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트 콜렉터
캠론 라이트 지음, 이정민 옮김 / 카멜레온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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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 더미, 쓰레기 매립장이 집이며 직장이다. 고물을 주워서 하루하루 생계를 유지하는 남편과 그녀 그리고 어린 아들. 쓰레기 매립장에서 살아간다는 것. 다큐를 예전에 본 적이 있어서 그곳에서의 삶이 어떠한 것인지 짐작을 할 수 있었기에 이 작품의 배경이 되는 것들을 자주 떠올리면서 읽게 된다. 아들도 아파서, 쉽게 병이 호전되지 않아서 삶은 더욱 고난의 연속이 되는 그녀는 우연히 집세를 받으러 오는 고약하고 성질이 나쁜 노파에게 글을 가르쳐줄 수 있냐고 제안을 하게 된다. 글을 읽지 못하는 삶과 글을 읽으면서 삶을 바라보는 시선들은 점점 주위의 삶들을 질문하면서 통찰해가는 그녀의 삶으로 인도해주기 시작한다.

글을 읽지 못하였지만 그녀에게는 할아버지가 이야기해주었던 것들과 꿈속에 나타나서 말해주는 것들이 삶의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 글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점진적으로 사고하는 폭과 깊이가 달라지기 시작한다. 글을 가르쳐주는 선생님과의 수업도 질문에 질문을 이어가게 된다. 질문이 주는 놀라운 변화들을 함께 따라가보면서 쉽게 책장을 덮을 수가 없었던 소설이었다. 가독성이 좋아서 책장도 쉽게 넘어갔지만 이야기 중간에 등장하는 시, 우화 등의 작품들도 감동을 주는 작품이 되기까지 한다. 수업을 진행한 선생님이었던 그녀의 삶도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왜 쓰레기 매립장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어떠한 사연이 있는 것일까? 그 질문들을 부여잡으면서 계속 책장을 넘겼던 소설이다.

그 누군가에게 영향력을 주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 사람과의 인연들로 또 다른 사람은 자신의 삶을 노력하면서 살기도 한다. 대학살이라는 사건들은 역사에 기록되고 회고되지만 눈앞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다는 것은 엄청난 사건이 될 것이다. 독일의 유대인 학살사건과 중국의 대학살 사건도 잠시 거론된다. 무질서하게 종횡하는 그 시점에 일어나는 일들을 등장인물들을 통해서 대면해보기도 한다.

어린 오빠가 어린 여동생을 사창가로 팔아버릴 거라는 확신은 가정이 아님을 알게 해준다. 실제로 일어나는 일이라고 작품은 소설을 통해서 알려주기도 한다. 가난이 무엇인지 이 소설을 통해서 만나보게 한다. 하루하루의 생계가 위협받는 삶을 화자를 통해서 마주해본다. 그녀가 글을 읽게 된다면 어떠한 일들이 일어날까라는 상상 속에서 시작된 소설이라고 한다. 글을 읽고, 사고를 하면서 살아가는 삶들이 주는 것들을 책은 묵묵히 알려준다. 꿈속에 나타난 할아버지를 통해서, 때로는 글을 가르쳐주는 선생님을 통해서, 아들의 병을 치유하고자 만났던 주술사라고 부르는 치유자와의 대화를 통해서도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지표를 듣게 된다. 어디에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에 여러 번 되뇌어보게 된다. 어제의 삶과 오늘의 삶부터 떠올려본다. 이 책에서 마주했던 삶의 지표들을 다시금 읊조려보게 하는 순간이었다. 문학이 주는 힘에 날개를 달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폭풍우가 몰아치듯 정신없이 바쁘고 고된 일상에서 이런 순간은 자주 오지 않을 것이다. 또한 이런 기억은 앞으로도 삶이 고달파질 때마다 위안이 되어주고 거짓에 물들어가는 나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해줄 것이다. 450쪽

어디에 사느냐는 중요하지 않아요.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죠. 346쪽

가장 치열한 싸움은 내면에서 일어나는 갈등... 232쪽

이제 네가 꽃이 만개하듯 성장했으니 항상 남을 섬기는 방법을 찾는 데 애쓰고, 무엇보다 네 꿈을 잃지 않도록 매진해야 한다. 194쪽

말리, 강해져야 해. 넌 할 수 있어. 174쪽

이 길에는 날 위해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 삶은 왜 이리 힘든 것일까?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일까? 난 무엇을 선택하고 실천해야 할까? 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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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삶
마르타 바탈랴 지음, 김정아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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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0여 개국 번역 / 칸 국제영화제 수상

브라질 작가의 책이라 인물들의 이름에 익숙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렸던 책이다. 곁가지처럼 등장하는 인물들도 많다 보니 어느 곳에서 어떻게 등장할지 몰라서 바짝 긴장하면서 읽었는데 굵직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작가가 먼저 언급해주면서 속도감 넘치게 읽어간 책이다. 도입 부분부터 너무나도 놀라운 대화들이 주고받는 신혼부부. 그 대화의 핵심이 무엇인지 알기에 다소 가시처럼 돋아나는 대화이기도 했다. 한국 사회를 바라보고 있는 부분들도 자주 등장하는 내용들도 만나게 된다. 두 딸의 부모가 딸의 재능보다는 현실적인 계산으로 현재에 안주시키는 부모의 모습도 그러했다. 신혼부부가 싸웠던 첫날밤의 대화는 살아가는 동안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그녀를 옥죄는 대화의 주제이기도 했다. 그녀의 엄마도 똑같은 일로 아버지에게 똑같은 주제로 싸웠다는 사실과 훗날 병원에서 의사에게 듣는 답변도 기억에 남는 내용이 된다. 그녀도 그녀의 딸도 똑같은 일들로 결혼생활은 쉽지 않았을 거라는 것을 짐작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민자들이 겪는 고충도 짐작해볼 수 있었다. 중산층이 사는 지역에서의 삶도 작품 속에 묻어 나온다. 이외에도 상류층에 해당되는 사람들의 결혼과 가치관, 삶들도 작품은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의대생의 학위 취득과정의 부조리와 불공정한 부분들도 낱낱이 보여준다. 실력 없는 의사, 자격 없는 의사의 의술로 피해를 보는 건 환자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가족이었던 아내와 빈곤해지는 삶과 부족한 생활비로도 충분히 그는 의사 자격이 없음이 드러난다.

어린 시절에 재능을 보이는 여자아이들이지만 그들은 꿈을 가질 수가 없었다. 그저 현모양처라는 규격 안에 맞춤되어 남편이 그녀를 아내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그녀들에게 요구한다. 가정이라는 집안을 사랑하였지만 가끔씩 공허하게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을 가정부는 읽어내기 시작한다. 그녀는 여러 번 자신이 좋아한 것들을 시도하고 노력하면서 즐거워하지만 남편의 반대에 매번 조용히 자신의 꿈을 덮기도 한다. 하지만 그 고요함이 그녀의 진실된 포기가 아니었음도 알게 된다. 그녀는 남편의 서재에서 책을 읽고 글을 타자기로 써 내려간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녀는 바로 볼 줄 아는 능력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오롯이 책장에 집중하게 된다. 책은 눈빛에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녀가 살았던 장소와 시대가 강요하는 윤리와 관행이라는 규율을 무시하고 이혼녀와도 계속 인사를 나누는 그녀의 인생이 그려진다.

이 소설은 사회 속에 보이지 않는 그녀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 누구에게도 주목받지 못하지만 그녀들은 자신의 삶은 늘 노력하며 질문하고 자신의 인생에 남겨진 것이 무엇인지, 후회하지 않고자 노력하는 부분들까지도 이야기해준다. 삶이 그려내는 인생이라는 그림 속에 어떠한 그림을 그릴지는 자신이 꿈꾸는 꿈과 노력으로 채색될 수 있다는 것을 이 작품에서도 만나게 된다.

이 소설은 실제 존재했던 인물들과 사건들이 바탕이 되고 있다고 작가는 말해준다. 그 부분들까지도 다시금 찾아보면서 그 인물과 그 사건들을 매치해보면서 읽었던 작품이다. 아직도 변화하고 있는 한국이지만 그늘 뒷면에는 지금도 이 작품처럼 가부장제의 그늘은 그대로 잔존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세상은 서서히 변화하고 있으며 그 누군가의 목소리와 노력들이 함께 어우러지기에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것도 다시금 떠올려보게 된다.

보이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다.

그녀의 우울... 그녀의 남편은 직장이 있었고, 가정부는 청소 일이 있었고, 그녀의 아이들은 인생을 온전하게 가졌다. 하지만 그녀는 무엇이 남았단 말인가. 204쪽

앞으로 살아야 하는 삶, 그리고 살지 못할 삶에 대해 생각... 그녀의 엄마는 딸만큼 똑똑한 사람이었지만, 토마토 한 다스 외에는 아무것도 볼 수 없게 되었다.... 딸의 아버지는 딸을 거부한 뒤로 깊이 뉘우쳤다. 229쪽

( 남편과 싸운 후 ) 그녀의 답변은 날이 갈수록 가늘어졌다. 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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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엇지 최태성 한국사 강의만화 1 : 전근대편
최태성 지음, 김연규 그림 / 메가스터디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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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엇지 최태성 한국사 1권 전근대편 / 메가북스 / 2019년

500만 랜선 제자의 고민에 최태성쌤이 만화로 답하다

한국사, 쉽고 재밌게 배울 수 없나요?

제자들의 고민을 귀담아 들었음을 이 한 권에서 만나봅니다.

이 책은 1권 전근대편입니다. 곧 2권이 나오겠지요? 기대됩니다.

아이를 양육하면서 다양한 한국사책들을 접해줬기에 이 책에 대한 궁금함에 만나보게 된다. 어릴때부터 한국사 만화책시리즈로 많이 읽어왔던 아이는 한국사를 무난하게 잘 해결하고 있기에 최태성 한국사 강의만화는 아이와 함께 읽고자 만나보게 된다. 시험을 앞둔 아이에게도 한국사는 시험과목에 해당되다보니 책구성과 내용들을 꼼꼼하게 먼저 살펴보게 된다.

전체관람가 하룻밤 완독이라는 책표지의 문구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연이어 뒷표지의 '초등학생은 미리미리, 중고등학생은 지금부터, 일반인은 늦게나마, 우리모두 더 늦기 전에'라는 문구까지도 미소를 지으면서 강의만화를 읽게된다. 최태성 강의는 이미 대중매체를 통해서 알게 된 강사이다. 야무진 강의내용과 맥을 확실하게 잡으면서 한국사를 배우게 해주는 강사라 얼굴과 이름을 한눈에 기억하게 된다. 강의만화는 어떤가. 내용상의 맥을 따라가다보니 중고등학생과 일반인에게 적합한 강의만화이다. 초등학생이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감이 있으며 활자도 작고 빼곡한 감이 있다. 하지만 어느정도 한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알고 용어와 인물,사건등의 이해가 된 상태에서 이 강의만화를 일독한다면 놀라운 효과가 있을 강의임에는 분명하다. 읽어가면서 내용만 각인되는 것이 아니라, 만화를 그린 작가의 이미지와 함께 각인이 되어서 내용들이 쏙쏙 한번 더 기억되는 효과를 누려보게 된다.

 

한국사는 대입을 준비하면서 고득점을 유지하고자 엄청나게 암기에 암기를 해왔던 기억이 떠오른다.하지만 그때 뿐이었다. 그리고 그때 암기한 내용들은 모두가 흩트졌고 흐름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그때는 이렇게 좋은 학습만화도 없었기에 더이상 채워넣을 수 없을 정도의 암기량으로 시험을 봤던 기억이 떠오른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게 힘겹게 공부할 필요가 없어보인다. 초등시기에는 학습만화로 전체적인 흐름을 익힌 후, 한국사 시험을 앞둔 고등학생과 일반인들은 더 쉽게 이해하고 이미지화할 수 있는 교재같은 강의만화도 있으니 말이다.

거란족, 여진족 등 이미지화 하면서 내용들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강의만화이다.

이외에도 역사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그 시대의 제도와 인물들이 보였던 문제점까지도 이 교재는 제대로 콕콕 짚어내주면서 강의를 해주고 있다. 그래서 다시 한번 더 '최태성 한국사' 강의에 다들 멋지다고 하는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연거푸 '책 너무 좋다'라고 말하면서 읽었던 책이다. 한국사의 사실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역사가 가진 시사성과 문제점들이 다시는 반복되지 않도록 우리가 역사를 제대로 배우고 재대로 이해하면서 지금의 역사까지도 함께 짚어볼 수 있는 지성인이 되어야 한다는 것도 다시금 다짐해보게 되는 시간이 된다.

2권도 기대되는 시리즈.

다음엇지 최태성 한국사 강의만화 1권 전근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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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 봬도 카페 사장입니다만
김경희 지음 / 이담북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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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은 쉬운 것이 아니다. 특히 카페 창업은 더더욱 쉬운 것이 아님을 카페거리를 걷다 보면 더욱 느끼게 된다. 활기가 넘쳤던 카페거리를 일 년이 지나서 다시 찾아가 보니 상권이 엉망이 되어 있는 모습에 놀라기도 한다. 지인들 중에서도 카페를 창업한 지인이 있다 보니 여러 가지 고충을 듣게 된다. 카페 창업을 하고 접는 경우도 몇 차례 지켜보기도 하다 보니 '창업, 참 어려운 것이구나'라고 느끼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실제 카페를 창업하였고 지금도 영업중이다.

스스로 매장을 디자인하고 물품을 준비한 카페 사장이다. 로고는 어떻게 디자인하여야 하는지도 자신의 카페 물품들을 소개하면서 알려준다. 카페에서 1:1 창업 준비하도록 수업도 하고 있다고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예비 카페 사장님들을 위한 조언도 조목조목 담겨 있다. 이외에도 전기 증설 시에 꼭 알아두어야 하는 내용도 깔끔하게 따로 정리해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여러 손님들을 대응하였던 에피소드도 담아내고 있다. 카페는 사람을 응대하는 곳이기도 하다. 다양한 손님들을 적절히 대응하는 능력도 필요하다. 메뉴에는 없지만 손님이 원하는 음료를 준비해주는 방법도 소개된다. 우유 거품 손쉽게 만드는 방법도 소개되고 있다. 카페의 소모품을 적당한 시기에 교체하는 이야기도 담아내고 있다. 이외에도 무수히 많은 내용들을 한 권에 담아내고 있어서 사실 놀라웠던 책이기도 하다. 어떤 내용은 너무 솔직하게 내용을 담아내기도 한다. 카페 창업을 고려중이라면 다양한 도서를 읽어보고 준비하는 것도 필수인 듯하다. 겁 없이 카페 창업으로 뛰어들었던 지인들은 하나둘씩 정리하는 것을 보았는데 저마다 다양한 사례들을 담아내면서 정리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기에 창업에 필요한 기술과 지식, 메뉴 개발 등 무엇이 필요한지도 조목조목 체크해볼 수 있는 책이다.

단골손님이 생긴다는 것은 많은 의미가 내포된다. 우리도 바리스타가 하는 작은 골목의 카페를 일부러 찾기도 한다. 때로는 좋아하는 원두커피 맛을 찾아서 일부러 대형 매장을 찾기도 한다. 때로는 대형 매장이지만 뒷골목의 아늑한 공간을 찾아내서 휴식 같은 커피 한 잔을 마시기도 한다. 좋아하는 커피맛, 분위기, 바리스타의 솜씨는 먼 거리에 있어도 찾아가게 만든다. 우리 부부는 그렇게 커피 맛있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도 좋아하는 편이다.

대형 매장의 커피전문점은 단골이 없다. 기억해주는 직원도 없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골목의 카페 사장은 우리 부부를 기억해준다. 그렇게 말 한마디 더 나누면서 인사를 나누게 된다. 지금은 그곳에 살지 않지만 지금도 성업 중인 그 카페를 지나칠 때가 있다. 그곳은 늘 그곳에 그렇게 자리자리를 잡고 있을 거라는 것을 믿는다. 바리스타 사장의 맛있는 커피는 어느 곳과도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나서 일부러 찾아갈 수 있는 그곳이 바로 단골손님을 가지게 된다. 그들의 노하우는 특별하지 않다. 친절함과 뛰어난 실력과 변함없는 맛과 다정함이다.

카페 창업을 시작하려는 분들, 영업실적을 올리고자 노력하는 카페 사장님들에게 권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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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 이야기 (리커버 일반판, 무선) 시녀 이야기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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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녀이야기 / 마가렛 애트우드 / 황금가지 / 2019년

아기를 갖게 해 줘요. 안 그러면 나는 죽어요. 그 말이 갖는 의미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책 중에서)

붉은 옷을 입은 여자들. 색이 곧 그들의 계급이며 신분이었다. 그 누군가는 녹색, 또 다른 누군가는 회색, 아이를 가지는 시녀들은 붉은색의 옷을 입었다. 직장인이었던 그녀. 남편도 있고 아이도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변하기 시작했다. 변화를 감지하고 빠르게 단단히 각오하고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만큼 민첩하지 못했다. 가족은 해체되고 남편의 생존과 아이의 생사조차도 모른다. 자신의 이름도 잊은지 오래된 그녀. 그저 꿈속에서 나타나는 아이의 모습만 그리워할 뿐이다. 그녀는 아이를 가지는 임무를 띤 시녀이다. 붉은 옷을 입고 그저 아이를 잉태하는 용도로만 사용되는 시녀이다.

총기와 가축용 전기 충격기. 검은 밴 차량, '눈'이라는 감시자, 고문, 처형. 카메라. 녹음. 첩자.

누구도 믿지 못한다. 대화도 할 수 없다. 책도 사라졌다. 생각을 비워내게 한다. 철저하게 분해되고 해체된 사회가 조명된다. 그녀는 시녀이다. 계급이 확실한 사회가 전개되는데 높은 계급들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쿠데타를 했다고 말한다. 다수의 사람들은 불행해지는 그런 세상을 그들은 더 좋은 세상이라고 말한다. 작품의 세상은 숨통을 죄는 세상들로 전개될 뿐이다. '사랑'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세상이다. 그저 감시하고 그들이 규정해 놓은 규칙들에 움직여지도록 강요하는 사회가 전개되고 있었다.

회색의 긴 드레스를 입고 일하는 사람들도 인상적으로 묘사된다. 그들을 촬영한 영상 속에는 주인공의 어머니가 있었다고 친구는 전해준다. 어머니의 생애 마지막 모습까지도 짐작해볼 수 있게 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소망과 사랑, 희망, 꿈이라는 꿈꿀 수 없는 세상을 지켜보았던 작품이다. 일상 속에서 평범하게 누려보는 지극히 단순한 일상들이 이 작품 속에서는 그 무엇도 이루어질 수 없는 것들이 되었다. 그녀가 아쉬워하였던 것들은 남편과 일상 속에서 나누어보지 못했던 사소한 말다툼까지도 그리워하는 장면도 있었으니 말이다. (사소하고 일상적인 문제를 놓고 싸우고 싶다. 책 중에서) 그녀가 그리워하였던 것, 기억하고자 하였던 것들, 평범하게 누리면서 살았던 것들이 무수하게 열거되는 소설이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의 젊은 시절의 공포와 아픔, 슬픔, 죽음을 목도했던 어렸던 그녀들을 떠올려보게 한다. 작품 속의 화자가 느끼는 절망감과 공포와 위안부 할머니들이 그 시절에 느꼈을 공포와 죽음은 그렇게 아프게 떠오르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

착취와 비인간성, 폭력적인 것들은 작품 속에서만 한정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묵직한 작품 속에서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떠올려보면서 마지막 책장을 덮게 된 작품이다.


- 책 중에서-

끝내 나는 그녀의 본명을 알지 못했다. 우리는 이름의 바다 속에서 길을 잃기도 하는 거다.

가사의 퇴행들.

정확하게 움직이는 시계의 둥근 자판에 따라 하루가 펼쳐지고, 지구가 자전하기를 기다린다. 등비수열처럼 이루어지는 나날들

더 젊었을 때엔 노년을 상상하면, 남은 시간이 별로 없으니 사물을 더 관조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인류의 타락은 무지에서 앎으로의 전락이었죠.

내 삶이 견딜 만하다면, 그럼 그들이 저지르는 짓거리들이 다 정당화된다.

여자들은 더 이상 재산을 가질 수 없게 됐어. 새로 입법된 법이야.

정신 바짝 차려. 모이라가 전화로 말했다. 이제 곧 닥친다.

하느님께서 듣고 계시는 것 같아? 이 기계들이 기도하는 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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