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온실 수리 보고서
김금희 지음 / 창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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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느낌이 압도하는 소설 제목과 다르게 이야기는 다양한 소재들을 매만져주는 소설이라 인상적이다. 김금희 작가 소설 『크리스마스 타일』, 『첫여름 완주』에 이어서 읽은 소설 『대온실 수리보고서』이다. 허구가 실제처럼 감쪽같이 느껴질 정도로 이야기에 홀딱 넘어가는 작품이다.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서도 여러 번 호흡하면서 현실로 돌아와야 할 정도로 몰입도가 높았던 소설이다.

낙원하숙집 주인 문자 할머니의 시간은 어떤 것인지 사뭇 그려보게 한다. 도쿄에서 태어나 8살에 한국으로 와서 양녀로 살았던 시간들과 일본인 어머니와 연락이 닿지 않는 순간부터 어떤 마음으로 살았을지도 떠올리면서 험난한 지난 세월의 사건들을 어떤 마음으로 견디며 살아냈는지 살펴보게 한다. 화자의 중학생 시절 '억울함'을 감지하고 답답한 억울함을 풀어주려고 학교에 찾아온 할머니의 진심과 오랜 세월이 지나도 그때의 화자를 잊지 않고 이야기하였다는 사실도 타인에 의해 뒤늦게 듣게 된다.

낙원하숙집 유리 문고리의 사연과 대온실의 사연이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감지하면서 한국전쟁의 현장에서 살아남은 그 시간의 사건들이 하나씩 화자가 퍼즐처럼 맞추어가기 시작한다. 대온실에 두 아이를 두고 수원에 출장을 간 양부가 돌아오지 않자 벌어지는 이야기와 우연히 목격한 양부가 살해되는 현장의 범인이 누구이며 그가 자신에게 어떤 위협을 가하고 자신이 그를 어떤 방식으로 방어했는지가 전해진다.

문자 할머니의 시간에는 배고픔을 감지한 강화도 생선장수 화자의 할머니의 선의도 함께 한다. 모두가 힘든 하루의 노동을 보내면서도 타인의 고통을 감지하고 넉넉하지 않은 사정에도 타인을 외면하지 않는 찰나가 무심하게 흐려지지 않았음을 화자와 낙원하숙집을 통해서도 보여준다. 엄청난 죄를 감추고 자산가가 된 인물도 등장한다. 뇌물을 받는 자문위원들이 유명 장인들이라는 사실과 공사는 날림으로 하는 무형 문화재 백억 대 자산가에 대한 내용도 예리하게 꼬집는다. 공무원들의 관행까지도 무심하지 않게 펼쳐 보이면서 이야기한다.

억울한 사건에 휘말리면서 자신을 지키지 못하고 그 사건에 갇혀버린 화자의 중학교 시절이 전해진다. 누군가는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고 누명을 씌우지만 진실을 알고 있는 화자는 자신의 많은 것들을 놓쳐버리고 만다. 판도라 상자처럼 열려버리면서 그 사건의 인물들, 사건들이 대온실 수리 보고서라는 업무와 관련되면서 새록새록 화자를 깨우기 시작하는 작품이다.

대혼란의 역사적 사건들이 자신들의 일생을 흔들어 놓는다. 흩어져 버린 인연을 뒤늦게 화자는 찾게 되면서 진실을 하나씩 확인하게 된다. 만세가 역사적으로 얼마나 위험한 의도인지도 보여준다. 리사라는 인물은 여전히 한국전쟁의 위험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습으로 현재를 살아가고 있음을 드러낸다. 경험의 부족은 사고를 갇히게 한다.

가족으로 받아들여준 적이 없었던 낙원하숙집 주인 할머니의 남은 유산을 리사는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생전에 할머니가 그 가족에게서 외로움을 느끼면서도 감추면서 리사를 위장전입하여 강남 학교에 다니게 하였을 노력과 정성을 리사는 어느 정도 느꼈을까. 한국사회가 무엇을 열망하고 중요한 것을 알지 못하는 관행을 뒤따르고 있음을 인물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법무사가 된 법대생이 뒤늦게 자신의 지적 편집증을 자조하는 모습도 기억에 남는다.

낙원하숙집 할머니가 법대생의 이야기를 듣고 전쟁이 일어날 것을 집요하게 준비하였는지도 이해하게 된다. 편중된 사고, 갇힌 사고가 어떤 결과로 인생을 허비하는지 법대생 학생, 하숙집 할머니를 통해서도 엿보여준다. 하숙집 대학생 유화 언니가 언니답게 살아냈다는 것도 소설은 매만진다. 외국 것만 좋아하고 우리 것은 사라지는 한국교육도 매섭게 지적한다.

학교폭력도 매만진다. 국제학교에서 친구들이 벌집 앞에 서게 하여 말을 하지 않는 스미라는 아이, 강남 학교에서 자퇴한 화자의 사연과 수학문제 유출사건도 등장한다. 위장전입하고 필요에 의해 친구로 지내는 리사의 계산적인 모습도 보여준다. 안온해 보이지만 불편하고, 불편해 보이지만 안온한 화자 주변의 이야기들이 오래 기억속에 남을 소설이다. 나답게 살아가고 있는지, 자기 세계가 분명한 사람인지 화자를 통해 진중하게 질문한 소설이기도 하다.

한국 교육이 문제다. 우리 문화의 좋은 건 다 버리고 외국것만 멋지고 폼 나는 줄 안다고 한탄했다. 107


유화 언니는 언니답게 살아냈구나 싶었다. 281

자기 세계가 분명한 사람 - P163

필요해서 친구로 지내는 것뿐 - P103

한국 교육이 문제다. 우리 문화의 좋은 건 다 버리고 외국것만 멋지고 폼 나는 줄 안다고 한탄했다. - P107

유화 언니는 언니답게 살아냈구나 싶었다 - P281

지적 편집증. 뭐가 중요한지는 가려내지도 못하면서 - P279

경험상 만세는 위험한 것이었다 - P309

더 억울해지는 건 그 억울한 일에 내가 갇혀 버리는 일 같아. 갇혀서 내가 나 자신을 헤치는 것. - P317

인간의 시간과는 다른 시간들이 언제나 흐르고 있다는 얘기 얘기지. - P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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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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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의 단편소설집 중에서 <레몬케이크>, <안녕이라 그랬어>, <빗방울처럼>을 읽는 밤이다. 한국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여성의 이야기들이다. <레몬케이크>소설에서는 사보사를 퇴사하고 여행 전문 책방을 운영하는 기진과 칠순의 그녀 어머니가 그려진다. 알코올 의존증을 가진 어머니 선주는 옷과 멋이라는 욕망을 칠순의 나이에도 고스란히 간직한 여성이지만 딸의 시선에서는 어머니의 욕망을 충족시키지 못한 차림새이다.

어머니의 성격은 걸음걸이에서도 드러난다. 앞서서 걷는 어머니와 아버지를 모두 챙겨야 하는 엇박자로 평생을 살아가는 노부부를 챙겼던 딸의 기억과 함께 병원 정기검진을 받고 떠나는 어머니를 배웅한 어느 하루가 전해진다. 시인이며 사진가인 작가를 초대하여 북토크를 준비하고 오늘 행사가 진행될 예정이라 머릿속은 복잡하지만 일정을 계산하면서 어머니의 병원 일정을 하나씩 도와주기 시작한다. 어머니 선주는 딸 기진의 직업을 걱정한다. 돈과 노후를 주제로 딸에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낯설지가 않은 주제이다.

'옷'과 '멋'의 욕망을 드러내는 눈동자 193

'그럴듯한 사람'으로 보이려 한 욕망 196

선주 남편은 파킨슨병으로 요양병원에 입원한 상황이다. 이명과 난청까지 있어서 남편의 인지 기능이 급속도로 나빠지면서 우울함이 깊었다는 사실도 전해진다. 선주도 다르지 않는 이명 증세로 그녀가 남편을 보면서 가지는 오늘의 안도감을 작가는 뾰족하게 그려낸다.

부모의 나이듦의 증세들로 딸은 불편함 없이 생활하도록 병원 일정을 살피면서 영어 알파벳 안내문의 당위성에 의문도 제기한다.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외국어 활자가 누군가에게는 불필요한 불편으로 남는다는 것도 작가는 꼬집는다. 작가의 시선이 무엇을 향하고 어떤 의견을 소설로 말하고 있는지 통쾌하게 마주한 작품이다.

레몬케이크는 부모와도 함께 먹었던 케이크이며 책방 일주년 행사 북토크에도 특별히 준비한 케이크이다. 딸이 사보사를 퇴사하고 책방을 차린 이유를 부모는 어느 정도 공감하였을까. 퇴사를 결정하는 수많은 현대 직장인들의 고민과 갈등의 시간들이 겹겹이 떠오르면서 책방을 시작한 이유들이 하나둘씩 주변에 의해 침범당하는 현실적 문제를 혼자 고민하였을 수많은 시간들이 보였던 소설이다.

좋아하는 작가를 북토크에 힘들게 섭외하고 들뜬 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낸 화자는 예고되지 않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던 북토크 주인공 작가 가족의 부고 소식을 접하면서 오늘 일정은 취소하게 된다. 삶은 예고없이 일어나고 계획에 없는 손실도 감당하기도 하는데 현실 앞에서 경제적 손실과 슬픔은 저울 위에서 가름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되기도 한다. 혼자 준비한 레몬케이크를 달고 신맛을 음미하며 그녀가 살아갈 삶은 레몬케이크의 맛과 다르지 않을 것임을 짐작하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은 작품이다.

자신이 존경하고 사랑했던 문장에 기대 하루를 건넜다 203

<안녕이라 그랬어>소설은 40대 중반 여성은 어머니가 사망한 시골집에서 무직 상태로 생활에 대한 압박감으로 구직하는 상황이다. 외국어 화상수업을 받는 과정에 만난 로버트는 60대 초반으로 항상 진지하게 수업하고 관대함이 돋보이는 인상이라 기존의 무책임한 다양한 외국어 화상 선생님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수업 주제에 맞추어 로버트와 대화하면서 자신을 숨기고 또 다른 타인의 삶을 자신의 것처럼 소개하고 말하였던 화자는 뒤늦게 로버트에게 실존하는 자신을 다시 소개하게 된다. 로버트도 아버지 죽음에 대해 다시 수정하면서 자신을 키워준 아버지였고 좋은 아버지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태어나게 해 준 아버지는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태어나게 한 부모와 키워준 사람들이 다르기도 하고 좋은 어른이 아닌 부모를 만나 성장하기도 한다. 그래서 좋은 어른이었냐는 질문은 모든 사람들을 향하는 질문이 된다. 더불어 우리는 좋은 자녀였는지 되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오늘을 살아가고 버티며 견디며 살아가는 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어른의 모습으로 타인에게 보이는지 아낌없이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 된다.

치열한 전쟁터에서 살아남고 온기를 나누는 타인들이었는지 둘러보게 한다. 안녕이라는 뜻이 다양한 한국어를 짚어주면서 어떤 '안녕'을 말하는 사람이 되고 있는지도 살피게 된다. 슬픔을 언어로 온전하게 전달할 수가 없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언어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의 한계를 작가는 '어쩔 수 없는 누락과 손실, 하찮은 세부 하나하나'라고 표현하면서 전달되지 못하는 언어의 한계와 감정을 매만진다.

이미 많은 걸 잃었다 여겼는데 여전히 잃을 게 남은 삶 속에서 251

<빗방울처럼>소설은 전세 사기를 당한 신혼부부의 이야기이다. 전세 사기 피해자가 스트레스와 과로로 심근경색으로 사망하면서 홀로 남은 아내가 이야기가 전해진다. 의심하지 않았던 삶을 뒤늦게 자책하면서 모든 것을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는 아내가 자살을 계획하면서 자신이 죽은 후 남겨질 사람과 공간을 정리하는 이야기에서 도배 후 낙숫물에서 예고되지 않은 희망을 듣게 되면서 삶을 다시 살아갈 화자를 보게 된다.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타인을 죽음까지 몰아가는 몰지각한 사람들이 안락하게 살아가는 한국 사회문제를 지적한다. 전세제도는 한국에만 있는 부동산 시장이라 없어져야 하는 제도이며 피해자들의 억울함이 구제되지 못하는 사정이 사실적으로 전해진다. 자산 전부를 걸고 전세를 구한 사람들이 법의 효력발생일을 이해하지 못하여 구제받지 못하는 아이러니한 한국 부동산 시장이 고발되는 소설이다.


‘옷‘과 ‘멋‘의 욕망을 드러내는 눈동자 - P193

‘그럴듯한 사람‘으로 보이려 한 욕망 - P196

나의 오늘과 당신의 오늘이 다르다는 자명함... 엄마의 하루와 자신의 하루의 속도와 우선순위, 색감과 기대가 늘 달랐다는 - P214

자신이 존경하고 사랑했던 문장에 기대 하루를 건넜다 - P203

이미 많은 걸 잃었다 여겼는데 여전히 잃을 게 남은 삶 속에서 - P251

그런 일은 ‘그냥‘ 일어난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저 내 차례가 된 것뿐 - P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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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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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웃이 되겠습니다'라는 엘리베이터에 붙여진 인테리어 공사 안내 문구가 눈에 들어온 소설이다. 누군가의 바닥이 누군가에게는 천장이 되는 주택 구조를 가진 아파트는 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배려와 이해가 요구되는 것이 현실이다. 벽면을 공동으로 사용하다 보니 옆집의 생활 소음은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이 아파트이다. 이외에도 아래층의 고함소리와 소란스러움은 위층에까지 울림으로 전쟁을 치르는 아랫집의 소리를 듣는 것이 아파트이다. 이러한 공동체 주거공간에서 인테리어 공사는 많은 거주민들의 동의를 요구받아야 하는 큰 이해관계를 요구하는 것이 현실이다. 오후 시간에 집에서 아이들 학습지도를 하는 직업을 가진 분에게는 큰 문제로 남는 상황이 전개되는 이야기가 <좋은 이웃>소설에서 전해진다.

위층에 새로 이사오는 신혼부부가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상황에 화자 부부는 계약만료로 이사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20대에 가졌던 '사람'을 지키는 사람이 아닌 '재산'을 지키고 싶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에 자본주의의 본질을 자신을 삶을 통해서 직시하는 이야기이다. 이 소설집에서 뾰족하게 솟아오르는 '주류'라는 어휘가 경제적 계급으로 구획되면서 '비주류'의 삶과 '주류'의 삶은 대조적으로 보여준다.

누군가 신혼을 어떻게 어디에서 시작했느냐는 질문을 받은 기억이 떠오른다. 무심하게 대답한 그때의 우리의 신혼집은 그들의 신혼집과는 다르다는 것을 처음으로 이해한 적이 있다. 무엇이 그들과 다른 결과를 가져왔는지 그들은 궁금했고 출발선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한 시간이 있다. 이 소설도 다르지가 않다. 남편의 20대 시절에 책에 밑줄 친 문장을 이제는 폐지로 버려지는 상황이 자본주의와 무관하지 않음을 고발하는 사회문제 소설이다. 영끌하는 젊은 세대의 불나방 같은 투기하는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아낌없이 질문을 던진 묵직한 단편소설이다.

일찍 집을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하여야 하는 무주택자들과 쉽게 신혼집을 자가에서 시작하는 그들과 어떤 간극이 벌어질 것인지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사회문제 소설이다. 집안 가득한 남편 취향의 맥주잔들, 부부가 좋아한 책들은 주거공간을 찾을 수 없어서 정리하는 단계에 이르는 상황들이 전해진다. 곧 이사 갈 집을 새로 구입한 부부가 자신들과 같은 동년배라 헛헛한 기분을 고스란히 드려낸 화자의 심정도 드러나면서 뼈아픈 자각으로 '자신'을 잃어버린 상실감을 뒤늦게 깨닫는 장면은 잊을수가 없었다.

과외수업받는 기태의 질문은 뾰족하다. 의문없이 논술 점수를 잘 받는 기술을 전수하는 화자는 기태의 논술을 읽으며 새로운 자극을 받는다. 세상이 정해준 방식으로 글을 쓰고, 공동체, 이웃, 연대라는 핵심 단어를 무분별하게 정답으로 서술하는 것은 어쩌면 높은 성적을 받는 기술이 된다. 하지만 기태는 공동체, 이웃, 연대를 다 믿느냐고 질문한다. 이것을 믿는 방법은 어떻게 하는 것인지 거듭 질문한다. 이 질문은 우리에게도 믿느냐고 작가는 질문하는 방식으로 남는다. 이웃과 공동체, 연대가 표류하고 있지는 않는지 주변을 살펴보게 하는 다양한 서술들이 펼쳐진 소설이다.

자본주의가 무엇인지 여실히 드러낸 한국소설이다. 자본주의의 문제가 무엇인지 전문가의 책들을 꾸준히 읽었기에 이 소설은 단편적 문제이지만 깊숙하고도 묵직한 자본주의 문제를 보여주기에 부족하지 않았다. 욕망과 욕구로 구분되지만 자본주의는 큰 문제를 외면하지 않는 자세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게 된다.

젊은 시절, 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는데 요즘은 자꾸 '재산'을 지키고 싶어집니다. 불안... 남의 욕망은 탐욕 같고 내 것만 욕구처럼 느껴집니다. 기본 욕구, 생존 욕구...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두에게 떳떳한 선이란 과연 어디까지일까 반문합니다... 잘 살게 되면 우리가 '더' 잘 살고 싶어지지 않을까? 한동안 피하고 싶었던 무겁고 부담스러운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나라면 어땠을까?' 이 시장에서 이익을 본 게 나라면... 깊은 안도감 정도만 느끼지 않았을까 141

<이물감>소설은 이혼한 부부 기태와 희주 이야기이다. 실적 압박으로 은행일을 그만둔 희주는 이혼 후 새로운 일을 시작한 것을 뒤늦게 기태는 알게 된다. 기태에게는 지수라는 이혼녀를 가끔 만나는 정도이지만 그녀를 좋아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이제서야 기태는 깨닫게 된다. 이혼한 희주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곁에 있는 차대표의 식당에서 불안을 자극하면서 만족감을 느낀 기태의 모습도 보여준다.



아무런 감정도 없는 전부인 희주의 곁에 있는 사람 차대표를 의식하고 있는 기태의 모습과 가끔 만나지만 좋아하는지 감정을 살피지도 않고 만나고 있는 기태의 모습은 소설 제목과 너무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희주가 기태가 보낸 식물에 답변조차 없고 인스타그램을 비공개한 이유가 충분히 설명되는 인물이다.


기태가 바라는 건 불쾌가 아니라 (음식을 많이 남기셨던데...... ) 불안이었다. - P186

젊은 시절, 나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는데 요즘은 자꾸 ‘재산‘을 지키고 싶어집니다. 불안... 남의 욕망은 탐욕 같고 내 것만 욕구처럼 느껴집니다. 기본 욕구, 생존 욕구... 자본주의 사회에서 모두에게 떳떳한 선이란 과연 어디까지일까 반문합니다... 잘 살게 되면 우리가 ‘더‘ 잘 살고 싶어지지 않을까? 한동안 피하고 싶었던 무겁고 부담스러운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나라면 어땠을까?‘ 이 시장에서 이익을 본 게 나라면... 깊은 안도감 정도만 느끼지 않았을까 - P141

소설의 주제, 배경, 공동체, 이웃, 연대, 핵심 단어...선생님은 다 믿어요? 이 책에 있는 말들. 그런 걸 믿으려면 어떻게 하면 돼요? 저도 가르쳐 주세요. - P126

901호 신혼부부. 자기들이 산 건 아니겠지? 부모가 해줬나 보지... 주류로 오래 살아온 인상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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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20 01: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4-21 13: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6-04-21 14: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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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 그랬어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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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소설을 통해 처음 작가를 만나 이 책은 머뭇거림없이 구매한 7편의 단편소설집이다. 장편소설보다 긴 시간을 소요하는 것이 단편소설이다. 툭 끊어지는 이야기는 긴 시간 그 작품과 함께 걷게하는 마력을 지닌다. 그래서 기나긴 시간을 부여잡고 곁에 두면서 다음 소설을 똑똑 두드리게 한다. 이 소설집도 그러하다.

단편소설집은 골라서 읽을 수 있어서 제비뽑기하는 기분으로 골라서 읽지만 이 소설집은 처음부터 차례대로 한 편씩 읽어간 시간이다. 7편 단편소설들 중에서 <홈 파티>와 <숲속 작은 집>을 떠올려보게 된다. 반년 짜리 최고경영자과정의 유용성부터 짚어보게 한다. 필요성에 의해 소규모로 모이는 모임에는 각각의 취향과 결을 드러낸다. 새로운 멤버를 초대하고 그들의 기대를 충족했는지 결과를 이루었는지 <홈 파티>는 거침없이 보여준다.

다른 직업군에서 종사하는 이들의 모임에 초대받은 40대 배우 이연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젊은 대표 성민의 제안으로 모임에 참석한 배우 이연은 이 모임에 참석한 이유부터가 설명되면서 모임 회원들이 자신을 향해 드러내는 호의와 호기심을 감지한다. 이들이 나누는 대화 주제와 태도, 사고의 범주가 한 번의 모임을 통해서 고스란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성민이 배우 이연에게 부탁한 자신의 사업의 실체를 감추는 의도도 설명된다. 대화에 등장한 고아원에서 독립하는 아이들이 가장 먼저 구입하는 것의 실체에 대해 이들은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배우 이연은 그 아이들이 그것을 구매한 이유가 무엇인지 자신의 생각을 말한 후 모임에서 일찍 출발하려다가 실수로 파손하는 차 세트에 보이는 오 대표의 표정을 읽게 된다. 배우 이연을 향해 박 원장이 배우치고 참 소탈하다고 말하는 의도까지도 함께 살펴보게 하는 모임이다.

결혼식 하객 대행업, 장례식 문상객 대행 사업을 하는 성민의 사업은 한국사회가 무엇을 추구하는지 고스란히 보여준다. 자신의 사업 실체를 숨기고 포장하면서 이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성민조차도 허상을 쫓는 모습도 고발한다. 이 모임의 실체에서 그들이 보여준 호의와 호기심이 어떻게 본질을 드러내는지, 세상의 주류라고 명명할 수 있는 것인지 질문을 아낌없이 보여준 소설이다.

노동과 근면이 부정당하는 것에 실존이 언급되면서 함박웃음으로 성민을 향한 모임 사람들의 본질적 성향은 거침없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그들의 단단한 세계와 그 너머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비웃고 있는 이 사람들에게서 서늘함이 흐른다. 배우 이연이 깊게 응시한 사람들은 영웅도 세상의 주류가 아닌 '그 나머지'사람들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우리는 무엇을 뚫어지게 응시하면서 살아가고 있는지 거듭 질문하게 하는 소설이다. 이 모임에 있는 그들의 자질 부족, 협소한 사고와 경험을 추앙하는 어리석음이 얼마나 우스운 것인지 확인한 시간이다.

<숲속 작은 집>소설에서 화자가 불편하다고 생각한 매이드라는 어휘는 자신의 어머니가 젊은 날 버티며 살아온 인생이며 지금도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삶이라는 것이다. 남편과 자신의 경제적 간극이 커서 느끼는 것과 실업수당을 받기 위해 대표에게 부탁한 상황의 이유에는 자신을 홀로 키워낸 어머니가 이유가 있음을 알게 된다.

숙소 청소 일하는 하는 외국인에게 팁을 주려고 하는 상황에서 일어나는 이야기와 사라진 자신의 물건에 대한 오해의 실체를 뒤늦게 알게 되면서 그녀가 표현한 고맙다는 말과 들었던 고맙다는 말은 겹겹이 쌓여지는 하루가 된다.



그리스 신화 속 영웅이나 현대의 범인 못지않게 '그 나머지' 사람들을 애정하게 되었다... 나약한 이들을 깊이 응시하게 되었다. 24











맑은 공기가 모든 불편을 상쇄했다. - P67

해가 뜨면 집안을 환기... 청소... 독립 후 자취하면서 생긴 버릇... 좀 더 잘 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P57

그리스 신화 속 영웅이나 현대의 범인 못지않게 ‘그 나머지‘ 사람들을 애정하게 되었다... 나약한 이들을 깊이 응시하게 되었다. - P24

노동과 근면을 미덕인 양 가르쳐온 사회... 저나 제 부모님이 살아온 방식을, 실존을 부정당하는 것 같아서... 억울하고 서운한 마음 38 다양한 사람들과 자주 만나봐야 한다니까. 안 그러면 굳어. - P38

결혼식 하객 대행 업무. 장례식 문상객 대행 사업 - P18

잔을 잃은 서운함, 원망 대신 묘한 만족감... 승리감... 오늘 파티에서 얻을 건 다 얻었다는, 이만하면 괜찮은 계산서가 나왔다는 표정 - P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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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자주 반하는 마음
이에니 지음 / 달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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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하게 지나치지 않은 풍경, 타인의 습관을 미루어 짐작하였다가 훗날 타인이 떠난 후 남겨진 일기장에서 발견된 진실은 더욱 놀라움으로 기억에 남기는 에세이이다. 경험들을 떠올리며 사진과 글들이 어우러지는 에세이 한 권은 시인 이제니 추천도서이다. 쌍둥이의 태어남과 성장, 함께 생애를 살아가고 있는 축복들을 짐작하면서 읽어간 에세이이다.

사진기에 담긴 사진은 시선의 끝을 조각으로 담는다. 그곳에 서서 호흡하고 느껴지는 것을 모두 담아낼 수는 없는 한계를 저자는 글과 사유의 농도로 사진을 설명해 주기 시작한다. 어머니에 대한 기억, 어머니가 매일 기록한 일기와 매일 새벽마다 올리는 새벽기도도 미루어 짐작하면서 뭉클해지는 감동을 받는 모티브가 된다. 한 여인이 매일 새벽마다 새벽기도를 가면서 마음을 다했던 기도들이 누구를 향한 기도였는지는 매일 기록한 일기로도 전달된다. "엄마는 매일 일기를 썼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새벽 4시면 새벽 기도를 가셨다." 28

암 진단과 2년 만에 병상에서 죽음을 맞은 어머니에 대한 기억도 회귀되면서 아내를 떠나보낸 남편이 매일 하루를 어떤 마음과 자세로 살아내어야할지 다짐하는 문장은 뭉클함이 밀려온다. 건강도서에서 스트레스 지수 순위 중에서 배우자의 죽음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 알기에 저자 아버지가 홀로 감당한 시간들을 묵직하게 바라보면서 읽은 기억에 남는 문장으로 남는다. "하루를 살아도 기쁘게 행복하게 살자. 사랑을 다하고 아끼고 칭찬하고 웃음을 잊지 말고 재미있게 살자." 234

결혼한 딸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했으면 한다는 말을 건네는 친정아버지의 따스함도 전해진다. 글과 함께 요리 레시피와 사진들도 만날 수 있는 에세이이다. 요리를 좋아하는 분들에게는 tip이 될 레시피들과 요리들이라 요긴한 책 한 권이다. 모국어가 주는 편안함과 안락함도 언급되면서 외국인 남편이 자신의 모국어인 한국어 공부한 노트와 부부의 사연도 전해진다.

아일랜드 신화와 전설을 모티브로 한 오브제들에 대한 소개와 산속에서 하는 다짐과 결심이 산을 벗어나기도 전에 재빠르게 다시 도시 생활자로 복귀한다는 내용도 인상적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매일 기도하라'는 말씀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또렷해진다. 이른 새벽에 부부가 함께 산에 오르면서 사유한 일상과 질문들도 숙고하는 삶으로 이어진다.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가라는 질문도 명징하게 자리 잡으면서 깊은 숙고의 시간으로 이어진다. 원했던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되돌아볼 수 있는 철학적 시간으로 초대받는다.

안개 사진을 통해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잠시 멈추어도, 잠시 머물러 있어도, 속도가 느려도 괜찮다는 다독거림도 전해진다. 시인 메리 올리버의 글귀 "우리 모두는 각자의 그림자 하나씩을 두르고 산다." (182쪽)와 『불안의 서페르난두 페소아의 리스본 집 3층 전시관을 둘러보면서 "우주처럼 다원적인 존재로 살아라." (224쪽) 글귀도 명징하게 독자들과 호흡한 내용 중의 하나가 된다.

산책길에 나뭇잎과 나뭇껍질, 야생화, 솔방울 등을 들여다보는 저자의 취향에 공감하게 된다. 책에 등장하는 쌍둥이 할머니의 모습과 쌍둥이 자매의 성숙함에 대한 기대도 듬뿍 응원하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은 에세이이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하나의 다짐과 하나의 결심이 몸 안에 쌓여간다. 산속에서 자연과 닮은 새로운 사람이 되었던 우리는, 산을 다 내려오기도 전에 이미 도시 인간으로 재빠르게 복귀한다. - P56

나는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은가. - P90

이른 새벽, 해가 뜨기 전 ... 함께 산에 올랐다. - P88

다정함은 전염성이 강하다. 우리는... 가죽 재킷 차림의 노부부처럼 자연스럽게 손을 맞잡았다. - P215

늘 몇 걸음쯤 뒤처진다. 나뭇잎의 모양이나 나뭇껍질의 질감. 발밑의 야생화나 솔방울을 들여다보느라 멈춰 서기 때문이다. - P46

서두르던 걸음을 잠시 멈춰도 되지 않을까. 안개가 거칠 시간을 재촉하지 않고 - P156

하루를 살아도 기쁘게 행복하게 살자. 사랑을 다하고 아끼고 칭찬하고 웃음을 잊지 말고 재미있게 살자 - P234

엄마는 매일 일기를 썼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새벽 4시면 새벽 기도를 가셨다. - P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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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14 00:1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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