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본행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지음, 전은경 옮김 / 비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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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함에 길들여진 삶의 여정과 갑자기 찾아온 알 수 없는 열정을 멀리 보내지 않은 용기를 선택한다는 것을 곰곰이 살펴보게 하는 소설이다.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자신이 의심조차 하지 않았던 익숙한 직업, 삶을 갑자기 뒤편으로 넘겨버리는 단호함과 용기를 보여주는 인물이 있다. 우연히 다리 위에서 마주친 여자가 남긴 이마 위의 전화번호 숫자를 지우지 않고 자신의 수업시간에 들어간 선생님에게 찾아온 사건들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서점에서 구입한 책의 저자의 글을 번역하면서 읽고 리스본행을 과감하게 감행하는 그의 선택에는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는 자력을 느끼게 되면서 그동안 그가 꾸준히 구축했던 라이프 스타일에서 예측할 수 없는 리스본행 여행임을 알게 된다. 주인공인 선생님이 의심조차 하지도 않았던 그만의 삶의 구축을 흔들어 놓은 것과 발길이 향하는 리스본에서 그가 찾아간 책 속의 저자의 삶은 과연 어떤 것이었는지 하나씩 마주보게 되는 여정이 된다.

책을 집필한 저자는 의사이다. 출간을 한 사람은 그의 여동생인 간호사였고 파란병원이라는 건물을 찾아가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책의 저자를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을 가지게 된다. 삶의 궤적을 일탈하는 용기, 알 수 없는 호기심에 이끌려 단단한 안전한 궤도를 이탈하는 그의 여정에서 무모함과 기대감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리스본으로 향하는 여정에서 만난 수많은 인연들이 보여준 태도와 말, 삶까지도 무의미한 것들은 하나도 없었다. 전혀 다른 삶, 모양새로 살아가는 그들의 인생들의 아주 작은 단편적인 흔적이지만 그들과 나누는 대화, 그들의 기나긴 삶의 흔적들에서도 허투루 버릴 흔적들은 없었던 소설이다.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관찰하며 기억하느냐에 따라 깨닫는 것들도 무수히 많아진다는 것을 소설을 통해서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단단한 갑옷 같은 하나의 사람이 갑자기 여행을 다녀와서 달라진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의사의 모습을 회상하는 여동생의 이야기부터 살펴보게 된다. 그에게 일어난 일들이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판사였던 아버지가 의사가 되라고 해서 의사가 된 인물이다. 귀족이며 조상들이 물러준 부를 유유하게 즐기며 살아간 귀족의 아들이다. 영특하여 평이한 아이들과는 달랐던 아이였고 장남이라 부모의 기대감을 충족시킨 아들이기도 하다. 아들의 영특함이 보내는 신호에는 판사인 아버지를 향한 분노까지도 감지한 아버지의 예리함까지도 놓치지 않게 된다. 서로가 말을 하지 않는 침묵을 선택하면서 글로 남긴 글에서 서로가 가졌던 감정들은 소설에서 멋지게 전해진다. 단단하게 기록된 글이지만 보관되고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던 글들이 있다. 글에는 영혼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일상에서 만났던 인물의 내면까지 제대로 이해하게 하는 힘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영혼의 내면이 얼마나 응축되고 깊었는지 이해하면서 젊은 날 잘못 이해하고 말했던 그를 회상하기도 한다. 단면을 알고 전부를 이해한 것처럼 오해하기도 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소설의 인물들을 통해서도 보게 된다. 귀퉁이의 조각 같은 부분을 알면서 사람의 전부를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삶이 얼마나 많은지도 소설을 통해서도 알게 된다. 한 인물을 온전히 이해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퍼즐 조각들을 맞추어야 했는지 보여준다. 중고서점에서 발견한 책의 저자가 궁금해서 낯선 언어를 가진 도시를 향한 중년의 선생님의 과감한 선택과 용기, 여행길은 꽤 값진 여정으로 남는다. 철학자가 집필한 소설을 좋아하게 된다. 이야기로 만나는 저자의 세계와 가치들을 주워 담으면서 또 다른 저자의 책들을 읽고 싶다는 호기심을 자극받게 된다. 무더운 장마에도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던 이유가 이 소설이 함께해 주었기 때문이다. 멋지다는 말을 무수히 떠올릴 정도로 감탄하게 한 소설이다.

의사였던 중고책의 저자가 졸업식에서 연설한 글아브라함과 욥을 통해 신을 향했던 마음의 흔적들도 기억에 남는 글이 된다. 성서와 시, 단어와 언어, 침묵과 글, 책과 인생, 구속과 자유, 귀족과 소작농, 부자와 노동자, 비밀경찰과 저항운동, 고문과 남겨진 흔적, 법과 판사, 종교와 불경한 사제, 사랑과 욕망, 죄와 고백 등 무수히 많은 것들을 매만진 소설이다. 지금도 단단하게 구축된 수많은 것들이지만 의사가 제시한 의문들과 타인들을 무수히 살폈던 움직임과 마음들을 기억하게 한다. 가난한 암환자에게 보였던 선의와 악독한 인물을 살려낸 의사에게 가해진 혹독한 판결과도 같았던 의사 얼굴의 침세례는 사형선고와 같았음을 떠올리게 된다. 여동생을 살리고자 처치한 순간적인 판단과 행동을 괴물처럼 바라본 가족들의 모습도 기억하게 된다. 군중속의 외로움이 무수히 감지되는 인물이었다. 시를 제대로 이해하고 언어의 유희를 즐겼던 그의 시는 종교적인 부담감까지도 조율해야 하는 상황이었음을 보여준다. 시의 자유, 언어의 자유가 얼마나 자유롭지 못하였는지도 보게 된다.

멈추었던 시간과 짧은 시간 속에서 긴 시간을 느끼게 한 여행길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이야기가 있다. 누군가에게는 정지된 시간으로 멈추기도 하고 한 사람의 인생을 짧은 시간 속에서 길게 만나게 상대적인 시간이 되기도 한다. 죽음은 갑자기 누구에게나 찾아오기도 한다. 아내의 죽음, 의사였던 중고책의 저자에게도 갑작스러운 죽음이 찾아온다.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는 온전히 자신에게 달려있음을 보게 된다. 복종하느냐, 관습을 의심하며 자유를 선택할지도 개인의 몫이 된다. 오래된 언어에 매료되어 살았던 중년의 주인공이 보여주는 변화의 움직임을 하나씩 감지할수록 새롭게 전개되는 그의 시간들은 또 다른 가치로 남겨진다.

<요한복음>의 첫 구절에서 언어가 사람들의 빛이라는 사실을 소설 전부에서 찾게 된다. 독재적인 친근함친근함은 소리 없이 떨어지는 독이라는 글귀도 기억에 남는다. 더불어 이별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스스로의 편에 서는 것이라는 문장도 매료된다. 어제의 이별과 오늘의 이별에서 스스로의 편에 선 이별들을 상기해 본다. 소설의 여러 인물들이 스스로 선택한 이별들도 하나씩 다시 주워 담는 시간도 가져보게 된다. 그들이 선택한 이별의 가치들은 빛나기 시작한다. 그들이 이별한 것들의 폭이 다양했음을 확인하게 되는 소설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와 여동생으로부터 해방된다는 것, 평화를 찾는다는 것, 자신과 화해한다는 것이 얼마나 평화로운 것인지 보여준 작품으로 남는다. 태어나면서 구속된 것들과 기대감에 억눌린 것들이 많았음을 스스로 자각하면서 해방되는 순간을 스스로 찾아간 그의 여정은 독자들에게도 큰 획을 그어준 소설로 남는다.


용암과 같은... 영혼은, 자기를 억누르는 모든 압제와 요구를 태우고 쓸어버렸다... 그는 자신을 향한 모든 기대를 실망시키고 금기를 깸으로써 구제됐고, 등이 굽은 채 판결을 내리는 아버지와 야심만만한 어머니 부드러운 독재, 평생 숨이 막히도록 고마움을 표시하는 동생으로부터 해방되어 드디어 평화를 얻었다. 스스로와도 화해했다. 향수병은 사라졌다. 이제 편안함을 주는 파란색과 리스본도 필요 없었다. - P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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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트랑 2024-07-13 1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않는 1인입니다. 제게는 어른 데미안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자유는 깃털처럼 가볍고 불확실성은 납덩이처럼 무겁다‘ ㅡ아마데우 혹은 페터 비에리 또는 파스칼 메르시어
 
홀썸의 집밥 예찬 - 매일의 건강 집밥이 불러온 놀라운 일상의 기적
홀썸모먼트 지음 / 다산라이프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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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책을 집필한 이유들부터 이야기된다. 장이 건강하지 않고 예민한 아이를 위해 집밥을 매일 요리하였음을 알게 된다. 매일 똑같은 요리를 준비하지 않는 정성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정성과 마음이 담긴 집밥 요리들이다. 두꺼운 두께감만큼이나 책을 향한 정성도 깊게 전달된다. 두께만큼이나 진실성과 정성이 전해진다. 요리 하나에도 건강함을 우선시한 아내의 마음과 엄마의 마음이 전해진다. 가족을 가진다는 것은 그러하다. 하나하나 구성원을 향한 마음들이 요리라는 방식으로 사람을 살리는 손길이 된다. 집밥이 그러하다.

오늘 먹은 음식들이 곧 나의 몸이 된다. 나를 이루는 모든 것이 되는 만큼 세상의 음식이 얼마나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건강한 음식 같지만 위장술로 손짓하는 식품들이 즐비한 세상이다. 100% 구성한 제품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라고 저자는 상세하게 예시로 알려준다. 식품첨가물이 지닌 위해성을 알려주고 마트에서 장을 보는 아이에게도 전화 통화로 알려주었던 날 아이는 좋아하는 음식이지만 식품첨가물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구매하지 않았던 날이 있다. 모르고 먹는 것과 알고 먹는 것은 확연한 차이를 이룬다. 오늘 피부가 엉망이 되고, 가렵고 염증을 일으키면서 내장과 관절을 아프게 한다면 오늘 먹는 식품첨가물을 의심부터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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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소가 주인공이 되는 요리

고기 없는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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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 채소

채소 베이킹

아침 채소찜 습관

내 몸에 맞는 채소 찾기

집밥은 특별해진다. 배달음식과 외식에는 유해한 식품첨가물들이 즐비하다. 복강경 수술을 하고 모든 것을 새롭게 정비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마음 놓고 먹을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직접 마실 것을 가지고 다니고 간식거리도 챙겨 다니면서 건강한 집밥 요리를 선호하게 되면서 건강한 정보를 전해주는 것들을 향하게 된다. 저자가 그리워하는 소울푸드인 경상도 음식도 소개된다. 이 음식은 지금 나에게도 소울푸드이며 자녀에게도 소울푸드가 되었음을 알게 된다. 반가움에 읽은 내용 중의 하나이다.

내 식사는 유난합니다 284

매일 집밥 요리를 하고 있다. 중복되지 않는 건강한 요리들을 준비한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여러 요리들이 식단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저자의 의지와 확고함, 건강함과 성실함이 집밥 요리를 통해서 고스란히 전해진다. 집밥 요리는 단단한 마음이 준비되어야 하며, 꾸준히 밀고 나가는 의지력과 성실함도 겸비해야 하는 긴 터널과 같은 멋진 여정이다. 신선한 재료들을 준비하고 손질하며, 요리하는 과정을 통해서 가족의 건강함이라는 초석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요리책에서도 그러한 단단함을 느낄 수 있었다. 집밥을 예찬하는 이유가 분명해지는 요리책이며 레시피들이다. 알차게 전해진 내용들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많은 정보들을 전하고 있다. 공들여진 사진과 편집, 레시피들과 수많은 건강한 요리들 만나볼 수 있는 요리책이다.

단짠 없는 우엉당근볶음 133

우엉당근 주먹밥 / 우엉당근달걀 김밥 135

반숙란 퀴노아 범벅 153

아보카도 콜리플라워 레몬스무디 177

채소찜을 위한 네 가지 디핑소스 181

아보카도허브 딥 / 피넛버터 딥 / 피넛후무스 딥 / 두부참깨 딥 181

구운 토마토 채소 수프 183

레몬애호박관자 웜 샐러드 189

봉골레 냉이옹심이 193

매일매일 채소찜 239

오메가3 생들기름 김밥 241

생들기름 양배추샐러드 245

튀기지 않은 깔라마리 251

장수 수프 미네스트로네 255





100년 전에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초가공식품 배제하기
- P215

요리 그냥 즐기세요
집밥, 그 무한한 매력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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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니악
벵하민 라바투트 지음, 송예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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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이성에 대해 이야기하는 13세기 시인이며 신비주의자의 글을 무수히 읽게 되는 소설이다. 이야기가 시작되기 직전에 작가가 깃발을 세워놓은 이 글이 이 소설 중에 인물에게 무수히 던지는 질문이 되기 때문이다. 저자의 <우리가 세상을 이해하길 멈출 때>작품이 인상적이었기에 이 작품도 기대하며 읽은 소설이다.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작품이다.

예지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 그것을 어둠의 예지력이라고 표현한다. 53살 물리학자는 총으로 자살을 한다. 15살 자신의 아들 바실리부터 먼저 총으로 쏘는 상황이다. 그는 극도의 멜랑콜리와 심한 우울증을 보였고 어린 시절에는 허약하여 병치레가 잦았던 인물이다.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는 온통 죽음과 절망만이 가득했던 그가 살았던 시대적 상황과 불안과 논리적인 모순과 불확실성과 불확정성으로 가득 차 버렸던 상황들이 이야기된다. 인간의 관점이 얼마나 모순적인지 이 소설을 통해서도 확인하게 된다. 혼돈 상태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연을 하나의 총체로 인식할 수 없는 상황에 봉착한 그가 스스로 자신의 죽음까지도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자살하였음을 보여준다.

양자역학이 받아들여지기까지 얼마나 많은 과학자들이 힘겨운 혼돈의 시간을 보냈는지 들려준다. 고성이 오가며 여러 언어가 자신들의 고뇌를 드러내는 방식들을 전달한다. 서로의 학문이 부딪치는 현장도 목격하게 된다. 더불어 수학이 무기가 된 무시무시한 수학 무기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예술을 비극적인 타락이며 맹목적이고 억누를 수 없는 충동을 표현한 것이라고 대화하는 그녀도 만나게 된다. 어둠이 깔린 인물이지만 절제하면서 통제하는 그녀가 있는 반면 통제되지 못하는 방식으로 그가 분출하는 영감과 무기력과 절망은 무수한 혼돈으로 표출되기 시작한다. 부조리함을 바라보면서 살아가는 형벌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였는지도 인물의 고뇌를 통해서 전해진다. 그의 내면의 악마들을 감지한 아내는 이혼을 요구한다. 사악한 힘이 지닌 논리와 비이성은 예지력의 산물임을 보여준다. 복잡하고 모순된 기질을 목도하는 이야기로 이어진다.

아인슈타인의 기질도 대비를 이루면서 묘사된다. 과학자들의 재능과 어두운 내면과 다양한 기질에 대응하는 삶의 영역까지도 전해진다. 몰입하는 모습과 그들의 재능과 연구한 결과를 누가 가장 먼저 낚아채가는지도 역사를 통해서 보여준다. 그들의 연구가 어떤 방식으로 세상에서 쓰임을 다할지 그들도 예견하지만 그들의 충동을 누구도 멈추지 못했던 이유들도 전해진다. 학문의 발전이 어떤 조합으로 어떤 결과물을 만들었고 어떤 괴물이 어떤 방식을 취했는지도 보여준다. 최적의 병기가 되는 방법까지도 결과를 도출하여 제시한 그의 악마성까지도 확인하게 된다.

추락하는 인간을 보여준다. 악마가 된 그들이 무엇을 자행했고 어떤 연구를 도전하였으며 희망보다는 어둠을 이해하면서 멈추지 않고 결과를 이룬 것들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괴물이 되었음을 자각하지만 악마성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모습까지도 놓치지 않고 이야기된다. 통제되지 않는 광기로 그들이 함께 이룬 학문은 현재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도처에 즐비한 것들이 얼마나 유익한지 무익한지 우리는 스스로 판단하게 된다. 아쉽게도 인간은 자연을 무차별적으로 파괴하면서도 죄책감을 느끼지도 않는 모양새이다. 해양이 오염되고, 산림을 파괴하고 하천과 바다를 오염시키며 땅을 비료로 파괴하지만 누구도 자신의 행동을 멈추지 않는다. 암울한 미래를 되돌릴 의지마저도 소수의 움직임에서도 감지될 뿐이다. 한 과학자가 보았던 어둠의 예지력을 우리들도 모두가 예견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성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학문이 어떤 모양새로 파괴하는 행위인지, 모두를 살리는 행위인지는 자문하는 능력이 더 필요해진다. 과학자들이 등장하지만 군사전문가, 경제인, 정치인, 교육자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던지게 하는 작품이다. 모두를 살리는 일인지, 모두가 자멸하는 일을 하고 있는지 자주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지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 등장한 인물들은 그러한 질문을 하지 놓쳐버렸음을 보게 된다. 시멘트를 만드는 회사들, 환경부, 산림청, 원자력발전을 지지하는 집단, 미세먼지로 혼탁해진 공기를 마시면서도 자동차 매연을 뿜는 선택을 멈추지 않는 습관까지도 살펴보게 한다.

무서운 어둠에 장악된 영혼은 안전한지 살펴야 한다는 이유가 분명해지는 소설이다. 촘촘히 달린 눈들, 층층이 쌓인 왕관으로 영광을 무수히 쌓아 올렸을 영혼은 끔찍하게 자신과 인류를 파괴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자문하게 한다. 자신의 영혼을 돌보지 않고 살아간다는 건 얼마나 참혹하고 광기 어린 인생인지도 보여주는 소설이다. 서늘해지는 기분을 매 순간 느끼면서 읽었던 작품이다.

전작만큼이나 매니악도 멋진 작품이다. 작가만의 문체, 그의 냉철한 정신과 시선의 끝에 또 한 번 매료된 소설이다. 맨해튼 프로젝트, 힐베르트 프로그램의 정수, 괴델과 노이만, 파시즘의 흐름까지도 감지하게 된다. 결코 과거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유유히 흐르고 지금도 파괴적인 성격으로 호시탐탐 세계를 위협하는 제국주의의 움직임은 한반도에서도 감지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들의 당당함, 수치스러움을 모르는 이유까지도 함께 접목하게 하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이 살피지 못했던 영혼의 이성들을 보여주는 명작이다.




인간이 어디까지 추락하는지 목격하는
유일한 인간이 된 것처럼.
슬슬 두려워진 넬리.
자기 자신과도 서서히 단절 - P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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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에서 흐름을 찾았던 일독의 시간도 의미가 있었던 밀란 쿤데라의 소설 농담이다. 하지만 굵게 밑줄 그은 문장들을 읽고 또 읽을수록 작가의 심중을 깊게 마주하였던 소설이기도 하다. 난해한 인물을 앞세웠던 이유와 가면 같은 삶의 움직임 뒤에서 감지해야 할 깊은 의미는 다독으로 서서히 작가의 작품을 이해하게 된다. 일독이 아닌 익혀가면서 다시 읽는 다독이 작가의 작품을 제대로 마주하게 된다. ​



부르주아의 가면 같은 정의의 의미를 보게 된다. 정의로운 사회를 구현할 것이라는 소수집단이 존재한다. 부르주아가 목청을 높여서 다수에게 외친 정의의 의미부터가 다르다는 사실을, 그들의 정의와 군중의 정의는 서로 다른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에서 시작하게 된다. 공적 존재와 사적 존재는 양분한다는 사실을 <시녀 이야기>의 권력을 손아귀에 쥔 이중 생활자의 모순에서도 드러난다. 공적 존재가 무대위에서 이미지화된 가공된 물질적 존재라는 사실부터 짚어낼수록 사적 존재는 이물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사적 존재의 흐트러진 사실적이고 물질적인 존재가 어김없이 선명해진다. 이와 같은 양분적인 부르주아를 작가는 알고 있었음을 소설 인물들을 통해서 보여준다.














신조라고 단정 지을 만큼 부르주아의 속임수를 꿰뚫고 있는 작가의 시선을 따라가야 하는 소설이다. 그래서 더욱 그의 작품은 매료된다. 인물을 향해 폭풍 같은 감정을 휘어젓게 된 이유에 부르주아의 속임수를 간파하게 된다. <매니악>소설의 인물도 다르지가 않다. 아내가 기억하는 천재 물리학자의 공적인 존재와 사적인 존재는 이 소설의 인물처럼 양분되는 모양새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분명한 것은 부르주아만이 속임수를 쓴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강조되는 이유에 질문을 하게 된다. 역사 속에서도 이 명제는 증명된다. 소설이 시작되는 이야기에서 이 전체를 이루는 흐름의 기류를 암시하는 문장이 전해진다. ​














병영생활과 학업지속금지는 검은 표지라도 비유된다. 전혀 잔혹하지 않고 온건한 하사를 바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태고의 시간들>과 <시녀 이야기>소설 중의 군인들과 권력이 보여준 잔혹성을 떠올리게 된다. 잔혹성이 정당함을 부여받는 군인들이 있다. 악의 근원이 정당해지는 집단이 사회 속에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지 확인하게 된다. 전역한 군인들의 영혼이 얼마나 황폐해지는지 사실적으로 고발하는 소설들이 즐비하다. 이탈로 칼비노의 <반쪼가리 자작>소설, <카시지>, <눈먼 암살자>, <모두 다 예쁜 말들>도 그중의 하나이다. ​












총을 잘 쏘는 하사가 있다. 총을 잘 쏘는 이유는 제국주의자가 과녁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한다. 유럽 역사와 작가의 생애에 대한 고찰적 사유를 확인하게 된다. 격동하는 시대의 제국주의는 유럽과 전세계 역사를 뒤흔들게 된다. 작가도 제국주의의 흐름을 피할 수 없었던 시대의 희생자이다. 부유하는 존재처럼 살아야 했던 이유가 작품에서도 감지된다. 헌나 아렌트와 아인슈타인, 매니악 소설의 과학자들도 다르지가 않다. 제국주의가 얼마나 많은 인류들에게 공포와 슬픔을 남겼는지 하사가 총을 잘 쏘는 이유에서 함축적으로 시사성을 전하고 있다. ​작가의 생애와 작품세계는 밀접해진다. 그의 생애를 이해한 후 <농담> 소설을 다시 읽을수록 이야기보다 짙은 농후한 슬픔이 분명해진다.


하사. 총을 잘 쏘는 이유.

제국주의자가 과녁이라는 생각

하사관들 중 한 사람.

전혀 잔혹하지 않고 온건한 하사.

그저 바보라고 빈정대는 이들. 91_농담

오직 부르주아만이 속임수를 써서
공적 존재와 사적 존재로 자신을 양분한다.
이것이 나의 신조다. _ 농담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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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잊어버려도 좋은 나이입니다 - 도쿄의대 노년내과 의사가 알려주는 인생 후반을 위한 현실 조언
가마타 미노루 지음, 지소연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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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나긴 인생의 후반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어떤 마음과 준비가 필요한지 도쿄의대 노년내과 의사가 전하는 내용이다. 중년의 시간을 지내는 독자들과 노년의 시간을 보내는 분들에게 현실적으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정희원, 김소형 추천도서이기도 하여 더욱 관심이 가는 책이다.



인생 후반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살펴보게 된다. 저자의 현실 조언들을 차곡히 살펴보게 된다. 관섭과 허례허식, 의무를 잊어버리고 스스로에게 친절하라는 정희원의 추천글에게도 눈길이 머문다. 힘을 좀 빼도 괜찮다는 따뜻한 조언에 미소를 머금게 된다. 노년의 시간을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다보니 영화나 드라마, 책을 통해서 교감하게 된다. 이제는 노년의 인생 후반을 보내는 부모의 모습과 중년의 시간을 처음으로 보내는 우리 부부의 모습과 지인들의 모습에서 매번 힘 빼는 기술을 배우게 된다. 이 책에서도 다르지가 않다. 조목조목 목록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눌러가면서 뇌리에 담았던 도서이다.



명의보다 좋은 의사를 찾아가는 이유, 불필요한 검사 치료를 과감하게 포기하라는 조언도 노년에는 귀담아들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해진다. 연명치료에 대한 이해와 관 삽입, 인공호흡기, 심폐소생술을 결정하는 것은 모두 자신의 몫이라는 사실도 명시한다. 연명치료 여부도 스스로 결정해야 하지만 건강할 때 가족과 주치의에게 알려야 한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건강할 때 자신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할지 가족에게 분명하게 언급해야 한다. 이런 과정이 없어서 기나긴 시간을 연명치료하면서 떠난 지인의 가족의 모습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죽음은 매우 가까이에 존재하지만 준비되어 있지 않을 때는 남겨진 가족들에게도 힘겨운 싸움으로 기억된다. 보내기 싫어서 아내를 연명치료하였던 분이 있다. 그 과정의 이야기를 듣고 남겨진 남편도 가족들도 당사자인 아내도 모두가 힘들었을 거라는 짐작을 하게 된다. 죽음을 준비하는 것도 중년의 시간과 노년의 시간에는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된다.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님을 인지하도록 이끌어주는 내용이다.


감정 정리법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부정적인 감정 따위는 잊어라고 말한다. 매일 아침 햇살 쬐는 것이 좋은 이유, 아침에 스트레칭하는 것, 불쾌한 기분 그대로 방치하지 않기, 화가 날 때 어떻게 벗어나야 하는지도 알려준다. 분노와 화를 다스리는 법에 대해서도 강조된다. 부정적인 감정이 얼마나 노년의 건강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다시 확인하게 된다. 생각대로 굴러가지 않는 인생을 어떠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것이 좋은지도 알려준다. 타인과 자신을 용서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찰스 디킨스의 글도 인용되면서 세월과 성숙, 지혜에 대해서도 고찰하게 한다.

자기희생은 그만두라고 강조한다. 착한 딸, 착한 아들, 착한 며느리, 착한 콤플렉스에 사로잡혔던 수많은 관습과도 그만 헤어져도 좋은 나이이다. 사회적으로 강요된 수많은 것들이 얼마나 힘들고 아프게 하였는지 우리들은 알기 때문에 자기희생을 그만두라는 말에도 미소를 머금게 된다. 친절을 무겁지 않게 베풀어라고 한다. 노후 걱정도 노년에는 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이 순간 온전히 만끽하라고 조언한다. 부조리로 가득한 인생이지만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들도 설명된다. <시지프 신화>의 내용도 함께 떠올리게 된다.


나이가 들면 자유라는 특권이 생긴다.

고정관념으로부터 벗어나 홀가분하게 살자 26


중년과 노년의 시간일수록 관점을 다각화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된다. 정답이 아닌 나만의 해답을 찾는 기술, 다양한 관점을 포용하고 수용하는 자세도 필요해진다. 대부분의 망각은 건강하다는 사실도 설명된다. 수면의 질을 향상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어떤 하루를 보냈는지가 관건이 된다. 오늘 하루의 활동량이 질 좋은 수면으로 이어진다. 많이 움직이고, 걷고 근력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된다. 살 빼기보다 근육을 늘려야 하는 이유도 설명된다. 70세 넘어가면 콜레스테롤 수치에 조금 높아도 상관없는 이유와 식이섬유를 듬뿍 섭취하라고 조언한다. 바른 자세 유지가 왜 중요한지도 설명된다. 유익한 정보가 다양하게 제공되면서 읽기 쉬운 글이라 피로감도 느껴지지 않는 도서이다. 가독성이 좋은 건강도서이다.




다양한 사람과 작은 협력 관계를 쌓아 보자
- P234

친절은 나의 마음과 건강을 지키는 무기다
- P237

슬픔도, 분노도, 무엇이든 잊을 수 있게 되었지요.
잊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닙니다.
두려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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