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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의 집 밤의 집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이옥진 옮김 / 민음사 / 2020년 9월
평점 :
2018년 노벨 문학상 수상작인 『방랑자들』을 통해서 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만났었다. 이어서 『태고의 시간들』 소설도 연이어서 읽으면서 작가만이 가지고 있는 작품세계는 더욱 매력적으로 끌리는 시간들이 되었다. 새롭게 민음사에서 출간된 이 소설은 충분히 머뭇거림 없이 책장을 펼치게 하는 장편소설이었다. 기대감이 높았던 만큼이나 충족되면서 다양한 사적 산책길이 되어준 하나의 작품으로 남는 소설이기도 하다.
점과 같은 저마다의 이야기들이 전개된다. 하나의 이야기를 읽으면 긴 사적 시간들을 가져야만 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점들이 가진 공통점들이 읽고 있는 독자들에게 점차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시점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작가가 작품이 가진 상상력의 진폭에 더욱 빠져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페이지 모퉁이에 사유하면서 느끼는 것들을 메모하면서 소설을 만나게 된 이유들과 읽고 있는 이유들은 더욱 명료해지면서 선명해졌다. 무수히 많은 이야기들이 점묘화 그림처럼 무수히 찍어나가고 있는 작품이다. 그 점들은 선이 되어서 작가가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고자 하는 것들의 메시지를 찾게 해준다.
다른 작품들에서 만났던 작가만의 방식들이 이 작품에서도 독자들에게 질문처럼 다가서는 이야기들이기도 하다. 밝음과 어두움, 낮과 밤, 낮의 집과 밤의 집. 확연한 경계선이 없지만 우리는 그 두 세상 속에서 살아간다. 어떤 집에서 어떤 철학으로 삶을 경작할지, 어두운 밤하늘만 바라볼지, 구름과 별의 움직임들을 예의주시할지도 결국에는 개인의 몫이고 선택일 수밖에 없다.
작품 속에서 놀라워하면서 읽었던 내용들이 상당히 많았다. 그중에서도 <도공들>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도공들의 삶과 일상, 신념들이 전개되었기 때문이다. <도공들의 찬송가>는 매우 상징적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 그 남자와 그 여자>,<그 여자와 그 남자>이야기도 기억에 남는 내용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아파트와 눈길을 끄는 최신 유행의 옷... 그들의 모습에 사람들은 성호를 긋고... (396쪽, 397쪽)
몸에 뿌리를 내릴 수 없는 존재들인 까닭에 그 안에는 하느님이 없었다. 그들은 비어 있었다.(398쪽)
우리가 가장 행복한 사람이 될지 아니면 가장 불행한 사람이 될지. 그건 당신의 능력이오.(413쪽)
세상의 중심은 이제 집과 정원 어딘가가 아니라 저 밖으로, 도시의 특정 장소는 아니지만 그 너머 어딘가로 옮겨졌다.(416쪽)
인간이 가진 어두운 눈의 한계들을 예리하게 짚어주는 작가만의 문장들에 매료되지 않을 수가 없다. 이 작품에서도 전쟁, 수용소, 수용자들을 실험한 독일, 전쟁 후의 혼돈과 정착지를 찾아다니는 사람들, 강추위에 버려진 전쟁 후의 생존된 군인 이야기 등이 등장한다. 피폐해지는 전쟁의 후유증까지도 작품은 놓치지 않으면서 소재가 된다.
별자리 소설이라고 책은 소개한다. 그만큼 등장하는 이야기들과 인물들과 사건들은 무수히 많다. 작품 배경은 폴란드 작은 마을 중 한 곳으로 독자들을 초대한다. 그곳은 현실과 꿈 사이에 멈춰 있는 세상이며 이상하고 비현실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그들이 살고 있는 현실과 꿈, 역사와 전설들이 전해지면서 이야기들은 전개된다. 살고자 하는 의지보다는 죽고자 하는 의지가 더 컸던 여자는 꿈을 꾸게 된다. 그 꿈을 꾼 순간부터 그녀의 건강은 회복되기 시작한다고 작품은 전한다. 다른 이야기에서도 꿈은 계속 등장하면서 중요한 모티브가 되어준다.
나는 내가 볼 수 있는 만큼 많은 세상에서 살 수 있다.(380쪽) 작품에서 대면하는 문장들은 용기와 깨달음으로 빛을 비추어준다. 누구나 실수하고 실패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어떠한 선택을 하면서 질문하고 나아가느냐는 결국 우리의 몫이다. 그 과정에 어떠한 삶을 선택하고 어떠한 장소에서 어떠한 시간들을 여행할지 끝없이 질문해 주는 소설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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