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순 보림창작그림책공모전 수상작 2
심미아 글 그림 / 보림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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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림 창작 그림책 공모전’에서 우수작으로 수상한 작품입니다. 최근에 공모한 작품이기에 젊은 작가의 실험성 있는 시도나 기발한 아이디어가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를 했었는데 역시 재치가 돋보이는 그림책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표제지를 보면 노란색 바탕에 꼬질꼬질하게 못생긴(?) 고양이가 무엇을 보았는지 눈에는 생선이 두 마리 걸쳐져 있고 또 한껏 벌어진 입에서는 침이 줄줄줄~ 흐르고 있습니다. 이 독특한 캐릭터인 고양이의 모습에서 아이들은 어떤 호기심에 이끌려 이 책 「고양순」을 집어들지 않을까 싶네요.

이름(양순이)으로 보아 암고양이 일 것이라는 생각을 하는데 사실 양순이는 게으른데다 엉큼하기까지 한 수고양이랍니다. 이런 양순이가 하루종일 하는 일이라고는 늘어지게 낮잠자는 것과 심술을 부리는 것, 밥먹을 때 투덜거리는 것, 그러면서도 한톨도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는 거 아닙니까.. 어찌 캐릭터의 윤곽이 대충 잡히는지요?

투덜거리면서도 주는 밥을 다 먹는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되는군요. 하는 일이라고는 밥먹고 나무그늘에 누워서 이쑤시는 게 전부인 게으름뱅이 양순이. 늘~ 생각하는 것이라고는 제일 좋아하는 생선을 맛나게 한번 먹어보는 것. 어떻게든 꽁치라도 한 마리 온전히(?) 먹고자 하는 게 소망의 전부랍니다.

그런 양순이 눈에 표제지에서 봤던 것처럼 눈튀어 나올 일이 생긴 겁니다. 그동안 그렇게도 소원하던 물고기. 그것도 고래만한 크기로 양순이 앞에 떡~하니 나타난 거죠. 그 고기 앞에서 양순이 군침부터 삼킵니다. 한마디로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모양새죠. 당장 고기를 잡으러 떠나고 싶지만 그만 날이 저물어서 내일을 기약해야만 합니다. 주인아주머니가 저녁을 주셔도 내일 먹을 고기를 생각하니 시시해서 눈길도 안갑니다. 고양이 마음이 그새 이렇게 바뀌는군요. 사람처럼...

밤새 한숨도 못잡니다. 악몽까지 꾸는군요. 해가 땅 위로 올라오기도 전에 양순이는 배낭을 매고는 고기를 낚으러 출발~~ 눈은 오로지 고기에 꽂은 채로... 양순이가 매고 가는 배낭 끝에 무엇이 달렸는지 놓치지 마세요. 훗~

드디어 도착한 고기가 있는 건물. 엘리베이터 안에서 땀을 비오듯 비실비실 흘립니다. 처음 타는 엘리베이터에서 거의 혼절하기 직전인데도 목전에 둔 먹이에 대한 일념으로 간신히 버티고 드디어 양순이는 신이 났습니다. 밧줄을 타고 고기 가까이로 올라가네요..점점 가까이 점점 더 가까이..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나오는 호랑이의 모습이 떠오르네요~) 그리고는 마지막으로 회심의 포크를 찌릅니다. 어떻게 되었을까요?? 쨔~~~~~~~쟌~~~~~~~~~~

이 책을 읽으면서 어찌나 웃었던지요. 스토리 전개상 결말이 뻔한 내용인줄을 알면서도 그렇게 웃을 수 있었던 요인은 아마도 양순이라는 캐릭터의 그 변화무쌍한 표정때문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좀 지독하다 싶을 정도로 형편없는 고양이로 전락시켜 캐릭터를 설정하고 그에 걸맞는 모습으로 그림을 그려내어 책을 읽는 동안 그림과 내용이 너무도 딱딱~ 맞아떨어지는 것이 정말 순간순간 양순이의 처절한 마음까지 전해져 오더라는 겁니다. 게다가 읽는 이의 이해를 돕고자 여기저기 소도구와 말풍선을 사용해 주고 있는 점은 아이들이 좀 더 쉽게 내용을 이해하고 읽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군요.

책을 모두 읽은 후 다시 표제지를 보면서 아이랑 이야기 합니다. 양순이 눈동자가 왜 고기모양인지.. 왜 침을 흘리고 있는지.. 이제는 완전히 이해가 되지요. 공모전 수상작답게 작가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여기저기 번뜩이고 있어서 책읽는 재미가 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외국책들 좋다고들 하는데 우리나라에도 이런 좋은 작가들이 어린이를 이해하고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서 그림책을 펼쳐낼 수 있는 등용의 길이 많이 열렸으면 좋겠습니다. 진정으로 우리 아이들이 책을 통해서 무엇을 느끼기를 원하는지를 고민하고 한사람 한사람의 마음을 살찌우는 질좋은 양서가 많이 발간되기를 독자로서 바래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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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 도깨비를 빨아 버린 우리 엄마
사토 와키코 글.그림, 이영준 옮김 / 한림출판사 / 199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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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초판 발행년이 1991년이라니 벌써 15년이 다 되어가는 책이군요. 어쩐지 그림의 유형이 좀 오래된 듯한 티(?)가 묻어나죠.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를 맨처음 본 것은 시댁에서 였는데 작은 조카가 이 책을 들고서는 키득~ 거리며 보고 있는 거예요. 그러면서 했던 말이 '숙모 이 책 너무 웃겨요~'

작품성을 선호하는 저의 취향에는 좀 어긋난 책이죠. 내용은 재미있는데 그 재미있는 내용이라는 것이 좀 황당스럽기도 하고 또 그림도 어딜 봐도 예쁘다거나 잘 그렸다거나 하지를 않잖아요. 하지만 그런 엄마의 취향과는 달리 저의 아이는 이 책을 무척 좋아했더랬어요.(지금은 저두 추천하는 책 중의 한 권이지만요.^^) 아이들의 취향은 책속의 어느 한곳이 마음에 들어도 단지 그 하나의 이유만으로도 특정한 책을 무척 선호하게 되는 경향이 많잖아요. 이 책에는 찾을 거리들이 많이 나오고 또 아이가 좋아하는 '도깨비'가 나오니 좋아할 수 밖에 없겠네요..

어쨌든 아이와 엄마의 마음을 사로잡은 책, <도깨비를 빨아버린 우리 엄마>를 한번 살펴 볼까요? 타이틀 페이지에 파란색의 제목과 함께 책의 내용이 바로 시작되고 있습니다.

'빨래하는 것을 너무너무 좋아하는 엄마가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좀 독특한 엄마에 관한 이야기가 시작되려나 봐요~ 그리고 다음 장을 넘기면 엄마는 예전 우리 엄마들이 빨래하시던 모습처럼 두 팔을 걷어붙인 채 주름결이 들어간 나무 빨래판을 커다란 통에다 비스듬히 세우고는 열심히 빨래를 하고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엄마는 빨래하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잘 해치우(?)는지 나중엔 고양이든 뭐든 빨 수 있는 건 아무거나 찾아오라고 하죠. 이젠 엽기까지..

그 빨래를 널 빨랫줄을 한번 보세요. 숲속 나무를 빌려야 할 지경입니다. 그리고 보세요. 그 빨랫줄에 널려있는 온갖 물건들을요. (그 물건들을 살피는 것만도 눈이 좀 아프려고 하죠..)

그런데 문제는 지금부터랍니다. 금방망이를 찾고 있는 천둥번개도깨비가 그 빨랫줄을 보고는 찾으러 오다가 그만 빨랫줄에 걸리고 맙니다. (이때 도깨비의 몰골을 한번 보세요.) 다른 빨랫감을 찾고 있던 엄마는 마침 잘됐다는 듯이 평생 한번도 씻지 않았을 것 같은 도깨비를 빨래통에 집어던져 버리죠. 얼마나 열심히 빨았던지 도깨비는 눈도 코도 모두 없어지고 몸도 쭈글쭈글해져 버립니다.

어디가 앞인지 뒤인지 분간을 못하겠던지 엄마는 아이들에게 '도깨비 얼굴을 좀 그려 보렴'하고 말합니다. 아이들은 본래의 도깨비와는 대조적인 무척 귀여운 도깨비로 바꾸어 그려버리죠. 빨래통에 던져지기 전의 도깨비와는 전혀 다른 예쁜 아이(?)가 된 도깨비는 매우 만족해 하며 구름을 타고 날아갑니다.

다음날.. 그렇게도 빨래하기를 좋아하는 엄마는 또 빨래통을 꺼내와서는 빨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난리가 났어요. 온갖 더러운 도깨비들이 빼곡이 몰려온 거예요. 그리고는 합창을 하죠.

'빨아주세요, 씻겨 주세요!'
'그려 주세요, 예쁜 아이로 만들어 주세요!'
'어제처럼 또 해 주세요!'
그런 도깨비들의 합창에 엄마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주먹을 불끈 쥐고는 용사처럼..
'좋아, 나에게 맡겨!'라고..

정말 대단한 엄마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어쩌면 피곤한 노동일 수 있는 '빨래'라는 일상을 소재로 이렇게나 위풍당당한 엄마의 캐릭터를 만들어 내다니 말예요. 엄마의 당당함은 제목에서처럼 모두가 무서워하는 도깨비마저 꼼짝 못하게 하고는 빨아버리는군요. 게다가 한꺼번에 몰려온 그 도깨비 무리들이란... 그 앞에서 더 당당해진 엄마의 들어올려진 팔뚝..

요즘 엄마들은 아이키우느라 굵어진 팔뚝을 숨기고 싶어하는데 저는 이 책에 나오는 엄마의 굵어진 팔뚝이 무척이나 정감이 가더군요. 그 팔뚝은 바로 엄마가 지닐 수 있는 당당함의 상징처럼 확~ 부각되어 오는 것이 무엇을 맡겨도 감당할 자신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그러니 엄마들, 팔뚝 부끄러워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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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너구리네 봄맞이 민들레 그림책 6
권정생 글, 송진헌 그림 / 길벗어린이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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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멀리서 바라보는 겨울산이 있습니다. 앙상한 나뭇가지만이 온통 산을 뒤덮고 있는 희끄무레한 겨울산. 멀리 조그맣게 마을이 내려다 보이고 그렇게 먼 산속엔 너구리네가 겨울잠을 자고 있는 집이 있지요. 페이지를 한장 넘기면 이제 멀리 보이던 산은 조금 가까이 다가와 있습니다. 너구리들이 잠들어 있는 굴도 조그맣게 보이고 그 굴속에 황색빛 너구리들이 서로 웅크린채 긴긴~ 겨울잠을 자고 있습니다.

또 한 장을 넘깁니다. 이제 너구리는 여섯임을 알게 됩니다. 그 다음장엔 각기 너구리들이 겨울잠을 자는 자세와 표정까지 알 수 있을만큼 너구리집이 눈앞 가까이 다가와 있습니다. 이렇듯 멀리에서부터 조금씩 조금씩 카메라의 렌즈를 당기듯 클로즈업 기법을 사용하며 <아기너구리네 봄맞이>는 시작됩니다.

여기쯤에서 다시 앞으로 넘어가 내용을 읽으니 이들은 모두 가족입니다. 따뜻한 봄이 올때까지 굴속에서 서로의 체온으로 추운 겨울을 나야 하는 너구리네 가족.. 아무일이 없을것만 같은 동굴속에서 아기너구리들은 겨울잠을 깨버리고 겨울이 어떤지도 모른채 바깥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이들은 자기들이 왜 잠을 자고 있어야 하는지를 모르는냥 말입니다.

아무것도 모른채 굴들머리에 닿은 아기너구리들.. 거센 눈보라가 불어치는 겨울 바람에 놀라서 감히 바깥으로 나가지도 못한채 생전처음 눈을 구경하고는 '하얀 찔레꽃잎이 마구마구 쏟아진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 쳐다본 바깥의 겨울엔 앙상한 가지만을 남긴채 눈보라를 맞으며 추운 겨울을 견디고 있는 겨울나무를 보게 되지요.

세마리 아기너구리들의 모습은 굴머리에 얼굴만을 조금 내민채 우두커니 바깥을 내다보면서 어리둥절해 있는 표정이 한겨울의 서릿발을 이기기에 너무 작은 존재임을 전체페이지에 아주 작게 그려 표현해 주고 있는 듯 합니다. 그리고는 굴속으로 되돌아 갑니다.

그들은 무엇을 생각한 걸까요? 엄마너구리 곁에 옹크리고 엎드리면서 그들이 깨달은 것은 봄이 올 때까지 조금 더 기다리며 그렇게 잠을 자야 한다는 것을 알았겠지요. 한동안 아기 너구리들의 호기심으로 부산스럽던 굴은 다시 조용해지고 겨울산은 조용히 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서양화를 전공했음에도 따뜻하고 정감어린 그림으로 우리네 정취와 잘 어울리는 그림을 그리는 송진헌님의 그림과 낮은 곳에 있는 것들에 대한 따스한 글말을 쓰시는 권정생님의 글이 잘 어우러진 겨울소재의 내용임에도 포근함을 느낄 수 있는 그림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새까만 연필의 터치를 쌓고 쌓아서 삭막할 수밖에 없는 한국의 겨울산하를 봄을 기다리며 인내하고 있는 자연의 생명들을 내세워 커버해 버린 그림들.. 은회색의 겨울을 인내해낸 너구리네 가족들의 눈앞에 펼쳐진 연두빛과 분홍빛의 봄은 겨울의 모습과 너무도 대조적으로 펼쳐져 있어 마치 마술을 부린듯 계절이 바뀌어 있습니다.

눈이 뭔지도 모르는 아기너구리들의 천진스러움이 마치 우리 아이들의 모습과 닮아 있어 책을 읽는 엄마들은 피식~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지요. 또한 겨울의 지리함을 재미있는 글말로 달래주려는듯 쓰여있는 예쁜 글귀에 아이들은 귀가 즐겁구요.

눈이 말똥말똥 / 발가락이 꼼지락꼼지락 / 똥구멍이 간질간질 / 가슴이 두근두근

분위기에 맞도록 잘 선정된 글귀들은 때론 포근하게 때론 우습게 또 때론 과감하게 쓰여져 있어 아이들 그림책을 쓰는데도 세심하게 정성을 기울이는 작가의 글표현에 또한번 놀랍니다.

굴 문은 아주 비좁고 쪼꼬만했어요. / 그만 방귀를 '뿡!' 뀌어 버렸어요. / 차가운 바람과 함께 얼굴을 후려쳤어요.

춥고 긴~ 겨울의 지리함을 이기고 나면 버들강아지 피어나는 연두빛 봄이 찾아올 거라고.. 처음 맞는 봄맞이에서 마시는 개울물의 물이 새로운 날을 살아갈 기운을 북돋아주듯 '봄'은 그렇게 기다리는 자에게 자연스레 주어지는 자연의 선물임을 아기 너구리들은 첫겨울을 지내면서 깨닫게 되었겠지요. 그들의 성숙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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쏘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
몰리 뱅 글.그림, 이은화 옮김 / 케이유니버스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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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 몰리 뱅은 칼데콧상을 세차례나 수상한 저력있는 작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주로 짙은 유화를 사용하고 그림 전체를 따뜻한 느낌이 들도록 표현해 내지요..

<쏘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에서도 작가는 짙은 원색의 유화를 내용에 맞게 적절하게 사용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쏘피가 정말, 정말 화가 나서 폭발하는 장면에서 그 원색은 쏘피의 극대화된 감정의 표출을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달해 주고 있는 듯 합니다.

쏘피가 어느정도 화가 났는가 하면 발을 구르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세상을 작은 조각으로 부숴버리고 싶다'고까지 합니다. 조그만 체구의 쏘피뒤로 그려진 쏘피를 상징하는 내면의 붉은 그림자는 그런 쏘피의 감정을 더 큰 행동으로 확실하게 전달해 주고 있습니다.

쏘피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불길은 주변을 온통 삼킬 듯 붉게 포효하고 있고 폭발할 듯한 감정은 쏘피를 감싼채 꿈틀꿈틀 하면서 화산의 분출처럼 주변을 압도해 버릴 지경이죠. 정말, 무지무지 화가 나 있습니다. 화를 못이겨 지칠때까지 달려도 보고 울어도 봅니다. 화를 못이기는 아이의 행동이, 내면이 그대로 보여지고 있지요.

저는 이 책을 보구서 놀랐습니다. '한 소녀에 불과한 아이(쏘피)의 감정이 이렇게까지 격해질수도 있구나..' '어른과 다르지 않네..'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른들은 대개 아이들에게서 벌어지는 생활의 단편들은 많이들 무시하잖아요.. 그래서 곧잘 말도 안되는 거짓말로 아이를 구슬려 보기도 하고 말입니다.

하지만 아이들 책을 읽으면서 매번 느끼게 되는 일인데 아무리 작은 아이일지라도 그 아이의 생각과 감정은 한 인간으로서 느끼는 그대로라는 겁니다. 어리다는 이유로 절대로 무시되어 질수 없다는 거죠..

화가 나서 뛰쳐나간 쏘피.. 그럼 어떻게 해서 화를 풀게 될까요.. 그 방법은 참으로 자연스럽게 해결됩니다. 걸어가다가 오래된 나무를 발견하게 되고 그 나무위에서 출렁이는 바다와 파도를 바라보게 되죠.. 그 자연앞에서 쏘피의 감정은 차츰 누그러뜨려 지고 오히려 그녀의 마음은 편안함을 느끼게 됩니다.

자연이 가져다 준 편안함을 안고 돌아온 집에선 모두가 그녀를 반겨주고 쏘피는 더 이상 화를 내지 않게 되죠.. 우리 어른들도 그렇잖아요.. 세상의 잡다한 일로 심신이 지칠 때 일상을 떠나 자연속에 머물다가 오면 왠지 기분이 좋아지고 세상 근심이 많이 날아가 버린듯한 느낌.. 좀 더 마음이 넓어져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듯이 책속에 등장하는 어린 소녀도 그런 지혜를 스스로 깨닫고 있네요..

처음 화가 났을 때 쏘피를 둘러싸고 있는 테두리의 색은 붉은 색입니다. 하지만 숲속을 들어서면서 그 붉은 색은 차츰 옅어지고 나무에서 평안을 되찾은후 내려올 때 그 띠는 오렌지색으로 변해 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왔을때의 쏘피..이제 붉은색은 온데간데 없고 평안한 느낌의 노란색만이 쏘피를 감싸고 있네요..

아이의 감정변화를 이렇듯 색을 통해서 전달하려는 시도가 새롭습니다. 사소한 일이건만 이렇듯 엄청난 화를 뿜을수 있다는 아이들의 내면세계도 무척 재미있게 표현해 놓은듯 하구요. 뿐만 아니라 자연속에서 화를 다스리는 아이의 모습도 인상적이구요..

아이책을 아이랑 함께 읽으면서 얻게 되는 큰 기쁨중의 하나가 아이들의 심리를 조금은 이해할수 있게 되었다는 겁니다. 이 책, <쏘피가 화나면- 정말, 정말 화나면...>도 그 중의 한권입니다. 2000년 Caldecott Honor Book 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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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이불 비룡소의 그림동화 59
앤 조나스 지음, 나희덕 옮김 / 비룡소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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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책을 대하다 보면 상상력의 대단함을 느끼게 되는데 이 책 <조각이불> 또한 그런 면에서 아이의 상상력을 무한히 자극할 수 있는 그런 류(類)에 해당하는 탁월한 책인 것 같습니다. 도널드 크루즈의 아내이자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중인 앤 조나스의 화려한 작품세계가 유감없이 돋보이는 작품, <조각이불>속으로 한번 들어가 볼까요?

'나에게 새 이불이 생겼어요.'
'커다란 새 침대에 덮을 거예요.'
'엄마와 아빠가 나를 위해 만들어 주신 이불이에요. 어릴 때 내가 쓰던 헝겊들을 모아서 만들었어요.'

제목이나 내용에서 이야기 하고 있듯이 이 작품에 등장하고 있는 이불은 아이가 사용했던 커튼이나 침대이불의 조각, 그리고 아이가 아기 때 입던 잠옷, 웃옷, 바지 등의 자투리 천을 이어서 새롭게 하나의 커다란 이불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로 시작돼요.

헤지거나 낡아서, 아니면 작아서 더 이상 사용하지 못할 천들을 새롭게 아주 근사한 아이 이불로 만들어 주시는 부모님(아이는 분명히 엄마, 아빠라고 언급하고 있죠..)의 따뜻한 배려가 '이불'이라는 소재에 고스란히 담겨서 밤마다 아이를 사랑으로 덮어줄 것만 같아요..

부모님의 세밀한 손길이 들어있는 조각이불은 아이의 상상속에서 또한번 즐거움을 주게 됩니다.. 한조각 한조각이 조금씩 조금씩 형체를 띠면서 커다란 마을로 바뀌어 버리죠. 단순한 조각이불에서 마을로 바뀌어 가는 장면.. 여기에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활동하는 작가의 그림솜씨가 일품으로 다가옵니다.

창문은 점점 짙어지면서 밤을 이루고 창문옆의 코끼리 액자는 어느새 둥근 보름달로 변해 버립니다. 밤하늘로 변한 창문사이로 쏟아져 들어온 별들이 마을로 쏟아지는 순간 이제 조각이불은 더 이상 이불이 아니라 마을전체가 되어 버리죠.. 여기부터 이제 강아지 인형 샐리를 찾는 아이의 놀이가 시작됩니다.

삐에로의 곡예가 한창인 서커스 장에도 가고, 우리에 갇힌 동물들도 만나고, 불켜진 집들이 있는 마을어귀에도 가고, 꽃밭에도 가죠.. 때론 무시무시한 터널을 빠져나가야 하기도 하고 보트가 떠있는 물가에도 가고, 터널보다 무서운 울창한 나무 숲속을 지나기도 하면서 아이는 마을로 변한 조각이불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죠..마치 숨바꼭질을 하듯..
그렇게 해서 강아지 인형 샐리가 있는 곳에 다다른 아이, 하지만 그곳도 작가의 기발한 상상이 있는 곳이죠..

아이가 샐리를 찾아서 다닌 한조각 한조각의 자투리 천이 상상의 세계에서 의미를 지니듯 자신과 연관된 추억이 있는 조각들로 이루어진 이불은 아이에게 더할나위없이 소중한 앨범이 되어 아이의 뇌리에서 지워지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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