
<만물해독>을 통해 암호론, 컴퓨터 공학, 열역학, 생물학 등을 넘나들며 정보information과 엔트로피에 대한 색다른 시각을 어렵지 않게 풀어서 설명해주었던 과학 전문 저널리스트 찰스 세이프의 이야기 솜씨는 이 책에서도 여전하다. 영零(zero)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무無와 공空을 거쳐 '무한(∞)'까지 골고루 이어지면서 수학, 물리학, 철학의 관련된 개념과 역사를 살피는 과정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중학생 이상 성인까지 두루 볼 수 있을 정도로 어렵지 않으면서도 적절한 교양적 깊이.
2000년에 논픽션 부문 펜/마르타 알브랜드 상(PEN/Martha Albrand Award)을 받았고 <뉴욕 타임스> 올해의 주목할 만한 책으로 선정된 내공있는 책인데, 아무런 마케팅이나 광고 문구 없이 평범한 표지를 입고 신간 매대에도 나와있지 않다는 사실이 안타깝다면 과장일까.
인간과 동물의 관계, 그 모든 것에 관하여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
할 헤르조그 (지은이) | 김선영 (옮긴이) | 살림
구제역으로 생매장되던 동물들의 피울음 소리가 이 땅에 가득할 때, 동물의 권리와 사람-동물과의 관계를 다룬 책들이 한꺼번에 출간된 사실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세 권의 책이 접근하는 방식과 다루는 주제는 조금씩 다른데,
셋 중에서 이달의 추천도서로 꼽은 것은 <우리가 먹고 사랑하고 혐오하는 동물들>.
일단, 내용을 이끌어나가는 질문들이 퍽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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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는 훌륭한 치료사일까? / 개 주인은 개를 닮는다? 개를 좋아하는 사람과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은 성격도 다를까? 애완동물은 정말 조건 없는 사랑을 줄까? 여우를 길들이는 법 / 개가 우리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고기는 혐오스러운 시체 / 고기가 이토록 거북한데도 채식주의자가 그토록 적은 이유는? (목차 참고)
그 답 또한 예상과는 다른(?) 내용들이 상당히 많고, 이런 과정을 통해 모순된 가치관들이 별다른 훈계 없이도 하나 둘 드러나면서 동물과의 관계에 대해 스스로 성찰의 시간을 가지게 한다.
살아있는 애벌레, 귀뚜라미, 도마뱀, 쥐 등을 한 자리에서 차례대로 '갈아서' 추출액으로 만드는 동물실험 이야기도 나오는데, 학창시절 쥐와 개구리를 해부했을 때의 상황들, 식품영양학과와 생물학과에서 벌어지는 몇 가지 유사한 에피소드들이 떠오르면서 펼쳐든 책을 쉽게 놓을 수가 없었다. 정말이지 책을 덮고 나서도 곰씹어지는 이야기가 많아서, 스티븐 핑커, 템플 그랜딘, 샘 고슬링, 마크 베코프, 네이처 등의 추천사가 제 값을 하는 느낌.
<동물 권리 선언>에서는 동물을 사람과 똑같은 생명으로 여기는 저자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고 <우리는 왜 개는…돼지는…소는…>은 동물을 음식으로 대하는 자세, 인간의 '육식'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진다.
광우병 문제나 '식품 산업'의 현실적 문제들에 관심이 있다면 <우리는 왜 개는 사랑하고 돼지는 먹고 소는 신을까>, 윤리적 문제나 동물을 동등한 생명체로 바라보는 시각은 <동물권리선언>, 사람-동물과의 관계를 심리적/사회적/생물학적으로 살펴보며 다양한 문제의식을 가지게 한다는 점에서는 이 책이 조금씩 더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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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경, 천 년의 지혜를 담은 그릇
오윤희 (지은이) | 불광
내용은 일단 부정에서 시작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이라는 말로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상징하며 찬탄의 대상이 되어왔던 '고려대장경'이 사실은 가장 오래된 목판 인쇄물도 아니고 중국과 일본의 다른 대장경판을 보고 베낀 것이라는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사실을 차근차근 밝혀 나간다.
그 어투나 과정이 속된 말로 "까는" 것도 아니고 다른 입장의 관점을 강요하지도 않으면서, 불교 문화와 대장경 편찬의 역사 및 의의를 오히려 되살려 주기에 이 책의 가치가 은근히 빛나고 있다.
붓다의 사촌 동생이자 뛰어난 기억력으로 불경의 정리와 전승에 중심 역할을 했던 아난(아난다)을 '그릇'으로 표현하면서 '대장경의 역사'를 '말씀'을 담는 '그릇의 진화'로 보는 관점부터가 신선하다.
구전으로 전승되어 오다가 문자로 기록되기까지 최소 수십년이 걸렸고, 나중에 각기 다른 관점과 언어로 여러 번 변화의 과정을 거친 기독교 성서(성경)의 역사적 전개 과정과 비교하며 살펴보아도 흥미진진하다. 내용과 구성, 만듦새 모두 괜춘한 책.
§ 그 외에도...
삶의 의미라는 커다란 물음
빅 퀘스천
줄리언 바지니 (지은이) | 문은실 | 이윤 (옮긴이) | 필로소픽
일반 판형보다 작고 가볍지만, 담고있는 내용은 "삶의 의미라는 커다란 물음".
<가짜논리>의 그 저자이고, 알라딘 로쟈님의 페이퍼를 통해 이미 소개되었으니 자세한 설명은 생략해도 무방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흥미로운 주제들을 무겁지 않고 깔끔하게 풀어가고 있는데, 신간평가단과 함께 보자고 추천하기엔 선뜻 손이 나가지 않아서 뒤로 빼놓는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현재 아무도 추천하지 않았다; 이 또한 빅 퀘스천?). 실수로 '결론'을 먼저 봐버려서일까, 아니면 '철학적 성찰의 과정' 이전에 저자가 무의식적으로 지향하고 있는 방향성을 나름대로 알 것 같아서일까.. 어쨌거나 거창한 의미를 미리 두지 않고 차분히 과정을 따라가고픈 책이다.
그들은 맥도날드만이 아니라 우울증도 팔았다
미국처럼 미쳐가는 세계
에단 와터스 (지은이) | 김한영 (옮긴이) | 아카이브
원제 Crazy Like Us: Globalization of American Psyche 와 부제가 책 내용을 잘 설명한다.
원제의 'Us'는 '미국'과 '우리들'이라는 중의적 표현으로 보이는데, 거식증,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PTSD), 정신분열병, 우울증 마케팅 등의 사례를 통해 의료산업과 보건당국, 제약회사 등이 상업적 커넥션으로 '만들어낸' 현대 질병의 이면을 드러내어 보여준다.
늘 변화하고 있는 우리의 감정과 마음 상태에 대해 '우울증'이니 '정신분열증' 등의 병적인 이름표를 붙이자마자 거대한 의료 시스템에 꼼짝없이 걸려들고 마는 현대인들의 모습은, <反자본 발전사전>에서 가난하지만 평화롭게 잘 살던 사람들에게 '저개발 국가'라는 결핍의 이름표를 붙이자마자 자신들의 신세를 비참하게 여기면서 경제적 강국의 피해자/추종자가 되었던 사례를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문제가 있다면 전문가의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아래의 도서들이 다루고 있는 '질병 마케팅' 또한 차츰 이슈화 되고 있다는 사실은 의료 서비스의 소비자로서 알아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울증에 반대한다>는 아래의 다른 책과는 반대로 '낭만적인 우울증'의 질병적 심각성을 오히려 강조하고 있는데, 어쨌거나 모두 현대 사회에 만연된 '질병에 대한 손쉬운 발언'
들의 이면에 놓여있는 사회적/의학적 사실을 폭로하는 내용이라는 공통점을 가진다.
인터넷이 우리의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니콜라스 카 (지은이) | 최지향 (옮긴이) | 청림출판
'신경가소성 (뇌가소성)'이라는 두뇌의 특성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한다. (이 책의 프로덕트 태그를 살펴보면 뇌가소성을 다룬 쉬운 책들이 여러 권 링크되어 있으니 참고.)
인터넷과 기술문명이 뇌 구조를 바꾸고 있다는 비슷한 내용을 조금 다른 관점과 원리로 다루는 책으로는 <아이브레인>이 있는데, 두 책을 비교하여 보는 것도 재미있다. 해법으로 제시하는 것도 조금 다르다.
최근 페이퍼에 갈무리한 '스티브 잡스와 인문학'을 다룬 기사의 댓글을 통해 본의 아니게 이와 관련된 의견 교환이 조금 있었는데, 기술의 변화가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일반적인 예상을 초월하고 무엇보다 인류 역사에 직접적이고 광범위한 영향을 끼쳐왔기 때문에, 철학/윤리/종교 등 인문학적 관점에만 높은 가치를 부여하면서 기술 변화를 무가치 하게 보는 것은 기술 만능주의와 더불어 위험한 태도일 수 있다(물론 아이패드2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균형잡힌 시각이라는 건, 종교 vs 과학 또는 인문학 vs 자연과학 뿐만이 아니라 기술 vs 이론 사이에도 당연히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Jesus Wants to Save Christians
네 이웃의 탄식에 귀를 기울이라
랍 벨 | 던 골든 (지은이) | 양혜원 (옮긴이) | 포이에마
예수를 팔아 돈을 벌고 권력을 손에 쥔 그리스도인에게 묻는다!
“당신이 떠드는 공평과 정의는 대체 어디에 있는가?”
돈과 권력을 움켜쥐고 압제자의 자리에 올라 세상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오늘날의 교회와 그리스도인의 현실을 고발하고, 출애굽의 해방 사건을 토대로 우리가 탈출해야 할 자리와 도달해야 할 미래를 명쾌하게 제시한다. (이상, 책소개글 발췌)
추천인의 이름과 근래에 발생한 몇 가지 사건들 때문에 들춰보게 되었는데, 느끼고 얻을 것이 꽤 있다. 문제는 항상, 이 책을 보면서 귀를 기울여야 할 사람들은 이런 내용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다는 사실.
"성경 서사의 독특한 점은 자기비판이다." - p.186
종교 폭력의 진화적 기원
신의 이름으로
존 티한 (지은이) | 박희태 (옮긴이) | 이음
"선을 추구하는 종교가 왜 폭력과 갈등을 부르는가?"
도덕과 종교(유대교 및 기독교)에서의 '진화'를 진화심리학으로 다루면서
'종교'는 인간의 진화를 위한 '문화적 제도'라는 관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종교적인 문제가 쟁점화 되었을 때, "교인의 비판이라면 들어보겠지만, 교인이 아니라면 말도 꺼내지 마." 식의 논리로 외부의 비판에 맞서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패턴화 되어있다). 재미있게도 이런 자세와 태도는 이 책에서 다루는 핵심 내용과 곧장 연결되는데, 현실에서 이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구원/지옥의 이분법적 논리에 쉽게 파묻혀 버린다. 같은 교인이라도 수 틀리면 당장 '이단'으로 내치면서 들으려 하지 않고, 내부적으로도 수 백개 종파로 분열되어온 역사... 그 속에서 '우리편'의 이야기만 귀담아 듣겠다는 자세가 무슨 도움이 될 수 있을까? 게다가 교인이든 아니든 (비난을 위한 비난만 아니라면) 비판의 주된 내용이 별반 다르지도 않은 것 같은데...
'내부집단과 외부집단을 선의 세력과 악의 세력으로 구분하며 그 근거를 유일신에게서 구하고 있는' 이러한 태도가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종교 폭력'의 정체이자 핵심이라는 내용이 차근차근 설명되어 있다. 그렇다면 대안은 과연 무엇일까...?
가정용 곤충에 관한 은밀한 에세이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조슈아 아바바넬 | 제프 스위머 (지은이) | 유자화 (옮긴이) | 함께읽는책
뭔가 위로가 되는 제목 같지만, 사실을 알고나면 끔찍한 느낌마저 들 것이다..
늘 우리 곁에 있는 일상의 보이지 않는 세계를 다룬다는 점에서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시크릿 하우스>가 떠오르고
다시 비슷한 분야에서 유명한 칼 짐머의 <기생충 제국>을 연상시키는 책.
부제의 '가정용 곤충'은 다름아닌
빈대, 이, 진드기, 좀벌레, 집게벌레, 파리, 개미, 바퀴벌레, 흰개미, 각종 해충들.
인쇄비/종이값으로 고민 좀 했을 것 같은 파격적인 내지 컬러(검은색/노란색)와
시원시원한 일러스트, 사진, 레이아웃 등의 도서 디자인이 꽤 인상적이다.
강신주의 인문학 카운슬링
철학이 필요한 시간
강신주 (지은이) | 사계절출판사
동/서양 철학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있는 저자의 신작. <철학 vs 철학>이 이어 그 책에 버금가는 다양한 동서양의 철학과 사상을 이 한 권의 책 속에서 다루고 있는데, 어느 하나 확실하게 구멍을 뚫어버리기 보다는 적당한 범위와 깊이에서 다양한 관점을 두루 보여주고 있다는 느낌.
어느 사회학자의 인문학적 일기장
에든버러에서 일주일을
유승호 (지은이) | 가쎄(GASSE)
'인문학' 이라는 단어는 참 다양한 의미로 사용된다.
목적지인 에든버러에 도착하자마자 "가방이 사라졌다"는 황당한 시츄에이션에서 시작하는
이 여행담은 이야기 속에 다양한 문화적 성찰과 고민을 담고 있다.
저자의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좀 더 반갑게 이 색다른 여행담을 읽을 수 있을 듯하다.
한 사회학자가 스코틀랜드의 수도이자 축제와 공연문화의 도시로 잘 알려진 에든버러를 일주일간 여행한 경험담과 함께, 이를 통해 우리문화에 대한 고민과 발전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인문학적 일기장 같은 책이다. … 짧은 여행이지만 저자는 자기자신을 돌아보는 성찰과, 사회학자로서의 문화에 대한 고민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책소개 발췌)
창조적 대화론
데이비드 봄 (지은이) | 강혜정 (옮긴이) | 에이지21
양자론의 난제인 '숨은 변수'에 대안을 제시했던 20세기를 대표하는 이론물리학자의 한 사람.
일반적인 대화론이나 커뮤니케이션 방법보다 더 본질적인 차원에서의 의사소통과 '공통이해를 찾아내는 행위'로서의 '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의 일반적인 사고 과정은 세상을 파편화된 방식으로 인지하는 경향이 있다. 봄의 표현을 빌자면, "사실은 분리되어 있지 않은 것들을 산산히 부수면서". 이처럼 파편화된 인식 때문에 사회질서를 유지하려는 노력이 원칙적으로는 성공하고 있는데도, 근본적으로 서로 반목하고 대립하는 국가, 경제, 종교, 가치체계, '자아들'의 세계가 탄생하고 있다고 봄은 말한다. 그러므로 봄이 강조하는 대화의 주된 목적 중에 하나가 이런 파편화 움직임을 조명하자는 것이다. -p.31
책의 서두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 책에서 다루는 내용은 1980년 세계의 지성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와 봄이 만나 이론물리학과 영성, 관찰자와 피관찰자의 본질을 6개월간 논의했던 그 대화의 내용과 상당히 닮아있다 (고려원미디어에서 1994년 <시간의 종말>로 출간). 물리학자가 웬 '대화론' 운운 하냐며 함부로 폄하할 수준이 아닌 것이다.
양자역학을 통해 물질 세계에서도 중요한 의미가 부각된 '관찰자와 피관찰자'. 이 관계의 본질을 심도깊게 고찰하여 이들이 사실은 둘이 아니라는 혁신적인 결론에 이르는 크리슈나무르티의 통찰이 당대 최고의 과학자인 봄의 글에서도 자주 보이는 것은 그의 영향을 받아서일까, 아니면 최첨단 과학이론의 극한이 영성과 만날 수 있다는 하나의 징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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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슈나무르티 : 고통과 혼란, 갈등, 투쟁의 근원… 그 모든 것들의 시작은 무엇일까요? 인류는 그릇된 (방향) 전환을 했고, 그 기원은 '나는 내가 아니다' 라는 분리 의식에 있습니다. 만약 (마음이) 밖을 향한 움직임을 그치면, 그때는 진정으로 안쪽을 향한 움직임-시간과 무관한-이 있게 될까요?
데이비드 봄 : 당신은 마음이 두뇌로부터 시작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군요. 그런가요? 두뇌는 마음이 사용하는 도구입니까? … 만일 무엇인가 심리적인 장애가 있다고 느낀다면, 그때 사람은 시간이란 관념을 가져옵니다. 그 시간은 되어감이란 생각을 일으키고, 결국에는 끝없는 문제들을 만들어 갑니다. 생각은 시간을 포함한 과정이라고 말씀하시는 거죠? - <시간의 종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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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인문학자 27인의 종횡무진 문화읽기
한국학 그림과 만나다
정민 | 김동준 (지은이) | 태학사
정민 교수의 이름에 이끌려 집어들었는데,
신간평가단 '서평'용 도서로 신청하기 보다는
소장하고 있다가 한번씩 꺼내어 보면 좋을 것 같은 구성과 내용.
(그러나, 이 글을 올려놓고 보니 이번 서평용 도서로 뽑힐 가능성도 보인다.)
유의열전
한의학에 미친 조선의 지식인들
김남일 (지은이) | 들녘(코기토)
우리나라 한의학의 역사와 실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면, 현재 한의사 협회가 수지침 협회나 김남수(뜸사랑), 장병두 할아버지 등 非면허 재야 의료인들의 임상적 성취와 이론/처방의 가치를 정당하게 평가하여 합법적 의료 시스템 속으로 포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책 부제의 '유의'란 '유교적 사상을 바탕으로 의학의 이치를 연구한 사람'을 말하는데, 현재의 기준대로라면(?) 사상의학의 창시자라는 이제마 선생을 포함해 정약용, 박지원, 송시열, 김시습, 이익, 최한기 등 조선시대의 유명한 학자/정치가/지식인들은 모두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심지어, <동의보감>을 지은 허준 선생까지도. ('중인' 신분의 의사 자격을 가진 것이 아니기 때문인데, 지금까지 '국가 면허가 있는 전문의료인'의 이미지로만 알고 있었기에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발견. 물론, 한의사인 저자는 의료법 위반 등의 이러한 가정을 언급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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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 각각에 대한 설명은 대부분 긴 분량이 아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전통의료가 민간의료의 수준을 탈피하여 '이론적 근거'를 가지게 된 것에는 이러한 유의들의 영향이 지대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사실상 '한의학'과 무관하게 시행된 선조들의 의료적 행위는 이처럼 '한의학'으로 이름붙여 뭉뚱거릴 수 있으면서도, 체절신경 조절요법 등 기타 현대판 '유의'들의 이론과 기법들은 오히려 의료법 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우리 의료계의 현실에 자꾸 신경이 쓰이는 것은 그 세계에 아무 이해관계가 없는 非의료인(일반인)이라서 그런 것일까...?
조금 다른 주제이지만, 현대 한국 의료제도 속의 한의학을 살펴보거나 한의학 vs 서양의학의 개념있는 비교를 위해 참고할만한 책으로 <한의학 탐사여행 - 서울대 의대생 한의학을 만나다>를 꼽을 수 있다. 90년대 나온 <너와 나의 한의학>등의 서적과 또래 한의사/한의대생의 고민을 들으며, 수십년째 용어조차 표준화 되지 못하고 <동의보감>의 최초 한글 번역자도 제대로 기리지 못했던 엉성한 현실에 함께 개탄했던 마음이 양한방 이중면허를 소지한 저자의 <탐사여행>을 읽으면서 보다 현실적으로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행간에서 발견되는 한의학의 입장을 방어하려는 듯한 태도 또한 한의와 양의 사이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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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주일은 이웃 나라의 참담한 소식 때문에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죽음 앞에서 오히려 더욱 생생해지는 삶...
올림픽은 사실 개막식 때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경기가 열리기 전, 피나는 노력들과 다양한 준비, 성화 봉송,
나아가 그 훨씬 이전의 개최지 선정과 경기장 준비 까지...
'시작'은 오래전에 이미 되어 있었지만
눈 앞에 부각되는 것은 이제 막 방송되는 장면들 뿐.
여러가지 차원에서 커다란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금의 모습, 또 2012년과 그 이후는 어쩌면 그런 장면일 뿐.
아주 오래전, 바로 지금.
이미.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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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 깨어 있어라. 너희가 그 날과 그 시간을 모르기 때문이다. Therefore, stay awake, for you know neither the day nor the hour. - Matthew 25: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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