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매스 - 세상을 바꾼 천재 지식인의 역사
피터 버크 지음, 최이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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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매스란 많은 주제에 관심을 갖고 배우는 사람을 명명한다. 이 책에서는 백과사전적 관심을 가진 학자들 위주로 소개한다고 먼저 언급한다. 역사는 폴리매스에게 불친절하다고 먼저 설명한다. 수많은 업적을 남긴 폴리매스는 협잡꾼, 사기꾼, 피상적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레오나르도 증후군과도 연관성을 띠게 된다.


저자는 역사학을 전공하고 문화사 교수로 재직하였으며 현재는 종신 석학교수이다. 20개의 사진자료들과 설명들이 눈길을 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관한 그림 자료들과 코페르니쿠스에 대한 자료도 설명된다. 16세기~17세기의 개인 박물관에 대한 그림 자료와 설명, 여성 지식인들에 대한 그림 자료와 설명도 인상적이다. 사제복을 입고 있는 인물에 대한 내용도 기억에서 강하게 자리 잡는다. 그는 러시아의 숨겨진 다빈치라고 불린 파벨 플로렌스키이다.


고대 동서양의 폴리매스들부터 소개된다. 그리스와 로마, 중국, 중세 초기 유럽과 고대 이슬람과 중세 후기의 폴리매스에 대한 내용이 전해진다. 이어서 르네상스 시대의 폴리매스에 대한 내용들도 정리된다. 시대별로 분류되면서 소개되는 폴리매스들이 인상적이다. 시대에 존재한 여성 폴리매스들도 소개된다. 특히, 폴리매스는 거인인지 사기꾼인지라는 내용글도 기억에 남는다. 폴리매스를 향한 비판의 소리도 시대에 존재한다. 폴리매스들이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도 전해진다. 그들의 시간 관리법과 열정과 경쟁심에 대해서도 전해진다. 특히 이들이 가진 호기심은 유전자가 따로 있는지에 대한 내용도 다룬다. 장수하는 사람들에 대한 연구도 지속적이다. 장수하는 유전자가 따로 있는지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다. 더불어 플리매스에 대한 유전자도 같은 맥락에서 관심을 끄는 내용이 된다.



폴리매스가 어떻게 키워졌는지 전해진다. 교육법과 그들의 환경적인 특징, 가족과 후원자들에 대한 내용들도 전해진다. 소극적 폴리매스와 군집적 폴리매스, 비평가인 폴리매스에 대해서도 전해진다. 특히 관심있게 읽은 내용들은 여성 지식인들에 대한 내용들이다. 여성이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 허가되지 않는 시대의 여성 폴리매스에 대한 내용과 자녀가 있는 능력 있는 폴리매스가 자기만의 방이 없는 상황에서 거실에서 읽고 써야 했던 시대적 상황들이 전해진다. 시대적으로 협조적인 상황이 아니었지만 어디에서든 집중하였던 여성 폴리매스도 다른 도서에서 읽었던 내용들을 다시 확인하게 된다. 



더불어 직업이 필요 없는 유한계급에 속한 폴리매스가 상당수였다는 사실도 확인하게 된다. 괴테, 조지 엘리엇, 올더스 헉슬리, 『롤리타』로 유명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너무 많이 알았던 사람으로 불리는 움베르토 에코도 소개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앎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었다는 사실과 수전 손택에 대한 내용도 유익하게 자리잡는다. 특히 그들이 어떻게 공부하였는지 알려주는 내용도 기억에 남는다. 부록으로 제공되는 서양의 폴리매스 500인 목록과 나라명, 뛰어난 학문세계도 전해진다. 융합형 인재였던 폴리매스에 대한 다양한 집대성을 한 권으로 만날 수 있는 도서이다. 지역적으로 국한되는 내용들이라 아쉬움이 남지만 저자의 학문적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내용들이라 흥미롭게 만난 내용들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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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무엇인지부터 떠올린다. 행복을 이해해야 한다. 제대로 이해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행복의 속성을 알게 된다면 두려움에 삶을 던져 넣지 않을 것이다. <멜랑콜리아 1-2>욘 포세 소설의 젊은 화가가 생각난다. 불안에 휩싸인 화가의 어느 하루는 두려움과 초조함으로 그의 일상이 빼앗겨 버린다. 두려움과 행복을 이 소설의 작가는 관조한다. 두려움 없이 살고 싶다는 단호한 어조의 글귀를 따라잡는 소설이다.


이 소설은 제목부터가 강열하다. 확고하고 단호한 제목에 끌린 소설이다. 익숙한 불행과 낯선 행복이 대비를 이룬다. 한국사회를 이해하는 작품은 씁쓸하게 먼저 다가온다. 그리고 행복을 찾아 떠나는 청춘들은 지금도 계속되는 이야기가 된다. 약속된 미래가 없는 현실을 청춘들은 이미 눈치채면서 불행을 지우고자 낯선 행복을 찾아서 떠난다. 그곳은 행복으로 채워지는 나라가 되어주고 있을까. 행복은 어떻게 찾아내는 것인지 깊게 질문하게 한다.


이 나라에서는

왜 마트 직원이나 밴드 연주자들은

그렇게 살기가 힘든 걸까? 177


한국의 현주소가 소설에 등장한다. 20대 청춘들에게 꿈과 행복은 약속된 땅인지부터 질문하게 된다. 현재의 삶이 미래의 행복으로 보장되는 한국인지도 되묻게 한다. 교육을 받아도 미래가 보장되는 한국이 아니다. 대학을 입학하여도, 대학을 졸업하여도 행복이 보장되는 한국이 아니다. 꿈꾸던 직장에 취업을 하여도 현실은 행복한 복지와 노동환경이 보장되는 한국은 더더욱 아니다. 그 사실을 인지한 인재들은 빠른 이직을 선택하며 외국회사를 선택하기도 한다. 한국 회사와 외국회사의 차이점을 알기에 그들의 이직은 행복해지기 위한 선택이 되기도 한다.


소설의 인물도 여러 가지 이유들로 한국을 떠나게 된다. 사랑하고 연애하고 프러포즈를 받는 순간들 앞에서도 주인공은 진정한 행복을 먼저 떠올려보면서 선택들을 한다. 흥미로운 내용은 한국 사람들이 타인을 불행하게 하면서 자신이 행복해진다는 것이다.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 직장 상사와 직원들의 갈등, 왕따 문화가 생기는 이유들까지도 자신들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생겨나는 사회적 문제들임을 짚어준다. 타인의 불행을 즐기고 그것이 자신이 행복이 된다고 믿는 아픈 사람들이 한국에는 많다는 사실이 조명된다. 그들이 불행한 사람들이라는 것에 주목하게 된다. 스스로 행복해지는 자발적인 행복 추구가 왜 한국에서는 어려운지도 고찰하게 한다.


난 도망치는 게 아니야,

행복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려고 애썼어. 162


외국 생활만이 모두의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소설에서도 만난다. 고난과 곤경에 처하는 상황들이 도처에 즐비한 것이 타국 생활이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하나의 이유가 절실해진다. 한국의 민낯이 너무 자세하게 들추어지는 듯해서 따끔거리는 소설이다. 씁쓸한 맛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상황들이 급변하면서 행복한 나라, 살기 좋은 나라가 되지 않으리라는 암울한 짐작이 짙게 깔리게 한다. 빈부격차와 불평등한 사회는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부자와 가난은 더욱 확고한 격차를 드러내는 사회이다. 사회학 도서를 읽을수록 원인과 미래 전망은 더욱 암울해진다.


호주로 떠난 주인공이 있다. 학벌과 소득의 차이가 나지 않아서 살기 좋은 나라로 떠나게 되는 젊은이들이 있다. 노인이 되어도 복지가 잘되어 있어서 미래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나라를 찾아떠나는 이들의 선택과 이유들이 이 소설에 열거된다. 더불어 한국의 미래는 얼마나 살기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을지도 되묻게 된다. 노동인구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청소년들부터 노인들까지 이 사회는 이들의 노동을 필요로 한다. 노동사회에 적합하지 않은 이들을 포함시켜서 사회가 움직이고 있는 것이 한국이다.

난 이제부터 진짜 행복해질 거야. 188


한국이 싫은 이유를 외면해서는 안 되는데 근원적인 해결책은 가동되지도 않는다. 무관심해 보이는 사회가 아파 보일 뿐이다. 개인적인 움직임이 해답이 되고 있는 사회이다. 자구책을 찾는 개인의 움직임과 단호함이 소설에서 감지되는 작품이다. 아우성을 듣지 못하는 2023년이 흘러가고 있다. 희망이 빛나는 청춘들인지도 살펴보게 한다. 함께 생각해 보자고 불러놓는 작가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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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가는 문 - 이와나미소년문고를 이야기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우출판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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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가 꼽은 명작 어린책 50권이 소개된다. 한 인물을 통해서 책을 만나게 된다. 많은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며, 어른들에게도 인정받고 있는 작품들을 만든 미야자키 하야오의 글이다. 책 50권을 고른 사진도 소개된다. 책들마다 글들이 전해지는데 길지 않은 글들이다. 그의 추천글을 읽으면서 호기심이 발동하는 책들도 생겨난다. 추천하고픈 책 50권을 고르라는 제의를 받는다면 심사숙고하게 될 것이다. 자신의 이름을 걸고 출간될 도서인 만큼 추천되는 도서들은 정말 의미에 의미를 더한 도서들이 될 것이다.



50권의 책들은 초등 자녀를 둔 부모에게도 유용한 책들이 된다. 자녀들에게도 그 책을 소개한 글을 보여주어도 좋을 내용이 되어준다. 추천된 도서들을 하나씩 읽어가면서 이 책을 추천한 인물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인물들이 추천하는 책들은 눈길이 한 번 더 머물게 한다. 내면을 흔들어준 책이기에 펼쳐들게 하는 좋은 빛이 되기도 한다.

두 번째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또 다른 글들을 만나게 된다. 작품이 나오기까지의 배경적인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의 아버지 이야기도 들려준다. 시대적인 배경과 상황적인 것을 고려하게 된다. 그 시대에 우리가 있었다면 어떤 생각을 하였을지도 짐작해 보게 된다. 그래서 그의 작품들은 많은 것들을 시사한다. 공감하는 글귀들을 자주 대면하게 된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과 생각을 접은 이 시대에게 저자는 말한다. 카뮈의 <시지프 신화>와 <결혼>에세이의 글귀도 함께 떠오르게 한다. 이 한 권은 저자와 대화를 나눈 것만 같다. 저자가 작품을 시작하기까지 어떠한 노력들이 있었는지도 이해하게 된다. 노력과 생각들을 조금이나마 알아가는 시간이 되어준다.



소중한 책이 한 권만 있으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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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말하기의 모든 것 - 현직 아나운서가 전하는 마법 같은 '스피치' 코칭!
이남경 지음 / 모모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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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기 능력이 무한 경쟁시대에 중요한 능력 중의 하나가 된다. 『오후 네 시』 소설의 장면이 떠오른다. 이웃집 남자가 오후 네 시만 되면 찾아온다. 그는 침묵만을 고수하면서 묻는 말에 짧은 단답형의 대답만을 할 뿐이다. 매일 같이 오후 네시에 찾아오는 그는 이웃과 소통하려는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그에게는 침묵이 더 많이 비중을 차지하면서 이웃사람인 부부를 힘들게 한다. 대인관계는 말을 하지 않고서는 관계가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첫인상도 매우 중요하다. 첫인상을 좋게 각인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많은 것들이 책에서 언급된다. 말을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지 알려준다. 말하기 책은 처음으로 펼쳐보았는데 의외로 좋은 정보들이 풍성하게 전해진다. 알차게 배우고 비교되는 수많은 사례들을 살펴보게 한다. 그리고 어떻게 말을 해야하는지 제대로 배우게 된다.


말하는 직업이 있다. 지금은 말하는 일을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학원도 많은 시대이다. 지금은 다방면으로 능력을 요구하는 사회이다. 이왕이면 말하는 일까지도 능숙하게 해낸다면 기회는 더욱 많아진다. 말하기 능력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대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설득은 가정에서조차도 이루어진다. 개인과 개인, 비즈니스 업무, 연설, 회의, 사업, 친목 등에서도 말하는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꾸준히 연습하면 실력이 늘어난다는 사실도 언급된다. 말하기는 훈련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발성, 호흡, 속도, 억양, 장단, 발음, 강세, 포즈, 얼굴 표정과 시선, 제스처, 태도. 수많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 ...말하기를 배워야 한다." (13쪽)



말 한마디에는 응원과 무시, 평가라는 3가지 의미가 지닌다고 전한다. 말을 한마디하는데 신중해야 한다는 사실을 거듭 확인하게 된다. 특히 비호감 유형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상대방의 선생님 되지 않기, 입바른 소리 하지 않기, 상대방의 선배 되지 않기, 상대방의 리더되지 않기, 역지사지로 상대방의 입장, 처지, 감정을 적극적으로 이해하라고 강조한다. 학교에서 이러한 가르침을 배운다면 세상은 보다 훈훈하지 않을까 잠시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지식을 습득하면서 경쟁과 수직적인 서열에 노출된다. 12년이라는 학창시절에 습득한 것은 우월감과 무시, 자만심과 자괴감으로 점철되면서 과잠바, 대학 서열화, 혐오, 차별을 정당화시키는 사고의 범주에 합리화를 시키는 사회에 살아간다. 하지만 이 책에서도 언급되는 내용처럼 어렵지 않은 것들을 조금만 생각한다면 화합하면서 이해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도 보게 된다. 말하기 수업은 인성을 다듬는 시간이 된다.


선입견과 편견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객관적인 자료 수집, 환경 변화를 받아들여라 51



무대를 장악하는 매력적인 연설법, 즉석 스피치 요령, 부모와 자녀사이의 대화법으로 자존감 살리는 방법, 거절하는 화법, 면접 기술, 피해야 하는 화법, 말을 바꿔서 표현하면 우리의 생각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도 전해진다. 칭찬을 잘하는 방법과 말을 잘하는데 필수 조건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저자만의 경험들이 전해지면서 직접 경험하면서 체득한 노하우도 전달된다. 무수한 노력과 연습들이 있었음을 알게된다. 연령별 감성 스피치와 아리스토텔레스에 대한 내용도 기억에 남는다. 자욘스의 법칙과 객관적이고 세련된 감정적 거리 유지 방법의 예시도 유익하게 전해진다. 말하는 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기대이상으로 많은 정보들을 가득히 전해줘서 놀라웠다. 유익한 배움의 시간이 되어준 말하기 수업이다. 링컨,처칠, 키케로도 발표 불안증을 겪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두려움 실체를 파악하고 이겨낼 수 있는 다양한 노력들을 제안해주는 도서이다. 다듬고 노력하며 연습하는 말하기 수업은 필수조건이 된다.​


다른 사람의 가치관, 습관, 태도를

열린 자세로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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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아 I-II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1
욘 포세 지음, 손화수 옮김 / 민음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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욘 포세 작품은 두 번째이다. 노벨문학상 발표와 함께 출간된 소설이라 더욱 눈길이 가면서 작가를 다시 만나게 된다. 사랑과 죽음이 관조하는 작가의 특별한 시선 끝을 따라가게 한다. 풍경화가가 되고자 독일로 유학을 간 청년이 있다. 작은 섬에서 성장한 그 청년은 가난한 집안의 장남이다. 후원자의 도움으로 그림 공부를 하게 된 청년은 하숙집 침대에 누워있다. 오늘은 지도교수가 자신의 그림을 보는 날이라 서둘러 가야하지만 그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만 있다. 그의 그림을 보고 어떤 말을 듣게 될지 불안에 침식되어 침대에 누워만 있을 뿐이다.

사랑하는 그녀가 있다. 하숙집 과부의 딸을 사랑한다. 그녀도 그에게 머리카락을 보여주면서 연인이라고 확답한다. 하지만 그녀가 그의 방에서 나오는 모습을 본 삼촌이 그녀의 어머니와 상의해서 그를 하숙집에서 내보기로 결정하면서 그의 하루가 이야기가 된다. 반복되는 문장들, 청년의 생각들이 예사롭지가 않다. 그 이유는 서서히 시간의 흐름을 통해서 이해되기 시작한다. 그의 이상한 말에 겁을 먹는 그녀, 술집에서 그의 이상한 말을 듣는 화가들의 모습에서도 느끼게 된다. 그에게만 보이는 하얗고 검은 천이 너울거리면서 그가 나누는 대화의 상대들은 현실적인 인물들이 아니다. 그가 회상하는 과거의 장면들 중에는 원형을 이루면서 앉아서 침묵으로 종교적 모임을 가진 기억이 자리잡는다. 아버지와 나눈 대화들은 그가 지금 술집에서 회상하면서 그를 더욱 깊게 바라보게 한다.


자네 그림이 참 마음에 들어.그림 속에 훌륭한 요소가 꽤 많아.

자네 그림이 참 마음에 들어.

자네에겐 큰 재능이 있어. 188



내면의 빛을 보게 한다. 희고 검은 천은 상징적으로 그의 삶에 깊게 동행한다. 그의 누나가 지켜본 청년의 눈동자에서도 검은색은 깊게 관찰된다. 눈동자가 검게 변하면서 보였던 감정적인 동요와 거친 언행들을 보여준다. 내면에 무엇이 존재하느냐에 따라 인간은 무수히 선함과 악함이 드러난다. 결국 어떤 존재에 자신을 내어주느냐에 따라 현재의 내가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불안과 초조, 의심과 망상에 침식된 청년은 그의 사고를 확고하게 틀안에 가둔 편견과 오해들로 더욱 그를 가두게 된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게 된 그가 생활하게 되는 곳이 작품에 등장한다.



청년이 어린 시절의 모습도 누나의 시선에서 관찰된다. 어린 시절부터 남달랐던 모습과 특별한 모습들이 전해진다. 혼자 있고 싶어하고 이유 없이 눈물을 흘리며 슬픔을 통제하지 못하는 우울한 아이이다. 주변의 상황들을 고려하지도 않고 혼자만의 세계에 독단적으로 존재하면서 가족을 위한 손길도 거부하는 아이이다. 그가 혼자서 바닷가에서 보내는 시간에 그린 여러 그림들을 누나에게 보여준다. 누나를 그린 그림도 보여주면서 표현된 대상을 어떻게 그려냈는지도 작품에서 세밀하게 전해진다. 



그림으로 표현된 작품은 그의 세상이다. 그가 이해하고 그가 보는 세상이 된다. 젊은 날 그린 작품들은 아름다운 그림이었다고 누나는 회상한다. 그리고 정신적으로 아픈 그가 섬으로 돌아와서 그린 그림은 거칠다고 떠올린다. 정신의 상태와 그림은 다르지가 않았다. 내면이 아름다웠던 아이이다. 풍경을 아름답게 바라본 청년이다. 그러한 청년의 그림은 지도 교수에게도 인정을 받는다. 재능을 인정받지만 그는 불안과 초조함으로 나날들을 보내면서 영원히 자신의 세계속으로 갇히게 된다.


검은 눈동자는 희고 검은 천으로 변해 내 입을 향해 다가왔다.

검은 눈동자는 희고 검은 천으로 변해 내 입을 향해 다가왔다.

천이 내 입술을 덮쳤다.

희고 검은 천이 내 입술을 눌렀다.

나는 얼른 이곳에서 벗어나야 한다. 176

천이 내 입속을 가득 채우면 나눈 사라질 것이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내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123

여기 봐!

퀘이커 교인이 술을 마시고 있어! 122



예술을 향한 열정이 가득한 화가이다. 하지만 불안과 의심, 초조함에 침식되는 안타까운 예술가를 보게 한다. 종교가 말하는 빛을 인물을 통해서도 보게 된다. 더불어 화가의 아버지가 말하는 성직자에 대해 토로하는 대화들도 무심하게 지나치지 못하게 한다. 가난한 자의 소를 가져가는 종교와 누나의 배고픔을 이해하고 하루 일과를 마감한 어부가 배를 타고 나가서 큰 생선을 잡아주는 모습은 대비를 이룬다. 많이 가져도 만족을 모르면서 살아가는 이들이 있듯이 나눌 것이 없는 상황이지만 자신의 능력을 이용해서 타인을 돕는 어부의 한결같은 모습은 인상적인 가르침으로 전해진다. 폰 요세의 작품은 그러하다. 크고 위대한 것이 빛이 될 수 있을지 질문한다. 작고 이름없는 한 사람의 선행이 종교가 가진 빛임을 보여준다.



후원자는 작품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같이 공부한 화가들의 존재도 다르지가 않다. 작가는 화가 누나의 하루를 통해서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보여주는 것들이 많았다. 가난의 고달픔과 노년의 고통들이 생생하게 사실적으로 전달된다. 알지 못하는 사실들을 문학을 통해서 알게 해준다. 후각의 마비, 질병의 고통, 살아야 하는 삶의 고난, 가파른 오르막길과 치매로 혼돈스러운 나날들도 사실적으로 전달된다. 남동생의 죽음 앞에서도 그녀는 슬퍼하지 못하는 치매 현상까지도 전해진다. 수치심을 느끼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들이 점철되는 하루가 그려진다. 하루에도 여러 번 신의 부름을 받고 싶어하는 솔직함까지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가난했지만 그녀는 자신에게 자비를 베푼 어부의 수많은 세월들을 회상한다. 그가 아니었으면 그녀와 그녀의 자녀들은 굶어죽었을 것이라고 떠올린다.


침묵을 지키며 착한 척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침묵을 지키며 착한 척만 하는 사람이 아니라

세상일을 이해하고 타인에게 존중받는 사람이길 원했다. 354

생각이 꽉 막힌 사람들,

그들은 스스로를 종교인이라고 부르니까! 361

종교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경이로움과 빛이다. 369



인간의 삶과 사랑, 예술을 향한 열정, 죽음, 종교가 어우러지는 작품이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화가가 원대한 꿈을 이루지 못한 이유들과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타인의 모습들까지도 흐릿하지 않게 전달하는 소설이다. 화가의 머리카락과 턱수염을 잘랐던 빈민가의 그녀의 모습과 화가를 보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서 돌아누운 그의 참담함이 전해진다. 죽음이 목전에 있지만 그들은 사람답게 살기 위해 부여잡고 있는 의지들도 작가는 놓치지 않는다.



작가만이 그려내는 독특한 시적인 흐름을 가진 문장들이 기억에 남는다. 어렵지 않은 문장들이며 자연스럽게 흐르는 문체들에 매료된다. 국교가 있는 나라에서 세례를 받지 않으면 직업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을 대화로 나누는 남매의 고민들도 기억에 남는 장면이 된다. 조롱하는 술집에서의 타인들의 모습, 술을 마시라고 권유하는 술집에서의 사람들의 모습들도 예사롭지 않게 보이는 장면이 된다. 내면의 빛을 가는 길이 고난의 과정임을 소설 속의 장면들을 통해서도 보게 된다. 작가의 작품은 인상적이다. 『아침 그리고 저녁』소설에 이어서 읽은 작가의 작품이다. 희곡도 다수 발표한 유능한 작가이다. 작품을 쉽없이 발표하는 작가이다. 그가 바라보는 세계가 계속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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