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보다 : 여름 2024 소설 보다
서장원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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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원 『리틀 프라이트』, 예소연 『그 개와 혁명』, 함윤이천사들』 소설들을 2024 여름에 만난다. 소설들과 인터뷰 글들이 구성된다. 소설가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도 알게 되고 작품을 어떻게 구상하였는지도 들을 수 있는 글들이 소설들과 구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무더위에 지치는 2024년 여름이지만 이 책표지 디자인은 더위까지도 날려주는 디자인이라 마음에 들어서 고른 소설집이다. 하나의 소설들을 펼칠수록 새롭고 자극적인 질문들을 함께 생각하게 된다.

함윤이의 『천사들』에서는 오디션을 보고 있는 현장이다. 세 팀의 오디션을 모두 보고 나서 "각각 다르게 마음에 들어. 잘한 걸 떠나서 다 좋다고." (131쪽)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하나만을 고르라고 선택을 강요하고 하나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에서 각기 다른 개성을 품고 자신의 연기력을 보여준 세 팀 모두에게 아낌없이 인정하는 모습이 좋았다. 실력이 부족해서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경쟁이라는 사회구조에서 기회마저도 주어지지 않아서 자신의 날개를 달지 못하는 수많았던 사람들의 기회들을 생각나게 하는 장면으로 남는다. 잘했다는 것을 떠나서 다 좋다고 말하는 사람의 관점을 길게 사유하게 한다.

청소하는 일을 하시는 목 이모님은 쉴 때마다 흑백 영화를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시나리오 지망생들은 각종 계급과 연령대의 사람들을 두루 경험해야 한다는 시나리오 입문서에 의해 그녀에게 접근하게 되는데 악취로 뒤덮인 자신들의 의도를 간파당했는지 모른다는 마음까지도 소설에서는 언급된다. 관찰하기 위해 누군가의 곁에 있는 것, 자신의 이익을 위해 취득하고 이용되는 누군가의 경험들을 악취나는 의도라고 말하는 작가의 시선의 끝도 예리하게 움켜쥐게 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독특하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천사가 등장하는 오디션이다. 10년을 만난 연인들이 어떤 장면을 구상하고 대화를 나누며 천사는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게 된다. "천사는 관계에서 태어나. 관계가 끝나면 천사도 죽어. 천사도 죽는 건 싫으니까 연인이 헤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지. 애초에 그런 존재가 있다는 사실조차 상상하지 못해." (106쪽) 연인들이 시작하면서 천사가 태어나고 연인들이 헤어지면서 천사도 죽는다는 사실과 연인은 천사의 존재조차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도 주목하게 된다. 처음 서로를 발견하였던 기쁨과 즐거움은 10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퇴색되고 감정들이 엉켜버리는 연인들이 되어버린다. 그들이 함께 살아갈 방법보다는 헤어질 궁리를 하고 있음을 오디션 내용들을 통해서 짐작하게 된다. 천사가 건네는 말들은 연인들을 향하는 말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 모두를 향하는 우렁찬 말이 되어주는 대사가 된다. 우리는 모두 같이 살 방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닌지 거듭 숙고하게 하는 장면으로 남는다. 경쟁으로 누군가에게는 기회조차도 주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지 않는 우리들 모두에게 던지는 예리한 질문으로 남는 말이 된다.

사랑은 연인 관계에 한정되지 않는다. 소설은 연인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보지만 이 오디션에는 극소수의 1% 부를 지닌 집단과 나머지 노예 집단인 99%를 향하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무대의 인물이 되어버린다. 착취와 눈물, 희생과 욕망으로 얼룩진 사회에 서로가 어떤 마음으로 서로를 향하고 있는지 살펴보게 된다. 연인 사이도 다르지가 않다. 이들이 빠르게 말하는 대사 중에는 치우친 누군가의 욕망들로 얼룩진 것들이 회귀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쪽만이 이득을 취하면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그 균열은 연인 사이에서도 지속되지 못하는 관계로 끝나버리게 된다는 것을 이들의 오디션을 통해서 보여준다. 천사가 기억해 보라고 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함께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서로가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하는 장면이다. "제대로 떠올려 봐. 너희가 거리에서 서로를 찾아낸 날 .. 내가 태어난, 발명되었던 날... 그날 너희는 어떤 새로운 문을 열었노라고 생각했잖아. 너흰 나아질 거야. 같이 살 방법도 더 배울 거야." (116쪽)

연인들은 다투고 헤어지기 직전이다. 서로 나누는 말들의 질감이 꾸준히 험악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마치 과거의 나처럼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도 일깨워 준다. 말이 얼마나 흉포적인지 떠올리게 된다. 말 때문에 베이고 상처 입고 아프고 슬프게 되는 이유들을 연인들을 통해서도 보여주기 시작한다. 천사는 연인들이 물살에 휩쓸릴 때마다 함께 휘청거린다. 그때마다 함께 휩쓸린 천사의 고통과 위험들도 떠올리게 한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천사의 노력들을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는지 자문해 보게 된다.

아끼고 살피는 노력이 있었다면 천사까지 동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말이 가져다준 예리한 날카로움에 상처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물살에 휩쓸리지 않는 노력들을 지속적으로 행하지 않았던 연인들은 이 시대의 우리들 모두를 향하는 오디션 현장으로 남겨진다는 것을 보여준 소설이 된다. 이 오디션은 꿈이다. 기차에서 꾼 꿈이었다. 어디를 향하고 있었던 기차였는지, 꿈이었는지 소설은 마지막에 드러내기 시작한다. 도착한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함께 있는 곳은 죽음을 애도하는 장례식장이다. 누구의 장례식인지, 꿈의 인물들과 연결되면서 천사가 사라진 이유까지도 다시 되짚어보게 하는 작품이다.



접촉의 모양과 달리 말들의 질감은 꾸준히 험악하다... 과거의 나처럼 흥분한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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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 손웅정의 말
손웅정 지음 / 난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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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기, 깊이 보기, 넓게 보기, 높이 보기에 대한 인터뷰 글로 구성된다. 특히, 훔쳐보기라는 코너에는 독서 노트의 문장들도 구성되는 형식이다. 본다는 것은 참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가정과 노후, 품격을 멀리 보는 힘으로 책은 이야기한다. 리더, 코치, 부모라는 주제로 깊이 보는 힘을 요구하는 인터뷰가 전해진다. 청소와 운동, 독서라는 영역은 넓게 보는 힘으로 영역을 확장시켜준다. 사색과 통찰, 행복은 높이 보는 힘으로 독자들과 호흡을 하고 있는 책이다.

가정 노후 품격

리더 코치 부모

청소 운동 독서

사색 통찰 행복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 "탁월함은 습관에서 나온다고 했다." 이 글을 부여잡으면서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습관과 가치가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단단하게 확고하게 자신의 가치를 젊은 날부터 실천한 것들이 전해진다. 운동 세계의 폭력을 싫어했던 저자가 후배들에게 하지 않고자 했던 것들도 책에서 언급된다. 잘못된 관행을 파악하고 답습하지 않는 단호함과 결단력도 전해진다. 자녀교육에서도 확고함이 이야기된다. 어떻게 자녀를 교육하였는지 자주 언급이 된다. "울어도 돼. 먹어도 돼. 실수해도 돼. 넘어져도 돼. 약해져도 돼." 자유를 주자는 부모와 자식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되는 내용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 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이와 반대되는 내용들로 자식에게 강요를 한다. 확연한 차이가 분명하게 대비를 이루는 내용이 아닐 수가 없다.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성장이다.

독서와 운동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된다. 게으름과 타성을 경계하는 이유도 책에서 만날 수 있다. 긴장감과 치열함을 배경으로 활동하였던 일에서 자기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확인하게 된다. 무수히 많이 읽은 책들과 독서라는 습관이 얼마나 많은 사색과 통찰로 이어졌는지 책에서 만나게 된다. 읽었던 책들의 영역과 신문까지도 인터뷰 중에 소개된다.

자식과 노후에 대해서도 이야기되는데 경계선을 확고하게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이 낯설지가 않았다. 부모가 어떤 모습으로 노년을 보내야 하는지,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지도 확실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비행기에서 간헐적 단식을 하는 이유와 사색하기에 좋은 장소였다는 것도 이야기된다.

생각과 삶의 주인이 누구인지 아는지부터가 삶의 시작이다. 자녀교육을 시키는 학부모이지만 저자는 자녀를 위해서 확실하게 중심을 잡고 있었음을 보게 된다. 공교육이 자녀의 중심이 아니라 자녀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간파한 부모임을 보게 된다. 다수는 허송세월로 12년이라는 공교육에 자녀를 맡기지만 저자는 중심을 자기가 확실하게 잡고 있었음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앞사람의 뒤통수만 바라보면서 서 있는 삶은 무의미한 삶과 같은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자신의 인생, 자녀의 인생에 중심이 누구인지 매번 확인하며, 매일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드러나는 내용이다. "생각의 지배권, 삶의 지배권, 내 지배권을 남에게 넘겨주지 말라. 그 중심에 나를 놓을 줄 알아야 해요." (213쪽)

'즐거움은 텅 빈 데서 나온다.'라는 저자의 독서노트 밑줄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대중이 즐거워하는 것들을 열거해 보게 될수록 그것들의 실체는 텅 빈 것들임을 거듭 확인시켜주는 문장이 아닐 수가 없다. 진짜 즐거움을 주는 것을 저자는 확실하게 인지하면서 무수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음을 책에서 확인하게 된다. 늙어감과 노년을 바라보는 시선과 확고함에도 그만의 철학은 분명하게 전달된다.

윗옷의 개수, 신발의 개수, 기상한 후 습관적으로 하는 루틴, 욕실에서 꾸준히 하는 청소하는 습관들도 기억에 남는 내용 중의 하나가 된다. 미니멀라이프와 단순함의 철학에 집중되는 내용으로 남는다. 2벌의 윗옷과 신발 개수도 저자가 살아온 날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향한 철학이 된다.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이유도 이야기된다. 직원의 행복한 삶까지도 살피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면 분명히 좋은 세상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꿈꾸게 한다. 수직적 관계로 직장 생활, 학교생활, 가족생활을 유지하고 고수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좋은 영향력을 불어넣는 책이 되기를 희망하게 된다.



돈으로 집을 살 수 있지만, 가정을 살 수는 없다. 침대를 살 수 있지만, 잠을 살 수는 없다. 시계를 살 수 있으나, 시간의 사지는 못 한다. 돈으로 책을 살 수는 있어도, 지혜를 살 수는 없다. 지위를 살 수는 있어도, 존경을 살 수는 없다. 돈으로 피를 살 수 있으나, 생명은 사지 못한다. 약은 살 수 있지만, 건강을 사지 못한다. 돈으로 성대한 장례식을 치를 수 있지만, 행복한 죽음일 수 없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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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지배 사회 - 정치·경제·문화를 움직이는 이기적 유전자, 그에 반항하는 인간
최정균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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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 정재승, 김상욱 추천도서라는 문구와 '한마디로 이 책은, 마이클 센델이 쓴 『이기적 유전자』이다.'라고 말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펼친 책이다. 강열하고 놀라운 사실들을 유전자와 연결된 설명들로 접근하는 내용들이 매우 인상적으로 남는다. 배 속에 있는 자식과의 갈등에 대한 내용들부터 전해진다. 임신성 당뇨를 설명하는 내용에서도 유전자는 밀접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자발적으로 유산하는 동물의 현상도 언급된다.

자식을 살해하는 모든 문화권의 현상들 중에서 남아 선호사상과 여자아이의 살해가 주기적으로 일어난 이유도 유전자로 설명된다. 한국에서 영아 유기와 영아 살해, 프랑스 베이비박스에서 사망한 아기, 18세기 영국에서 유모를 고용해서 아기를 살해한 기록까지도 연결 지어서 설명한다. 현대 사회에서도 자식에게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설명이 이어진다. 부모의 형편이 좋으면 어는 성별을 선호하는지, 부모의 형편이 나쁘면 어떤 성별을 더 선호하는지도 설명된다. 클레어 키건 소설 『맡겨진 소녀』내용과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앨리스 먼로의 『거지 소녀』소설 중에 "아버지의 눈에 혐오와 쾌락이 차오른다." (36쪽) 내용도 생각나는 장면으로 남는다.

데이비드 버스의 진화심리학 『욕망의 진화』 책을 통해서 기만적인 유전자와 속임수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서른, 아홉>드라마에서도 사업가의 아내가 이러한 속임수로 남편을 속이면서 결혼생활을 유지한 것을 확인하게 된다. 뒤틀린 교육열과 능력주의에 대해서도 설명되는데 『공정하다는 착각』 책 내용을 언급하면서 단지 운이 좋았던 것뿐인데 재능과 노력이라는 단어로 정당화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라고 저자는 단호한 어조로 명확하게 문제를 짚어낸다. 『엘리트 세습』 책을 통해서 엘리트들이 스스로 인적 자본이 되어 자기 자신을 착취해 가며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과 한국을 비롯한 능력주의 사회에 대해서도 이야기된다. 능력주의와 자기착취는 많은 저자들이 문제점이 많은 현상임을 강조한다. 한국은 저출산 사회로 진입하면서 많은 대안들이 제시되지만 효율성은 떨어지는 상황이다.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되지 않는다면 대안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엇박자처럼 제시되는 정책들의 바탕에는 불안과 경쟁이라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깊게 자리잡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번식과 생존이라는 키워드를 부여잡으면서 사회문제, 정치, 문화까지도 뒤흔드는 이기적인 유전자들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혐오로 가장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또렷하게 바라보게 된다. 비만인 여성을 낙인시키는 혐오, 코로나19로 아시아인 혐오, 이민자를 향하는 혐오 등을 예시로 설명한다. 한국인이 무수히 던지는 혐오라는 폭력에 우리가 아시안이라 부당한 폭력에 피해자가 되는 혐오에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숨어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혐오라는 감정으로 오고가는 다툼의 흔적들을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언어학 교수 얀 그루에의 『우리의 사이와 차이』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된다. "손상되거나 썩어버린 정체성. 변색되거나 파괴된 정체성" (54쪽) 이기적인 유전자들이 행동하고 결정하는 것들을 책을 통해서 다양하게 확인하게 된다.

『인간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 , 『여성은 진화하지 않았다』, 『한없이 사악하고 더없이 관대한』, 『문명과 전쟁』 책들을 통해서 고정관념, 편견, 차별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유한계급론』, 『가치의 모든 것』책 내용도 이해를 돕는다. "우리의 근본적인 실수는 토지를 사유재산으로 취급한 데 있다." (96쪽)는 톨스토이의 『사회문제의 경제학』 책 내용과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토지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불로소득이고, 따라서 사유화해서는 안 되며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라고 주장한 책 내용을 언급하면서 경제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거대 기업들의 착취 행태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필터월드』책을 읽었기에 알고리즘과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연거푸 상기하게 된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소유란 무엇인가』, 『나쁜 사마리아인들』 책 내용이 설명되면서 관심있게 읽은 내용 중의 하나가 된다. 자연스러운 보수, 부자연스러운 진보에 대해서도 설명되는데 대조하는 비교표의 내용들을 한참동안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아는 내용이지만 긴 시간을 소요하면서 내용들을 짚어낸 시간에는 그만한 이유가 분명해진다. 저자가 적절하게 표현한 보수와 진보의 진짜 모습을 떠올리게 하였기 때문이다. 정치에도 이기적인 유전자가 고스란히 투영되면서 한층 이해를 높이는 내용들로 남는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확실한 키워드를 부여잡아야 이런 현상들이 쉽게 이해되기 시작한다.

종교에서는 저자의 신념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내용이기도 하다. 따갑게 지목되는 한국교회의 현주소도 외면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드러나는 내용으로 남는다. 인간의 수많은 행위들이 실상은 유전자에 의해 지배된다는 굵직한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놀라운 내용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꽤 흥미로웠던 내용들로 기억될 도서이다. 찰스 디킨스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 『올리버 트위스트』과 자본가들이 두 손 들고 환영한 『인구론』까지도 언급된다. 가난한 자와 노동자를 착취한 자본가, 식민지를 침탈한 행위까지도 생존과 번식의 관점에서 유전자를 접목시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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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월드 - 알고리즘이 찍어내는 똑같은 세상
카일 차이카 지음, 김익성 옮김 / 미래의창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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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수많은 알고리즘 추천을 받으면서 살게 된다. 관심을 보였던 클릭은 집요하게 무수히 노출되기까지 한다. 심지어 실망해서 반품한 물품 광고가 추천하는 것은 심각한 반감을 일으킬 정도이지만 알고리즘은 지치지도 않을 정도이다. 끊임없이, 무수히 우리들에게 추천하는 상품으로 손짓을 하는 세상이다. 비호감이 추천으로 노출되는 순간도 무수히 경험하게 된다. 알고리즘의 추천이 절대적으로 우리들의 관심을 정확하게 짚어내지도 못하는데 기술은 확률적으로 정확하다는 확고함으로 지속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경험한 것부터 떠올리게 된다.

'지금 당신의 모든 것은 진짜인가?'라는 질문이 심오하게 오랜시간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질문이다. 소셜미디어가 우리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 시대이다. 기계 투르크인의 상상도 그림과 전해지는 이야기는 지금 우리 상황들을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내용이 된다. 눈속임과 보이지 않는 공모자가 작동하는 기계에 우리는 속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킨다. 매우 앞선 기술이 선두에 서있지만 이면에 인간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볼 수 있는 힘이 필요한 시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펼친 이 책은 또 하나의 곁가지가 되어준다.

당신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당신을 사용하고 있다.

_ 에일린 마일스

미국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이 전하는 메시지는 이렇다.

이게 싫으면 죽든가.

_ 조지 트로

추천 알고리즘은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우리를 지배하고 조종하는 실체를 보여준다. 지각과 관심을 조종하는 추천 알고리즘이 무엇인지 '기계 투르크인'을 통해서 쉽게 이해하게 된다. '필터월드'는 방대하고 널리 분산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얽혀 있는 알고리즘 네트워크를 설명하기 위해서 저자가 만들어낸 말이다. 문화의 동질성과 알고리즘의 동기는 이윤이라는 사실부터 설명된다. 문화 전반에 평준화가 시작되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기시감이 있는 카페의 모습과 카페 고객들의 모습까지도 예시로 설명된다.

집필된 목적은 분명하다. 필터월드의 윤곽과 결과를 먼저 살펴보면서 필터월드를 해체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집요한 알고리즘의 세계에서 벗어나는 방법과 알고리즘에 기반한 피드가 만들어낸 불안과 권태의 분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것까지도 제시한다. 알고리즘에 관한 책들을 꾸준히 읽다 보니 기계 뒤편에 숨은 인간들이 누구인지, 의도까지도 볼 수 있는 힘이 생겨나기 시작하게 되면서 나만의 취향, 좋아하는 문화 콘텐츠를 지향하면서 나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었음을 떠올리게 된다. 몽테스키외 『취향론』과 조르주 페렉 소설 『사물들』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완벽함에는 공허함이 뒤따른다. 취향이 지나치게 표준적이 되면 취향은 타락한다." (93쪽) 개인적인 취향의 몰락과 알고리즘 불안을 현대의 전염병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내용까지도 집중하면서 이해하게 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성장해야 한다는 자본주의 사고방식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이유들도 살펴보게 한다. 혁신의 부재는 '갇힌 문화'라고 말하는 스칼라스의 내용까지도 접목하며서 상황들을 이해하게 된다. 특징 없는 카페와 인스타그램에 대한 내용까지도 살펴보면서 취향의 표준화와 알고리즘의 세계화를 설명한다. '문화적 창작물'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경향이 무엇인지도 언급되면서 무가치한 쓰임에 휘둘리는 현대인들의 움직임들까지도 눈을 흘기면서 상황을 파악하게 된다. 허망한 움직임, 가치를 잃어버린 '좋아요'수의 의미까지도 냉철하게 직시하게 된다.

자각의 힘이 왜 중요한지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의심하고 자발적으로 선택하며 취향을 구축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문화의 개별성, 취향의 차별성이 존중받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언급된다. 자신만의 취향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것은 생각과 의도와 돌봄뿐이라는 사실에 오랫동안 바라보면서 하나씩 주워 담는 힘을 비축하게 된다. 생각과 의도, 돌봄이 내포한 힘을 제대로 직시하는 시간을 가지게 한다.

필터월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문화는 또한 가장 생기 없는 것이기도 하다는 내용에도 눈길이 머무른다. 대중이 환호하는 문화의 이면을 향해 질문을 하는 힘도 필요한 시대이다.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지는 시대이다. 알고리즘 추천의 뒷면에 자리잡고 있는 감시 자본주의, 개인 데이터를 끊임없이 빨아들여 돈을 버는 방식까지도 예사롭지 않게 이해하도록 이끄는 내용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이다. 휘둘리지 않는 힘이 얼마나 필요한지 거듭 상기하면서 기분좋게 미소를 지으면서 마지막 장을 덮었던 책이다.





필터월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문화는
또한 가장 생기 없는 것이기도 하다 - P424

추천 알고리즘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정보와 검색을 놓치게 되었는지,
그것을 복원할 때까지는 알지 못할 것이다. - P404

완벽함에는 공허함이 뒤따른다. 취향이 지나치게 표준적이 되면 취향은 타락한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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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4-07-27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휘둘리지 않는 힘이 필요 하다는 점에 깊이 공감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나는 복어 문학동네 청소년 70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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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가 있다. 태어나 보니 어머니, 아버지가 부모이다. 아기가 태어났을 때 잘 살아보겠다며 가졌던 그 단단한 다짐과 마음을 알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어머니와 아버지의 마음을 엄마 친구에게서 듣게 된 것이다. 자신을 향했던 그 마음과 가족을 이룬 부모의 마음을 처음으로 듣는 심정을 짐작해 보게 된다. 초등학교 2학년 시절 어머니는 아버지가 이혼하자는 말에 청산가리를 먹고 자살하였다는 것을 기사 내용을 통해서 알게 된다. 이후 고등학생이 된 지금 그 아이는 지금도 청산가리라는 별명을 들으며 분노와 슬픔, 좌절을 삼켜야 하는 상황이다. 어머니의 죽음, 아버지는 감옥에 수감 중이다. 곧 아버지가 출소를 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아버지를 못본지 오래된 상황이다. 지금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생활 중이다. 주인공 친구는 뚜렷한 목표도 계획도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 학교를 선택한 것도 유일한 친구가 이 학교를 선택했기 때문이다. 곧 고등학교 졸업을 하고 나서 무엇을 하여야 할지도 끊임없이 질문하는 상황이다.

세상을 더 나아지게 만들 길이 어딘가에 있었으면 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 방향으로 함께 나아가길 바랐다 112

인문계 고등학교와 기술계 고등학교를 같이 운영하는 학교 재단에서 학생들이 느끼는 감정들과 차별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길을 찾지 못했지만 누군가 여기에도 길이 있다고 보여주면서 길을 찾는 이들도 있고 길을 찾았지만 기성세대와 사회가 매몰차게 이들을 착취하고 무방비한 상태로 던져놓으면서 생사의 갈림길에서 길을 잃기도 한다. 청소년 소설이지만 사실적인 소설이다. 젊은 청춘들이 현장실습이라는 명목으로 사회에서 어떤 대우를 받고 어떤 착취를 당하는지도 짐작하게 된다. 부당한 대우를 받고 정신적, 신체적 학대에도 버티어야 하는 이유들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질문을 아끼지 않게 된다. 현장에서 당한 사고 치료를 지불했으면 사과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정당한 것인지 거듭 확인하게 하는 소설이다. 꿈을 가지고 열심히 살았지만 현장에서 당한 사고로 일상생활로 복귀하지 못하는 재경의 오빠가 있다. 재경은 포기하지 않는 기질을 가진 여동생이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기술계 고등학교로 전학을 오면서 오빠가 정당하게 받아야 하는 사과를 회사 사장에게서 받고자 여러 노력을 아낌없이 하는 학생이다.

사과해야 하는 현장의 어른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이 현실이다. "나도 잘 살고, 너도 잘 살고, 다 같이 잘 살면 그게 좋은 거다."(188쪽) 작가의 글에 등장하는 작가의 초등학교 4학년 담임선생님의 말이 이 작품을 말해주는 것 같다. 하지만 소설 속에는 나만 잘 살면 될 뿐 다른 사람들에게는 관심조차도 가지지 않는 사회이다. 누군가는 노동착취를 당하고 산업재해를 당하는 이름 없는 노동자들이 있음을 보여준다. 그들의 노동이 있기에 이 사회가 존재하지만 그들의 노동적 가치는 아주 작은 가치로만 존재한다. 그들이 멈추면 이 사회는 움직이지 못한다는 것을 알지만 사회는 그들을 정당하게 대우하지도 않는 사회이다.

만만치 않은 세상을 마주하여야 하는 이 시대의 노동자들이 있다. 세상 속에서 노동자로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힘겹고 어려운 것인지 재석이라는 학생의 사고 소식으로 소설은 조명을 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자살한 어머니의 노동과 아버지의 노동, 현수라는 친구가 편의점에서 일하는 노동적 가치도 조명된다. 이들의 노동은 쉼 없이 계속되고 더 많은 노동으로 이어지지만 그들은 제자리를 맴도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왜 그들의 노동은 더 나은 상황으로 나아가지 못했던 것일까? 왜 텅 빈 액자만을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결혼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인지 모두에게 질문을 아끼지 않는다. 사회구조에 어떤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확인할 수 있었던 소설이다.

많은 노동자들에게는 빚이 존재한다. 빚은 줄어들지 않고 그들의 노동은 더욱 가중되면서 망가지는 몸은 그들을 더욱 힘들게 하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된다. 아버지의 허리 고통, 쉬지 않고 일하는 환경, 끊임없이 일하지만 그들의 빚은 어떻게 되었을까? 사회는 사회 초년생에게 신용카드를 만들도록 이끌면서 할부 소비를 더욱 부추긴다. 신용카드는 어떤 의미이며, 할부는 빚이라는 사실부터 인지해야 한다. 일시불로 지불할 능력이 되어야 소비를 해야 한다. 할부가 습관이 되면 결국에는 빚을 갚느라 노동을 더 많이 하도록 내몰리게 되는 노동자가 될 뿐이다.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이 노동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이유, 빚이 있는 이유, 가정이 파탄 나는 이유로도 이어지게 된다. "무엇을 하든 기대하는 것이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186쪽)는 문장은 희망을 지니는 사회이다. 하지만 이 사회는 희망보다는 절망, 슬픔, 좌절로 이어지게 되기도 한다. 자살한 어머니가 아이를 남겨놓고 죽음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함께 생각해 보게 된다. 그녀에게는 희망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음을 보게 된다. 희망 없는 사회는 의미를 잃게 된다.

어머니 / 그토록 오랜 시간을 일했으나 무엇 때문인지 집안 형편은 고만고만했다. 74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기준이 필요한 시대이다. 휘청거리면서 소비사회를 지향하는 것이 좋은 것인지, 할부하면서 소비하는 것이 정답인지, 최저시급이 적은 사회에서 n 잡을 하는 것이 정답인지, 스스로에게 자문하면서 살아야 하는 시대이다. <도시남녀의 사랑법>영화에 등장하는 아르바이트하는 여자 인물이 있다. 그녀의 가치관, 행복관도 새로운 방안이 된다. <소비단식일기>의 저자처럼 깨달음과 실천이 얼마나 놀라운 만족과 가치를 주는 것인지도 연결이 된다.



1%에게만 부가 치중되면서 나머지 99%는 그들의 부속품처럼 노동만을 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 오래 일하는 것이 결코 행복은 아니다. 행복하고 만족할 수 있는 삶을 찾는 방법을 찾는 기술도 필요해진다. "한번 깨졌던 내 영혼은 정밀하게 깎아낸 금형에 들어갔다 나온 것처럼 말끔했다. 마음의 표면에 신선하고 뜨거운 기운이 감돌았다." (186쪽) 영혼이 말끔해지고 마음의 기운이 신선해지는 것을 주인공 친구는 찾게 된다. '입사 후 야간 근무를 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어떤 답변을 할 것인지도 자문해야 하는 것이 인생이다. 어떤 인생이 정답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영혼이 깨어나는 순간은 분명히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중졸이었던 할아버지 할머니는 복집 일을 좋아했다고 회고한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자신의 성을 구축하는데 성공한 할아버지 할머니가 두드러지게 보이는 이유를 찾아야 한다.




당신 같은 사람들이 노동자를 죽을 것으로 몰아넣는 거야.
당신 같은 사람들이 용광로에 사람을 떨어트리는 거야.
당신 같은 사람들이 지하철 스크린도어에,
발전소 컨베이어 벨트에 사람이 끼어 죽게 만드는 거야.
당신 같은 사람들이 콜센터 직원을 자살에 내몰리도록 내버려두고,
현장 실습생이 배에 붙은 따개비를 따다가 바다에 빠져 죽게 만드는 거야.
그리고 이 빌어먹을 세상은 그게 당연한 거라고,
그렇게 해도 괜찮은 거라고,
더 많은 시간 동안 일할 자유를 허락해 주니
얼마나 고맙냐고 떠드는 거야.
뻔뻔하고 파렴치하게.
- P107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돈이 최고고 그게 현실이야! ...
돈이 최고라고 떠드는
이 개 같은 세상이 당신 편이어서
당신은 자기 말이 옳다고 믿는 거야!
아버지와 재석 선배와 엄마.
세 꼭짓점 사이를 휘감는
음험한 기운이 나를 참담하게 했다.
- P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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