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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루이스 레이의 다리
손턴 와일더 지음, 정해영 옮김, 신형철 해제 / 클레이하우스 / 2025년 5월
평점 :

신형철 해제와 은유, 무라카미 하루키 추천도서라 펼친 장편소설이다. 이 소설은 1928년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타임 선정 20세기 최고의 영미소설이기도 하다. 9.11 추모식에서 모던 라이브러리 선정 20세기 최고의 소설 토니 블레이어가 낭독한 책이라 더욱 궁금함에 펼친 소설이다. 그 기대감은 놀라움으로 충족되었고 작가가 집필한 이유, 9.11 추모식에서 낭독한 이유도 공감할 수 있었던 명작으로 기억된다.
시편 90편 5절
너는 밤에 찾아오는 공포와 낮에 날아드는 화살과 어두울 때 퍼지는 전염병과 밝을 때 닥쳐오는 재앙을 두려워하지 아니하리로다.
소설은 페루의 가장 멋진 다리가 무너진 사건에서 시작한다. 그 사고로 5명의 여행자가 골짜기로 추락한다. 갑자기 찾아오는 사고, 질병, 지진, 해일에 사람들은 신의 행위인지, 신의 의도인지 무수한 질문들을 저마다 속마음으로 던지기 마련이다. 그러한 후폭풍의 패턴을 작가는 소설에서 놓치지 않는다. 인간이 가진 무수한 질문들 중의 하나를 소설에서 시작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다리가 무너진 사건을 목격한 주니퍼 수사가 있다. 수사는 사건으로 죽은 다섯 사람의 삶의 중단에서 불가사의한 무언가를 찾아내고자 한다. 그의 확고한 신념과 의지를 통해서 밝혀진 것이 있었는지 소설은 전해진다.
우리는 우연히 살고 우연히 죽는 것일까, 아니면 계획에 의해 살고 계획에 의해 죽는 것일까? 15
'신의 의도'가 아닌지 의심될 만큼 놀라운 우연의 연속 13
불쌍하고 고집 센 사람들은 자신이 겪는 삶의 고통이 자신을 위한 것임을 좀처럼 믿지 않았다. 사람들은 늘 적절하고 견고한 증거를 요구했다...의심은 인간의 가슴에서 끊임없이 샘솟기 마련이었다. 16
삶과 죽음을 집요하게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인도된다. 외줄타기하는 기분으로 삶과 죽음을 경험하고 있는 인간들은 자신의 삶과 죽음을 도통 진지하게 숙고하지 않는다. 태어남과 삶, 죽음을 어떻게 소비하고 뒤늦게 깨닫는 어리석음과 무의미의 향연을 멈추지 않는지 소설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서 진지하게 관찰하게 된다. 부모와 자식, 쌍둥이 형제, 수녀원장, 선장, 카밀라 여배우와 세 자녀, 피오 아저씨, 페피타라는 어린 소녀, 피오 아저씨의 아버지를 잘 살펴보면서 읽었던 소설이다.
어리석은 인간들이 요구하는 것들과 의심, 삶의 고통이 지닌 의미를 진지하게 살피게 한다. 자신을 잘 들여다볼 수 있는 힘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하지만 인간은 사랑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어리석은 사랑을 하다가 뒤늦게 깨닫는 순간이 찾아오기도 하고 미처 깨닫지도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기도 한다. 갑자기 한꺼번에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남겨진 사람들은 뒤늦게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카밀라 여배우가 피오 아저씨와 자신의 아들을 추억하지만 그녀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자신이 얼마나 무정한 사람이었는지 알게 된다. 수녀원장도 자신이 너무 바쁘게 살았다면서 뒤늦은 후회와 참회를 한다. 소프라노가 부르는 노래 가사를 수녀원장은 처음으로 듣는 순간이 찾아온다. "저희를 불쌍히 여기소서" 수녀는 자신의 애정의 색깔이 부족했음을, 인생 전체에 타인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좀 더 있어야 했음을 깨닫는다.
나의 애정에 저런 색깔이 좀 더 있었어야 했는데. 나의 인생 전체에 저런 특성이 좀 더 있어야 했어. 난 너무 바쁘게만 살았구나. 197
두 사람은 나를 사랑했는데 나는 실망만 시켰어. 198
권력에 희생된 무고한 사람들의 죽음도 등장한다. 수사가 연구한 방대한 책은 이단 심사단에 의해 불태워진다. 더불어 수사도 감옥에 있다가 화형을 당하게 된다. 수사가 감옥에서 생각한 것들과 화형을 당하는 순간에 보았던 것들과 그의 생각들이 소설에 전해진다. 그가 연구하고 도출한 내용도 등장하면서 사고나 질병으로 죽는 재앙이 지닌 죽음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흥미롭게 전하는 소설이다.
종교적 가르침과 재앙에 의해 목도하는 죽음을 인간이 어떻게 해석하고 살아가는지 꼬집는 작품이다. 잘 살아보겠다고 뒤늦게 깨닫는 후작 부인이 맞이한 것이 무엇이며, 너무 늦지 않게 잘 살아보는 기회를 가져야 하는 이유도 섬세하게 다양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진지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삶은 무수한 질문들을 다양하게 던진다. 삶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자신을 잘 들여다보는 힘이 중요해진다. 후작부인과 딸의 관계가 던진 질문처럼 『고리오 영감』 소설의 영감이 죽음 앞에서 말하는 것도 다르지가 않았다. 사랑을 하였지만 어리석은 사랑을 하지 않는 삶이 되어야 한다. 수녀원장이 깨닫는 것처럼 종교적 삶을 살지만 애정의 온도가 미지근하지 않는지도 지속적으로 매일 자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폭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도출된다. 페피타라는 영특한 어린 소녀가 고난과 외로움 삶을 홀로 감당하도록 던져진 이유에는 수녀원장이 있었다. 사랑을 얼마나 이해하고 어떤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이 좋은 것인지 인물들을 통해서 보여준 소설이다.
사랑하는 방식이 서툴고 과하고 부족하여 어리석은 몸짓으로 삶을 낭비하는 것을 멈추게 하는 것이 '용기'임을 보여준 작품이다. 용기가 사랑과 어우러지면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지, 종교와 권력이 어떤 방식으로 타인의 삶을 무참하고 피폐하게 만들어버리는지도 전하는 작품이다. 마녀로 사라진 무수히 많은 여성들, 화형과 죽음을 떠올리게 된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것들을 현시대에서도 둘러보지 않을 수가 없다. 부끄러움을 느끼지 못하는 이 시대의 우매한 인간들의 다양한 권력적 횡포도 접목하면서 마지막 장을 덮었던 소설이다.
두 사람은 나를 사랑했는데 나는 실망만 시켰어. - P198
나의 애정에 저런 색깔이 좀 더 있었어야 했는데. 나의 인생 전체에 저런 특성이 좀 더 있어야 했어. 난 너무 바쁘게만 살았구나. - P197
불쌍하고 고집 센 사람들은 자신이 겪는 삶의 고통이 자신을 위한 것임을 좀처럼 믿지 않았다. 사람들은 늘 적절하고 견고한 증거를 요구했다...의심은 인간의 가슴에서 끊임없이 샘솟기 마련이었다. - P16
우리는 우연히 살고 우연히 죽는 것일까, 아니면 계획에 의해 살고 계획에 의해 죽는 것일까? - P15
‘신의 의도‘가 아닌지 의심될 만큼 놀라운 우연의 연속 - P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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