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이라는 세계
리니 지음 / 더퀘스트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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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하는 부지런함에는 성실함도 필요조건이 된다. 무용해지지 않아야 하는 이유들까지도 필요해지면서 이 책이 던지는 기록이라는 주제가 흥미를 유발하면서 저자가 기록한 필체와 내용들에서 샘솟는 희망들을 마주 볼 수 있었던 내용들이 인상적이다.

기록은 누군가의 삶을 무심하게 지나치지 않는다. 평이한 일상이지만 그 속에 존재하고 끈끈하게 유영하는 용기와 감정들을 주워 담게 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그러한 진짜가 되는 보물들을 수집하게 된다. 하나하나 모아서 가득해진 보물주머니에서 서로 닮은 것들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기록은 유용한 의미로 서로를 일으켜 세웠음을 확인시켜준다. 나의 기록들도 다르지가 않았다는 것을 떠올리게 한다. 기록들을 뒤돌아보면서 확인하는 것의 유용함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되짚어보는 시간이 얼마나 유용한지 알기에 주간, 월간 단위로 되돌아보라고 추천하고 있다.

저자의 시간들도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기록이란 그러하다.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메모와 기록들을 이야기하면서 들려주는 저자의 기록이 깊어지는 삶, 넓어지는 삶, 길어지는 삶이었다고 고백한다. 성찰하고 숙고할 수 있었던 기록들이 그녀와 함께 하였음을 3개의 영역으로 나뉘어서 진솔하게 들려주는 글들도 만나게 된다. 예쁜 재능을 가졌다는 것에서 반짝거림이 더욱 눈부시게 빛나게 되면서 그녀의 필체와 다양한 영역의 기록들을 구경하게 된다. 수많은 하루하루의 일상을 기록하고, 주간 단위로 돌아보며, 일 년을 살아왔다는 긴 흔적들이 결코 무의미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기록의 쓸모들을 보여준다.



필사와 감정노트, 탐구일지들을 어떻게 기록하였으며 어떤 발전성을 확인할 수 있었는지도 조목조목 들려준다. 그녀에게 일어난 변화들이 결코 가벼운 변화가 아니었음을 일깨운다. 누구에게나 처음은 어려운 것이다. 기록도 다르지가 않다. 그 처음이라는 출발을 단 한 문장, 짧은 메모라도 시작하라고 응원한다. 그 시작이 어떻게 일주일을 채우고 한 달이라는 기록을 남기는지 확인하게 될 것이다. 혼자서 하기가 어렵다면 함께 기록하는 sns 이웃들과 서로를 응원해도 좋은 방법이 된다. 실수노트, 오답노트, 실패노트에 대해서도 언급되는데 유용한 기록이 된다는 것을 경험하였기에 고개를 끄덕인 내용 중의 하나가 된다.

사람 관찰 일지 107

자세히 봐야 보이는 마음 107

건강일기, 운동일기, 식단 일기를 복강경 수술을 하고 나서 꾸준히 기록하였는데 이 기록은 큰 변화로 결과를 보여주었음을 잊지 않게 해줘서 다시 시작하고 있다. 책에는 다양한 주제들로 기록할 수 있도록 이끄는 내용들이 즐비히다. 특히 도파민 체크리스트도 제공되면서 도파민 중독과 숏폼 지옥에 대해서 언급하는 내용들이 기억에 남는다. 미래일기를 기록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아이디어 창고가 될 거라는 기록의 유용함도 기억에 남는다. 기억은 쉽게 지워지지만 기록은 결코 지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기록할수록 삶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저자의 굵직한 조언을 붙잡아야 한다. 만다라트에 대해서도 소개되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저자가 제안하는 3×3 격자로 이루어진 9개의 사각형도 유용한 만큼 최적의 방안을 찾아서 발전하는 양식으로 사용하도록 알려주고 있다.

나를 키우는 단어들 93

운동일기와 식단 일기를 기록할수록 하루하루를 사랑할 수 있었다는 것이 떠오른다. 나날이 좋아지는 건강을 확인할수록 노력하는 것이 배신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기 때문이다. 기록도 다르지가 않다. 부록에 소개되는 펜과 노트, 만년필에 대한 정보도 도움을 주는 정보가 된다. 정리물건 리스트도 미니멀라이프에 많은 도움이 된다. 가장 만족스러운 정리물건은 텔레비전이다. 최근에 집에 오신 분들이 집에 텔레비전이 없다고 놀라워하셨는데 가족들은 일찍 정리하지 않았다는 것을 아쉬워하고 있다. 처음 제안하면서 반대가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전혀 가족들은 호응도가 높아서 순조롭게 텔레비전을 정리할 수 있었다.

나를 키우는 단어를 매달 정하는 것도 책은 제안한다. 이 내용도 흥미를 유발한 내용 중의 하나이다. 인생을 즐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발전하는 사람이 되고 나아가는 삶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 물질적인 향락에 도취하는 삶이 아닌 소박하고 간소한 삶의 행복과 희망도 보아야 한다. 그 과정의 연장선에서 만난 도서이다. 일상에 일어나는 변화의 주인공이 되어줄 책이다. <다정소감> 김혼비 , <필사의 기초> 조경국, <여덟 단어> 박웅현, <쓰지 않으면 아이디어는 사라진다> 다카다 히카루,<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한비야 책 내용도 소개된다.

쓰는 일을 꾸준히 ... 잘 살아보고 싶은 의지, 용기, 희망, 마음 8

일기, 루틴, 건강, 단어, 취미, 사진, 필사, 미래 일기.

기록의 과정과 방법. 노하우 8

다시 일어설 수 있게 해준 건 기록 - P7

언어의 세계가 곧 나의 세계다. - P93

기록이란 나를 존중하는 마음 - P176

오프라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낭만들 - P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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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과 루비
박연준 지음 / 은행나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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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소설이라 눈여겨 보고만 있다가 더 이상 머뭇거리지 않아야 할 것 같아서 냉큼 펼친 소설이다. 고요한 포옹, 듣는 사람, 마음을 보내려는 마음 책들을 통해서 시인을 알게 되었다. 장편소설은 기대 이상의 넘치는 감동을 선사하면서 수많은 사색의 시간을 선물받게 한 작품이다.

아이를 버리는 여자들이 언급된다. 갑자기 아이들을 버리고 떠나버린 엄마 미옥이 있다. 비난도 쏟아지지만 그만한 사연이 있을 거라는 이해도 듣는 여자의 이야기는 어떻게 설명하고 이해를 받을 수 있을까. 그 여자들이 아이를 버린 이유와 어떤 결혼생활을 하였는지도 소설에 등장한다. 실패한 결혼과 두 아이를 키운 미옥이 아이를 버린 사연은 직접적으로 들리지는 않지만 남겨진, 버려진 아이들이 받아낼 비난의 말과 시선을 작가는 아이들의 시간에 맞추기 시작한다. "어떤 여자들은 애를 버리기도 한다. 그들의 언덕은 얼마나 높고 가파를 것인가." (222쪽)

엄마가 없는 여름이라는 아이가 화자이다. 고모가 키워준 사연과 어느 날 새엄마가 생겨서 고모 집에서 나와서 아빠와 새엄마와 살게 되면서 여름의 성장 이야기도 전해진다. 처음부터 없었던 엄마이지만 여름을 키워준 고모의 양육방식과 할머니에 대한 마음, 새엄마와 대립한 이야기들도 흥미롭게 전해진다. 어른들이 고집스럽게 지키고 자랑스럽게 살아낸 삶의 방식들의 모순을 여름이라는 아이는 뒤편으로 밀어 넣지 않고 기억하면서 하나씩 자신의 과거와 현재까지도 차분하게 살펴보기 시작하는 소설이다.

할머니에 대한 기억들이 또렷하게 이야기되면서 할머니의 시선과 의자가 지닌 의미도 되짚는다. 지금은 지워진 기억이라 할머니는 떠올리지 못하지만 여름은 그날의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기억한다. 애처가라고 소문난 할아버지가 할머니를 질질 끌고 다닌 그날의 밤을 기억하고 있었다. 여자들이 숨기고 덮어버린 진짜 이야기들이 어린 손녀에게는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는 것을 이 소설은 언급한다.

허풍과 자랑을 반복하였던 여자들이 소설에 등장한다. 고모의 삶, 할머니가 덮어놓은 진짜 결혼생활의 민낯, 미옥이라는 루비 엄마가 갑자기 아이를 두고 떠나버린 일까지도 소설은 놓치지 않는다. 거짓말을 반복하는 루비의 거짓된 삶에서 진짜를 보게 되었던 여름은 비밀스러운 친구가 된다. 두 소녀가 나눈 우정도 있지만 비열하게 숨어버리고 외면하는 여름의 모습을 루비가 모르지 않는다. 루비 가족이 반지하 집에서 엄마와 루비가 살고, 아빠와 남동생이 각자 다른 방에서 살고 있다는 것도 여름은 알게 된다. 그 이유를 설명하는 조숙한 루비의 모습과 뒤라스 소설 『연인』을 읽는 루비의 모습도 기억나는 장면이다. 루비가 여름을 찾아와서 연락하겠다고 하였는데 루비에게서 다시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를 남기게 된다. 루비가 믿었던 것들이 퇴색되어 루비가 여름을 찾지 않았다는 것을 짐작만 할 뿐이다.



여름의 아빠가 학교 선생님에게 죽도록 맞았다는 것을 고모에게서 듣는다. 아빠는 여름에게도 선생님에게서 맞지 말라고 당부하는데 여름은 아빠가 가르친 유일한 가르침이라 잊지 않고 거짓말로도 아빠에게 약속을 지켰다고 말한다. 선생님이 학생을 죽도록 때릴 일이 있을 이유가 있는지부터 의문을 가지게 된다. 공적인 가르침이 아닌 감정적인 분출을 학생들에게 하였던 폭력이 아니었는지도 질문을 던지게 된다. 사회가 정당하게 부여받은 폭력과 권력이 얼마나 정당하였는지는 지금도 계속 의문을 제기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어린 여름은 학교에서 당하는 폭력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우리를 향해 가해지는 부당한 폭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지 거듭 둘러보게 된다. 예측하지 못한 계엄령에 많은 국민과 세계인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던 사건이 있다. 일어날 수 없는 폭력의 현장에 살고 있다는 것에 우려를 감추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여름이 어린 나이에 너무 일찍 알아버린 엄마의 부재, 엄마의 부재를 끊임없이 신호를 보내지만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아빠, 새엄마와 대립하는 여름에게 갑자기 태어난 동생이 새엄마가 죽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과 대립하는 감정들을 지루할 틈이 없도록 흥미롭게 전개하는 시인의 멋진 소설이다.

어른이 무심하게 말하는 말들을 어린 여름은 놓치지 않고 곱씹는다. 기억하고 기억하였을 여름의 수많은 유년 시절을 차곡히 만나게 되는 소설이다. 고모 집에서 생활하면서 터득한 필사하는 습관이 여름에게 글쓰기 실력이 월등하도록 이끈 밑바탕이 되었음을 이야기한다. 고모와 고모부 결혼생활도 실패작이지만 고모는 부러움을 사는 위선적인 기혼자임을 이야기한다. 고모의 결혼이 실패였다는 것, 고모가 자랑한 것들은 여자와 전통, 조선과 식민지, 가해자의 문제로 언급하는 문장도 기억나는 멋진 명문장으로 남는다.

죽음도 차곡히 여름에게는 기억된다. 여름의 고모할머니의 자살 사건, 여름의 아빠 죽음, 할머니 집에서 키운 개들의 죽음까지도 이야기되면서 어두운 구멍과 같은 죽음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질문을 하지 않는 이유까지도 놓치지 않는 작가이다. 늙어서 죽는 죽음을 기다리지 못한 것과 사람이 되지 못한 것이 무엇인지도 예리한 사실적 이야기로 독자들에게 가르침을 남기기까지 한다. 자기 이야기만을 쉬지 않고 이야기하는 소음과 같은 정보 시대에 이제는 등을 돌리게 된다. 내 이야기만 들어라고 시끄럽게 언론을 장악한 형태에 소등하게 되면서 어떤 분별력이 필요한지도 거듭 확인하게 될 뿐이다. 의도와 목적이 분명히 드러나면서 치우친 언론의 소음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고모할머니와 다르지가 않다. 고모할머니가 돌아간 뒤 2일 뒤 자살한 이유는 무엇인지 언급되지 않지만 여백은 고모할머니의 언행에서 찾지 않을 수가 없었다. 거짓과 허세로 얼룩진 삶은 진짜가 아닌 가짜이다. 가짜는 언젠가는 드러나기 시작한다. 죽음까지도 쉽게 지우지 않고 불러놓으면서 함께 생각해 보자는 소설의 인물들이 있어서 인상적이었던 작품이다.

누군가는 남의 애 키우는 어려움을 수군거리고 누군가는 남의 엄마에게 키워지는 모멸감을 끊임없이 회귀해야 하는 인생도 존재한다는 것을 말하고 있는 작품이다. 너무 어리고 기댈 곳이 없어서 삼킨 수많은 말들이 있었다는 것을 여름을 통해서 보게 된다. 어리지만 어린 것으로만 기억되지 않는다는 것과 유년 시절의 기억들이 얼마나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고 인생의 수많은 변곡점에서 죽음과 대화를 나누었는지 여름이라는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서 들려준다.

하지 않은 일을 증명하는 일, 그건 미치도록 어렵다. 89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것과 늙어 죽음을 기다리지 못하는 것은 동급이 아닐까요. 168 - P168

깨끗해져야 하는 게 정말 우리였을까? - P81

하지 않은 일을 증명하는 일, 그건 미치도록 어렵다. - P89

‘맞으면 아플까‘라는 생각보다 ‘맞는 게 옳을까‘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고민의 여파 - P172

‘남의 애 키우기의 어려움‘. 수군거리는 소리. 피부로 흡입해야 하는 이야기들. ‘남의 엄마에게 키워지는 모멸감‘ - P209

어떤 여자들은 애를 버리기도 한다. 그들의 언덕은 얼마나 높고 가파를 것인가 - P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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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이별의 날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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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너』, 『오베라는 남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베어타운』,『불안한 사람들』, 『나보다 소중한 사람이 생겨버렸다』, 『우리와 당신들』,『브릿마리 여기 있다』, 『일생일대의 거래』 소설들의 작가인 프레드릭 베크만이 있다. 몇 권의 소설들을 읽었기에 관심이 가서 읽은 이 소설은 다른 소설들보다는 두께감도 얇았던 작품이다.

그의 작품들을 둘러보면서 읽었던 소설들을 다시 펼쳐보게 된다. 꾹꾹 눌러서 밑줄을 그은 문장들을 음미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진다. 인생의 의미는 무엇인지 질문하고 답하는 장면이 있다. 함께하지만 혼자인 듯 인생을 보내는 사람들이 생의 마지막 순간 마지막 숨을 쉬면서 인생을 무엇이라고 정리할지도 궁금해진다.

영원한 이별을 준비하는 하루하루는 어느 때보다도 가치있는 시간들이 될 것이다. 영원히 살 것처럼 살아가면서 삶의 의미를 진중하게 생각하지 않을 때 이 소설은 큰 의미가 되어줄 것이다. 느린 독서를 하면서 책장을 천천히 넘기게 해줄 소설이다.



"장은 완벽한 원형이다."라고 추억하는 할아버지가 있다. 그가 기억하는 광장은 매일 좁아지는 공간이 된다. 좁아지는 광장의 의미는 하루하루가 소진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광장은 할머니와 처음 만났던 곳이며 바쁜 아빠와 어린 아들의 모습도 보이며 노아라고 하는 너무나도 사랑하는 할아버지의 손자와 나눈 대화와 추억의 공간이라는 의미를 전하게 된다. 이러한 다중적인 의미를 지닌 광장이 서서히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수학과 손자를 사랑했던 할아버지이다. 할아버지의 광장은 삶이었고 인생이었으며 간직하고픈 추억이었음을 알려준다.

젊은 날 사랑한 이야기, 바빠서 아들에게 친절하지 못했던 이야기, 손자와 밤낚시를 하면서 텐트에서 지낸 이야기, 우주에 대한 이야기들로 들려준다. 신을 믿지 않았던 할아버지와 신을 믿었던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도 전해진다. 너무나도 보고 싶은 먼저 떠난 할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천국이 있다는 믿음을 보이는 할아버지의 마음들이 할머니가 들려준 이야기들과 함께 어우러진다. 죽음을 앞둔 외할아버지가 죽음 앞에서 신을 믿었던 외할머니가 보여준 신앙생활을 떠올리며 종교적 질문과 함께 기적 같은 믿음을 보여준 것이 이 소설의 할아버지의 모습과도 유사해진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할아버지와 손자가 나누는 대화이다. 할아버지 기억 속에 존재하는 광장에는 어린 손자 노아가 있지만 현실의 노아는 학교 선생님이다. 학교 교육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대화 내용이 인상적이다. 물고기를 잡는 법, 큰 생각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 밤하늘을 쳐다보며 그것이 숫자로 이루어졌음을 파악하는 법을 가르쳐 준 노인이 있었다는 것을 노아는 기억한다. 큰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 생존을 위한 방법을 터득하는 사람이 되도록 가르침을 받고 가르침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도 소설을 통해서 만나게 된다.

어른은 화만 내고 웃는 사람들은 어린이와 노인들뿐이라고 말하면서 어른이 되면 어린아이로 사는데 집중하고 싶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화만 내면서 사는 어른들보다 웃으면서 사는 어른이 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도 작가는 강조한다. 다투고 싸우고 분쟁하고 고함지르며 빼앗고 빼앗기는 어른들의 흉폭한 모습을 우리는 지금도 목도하고 있다. 어른이라고 말하는 그들의 선택과 집중, 혐오와 대립은 지치게 한다. 소란과 소음들이 난무하면서 화해와 용서, 사랑과 평화는 좀처럼 찾아볼 수가 없는 것이 어른들의 세상이다. 요즘은 노인들까지도 웃는 어른으로 기억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어떤 어른이 되어야 할지, 어떤 노인으로 늙어가야 할지 하루하루가 이별인 우리들의 남은 인생에 진중한 질문과 선택을 던지는 작품이다.

어른이 돼서 뭐가 되고 싶은지 쓰라고 하셨어요. ... 먼저 어린아이로 사는데 집중하고 싶다고 썼어요. 아주 훌륭한 답변이로구나.... 저는 어른이 아니라 노인이 되고 싶어요. 어른들은 화만 내고 웃는 건 어린이들이랑 노인들뿐이잖아요. 71


어른이 돼서 뭐가 되고 싶은지 쓰라고 하셨어요. ... 먼저 어린아이로 사는데 집중하고 싶다고 썼어요. 아주 훌륭한 답변이로구나.... 저는 어른이 아니라 노인이 되고 싶어요. 어른들은 화만 내고 웃는 건 어린이들이랑 노인들뿐이잖아요. - P71

노아는 물고기를 낚는 법과 큰 생각을 두려워하지 않는 법과 밤하늘을 쳐다보며 그것이 숫자로 이루어졌음을 파악하는 법을 가르쳐 준 노인의 손을 잡는다. - P79

인생의 의미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쓰라고 한 적도 있어요...함께하는 거요. - P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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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눗방울 퐁
이유리 지음 / 민음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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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리 작가의 소설집을 하나씩 읽을수록 작가가 펼쳐놓는 작품들에 푹 빠져들게 된다. 『보험가 야구르트』와 『담금주의 맛』이라는 2편의 단편소설도 만날 수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양한 사랑들을 한다. 자기가 사랑한 사람을 믿고 살아가지만 한순간 자신이 사랑한 것들이 잿빛이 되기도 한다. 그동안 무엇을 사랑했던 것인지 자기의문을 쏟아내면서 무엇에 분노하고 실망하고 있는지조차 제대로 들여다볼 여력이 없었다는 것도 뒤늦게 자각하는 인물이 있다. 『담금주의 맛』이라는 소설의 화자가 그러하다.

변함없을 것 같았던 일상 속에서 남편의 휴대폰에 있는 의문의 대화 내용들을 보게 된다. 남편의 손가락에 투명한 매니큐어 흔적이 발단이 되면서 발견한 남편의 불륜 증거들을 확인하면서 그녀의 결혼생활은 이혼으로 막을 내리게 된다. 자기 앞에서 불륜녀의 의견을 전화로 듣고 트렁크에 남편이 자기 옷들을 챙겨 넣는 장면을 목격한 그녀는 자기가 사랑한 남편과 결혼을 의문스럽게 밀쳐내기 시작한다. 이혼 후 그녀는 자신을 삶을 온전하게 찾은 것도 아닌 상황이다. 그러한 그녀에게 담금주를 담는 키트가 배달되면서 그녀는 담금주를 담는 이유, 담금주를 음미할 수 있는 시기가 언제인지도 가름하게 된다. 그녀가 담은 담금주를 처음으로 맛보는 그날이 소설에 등장한다.

담금주를 담았을 때와 담금주를 먹는 날 그녀는 얼마나 변화되어 있었을지 보여준다. 담금주를 담는 순간 그녀가 자신의 사랑과 결혼생활, 이혼하게 된 이유들과 불륜을 저지른 남편과 회사 동료였다는 12살이나 어렸던 여자 직원에 대한 기억들을 처음으로 차근차근 떠올리게 된다. 남편이 얼마나 비도덕적인 사람이었는지, 자신을 어떻게 호칭하면서 불렸을지도 짐작하게 된다. 거부감 없이 살았던 집에 불륜녀와 함께 초대받아 집으로 들어오는 남편과 불륜녀를 보면서 그녀가 느낀 것들도 등장한다. 결혼은 끝났지만 그녀의 인생은 끝이 아니었다. 그녀가 정리하여야 했을 것들을 미처 하지 못했기에 담금주를 담으면서 그녀는 하나씩 기억들을 정리하기 시작한다. 밀봉된 담금주처럼 경험은 흐릿하게 남아있겠지만 예전처럼 선명하지도 않을 그때의 결혼생활과 슬픔과 상처는 숙성될 것이다.

그녀가 담금주를 마셔도 되는 날이 왔을 때 그녀는 예전의 그때의 자신이 아님을 확인한다. 그 당시의 감정과 분노, 슬픔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으며 완전히 달라진 자신의 현재 생활과 감정들만이 지금 자신을 통제하고 일상을 가득하게 채워 넣고 있음을 담금주의 맛을 느끼면서 확인한다. 삶도 그러하다. 완전히 파괴된 것처럼 흐물흐물해진 자신이 언젠가는 전혀 다른 삶을 살아내고 있을 시간이 꼭 찾아온다는 것을, 상관없는 사람들이 되어서 멀리 보내버린 흐릿한 일로 남을 거라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감당하기 힘든 사랑, 이별, 상처, 슬픔도 담금주를 담으면서 새로운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그때의 사랑과 인연이 전부였겠지만 다른 삶도 존재하며 살아갈 수 있다는 것도 들려주는 작품이다.

늙고 가난한 레즈비언 커플이 등장하는 소설 『보험가 야구르트』가 있다. 마른이 넘은 아줌마, 야구르트 아줌마와 보험 아줌마라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커플이다. 이 커플이 가진 돈은 오천만 원 정도가 전부이다. 처음 첫 직장을 찾았을 때와 지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그들이 살고 있는 집, 가진 돈, 함께 먹는 음식들에서도 큰 변화가 없는 현재이다. 그들이 여전히 제자리에 머무른 것과 방법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면서 그들은 더 좋아질 거라는 희망과 방법도 찾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 커플 중의 헤원은 첫 직장이 중견 기업의 로비에서 하이힐을 신고 일하다가 족저근막염으로 염증 제거 수술을 하게 되면서 스스로 직장을 그만두게 된다. 사회가 원했던 만큼만 쓰임을 다했고 혜원은 쓰임을 다하고 수술까지 하면서도 스스로 직장을 그만둔 젊은 노동자였다. 화자도 자궁근종이 파열되어 응급수술을 받게 되면서 피주머니와 오줌주머니를 찬 기억을 떠올린다. 연이어 헤원은 신장 결석 수술도 받았다는 것도 들려준다. 가난과 질병은 미래를 안전하게 보장해 주지 않는다. 마흔이 넘은 이 아줌마 커플이 또 아프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도 충분히 예상하게 된다.

피로를 팔아서 번 돈,

피로한 삶을 사는 것,

언젠가는 그것조차도 하지 못할 때가 찾아올 거라는 예상은 빗나가지 않는다.

노동의 가치와 돈의 가치를 차분히 떠올리지만 이들 커플의 미래는 희망은 보이지 않으며 엉망진창인 오늘의 삶을 연속하면서 이 커플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작가는 이야기한다. 영화와 소설은 가상이지만 이들 주인공들이 살아가는 현실은 치열한 사회문제로 거론된다. 가난이 왜 대물림되는지 이 커플이 직장 생활에서 당했던 부당한 대우들과 질병에 노출되면서 사라진 돈들과 현실적으로 일할 수 있는 선택이 얼마나 부족해지는도 보여준 소설이다. 이 커플의 사랑이 사회적으로, 가족들에게 외면당하였다는 것도 언급된다. <윤희에게>영화도 떠올려보지 않을 수가 없었던 작품이다.


지금은 피로를 팔아 피로한 삶을 살고 있지만 어느 시점에는 그조차 할 수 없는 때가 올 것이다. 내 노동의 가치는 조금씩 떨어질 것이고 결국에는 누구도 돈과 그것을 바꾸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노쇠하고 병들어 고칠 곳투성이인 몸뚱이를 어디서도 찾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때가 온다면 어떻게 해야 하지. 도저히 알 수 없었다. - P199

엉망진창인 오늘도 끝나면 내일이 된다. - P202

그토록 피로하여 번 돈으로 다만 피로한 삶을 겨우 유지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 P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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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각형으로 스피드를 구해줘! - 삼각형으로 배우는 갈릴레이의 낙하법칙 수학으로 통하는 과학 1
정완상 지음, 이지후 그림 / 자음과모음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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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으로 통하는 과학시리즈 중의 한 권이다. 두께감이 있는 초등 도서이며 활자는 큰 편이다. 평소에 독서를 꾸준히 한 학습자와 자녀에게는 전혀 부담감이 느껴지지 않을 책이다. 초등수학과 중등 수학을 직접 가르친 엄마샘이라 초등수학과 중등수학 도서는 언제나 관심이 많은 편이라 펼친 초등수학도서, 초등과학도서이다.

기대한 만큼 만족도와 충족감은 상당하였던 도서이다. 담아내는 내용도 풍성하고 수준도 있는 내용들이 구성된 초등수학도서이다. 이 시리즈는 스토리텔링 형식이라 초등학생들이 전혀 부담감 없이 가독성을 발휘할 수 있는 책이다. 책장이 어느새 술술 넘어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책이라 학부모가 자녀에게 권해도 좋을 책이다.

주인공들이 개성이 강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초등 고학년에게는 또래 친구들이 등장하고 있어서 매우 흥미롭게 심취해서 읽을 수 있을 내용이다. 수학에 흥미를 가진 친구들이 등장하며 수학에 뛰어난 친구들이 등장하면서 더욱 흥미를 이끌어 줄 인물들이다. 수학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등장하기에 등장인물들은 개성 있는 친구들로 독자들에게 좋은 흥미를 유발하게 된다.

이야기는 유명한 갈릴레오 갈릴레이와 만남을 가지게 되는 초대에서 시작된다. 일어나는 사건들과 관련 있는 수학 개념들과 과학 개념들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내용들이라 거부감 없이 이야기에 빠져서 수학과 과학 개념을 자연스럽게 습득하게 도움을 주는 초등 수학과학도서이다. 이러한 자연스러운 학습 유발을 선호하기에 추천하게 된다.

내용들이 다소 어렵게 느껴질지라도 그림이 구성되어 있어서 이해를 돕는 것도 특징이다. 수학적인 수식도 이해하기 쉽도록 편집되어 있다. 이외에도 과학 개념과 공식을 이해하도록 편집된 내용들도 마음에 드는 내용 중의 하나가 된다. 이야기를 담고 있는 스토리텔링이지만 중반을 넘어서면서 어느새 자연스럽게 학습을 습득한 것을 자신도 모르게 되는 묘한 매력을 담고 있는 학습도서이다.

정완상 저자분은 수학과 과학에 관심 많은 분들이라면 익히 알고 있을 저자이다. 『과학 공화국 시리즈』의 저자분이라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던 도서이다. 수학과 과학에 흥미를 가지는 초등학생들에게 추천하는 도서 시리즈이다. 차곡히 쌓아가다 보면 흥미를 가지게 될 수학과 과학이 될 것이다. 학년 구분을 하지 않고 아이가 흥미를 가지는 학문이라면 무한히 좋은 자극을 주어도 좋은 방법이 관련 도서를 통해서 흥미를 유발하고 이끌어주는 것이라고 권하게 된다.

배수, 최소공배수, 속력, 초속, 시속, 평균, 수직선, 좌변, 우변, 양변, 미지수, 평균속력, 순간속력, 모순, 유레카, 자연수, 소수, 정삼각형, 닮음, 경사도, 비율, 전항, 후항, 최대공약수, 닮음의 중심, 닮은 삼각형의 성질, 대응하는 각, 증명, 평행선의 성질, 포물선, 이등변 삼각형, 밑각 등이 구성된다. 퀴즈가 중간중간 나오면서 아이들에게 더욱 흥미와 좋은 자극을 주는 내용을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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