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 순수하게 정치적 차원에서 아직도 진행중인 시위의 진로를 감탄스럽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 주만 해도 시위는 갈 데까지 갈 정도로 격화되어 모든 상황은 곧 바닥날 연료통 기름과도 같은 운명으로 한창 달려가고 있었다. 거의 모두가 끝을 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의 모두가 지쳐 있었다.

이제 끝만 남았다고 생각하던 그 지점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은 패러다임의 전환을 제시했다. 그리고 그것은 시위의 새로운 동력으로 기능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시위를 기동시키는 모든 에너지를 근원으로 돌려놨다. 사람들은 보다 차분해지고, 보다 끈질겨질 수 있게 됐다. 많이 외로웠냐고, 그래서 자신들이 위로해주겠다는 말 한마디에.

정치는 살아있는 생물이다. 이것은 썩 존경받긴 힘들겠지만 정치에 있어선 최고의 대가 중 한 명이었던 DJ가 파란만장했던 정치 인생을 통찰하면서 얻어낸 결론이다. 정치의 의도성, 순수성이란 기준은 모호하고 항상 유동되며 다분히 수용자 지향적이다. 그것은 정치란 것이 쇳덩어리를 설명할 때처럼 단순히 역학으로만 얘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인간이라는 생물에 대한 총체적인 직관에 의해서만이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사제단의 이번 참여는 의도성, 비의도성과는 무관하게 탁월한 수준의 정치적 폭탄을 다시금 시위대의 가운데에 심어주게 되었다.

물론 한계는 있다. 다시 찾게된 비폭력 평화시위라는 타이틀은 실효성에 대한 의문에 끊임없이 도전받게 될 것이다. 당장은 가톨릭 교계 거시적 관점에서의 순작용 때문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할 지 모르겠지만 내부의 정치적 균열도 위험범위 안이다(바콩 등등). 그러나 분명한 것은 적어도 미래에, 지금의 모습이 변질된다 하더라도 바로 지금 이 시점에서 그들이 얻어낸 정치적 가치는 이 이상 얻어낼 수가 없는 순도의 것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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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단호함. 한 명의 모호함.

 

"흥. 그런 게 어딨어. 그냥 지나고 나면 그래도 그 때는 지금보단 행복했었구나, 생각할 뿐이지. 막상 그때는 느끼지도 못하는 거겠고."

"저는 매일매일이 행복합니다. 한달 동안 30만원 벌고선 300만원을 써버린 일도, 집을 세 번이나 팔아치웠어도, 어찌되었든 자신이 원하고 선택하며 살아가니까요."

"행복이 뭔지 몰라서, 말할 수가 없어. 나에겐 그 개념을 잡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걸.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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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시만 넘어가면 일단 졸음이 쏟아지는 게, 분명 원인은 피로인 듯. 아니, 근데 난 별로 힘쓰는 일도 안 하는데.... 맥주를 하도 먹어서 몸에 녹이 슬었나.

일단 잠이 들면 꿈 한 판 꿔주고, 새벽에 눈을 뜬다. 대개 한 세시나 네시쯤인데 거의 무의식적으로 이불 깔고 음악 틀어놨던 컴퓨터 끄고선 다시 취침. 아침에 일어나면 중간에 한 번 깨어났던 걸 다시 재운 거라 피로감이 웬지 부쩍 상승해 있는 상태.

예전에 친구랑 얘기한 바도 있지만, 눈도 점점 나빠져가는 중이고 몸의 기능성도 점점 퇴화되어 가는 게, 이런 게 소진된다고 하는 거랄까. 그런 느낌이다. 농담처럼 해왔던 늙어간다, 라는 걸 여실히 느끼고 있는 중이랄까. 이렇게 서서히 부서져가는 거겠지.

촛불이 줄어들었다고 여기저기 이상한 곳에서 걱정해주는 이가 많은 거 같은데, 이거 자체가 일종의 이벤트화된 상태라. 건수가 있다면 다시 튀어 오르지 않을까 싶다. 이건 일관성의 문제라기보단 유희 차원에서 고려해야 할 바라. 아마도 촛불이 완전히 사그라드는 건 자체 삽질 및 완전히 재미가 없어졌을 때일 듯. 후자면에서 봤을 때의 자극의 강도란 점에서 지난 6.10 만큼의 대박을 이룰 건수가 많이 없다는 것이 문제겠고.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파업과 맞물려 정치집단 애들이 끼어든 거에 대한 거부감도 있겠고. 그에 대한 저쪽의 떡밥이 아직 확실치가 않아서 다들 어물쩡거리는 상태인 듯.

청와대의 가는 길을 이정도로 뒤틀어놓았는데 이번 시위에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고 하는 양반들은 그 본인이 후기 구조주의자가 아니라면 별로 공감이 안되는 게, 그냥 주석궁에 땅크 박는 이데아를 끈질기게 견지하고 계시는 플라토니스트인 갑제옹처럼 무조건 현상 자체가 꼴보기 싫다고 하면 그게 차라리 솔직할 듯. 그걸 보면 요란하게 뒷북 치며 등장하신 이문열옹이 역시 문학하시는 분답게 디시질적인 단어 선택에 탁월하심. 의병 일으켜야 한다는 주장이 이 양반의 제대로 재치만점인 마인드를 증명해주고 있는데, 소설도 그정도로 좀 해줬으면 하는 소망... 따윈 옛적에 포기했으니 더이상은 안 들고. 아니 생각해보면 의병 이벤트 같은 거 벌이면 사람들이 열라 신나할텐데, 실은 고도의 좆불 지지잔가.

나우콤 사장이 잡혀 간 거에 대해서 열사니 정치 탄압이니 하는 양반들이 좀 보이긴 하는데, 시대를 개척하는 프론티어 정신의 소유자셨던 그분의 놀라운 시스템 전략(나우누리의 자료실 특화 전략이랄지, 클럽박스가 P2P였다는 건 정말 신선했음)을 생각해보면 뭐 저작권 관련해서 걸려도 당연한 양반이 걸린 거라고 생각되는데. 그렇다고 순진천만하게도 정치적 꼼수가 아주 없었던 것 같진 않고 검찰측으로선 유인촌 이후 빡쎄진 저작권 관련 실적 올림과 동시에 시위 방송 쪽도 압박하는 두마리 토끼 잡는 느낌이었달까. 근데 이 사건을 열사풍으로 바꾸려고 하는 양반 본인이나 양반들이나 다 좀 한심해보이긴 하고. 내 보기엔 잡는 쪽이나 잡힌 쪽이나 양쪽 다 아귀삘. [클로버필드]를 클럽박스에서 받아본 듯한 진선생님 정도의 어필은 못하겠지만, 암튼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심심한 유감을 살짝쿵 표명해본다. 근데 나도 모르는 틈에 내 리소스 잘도 갖다 썼을테니 원.

그리고 오늘 미야자키 쓰토무 사형 집행. 

 

 

http://www.moneytoday.co.kr/view/mtview.php?type=1&no=2008061615091321503&outlink=1

아아, 맥주 사재기해놔야 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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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인원이 모이고 난 뒤의 무언가 명목이 붙은 첫번째 시위날. 그리고 어쩌면 정치색이 가장 강할 수도 있었던 날. 충돌의 화학작용을, 그리고 그 너머를 보고 싶어서 죽도록 같이 걸어서 마침내 KBS에 도착했을 땐 이미 수상쩍은 영감님들은 내일 아차산 등산이라도 계획되어 있는지 다들 사라진 뒤였음. 행렬은 줄었다 늘었다 줄었다 늘었다를 계속 반복하면서 이동했는데, 뭐 가장 그림이 좋았던 건 고가도로 이동씬이었음. 하여튼 도착해서는 지치기도 했겠다 공짜로 주는 녹차 홀짝거리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이는 라디오 FM을 구경했는데 박정현 노래를 그럭저럭 잘 부르는 여자가수 한 명이 라디오 라이브를 하고 있더라.... 누군진 잘 모르겠고.

정력도 좋은 인간들은 그 다음엔 국회의사당 쪽으로 이동 시작. 대강 오늘의 할 일은 끝난 듯 해서 나는 이만 후퇴. 오늘은 질리게 걸었다는 거외엔 없었다.

이 모습이 외부에선 어떻게 비춰졌을지가 궁금했는데 딱히 네트에서의 무언가 특이사항은 안 보이고. 죙일 자잘하게 긴장감은 있었으나 어째 좌나 우나 다들 요리조리 잘도 피하고 다녔던 듯.

고엽제 관련 할아버지들이랑은 예전에 한겨레에서 알바할 때 공성전을 벌였던 경험이 있어서. 그땐 주차장 그 좁은 공간에서 차를 재주도 좋게 부숴서 뒤집어놓으시고, 편집부도 뚫고 들어올 뻔 했었는데, 가스통 가지고 노는 거야 뭐 일도 아니신 분들이라. 술을 좀 좋아하셔서 그렇지 나름 순수한 극우분들이셨던 걸로 기억. 뭐 그때나 지금이나 경찰분들이 그분들에겐 이상할 정도로 수수방관하고 있는 걸 보면 역시 국가유공자에 대한 예우라고 해야 할려나.

근데 백수 시절에, 그래도 먹고 살려고 이분들에게 세금 빼서 연금 넣어 주는 보훈처 서류 데이터화하는 일의 일말에 참여했었다는 건 역사와 월급의 아이러니.

아 그리고 주말에도 근무하네 니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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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8-06-14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말에도 근무하네 니미 2

hallonin 2008-06-14 1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열량 낭비...
 

Bat For Lashes - What's a Girl To Do

 

 

비틀거리는 것이 이젠 익숙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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