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주하입니다 - 내가 뉴스를, 뉴스가 나를 말하다
김주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학 재학 시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터에 어려서부터 뉴스는 꽤 즐겨보았었다. 이런 경향은 지금도 계속되어 각 방송사의 뉴스들은 내가 시청하는 몇 개 되지 않는 TV 프로그램 중 하나다. 그 날도 평소와 같이 MBC 뉴스데스크를 보는 데 꽤 강렬한 눈망울을 가진 여자앵커가 뉴스를 전하고 있었다. 그녀가 기존의 여자앵커와 달랐던 점은 시청자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영롱한 눈매가 특별났고 앵커멘트에서 관련 영상으로 넘어가기 직전에 눈을 한번 깜빡이는 쇼맨쉽(?)을 보여준다는 것이었다. 나도 모르게 뉴스 속의 새로운 그녀에 매료되어 저녁뉴스는 항상 MBC의 「뉴스데스크」를 보는 습관이 형성되었다. 그녀와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김주하가 책을 냈다는 소식에 대한 나의 원초적 기쁨은 여기에서 출발한다.그녀의 뉴스 진행 비쥬얼을 흠모해 왔던 터라 김주하의 다큐 에세이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은 내게는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었다. 이에 출간되자마자 구독하게 된 것이다. 
 

  김주하는 이 책에서 22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주고 있다. 대부분 기자생활을 하면서 겪고 느꼈던 것들에 대한 내용이지만 쉽고 유머러스한 필체로 자신의 과거의 일상 속으로 독자들을 침투시키고 있다. 22가지 에피소드들의 흥미가 남달라서 한달음에 완독할 수 있었다. 아나운서 시험에 응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 2002 한일월드컵 보도 당시의 감격과 환희, DMZ 부근에서의 벌레와의 사투, 2주간 시도되었던 도심 속 황조롱이 촬영의 실패, 2004년 아테네올림픽 보도를 위한 한 달여간의 해외출장 등.. 앵커와 기자로 활약하며 겪었던 일들에 대한 진솔하고 담백한 내용들은 읽는 독자에게 웃음과 깨달음, 훈훈함까지 안겨주고 있다.
 

  내용 중 가장 압권은 손석희 아나운서와의 악연(?)이었는데 읽는 내내 흥미로움의 극치를 느낄 수 있었다. 17년 인생의 선배이자, MBC 아나운서계의 거대 선배인 손석희 아나운서를 평소 좋아하고 존경해 마다하지 않았는데 막상 그와 아침뉴스를 함께 진행하여 파트너가 되어보니 그의 시니컬함과 냉정함, 건조함에 적잖이 고생을 했다는 것이다. 후배에 대한 기합을 주기 위함이었는지 매일같이 파상공세를 일삼는 손 선배에 대한 섭섭함과 아쉬움의 절정에서 생방송 도중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가 어느 누구보다 프로페셔널한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고 그가 제안하고 가르쳤던 '앵커 출동', '프롬프터 안보는 습관', '안정된 임기응변' 등을 통해 앵커로서의 자질을 하나 하나씩 정리해 나갈 수 있었다고 한다. "서운해 마라. 싹수가 보이니까 매정하게 구는 거다!"라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칭찬한 손 선배의 엄격하고 냉정한 교육 방법이 지금의 김주하를 만들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나를 키운 건 8할이 손석희라는 악몽이었다"라고 고백할 정도니 손석희 아나운서는 김주하의 멘토였던 것이다.
 

  또 한가지 흥미로운 에피소드는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과 관련된 MBC社의 고난에 대한 회고였다. 당시 MBC에게는 거의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이러다가 MBC가 문을 닫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돌 정도였다고 하니 직원으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회고임에는 당연할 것이다. 일반 국민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정치계 인사에서 타 언론에 이르기까지 당시 MBC는 공공의 적이었다. 당시 회사의 생사가 걸린 중요한 사건이었기에 황우석 사태를 회고하는 김주하의 글 속에서 진실의 외줄에 서있는 방송인의 번민이 느껴지기도 했다. 물론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는 가짜로 밝혀져서 논란은 일단락되었다. 국가적 이익이 우선인지 양심과 진실의 가치가 우선인지는 아직도 세인들 사이에서는 목소리가 다양하지만 개인적으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당시 MBC의 용기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 
 

  나는 기자라는 직업이 화이트 칼라인 줄 알았다. 하지만 고생을 밥 먹든 하는 블루 칼라임을 이 책을 읽으면서 인식하게 되었다. 진실을 밝혀야 할 의무를 짊어진 채 시차 없는 밤낮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뛰어다니는 기자들은 블루 칼라, 그 자체인 것이다. 더욱이 우리가 뉴스에서 보는 영상 한 장면 한 장면도 엄청난 시간과 땀이 만들어낸 산물임을 알게 되면서 방송인들의 노고를 공감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두 가지 크게 얻은 양식이 있다면 방송인 김주하와 그녀의 생각, 그녀의 삶에 대한 인지가 하나요, 기자들이 흘리는 땀과 노고를 통해 진실이 밝혀지고 이 세상이 조금이나마 변할 수 있다는 믿음과 기대감의 인식이 다른 하나였다.
 

  아직도 우리나라는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활발하지 못하다. 예전에 비해 나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OECD 가입국들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DATA가 아직은 수준미달임을 알려준다. 전 세계적으로 이미 여성들의 활발한 사회적 활동은 대세가 되었다. 민주주의의 천국이지만 건국 이래 여성과 흑인에 대한 사회진출이 더디어왔던 미국만 해도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을 출현시켰고 최초의 대통령까지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며, 보수적으로 유명한 하버드대학이 371년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총장을 임명하기도 했다. 또한 서구 유럽 선진국들은 여성총리와 여성대통령의 출현이 더이상 뉴스거리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다반사가 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여성의 활발한 사회진출이 적극적으로 독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1인당 GDP 2만불을 넘어 3~4만불의 선진국대열에 발빠르게 합류하기 위해서는 여성들의 띄어난 감각과 능력이 사회에 침투되어야 할 것이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김주하라는 여성앵커의 존재는 미래이자, 희망이자, 기쁨이다. 비단 방송인 김주하 뿐만아니라 각 계, 각 층, 각 분야에서 능력있고 도전적인 훌륭한 여성들의 출현과 활약을 기대하며 그 곳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다고 믿는다.
 

 

그 후로 난 '백이 있어야 한다'는 등의 어지간한 방송사 괴담(?)은 듣질 않는다. 만약에 주변의 헛된 소문만 듣고 미리 포기했더라면 나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래서 나같이 아무것도 가진 게 없는, 하지만 무언가 잔절히 바라는 이들에게 말한다. 진정 원하는 것이 있다면 끝까지 노력하라고. 나중에 후회하지 않을 만큼 노력해 보라고.   <책 내용중, p162>

 

사람에게는 하고 싶은 일이 있고,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며, 잘하는 일이 있다. 이 세 가지가 모두 일치하는 사람을 우리는 복 받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단 두 가지만 일치하더라도 부러움의 대상이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는 내가 어떤 일을 가장 좋아하는지조차 잘 모르고 살 때가 많기 때문이다.   <책 내용중, p177>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다윗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대한민국 개조론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07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독극물이고 중앙일보는 불량식품이다."

 

누가 한 말인가? 몇 년 전 공개석상에서 파장을 일으켰던 정치인 유시민의 명언(?)이다. 당시 유시민은 이 발언으로 인하여 언론과 야당으로부터 파상공세를 당하기도 했다. 보수언론과 한나라당에 대해 전쟁을 불사를 듯한 독설과 폭언으로 유명했던 그가 보건복지부 장관직을 수행하기 위해 내각으로 입성하더니 어느덧 1년 4개월여가 지나 다시 국회의원의 신분으로 귀환했다. 그리고 『대한민국 개조론』이라는 흥미있는 제목의 책을 통하여 국민들께 상소문을 올리고 있다.

 

  유시민 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집필한 『대한민국 개조론』을 읽었다. 본래 정치에 관심이 많은 편이며 유시민이라는 전투사적인 기질이 강한 정치인에 대한 호감이 뒤섞여 책을 구독하였다. 유시민(서평이니 존칭은 생략키로 하자)은 프롤로그에서 조선시대 영남 사림의 거두였던 남명(南冥) 조식(曺植) 선생의 「을묘사직서」, 소위 「단성소」라는 제목의 상소문을 언급한 뒤 자신이 집필한 이 책이 바로 그러한 성격의 것임을 알려준다. 상소라는 것은 신하가 왕에게 올리는 것이니 현재의 대한민국의 왕이라 할 수 있는 국민들에게 신하 유시민이 올리는 상소문이라는 것이다. 하고 싶었던 말이 많았는지 유시민은 최대한 감정을 절제하며 존어체로 다양한 이야기들을 국민을 향하여 얘기하고 있다.

 

  저자는 대한민국이 성공한 국가지만 국민의 행복도는 세계 최하위 수준임을 데이타로 입증해 보이면서 박정희 대통령의 유산인 선진통상국가의 한계와 이를 인정하면서 동시에 사회투자국가로의 접목이 지구촌 경쟁에서 이기는 전략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면서 「비전 2030」를 비롯하여 참여정부의 다양한 선진화정책들과 자신이 재직했던 당시 보건복지정책에 대해 매우 구체적이고 자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사회서비스 정책과 일자리 창출을 위시하여 약제비 적정화와 한미FTA, 국민연금 고갈문제, 연금 개정안의 국회파행, 의료급여제도 혁신, 공적개발원조 ODA의 확대, 민주적 리더쉽 등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경험한 내용과 평소에 갖고 있던 소신을 솔직하고 담백하게 국민들께 토로하고 있다.

 

  대부분의 내용을 보건복지분야에 대해 폭넓고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특히 한미 FTA 협상 시 큰 문제가 되었던 약제비 적정화와 의료급여제도 혁신, 그리고 국민연금법과 관련하여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여 전문적이고 심층적으로 얘기하고 있다. 사실 매일 800억원, 매년 30조의 적자가 발생하고 있는 현 국민연금법의 폐해에 대해 국민들은 총론적인 수준에서만 이해하고 있다. 먼 훗날의 벌어질 일이니 하고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음 또한 현실이다. 막상 '더 내고 덜 받는' 현실의 이익변화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며 연금법 반대여론이 대세인 듯 하다. 정치인들도 유권자 한 표 한 표에 목숨이 걸려 있으니 이를 알면서도 용기있게 행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보건복지부 장관을 지낸 유시민은 잘못된 것에 대한 바로잡음과 국가정책의 거시적 안목을 주장하며 국민연금법에 대한 책임 있는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파하고 있는 것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정책들의 소개 및 과거 잘못 추진된 정책, 더 나아가 국가예산의 비효율적 낭비 사례와 공무원의 도덕적 해이까지 용기 있게 고백하고 있다.

 

  전반적인 내용이 국가 정책과 비젼, 장관 시절 추진했던 내용과 성과에 대해 기술하고 있지만 역시 유시민답게 보수언론과 야당에 대한 냉소를 군데군데 남겨 놓고 있다. 한나라당의 무책임성과 민주노동당의 비현실적 인식, 열린우리당의 초라한 모습과 보수언론의 잘못된 행태 등에 대한 불만을 적지 않이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예전과 같은 독설수준의 언급은 없고 문체가 존어체로 사용되어 파괴력이 다소 약한 편이다. 무언가 통쾌하고 유쾌한 강렬한 단어를 기대했던 나에게는 적지 않은 실망(?)이었으리라..

 

  나는 개인적으로 유시민을 좋아한다. 사실 그만큼 극성팬과 극렬안티가 철저하게 양분되어 있는 정치인도 드물 것이다. 그 원인을 분석해 보면 그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고, 말을 하는 방식과 그 내용의 강렬함에 따른 파장이 여느 정치인과는 다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미 서두에서 언급했듯이 대한민국 3대 메이저 신문을 독극물과 불량식품으로 싸잡아 비난할 수 있는 정치인이 유시민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내가 유시민을 좋아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자신이 생각하는 바가 옳고, 그것이 바른 길이며 중요한 가치라 판단되면 냅다 내지르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으로서 가볍게 보일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그의 용기가 맘에 든다. 옳은 것이며 선한 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소신과는 배치된 행동을 하는 비굴한 정치인들이 어디 한 둘이었던가?

 

  위정자들은 항상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하지만 언제나 국민의 판단과 선택이 옳은 것은 아니다. 국가를 운영하는 국가지도자는 공동체의 이익과 번영을 위하여 상황을 바르게 판단하고 올바른 결정을 강단 있게 실행해야 한다. 어떨 때는 국민여론과 다소 배치되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거시적인 관점에서 국가공동체의 이익을 위하는 것이라면 국민에 대한 용기 있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 대한민국 정치계는 명석한 두뇌를 갖추고 업무능력이 뛰어난 이들은 수없이 많다. 하지만 용기와 강단, 예절과 희생의 가치를 갖고 있는 정치인은 드문 듯 하다. 국민여론 눈치보기에 급급한 정치인들이 다반사인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국민여론을 따르지 않으면 정권이 망하지만 무조건 국민여론만 따르다가는 국민과 함께 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시민 의원을 포함하여 대한민국 모든 위정자들이 왕(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되 무작정 왕의 비위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신하된 자로서의 충언과 바른 인도의 가치도 망각하지 않는 용기 있는 자들이 되기를 갈망한다. 그리고 바로 거기에 대한민국의 희망찬 미래가 있음을 믿는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다윗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파피용 (반양장)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시간의 걸음은 세 가지다. 미래는 머뭇거리며 오고, 현재는 화살처럼 날아가고, 과거는 영원히 정지해 있다." 

독일의 작가 프리드리히 쉴러(Friedrich Schiller)의 말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서 인간이 인식하는 시간의 흐름속도가 각기 다름을 알려주는 명언이다. 사실이 그렇지 않은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영원히 정지해 있는 과거에 얽매여서 화살처럼 날아가는 현재를 낭비하고 있는가? 성공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삶의 초점을 과거보다는 현재와 미래의 시계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여기에 어려움이 있다. 현실에 대한 인식은 그렇다치더라도 미래를 바라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빛의 속도로 급변하는 인류의 변화가운데 미래를 가늠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여기에 희망 또한 있다. 적어도 나의 미래만큼은 건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에게는 상상력이 있다. 머뭇거리면서 오는 미래를 최대한 현재로 끌어당길 수 있는 힘은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미래는 상상하는 자의 것이기 때문이다.

  언제나 놀라운 상상력으로 독자들에게 흥미와 즐거움을 주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소설 『파피용』을 읽었다. 이미 출간 전에 거대한 우주선을 만들어 태양계 밖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라는 것을 가볍게 접했던 터라 평소 SF공상과학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기다림의 인내가 발동되기도 했다. 출간 후 일찍 읽은 이들의 서평을 보면 여러가지 다양한 목소리로 평가되고 있는 듯 하다. '베르베르의 놀라운 상상력과 인류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이라며 후한 점수를 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끊임없이 추락하는 베르베르에게 과연 날개는 없는 것인가?'라며 조소 섞인 강렬한 비판에 이르기까지 그의 신작에 대한 평가는 춘추전국이다. 

  2광년의 여행 거리, 500m 직경과 32Km 길이의 우주선, 네온광선으로 만들어진 120개의 인공태양, 14만4천명의 탑승객, 1251년의 여행기간 등의 거대한 스케일로 중무장한 소설 『파피용』은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다. 심한 이기주의와 양극화 현상, 전쟁과 테러의 연속, 환경오염으로 멍들어 회복 불가능 상태로 황폐화된 지구에 희망이 없음을 인식하여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하지만 너무나도 먼 또 다른 태양계로 우주여행을 떠난다는 줄거리다. 항공 우주국 팀장인 이브 크라메르, 요트 일주 세계 챔피언 엘리자베트 말로리, 억 만 장자 가브리엘 맥 나마라, 그리고 생태 심리학자 아드리앵 바이스는 20조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14만4천명의 탑승객을 태워 1,200년이 넘는 기간동안 여행하는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주최인이자 이 소설의 주인공들이다. 지구를 출발하여 목적지인 행성을 향해 여행하면서 우주선 안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사건들과 인간상들에 대한 묘사, 우주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베르베르표 브랜드의 상상력을 만날 수 있다.  

  소설의 이야기 흐름 속도는 처음에는 느릿느릿하다가 중반에서 어느 정도 속도가 붙고 후반에 펼쳐지는 여행 2세대들의 이야기부터는 급속도로 질주한기 시작한다. 1세대들이 전부 죽고 2세대들의 삶에서부터 1,200여년이 지나 여행의 목적지이자 소설의 종착역인 다른 태양계의 어느 행성에 도착하기까지 엄청난 시간의 속도로 독자들을 밀어부치고 있는 것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성경 속에서 소설의 재료를 많이 찾은 것으로 보인다. 14만4천이라는 숫자, 아담과 이브의 명칭, 갈비뼈를 취함, 뱀의 공격, 파피용호의 방주적 성격 등은 곧바로 성경과 연계되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도들은 더이상 신선하거나 흥미롭지 못하다. 오히려 소설 뒷 부분에서의 어설픈 성경냄새의 표현은 이야기 전개에 있어 잘 나가다가 초를 친 격이 아닌가 할 정도의 느낌을 불러 일으켰다. 기독교도인 내 자신의 개인적 민감성의 발동일 수 있으니 이 부분은 각설키로 하자.

  베르베르는 이 소설에서 인간의 악한 본성을 통찰하고 있다. 준법정신이 투철하고 이성적이며 이타심이 많은 사람들을 고르고 골라서 뽑은 14만4천명도 인간 본성의 악한 경향을 극복하지 못하였다. 파피용호에서 일어나는 권력 암투와 살인, 집단적 광기와 무질서 등은 인간의 악한 본성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인간만큼 불안정하고 무질서한 존재도 없는 듯 싶다. 은혜를 모르는 배은망덕함이나 부모형제간의 이익 다툼, 온갖 거짓과 이기심, 그리고 그 잔인성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발전과 동시에 법과 제도도 발전한 것은 이러한 인간의 태생적 악함과 무질서함에 대한 인간의 자기통제의 산물이었음을 입증한다. 

  1251년의 시간을 지나 도착한 또 다른 공간은 어떤 곳일까? 읽는 내내 마지막 장면에 대한 호기심이 적지 않았기에 파피용호의 비행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거대한 여행의 목적이자 이 소설의 종지부인 마지막 행성의 존재와 파피용호에서 살아 남은 최후 2인의 모습은 허탈함 그 자체였다. 파피용호의 부제가 무엇이었던가? '마지막 희망'이 아니었던가? '종교적 광신, 원자폭탄, 인구 포화, 전쟁과 기아, 환경오염, 전쟁과 테러, 자본주의의 폐해, 이기주의의 팽배' 등의 고장난 지구를 철저하게 버리고 '마지막 희망'을 찾아 1200여년간 수십세대의 교체를 이뤄가면서 도착한 그 곳.. 그리고 최후 2인의 그 곳에서의 삶의 또 다른 시작.. 허무함이 밀려 온다. 과연 그들은 자신들의 선조가 외면하며 떠날 수 밖에 없었던 고장난 지구를 극복하여 영원히 평화롭고 행복한 고장나지 않는 지구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인가? 어쩌면 예전 지구에서의 암울한 황폐화가 또 다시 재현되지는 않을까? 꿈과 희망을 찾아 나서는 『파피용』호가 계속해서 수없이 발사된다 하더라도 새롭게 건설될 행복한 지구의 영원함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은 비단 나만이 갖는 걸까?

  시선을 1251년 전의 현재의 지구로 다시 돌려 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생각만큼 나쁜 행성이 아니다. 태양계 안에서 철저히 계산된 시스템에 의해 작동되는 이 자그만 행성은 66억의 인류가 행복을 누리기에 부족함이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우리 자신, 즉 인간이다. 태초에 나쁠 것이 전혀 없던 지구가 점점 오염되고 살기 힘들어지며 스트레스를 받는 공간으로 전락해 가고 있는 그 중심선상에 바로 인간이 있다. 그렇기에 '마지막 희망'은 다른 태양계로의 도피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우리 자신의 마음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굳이 32Km의 우주선을 만들거나 1251년의 여행을 하지 않아도 이 세상은 변화될 수 있다. 인류 하나하나가 이기심과 거짓, 권력욕과 질투심을 버리고 자연에 대한 겸손, 사랑과 관용, 믿음과 이타심을 충만하게 가지고 살아갈 때에 더 이상 다른 태양계로 떠날 이유와 명분이 없어질 것이다.  『파피용』은 바로 그러한 인류의 위치와 숙제를 역설적으로나마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꿈을 꾸고 상상하는 것보다 중요한 가치가 있다. 그것은 현재를 바르게 인식하는 것이다. 현재에 대한 바른 인식이 건전하고 올바른 꿈과 상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결코 나쁘지 않으며 굳이 나쁜 것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 스스로가 만든 업보 뿐이다. 인류가 변할 때, 즉 내 자신이 변할 때에 지구는 희망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인식할 때, 더 나아가 바로 지금 이 시간을 인식하고 있다면 더욱 희망이 있다. 미래는 머뭇거리면서 다가오지만 현재는 화살같이 날라가기 때문이다.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다윗


댓글(1)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phw0221 2007-08-23 0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친구가 추천해서 보긴했지만 현실도피적인 발상이 맘에 안들었습니다.
현실을 지구상의 모습을 너무 과장해서 악하고 추하게 표현한것은 아닌지..
내용전개에 있어서 억지스러운 면도 많이 보이고요..
어쨌든 상상만으로 이런 책을 냈다는 것이 대단하네요.
 
다윗처럼 찬양하고 다윗처럼 행복하라
김민식 지음 / 나침반 / 200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동네 단골서점에서 책을 고르던 중, 제목이 눈에 번뜩여서 구입하게 된 책이다. 다윗을 묵상해 온지 10여년에 다다를 정도로 그에 경도된 나에게 책 제목에 '다윗'이라는 이름이 발견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내 이성은 마비되었다. 더불어 그처럼 찬양하고 그만큼 행복하라는 솔깃한 제목이라니... 지출계획에서 세종대왕 하나가 더 추가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저자인 김민식씨는 작곡가 겸 찬양사역자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신 분이며 나 못지 않게 다윗에 경도된 것으로 보인다. 책 머리말에 '우상이 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일생 동안 다윗을 연구하고 사랑하고 모방하고 따라가고, 그가 누린 축복을 나도 누리겠다고 다짐을 했다'고 언급할 정도니 다윗에 대한 저자의 묵상수준은 이미 다른 차원이라 생각했다.

 

 다윗에게서 배우는 영테크라는 테마로 50가지를 정리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다윗의 삶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과 깨달음들을 50가지 영테크로 정리하여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의 종 다윗에 대한 경건한 분석과 묵상에서 오는 이야기들을 화려한 문체로 난사하고 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몇 가지 아쉬움이 있었는데 우선 문체가 너무 화려하고 비유적 미사여구가 상당하여 이야기의 초점을 내것으로 받아들이는데 다소 장애가 되었고 더불어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 한가지는 다윗의 삶과 신앙에서 이야기를 끌어내기보다는 저자가 하고 싶은 신앙적 메세지에 다윗을 맞추는 느낌이 얼핏 들기도 했다. 물론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생각이며 어쩌면 이러한 나의 지적도 내 자신의 무지함과 영성의 부족에서 오는 편견일 수 있으리라...

 

'성경을 읽다 보면 다윗 이전의 이야기는 모두 다윗을 향하여 몰려들고 다윗 이후의 이야기는 모두 다윗에게로 회귀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저자의 언급처럼 실제로 다윗은 성경에서 매우 많은 분량과 독특한 위치와 풍성한 영광을 차지하고 있다. 하나님께서 내 마음에 합한 자라는 전무후무한, 그야말로 이런 기가 막히고 충격적인 칭찬을 해 준 인물이 대체 다윗 말고는 누가 있던가? 다윗의 일생을 통해 말씀하고 싶으셨던 예수 그리스도의 예표와 모형에 대한 하나님의 강력한 의지가 아니셨을까?

 

 여하튼 기독도서는 언제 읽어도 흥분되고 감미롭다. 예배생활의 기본에서 기도와 말씀이 주식이라면 이러한 기독도서와의 만남은 보약차원의 에너지충전이라 하겠다. 모처럼 다윗에 대한 책이 나와 무척 반가웠으며 앞으로 다윗의 일생과 내 일생을 다윗쪽으로 비슷하게 만들어보려는, 이름하여 나만의 다윗벤치마킹엔진에 엔진오일이 되는 흐뭇한 책이었다.

 

 

다윗의 시편을 살펴보면 하나님께 응답을 강요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부르짖음에 귀 기울려 달라는 것만큼은 거의 떼쓰는 차원임을 알 수 있다.

다윗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의 뜻이 관철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탄원과 함성을 하나님께서 들어주신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 책 내용中

 

다윗은 하나님의 시선이 레이저 광선처럼 자신의 영혼을 파고들며 자기공명영상 검사를 하듯이 자신의 믿음을 단층으로 자르면서 감찰하심을 느꼈다.  

- 책 내용中

 

하나님께는 과거와 미래가 따로 없다.

그분께는 모든 시간대가 현재에서 통합된다.

영성의 감도가 높아지면 우리도 과거와 미래를 끌어당겨 현재라는 도마 위에 올려놓고 요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하나님께서 하신 일(과거)과 하시는 일(현재)과 하실 일(미래)이 다 한 가지 맥락에서 이해되면서 전천후 감사와 기쁨의 소유자가 될 수 있다.

- 책 내용中

 

믿고 감사하며 조용히 기다리는 법을 배우라.

항상 문제의 원인은 우리의 조바심이었지 하나님의 느긋하심이 아니었다.

- 책 내용中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다윗의용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리터의 눈물
키토 아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덴슬리벨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0만부 베스트셀러!
시청률 20%의 드라마 원작!
30년간 꺼지지 않은 15세 소녀의 감동 실화!

 건강한 14세 중학생 소녀 키토 아야의 평범했던 어느 하루의 일기로부터 책은 시작한다. 평범하고 행복했던 하루하루. 하지만 난데없이 찾아온 척수소뇌변성증! 소뇌,뇌관,척수의 신경세포가 변화해서 마침내는 사라져 버리는 이 무서운 불치의 병에 걸림으로써 아야의 몸은 점점 이상해진다. 처음에는 걷다가 자주 넘어지고 발음이 부정확해지는 증세를 보이다가 타인의 도움 없이는 한마디의 의사표현도, 대소변도 관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까지 아야는 병과 싸우며 고군분투한다. 자신의 몸은 점점 연약해져 가고 죽음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도 삶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 아야. 마치 하루가 천년인 것처럼 하루하루의 삶을 소중하게 일기장에 기록한다. 몸은 절망의 종지부인 죽음을 향해 다가가는데도 마음만은 희망의 시작인 삶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제목 '1리터의 눈물'을 생각했다. 아야는 울음이 많다. 일기의 구석구석 울음의 흔적들을 남겨논다. 어쩌면 아야가 흘린 1리터의, 아니 그 이상의 눈물은 신이 정해준 날까지 살기 위해 필요한 그녀만의 위로의 분출이 아니었을까? 

 카메라를 내 삶으로 돌려본다. 내 앞에 주어진 것에 대해 얼마나 불평과 불만으로 일관했던가? 냉면에 식초의 양이 부족하다고 불평하고 컴퓨터사양이 딸린다고 한탄하며 맥주안주가 형편없다고 투덜된 내 모습에서 부끄러움의 극치를 목격한다. 얼굴이 다소 네모나고 키가 작은 것에 대한 끊임없는 불만과 한탄은 어떠했는가? 두발로 제대로 걸을 수 있다는 것... 손가락 열마디가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것... 내 손으로 밥 먹을 수 있고 내 의지대로 말할 수 있는 것... 상상을 초월하는 감사꺼리가 아닐 수 없다.

 오래 사느냐 마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어떻게 사는가가 중요한 것이다. 비록 25세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했지만 그 어느누구보다 용기있고 희망을 잃지 않았던 아야의 삶이야말로 소망없이 무미건조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 외치는 교훈과 도전의 목소리일 것이다. 

  "별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은 불행이 아니다. 불행한 것은 이를 수 없는 별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다. 삶의 길이는 자신이 알 수 없다. 전적으로 신의 영역이다. 하지만 신만이 아는 삶의 길이 안에서 어떤 삶을 사는가는 결국 자신의 몫이다. 별에 이를 수 없다고 한탄하지 말고 이루기 위해 갈망할 수 밖에 없는 별을 가져보자. 『1리터의 눈물』이 많은 사람들의 삶을 희망적이고 도전적으로 만드는 상쾌한 산소로 기화되기를 소망한다.

 

밑을 내려다보니 그림자 위에서 움직이는 작은 것이 눈에 띠었다. 작은 개였다. 무척 슬퍼보였다. 선생님이 다가와서 "개도 멋진 경치가 좋은가 보구나."라고 말씀하셨다. 말을 못하는 동물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은 그 사람의 그때의 기분에 따라 다른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책내용中

어딘가 넓은 곳에 가고 싶어.
비좁은 곳은 이제 싫어.
엄청난 압박을 느끼는 걸.
추워서 밖으로 나갈 수도 없어.
죽는 것만을 생각하다보니 무섭다.
움직일 수 없으니까. 어떻게도 할 수 없으니까.
살고 싶다.
움직일 수도 없고, 돈을 벌수도 없고,
남에게 도움을 줄 수도 없지만.
그래도 살고 싶다.
이해해 주세요
- 책내용中

 

 
http://blog.naver.com/gilsamo

Written by 다윗의용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