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책 - 금서기행
김유태 지음 / 글항아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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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의 의미는 상당하다. 의미들을 조목조목 짚어주는 문장들이 예리하게 전해진다. 계속 고개를 주억거리게 하는 문장들이 강하게 각인된다. 위험한 책이라는 딱지를 붙인 금서들은 인간의 악함을 추동하려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고 힘주어 말한다. 정말 위대한 책은 독자의 내면에 끊임없이 싸움을 걸어온다는 사실에도 강하게 동의하게 된다. 이 책에서 언급되는 작가들과 작가들의 작품들을 예의주시하게 된다. 읽은 책들도 있고 좋아하는 작가들도 언급되는 만큼 바싹 붙어앉아서 두 번이나 읽고 작품들을 수없이 떠올리게 한 책이다.

어지럼증을 일으키는 책만이 불멸의 미래를 약속받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 책에서 언급되는 책들과 작가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 노벨문학상의 위상이 어떻게 높아졌으며 어떻게 추락하고 있는지도 저자는 예리한 목소리를 낮추지 않고 말하기까지 한다. 저자를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글을 통해서 결을 짐작할 수 있는 문장들을 무수히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읽는다, 생각한다는 반복적인 행위는 상당히 의미심장한 결과를 불러놓는다. 소설과 철학자들의 교집합은 더욱 웅장하고 깊다는 사실을 여러 작품들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픽션은 허구라고 말하지만 픽션에는 진실이 깊게 모습을 드러낸다는 사실도 부정할 수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게 하는 책이기도 하다. 독자를 불편하게 하는 것이 발견되면서 정권이든, 종교든 누군가가 금지하는 책이 된다는 것은 집중을 받게 되는 작품이 되는 것이다. 언급되고 열거되는 많은 작품들과 작가들에 대해서 들려주는 것들은 귀중한 보물이 되기까지 한다. 인터뷰한 내용도 전해지는 책인 만큼 관심 있는 작가라면 더욱 관심을 가지게 하는 내용이 된다.



안전한 책과 안전하지 못한 책들을 독자들은 빠르게 구분 짓게 된다. 건조하고 안전한 책들이 유독 많이 보일 때면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을 지경이다. 기대하고 펼친 책이지만 바싹 마른 책들의 가벼움을 무수히 읽다 보면 이제는 기대감조차 가지지 않게 된다. 시대가 즐거움만큼 찾는다고 책까지도 알맹이가 전혀 없다는 것은 가치를 부여받지 못하는 버려지는 책이 되어버린다. 묵직하고 거친 질문을 던지는 책들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즐겨야 한다. 그러한 책들이 이 책에서도 소개된다. 미셀 우엘벡의 『복종』에서 성과 학문, 종교에 '복종'을 고민하는 상황에 우리는 복종하면서 안주할 것인지 저항하면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문장도 결코 가볍지 않은 질문으로 남는 내용 중의 하나이다.



작가 셀라의 동상 사진도 인상적이다. "세계 전체를 바라보려는 눈과 펜을 든 손. 사유하는 지성과 내리쬐는 태양만 주어진다면 세계 속 인간을 움켜쥘 책 한 권을 잉태할 수 있다고" 말하는 듯하다는 문장도 기억에 남는다. '제도의 실패, 영성의 실패, 시민의 실패'라는 굵직한 실패들을 금서들에서 발견하게 된다. 금서를 들추고 언급한 이유는 분명해진다. 금서라고 규정한 집단들의 불편한 심중을 읽으면서 글의 힘은 더욱 중대해진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읽는 사람, 읽고 생각하는 사람, 의문을 제시하는 금서들의 날카로운 문장들은 결코 어렵지 않은 방식으로 간단하게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된다. 노벨문학상의 위상이 안전한 책들을 찾지 않기를 희망하게 하는 이유도 공감하면서 읽은 내용이 된다.

협소한 울타리 안에 무한한 세계의 사고와 감정을 욱여넣는 행위, 사유는 고통이며 무사유의 필요성에 힘주어 이유가 명확해지는 금서들이다. 소설, 철학서, 역사서가 금서가 되는 이유와 '생각하지 않는 세상'에 열광하게 하는 텔레비전은 매우 적절한 즐거움으로 연결된다. 죽도록 즐기기』와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책 내용들도 떠오른다. 주제 사라마구의 책 『카인』,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었기에 신약성경을 비튼 소설과 구약성경을 패러디한 소설이 무엇인지도 설명된다. 옌롄커의 나와 아버지작품을 읽었기에 『사서』작품에도 관심을 일으킨다. 분서의 역사, 나치의 책 화형식, 정권의 검열들을 떠올리면서 혹독한 시간을 보낸 작가들과 그들의 확고한 의지까지도 작품들을 통해서 살펴볼 수 있었던 내용이다.



위험한 책만이 위대한 책은 아니다.
그러나 안전한 책만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우위에 서서 교훈처럼 자신을 주장해서는 안 된다.
- P15

안전한 책만이 추앙받고
안전하지 못한 책은 열위에 놓이는 비대칭의 저울
- P15

역사 속에서 내가 누군지 정확히 인식하라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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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4-08-05 12: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구름모모님 말씀처럼 독자의 내면에 싸움을 거는 책을 찾는다는 말씀에 공감 합니다. 좋은 리뷰 감사 합니다. 충만한 하루 되십시요.
 
소설 보다 : 여름 2024 소설 보다
서장원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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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장원 『리틀 프라이트』, 예소연 『그 개와 혁명』, 함윤이천사들』 소설들을 2024 여름에 만난다. 소설들과 인터뷰 글들이 구성된다. 소설가들이 어떻게 지내는지도 알게 되고 작품을 어떻게 구상하였는지도 들을 수 있는 글들이 소설들과 구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무더위에 지치는 2024년 여름이지만 이 책표지 디자인은 더위까지도 날려주는 디자인이라 마음에 들어서 고른 소설집이다. 하나의 소설들을 펼칠수록 새롭고 자극적인 질문들을 함께 생각하게 된다.

함윤이의 『천사들』에서는 오디션을 보고 있는 현장이다. 세 팀의 오디션을 모두 보고 나서 "각각 다르게 마음에 들어. 잘한 걸 떠나서 다 좋다고." (131쪽)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하나만을 고르라고 선택을 강요하고 하나에게만 기회가 주어지는 세상에서 각기 다른 개성을 품고 자신의 연기력을 보여준 세 팀 모두에게 아낌없이 인정하는 모습이 좋았다. 실력이 부족해서 기회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경쟁이라는 사회구조에서 기회마저도 주어지지 않아서 자신의 날개를 달지 못하는 수많았던 사람들의 기회들을 생각나게 하는 장면으로 남는다. 잘했다는 것을 떠나서 다 좋다고 말하는 사람의 관점을 길게 사유하게 한다.

청소하는 일을 하시는 목 이모님은 쉴 때마다 흑백 영화를 본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시나리오 지망생들은 각종 계급과 연령대의 사람들을 두루 경험해야 한다는 시나리오 입문서에 의해 그녀에게 접근하게 되는데 악취로 뒤덮인 자신들의 의도를 간파당했는지 모른다는 마음까지도 소설에서는 언급된다. 관찰하기 위해 누군가의 곁에 있는 것, 자신의 이익을 위해 취득하고 이용되는 누군가의 경험들을 악취나는 의도라고 말하는 작가의 시선의 끝도 예리하게 움켜쥐게 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독특하다. 남자와 여자, 그리고 천사가 등장하는 오디션이다. 10년을 만난 연인들이 어떤 장면을 구상하고 대화를 나누며 천사는 어떤 의미인지 살펴보게 된다. "천사는 관계에서 태어나. 관계가 끝나면 천사도 죽어. 천사도 죽는 건 싫으니까 연인이 헤어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지. 애초에 그런 존재가 있다는 사실조차 상상하지 못해." (106쪽) 연인들이 시작하면서 천사가 태어나고 연인들이 헤어지면서 천사도 죽는다는 사실과 연인은 천사의 존재조차도 알지 못한다는 사실도 주목하게 된다. 처음 서로를 발견하였던 기쁨과 즐거움은 10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퇴색되고 감정들이 엉켜버리는 연인들이 되어버린다. 그들이 함께 살아갈 방법보다는 헤어질 궁리를 하고 있음을 오디션 내용들을 통해서 짐작하게 된다. 천사가 건네는 말들은 연인들을 향하는 말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세상 사람들 모두를 향하는 우렁찬 말이 되어주는 대사가 된다. 우리는 모두 같이 살 방법을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닌지 거듭 숙고하게 하는 장면으로 남는다. 경쟁으로 누군가에게는 기회조차도 주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방법을 모색하지 않는 우리들 모두에게 던지는 예리한 질문으로 남는 말이 된다.

사랑은 연인 관계에 한정되지 않는다. 소설은 연인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보지만 이 오디션에는 극소수의 1% 부를 지닌 집단과 나머지 노예 집단인 99%를 향하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무대의 인물이 되어버린다. 착취와 눈물, 희생과 욕망으로 얼룩진 사회에 서로가 어떤 마음으로 서로를 향하고 있는지 살펴보게 된다. 연인 사이도 다르지가 않다. 이들이 빠르게 말하는 대사 중에는 치우친 누군가의 욕망들로 얼룩진 것들이 회귀되기 시작한다. 그렇게 한쪽만이 이득을 취하면서 균열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그 균열은 연인 사이에서도 지속되지 못하는 관계로 끝나버리게 된다는 것을 이들의 오디션을 통해서 보여준다. 천사가 기억해 보라고 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함께 기억해야 하는 이유가 된다. 서로가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있는지도 생각해 보게 하는 장면이다. "제대로 떠올려 봐. 너희가 거리에서 서로를 찾아낸 날 .. 내가 태어난, 발명되었던 날... 그날 너희는 어떤 새로운 문을 열었노라고 생각했잖아. 너흰 나아질 거야. 같이 살 방법도 더 배울 거야." (116쪽)

연인들은 다투고 헤어지기 직전이다. 서로 나누는 말들의 질감이 꾸준히 험악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마치 과거의 나처럼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도 일깨워 준다. 말이 얼마나 흉포적인지 떠올리게 된다. 말 때문에 베이고 상처 입고 아프고 슬프게 되는 이유들을 연인들을 통해서도 보여주기 시작한다. 천사는 연인들이 물살에 휩쓸릴 때마다 함께 휘청거린다. 그때마다 함께 휩쓸린 천사의 고통과 위험들도 떠올리게 한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천사의 노력들을 예민하게 느낄 수 있는지 자문해 보게 된다.

아끼고 살피는 노력이 있었다면 천사까지 동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말이 가져다준 예리한 날카로움에 상처받지도 않았을 것이다. 물살에 휩쓸리지 않는 노력들을 지속적으로 행하지 않았던 연인들은 이 시대의 우리들 모두를 향하는 오디션 현장으로 남겨진다는 것을 보여준 소설이 된다. 이 오디션은 꿈이다. 기차에서 꾼 꿈이었다. 어디를 향하고 있었던 기차였는지, 꿈이었는지 소설은 마지막에 드러내기 시작한다. 도착한 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함께 있는 곳은 죽음을 애도하는 장례식장이다. 누구의 장례식인지, 꿈의 인물들과 연결되면서 천사가 사라진 이유까지도 다시 되짚어보게 하는 작품이다.



접촉의 모양과 달리 말들의 질감은 꾸준히 험악하다... 과거의 나처럼 흥분한다. - P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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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읽고 쓰고 버린다 - 손웅정의 말
손웅정 지음 / 난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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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기, 깊이 보기, 넓게 보기, 높이 보기에 대한 인터뷰 글로 구성된다. 특히, 훔쳐보기라는 코너에는 독서 노트의 문장들도 구성되는 형식이다. 본다는 것은 참 다양한 의미를 내포한다. 가정과 노후, 품격을 멀리 보는 힘으로 책은 이야기한다. 리더, 코치, 부모라는 주제로 깊이 보는 힘을 요구하는 인터뷰가 전해진다. 청소와 운동, 독서라는 영역은 넓게 보는 힘으로 영역을 확장시켜준다. 사색과 통찰, 행복은 높이 보는 힘으로 독자들과 호흡을 하고 있는 책이다.

가정 노후 품격

리더 코치 부모

청소 운동 독서

사색 통찰 행복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 "탁월함은 습관에서 나온다고 했다." 이 글을 부여잡으면서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습관과 가치가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단단하게 확고하게 자신의 가치를 젊은 날부터 실천한 것들이 전해진다. 운동 세계의 폭력을 싫어했던 저자가 후배들에게 하지 않고자 했던 것들도 책에서 언급된다. 잘못된 관행을 파악하고 답습하지 않는 단호함과 결단력도 전해진다. 자녀교육에서도 확고함이 이야기된다. 어떻게 자녀를 교육하였는지 자주 언급이 된다. "울어도 돼. 먹어도 돼. 실수해도 돼. 넘어져도 돼. 약해져도 돼." 자유를 주자는 부모와 자식 관계에 대해서도 언급되는 내용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 된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이와 반대되는 내용들로 자식에게 강요를 한다. 확연한 차이가 분명하게 대비를 이루는 내용이 아닐 수가 없다.

성공보다 더 중요한 것이 성장이다.

독서와 운동에 대해서도 자주 언급된다. 게으름과 타성을 경계하는 이유도 책에서 만날 수 있다. 긴장감과 치열함을 배경으로 활동하였던 일에서 자기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확인하게 된다. 무수히 많이 읽은 책들과 독서라는 습관이 얼마나 많은 사색과 통찰로 이어졌는지 책에서 만나게 된다. 읽었던 책들의 영역과 신문까지도 인터뷰 중에 소개된다.

자식과 노후에 대해서도 이야기되는데 경계선을 확고하게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이 낯설지가 않았다. 부모가 어떤 모습으로 노년을 보내야 하는지,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지도 확실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비행기에서 간헐적 단식을 하는 이유와 사색하기에 좋은 장소였다는 것도 이야기된다.

생각과 삶의 주인이 누구인지 아는지부터가 삶의 시작이다. 자녀교육을 시키는 학부모이지만 저자는 자녀를 위해서 확실하게 중심을 잡고 있었음을 보게 된다. 공교육이 자녀의 중심이 아니라 자녀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간파한 부모임을 보게 된다. 다수는 허송세월로 12년이라는 공교육에 자녀를 맡기지만 저자는 중심을 자기가 확실하게 잡고 있었음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앞사람의 뒤통수만 바라보면서 서 있는 삶은 무의미한 삶과 같은 것임을 확인하게 된다. 자신의 인생, 자녀의 인생에 중심이 누구인지 매번 확인하며, 매일 확인해야 하는 이유가 드러나는 내용이다. "생각의 지배권, 삶의 지배권, 내 지배권을 남에게 넘겨주지 말라. 그 중심에 나를 놓을 줄 알아야 해요." (213쪽)

'즐거움은 텅 빈 데서 나온다.'라는 저자의 독서노트 밑줄이 유독 눈에 들어온다. 대중이 즐거워하는 것들을 열거해 보게 될수록 그것들의 실체는 텅 빈 것들임을 거듭 확인시켜주는 문장이 아닐 수가 없다. 진짜 즐거움을 주는 것을 저자는 확실하게 인지하면서 무수히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음을 책에서 확인하게 된다. 늙어감과 노년을 바라보는 시선과 확고함에도 그만의 철학은 분명하게 전달된다.

윗옷의 개수, 신발의 개수, 기상한 후 습관적으로 하는 루틴, 욕실에서 꾸준히 하는 청소하는 습관들도 기억에 남는 내용 중의 하나가 된다. 미니멀라이프와 단순함의 철학에 집중되는 내용으로 남는다. 2벌의 윗옷과 신발 개수도 저자가 살아온 날들,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향한 철학이 된다.

수직적인 관계가 아닌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이유도 이야기된다. 직원의 행복한 삶까지도 살피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면 분명히 좋은 세상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꿈꾸게 한다. 수직적 관계로 직장 생활, 학교생활, 가족생활을 유지하고 고수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좋은 영향력을 불어넣는 책이 되기를 희망하게 된다.



돈으로 집을 살 수 있지만, 가정을 살 수는 없다. 침대를 살 수 있지만, 잠을 살 수는 없다. 시계를 살 수 있으나, 시간의 사지는 못 한다. 돈으로 책을 살 수는 있어도, 지혜를 살 수는 없다. 지위를 살 수는 있어도, 존경을 살 수는 없다. 돈으로 피를 살 수 있으나, 생명은 사지 못한다. 약은 살 수 있지만, 건강을 사지 못한다. 돈으로 성대한 장례식을 치를 수 있지만, 행복한 죽음일 수 없다.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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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자 지배 사회 - 정치·경제·문화를 움직이는 이기적 유전자, 그에 반항하는 인간
최정균 지음 / 동아시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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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자 정재승, 김상욱 추천도서라는 문구와 '한마디로 이 책은, 마이클 센델이 쓴 『이기적 유전자』이다.'라고 말하는 이유가 궁금해서 펼친 책이다. 강열하고 놀라운 사실들을 유전자와 연결된 설명들로 접근하는 내용들이 매우 인상적으로 남는다. 배 속에 있는 자식과의 갈등에 대한 내용들부터 전해진다. 임신성 당뇨를 설명하는 내용에서도 유전자는 밀접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자발적으로 유산하는 동물의 현상도 언급된다.

자식을 살해하는 모든 문화권의 현상들 중에서 남아 선호사상과 여자아이의 살해가 주기적으로 일어난 이유도 유전자로 설명된다. 한국에서 영아 유기와 영아 살해, 프랑스 베이비박스에서 사망한 아기, 18세기 영국에서 유모를 고용해서 아기를 살해한 기록까지도 연결 지어서 설명한다. 현대 사회에서도 자식에게 선별적으로 투자하는 현상에 대해서도 설명이 이어진다. 부모의 형편이 좋으면 어는 성별을 선호하는지, 부모의 형편이 나쁘면 어떤 성별을 더 선호하는지도 설명된다. 클레어 키건 소설 『맡겨진 소녀』내용과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앨리스 먼로의 『거지 소녀』소설 중에 "아버지의 눈에 혐오와 쾌락이 차오른다." (36쪽) 내용도 생각나는 장면으로 남는다.

데이비드 버스의 진화심리학 『욕망의 진화』 책을 통해서 기만적인 유전자와 속임수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서른, 아홉>드라마에서도 사업가의 아내가 이러한 속임수로 남편을 속이면서 결혼생활을 유지한 것을 확인하게 된다. 뒤틀린 교육열과 능력주의에 대해서도 설명되는데 『공정하다는 착각』 책 내용을 언급하면서 단지 운이 좋았던 것뿐인데 재능과 노력이라는 단어로 정당화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라고 저자는 단호한 어조로 명확하게 문제를 짚어낸다. 『엘리트 세습』 책을 통해서 엘리트들이 스스로 인적 자본이 되어 자기 자신을 착취해 가며 불행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과 한국을 비롯한 능력주의 사회에 대해서도 이야기된다. 능력주의와 자기착취는 많은 저자들이 문제점이 많은 현상임을 강조한다. 한국은 저출산 사회로 진입하면서 많은 대안들이 제시되지만 효율성은 떨어지는 상황이다.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파악되지 않는다면 대안도 무용지물이 되어버린다. 엇박자처럼 제시되는 정책들의 바탕에는 불안과 경쟁이라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깊게 자리잡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번식과 생존이라는 키워드를 부여잡으면서 사회문제, 정치, 문화까지도 뒤흔드는 이기적인 유전자들을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혐오로 가장된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또렷하게 바라보게 된다. 비만인 여성을 낙인시키는 혐오, 코로나19로 아시아인 혐오, 이민자를 향하는 혐오 등을 예시로 설명한다. 한국인이 무수히 던지는 혐오라는 폭력에 우리가 아시안이라 부당한 폭력에 피해자가 되는 혐오에는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숨어있음을 감지하게 된다. 혐오라는 감정으로 오고가는 다툼의 흔적들을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언어학 교수 얀 그루에의 『우리의 사이와 차이』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된다. "손상되거나 썩어버린 정체성. 변색되거나 파괴된 정체성" (54쪽) 이기적인 유전자들이 행동하고 결정하는 것들을 책을 통해서 다양하게 확인하게 된다.

『인간무리, 왜 무리지어 사는가』 , 『여성은 진화하지 않았다』, 『한없이 사악하고 더없이 관대한』, 『문명과 전쟁』 책들을 통해서 고정관념, 편견, 차별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유한계급론』, 『가치의 모든 것』책 내용도 이해를 돕는다. "우리의 근본적인 실수는 토지를 사유재산으로 취급한 데 있다." (96쪽)는 톨스토이의 『사회문제의 경제학』 책 내용과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토지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불로소득이고, 따라서 사유화해서는 안 되며 모두가 공유해야 한다."라고 주장한 책 내용을 언급하면서 경제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한다.

거대 기업들의 착취 행태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필터월드』책을 읽었기에 알고리즘과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을 연거푸 상기하게 된다.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소유란 무엇인가』, 『나쁜 사마리아인들』 책 내용이 설명되면서 관심있게 읽은 내용 중의 하나가 된다. 자연스러운 보수, 부자연스러운 진보에 대해서도 설명되는데 대조하는 비교표의 내용들을 한참동안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아는 내용이지만 긴 시간을 소요하면서 내용들을 짚어낸 시간에는 그만한 이유가 분명해진다. 저자가 적절하게 표현한 보수와 진보의 진짜 모습을 떠올리게 하였기 때문이다. 정치에도 이기적인 유전자가 고스란히 투영되면서 한층 이해를 높이는 내용들로 남는다. 생존과 번식이라는 확실한 키워드를 부여잡아야 이런 현상들이 쉽게 이해되기 시작한다.

종교에서는 저자의 신념이 확실하게 드러나는 내용이기도 하다. 따갑게 지목되는 한국교회의 현주소도 외면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드러나는 내용으로 남는다. 인간의 수많은 행위들이 실상은 유전자에 의해 지배된다는 굵직한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놀라운 내용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꽤 흥미로웠던 내용들로 기억될 도서이다. 찰스 디킨스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 『올리버 트위스트』과 자본가들이 두 손 들고 환영한 『인구론』까지도 언급된다. 가난한 자와 노동자를 착취한 자본가, 식민지를 침탈한 행위까지도 생존과 번식의 관점에서 유전자를 접목시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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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월드 - 알고리즘이 찍어내는 똑같은 세상
카일 차이카 지음, 김익성 옮김 / 미래의창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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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수많은 알고리즘 추천을 받으면서 살게 된다. 관심을 보였던 클릭은 집요하게 무수히 노출되기까지 한다. 심지어 실망해서 반품한 물품 광고가 추천하는 것은 심각한 반감을 일으킬 정도이지만 알고리즘은 지치지도 않을 정도이다. 끊임없이, 무수히 우리들에게 추천하는 상품으로 손짓을 하는 세상이다. 비호감이 추천으로 노출되는 순간도 무수히 경험하게 된다. 알고리즘의 추천이 절대적으로 우리들의 관심을 정확하게 짚어내지도 못하는데 기술은 확률적으로 정확하다는 확고함으로 지속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경험한 것부터 떠올리게 된다.

'지금 당신의 모든 것은 진짜인가?'라는 질문이 심오하게 오랜시간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던 질문이다. 소셜미디어가 우리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는 시대이다. 기계 투르크인의 상상도 그림과 전해지는 이야기는 지금 우리 상황들을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이해하도록 돕는 내용이 된다. 눈속임과 보이지 않는 공모자가 작동하는 기계에 우리는 속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시킨다. 매우 앞선 기술이 선두에 서있지만 이면에 인간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볼 수 있는 힘이 필요한 시대이기도 하다. 그래서 펼친 이 책은 또 하나의 곁가지가 되어준다.

당신은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는 당신을 사용하고 있다.

_ 에일린 마일스

미국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이 전하는 메시지는 이렇다.

이게 싫으면 죽든가.

_ 조지 트로

추천 알고리즘은 무엇인지부터 제대로 이해하도록 돕는다. 우리를 지배하고 조종하는 실체를 보여준다. 지각과 관심을 조종하는 추천 알고리즘이 무엇인지 '기계 투르크인'을 통해서 쉽게 이해하게 된다. '필터월드'는 방대하고 널리 분산되어 있으면서도 서로 얽혀 있는 알고리즘 네트워크를 설명하기 위해서 저자가 만들어낸 말이다. 문화의 동질성과 알고리즘의 동기는 이윤이라는 사실부터 설명된다. 문화 전반에 평준화가 시작되었음을 확인하게 된다. 기시감이 있는 카페의 모습과 카페 고객들의 모습까지도 예시로 설명된다.

집필된 목적은 분명하다. 필터월드의 윤곽과 결과를 먼저 살펴보면서 필터월드를 해체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집요한 알고리즘의 세계에서 벗어나는 방법과 알고리즘에 기반한 피드가 만들어낸 불안과 권태의 분위기를 이겨낼 수 있는 것까지도 제시한다. 알고리즘에 관한 책들을 꾸준히 읽다 보니 기계 뒤편에 숨은 인간들이 누구인지, 의도까지도 볼 수 있는 힘이 생겨나기 시작하게 되면서 나만의 취향, 좋아하는 문화 콘텐츠를 지향하면서 나의 속도를 유지할 수 있었음을 떠올리게 된다. 몽테스키외 『취향론』과 조르주 페렉 소설 『사물들』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완벽함에는 공허함이 뒤따른다. 취향이 지나치게 표준적이 되면 취향은 타락한다." (93쪽) 개인적인 취향의 몰락과 알고리즘 불안을 현대의 전염병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하는 내용까지도 집중하면서 이해하게 된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성장해야 한다는 자본주의 사고방식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이유들도 살펴보게 한다. 혁신의 부재는 '갇힌 문화'라고 말하는 스칼라스의 내용까지도 접목하며서 상황들을 이해하게 된다. 특징 없는 카페와 인스타그램에 대한 내용까지도 살펴보면서 취향의 표준화와 알고리즘의 세계화를 설명한다. '문화적 창작물'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경향이 무엇인지도 언급되면서 무가치한 쓰임에 휘둘리는 현대인들의 움직임들까지도 눈을 흘기면서 상황을 파악하게 된다. 허망한 움직임, 가치를 잃어버린 '좋아요'수의 의미까지도 냉철하게 직시하게 된다.

자각의 힘이 왜 중요한지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하게 된다. 의심하고 자발적으로 선택하며 취향을 구축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문화의 개별성, 취향의 차별성이 존중받으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언급된다. 자신만의 취향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것은 생각과 의도와 돌봄뿐이라는 사실에 오랫동안 바라보면서 하나씩 주워 담는 힘을 비축하게 된다. 생각과 의도, 돌봄이 내포한 힘을 제대로 직시하는 시간을 가지게 한다.

필터월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문화는 또한 가장 생기 없는 것이기도 하다는 내용에도 눈길이 머무른다. 대중이 환호하는 문화의 이면을 향해 질문을 하는 힘도 필요한 시대이다. 생각하면서 살아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지는 시대이다. 알고리즘 추천의 뒷면에 자리잡고 있는 감시 자본주의, 개인 데이터를 끊임없이 빨아들여 돈을 버는 방식까지도 예사롭지 않게 이해하도록 이끄는 내용이다. 아는 만큼 보이는 세상이다. 휘둘리지 않는 힘이 얼마나 필요한지 거듭 상기하면서 기분좋게 미소를 지으면서 마지막 장을 덮었던 책이다.





필터월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문화는
또한 가장 생기 없는 것이기도 하다 - P424

추천 알고리즘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정보와 검색을 놓치게 되었는지,
그것을 복원할 때까지는 알지 못할 것이다. - P404

완벽함에는 공허함이 뒤따른다. 취향이 지나치게 표준적이 되면 취향은 타락한다. - P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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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힐 2024-07-27 20: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휘둘리지 않는 힘이 필요 하다는 점에 깊이 공감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