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볼 드라이브 오늘의 젊은 작가 31
조예은 지음 / 민음사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않은 이상 기온을 너무 자주 경험하는 듯하다. 소설에 등장하는 녹지않는 눈이 낯설지 않은 이유가 되어 펼친 조예은 작가의 <오늘의 젊음 작가> 시리즈 중의 한 권이다. 현대인들에게 경고하는 내용들이 암시성이 뚜렷한 작품이다. 녹지 않는 눈은 모두의 삶을 사납게 빼앗으면서 일자리도 잃게 되고 생필품도 부족한 상황이다. 일상의 사소한 행복마저도 소실되고 엄마는 폐암 진단을 받고도 일자리를 구해서 생활을 이어간다.

피부에 닿으면 따갑고 발진이 일어나는 이상 증세를 보이는 녹지않는 눈이 암시하는 의미가 묵직하게 흐른다. 순환되는 자연이 결국 인간 사회를 위협하면서 모든 것이 위태로운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혼돈과 절망이 멀게 느껴지지 않는 예감마저 직시하게 된다. 인간이 만들고 자연에 배출한 미세플라스틱을 어류들이 먹고 어패류가 고스란히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녹조현상이 있는 호수의 공기를 호흡하면 발암 원인이 된다는 것까지 떠올리게 된다. 녹지 않는 눈으로 뒤덮인 버려진 도시에서 살아가는 노동자의 삶까지도 조명한다.

경제 성장만을 외치는 것이 현답인지 매서운 질문으로 시작하는 소설이다. 멈추지 않는 공장의 기계에 사고로 죽음을 당하는 산업재해 노동자도 여전히 반복되는 것이 현실이다. 해당 회사 관련자와 노동자, 대통령이 함께 하는 소식이 어떤 결과와 변화로 이어질지 귀추를 지켜보게 된다.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기업 목록을 기억해야 한다. 반복되는 노동자의 죽음에 기업이 무시한 노동자 생명이 있었다는 것과 소설에서 엄마가 폐암이 걸린 이유는 정당한 것인지 질문을 하게 된다. 더불어 엄마의 죽음을 앞당긴 직장에 자식이 취업하게 되는 악순환까지도 소설은 매만진다.





폐암이 직장 노동자에게 확률이 높은 이유를 한국 사회에서도 살펴보게 된다.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로 뒤범벅이 되어도 경제성장을 외치는 권력자들의 단호함에도 의문을 제시하여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환경을 생각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혁신적인 사고를 지닌 사람들이 더욱 절실해지는 시대이다. 폐암을 일으키는 환경파괴 주범을 향한 결단있는 의지가 필요해진다. 개인의 노력, 사회적 노력, 국제적 노력이 필요해진다. 누군가는 확고한 의지로 미래의 환경을 위해, 자녀들의 미래를 위해 지금 노력하는 분명한 발자국을 남기는 움직임도 드러내는 시대이다.

성실한 부품이 되어 소모되지 않도록 무관심하지 않는 의지가 절실해진다. 노동의 권리를 지켜내고 불공정한 사회를 무기력하게 수용하는 자세가 아닌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도록 관심을 가지는 노력이 필요해진다. 소설과 작가의 이야기는 이러한 사회를 향한 목소리를 웅장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모순을 파악하는 힘이 소설을 읽는 독자의 힘으로 전가된다. 1% 부자들을 위해 일하는 99% 노동자들이 고심하면서 읽고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이다.

새엄마가 보여주는 모습이 인상적인 소설이다. 강아지 하루의 환영을 믿어주고 함께 산책하는 새엄마의 모습이 그러하다. 반면 아버지의 모습은 새엄마와는 대조적이다.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아버지는 새엄마에게도 다르지 않는 모습을 드러낸다.

돌아갈 곳이 없다고 말하는 모루의 공허함의 원인에는 이모가 존재한다. 이모는 힘없이 무너지지 않는 모습으로 가족을 위해 노력한 인물이었는데 이모의 실종으로 모루가 느끼는 상실감과 이모를 찾을 거라는 희망이 존재한다. 살만한 세상인지 계속 질문을 던지게 하는 소설이다. 참을 수 없을 극도의 고통이 존재한다면 살만한 사회, 좋은 세상은 아닐 것이다. 제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계속 주시하고 눈흘김을 멈추지 않아야 하는 이유까지 찾게 만드는 소설이다.


우리는 하루하루 주어지는 식사와 침대에 만족하며 성실한 부품이 되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 P9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환자 혁명 - 약과 병원에 의존하던 건강 주권을 회복하라
조한경 지음 / 에디터 / 2017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비만, 관절염, 골다공증, 암 등 대부분은 환자 스스로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고칠 수 있다고 소개글에서 강조한다. 최근 발가락과 어깨통증으로 정형외과를 진료를 받고 어깨통증은 1년이 되어 완전히 완치된 것을 경험하고 있다. 병원치료보다는 어깨운동과 자세교정, 등운동을 최우선으로 실생활에서 자주 운동하였다. 신기하게도 1년이 되니 전혀 통증이 없어졌다.

발가락통증은 2주 전 관절염이라고 설명을 듣고 5일 약 복용 후 꾸준히 걷는 자세, 생활습관, 찜질, 착용하는 신발까지도 변화를 주었더니 놀랍게도 통증도 사라지고 일상으로 돌아온 것을 경험 중이다. 무엇이 문제였는지부터 돌아보면서 바꾸고 노력하였더니 통증도 사라진 것을 경험하게 된다. 환자의 의지가 얼마나 적극적인지가 중요해진다. 골다공증은 없지만 뼈밀도 관리가 경계선에 있다는 설명을 듣고 운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암 예방법인 기능의학이 전해진다. 암환자들이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마음 다스리기이다. 긍정적인 마음, 표현하지 않는 생활습관이 암 발병 위험을 증가시켰음을 인지한다. 느긋하게 생활하라고 조언한다. 속마음을 표현하라는 내용도 중요하다. 환경과 상관없이 표현하는 것이 왜 중요한지 암환자들의 생활방식을 살펴보면 이해하게 된다. 암예방 기능의학을 실천하고자 재독하는 무더운 여름날이다.

세로토닌은 뇌에서 사용되지만 만드는 곳은 소장과 대장이다. 장이 건강해야 한다. 최고의 수면을 많은 연구학자들이 언급하는 이유이다. 배고픔을 느끼는 꼬르륵거리는 시간을 기뻐하면서 생활한다. 오늘도 배고픔을 느끼며 나를 사랑했는지 칭찬하면서 생활하게 된다. 장건강은 더욱 중요해진다.

단백질 섭취 후 3시간 후 전분을 섭취하고 전분을 섭취한 후 2시간 뒤 단백질을 섭취하라고 조언한다. 매번 다른 음식을 먹으라고 조언한다. 소량씩 주문하고 요리를 하는 습관이 중요해진다. 아침에는 과일, 점심에는 탄수화물을 식사하며서 복잡하게 소량을 섭취하라고 한다. 저녁은 단백질을 섭취하는데 가장 적게 식사하라고 알려준다. 과일은 식사하기 30분 전에 섭취하고 후식과 일은 좋지 않다고 언급한다. 꾸준히 실천한 것들이 있어서 잊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된다.

암을 예방하려면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을 바꾸라고 조언한다. 복강경 수술을 하고 4년 차에 들어서면서 자신감과 만족감이 상당하다. 달라진 생활방식과 사고방식들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음을 확인시켜준다. 제한하는 음식, 제한하는 습관들이 분명해졌고 지금도 단호하게 섭취하지 않는 탄산음료, 아이스크림, 과자, 색소가 들어간 음식, 화학제품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염색, 펌도 하지 않고 천연재료를 선호하면서 생활한다.

갑상선암의 과잉 진료과 전립선암과 갑상선암은 생존율이 100%라는 사실도 전한다. 암을 치료하는 순서가 명시된다. 성격과 스트레스 관리가 무엇보다도 최우선 순위이다. 더불어 깨끗한 음식을 먹고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라고 조언한다. 의사들이 새로운 신약과 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의료과실로 사망, 약물 부작용으로 사망, 제약회사의 로비가 극심하다는 사실도 언급된다. 통찰하면 보이는 것들이 많아진다. 건강도 다르지가 않다.

항생제를 복용하라. 사회 전체의 건강을 위해!

항우울제를 복용하라. 사회 전체의 정신 건강을 위해!

아이들에게 분유를 먹여라. 모유는 수준 미달이기 때문에!

이 기사는 검열... 이 노래는 금지곡... 334

생활습관. 사고방식을 바꿔야 / 암 - P273

항생제를 복용하라. 사회 전체의 건강을 위해! 항우울제를 복용하라. 사회 전체의 정신 건강을 위해! 아이들에게 분유를 먹여라. 모유는 수준 미달이기 때문에! 이 기사는 검열... 이 노래는 금지곡... - P334

느긋하고 속 표현하면 된다. 환경이 상관없이... 환경에 지배되면 암 발병 위험이 증가 - P11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89개의 말·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
밀란 쿤데라 지음, 김병욱 옮김 / 민음사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 


밀란 쿤데라 소설들을 좋아한다. 아직도 작가의 작품들을 모두 읽지는 못했지만 『농담』,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무의미의 축제』를 읽었기에 신간으로 나온 작가의 두 글은 머뭇거림 없이 펼치게 된다. 특히 밀란 쿤데라를 찾아서』를 읽었기에 작가가 번역본의 해석을 흡족해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대대적인 수정을 하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언어가 제대로 번역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얼마나 작가에게 큰 상실감이었을지 충분히 짐작하면서 『89개의 말』이라는 밀란 쿤데라의 개인 사전이 탄생하게 된다. 작가가 중요시한 말, 골치 아프게 한 말, 애착하는 말들을 모은 개인 사전이다.

막연한 마음으로 펼친 89개의 말에는 작가가 전하는 분명한 고유성을 지닌 언어라는 사실을 확인시킨다. 죽음을 상기시키는 푸르스름한 어휘와 존재와 비존재를 떠올리게 하는 문장을 담는다. 이 문장은 어떤 내용 중에 등장한 언어인지 사뭇 궁금해지면서 작가 책 릴레이 독서 목록에 추가시키게 된다.



작가가 기록한 언어 사전들은 가치성이 부각되면서 작가의 작품들과 함께 호흡하도록 이끈다. 특히 소설의 의미와 함께 작품들이 전개하면서 독자들과 함께 호흡하고자 했을 작가의 고뇌까지 충분히 전달되기까지 한다. 작가의 시선 끝에서 달아나는 몇몇 정의들이 소설 작품에서 무엇이었는지 짚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소설을 통해 깊숙하게 오랫동안 응시한 작가의 정의가 얼마나 긴 시간 이야기되었는지 재독의 시간으로 이어지게 한다.

존엄에 대한 부질없는 욕망을 가진 사람을 죽은 사람이 가지는 부질없는 욕망임을 강조하면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중절모에 대한 설명이 소개되면서 읽었지만 다시 읽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작가의 여러 작품들과 함께 작가의 89개의 말을 곁에 펼쳐놓으면서 읽으면 또 다른 독서의 맛이 될 거라는 기대감에 부풀어 오른다. 언어가 비슷하게 보이지만 의미는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어리석음을 설명하는 사전 내용에서 더욱 그 차이는 부각된다. 적절한 언어로 번역이 되어야 하는 이유, 번역본이 얼마나 부실한지 언급하는 작가의 의중이 전달된다.



밀란 쿤데라 작가의 아버지가 인간 존재 자체에 내재하는 어리석음에 대해 말하는 장면, 음악의 어리석음을 말하는 내용도 인상적이다. 피상적이지 않고 깊게 조우하게 하는 언어들의 향연이며 철학적인 사유로 이어지게 하는 내용들이라 긴 시간을 공들이고 숙고하게 하는 89개의 말을 만난 소중하고도 의미 깊은 책 한 권이다. 부조리한 것과 어리석음을 혼동하지 않도록, 본질적인 것과 중요한 것을 혼용하지 않도록, 절대적인 것을 완전히라고 번역되지 않아야 하는 이유가 설명된 작가의 사전이다.

프라하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였는데 <프라하, 사라져 가는 시>를 통해 작가가 설명하는 각주의 글까지 빠짐없이 읽으면서 프라하와 체코를 미비하지만 이해하게 된다. 소국과 대국의 문화와 역사, 숨기고 있는 대국의 의도까지도 충분히 감지하면서 읽을수록 작가가 평생 간직한 체코와 문화적 자부심을 프란츠 카프카의 독창적인 작품성과도 접목하면서 더 조밀하게 이해한 글이다.

소설은 본질적으로 형이상학에 손을 대는 것인 만큼, 형이상학적인 말들(절대, 본질, 존재 등)은 인용될 권리가 있다. ‘절대적으로‘라고 해야 할 것을 ‘완전히‘라고 하거나, ‘본질적인‘을 ‘중요한‘이라고 하거나, ‘부조리한‘을 ‘어리석은‘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 P19

인간 존재 자체에 내재하는 어리석음
- P23

"마치 죽은 사람이, 존엄에 대한 부질없는 욕망으로, 엄숙한 순간에 맨머리로 있고 싶지 않았던 듯이"...중절모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전체를 관통한다.
- P25

정의 / 소설은 종종, 달아나는 몇몇 정의를 오랫동안 추적하는 일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 P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녀장의 시대
이슬아 지음 / 이야기장수 / 2022년 10월
평점 :
품절




날씨와 얼굴』, 『가녀장의 시대』는 이슬아 작가의 작품으로 더 다가서게 한다. 이 소설은 강열한 잔상을 남겼고 쉽게 지워지지 않는 큰 획을 긋는 내용을 담는다. 가부장 시대가 절대적이라고 지금도 흔들리지 않는 확고한 신념을 고수하는 가까운 지인들을 떠올리면서 시원한 내용을 가득히 담아낸 작가의 소설이라 개운한 맛을 느끼면서 읽은 작품이다.

백화점의 약속한 사람을 기다리면서 청소 노동자들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검은 머릿수건, 검은 작업복을 입은 남녀 청소 노동자들의 움직임은 분주하고도 조용하였다. 수많은 인파가 오가는 핫플레이스에서 그들의 노동 덕분에 아주 쾌적하고 깨끗한 환경이 유지되고 있었다. 반면 식당가의 직원들은 밝고 깨끗한 옷차림으로 고객들의 눈에 띄는 복장을 하면서 서비스를 하고 있었다. 두 노동자들의 작업복은 확연한 차이를 드러내면서 암묵적인 노동의 가치를 드러내는 것을 이 소설의 어머니의 가사노동의 가치와도 연관성을 떠올리게 된다.

가부장 시대의 여성의 노동은 놀고먹는 여자로 임신과 출산, 요리, 설거지, 청소, 빨래, 육아 돌봄 등 모든 가사 노동은 무가치로 치부된다. 현대사회는 맞벌이 시대이지만 여성은 임신, 출산, 양육, 요리, 수많은 집안일을 남편과 어떤 분배를 하고 협의했는지가 궁금해진다. 작가는 이 소설을 통해 가사노동의 가치와 요리라는 고유성의 가치를 조밀하게 들여다보고 들추어낸다. 같은 요리이지만 누군가의 요리 솜씨는 고유성과 절대적 가치를 내포하면서 경제적 가치를 부여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하찮은 가사노동자, 하녀와 다름없는 가치로 여성의 수많은 삶과 노동을 뒷마당으로 밀어버린 것이 누구였는지, 그들이 지금도 고수하고 있는 절대적 가부장의 시대는 지금도 고수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질타하는 유쾌하고 시원한 소설이다.

시원시원한 큰 파도가 되어 여름을 강타하는 장편소설이다. 모부라고 명명하는 작품의 의미, 가녀장의 의미는 자신의 위치를 되찾고 가치를 부가하는 소설이다. 가부장 시대의 관습에 아직도 길들여지고 의심하지 않고 답습하는 삶을 고수하고 있는 이 시대의 현대인들에게 시원한 맛을 선사하는 소설이다. 딸에게 선물하고 아들에게 선물하면서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누면 좋을 이야기이다. 평등이라는 의미가 가정에 어느 정도 흐르고 있는지 둘러보게 하는 소설이다. 요리는 누가 하는지, 요리를 누구와 함께 하는지, 살림은 모두가 하고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공평하고 평등한 사회로 나아가는 것이 지대한 목표가 되는 작품이다. 누군가는 안락하고 누군가는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가는 사회는 불공정한 사회임을 드러내는 것이며 불공평한 가족임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 우리 사회는 얼마나 불공정하고 불평등한지 차분히 둘러보게 하는 소설이다.

마감이 있는 삶도 있지만 마감이 없는 삶에 대해서 작가는 직시한다. 누군가의 노동은 휴식과 자유가 존재하지만 누군가는 오늘도 계속되는 노동을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슬아라는 딸은 낮잠 출판사의 대표이다. 그리고 직원으로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고용한다. 월급과 상여금도 지급되며 서로 존댓말을 사용하는 회사이다. 수직적인 구조의 회사이지만 일반적인 회사와 다른 존중이 흐르는 회사라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슬아 어머니는 대학에 합격하고도 가난해서 등록금을 납부하지 못하여 입학이 취소된다. 이어진 어머니의 사회생활, 결혼과 며느리의 삶이 조명된다. 수많은 여성들이 가난이라는 이유로 기회를 박탈당하는 시대가 있었음을 상기시킨다. 영특하지만 딸은 교육받을 기회를 잃고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교육을 받는 시대적 상황까지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주어진 삶에 반기를 들지 않고 슬퍼하지도 않았던 어머니는 깊은 속내를 딸은 헤아린다.

슬아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 이유도 전해진다. 문학을 좋아했지만 떠나보낸 아버지와 대조적으로 딸인 슬아는 문학을 힘껏 붙들고 있다는 사실도 직시하게 된다. 좋아하는 것을 떠나보내는 것과 힘껏 붙들고 살아간다는 것은 확연한 차이를 드러낸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는 것은 즐거움이 뒤따른다. 힘겹고 고충이 있을지라도 좋아하는 일은 나만이 즐기는 기쁨이 되기 때문이다.

노브라를 반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등장한다. 선생님이 학생을 때리는 폭력, 선배가 후배를 향한 폭행이 등장한다. 식당 일을 하는 노동자를 향한 정확한 호칭이 없는 사회에 대해서도 직시한다. 아들에게만 집을 주는 한국 사회에 대해서도 매섭게 질타한다. 잘못된 관습들을 고수하는 사회에 시원한 파도 같은 매서움을 던진 소설이다. 갑갑하게 쌓여있던 것들을 시원하게 대신 쏟아내주는 소설이라 좋아하는 작가이다. 더불어 『날씨와 얼굴』 책 내용들까지도 오버랩하면서 작가의 진중한 목소리와 라이프 스타일을 다시 상기한 시간이다.



식당 일도 엄연한 노동인데 왜 그 직업에 대한 정확한 호칭이 없을까?
- P263

웅이가 훌훌 떠나보낸 문학을 슬아는 힘껏 붙들고 있다.
- P53

바꿀 수 없는 일에 관해서... 그게 진짜로 못 바꿀 일인가? 너무하다! 왜 아들한테만 집을 줘?
- P272

잘하는 일과 못하는 일을 가리지 않고... 할 수 있는 일이 아주 많아진 사람
- P52

부엌일하는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것에, 언제나 실패했지... 자신이 가부장의 실패를 반복했다고 느낀다.
- P234

계속해서 서로를 살리는 당신들
- P108


댓글(1)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5-07-25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아해요. 뭔가 좀 통쾌하달까 그러면서 유쾌한 소설이었거든요. 날씨와 얼굴은 안 읽어봤는데 구름모모님 덕분에 그것도 읽어야지 하게 됐네요.
 
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일 히틀러 시대가 배경인 중편소설로 16살 두 소년이 나누는 우정과 삶과 예술, 철학에 대한 대화들이 얼마나 진지하였는지 짐작하게 된다. 아버지가 의사이며 유대인인 소년이 즐겼던 취미와 우정이 시대적으로 급변한 위급한 상황에서 이들 두 소년이 어떠한 현실적 위기를 마주하고 어떤 상처와 실망을 하였는지 보여준다.

청소년인 두 소년이 함께 나누었던 시간에는 우정과 더불어 진지한 대화들이 이어지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떤 목적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살 것인지, 인류를 위한 삶을 추구할 것인지에 대한 대화들이 이어진다. 어떻게 하면 자신들이 추구하는 삶을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의 것인지도 진지한 대화로 이어지는 친구관계이다. 이들이 나누었던 대화가 교착하면서 추구한 삶은 어떤 인생으로 이어졌는지도 소설에서 만나게 된다.

두 소년에게 히틀러와 무솔리니는 어떤 존재였는지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시대적인 큰 획을 그었던 전체주의가 이들의 삶에도 커다란 폭풍을 남기게 된다. 유대인이었던 소년이 파시즘과 독재주의에 의해 어떠한 집단적 폭력을 경험하며 위협을 감당하였는지도 소설은 이야기한다. 가장 가까웠던 우정을 나눈 친구가 자신을 친구의 부모님에게 소개하지 않았던 모습을 경험하면서 전체주의가 휘갈기는 매서운 실상이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한다.


유대인을 향한 혐오와 차별, 집단적으로 가학하는 혐오의 표출이 비인간적인 방식으로 서서히 공포로 소년의 가족들에게도 다가오게 된다. 학교에서 경험하게 되는 교사의 편협한 유대인을 향한 혐오와 파시즘, 전체주의는 학생인 유대인들에게도 가감 없는 폭력으로 전가된다. 교사란 무엇인가. 어떤 자세로 학생들에게 교육을 책임져야 하는지 질문을 하게 된다. 기우뚱한 사고로 편협한 교육을 강행한다는 것은 얼마나 위험하고 위협적인 폭력인지 학교와 교사를 통해서도 보여준다. <>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에서 등장하는 내용 중에 우리가 너무 쉽게 믿어버린 것들이 열거되는데 이 소설의 교사와 독일인 소년의 부모의 모습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숏폼이 성행하는데 잘못된 정보가 넘쳐나는 것을 목도하게 되면서 거짓 정보, 거짓 뉴스를 쉽게 믿어버리는 대중의 어리석음까지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종교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폭력적인 방식을 동원하면서 사회를 무력하게 만들려고 하였던 한국 사회의 사건들도 함께 떠올릴수록 파시즘, 전체주의가 얼마나 폭력적인지 소설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소년들은 히틀러와 무솔리니를 덧없고 우스꽝스러운 인물들이라고 명명하면서 훨씬 중요하고도 영원한 의의가 무엇인지 직시하는 깨어있는 모습을 보이는 명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삶을 매일 논의하고 고찰하였을 그날의 시간들을 중편소설로 전하면서 이들의 우정이 어떤 계기로 흩어지고 세월이 지나면서 어떤 만남을 가지게 되었는지도 소설은 이야기한다. 유럽 사회를 크게 흩어놓았던 전체주의, 파시즘은 현대사회에도 잔존하면서 존재를 드러내는 것을 사건들과 여러 인물들의 통해서 목도하게 된다. 평화주의자에게는 전체주의, 파시즘의 폭력성은 용납되지 않고 많은 국민들이 이들을 향해 등을 돌리는 사태도 한국 역사에서도 경험하고 있음을 보면서 히틀러와 무솔리니를 추앙하는 우스꽝스러운 집단이 누구인지도 거듭 확인하면서 읽은 소설이다.

유머스러운 인물들의 폭력성보다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목적은 무엇인지, 누구의 이익을 위해 살아야 하는 것이 진정한 질문이며 철학이라는 것을 두 소년이 나눈 대화를 통해서 정리하게 된다. 프랑스, 이탈리아 청소년 필독서이며 일본 학교도서관협회 선정 추천도서이다. 일본과 프랑스, 이탈리아가 청소년과 학교에서 선정한 이유까지도 고찰하게 된다. 그 무엇도 우리의 우정을 방해하지 못했다는 문장과 이들이 경험한 역사성은 짙은 그림자가 분명하게 남는 소설이다. 지금 두 사람이 어떤 삶을 추구하며 살았는지가 중요해진다. 더불어 우리의 삶도 정주행을 하고 있는지 더불어 질문을 아낌없이 던지는 작품으로 남는다.

그는 1932년 2월에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 (첫문장)

그 무엇도 우리의 우정을 방해하지 못했다. 61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무슨 목적을 위해? 우리 이익만을 위해? 인류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해야 이 잘 안 되는 일가장 잘 할 수 있을까? 70


우리의 대화는 교착 상태로 끝났다. - P69

삶을 어떻게 ...매일같이 논의했다. - P70

어떻게 하면 삶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을지 배우는 것...히틀러나 무솔리니 같은 덧없고 우스꽝스러운 인물들보다 훨씬 더 중요한, 진정하고도 영원한 의의라는 문제가 있었다. - P62

모든 것에 평화로움과 현재에 대한 믿음과 미래에 대한 희망의 느낌이 배어 있었다. - P57

근원 가까이에 깃들인 것은 그곳을 떠나길 꺼려하는 법이니 - P13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