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즈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29
빌렘 엘스호트 지음, 금경숙 옮김 / 휴머니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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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머니스트 세계문학 시즌 6의 『식탁 위의 봄날』, 『크리스마스 잉어』, 『은수저』, 『치즈』, 『신들의 양식은 어떻게 세상에 왔나』 5권 중의 한 권에 해당한다. '소중한 것일수록 맛있게'라는 타이틀로 기획된 소설 5권이다. 다섯 작품의 만찬을 한 권씩 만나보도록 기획된 세계문학전집이다. "회사원에게는 거룩한 뭔가가 없지. 그저 맨몸으로 이 세상에 서 있는 인생들인 걸." 글귀가 강하게 책장을 펼쳐들게 한다.

화자 어머니의 죽음과 영면하는 어머니의 죽음을 대처하는 아들의 속내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어머니가 죽음과 싸우고 있는 날 그는 술을 마셨고 취기가 오르면서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실수하지 않기를 희망하게 된다. 죽은 어머니의 모습을 보면서도 슬픔을 몇 걸음 더 물러나 있는 모습을 보일 뿐이다. 친척인 수녀의 모습과 큰 형님의 모습, 몸이 불편하였던 어머니를 돌보았던 누이와 매형의 모습도 몇 걸음 물러난 관찰자처럼 보인다. 직접 어머니를 돌보지도 않았고, 어머니가 홀로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집안에서도 멀찍이 물러나서 갈피를 못 잡는 모습만 보인다. 깊은 슬픔도 전해지지 않는다. 그가 느끼는 만큼만 느낄 뿐이다.



나이가 오십이 코앞인 그에게 찾아온 우연이 사건의 발단이 된다. 회사원으로 살아온 긴 세월과는 대조적인 사업을 제안받는다. 부자들의 모임에 초대를 받으면서 부자들이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된다. 공실과 세입자 문제, 임대료 지체에 대한 불평과 불만들을 듣게 된다.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와 이탈리아 이야기도 듣게 된다. 상공회의소 회장직을 사퇴한 이유와 결혼할 때 재산을 공평하게 내놓았느냐는 찬반 의사 표명도 모임에서 듣는다. 그가 살아온 긴 세월 동안 나누었던 대화들과는 간극이 분명하게 드러나면서 어떤 대화의 흐름에도 호흡을 맞추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모임을 주선하는 집주인이 사업을 제안하는데 돈도 필요 없다는 제안에 솔깃해진다. 치즈 사업 대리점을 제안받으면서 그는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그가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들이 전해진다. "먹는 장사는 망할 일이 없어. 어쨌거나 사람들은 먹어야 하니까." (33쪽)

대리점 사무실을 준비하는 과정들과 달라질 자신의 남은 인생에 대한 희망들로 부풀어 오르게 된다. 하지만 아내와 큰 형님은 그와는 대조적인 반응을 보인다. 계약서를 사인하고 온 그의 모습과 대비를 이루는 아내의 모습부터 떠올리게 된다. 바느질하고 살림을 살아가는 아내이지만 그녀는 계약서를 조목조목 한 문항도 놓치지 않고 읽고 이해하면서 난해한 문항의 의미를 파악하게 된다. "난해한 조항의 의미를 어떻게 간파했는지" (70쪽) "바느질을 했지. 그 모습에는 어떤 엄숙함이 어려 있었는데, 마치 세상에 홀로 서서 좌고우면하지 않고 자기 길을 걷는 사람 같았어." (62쪽) 아내가 바느질하는 모습에서도 깨닫는 것이 스쳐 지나간다. 홀로 자기만의 길을 걷는 사람의 모습을 우리는 너무나도 쉽게 놓치고 있지 않는지 반문해 보게 한다.



부자 모임에서 서로를 소개하면서 자신의 직업이 어떻게 타인에게 인식되는지도 꼬집는다. 묵묵히 살아온 기나긴 세월의 자신의 일은 어떻게 흩어지고 조각나는지 그는 그 모임에서 경험하게 된다. 모임의 자리에서도 그의 위치는 정해진다.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사람일 때와 사업을 시작하면서 달라지는 모임의 자리 위치와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 주는 모임 사람들의 응대하는 모습까지도 예리하게 전해진다. 위선적인 모습들이 모임에서와 사업을 진행하면서 벌어지는 많은 이야기들을 통해서 펼쳐놓는다. "직함이 나 하나의 위선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는 자신과 모든 친구의 위선까지 올려주었다고 생각하는 것이지." (106쪽) 건들거림이 묻어나면서 노동자들을 바보라고 표현하면서 자신은 사업을 시작하였다는 자만심에 녹아흐르는 속내들이 거침없이 전개된다.

치즈 꿈은 기어이 이루어질 것인가?...

건들거림이 묻어났지. 34

저 바보들은 저렇게 살고 있다네.

반면에 나는 비즈니스 세계라는 정글 속에서

내 손으로 열심히 길을 개척해 나가고 있어. 88

치즈 사업이 시작된다. 그의 치즈 사업은 출세의 시작이 되었을까? 허세가 어느 정도 첨가되고 미래의 불확실성에 안전한 미래를 위한 방법도 모색하는 아내와 큰 형님의 도움도 준비된다. 영업할 사람들을 모집하였으니 그의 사업은 승승장구하였을까? 절묘한 순간에 그의 성공은 폭죽을 터트렸는지도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사무원과 노동자를 비교하는 글귀가 인상적이다. 러시아 노동자들이 이룬 것이 무엇인지 상기시킨다. 19세기 작가가 집필한 소설에서 현대 노동자들을 대비시켜보게 된다. 사무원들이 어떻게 대체되고 버려지는지 직설적으로 묘사한 글귀에 섬뜩해진다. 계약직의 용도, 인턴의 용도, 아르바이트의 용도 등을 함께 생각해 보게 한다. 노동자와 부자들의 관점과 삶의 궤도가 대립적으로 묘사된다. 부자들이 돈을 버는 방식과 노동자가 돈을 버는 방식을 펼쳐놓는다.

쓸모를 다하면 가차 없이 버려지는 사회의 노동자의 삶을 보게 한다. 단조로 노래되는 인생의 단면이 연주된다. 부자 모임에서 노동자의 신분을 향하는 멸시하는 분위기도 기억하게 된다. 쓰임을 다하면 어떻게 정리되는지도 계약서의 문항을 통해서 시사하는 소설이다. 자신이 오랜 세월 몸을 담았던 직장의 분위기가 편안했는지 처음으로 인지하는 순간이 찾아온다. 그가 여행한 짧은 사업가의 삶이 변화시켜준 것들이 무엇인지도 보여주는 작품이다. 느껴보지 못했던 것들을 찾게 해준 경험이 치즈 사업이다. 치열하게 포착한 것들이 작품에서 펼쳐진다. 네덜란드 시인이면서 문학평론가이고 언론인인 얀 흐레스호프에게 보낸 편지글에서 "찾고 바라보고, 희망하고 기다린다"라고 말하는 밤의 흔적들을 소설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 치즈 문제로 안 히던 기도를 갑자기 하게 된 치즈 재앙이 무엇인지 흥미롭게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나는 종합해양조선 회사의 노예 신분 51


내 나이가 오십이 코앞이고 30년 동안 종살이를 한 흔적은 당연히 내 몸에 새겨져 있지. 사무원은 고분고분한 사람들이야. 저항과 단결을 무기 삼아 어느 정도 존중을 얻어낸 노동자들보다 훨씬 고분고분하지. 러시아 노동자... 세상의 주인이 되었다고들 하지 않나... 어쨌거나 피의 대가로 얻은 결과이니까. 사무원들은 대체로 전문성도 별로 없는 데다... 하루아침에 뻥 차 버리고 똑같이 일을 잘하면서 싸게 먹히는 다른 사람을 그 자리에 앉힐 수 있지.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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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1채소 - 매일 채식으로 100세까지 건강하게
이와사키 마사히로 지음, 홍성민 옮김 / 레몬한스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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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이상 1인당 연간 의료비 530만원 시대에 채소로 평생 의료비를 버는 고수익 투자에 대해 언급하는 채식에 대해 언급하는 건강도서이다. 아마존 재팬 영양학 분야 베스트셀러 도서이다. 질의문답 형식으로 채소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설명된다. 과일과 채소는 같은 것인지, 채소를 먹으면 다이어트가 되는지, 고기를 맛있게 먹는 방법, 채소 조리과정을 귀찮아하는 사람에게 간편하게 조리해서 먹는 채소식사법도 소개된다.

채소를 먹었다고 착각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투자법으로 접근하는 채식요법이다. 저위험 고수익이라는 투자 방식으로 시작하는 채식법이다. 장기, 적립, 분산이라는 3대 원칙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채소 투자와 3대 원칙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알려준다. 꾸준함이 요구되는 건강식사법이다. 어느 순간 몸이 좋아졌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말하는데 정말 꾸준히 채식위주로 식사하다 보면 달라진 건강을 확인하게 된다. 1년 넘게 꾸준히 채식을 우선으로 식사하고 있기에 많이 공감하는 글귀가 된다. 42일, 6주 동안 꾸준히 채식을 실천하라고 조언한다.



올바른 방식으로 채소를 섭취하라고 조언한다. 시판되는 채소주스의 성분을 확인해야 한다. 지방과 당질이 포함되어 있지 않는지 확인을 요한다. 혀가 너무 달다고 느끼는 것은 몸에 좋지 않다고 설명한다. 당질을 관리하다 보면 단맛을 싫어하게 된다. 디저트 간식들을 카페에서 즐기지 않는다. 카페 음료도 마찬가지이다. 당질 범벅 음료를 피하게 된다. 당분도 조절해달라고 카페 주문할 때도 요구하게 된다. 당질을 관리하여도 건강이 확연하게 달라진다.

채소를 생으로 섭취하라고 조언한다. 여러 영양소를 통째로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하루에 필요한 채소 섭취량은 350g이다. 이에 대한 샐러드 채소량도 예시로 설명된다. 영양제가 채소를 대신할 수 없다는 것도 언급된다. 한 종류 채소만 먹는 것도 좋지 않다. 수입산 채소만 먹는 것도 좋지 않은 이유도 설명된다.



주 1회 채식파가 아닌지도 살펴보게 한다. 과거의 영광 채식파, 기분만 채식파, 한 입 채식파 등이 설명된다. 양과 질이 얼마나 중요한지 거듭 각성하게 하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녹황색 채소, 담색 채소, 버섯류, 해조류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화학물질이 얼마나 건강을 해치는지도 언급된다. 잔류농약과 정자수, 난임 치료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알레르기에 대해서도 함께 설명된다. 식품과 세제, 화장품 등도 화학물질 범벅임을 인지시킨다. 농약과 방부제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채소는 생으로 먹거나 짧은 시간 조리하여야 한다. 수용성 비타민과 지용성 비타민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채소의 색에 따라 영양성분도 설명된다. 6주 투자하라고 강조한다. 생활습관도 관리하라고 한다. 수면의 질 높이기. 물을 많이 마시라고 조언한다. 운동을 습관화하라고 한다. 커피 자주 마시는 사람에게는 물을 더 마시라고 조언한다.



기분 좋은 아침이라고 의식하는 아침을 맞이해야 하는 이유도 설명된다. 아침 햇살 쐬기가 왜 중요한지도 언급된다. 수면 시간 7시간이 강조되는 이유도 연구결과와 관련해서 설명된다. 일상적인 집안일, 산책, 자전거 타기와 계단오르기도 강조한다. 활동강도가 가장 높은 줄넘기와 축구는 10, 계단 빠르게 오르기는 8, 조깅은 7, 등산은 6.5, 빠르게 걷기는 5, 수중 워킹은 4.5, 걷기는 3.5, 가벼운 근력 운동은 3.5, 욕조 청소는 3.5, 청소기 돌리기는 3.3, 요리와 세탁은 2, 요가와 스트레칭은 2.5, 책상에서 업무 보기는 1.5라고 한다. 이 수치는 활동강도 수치이다.

물, 수면, 운동, 채소 투자는 함께 투자해야 하는 좋은 습관이다. 최고의 레버리지가 되는 방법들이 소개된다. 근거 없는 건강 비법에 쉽게 속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일 년 넘게 꾸준히 관리하고 있다 보니 좋은 습관들이 많이 생겨난 것을 확인하게 된다. 그 과정에 읽는 건강도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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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사소한 것들
클레어 키건 지음,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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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소설의 작가 신간소설이다. 아일랜드 공화국 선언문이 발췌된다. 이 선언문 내용은 세계인 모두에게 전혀 낯설지가 않다. 이 선언문을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다시 읽게 된다. 작가가 집필한 소설의 내용과 잘 맞추어지는 선언문인지, 종교인들과도 잘 어울리는 내용인지, 우리들에게도 어울리는 삶인지도 질문하는 작품이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간 12월을 보내면서 요셉과 마리아, 양 두 마리, 동방박사, 당나귀, 구유를 생각나게 한다. 예수와 십자가까지도 두드러지는 12월을 보내면서 종교인의 삶과 향기, 빛을 이 소설에서도 떠올리게 된다.



우리는 어디에서 생활하고 있는지 질문을 계속하게 한다. 주말에는 종교적 생활을 하고 다음 주말이 올 때까지는 바이블을 펼쳐보지도 않는 종교인은 아닌지, 사회적 약자의 삶을 알지만 눈을 감고 등을 돌리며 불이익이 두려워서 침묵하고 외면하는 종교인은 아닌지, 도울 수 있는 상황에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이야? 우리 딸들하고 무슨 상관이야? 우리 딸들은 건강하게 잘 크고 있잖아?" (55쪽) 아내처럼 말하고 있는 위선적인 종교인은 아닌지 질문을 하게 한다.


성경을 일독하면서 펼쳐졌던 것들을 다시금 주워 담는 소설이다. 종교인의 삶이 어떻게 전개되어야 하는지 보여준다. 세상에는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가 있다. 부자와 가난한 자도 있지만 보살펴 주는 가족이 있는 자와 보살펴 주는 이가 없는 자도 있다.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서 부득이하게 임신한 젊은 여자들이 있다. 이들을 외면하는 사회가 이들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착취하고 조롱하였는지 보게 한다. 수녀회의 수녀 모습들과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신부에게도 찾아가지 않는 이유가 두드러지는 작품이다.



종교의 본질은 어디로 사라져 버린 것일까. 빛과 소금이 되는 종교는 어디로 흐트러졌는지 보여주면서 홀로 싸워야 하는 상황에서 두려움까지 감당하는 용기 있는 한 사람을 만나게 된다. 어린 소녀의 가슴에 젖이 흘러나오는 이유, 젖을 먹이지 못하는 이유와 아기를 팔아서 이익을 챙긴 종교인들과 어린 소녀들을 착취한 세탁소의 노동, 추운 겨울 맨발로 걸어가는 어린 소녀의 모습은 모든 것을 대변하게 된다. 한쪽에서는 크리스마스 행사를 한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받으면서 축복을 나눈다. 다른 한쪽에서는 착취와 조롱과 외면으로 무시당하는 어린 엄마들이 있음을 보게 된다. 성직자들과 부자들의 빨랫감의 오물을 모두 수녀회 세탁소로 보낸다고 한다. 착취되는 노동력과 이윤을 챙기는 권력에 침묵하는 것을 활짝 펼쳐놓는 소설이다.


마호가니 가구들과 따뜻한 차를 마시며 케이크를 먹는 수녀원장의 방과 어린 소녀의 모습은 매우 상반된다. 화려함으로 취하는 것들과 고난을 당하는 이들을 외면한 종교인의 모습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게 한다. 추운 날 맨발로 걸어가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계속 주시하게 된다. 우리랑 무슨 상관이냐는 말 한마디의 의미와 수녀원과 충동한 사연을 듣고 걱정하는 이웃의 조언은 현대사회의 모습과도 유사하다. 뒤로 물러나서 눈을 감고 귀담아듣지 않고 침묵하는 사회가 아닌지 예리함으로 조각하는 작가이다. '사랑하라'는 말 말 한마디의 깊은 의중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질문하면서 머뭇거리는 종교인은 아닌지, 용기 없는 사회가 아닌지도 살펴보게 된다.


저녁을 먹고 잠이 들었다가 어둠 속에서 잠에서 깨어 똑같은 것을 또다시 마주하는 것, 아무것도 달라지지도 바뀌지도 새로워지지도 않는 걸까? 요즘 펄롱은 뭐가 중요한 걸까, 아이린과 딸들 말고 또 뭐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종종했다.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는데 어딘가로 가고 있는 것 같지도 뭐가 발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때로 이 나날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44


석탄 목재상 '빌 펄롱'과 '미시즈 윌슨'의 선함이 어떻게 유유히 흘러갔는지 보여주는 소설이다. 소박하게 살았던 미시즈 윌슨이 펄롱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의 어머니의 임신과 펄롱을 키울 수 있도록 허락해 주면서 성장할 수 있었던 기회들을 상기하기 시작한다.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면서 살아온 날들과 자신의 어머니와 어린 소녀의 모습을 같은 위치에 놓고 수녀원이 팔아버린 아기와 자신의 삶을 같은 위치에 놓기 시작한다. 어머니의 삶과 자신의 인생이 지금과 다른 삶으로 전개되었을지 모르는 상황에 미시즈 윌슨이 보여준 단단한 뿌리가 되어준 선택과 행동들을 그도 용기있게 행동하게 된다.


날마다 아래층으로 내려와 요람 속 아기를 들여다보곤 했다는 이야기.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으셨지. 너에 대해 함부로 말한 적도 없고, 네 엄마를 심하게 부리지도 않았어. 93

그분이 날마다 보여준 친절을, 어떻게 ... 가르치고 격려했는지를, 말이나 행동으로 하거나 하지 않은 사소한 것들을, 무얼 알았을지를 생각했다. 그것들이 한데 합해져서 하나의 삶을 이루었다. 그녀가 아니었다면 어머니는 결국 그곳에 가고 말았을 것이다. 그가 구하고 있는 이가 자기 어머니였을 수도 있었다. 그가 어떻게 되었을지, 어떻게 살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120


권력을 가진 종교집단과 홀로 싸워야 하는 상황임을 알지만 그는 자신의 어머니를 보기 시작하면서 용기를 낸다. 단 한 사람의 용기를 위협하는 권력의 위상은 부조리한 상황이 아닐 수가 없다. 성경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모두에게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우리는 이 마을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들인지도 살펴보게 한다. 어느 곳에 서서 생활하는 주변인인지도 거듭 상기하게 된다. 종교의 본질을 잊지 않도록 매일 정진해야 하는 이유를 이 작품을 통해서도 보게된다. 자신의 종교가 제구실을 하고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에 성찬식을 하지만 움직임과 상반되는 마음을 가지고 기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무릎을 할퀴는 한기를 제대로 직시하게 하는 작가이다.



한기가... 묵주기도를 올리려고 무릎 꿇은 이들의 무릎을 할퀴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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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다 예쁜 말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79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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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미 도서상(1992), 전미 비평가협회상(1992)을 수상한 소설이다.'국경 삼부작' 중 첫 번째 작품이며 호평이 쏟아지는 소설이다. 작가의 작품을 처음이다. 세계문학전집은 꾸준히 눈길이 간다. 작가들마다 작품들마다 펼쳐지는 세계가 다채롭고 시선의 끝과 개성을 마주하는 희열에 매번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기 때문이다. ​

멕시코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사건들과 인물들의 슬픔과 인생, 사랑과 모험, 삶과 죽음, 인생에 대한 도전과 욕망들이 펼쳐진다. 카우보이 소년과 친구가 함께 떠나는 모험에서 뜻하지 않은 인연과의 만남과 사건들이 이어진다. 말을 향하는 애정과 사랑으로 이국땅에서 인정을 받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도 하는 카우보이 소년의 여정이 전해진다.



가장 강한 유대감은 슬픔의 유대감이며,

가장 견고한 단체는 비통의 단체이지. 347



삶의 진실이 무엇인지 언급된다. 인생을 시작할 엄두도 못 낼 정도로 삶의 진실을 모르게 한 신의 깊은 의중을 꿰뚫는다. 역사에서 반복되는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도 언급된다. 탐욕의 반복과 피에 대한 욕망까지도 현재까지도 목도하지 않느냐고 작가는 질문을 던진다. 넘쳐나서 끓어넘치는 역사의 과오들이 멈추지 않는다. <스위트홈>시리즈와 <아웃랜드>시리즈에서도 확인하게 된다. 진실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한 해 동안 일어난 일들을 돌아보면서 진실들을 펼쳐놓으면서 제대로 확인한다. 무엇이 진실이었는지 재차 확인하여야 하는 작업들을 하게 된다.



탐욕과 어리석음과 피에 대한 욕망은

역사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네. 349

타인을 완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환상에 불과하다 166

​진실은 하나뿐입니다.

진실은 실제로 일어난 일이지

누군가의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247



젊은이가 꿈꾸는 인생에 대한 희망들은 밝은 빛으로만 구성되지 않는다. 짙은 어둠을 바라보는 카우보이 소년이 집을 떠나는 순간과 다시 돌아온 순간의 차이는 엄청난 이야기들로 가득찬다. 뜻하지 않은 사건과 인물과의 만남이 가져다준 엄청난 진실들이 작품을 통해서 전해진다. 이 소년이 과거를 회상하면서 판사와 나누는 대화는 짙은 그림자 같은 진실이 된다. ​​



글을 읽지도 못하고 쓰지도 못하는 노인이 감옥에서 강요당하는 것과 탐욕의 끝이 보여주는 처절한 여러 인물들과 사건들도 강하게 기억된다. 생과 죽음을 쉽게 간과하는 인류의 어리석음이 펼쳐진다. 경찰과 서장, 교도소, 혁명의 역사가 가지는 어두운 그늘까지도 사건의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들을 통해서 때로는 주인공 인물이 직접 경험하는 처절한 현장 속에서 독자들과 호흡한다.



그는 올바른 세상이 되는데 필요한 무언가가 빠져 있음을 알고 있었고,

그것을 찾기 위해 언젠까지고 방랑할 것이며...38



비단 소설에 머무르지 않는다. 한국현대역사에도 탐욕의 역사는 원형처럼 반복된다. 언론과 경찰의 조합을 지루하게 한 해 동안 목도한 한국의 현주소는 진실을 더욱 선명하게 보게 한다. <파견자들>김초엽 소설의 지하세계의 가짜뉴스와 권력과 진실은 엇박자로 연주되면서 분노라는 감정과 혐오로 연주하는데 이 소설에서도 다르지 않는 경찰과 서장, 교도소가 언급된다. 작가의 시선 끝을 작품에서 만나게 된다. 강열한 여파는 형형해지면서 작가를 향한 무수한 찬사에 공감대를 이루게 된다. ​



아름답고 잔혹한 서부 묵시록이라는 책표지의 문구에 이끌려서 고른 소설이다. 막연하게 짐작한 것보다도 더 짙고, 더 놀랍고 치열하였던 여정이다. 고모할머니가 전하는 사랑했던 사람에 대한 이야기와 그 사람의 최후를 떠올리게 하는 인간의 만행, 교도소에서 겪는 사건들과 어린 꼬마가 마지막으로 전하는 물건의 의미와 그것의 쓰임새, 자신의 어두운 본성들까지도 작품은 놓치지 않는다. ​


나는 신을 느끼고 싶어.

내 집 전체에서 말이야.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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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자들
김초엽 지음 / 퍼블리온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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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에 대한 깊은 관조가 느껴지는 김초엽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이다. 인간이 이루는 집단의 사고의 범주를 바라보게 한다. 자아를 가진 존재와 자아를 잃어버린 존재는 살아도 되는 존재와 죽어도 되는 존재인지도 질문하게 한다. 인간사회를 이루는 집단에게 유해한 존재를 무자비하게 죽여도 된다고 결정하는 집단이 있다. 인간들이 지하세계로 들어가서 생존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이들은 왜 지상의 세계에서 살지 못하는지도 궁금해진다. 그리고 지상의 세계를 보지 못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이 성인이 된다. 이들이 상상하는 지상세계의 아름다움을 어른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이해하게 된다. 노을이 지는 풍경, 별이 빛나는 밤, 바람의 촉감, 새의 지저귐과 눈이 내리고 비가 내리는 계절의 변화까지도 어둠으로 쌓인 지하세계에서는 상상으로만 그려낼 뿐이다.



입양된 아이 태린이 있다. 입양된 아이를 양육한 어른 이제프가 있다. 이제프에게 의지하는 태린은 파견자라는 지상의 세계로 파견되는 직업을 가지고자 한다. 이제프의 전직업이 파견자였기에 태린은 이제프와 같이 파견자로 입무를 수행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제프는 태린의 꿈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많은 말을 하지 않는 이제프의 침묵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파견자로 입무를 수행한 이제프의 지난 사연과 지금은 파견자 업무를 하지 않는 이유를 계속 살피게 한다.

뇌 안에 다른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태린은 이러한 현상을 자신의 뇌에 이식한 프로그램의 오류일거라고 짐작한다. 이상한 현상들이 자꾸만 일어나면서 의심을 하기 시작하는 태린은 이러한 현상을 이제프에게도 말한다. 자아를 잃고 미치는 현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지하세계에서는 강제로 잡아가고 그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범람체라는 지상의 물질에 오염되어 뇌가 오작동하여 미치는 현상을 지하세계사람들은 두려워한다. 범람체를 극도로 혐오하고 분노한다. 이러한 지수가 높은 사람들이 파견자가 되는 조건이 된다. 물론 훈련과 시험준비도 해야한다. 단 한 번만 기회가 주어지는 시험을 준비하는 태린이 있다. 태린은 파견자가 될 수 있을까?

인간 자원을 함부로 낭비하지 않는다.

그냥 버리는 대신 필요한 곳에 소모하려고 하는 것이다.

(파견 본부 입장) 147



지배 당하는 자와 지배하는 존재도 있다. 지배당하면 미치는 광인이 된다. 하지만 서로가 길들이면서 서로를 인정해주는 존재는 지배당하지도 않는다. 상호존재하는 두 자아가 한 육체에 존재하기 시작하면서 범람체들도 인간들도 주시하게 된다. 태린의 몸에는 두 자아가 존재한다. 희귀한 상황에 태린을 생명체가 아닌 도구로만 생각하는 집단의 결정과 파견업무도 예리하게 직시하게 된다. 범람체에 노출되어 인간이 아니지만 유해하지 않는 인간들을 폭탄물로 이용할려는 집단의 이기적인 결정도 펼쳐놓는다. 집단의 결정권자들이 쉽게 결정하는 것에 움직이는 이들의 생명은 하찮은 의미로 남겨진다. 이름없이 사라지는 존재들이 투영된다.

가짜뉴스의 파급효과는 소설에도 등장한다.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존재가 있다. 진실의 라디오 뉴스와 가짜 라디오 뉴스는 다른 파급효과를 이룬다. 현대사회의 모습과도 다르지가 않다. 진실은 감추고 가짜로 대중을 눈가리는 뉴스들은 지금도 조작된다. 살아서 돌아오지 못하는 파견자 3명이 업무지시를 받는다. 이들은 지상세계의 업무내용을 잘 수행하고 돌아올 수 있을까?

아름다운 행성이 우리 인간의 것이 아니라

저들의 것이라니...

지상으로부터 추방된 인간 158



진실을 보지 못하는 삶은 어떤 기분일까? 잔인한 프로젝트의 설계자였던 이제프를 냉철하게 주시해야 한다. 냉담한 성정을 가진 인물이라는 것,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타입이라고 설명되는 인물이다. 지하세계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모습이 상징적이다. 어둠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운명은 아닌지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균류의 등장과 범람체을 이해하면서 <어머니 나무를 찾아서> 과학책이 자주 상기된다. 대기 오염과 해양 오염, 토양 오염은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심각성을 인지못하는 우매한 현대인들의 움직임은 언제쯤 자각하게 될지도 궁금해진다. 심각한 환경오염은 고스란히 우리들에게 돌아온다. 순환되는 환경을 안일하게 생각하는 어리석음을 지금도 목도하게 된다. 먹거리와 숨쉴 수 있는 권리도 박탈당하는 것이 현대사회이다. 지하세계에서 살아가는 것과 다르지가 않은 상황이다. 작가가 던지는 질문들을 하나씩 주워담는 소설이다.

지하의 사람들이 절대 범람체와의

공생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사실. 315

공생의 의미를 태린을 통해서 보게 된다. 지배당하고 지배하는 존재는 결국에는 파국으로 내몰리면서 죽음만이 기다릴 뿐이다. 유일하게 생존한 태린이가 대답해준다. 협업, 협동, 공생을 지긋하게 바라보게 된다. 편협한 사고, 무자비한 인류와 집단이 조명된다. 균류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 조목조목 상기하면서 사랑하고 치유해주면서 다정하게 생태계를 조화롭게 한다는 것을 떠올리게 된다. 환상적인 소설이지만 목소리가 분명한 이야기로 남는 인상적인 소설이다. 평화가 목적이 아닌 조직이 있다. 승리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은 어디에서 생활하는지 보여준다. 그들은 지금도 어둠의 세계, 지하세계에서 생활할 뿐이다.

우리는 전쟁을 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전쟁의 대상을 알지 못한다. 지금까지 우리는 눈을 가리고 어둠 속에서 창을 마구 휘둘러 왔다. 무지했던 창은 오히려 우리 자신을 찌르고 파괴했다. 우리가 싸우고자 하는 대상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이 조직을 설립하려 한다. 이 조직의 목적은 하나다. 우리는 평화를 바라지 않는다. 우리는 승리를 바란다.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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