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판형의 외형에 맞게 그림도 시원하게 그려진 수채화 그림책이다.
하은이가 거의 매일같이 읽는 베스트.
성격은 심술궂은 것 같은데 그렇다고 막무가내로 못됐지만은 아닌 마녀가 등장하니
좋아하는 첫 번째 이유요,
결말이 해피앤딩이니 좋아하는 두 번째 이유라...
특히 맨마지막의
-엄마는 토마의 볼이 빨개질 만큼 몇 번이나, 몇 번이나 비벼 주었습니다-라는 대목과
그림을 무척 좋아한다.




[아기돼지 삼형제]의 패러디로 유명한 책이다.
이 책은 정말 오래도록 꾸준히 좋아하는 것 같다.
처음 이 책을 읽는날,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는가 싶어(가면에 얽힌게 좀 복잡해서리~) 무척 궁금했었는데 이후 꾸준히 들고 오면서 좋아하는걸 보고 이야기의 묘미를 하은이도 느끼고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었다.




스위스판 ‘혹부리 영감님’이다.
선악의 구도가 명확하고 결말 또한 우리네 전래동화에서 보여지는 내용과 다를바 없다.
이 책은 내용은 뻔한 권선징악인데 그림이 압권이다.
숲속의 모든 자연물을 마치 생명이 있는양 살아있는 듯이 묘사해 놓았다.
가끔 지문시작 전에 알파벳 모양을 한 나무들이 나오는데 이게 무슨 의미를 지니는지 잘 모르겠다. 무슨 상징이 있을 것 같은데..
지문이 다소 길지만 독서력이 따라주는 아이라면 재미있게 이야기를 소화할 수 있는 책.
지난달에 이어 이번달에도 여전히 베스트~




이 책은 우크라이나에서 전해오는 옛이야기란다.
이미 에우게니 M.라쵸프의 그림으로 한림이나 다산의 단행본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책인데
나는 그 그림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서 유명세에도 구입이 탐탁지 않았던 책이다.
그렇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작년말에
Jan Brett의 그림으로 드디어 번역되어 나와서 너무 기뻤었다.
하은이도 내용이 재미있는지 자주 꺼내오는 책이다.
오늘도 하은이가 잘 읽는 책을 엄마가 뽑고 있다니까 책꽂이에서 이 책을 손수 찾아서 들고 온다.
내용에 있어서는 이전의 [장갑] 책과 비교할때 동물의 종류가 다르다던가
동물들이 그 작은 장갑에 자리잡는 방법이 좀 다르지만 큰 틀은 그대로 유지되어 있다.
나중에 이전 [장갑]과 비교해서 서평을 한번 다루고 싶은 책.




만화풍의 그림이 앙증맞은 그림책.
넘기는 책장마다 볼거리가 어찌나 많은지 그 페이지에 담겨진 그림을 하나하나 뜯어보는 것만도 한참이 걸린다.
시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가게에서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여러 소재의 소품이 등장하는데 이것 또한 이 책이 주는 재미에 한몫 하는것 같다.
하은이의 베스트 책을 고른다니 하은이가 제일 먼저 뽑아온 책.


이외에도 올리비아...잃어버린 인형, 빈 집에 온 손님, 고양순 등등이 있는데
한 달에 베스트를 다섯권만 뽑기로 했으니 추리기가 어렵다.
다음달엔 창작만이 아닌 다른 분야도 좀 다루어지길 바라며...
하은이의 2월 베스트..이상 끝~~


2004.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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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연엉가 2004-03-03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부지런한 하은엄마
 

. .
똥벼락
김 회경 (글쓴이), 조혜란 (그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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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은이와 신명나게 읽은 책이 있습니다.
그 책이 바로 [똥벼락]인데 다섯 살인 하은이에게는 ‘똥’이라는 어감이 재미있는지,
아니면 의미가 재미있는지 책읽는 내내 ‘똥~’만 나오면 꺄르르 꺄르르 웃음꽃이 핍니다.
책의 제목부터 “똥벼락~~~” 그러니까
“똥뷰락이래~~”그러면서 무에가 그리 우스운지 얘기도 시작전인데 벌써 뒤로 넘어갑니다.

‘똥’과 관련한 여러책이 있지만 그중 하은이가 가장 아끼고 있는 애장본..[똥벼락]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김 부자는 돌쇠 아버지를 30년 동안 머슴으로 부려먹었습니다.
-이야기는 다짜고짜 김 부자가 나쁜 사람임을 비추면서 시작됩니다.
이 한줄로 미루어 김 부자에게 30년 동안이나 부림을 받은 돌쇠 아버지는 아마도 우직하니 마음좋은 사람인가 봅니다.

그렇게 30년이나 부림을 당한 댓가로 돌쇠 아버지가 고약한 김 부자에게 받은 것은 고작 자갈밭입니다. 하지만 착한 돌쇠 아버지는 그것도 감지덕지, 밭의 자갈을 모두 골라내고는 밭에다 뿌릴 거름걱정을 합니다.
여기서부터 슬슬~ ‘똥’이 등장하지요..
돌쇠네는 정말 똥을 금덩이처럼 귀하게 여기면서 온갖 똥을 모읍니다.
(아~ 똥이 금덩이와 같은 대우를 받다니~)

어느날 잔칫집엘 간 돌쇠 아버지는 그만 배가 아파서 급히 집으로 가는데 도저히 참을수가 없어서 나뭇잎에 싸갈 생각으로 볼 일을 보지요..



그런데 똥과 함께 누었던 오줌이 그만 낮잠 자던 도깨비 얼굴에 쏟아지는 바람에
돌쇠 아버지는 기적과 같은 도깨비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돌쇠 아버지의 딱한 사정을 들은 도깨비는 별 어려울 것도 없다는 듯이 김 부자네 똥을
돌쇠네로 날아다 줍니다.
돌쇠네는 그 똥으로 잘 썩은 똥 거름을 만들어서 밭에 뿌린 덕분에 조며 수수며 고구마 농사를 잘 지었지요..



이제 슬슬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고구마를 캐던 돌쇠 아버지가 금가락지를 발견하고는 김 부자에게 달려갑니다.
(아~ 돌쇠 아버지..정말 우직합니다..그려~)
이야기를 죄다 들은 김 부자는 그 성격 어디갈까요..
돌쇠 아버지를 똥도둑으로 몰아세우고는 훔쳐간 똥을 모두 갚든지, 똥 먹고 자란 곡식을 몽땅 내놓으라고 우격다짐을 합니다.

이실직고하러 갔다가 되려 매만 번 돌쇠 아버지는 하도 막막해서 산도깨비를 찾아가서는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지요..
돌쇠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은 산도깨비는 김 부자의 욕심에 혀를 두르며 드디어 똥벼락을 내립니다.

“수리수리 수수리! 온 세상 똥아, 김 부자네로 날아라!”

똥벼락이 얼마나 클지 거무누르스름한 똥구름이 하늘을 뒤덮고는 온갖 똥덩이가 김 부자 머리 위로 쏟아집니다.



이제 드디어 하은이가 신이 나는 대목이 나옵니다.
산도깨비가 모은 세상의 온갖 종류의 똥이 나열되거든요..
된똥, 진똥, 산똥, 선똥, 피똥, 알똥, 배내똥, 개똥, 소똥, 닭똥, 말똥, 돼지똥...
이 똥들을 다~ 나열하기도 전에 우헤헤~ 우헤헤~

김 부자에게 내린 똥벼락은 똥산이 되고 동네 사람들은 그 산에 쌓인 거름을 가져다 농사를 지어서 풍년이 되었다는 이야기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똥산이 돼버린 모습을 보고는 하은이가 묻습니다.
김부자는 어떻게 됐냐고..
똥산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산 귀퉁이에 사람 발자국과 고양이 발자국이 보이는데
아마도 김 부자는 겨우겨우 똥산을 헤집고 나와 똥을 뒤집어쓴 부끄러움에 마을을 떠났을거라고 얘기해 주지요.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의 전래동화가 선악구조의 형식속에 해학과 풍자를 담아내는 틀을 고스란히 따르고 있어 책을 읽는 동안 아이들에게 재미뿐 만이 아니라 선한자와 악한자의 결말에 대한 흥미로움으로 내용을 단번에 읽어내려가는 힘을 주는 듯 합니다.

흔히 ‘똥’이라고 하면 그것의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면을 먼저 생각하고 코를 싸쥐기 일쑤였던 우리네들..
그런 작태에 일침을 놓기라도 하듯 [똥벼락]은 똥의 양면을 통해
자연의 순환을 기억하며 똥을 귀하게 여기는 자들에겐 복을 불러오지만
단지 배설물로 여기고 업쑤이 여기는 자들에게는 오히려 화로 작용함을 일러줍니다.

김 부자에게 새경으로 받은 자갈밭이었을 지언정 그 자갈밭을 걱정하기 보다
그 밭에 뿌려질 거름을 걱정하여 온갖 음식물의 찌꺼기이고 냄새나는 배설물을 단지 더럽다 생각않고 귀히 여겼던 돌쇠네, 하늘(산도깨비)은 그런 돌쇠네의 마음을 알기라도 한 것처럼
그 밭에서 입으로 들어가는 온갖 곡식이 열리는 복을 준 것일지도 모릅니다.
반대로 똥을 단지 자신의 욕심을 채울 대상으로 생각했던 김 부자는 세상의 온갖 똥의 더러움에 치를 떨었겠지요..

[강아지 똥]이 세상에 하잘 것 없는 것은 없음을 말하고 있다면
[똥벼락]은 귀한 똥과 더러운 똥이란 어떤 것인가를 알려준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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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04-02-28 0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주무셨나요??.......똥이란것에 대해서 하은이정도면 그의미를 알고서 재밌어하고...신기해할꺼라고 생각하는데.....울아들놈은 요새 '강아지똥'이란 책을 자주 들고 오더군요....쟨 분명 강아지똥에 대해서 알고 저책을 보는걸까?? 의아하더군요....내가 보기엔 강아지가 응가하는 장면을 형상화해주는 모습과...강아지똥이 우는장면을 읽어주는것과..그책의 겉표지를 벗겨내는재미에 좋아하는게 아닐까?? 싶어요.....앗!! 말이 옆으로 샛네요...^^....똥의 책을 보니 요즘 아들래미가 강아지똥의 그림책을 보는것이 신기해서 적었어요....그책은 글이 많아서 한참후에 읽혀주려고 했었거든요...^^

bluetree88 2004-02-28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도 같은 책을 읽는 시기나 환경에 따라 느낌이 달리 전해져 올 때가 많잖아요..
아이들도 마찬가지가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어려서 뭘 알겠냐 싶겠지만 자기 시기에 맞게 책을 걸러서 보겠지요..
그렇다고 너무 어려운 책을 디밀면 좀 곤란하겠지만...훗~
성민이도 분명 지금 시기에 맞게 강아지 똥을 보고 있을 거예요..
강아지 똥이 담고 있는 의미를 제대로 알려면 글쎄요~ 어른인들 그 뜻을 제대로 알까요~*^^*
 
우리는 곰 어린이중앙 그림마을 11
몰리 그룸즈 글, 루시아 구아르노타 그림, 최윤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다 본 후에 마지막 책장을 덮었을 때의 느낌은 마치 ‘곰의 생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한 편 감상한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세상을 처음보는 아기곰이 엄마곰을 따라 동굴을 나서서 하루를 빡빡하게(?) 보내는 가운데 드러나는 곰의 생태에 관한 이야기를 곰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나레이션 하면서 정지화면으로 보여주는 듯 느껴집니다.

하지만 다큐멘터리가 딱딱한 느낌인 반면에 이 책 <우리는 곰>은 세상모든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가득찬 아기곰들의 질문,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엄마곰의 친절한 답변식의 대화가 있어서 우리 아이들은 사진을 방불케하는 생생한 곰그림과 함께 곰의 ‘어떠함’에 대해서 자연스럽게 익힐수 있을 듯 합니다.

위험을 피해 “기어오를 줄 알고”
무엇을 먹기위해 “찾을 줄 알고”
때론 “헤엄을 칠 줄 알고”
새로운 먹을 것을 찾기위해 “땅을 팔 줄 알고”
엄마로서 아기곰들을 “이끌어 줄 줄 알고”
하루의 피곤을 씻기위해 “잠자는 걸 좋아한다”
그런 “우리는 곰이다”

곰의 행동에 관한 요약이지만 책의 내용은 일련의 이야기를 지니며 전개되어지고 그때그때마다 곰은 주어지는 환경에 따른 특징적인 행동을 보이게 됩니다. 이 이야기식 구성은 아이들에게 있어 곰의 특징을 이해시키기에 굉장히 효과적으로 작용하는데 하은이의 경우 엄마곰이 숲쪽을 쳐다보며 뒷발만 땅에 댄채 일어서서는 으르렁 거릴 때 자기도 마치 아기곰인양 함께 긴장하고 벌통을 건드려 쫓길 땐 어찌해야 되는지 표정이 난감해 집니다.

하지만 이런 위기의 순간을 엄마곰의 지시에 따라 하나하나 극복해 가는 아기곰을 따라가다 보면 안도하게 되고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엔 저절로 아기곰의 생태에 대해 알게 되더군요. 아기곰이 위기를 극복했던 방식이 바로 그들의 습성이자 생태이니 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곰’을 일컬을때 둔하고 미련한 사람을 비유해서 말하곤 하는데(곰에 대해서 몰라서인지) 맨 뒷장에 큰글로 새겨진 “우리는 곰이다.”의 문구에 함축된 의미를 생각건대, 그리고 이 책에서 보았듯이 곰은 결코 둔하지도 미련하지도 않는 동물임을 알 수가 있습니다.

엄마곰이 위험을 알렸을때 그렇게나 빠른 동작으로 나무에 올라가는 아기곰, 뒤따라 오는 벌떼를 따돌리는 방법, 그리고 감각으로 독버섯을 피하는 장면에서도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엄마곰은 새끼곰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기까지 하지요. 사랑을 담아..

그러니 앞으로는 ‘곰’을 두고 악평을 하는 일은 그만두어야 할 듯 합니다. 적어도 아기곰들은 이러이러해서 그네들이 ‘곰’임을 오히려 다행으로 여기며 살게 될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엄마곰은 그렇게도 자연스레 세상살아가는 법을 터득해가는 아기곰들이 마냥 자랑스럽고 귀여우니 말입니다. 딸아이는 이 책을 읽고는 곰에 대해서 박사라도 된양 엄마를 가르칩니다.

“엄마~ 곰은 위험할 때 나무에 올라가~”
“엄마~ 나도 꿀 좋아하는데 곰도 꿀을 좋아한대.. 꿀이 달아서 맛있나봐~”그러면서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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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빠빠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4
아네트 티종 지음, 이용분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제가 아이들 책을 잘 몰랐을 때에도 이 서명을 자주 듣곤 했었는데(조카가 있는 관계로) '도대체 바바빠빠가 뭐란 말이지?' 하고 생각했더랬지요.「바바빠빠」를 구입하기 전 이 책에 관한 소개와 서평을 여러 편 읽었었는데 몸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킨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저는 '유령'이나 '괴물' 같은 존재인가 보다고 생각했었답니다. 그런데 정작 책이 집에 도착하고 타이틀 페이지를 보는데 표지에 두눈이 동그랗고 속눈썹까지 치켜올려서는 입꼬리로 웃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의 '바바빠빠'를 보고는 '유령이 아니네~'하고 말했네요.

그렇게 무섭지도 흉측하지도 않은 모습으로 대면한「바바빠빠」는 책을 모두 읽고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아이들에게는 재미를 주겠지만 어른들에게는 경종을 울리는 이면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태생이 불확실한 존재로 한 아이가 살고 있는 꽃밭에서 태어났지만 어른들에게 환영받지 못한 채 동물원의 우리에 갇혀야만 하는 바바빠빠. 하지만 프랑수아와 바바빠빠는 첫눈에 좋은 친구가 되리라는걸 벌써 알아차렸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친구로부터 떼어놓는 게 있는데 어른들의 일방적인 편견이 개입되죠. '바바빠빠는 너무 커~~~' 하지만 이게 이유가 되지 못한다는 건 마지막 장을 보면 알 수가 있지요. 집을 지어주면 되는데 말예요. 동물원에 갇혀서 불행한 날을 보내는 바바빠빠는 그리 행복하지 못했던 동물원에서조차 쫓겨나 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그 거리조차도 바바빠빠를 받아주지 않죠. 극장에서도 호텔에서도.

감정이 없을 것만 같던 바바빠빠의 두눈에서 수돗물처럼 눈물이 쏟아집니다. 거리로 쫓겨난 후 밤이 되어 버리고 가게들은 모두 문을 닫았는데 어디에 몸을 뉘여야 할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심지어는 술주정꾼의 술주정 상대 신세가 되어 버립니다. 하지만 전화위복이라고 했던가요. 호텔에서 난 불과 동물원에서 도망쳐 나온 사나운 표범으로부터 사람들을 지켜준 이후 바바빠빠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진 영웅의 대접을 받게 되지요. 하지만 우리의 순진한 친구는 이런 대우에 교만하지 않고 손가방을 들고는 옛친구인 프랑수와에게고 돌아옵니다. 영웅이 되어 돌아온 바바빠빠를 프랑수아의 엄마, 아빠도 그제사 반겨주네요.

책 전체에 있어 사건의 전개에 따라 변신하는 바바빠빠의 모습에 아이들은 재미를 느끼나 봅니다. 동물의 형상이 되기도 하고, 놀이터가 되기도 하고, 계단이 되기도 하는... 이렇듯 변하는 몸을 지닌 바바빠빠가 자신들이 되고 싶은 것을 대신해서 변신해주니 아이들은 바바빠빠를 통해서 어쩌면 대리만족이란 걸 느끼는지도 모릅니다.

프랑스의 평범한 건축설계사였던 아네트 티종이 미국인 교사인 탈루스 테일러를 만나서 카페에서 장난으로 메모를 주고 받으면서 태어난 그림책이「바바빠빠」라는군요. 이 책을 읽는 동안 책에 나오는 집이나 상가들이 대체로 구체적이고 세밀하게 그려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아네트 티종이 건축설계사였군요. 직업은 못 속이나 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맨마지막 장의 구도가 참 마음에 남더군요. 바바빠빠가 하늘을 보면서 자기를 만나고 싶으면 바바빠빠가 사는 집으로 오라고 손짓하는 모습이... 아이들 마음에 바바빠빠가 정말 세상 어딘가에 꼭 살고 있을것만 같은 희망을 심어주는 듯 해서요.

책을 다 읽고 표지를 보면서 비로소 알게 된 사실인데 바바빠빠 앞에 나란히 늘어서 있는 어른들과 아이들은 바로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더군요. 저는 대단한 발견을 한 듯 한 사람 한 사람을 책에서 다시금 찾아보았는데 제가 뒷북인가요? 어쨌든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상상을, 어른들에게는 일방적인 편견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책이라고 감히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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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아버지가 꼭 나만했을 때 노래 그림책
주경호 인형제작 / 보림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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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아버지는 과연 예전에 어떤 모습으로 지내셨을까? 이 책을 서점에서 처음 보았을때 가졌던 생각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 어렸을적 지냈던 기억도 아이키우면서 가물가물 거리는데 할아버지 할머니 사셨던 옛적의 모습을 생각하려니 머리가 하얗게 되더군요. 그런 저에게 이 책은 무리없이(?) 그 시대의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갈수 있는 책이 되었더랬습니다.

예쁜 점토인형들이 정감있게 다가오는 표지를 넘기면 이 책에 나오는 할아버지에 대한 재미있는 소개가 나옵니다. 땅꼬마 할아버지는 머리카락이 하나도 없는데 이런 할아버지를 ‘중중 까까중 대패로 밀어중.“이라고 놀렸다는 이야기.

할아버지의 말씀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옛적 우리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사셨던 시대에는 놀림이라는 행위도 이렇듯 흥겨운 가락을 섞은 노래조로 놀렸었나 싶은게 우리 선조들은 그래서 해학적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구나 싶더군요..

스물 네편의 이야기를 실어놓은 책에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가끔 들어왔던 '두껍아 두껍아', '참나무하고 뽕나무하고', '어디까지 왔니', '개똥벌레 똥똥', '꼬부랑 할머니' 등의 대체로 귀에 익은 동요가 많이 수록되어 있어서인지 낯선 분야인 전래 동요임에도 불구하고 생경하게 느껴지지 않더군요. 특히 '독사려'는 제가 하은이만 했을 무렵 아버지께서 많이 해주셨던 놀이노래인지라 옛 기억에 가슴이 뭉클해지더군요.

독 사려 독 사려/ 독 사세요
잘생긴 독 사세요/ 아주머니 독 사세요/
얼마예요/ 백원이오/
아이고 예뻐,/ 주세요

그러면 친정어머니는 독을 사는 아주머니가 되곤 하셨죠. 이 놀이는 요즘도 하은이에게 가끔 해주는데 그러면 어찌나 좋아하는지 “또..또요~“라는 반응이 금방 온답니다.

노랫말에 이야기를 꾸미고 시를 쓰고 화를 풀고 유머도 즐겼던 할아버지의 노래들. 그 속에 우리의 정서가 가득하니 들어있어서인지 분명 그 시대의 놀이를 알지 못할터인데도 아이는 전혀 낯설어하지 않습니다. 노랫말이 길지 않은데다가 서양의 라임처럼 반복되는 어구들, 재미있는 노랫말, 그리고 자연의 이야기.. 이런 점들이 노래에 가득히 배어있어 아이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는 요소로 작용하는가 봅니다. 게다가 인형작가로 알려진 주경호님의 정성들인 점토인형의 삽화들은 이쁘기도 하지만 노랫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꽤 고심하신 듯한 느낌이 역력합니다.

이렇듯 단순한 놀이 하나에도 곡을 붙이고 흥겨워 하던 우리네 할아버지, 할머니.. 비록 그 세대는 지날지라도 그분들의 놀이와 노래는 후세대인 우리 아이들에게까지 대물림 하면서 읊조리게 되겠지요.. 「우리 할아버지가 꼭 나만했을 때」이 한권의 동요그림책을 통해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시던 옛날로 거슬러 가는 여행을 떠나보시는건 어떨지요..

* 참고: 이 책에 나오는 전래동요는「백창우 아저씨네 노래창고」에 많이 수록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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