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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 바람길의 자급자족 농사일기 - 자연과 나누는 친환경 순환농법
여태동(바람길) 지음 / 북마크 / 2013년 4월
평점 :
품절
아파트 주거지역에 살다보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엔 매주 화요일마다 장이 선다.
아파트 장터치고는 꽤 큰 규모인지라 근처 다른 아파트단지 주민들도 많이 이용하는 편이다.
지금 아파트 단지로 오기전 나는 인근에 있던 큰 재래시장을 이용해 찬거리를 준비했던지라 처음 이 화요장터를 보고는
성에 차지 않아 했던 기억이 난다.
재래시장의 그 싱싱하던 생선이며 채소며 반찬거리들, 거기에 같은 값에 양은 또 얼마나 더 풍성하든지
한번 장봐두면 요리조리 머리써가며 요리하면 일주일은 지나곤 했는데
아파트 장터에서 본 장바구니는 사흘정도 지나면 마켓에서 또다시 장을 봐야 한다.
마켓 식품 이용도도 빈번해졌다.
애초에 불편해 했던 거리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잊어가고 이젠 이런 패턴에 그대로 익숙해져 그리 불편함도 모르고 살고 있다.
하지만 매번 갈때마다 그 물건이 그 물건이다 싶고 이 먹거리만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다면
가족건강도 챙기고 부식비도 좀 절감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한다.
그래서 봄이면 인근 산행을 갈때 그 산자락에서 분양하는 주말농장을 유심히 보고
또 한때는 분양주를 만나 이것저것 물어보며 자급을 해볼까도 했는데 결정적으로 그 농장에는 물을 끌어다 댈 곳이 없어
개인이 알아서 물배급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포기.
오래전 친구가 주말농장을 할때 몇번 따라가보며 느낀건 농장은 무조건 집에서 가까워야 한다는게 내 신조다보니
그 산자락 농장을 포기하니 이 삭막한 도시에 남아있는 흙땅이 남아있을리가 없어
자연 주말농장도 포기했다.
이 책은 생활근거지를 도시에 두고 있으면서, 그러면서도 가족의 먹을거리만이라도 자급자족하고자 의기투합한
도시농부들의 1년 좀 넘는 기간동안의 그야말로 농사일기다.
전문 농사꾼이 아니라 너도나도 도시농부의 꿈을 안고 시작하는 농사인지라 일기를 읽다보면 서툰 장면도 나오고
어떤 작물은 작황이 흉해 버리는 지경도 나오고 그 경험을 거울삼아 다음해엔 어떻게 해야겠다는 시행착오의 글도 등장한다.
온라인에 카페를 만들어 궁금한 사항이라든지 모여서 의논할 일이나 추수때가 되면 함께 뒤풀이도 하면서
본업때문에 농사일에 전적으로 매달리지 못하는 부족한 부분들을 서로 협력하고 공유함으로써 애로점을 극복해 나간다.
저자 또한 본업이 기자인지라 잦은 출장에 마음은 농경지에 있지만 시시때때로 또는 주말마다 돌아보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곤해
수확시기를 놓치면 안될 작물때문에 노심초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전업 농사꾼이 아니기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을 꼼꼼히 기록해 두어
누군가 도시에서 농사를 시작하면 겪게될 일들을 미리 알고 시작할수 있을것 같다.
이 도시농사에 뜻모은 이들이 추구하는 '가치농법' 다시말해 유기농법은 누구나가 농사짓기를 시작할때 생각하는 것일테지만
그래서 예쁘지 않고, 크기도 작고, 작황도 넉넉지 못한 점을 감안해야 함도 누누이 기술한다.
하지만 개인이 혼자 농사를 지을때 범할수 있는 오류와 수고, 막막함을 카페회원들이 함께 경작함으로써
단점을 보완하고 농사짓기의 힘듦을 나누는 모습은 그야말로 도시농사의 한모델링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큰욕심 없이 농약에 찌든 농작물이 아닌 건강한 땅이 내어준 그대로의 유기농작물을 가족이 자급자족한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만
농사를 지으면서 체중도 빠지고 때때로 농장을 오가며 도시인으로 살때 보지 못했던 풍경과 냄새를 보고 맡을수 있는 덤을 얻었다고
좋아라한다.
그렇게 사철을 지나며 성공하고 실패한 경험을 들려주고
부록에는 '도시농부의 텃밭 매뉴얼'을 자세히 실어놓아서 언제 어떻게 파종하고
자라는 동안에는 어떻게 하고 수확은 언제쯤 할 것인지에 대해 실어놓아
초보도시농사를 짓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유용한 가이드가 될 것 같다.
언젠가 작은 텃밭이라도 가꿀 기회가 생기면 이 책을 다시 들춰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